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화
<전쟁의 전조>
“후우·····. 꼬이는군 꼬여····.”
마치 대한민국에서 퇴직을 눈앞에 두고 있는 50대 가장 같은 힘없는 목소리로 피곤한 몸을 욕조에 눕히는 시저는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에 잠겼다.
‘소아시아의 전쟁은 이제 지루하게 진행되기 시작했어, 그 놈들 모두 거북이처럼 꽁꽁 틀어 박혀서···.’
폼페이우스가 거듭 승전을 할 때만 해도 소아시아 정도는 금방 정리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전쟁에서 계속해서 밀린 미트리다테스 6세는 수비로 일관하면서 전쟁을 질질 끌기 시작했다.
파라디소스와 폰투스.
양국을 모두 적으로 돌리고 있는 로마였기에 시간을 끌어서 로마와 파라디소스의 정전 기간이 끝날 때까지 시간을 끌 속셈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실제로 로마와 파라디소스의 정전 기간은 거의 다 끝나가고 있었다.
시저는 욕조의 뜨거운 물에 몸을 녹이면서 폼페이우스를 소환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라면서 고민에 빠졌다.
‘파라디소스와 전쟁을 하면서 폼페이우스의 부재는 뼈 아프다. 안토니우스과 이번에 새롭게 들인 젊은 장교들이 있다고 해도 폼페이우스의 이름값이 없으면 군의 사기에 지장이 생겨.’
예전처럼 로마는 최강이다. 원정에 가서 전리품을 가득 챙겨서 모두 부자가 되자.
라고 부추겨서 사기가 오를 시기는 지났다.
이게 다 우진과 스파르타쿠스 때문이었다.
그 둘로 인해서 로마는 큰 패배를 겪었고 영토의 상당 부분을 빼앗기고 이집트와 누미디아라는 속주급의 동맹도 잃어 버렸다.
이런 커다란 피해 때문에 로마인들에게 있어서 자신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약간의 패배주의가 물들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젊은이들이 군에 지원하면서 원정군에 따라가서 한 몫 잡아서 고향에 돌아와서 떵떵 거리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들이 그렇게 생각 할 수 있었던 것은 로마인으로서 전쟁에 참여해서 애국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고 명예다. 라는 교육 환경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로마는 최강이가 우리 로마가 질 리가 없다.
라는 자신감도 뒷받침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자신감이 이제는 사라져 버리기 시작했다.
로마의 시민들 중에는 예전에 우진이 군을 이끌고 로마까지 진군했던 기억이 뚜렷한 자들이 아직도 즐비했다.
그때 우진이 폼페이우스의 깃발을 보고 물러나기는 했지만 한니발 이후에 그런 위기는 다시 없었다.
모두들 말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우진과 파라디소스의 군대가 온다는 것을 무서워 하고 있었다.
그나마 그런 공포를 어느 정도 날려줄 근거가 되는 것인 로마의 두 명의 딕닥토르.
그 중에서도 군부를 책임지고 있으며 로마의 군신이라는 이름까지 얻은 폼페이우스였다.
만약 시저가 폼페이우스를 로마로 소환하는 것을 망설였다가 전쟁에서 불리한 모습을 보인다면 지금 절정에 있는 시저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을 치기 시작할 것이다.
“후우우···. 어쩔 수 없군. 현실적으로 봐도, 명분으로 봐도···. 폼페이우스는 필요하다.”
결국 시저는 폼페이우스를 로마로 불러오기로 했다.
로마에 두 명의 딕닥토르가 있다면 틀림없이 마찰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소아시아 비티니아 지방의 전장.
로마군은 작은 중규모 도시 하나를 둘러쌓고 항복 할 때까지 포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로마군의 지휘부에는 한 명의 남자가 근엄한 얼굴을 하고 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로마의 군신, 폼페이우스였다.
폼페이우스는 지루한 소아시아에서의 전쟁에 서서히 질려가고 있었다.
아무리 그가 전쟁터에서 용맹을 떨치려고 해도 그건 상대가 어느 정도 받아줬을 때의 일이다.
적들은 철저한 농성과 청야전술에만 주력하고 있었다.
좀처럼 전진하지도 못하고 거북이 걸음으로 작은 성 하나하나를 꾸준하게 함락 시키는 수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런 폼페이우스에게 전령이 달음박질을 쳐서 달려와서 말했다.
“딕닥토르!!!”
“무슨 일이냐?”
폼페이우스는 전령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그러나 전령이 가져온 소식은 지루함에 지친 폼페이우스로서는 오랜만에 좋은 소식이었다.
“전하, 파라디소스와의 전쟁을 대비해서 로마로 귀환하라는 소환령입니다.”
“····좋군. 적어도 저 엿 같은 헬레니즘 병신 새끼들 보다는 파라디소스의 디오클레이우스나 스파르타쿠스가 날 더 즐겁게 해 주겠지.”
폼페이우스가 오랜만에 미소 짓는 것을 보고 옆에 있던 안토니우스가 말했다.
이제는 어린티가 완전히 사라지고 엄연한 청년이 된 그는 어깨를 돌리면서 말했다.
“스파르타쿠스, 디오클레이우스···. 둘 다 그리운 이름이군요.”
안토니우스는 예전의 전쟁에서 그 둘을 모두 상대해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졌었다.
특히 디오클레이우스에게는 엄청 비참하게 깨지고 죽을 뻔 한 것을 폼페이우스가 살려준 적도 있었다.
안토니우스 생애에 있어서 가장 비참한 기억을 꼽으라면 아마도 그것일 것이다.
“지금의 너라면 그 둘에게 지지 않을 것이다.”
“예. 저도 그러기를 바랍니다. 제가 이 소아시아에서 해적들과 적병들을 베어 넘긴 만큼 강해진 것을 그들에게 시험 할 수 있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안토니우스의 얼굴에서는 기이한 열망까지 보일 정도였다.
폼페이우스의 곁에서 그를 견본으로 삼아서 계속해서 전쟁 삼매경만 하다 보니 아무래도 많이 옮은 것 같다.
“뭐···. 난 그 둘은 됐고···. 이번에는 한 번 만날 수 있으면 좋겠군.”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
“내 귀가 시끄러울 정도로 잘난 그 영웅왕을 말하는 것이다.”
“아아···. 과연.”
“훗, 예전에 테무진이라는 놈 이상으로 날 즐겁게 해 주면 좋겠는데 말이야.”
우진이 로마와 전쟁을 시작한지도 십수년···.
그동안 로마의 군신과 파라디소스의 영웅왕이 부딪힌 것은 한 번도 없었다.
항상 싸우는 전장이 달라서 서로 부딪히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우진은 로마와의 정전 기간이 끝나가는 기간을 하루하루 꼽으면서 조용히 날짜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몇 과격한 지휘관들이 차라리 선수를 치는게 어떤지 말했지만 우진은 조용히 제지했다.
‘명분도 중요한 법이지. 부르티움 지역은 안 그래도 파라디소스에 부정적인 인간들이 많은데···.’
스파르타쿠스가 최대한 잘 다스리고 있었지만 부르티움 지역은 원래 로마본토였다.
골수 로마인들과 대지주들은 초기에 쫒아냈지만 그래도 일반시민들 중에서도 골수 로마파들은 있었다.
그들은 스파르타쿠스의 엄중한 관리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지만 언제 어디서 고개를 들지 몰랐다.
괜히 책잡힐 일을 해서 그들에게 빌미를 줄 수는 없었다.
앞으로 남은 기간은 반년 정도, 그 반년 동안은 지금의 평화를 즐기면서 하루하루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었다.
“아빠!!!”
바로 지금처럼 자기 자식을 귀여워 한더가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우진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하는 딸인 유리는 쪼르르 달려와서 우진의 품에 담싹 안겼다.
“잘 놀고 있었니?”
우진의 말에 유리는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응. 미시헤르발이 나 코끼리 태워 줬어.”
“아아···. 그거.”
누미디아에서 받은 새끼 코끼리를 말하는 모양이다.
‘애들이 타기는 위험한데 뭐··. 지켜보는 어른이 있었겠지?’
“마구간지기가 없는 틈에 몰래 가서 살금살금 타고 놀았어. 잘했지?”
“·········.”
마구간지기에게 보안과 방비를 좀 더 철저하게 하라고 지시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우진이었다.
어쨌든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 우진은 유리에게 물었다.
“그래. 여기는 왜 왔니? 아빠 보고 싶어서 왔니?”
“아니.”
“···········.”
해맑은 얼굴로 단호하게 아니라 대답하는 딸의 한 마디에 상처 받는 아버지의 유리 멘탈이었다.
“유진이 보러.”
“아아···. 진이···.”
유진은 한 달 전에 태어난 세체니의 아들이었다.
어차피 확률 50%의 예측이기는 하지만 디도의 예측은 맞았다.
세체니가 아들을 낳은 것이다.
우진은 세 명의 여인들 중 그 누구도 첩 취급 하지는 않았지만 본처가 세체니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오랜 결혼 생활 끝에 아들을 낳았다는 말은···.
이 파라디소스에 공식적으로 이견이 없는 완벽한 후계자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우진은 아들의 이름에 유리와 같은 유자를 돌림으로 써서 자신과 같은 진이라는 이름을 줬다.
그렇게 해서 유진 한 파라디소스라는 이름이 생긴 것이다.
유진이 태어났을 때 파라디소스의 모든 국민들은 유진의 탄생을 축복해 줬다.
심지어 원래 다른 왕가 같으면 경계하고 질투했어야 할 클레오파트라나 디도까지 유진의 탄생을 크게 축하했다.
디도는 유진을 위해서 미리 준비해둔 실크 아기옷을 선물했다.
그것은 그녀가 직접 짠 것이었다.
그리고 클레오파트라 역시 유진을 위해서 진주로 만든 보합을 선물했다.
애가 뭘 알겠냐만 서도 어쨌든 굉장히 비싼 물건이었다.
가격으로 치면 어지간한 전함 하나 정도는 살 수 있는 그런 가격의····.
디도 때는 거리에서 마시르하고 술 마시고 있어서 지켜보지 못했지만 이번에 세체니가 출산 할때는 우진도 그녀의 곁을 지켜 줄 수 있었다.
의료 시설도 변변치 않은 시대의 여건상 아이를 낳는 것은 고문 수준의 고통을 이겨 낼 수밖에 없는 고행이었다.
하지만 세체니는 이를 악물고 산고를 견뎌냈다.
그리고 우진의 아이를 낳은 다음에는 눈물을 흘리면서 기뻐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제까지 아이를 낳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그녀에게 있어서 큰 딜레마였다.
그러다가 아이를 그것도 왕가에세 있어서 중요한 아들을 낳았으니 그 기쁨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다.
“수고 했어.”
“예···. 고마워요. 저를··. 버리지 않고 믿어줘서··.”
사람이 힘 들 때 본심이 나온다고 했던가?
세체니의 말에서 우진은 그동안 그녀가 했을 마음 고생을 읽고 마음이 찡해 졌다.
“편히 쉬어. 몸조리 잘 하고.”
“예.”
그 후에 유진은 왕가에서 유리와 더불어서 모든 이들에게 귀여움 받으면서 자라고 있었다.
유리 역시 새롭게 태어난 자기 동생이 귀여워서 이렇게 매일매일 보러 오고는 했다.
“아빠, 나도 유진이 안으면 안 돼?”
“으음··. 유리 키가 지금보다 두 배 커지면 그때는 안아도 된단다.”
“두배? 나 언제 그만큼 커?”
“글쎄? 100밤 자면?”
“100밤만 자면 되?”
“응. 아마 될 거야.”
될 리가 있나? 아이의 동시을 속여먹는 어른의 계산 속일 뿐이었다.
하지만 어린애가 아기를 안아 보려고 하다가 다치게 하는 것 보다는 훨씬 낳았다.
“그럼 유진이 손 잡을래.”
“아빠가 유진이 만질 때는 어떻게 하고 만지라고 했지?”
“손 씻고.”
“그래. 그럼 가서 손 씻고 오렴.”
“이잉····. 귀찮아···.”
“그래도 씻고 와야지. 유리야.”
유리는 귀찮아서 생때를 썼지만 그래도 우진은 시녀를 불러서 유리를 씻기고 데려오게 했다.
“아빠 미워!!!”
“윽····.”
마지막에 한 마디 더 치명상을 입히고 나가는 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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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