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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185화 (185/220)

185화

‘망할 자식····. 툭하면 나를 애송이 취급하고··.’

브루투스로서는 억울해 했지만 안토니우스의 입장에서는 목을 안 날리는 것만 해도 충분히 시저의 얼굴을 봐주고 있는 것이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로마 최고의 마마보이가 아닐 그 옆에 있는 남자의 말이었다.

“칼리아리에 들키지 않고 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할 거다.”

“저도 압니다. 그러니 해전을 각오해야죠.”

“해전? 해전이라·····.”

안토니우스는 망설였다.

카르타고 이후로 지중해 최강의 해군력을 자랑하는 로마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것도 제법 오랜 세월 전의 얘기였다.

육군이 주 전장인 로마에게 있어서 해군이라는 것은 필요성에서 항상 뒷전에 밀리기 마련이었다.

실제로 해군이 전성기였던 시절은 강력한 해상 제국인 카르타고를 상대할 때 뿐이었다.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해군 전력을 다 동원하면 50여척의 퀸쿠에렘(5단 도선), 20척의 트라이리움(쾌속선)정도 뿐이다.”

로마의 해군 전성기인 포에니 전쟁 시절에 비하면 반에 약간 미칠까? 말까? 한 전력이었다.

안토니우스가 해전을 꺼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해전이라는 것은 리스크가 컸다.

자칫 잘못하면 압도적인 패배로 아군을 포세이돈에게 제물로 바쳐야 할 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그리파는 단도하게 자기 의견을 주장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라디소스의 약점 역시 해군력입니다. 그들이 언제 우리하고 해군으로 싸우려고 하시는 것을 본적 있습니까?”

지금 이 자리에 우진이 있었다면 아그리파를 위험 인물 순위에 올렸을 것이다.

확실히 우진은 계속해서 해전은 피했다.

피한 이유는 안토니우스와 마찬가지로 모 아니며 도식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해전으로 해야 합니다. 우리의 힘을 적들의 약점을 공격하는 겁니다. 해전에서 디오클레이우스의 함대를 격파한다면, 그 후에는 사르디니아를 넘어서 시칠리아의 파르노무스까지 우리가 공격 할 수 있습니다.”

“·············.”

안토니우스는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전쟁이라는 것은 도박과 같아서, 지휘관은 항상 최악의 상황과 최고의 상황을 동시에 염두해 둬야 했다.

그리고 그 리스크를 재 보고 어느쪽이 더 안전한지 결정해야했다.

그런데 지금 아그리파가 하는 주장은 리스크는 높았지만 거기에 비해서 얻는 것도 많았다.

안토니우스는 잠시 고민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하면 생각 할수록 아그리파의 주장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함대를 정비해라. 적들을 모두 바다에 치몰 시킨다.”

“옛!!!”

아그리파의 힘찬 대답을 들으면서 안토니우스는 해전을 준비했다.

안토니우스의 함대가 함대를 조직해서 바다를 돌아서 움직인다는 첩보를 접한 디오클레이우스는 서둘러서 해전 준비를 했다.

“망할 자식들···. 하필이면 해전으로 덤비고 지랄이야.”

디오클레이우스는 해전을 준비하면서 씹어 뱉듯이 중얼 거렸다.

사실 검투사 노예로 시작해서 파라디소스의 공작의 위치에 까지 오른 디오클레이우스였지만 해전은 처음이었다.

그나마 몇몇 해적들과의 전투는 있었지만 그건 해전이라기 보다는 토벌이 가까운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다수 대 다수의 해전을 시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긴 그것은 포에니 전쟁이 끝나고 세대가 이미 교체되고 한참 지난 로마도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피차간에 지식만 있을 뿐 경험은 전무한 초보자들의 해전이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해전으로 선택된 지역은 사르디니아 동쪽의 해안이었다.

로마는 퀸쿠에렘 50척과 트라이리움 20척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디오클레이우스 쪽은 퀸쿠에렘은 10척 밖에 없었지만 그 대신에 트라이움과 같은 쾌작은 쾌속선인 바이렘(2단 도선)이 100여척 가까이 있었다.

바이렘선은 원래 파라디소스에 귀화한 해적들이 자주 이용하던 배였다.

작지만 빠르고 파도를 잘 타기 때문에 거대한 배를 타고 움직이는 로마군단에게서 도망치기에 적격이었다.

숫적으로는 비등했지만 질적으로는 역시 로마군이 조금 앞서고 있었다.

전투가 벌어지고 나자 바로 양군은 거리를 두고 화살을 쏘면서 견제에 들어갔다.

“눈먼 화살에 맞지 마라!!!”

“충돌에 주의해라!!!”

양군의 지휘관들은 피차간에 익숙하지 않은 대규모 해전에 행여나 먼저 빈틈을 보일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예전 그리스 시대에만 해도 해전에서 중요한 것은 배의 기동력을 잘 활용해서 충각으로 적선에 충격을 주고 화살로 견제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현 시대의 해전은 코르부스, 혹은 까마귀라고 불리는 무기를 잘 쓰는 것이 중요했다.

이 무기가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260년 밀라초 해전에서였다.

이 해전으로 카르타고는 지중해의 패권을 로마에게 양보해야 했는데 카르타고 군은 원래 이 코르부스라는 장비를 보고 저게 뭐하는 광대 짓이냐고 비웃었었다.

기다란 판자에 끝에는 날카로운 송곳을 박아 놓은 무기를 보고 로마인들이 우스꽝스런 충각을 만들었다고 비웃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 무기의 진짜 역할이 뭔지 알고 나서는 그러지 못했다.

코르부스의 역할은 배와 배의 사이를 고정 시켜서 백병전으로 몰아가는 잔교의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당시 한 배에 백병전 역할을 수행할 전사는 고작 30여명 정도였다.

중요한 것은 궁수와 노를 젖는 격수.

해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이 두가지라고 정해져 있었다.

당연했다. 원래 백병전 병력이라는 것은 백병전이 일어나지 않으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잉여 병력이니까 말이다.

많이 배치하면 병력 낭비였다.

그런데 당시 로마는 작은 배에도 백병전 역할을 수행할 병력을 수백명씩 배치했다.

그렇게 해서 카르타고의 배에 코르부스를 박아서 전투를 철저하게 백병전으로 몰고 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름을 알린 이 병기는 당시 해군의 표준 병력으로 자리 잡기까지 이른다.

나중에 중세에 갈고리로 잡아 당기는 전법이 나오기 전에는 해상에서의 백병전은 이 코르부스가 표준적인 방법이었다.

그리고 양군은 이 코르부스를 충분히 활용해서 싸우기 위해서 서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제길···. 이거 생각보다 어려워···.”

디오클레이우스는 육지전에서처럼 잣니이 나서서 돌격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의 할버드 병은 파라디소스의 보병 중에서도 최강의 병과이다.

그러나 그 최강의 병과가 진가를 발휘하려면 배가 붙어야 하는데 적들이 자꾸 요리조리 피하기만 하니 영 불편했다.

쾌속선은 파라디소스의 해군이 더 많았다.

그리고 전직 해적들의 조종 능력도 뛰어 났다.

하지만 해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전장을 넓게 파악하고 있는 지휘관이 적과 아군의 흐름.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바다의 흐름도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이 모든 것이 지휘관이 꾸준한 경력을 쌓지 않으면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것들이었다.

디오클레이우스는 평소에 이 근처의 해역을 꾸준하게 순찰 돌았으니 바닷길은 대강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해전은 처음이었다.

적의 움직임과 아군의 움직임을 입체적으로 읽어내고 거기에 지시를 내리는 고단수의 지휘력이 디오클레이우스에게는 없었다.

덕분에 디오클레이우스는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다.

그러던 차에 로마군이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공격하라!!!”

“우오오오!!!!!”

파라디소스의 10척의 퀸쿠에렘 중에 한 선이 지휘를 따라오지 못하고 그만 뒤처지고 말았다.

로마군은 마치 무리에서 떨어진 새끼 코끼리를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그 함선에 득달같이 달려 든 것이다.

“크윽···. 배를 돌려!!! 아군을 구한다.”

“예!!!”

디오클레이우스는 여러척에게 합공을 당하고 있는 아군을 구하기 위해서 배를 돌렸다.

하지만 배 라는게 보병이나 기병처럼 그렇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면 누가 해전을 어렵다고 하겠는가?

배를 간신히 반전 시켜서 아군에게 협공당하고 있는 적을 구하려고 하는 순간 옆에서 로마의 대선단이 디오클레이우스의 함대를 덥쳤다.

쿠우웅!!

충각이 배에 정면으로 충돌하고 코르부스가 몇 개나 배에 걸쳐졌다.

“돌격하라!!!”

“대 로마의 힘을 보여줘라!!!”

로마군은 간신히 붙잡은 디오클레이우스의 배를 격파하기 위해서 수많은 로마군단이 밀려왔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 살린 정석적인 해전의 교본대로였다.

하지만···. 차라리 원거리에서 치고 빠지는 공격을 계속 하는게 나았을 것이다.

코르부스가 걸쳐지고 백병전이 벌어진다는 말은···.

이 굶주린 호랑이 같은 남자의 앞에 양 때를 풀어 놓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좋다!! 내 목이 탐나면 어디 가져가 봐라!!!”

디오클레이우스는 그렇게 외치면서 그대로 한 손에 할버드를 쥐고 달려 나갔다.

“적의 사령관이 여기에··· 커억!!!”

디오클레이우스를 보고 전공을 세우기 위해서 달려들던 병사는 그대로 자기 허리가 반토막이 나면서 절명했다.

디오클레이우스는 피 뭇은 할버드를 붕붕 휘둘러서 로마군들을 도륙하면서 부하들에게 외쳤다.

“이 자식들아!!! 로마의 개들이 우리 디오클레이우스 군단이랑 백병전을 해 보자고 한다. 빼지 말고 다 토막을 쳐 줘라!!!”

“우오오오!!!!”

디오클레이우스 호령에 그의 할버드 병들이 크게 고조되어서 싸우기 시작했다.

배에 올라탄 적군을 그대로 밀어내고는 오히려 코르부스를 타고 적의 배에 올라타 버리는 것이다.

코르부스의 약점중에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배와 배를 연결하는 잔교는 한 번 설치하면 좀처럼 빼기가 힘들다.

애당초 카르타고를 상대로 이 전법이 빛을 발했던 것은 로마의 중장보병이 설사 밀집 지형을 이루지 않는다고 해도 육군 중에서는 최강 클래스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오클레이우스의 할버드 병은 로마의 중장 보병에 비해서 밀리는 전력이 아니다.

밀리는 것은 고사하고 로마의 중장 보병과 정면으로 부딪힐 때 마다 항상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는 했다.

딱 한 번 밀렸던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상대가 폼페이우스라는 괴물이 선두에서 싸웠기 때문이었다.

“죽어라. 이 로마의 잡종들아!!!”

“어디를 감히 기어 들어와!!!!”

디오클레이우의 부하들은 물 만난 물고기 마냥 할버드를 종횡무진 휘두르면서 로마군단을 도륙해 나갔다.

찍고, 찌르고 걸어 당기고···.

할버드 한 자루를 만들려면 글라디우스가 3~5자루 만들 정도의 철이 들어간다.

하지만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었다.

할버드병 열명이 한조가 못해도 100명 정도의 보병을 밀어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해적들하고 연습한 티가 이럴 때 나는군.’

디오클레이우스는 부하들이 싸우는 것을 보고 안심할 수 있었다.

대규모 해전에 대해서 연습한 적은 없지만 종종 해적들과의 전투에서 백병전을 연습한 적은 있었다.

원래 파라디소스의 할버드 병과의 활용법은 로마의 중장보병처럼 일렬로 쭉 늘어져서 강력한 찍기를 동원해서 절삭기에 집어넣은 종잇장처럼 적을 갈아가는 것이었다.

로마가 자랑하는 중장 보병도 거기에 걸리면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배 위에서 그런 밀집 지형을 유지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다.

============================ 작품 후기 ============================

이 시대의 해전에 관해서 남은 자료가 썩 많지 않았습니다. 사실 바이킹 시대 이전에 나온 배는 순전히 노가다 위주로 크게 만들고 격노꾼만 많이 배치하면 좋은 배였다는 식의 기록이 많습니다.

이러고도 어떻게 대항해시대까지 발전했는지.....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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