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화
“가슴 아프겠지만 아이들은 자기 인생을 살아가게 되어 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아이들이 살면서 부딪힐 장애를 최대한 줄여 두는 것 정도 밖에는 없어요.”
“···········.”
세체니는 안타깝다는 얼굴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애당초 왕가든 평민의 가정이든 부모가 자식의 인생에 모든 것을 준비해 줄 수는 없는 법이다.
할 수 있는 한도에서 할 수 있는 만큼 해주는 것이 가능할 뿐이다.
어쨌든····. 왕가의 가장 큰 골칫거리중에 하나이자 나라 말아먹는 레파토리 중에서도 탑5안에는 들어가는 문제중에 하나인 후계자 문제가 은연중에 정리되고 있었다.
국왕인 우진이 없는 장소에서 여인들만의 대화로 말이다.
우진은 모르고 있겠지만 이렇게 알아서 교통 정리가 되는 것은 우진으로서는 정말 큰 행운이었다.
그날 밤.
우진은 클레오파트라와 함께 자리에 누워서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을 손끝으로 음미하고 있었다.
그런 우진의 손길에서 애정을 느끼는 클레오파트라는 따듯한 햇볕을 쬐고 있는 고양이 같은 모습으로 우진에게 더 파고 들었다.
“그런데··. 요즘 너무 저만 사랑해 주는 것 아닌가요?”
클레오파트라의 말에 우진은 살짝 당황하면서 말했다.
“아니 그건····. 음··. 당신이 너무 예뻐서?”
“흐음····. 그건 그렇죠. 그런데 그것 뿐?”
“·············.”
우진은 뭐라고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답하지 않아도 클레오파트라는 현명한 여인이라서 우진이 무슨 생각으로 매일 밤 자신을 안아주는 지 잘 알고 있었다.
“고마워요. 저 꼭 건강한 아기를 낳을 게요.”
“으음·····.”
우진의 세 아내 중에서 유일하게 클레오파트라만 아이가 없었다.
혹시 이것 때문에 그녀가 구수설에 휘말리거나 자격지심을 느낄까 두려워한 우진은 요즘 매일 밤 그녀와 동침하고 있었던 것이다.
뭐···. 한창 물이 오른 클레오파트라의 미모가 눈꼽 만큼도 원인이 아니라고 하면 그건 그것대로 거짓말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랬다.
“고마워요.”
클레오파트라는 우진의 품안에 파고 들어서 그의 가슴에 자기 뺨을 부비면서 감사했다.
자기 귀에 들리는 남편의 심장 소리가 무척이나 행복하게 했다.
“뭐···. 고마울 것 까지는 없는데?”
“아니 고마워요. 고마우니까····. 보답을 좀 해볼까요?”
혀를 살짝 내밀면서 우진의 몸을 바로 눕히고 그 위에 올라가는 클레오파트라의 모습은 아찔한 매력이 있었다.
완전히 드러난 클레오파트라의 나신을 보면서 우진은 정신줄 잡고 있기도 버거웠다.
수도 없이 봤고, 수도 없이 만졌고, 수도 없이 품에 안고 사랑해 줬던 여인이다.
그런데 매일 매일, 1초 1초가 지날 때 마다 점점 아름다워 지기만 하는 이 아내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우진은 결국 그 날밤 한숨도 자지 못했다.
아내가 너무 예쁘면 이런 고민도 종종 있는가 보다.
지중해의 모든 길이 하나로 통하는 도시 로마.
그 로마의 시민들은 모두 거리로 나와서 개선식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냥 개선식이 아니었다.
현 로마의 군부의 최고 사령관이자 로마인들의 최후의 희망이라고 할 만한 남자의 개선식이었다
“로마의 군신!!! 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 마그누스 님의 개선입니다!!!”
뿌우우우!!!!!
“와아아아!!!”
“폼페이우스 만세!!!”
“로마여 영원하라!!!”
폼페이우스의 개선식을 보기 위해서 모인 수많은 로마인들은 진심으로 기뻐하고 폼페이우스의 귀환을 환영했다.
파라디소스가 생기고 나서 최강이라는 간판에 이름이 좀 흐릿해진 로마였지만 그런 상황이었기에 폼페이우스의 가치는 더욱더 높게 평가 되었다.
어쩌면 본래의 역사에서 시저와 폼페이우스가 내전을 벌일 수 있었던 근거중에 가장 큰 이유는 당시 로마의 외부에 적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외부에 위협적인 적이 있다면 내부에서 똘똘 뭉쳐서 대항하려고 한다.
하지만 외부에 아무런 경쟁상대도 없으면 그 다음으로 치열해 지는 것은 내부경쟁인 것이다.
당시 지중해 최강의 국가였던 로마에서 폼페이우스와 시저의 1인자 다툼은 그래서 벌어진 것일지도 몰랐다.
만약 지금 상황에서 또 시저가 주사위 던지고 뻘짓하면? 그때는 로마가 갈가리 찢어질 것이다.
파라디소스라는 만만치 않은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로마의 모든 전력을 다 끌어 모아야 했다.
그래도 확실히 이긴다는 보장이 없는 싸움인 것이었다.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화려하게 개선한 폼페이우스에게 시저가 말했다.
“잘 왔소.”
“화려하게 맞이해 주는군. 전쟁터에서 승리한 것도 아니고 하다가 중도 귀환한 지휘관에게 말이야.”
“사실상 이긴 것이나 다름 없지 않소?”
엄밀히 말해서···. 로마의 개선식이라는 것은 전쟁터에서 이기고 귀환한 장군의 업적을 널리 퍼트리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었다.
아직 소아이사의 전쟁터를 완벽하게 마무리 짓지 못한 폼페이우스에게 있어서 개선식을 하는 것은 관례에 어긋났다.
하지만 시저는 굳이 이렇게 화려한 개선식을 열었다.
어차피 전쟁터에서 계속해서 승승장구하던 장군이었고, 무엇보다 로마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 폼페이우스라는 남자의 업적을 더 높게 평가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 개선식이 아니지····. 준비는?”
폼페이우스는 시저에게 미리 군대를 준비하라고 말했다.
시저는 거기에 전 국토의 정규군들은 물론이고 갈리아 지방과 에스파냐 지방에서까지 지원군을 모집했다.
이제까지 파라디소스를 상대하면서 어지간하면 로마 본토의 전력만으로 싸워왔던 시저였다.
하지만 이번 전쟁에는 제국 로마의 전력을 제대로 모았다.
그만큼 시저도 이를 갈고 있는 것이었다.
“모두 되어 있소. 이제 남은 것은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 뿐.”
“···내게 맡겨라.”
“실망시키지 마시오.”
“누구 한테 하는 말이지?”
폼페이우스의 오만한 말은 무례하다면 무례한 말이었지만···.
현 상태에서는 시저에게 더 없이 믿음직 할 뿐이었다.
드디어 진짜로 전쟁의 계절이 오고 있었다.
파라디소스를 대표하는 명장군 중에 한명인 스파르타쿠스.
본래의 역사에서는 세계에 이름을 알린 영웅으로서의 삶은 살았지만 개인으로서의 삶은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 없는 남자였다.
하지만 우진에 의해서 파라디소스의 한 장군으로서 살고 있는 지금의 그는 개인으로서의 행복도, 그리고 위인으로서의 명예도 손에 넣은 상태였다.
우진이 가장 믿고 있는 남자는 디오클레이우스다.
하지만 디오클레이우스를 향한 믿음이 함께한 인연과 우정에서 비롯되었다면···.
스파르타쿠스에 대한 믿음은 철저하게 그의 능력을 신뢰하고 있기에 비롯되는 믿음이었다.
그랬기에 그에게 가장 중요한 지역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잇는 부르티움 지역의 관리를 맡긴 것이다.
장화처럼 생긴 로마 반도의 전체 지형에서 봤을 때. 부르티움 지역은 발 끝에서 발등 중간 정도까지라고 보면된다.
로마가 파라디소스와 육지로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지역이었기에 그 어디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 할 수 있었다.
부르티움 지역의 최대 군사 도시로 변한 콘센티아.
그 성벽에서 스파르타쿠스는 요즘 들어서 가장 진지한 얼굴을 하고 성벽 밖의 로마 진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에는 이제까지 보다 3배는 더 늘어난 로마군의 진형이 늘어나 있었다.
스파르타쿠슨느 그걸 보고 조용히 말했다.
“노골적으로 시위를 하는군.”
“어떻게 할 까요? 경고를 할까요?”
부하의 말에 스파르타쿠스는 조금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저기는 어차피 로마의 땅이다. 괜히 경고를 해 봐도 시비로 밖에는 생각하지 않겠지.”
“하지만···. 정전 협정이 끝나자 마자 저렇게 노골적으로 군사를 집중 시킨다니···. 저래서야 쳐들어 오겠다고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 없지 않습니까?”
“그런 예고하지 않아도 우리와 로마의 전쟁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지. 다만 저 깃발은 나도 조금 의외였군. 소아시아 쪽에 쳐 박혀 있는줄 알았는데 말이야.”
스파르타쿠스의 눈에는 바람에 펄럭이고 있는 폼페이우스의 깃발이 보였다.
로마로 귀환했다는 첩보를 받았을 때 이미 설마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역시 이번 파라디소스와의 삼차전을 책임지고 수행할 인간은 저 폼페이우스인 모양이다.
“폼페이우스라·····. 디오클레이우스 공작이 이 좀 갈겠군. 많이 벼르고 있었는데 말이야.”
저번 전쟁에서 스파르타쿠스와 디오클레이우스는 개인적으로는 폼페이우스를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둘의 합공으로 한때 폼페이우스를 심각한 위기 상황까지 몰아가 적은 있었다.
전적으로 보면 엇비슷 하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이름의 무게는 명백하게 폼페이우스 쪽이 우위에 있었다.
“본국에 전갈을 보내라. 곧 전쟁이 시작 될 거라고.”
“예. 알겠습니다.”
스파르타쿠스의 전갈을 받은 우진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짧은 평화 뒤에 긴 전쟁인가? 후우····.”
“아빠·····?”
우진의 품에 안겨 있던 유리는 항상 웃는 얼굴이었던 아빠가 심각한 표정을 하자 이상하다는 얼굴을 했다.
항상 자기 앞에서는 웃는 얼굴만 보이던 아빠였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우진은 유리의 목소리를 듣고 피식 웃으면서 유리를 들어 올려서 자기와 눈 높이를 맞췄다.
“유리야. 아빠는 잠시 보지 못할거야.”
“·····왜?”
이해를 못하고 있는 어린 딸에게 우진은 자상한 미소를 지으면서 설명했다.
“아빠는 아빠의 친구들하고 나쁜 사람들과 싸우러 가야 하거든.”
“··············?”
어린 유리는 여전히 아빠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어린 딸에게 우진이 이마로 유리의 이마를 마주하면서 말했다.
“아빠는 꼭 가야 되. 그럼 당분간 유리하고 만나지 못한단다.”
“····히잉···. 아빠 가지 마·····. 응?”
유리는 투정을 부렸다.
다른 것은 잘 모르겠지만 아빠가 어디론가 간다는 것과 그러면 한동안 보지 못한다는 것만은 똑똑히 이해한 것이다.
“미안, 아빠도 우리 유리하고 같이 있고 싶은데, 꼭 가야 한단다. 이건 아빠의 의무거든.”
“······히잉······. 히끅····.”
유리는 서럽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인생 경험 두 살인 유리에게 있어서 아빠가 자기 말에 안 된다고 말하는 혹독(?)한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아빠는 가지만 꼭 돌아올게. 그때까지 우리 유리 엄마 말 잘 듣고 동생 잘 돌보면서 착하게 기다릴 수 있지?”
“히잉···. 힝···.”
유리는 아빠 말에 그냥 울기만 했다. 그러나 우진은 유리의 작은 새끼 손가락에 자기 손가락을 걸고 말했다.
“아빠는 꼭 돌아온다고 약속 할게. 그러니 유리는 아빠 착하게 기다리고 있기. 자 약속.”
“····약···속 하면 빨리 와?”
“응. 빨리 올게.”
“훌쩍···. 약속····.”
유리는 아빠가 가르쳐 준 대로 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했다.
그렇게 어린 딸에게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다 한 우진은 한쪽에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있는 디도와 세체니를 보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 여차하면 당신들도 나하고 손가락 걸래?”
“·····아니요. 그냥 믿을게요.”
“저도요. 이집트에 있는 클레오파트라에게도 그렇게 전할게요.”
“응, 그럼, 나 없는 동안 나라 잘 부탁해.”
“예·····.”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로서, 그리고 남편으로서의 의무는 다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나라의 왕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가족을 뒤로 하고 태도를 허리에 차고 왕궁의 밖으로 나가자 우진의 믿음직한 군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하, 준비는 다 끝났습니다.”
원래 우진의 군단을 관리하던 것은 마시르였지만 그 마시르는 출세해서 이집트에서 자기 군단을 꾸리고 있었다.
그래도 이번에 우진이 부관으로 데리고 가는 것은 크릭서스, 그리고 아프리카 속주를 잠시 비워두고 참전한 오우메니우스였다.
디오클레이우스가 편지로 자신도 참전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지만 우진은 그가 사르디니아에서 로마의 서쪽 해안선을 압박해 주고 있는게 더 큰 이익이라고 생각했다.
서쪽의 해안선이 막히면 로마가 해군력을 동원해서 시칠리아 본토로 바로 대군을 수송하기가 어려워 지기 때문이다.
전장을 로마 본토로만 제한하는 편이 우진에게 있어서는 더 원하는 바였다.
듬직한 장수들과 강철 같은 군기를 갖춘 아군.
후방의 준비도 완벽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뿐.
“음···. 가도록 하지. 전쟁이다.”
“옛!!!”
“옛!!!”
우진 한 파라디소스, 로마와의 3차 전쟁에 직접 출전을 결심했다.
============================ 작품 후기 ============================
이번편은 분량이 조금 많습니다.
자르기에 애매해서 약간 길게 썼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