175화
<밝혀지는 진실>
갑자기 신이라니?
그것도 전쟁의 신?
이제까지 지름신이니 나발이니 헛 소리를 잔뜩 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 와중에 신이라는 인간이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묻고 싶은게 많은 것 같은데···. 잠시 얘기 좀 할까?”
마르스라는 자가 그렇게 말한 순간 이 백색 밖에 없던 공간은 웅장한 신전으로 변했다.
신전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은 보물이었다.
하지만 그냥 보물이 아니었다.
검, 창, 활, 방패, 갑옷···.
세상에 다시 없는 완벽한 명장들이 혼을 깎아서 평생에 한 점 만들까 말까한 명품들···.
무기가 뿜어내는 엄중한 예기와 위엄만으로도 신전의 분위기가 엄중해질 정도였다.
“여기는····?”
“내 신전이지. 앉아라.”
“············.”
우진은 뭔가 위축된 분위기 속에서 마르스가 가리키는 대로 의자에 앉았다.
의자에 조차 등에 X자로 교차된 검이 두자루 장식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검이 그냥 장식으로 두는게 아까울 정도의 명검들이었다.
시리도록 빛나는 칼날의 예기가 검사의 마음을 매료시켰다.
무기에서 눈을 때지 못하고 있는 우진에게 마르스가 말했다.
“탐내지 마라.”
“안··· 냅니다.”
“············.”
“이제 부터는요.”
“훗···.”
우진의 뒤이은 말에 마르스는 피식 웃어 버렸다.
우진이 앉고 나자 마르스는 본격적으로 대화를 시작하기 시작했다.
“그럼·····. 궁금한게 많겠지만 역시 가장 궁금한 것은·····.”
“절 이 시대에 타임슬립 시킨게 당신입니까?”
우진의 질문에 마르스는 순순히 미소 지으면서 대답했다.
“그렇다. 내가 한 일이다.”
“····왜 그런 겁니까?”
우진의 원망 섞인 말에 마르스는 담담한 목소리로 우진에게 진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넌 어차피 죽어가고 있었고 그리고, 죽어가면서 흘리는 너의 피가 나의 아들의 혼과 닿았기 때문이지?”
“당신의 아들?”
“너도 알고 있는 인물이다. 스파르타쿠스.”
“스파르타쿠스? 그 친구가 당신 아들이라고요!!?”
“네가 생각하는 주피터와 헤라클레스 같은 관계는 아니다. 난 전쟁의 신이고, 그런 나를 신봉하는 트리키아의 전사들은 모두 나의 아들들이다.”
“으음····. 그러면, 당신이 날 이 세계에 부른 것은?”
“내 아들중에 가장 용감하고, 가장 강직했지만 불행으로 비참한 회한에 젖은 인간이 있었지. 그게 누군지 알겠나?”
“····스파르타쿠스를 말하는 겁니까?”
“그렇다. 난 죽어가는 너를 구해주면서 새 생명을 줬지. 내가 신이라고 해도 인간을 살리는 것은 큰 일이다. 그래서 너를 이 세계에 불러서 스파르타쿠스와 같은 인물이 되어서 그를 도와서 역사를 바꿔 주기를 바랬던 것이다.”
“·············하아·····. 그런 목적이었다니.”
우진은 전신에서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파라디소스를 건국하고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세월이었다.
하지만···. 그런 불꽃 같은 세월 동안 절대로 잊어 버리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왜? 왜? 나는 이 세계에 온 것일까?
어째서? 왜? 무엇 때문에?
······그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은 하루도 없었던 우진이다.
하지만 정작 진실이 밝혀지고 나니 그다지 감흥은 없었다.
그냥 그런가 보다. 정도의 감정 뿐이었다.
허탈감? 무력감?
묘하게도 분노의 감정은 들지 않았다.
어차피 그때 자신이 죽어가는 것은 사실이었고 무엇보다 여기서 얻은 소중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사랑하는 아내.
소중한 동료들.
자신이 지켜야 할 나라.
어느 사이에서인가 대한민국에서 만큼이나 여기서도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이 많아졌다.
“사실, 너는 잘 해줬어. 난 고작해야 스파르타쿠스를 살려서 무사히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 주는 것 정도에서 그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뭐, 어쩌다 보니까요.”
“하지만 너무 잘하기도 했지.”
“···뭐 문제라도 있나요?”
우진의 말에 마르스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약간 어렵게 말했다.
“넌 이 시대의 인물이 아니야.”
“그건 압니다. 그런데 그게 왜····?”
“그래서 너의 행동에는 항상 제약이 걸리고는 하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예를 들어서···. 넌 이미 로마에 치명적인 결정타를 안길 수 있었던 적이 세 번이나 있었어. 안 그런가?”
“그건····? 언제를 말하는 거죠?”
“투리에서 진격해서 로마까지 도달 했을 때, 그 후에 시저의 목숨을 네 손아귀에 쥐었을 때,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에 에스파냐의 진격전에서 어쩔 수 없이 물러나야 했을 때.”
“····그거야. 그때 마다 어쩔 수 없는 일이···.”
변명하는 우진에게 마르스가 계속해서 말했다.
“폼페이우스의 깃발 사건과 에스파냐에서 어쩔 수 없이 후퇴한 것이야 그렇다 치지. 하지만 시저를 살려 준 것은 어떻게 생각 할 테냐? 거기서 시적을 죽이는게 훨씬 이득이라는 것은 너도 알 텐데?”
“그건····. 하지만 명예가····.”
“언제부터 네가 그걸 실리보다 중요하게 여겼지?”
“···············?”
순간 우진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언제부터라니? 그거야···. 차츰차츰···. 이 시대에 물 들어서·····.’
뭔가 멍할 정도로 정신이 없는 우진에게 마르스가 말했다.
“네 의식 자체를 지배하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그래도 잠재 의식을 조종해서 네 행동을 유도하는 것 정도는 그 년도 가능하다.”
“····그년?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 라이벌이자. 너의 대적자를 불러온 년을 말하는 것이다.”
“·······그게 누구죠?”
우진의 말에 마르스는 약간의 노기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와 같은 전쟁의 신, 바로 아테나다.”
마르스와 아테나.
둘 다 올림푸스 신화에 기원을 두고 있는 신이며 둘 다 전쟁의 신이다.
다만 같은 전쟁의 신이라도 아테나는 승리와 정의의 이미지라면···. 마르스는 난폭하고 패자의 역할에 자주 등장했다.
왜 그런지는 모른다.
아마도 그리스인들의 생각 속에서는 용맹하고 아름다운 여신이 난폭하고 사나운 전쟁의 군신을 무찌르는 것이 그림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일지도···.
신의 권위라는 것은 인간의 받듬이 없으면 존재 할 수 없는 것.
마르스는 로마인들에게 있어서는 유피테르 다음 가는 위대한 신으로 취급 받았지만···. 그 본질이 흐려져서 전쟁의 군신이라기 보다는 군사와 농경의 신으로 이미지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런 여전히 군신으로 섬기는 가장 열광적인 민족이 바로 트리키아인 것이다.
애당초 마르스의 신화는 트리키아 지방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마르스는 자신의 충복 중에서 가장 아끼던 스파르타쿠스를 돕기 위해서 자신의 남은 신력 대부분을 동원해서 우진을 데리고 온 것이다.
하지만···. 이걸 못 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마르스와 같은 제우스의 자식이면서 마르스와 똑같은 전쟁의 신권을 가지고 있는 신.
바로 아테나였다.
마르스의 경우 농경과 전쟁의 신.
아네타의 경우 지혜와 전쟁의 신.
두 신의 신권은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사람들의 믿음은 아테나에게 더 강하게 쏠렸다.
그리고 전쟁의 신이라고 하면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아테나를 떠 올릴 정도가 된 것이다.
사실 마르스는 그래도 상관 없었다.
인간들의 신앙이라는 것은 신들에게 있어서 생명줄이나 다름 없었지만 그 자신은 애당초 전투와 투쟁 그 자체를 숭고하게 여길 뿐이었다.
하지만 아테나는 다르게 여겼다.
마르스가 자신의 자리르 빼앗고 전쟁의 신권을 독점하기 위해서 수를 쓴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녀는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우진에게 대항할 또 다른 미래의 인간을 불러왔다.
그게 바로 아내인 보르테가 납치 당한 상실의 시기를 노려서 테무진을 불러온 것이다.
마르스의 설명을 들은 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럼···. 그 놈도 저 하고 같은 미래인이라는 겁니까?”
“그렇지. 그것도 그냥 보통 사람이었던 너하고는 달리 역사적으로 이름만 말하면 누구나 알 법한 인물이다.”
“····그게 누굽니까?”
“그건, 내가 말 해 줄수 없다.”
“··············?”
“사실 테무진이라는 본명을 듣고고 깨닫지 못하고 있는 네놈이 잘못인 것이다.”
마르스의 지적은 타당했다.
“잠깐···? 그런데 테무진?”
“이제 알겠냐?”
“······예. 그 녀석 틀림없이 폼페이우스를 애 먹인 폰투스의 장수잖습니까? 지금 제가 상대하고 있는게 그 놈입니까?”
우진의 말에 마르스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거 말고 테무진이라는 말에 뭐 떠 오르는 다른 사람은 없는 거냐? 응? 없냐고?”
우진은 머리를 긁적 이면서 말했다.
“전 운동선수 출신입니다. 학교 공부는 취미로만 하면 되었다고요.”
“로마 역사는 제법 알았잖아?”
“영화랑 미드에서 봐가지고·····.”
“책 좀 읽어!!!”
마르스의 핀잔에 할 말이 없어지는 우진이었다.
“후우···. 어쨌든, 그렇게 해서 테무진을 불러온 아테나의 뜻에 따라서 넌 계속해서 로마에 결정타를 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때로는 운명을 미묘하게 비틀어서. 때로는 이번처럼 테무진을 움직여서 말이다.”
“····그럼 테무진이 이집트를 공격 한 것은?”
“반 정도는 아테나가 그의 잠재 의식을 움직여서 공격하게 한 것이다.”
“··········.”
“테무진이 폰투스에서 쫓겨난 이유는 알고 있나?”
“뭐···, 대강 소문을 들었습니다. 왕의 여자와 통정했다고 하더군요.”
“그래···. 사실 그것도 아테나의 조작이었지. 테무진이라는 남자를 복수의 화신으로 만들어서 조작하기 쉽게 만들려고 말이야.”
“·······어째, 세간에 알려져 있는 아테나의 이미지와는 다르네요. 아테나라고 하면 아름답고 정의롭고··, 뭐 그런 이미지였는데 말이죠.”
우진의 말에 마르스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나도 아테나도 전쟁의 신이다.”
“그래서요?”
“전쟁에 정의가 어디에 있나? 승자와 패자가 있을 뿐이다.”
마르스의 엄격한 말은 인류의 전쟁에 대한 최대의 정의 일지도 몰랐다.
승자가 정의 파자가 악당.
인류의 모든 전쟁은 역사적으로 그런 결과를 남겼을 뿐이다.
누가 옳으냐?가 아니라 누가 남느냐? 라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어리석고 야만적인 피의 제전.
그게 전쟁인 것이다.
“아테나는 테무진을 데리고 온 것에부터 이미 속임수를 썼다. 그녀는 테무진에게 보르테의 전생으로 가서 그녀를 구하게 해 주겠다고 했지만···. 사실 테무진이 그 시대에 계속 해서 있었다면 어차피 자신의 아내를 구하고 황후로 만들 수 있었다. 뭐···. 욕은 좀 보였지만 그래도 살아서 함께 할 수 있었지. 그런데 슬픔에 잠긴 테무진의 마음에 파고 들어서·····.”
“잠깐, 황후? 그럼···. 그 테무진이라는 놈은 어디에선가 황제의 자리에 올랐던 제왕이란 말입니까?”
“그렇다. 이런···. 말 해주면 안 되는 건데.”
“그렇군요···. 그럼 놈의 정체를 알 것 같습니다.”
“흠···. 하긴 그렇게 하고 모르는 것도···.”
“진시황이군요.”
“아니야!!”
“어··· 그럼, 광개토···.”
“아니라고!!!”
“유방? 주몽? 아···. 단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막 찍지 마!!!!”
우진은 신도 빡치면 화 낸다는 것을 그 자리에서 확인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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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등학교때 태권도부 친구가 축구 보면서 한 말이 생각납니다.
'영국이랑 잉글랜드랑 어디가 축구 잘하는것 같냐?'
라는 말이었죠.
뭐... 모든 운동 선수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자기 분야에 주력하다 보면 공부를 소흘히 할 수밖에 없어지는 법이죠.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