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화
“후우···. 됐다. 개미 눈꼽 만큼이라도 기대한 내가 바보지.”
“··········.”
마르스는 우진에게 설명을 계속해 갔다.
“오늘 이 자리에서 널 부른 이유는···. 이 시점을 중심으로 해서 너에게 걸려있는 제약을 제거해 주기 위해서였다.”
“제약이라면···?”
“아테나의 개입. 그리고 너 자신을 방해물로 생각하고 자꾸 결정적인 면에서 방해하는 사소한 운명들···. 뭐 그 정도일까?”
“··그···· 말은?”
“이제 너를 완전히 이 시대의 인물로 만들어서 더 이상 세계의 흐름이 너를 거스르지 않게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뭐가 변하는 겁니까?”
“적어도 이제 아테나가 너의 잠재 의식을 조종하거나, 세계의 흐름을 조종해서 너에게 불리한 사태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다.”
“과연···. 그렇군요.”
듣고보니 좋은 것 뿐이었다. 하지만 마르스의 말은 끝난게 아니었다.
“다만 여기에는 한 가지 너의 동의가 필요하다.”
“동의라니? 뭘 말하는 겁니까?”
“네가 완전한 이 세계의 인간이 된다는 것은···. 더 이상 네가 있던 원래의 시대로는 이제 돌아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영원히.”
“잠깐 돌아 갈 수 있는 겁니까?”
“확률은 글쎄····· 30% 정도?”
“30%·······.”
우진은 고민에 빠졌다.
돌아갈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말인가?
30%면 해보지 못할 도박은 아니었다.
“여기서 남는 것을 선택하면 돌아갈 확률은 제로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은 거냐?”
마르스의 말에 우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돌아간다고? 그 시대···. 나의 시대로·····?’
21세기의 대한민국으로 돌아간다면 더 이상 전정터에서 피를 흘릴 필요는 없다.
거기서 안온하고 안락한 삶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우진의 얼굴에 떠 오른 것은 사랑하는 아내들과 그 아내들의 품에 안겨 있는 딸 유리.
그리고 친구인 디오클레이우스와 함께 싸워 온 전우인 스파르타쿠스, 크릭서스, 마시르 등이었다.
“하아····. 더 이상··· 21세기에는 저의 인생이 없습니다.”
“그런 것이냐?”
“예. 그렇습니다.”
씁쓸한 목소리로 말하는 우진을 보고 마르스가 약간 서글픈 목소리로 말했다.
“나 때문에 뒤틀린 운명이다. 날 원망할 것을 허락하지.”
“······됐습니다. 어차피. 당신이 아니었다면 재수 없게 총 맞아 죽었을 운명이기도 했고···.”
“음, 그건 그렇군. 말을 정정한다. 원망할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
“············.”
올림푸스의 신들이 인간성이 짙게 나타난다고는 들었지만 이렇게 치졸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우진이었다.
마르스는 우진의 이마에 손을 얹으면서 말했다.
“넌 이제 이 시대의 인물이고, 나의 충복이다. 너의 의지로 일어서서 너의 의지로 싸워 나가라. 너의 길에 나의 가호가 함께 할 것이다.”
“당신의 가호를 받아 들이겠습니다.”
우진의 이마에서 빛이 나면서 우진은 진정한 이 시대의 인간이 되었다.
정신을 차린 우진은 막사의 한 복판이었다.
그리고 그 막사에서는 자신의 부하들이 우진을 걱정스런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으음···? 여기는···? 전쟁은? 전쟁은 어떻게 되었느냐!!?”
우진이 벌떡 일어나면서 말하자 부하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오오!!?”
“전하!!!”
“전하께서 일어 나셨다!!!”
우진의 부하들은 우진이 일어나자 마치 잃어버린 부모를 되 찾은 어린애 같은 표정으로 기뻐했다.
우진은 잠시 그들의 환대에 당황했지만 피식 웃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그렇게 위기는 아닌 모양이다.
“그 동안의 보고를 하라.”
우진의 말에 부하들은 우진과 테무진의 사이에서 발산된 섬광 이후의 사건에 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강렬한 섬광에 휩싸인 이후에 두 사람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이 듣도 보도 못한 괴사에 양군은 크게 당황했다.
피차간에 왕이자 지휘관이었던 우진과 테무진을 잃어 버렸다.
양군은 딱히 사신을 보내서 의견을 교환한 것도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전쟁을 그만 뒀다.
여기서 누가 더 유리한지 누가 더 불리한지를 가늠하는 것조차 그만 뒀다.
양군 모두 자신들의 왕을 되찾는 것에 최우선으로 한 것이다.
그리고 전쟁터를 벗어난 파라디소스의 군대의 어느 수색병은 하늘에서 거대한 황금의 독수리가 날아오는 것을 발견했다.
괴물인줄 알고 당황했던 파라디소스의 군대였지만 그 독수리가 발에 조심 스럽게 쥐고 있던 인간이 자신들의 왕이라는 것을 깨닫고 재빨리 막사에 안정적으로 눕혔다.
그리고 꼬박 사흘···.
그 사흘 동안 우진은 잠만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깨어 났다는 거군.”
“그렇습니다. 전하.”
“····아깝군. 그때 난전 상태로 전쟁을 계속 했다면 우리의 승리였을 텐데 말이야.”
“죄송합니다. 저희들이 무능해서···.”
“아니 됐다. 너희들을 탓할 일은 아니다. 그 누구도 탓할 일이 아니다.”
“············.”
“············.”
“············.”
우진의 부드러운 말에 신하들은 자신들의 왕이 자신들의 허물을 감싸 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우진은 누구도 탓하지 않았다.
전쟁중에 갑자기 신으로 인해서 일어난 이레귤러였다.
그걸 인간에게 대비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이제 중요한 것은···. 테무진, 그 놈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것인데 말이야.’
우진이 행방을 궁금해 하는 테무진.
그는 지금 아름닫운 여신의 품안에 안겨서 멍한 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테무진의 귓가에 아름다운 미성을 속삭이는 여성은 테무진이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눈빛에 깃들어 있는 오만과 여유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지만 테무진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 날 살리고 싶다면···. 나의 숙적을 죽여줘요. 알았죠? 테무진.”
“···알았어. 반드시···. 널 구해내겠어. 모니메.”
“고마워요. 그럼 잘 가요.”
아테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멍한 눈을 하고 있는 테무진을 세상의 밖으로 보냈다.
그리고 테무진이 사라지자 그녀의 모습은 바로 변하기 시작했다.
모니메의 모습에서 더욱더 아름답고 위엄이 가득한 아름다운 여신.
커다란 방패와 창과 늠름한 갑옷으로 무장했으며 그 아름다움은 넘어설 수 없는 위엄과도 같이 장엄했다.
그런 그녀의 뒤편에서 한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먼저 우진을 보냈던 마르스였다.
“전쟁과 지혜의 여신 치고는 추잡한 수작을 부리는군. 아테나.”
“먼저 내 영역에 싸움을 건 것은 그대다. 마르스.”
“그건 아니라고 말했는··· 아니 관두지. 어차피 말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니.”
마르스의 푸념을 들으면서 아테나는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난 전쟁의 여신. 나의 영역에 침범하는 적이라면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는다. 정면으로 싸울 뿐.”
“그래서 테무진을 데리고 왔나?”
마르스의 질문에 아테나는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채로 마르스에게 말했다.
“그대가 선택한 충복은 그저 범부일 뿐. 나의 선택된 충복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거야···. 그냥 평범한 운동선수하고 칭키스칸하고 비교하면 누가 전쟁에서 더 우수한 인간인지는 안 봐도 뻔하지.”
마르스는 순순히 아테나의 말을 인정했다.
그러자 아테나의 얼굴에는 승리의 미소가 떠 올랐다. 그런 아테나에게 마르스가 엄중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 네가 손을 댄 자는 진정한 칭키스칸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내가 선택한 인간은 그저 평범한 인간이라도, 자신의 의지와 자신의 목적을 가지고 싸우고 있다. 너처럼 눈앞에 아른아른 거리는 당근 하나만 쫓아서 심장이 터질 때까지 뛰는 인간하고는 다르다는 말이다.”
“스스로의 의지? 시시한 말을 하는군. 전쟁은 재능이다. 재능이 있는 자만이 우수한 전법과 전투력으로 승리를 가져오는 거지.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나의 충복보다 더 전쟁에서 뛰어난 인간은 없다.”
단호한 아테나의 말에 마르스는 뺨을 긁적 거리면서 말했다.
“뭐···. 거기에 관해서는 좀 이견이 있지만 일단 접어두고···. 어쨌든 이제 누가 이길지는 그저 구경이나 하도록 하지.”
“이기는 것은 나다.”
“글쎄···. 그건 봐야 아는 일이고····.”
우진이 발견되고 나서 몇 주의 시간이 흐른 후에 테무진이 발견 되었다고 한다.
우진은 거대한 황금의 독수리가 데려왔었다.
거기에 비해서 테무진은 아름다운 소녀가 그를 품에 안고 데리고 왔다고 한다.
스스로의 이름을 아라크네라고 밝힌 그 소녀는 하늘까지 뻗어있는 실크를 타고 내려와서 테무진을 그의 부하들에게 내려 놓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때 테무진의 모습은 테무진의 부하 뿐만이 아니고 수많은 유다이아의 군사들 까지 함께 보는 앞에서였다.
그리고 유다이아의 인간들은 이것을 아훼의 기적이라고 소리치면서 테무진을 신의 사자로 경배하기 시작했다.
원래···. 테무진이 이집트와 전쟁을 하려던 이유는 두가지였다.
하나는 이집트라는 적을 만들어서 자신의 지배를 온전히 하는 것.
원래 유다이아 사람들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에게 지배된 적도 있었기 때문에 이집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다.
테무진은 그들의 신을 인정해주는 것과 동시에 그들의 싫어하는 이집트를 공격해서 유다이아인들의 화풀이를 해 주려고 했던 것이다.
그 와중에 막대한 피해가 생길 것이라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상관 없었다.
애당초 우진과 테무진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자국의 백성은 모두 소중하다. 라고 생각하는 우진.
그리고 자국의 백성들 중에서도 나의 부하들이 가장 소중하다. 라고 생각하는 테무진이었다.
애당초 테무진에게 유다이아의 애착은 없었다.
폰투스의 미트리다테스 6세에게 복수하기 위한 도구로서 필요했을 뿐이다.
자신의 전쟁으로 아무리 많은 인간이 소모된다고 해도, 그로 인해서 아무리 국력이 쇠한다고 해도 상관 없었다.
필요한 것은 폰투스의 미트리다테스 6세를 향한 복수의 도구였지. 자신이 보살피고 키워야 할 나라가 아니었다.
그래서 강대국 이집트와의 전쟁도 거리낌 없이 불사하고 몇 만에 달하는 노인과 아이들을 미끼로 쓰는 흉악한 전술도 태연하게 사용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거기서 생긴 전력적인 로스는 이집트를 약탈해서 거기서 얻은 재화와 포로들로 충당할 생각이었다.
이집트인들을 싫어하는 유다이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집트의 포로를 그렇게 다루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 말이다.
일부로 잔학을 즐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력적으로 도움이 되기만 한다면 세상의 그 어떤 악마보다도 저 잔인해 질 수 있는 것이 바로 테무진이라는 남자였던 것이다.
그런 테무진이 이번에 보인 기적으로 인해서 당초의 목적중에 하나였던 유다이아인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손에 넣었다.
테무진이 데리고 있던 유다이아의 젊은이들은 각 제사장 일족의 젊은 후계자들이 다수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눈 앞에서 펼쳐진 기적으로 인해서 테무진에 대한 광적인 충성을 맹세했다.
애당초 종교적인 색체가 강한 민족인 유다이아 인들에게 있어서 이런 기적의 효과는 절대적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소기의 목적을 이룬 테무진은 부하들을 모아서 말했다.
“이집트와 파라디소스에게 전령을 보내라. 정전협정을 맺겠다고.”
“그게 정말입니까? 전하.”
“그렇다. 더 이상의 전쟁은 무의미 하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알겠습니다. 바로 전령을 보내겠습니다.”
전쟁에 지쳐있는 유다이아인들에게 있어서는 하늘의 복음과도 같은 소리였다.
헤로데 1세의 착취에 이어서 테무진의 전쟁에 이끌려서 정말로 어마어마한 피해가 생겼다.
원래 약소국이었던 유다이아에 있어서 이것은 커다란 피해였던 것이다.
여기서 테무진이 전쟁을 계속하자고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이도 테무진은 전쟁을 그만 두겠다고 했다.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전쟁은 일단 그만둔다. 지금은 말이야···.’
다만 그것은 그들이 지금 테무진의 가슴 속에 싹을 틔우고 있는 어둠의 씨앗을 모르기에 할 수 있는 생각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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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의 응원은 항상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