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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188화 (188/220)

188화

잠시 과거의 회상이 끝난 이후 디오클레이우스는 눈앞의 상대를 봤다.

‘후우···. 당시 진에게 내가 저렇게 보였던 건가?’

온몸에 힘이 들어가서 전신의 근육이 마치 당겨놓은 활시위 같았다.

지금 들어간다. 라고 표가 팍팍 나고 있었다.

그리고 디오클레이우스는 어쩐지 이제야 저것이 틀렸다는 것을 알 것 같았다.

저게 아니다. 저렇게 하는게 아니다. 몸은 편안하게···.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부드러운 깃털처럼 편안하게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식이었지····.“

디오클레이우스의 전신에서 힘이 쭉 빠졌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자연체를 만들고 안토니우스의 공격에 심신을 편안하게 안정 시켰다.

‘···뭐지? 저건···? 포기한 건가?’

안토니우스는 눈 앞에 보이는 디오클레이우스에게 위압감이 사라지자 순간 김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디오클레이우스와 스파르타쿠스에게 복수하는 것을 목적으로 얼마나 오랜 세월동안 전쟁터를 해쳐오고 적들과 싸워 왔던가?

하지만 그렇게 노력하고 노력해서 도달한 숙적이 갑자기 포기를 한다?

‘·····어리석은 놈·····.’

빠드득···.

안토니우스는 평온한 디오클레이우스의 면상에 침을 뱉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고작 이런 인간을 위해서 이제까지 노력해온 자신의 과거가 통째로 퇴색되는 느낌이었다.

‘죽여주마.’

디오클레이우스에 대한 실망감마저도 분노로 바꾼 안토니우스는 그대로 단번에 디오클레이우스의 목을 치기 위해서 전신에 힘을 모았다.

그리고····.

“하앗!!!”

콰직!!

이제까지 그 어떤 대시보다 더 빠르게···. 마치 수면을 스치고 지나가는 제비처럼 안토니우스가 질주했다.

한 손으로 디오클레이우스의 목을 노리고 휘두르면 상대는 검으로 막으려 하거나 뒤로 물러날 것이다.

그때 발생한 틈을 노리고 안토니우스는 디오클레이우스의 심장에 차가운 검날을 박을 생각이었다.

쇄애액!!!

바람을 가르면서 은빛 섬광이 디오클레이우스의 목을 노리고 날아갔다.

디오클레이우스는 공격이 자신에게 닿기 전에 아주 자연스럽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런 디오클레이우스의 물러난 빈틈을 노리고 안토니우스의 오른팔의 비수가 한자루의 창짤의 찌르기처럼 작렬했다.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그 섬광이 디오클레이우스의 몸통을 그대로 관통 할 것 같았다.

퍼억!!

“···아깝군. 아주 작은 한 순간의 차이였는데 말이야.”

“커억·······.”

아깝다고 말하는 것은 디오클레이우스, 그리고 입에서 피를 토하면서 바닥에 쓰러지고 있는 것은 안토니우스였다.

안토니우스의 두 번째 찌르기가 디오클레이우스의 심장에 닿기 전에 디오클레이우스는 거짓말처럼 자연 스럽게 한걸음 앞으로 가서 찌르기의 궤도를 옆으로 흘려 버렸다.

그리고 조준이 벗어난 상태에서 안토니우스의 왼쪽 팔을 잡고 그대로 무릎을 올려서 안토니우스의 명치를 올려 버렸다.

안토니우스는 내장이 다 터져 버릴 것 같은 고통 속에서 입에서 절로 핏물이 나왔다.

디오클레이우스는 그 상태로 봐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는 듯이 잡고 있는 팔을 축으로 무릎을 차서 안토니우스를 쓰러 트렸다.

그리고 한쪽 팔로 안토니우스의 팔꿈치 관절을 제대로 견인한 후에 단번에 체중을 실었다.

뿌드득···.

“크아악!!!”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안토니우스의 팔꿈치 관절이 역방향으로 틀어져 버렸다.

안토니우스는 다른 한 손에 들려있는 검으로 디오클레이우스에게 반격을 가하려고 했지만 어림 없었다.

“포기해라.”

퍼억!!!

반격하려던 안토니우스의 시야에 푸른 하늘만이 보였다.

디오클레이우스의 발길질에 그대로 안면이 하늘로 올라간 것이다.

그리고 의식을 완전히 잃어버린 안토니우스를 보면서 디오클레이우스는 한숨을 쉬면서 생각했다.

‘이게 진이 말하던 힘을 뺀다라는 건가? ····그 치사한 자식 나하고 대련할 때 이렇게 좋은걸 자기만 했다 이거지?’

가르치기는 옛날에 가르쳤는데 이제와서야 이해한 자신의 늦음은 전혀 반성하지 않는 디오클레이우스였다.

하지만··. 사실 몸에서 힘을 뺀다라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현대의 야구선수들이 타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몸에서 힘을 빼고 자연스런 자세로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정말 쉽지 않다.

무거운 방망이를 빠르게 휘둘러서 150km로 오는 공을 날려버려야 하는 동작을 하면서 힘을 빼야 한다는 이 모순을 생각해 보라.

힘을 뺀다. 라는 것은 필요한 곳에 딱 필요한 만큼의 힘만을 주고 부드러운 자세로 스피드를 극대화 시킨다는 것에 가깝다.

야구뿐만 아니라 격투가, 축구선수 등등··.

수많은 스포츠맨들이 이런 수준의 신체 컨트롤 능력을 지니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그게 참 쉽지가 않다.

좀 잔인하게 단언하면 안 되는 놈은 평생 안 된다는 얘기도 있다.

디오클레이우스는 오랜 세월 전에 우진에게서 힘을 뺀다는 것에 관해서 배웠지만 하다하다 안 돼서 포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토니우스라는 아슬아슬한 강적을 상대로 고전을 하면서 더욱더 강해져야 할 필요성이 생긴 이 순간···.

오래전에 배웠던 무리를 이제야 몸으로 이해한 것이다.

사실 이것도 디오클레이우스가 전사로서의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를 잡았다!!! 로마의 선단은 당장 항복하라!!!”

디오클레이우스의 고함이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이렇게 과시 할 때에는 죽인 다음 목만 드는 것 보다는 이렇게 살려서 협박하는게 더 이득이었다.

이런식으로 하면 적들의 병사 뿐만이 아니라 지휘관들에게도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휘관이 아예 죽었다면 차라리 무시하고라도 싸우거나 후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살아서 인질로 잡히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하기 애매한 것이었다.

파라디소스의 사기가 하늘까지 올랐고 로마군이 혼란이 빠진 그 순간···.

“쏴라!!!!”

디오클레이우스를 향해서 한 무리의 화살비가 쏱아졌다. 어느새 뒤에서 준비하고 있던 옥타비아누스가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 놈들이···?”

디오클레이우스는 안토니우스를 인질로 잡고 있는데도 쏱아지는 화살에 살짝 당황했다.

안심하고 있던 차에 쏱아진 공격이었기에 그만 다리와 팔에 몇 발의 화살이 적중하고 말았다.

그리고 안토니우스 역시 몇 발의 화살이 몸에 꽂혔고 말이다.

“배를 때라!!! 아군은 당장 돌아와라!!!”

옥타비아누스는 그대로 배와 배를 연결하고 있는 잔교를 끊어 버리기 시작했다.

기름을 붓고 불을 질러서 적과의 연결 고리를 끊어버리려고 하는 옥타비아누스의 행동에 파라디소스의 병사 뿐만이 아니라 로마의 병사들 까지 기겁을 했다.

“기다려!!!”

“제길···.”

로마군의 병사들을 날듯이 달려서 자기 배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래도 돌아가지 못한 자들이 종종 있었지만 옥타비아누스는 상관하지 않고 배에 불을 질렀다.

화르륵!!!

“앗 뜨거!!! 아아!!!!”

건너던 와중에 기름에 불이 붙어서 활활 타오르는 몸을 바다에 던지는 로마군의 병사를 끝으로 양군의 배는 완전히 떨어져 버렸다.

“이대로 후퇴한다!! 전열을 가다듬으며 퇴각하라!!!”

옥타비아누스는 남은 전력에게 후퇴 명령을 내렸다.

사령관인 안토니우스가 인질로 잡혀 있는 상황이지만 신경 쓰지 않고 후퇴를 감행한 것이다.

다행이도 늦지 않게 배로 건너 올수 있었던 아그리파가 따지듯이 옥타비아누스에게 말했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 아군이 아직 남아 있다. 그리고 사령관님도 인질로 잡혀 있단 말이다!!!”

아그리파의 따짐에 옥타비아누스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그러니 배를 물리고 이 전투에서 일단 물러나는 것이다.”

“뭐라고!!?”

눈에서 광선이라도 발사 할 것 같은 아그리파를 보고 옥타비아누스가 말했다.

“만약 그대로 전투가 계속 되었다면 우리 군의 필패였다. 그것은 알고 있겠지?”

“············.”

아그리파는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이 침묵은 긍정의 침묵이었다. 그 역시 모를 리가 없었다.

안토니우스와 디오클레이우스의 일대일 대결에서의 승자가 정해진 순간 전쟁터의 기운도 크게 한 족으로 기울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냥 사령관의 패배로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졌다거나 하는 정도의 일이 아니었다.

사령관이 인질로 잡혔다.

그렇게 되면 전투의 승패를 뒤집는 것은 크게 어려웠다.

옥타비아누스는 전쟁에 관한 견식과 재능이 아그리파나 안토니우스에 버금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정치가 특유의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한 면모가 이 때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나중에 무슨 문책을 받건 그건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군을 후퇴시키는 것에만 주력했다.

그러던 와중에 디오클레이우스를 향해서 안토니우스의 안전을 신경쓰지 않고 화살까지 쏘면서 말이다.

“····어차피 지는 전투라면 거기서 더 시간을 끌어서 전력의 로스를 가져 올수는 없다. 다음을 기약해야지.”

“··········다음은··· 어떻게 할 거냐?”

“그건 네가 결정해야지.”

“뭐라고?”

논리정연하게 잘 말하다가 막판에 와서 자신에게 떠 넘기는 옥타비아누스의 주장을 들으면서 아그리파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안토니우스 님이 잡혀간 이상 이제 지휘권은 너, 그리고 나, 그리고 정말 끔찍하지만 브루투스가 각각 가지고 있다.”

“그런데···?”

“브루투스 그 머저리는 일단 논외로 두고··. 너하고 나 둘 중에 누군가가 군권을 쥐어야 한다면 그것은 너다.”

“부루투스는 왜 논외로 두는 거지?”

“····몰라서 묻나? 아니면 장난 치는 거냐? 지금 장난칠 시간은 없다.”

“알았다.”

아그리파도 형식상 말이나 해 봤을 뿐이었다.

나중에 책 잡힐 상황은 피하기 위해서 말이다.

옥타비우스의 말에 아그리파는 이해 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는 다시 물었다.

“어째서 나란 말이냐? 난 해전을 주장했고, 해전에서 패했다. 한 번 틀린 내가·····.”

“넌 틀리지 않았다.”

“·············?”

“이해가 안 가나? 한 번 더 말해주지. 넌 틀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사령관이 잡혀서 패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전황은 우리에게 더 유리했다. 적의 배도 우리가 더 많이 가라앉혔고, 기함간의 전투 이외의 전황은 전체적으로 우리가 유리했다.”

“그건·····.”

옥타비아누스의 주장대로 이번 전투에서 승리한 것은 파라디소스였지만 그것은 개인인 디오클레이우스의 활약에 힘입은 것이었다.

함대간의 전투를 계산하면 이긴 것은 로마였다.

로마군단 보다 파라디소스의 해군의 피해가 2배는 더 많았다.

만약 안토니우스가 대장전을 하지 않고 순수하게 전쟁만을 수행했다면 승자는 로마였을 것이다.

다만 디오클레이우스에게 강한 집착을 가지고 있는 안토니우스였기에 결국은 무리를 했고, 그 결과가 이렇게 패배라는 형태로 나타난 것 뿐.

해전을 선택한 아그리파의 선택은 절대로 틀린게 아니었다.

옥티비아누스는 아그리파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아그리파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널 믿어라. 나도 널 믿겠다.”

“······가능한 최선을 다하지.”

“음····.”

아그리파는 옥타비아누스의 말에서 진심을 느꼈고 결국 자신감을 되찾고 전쟁터의 지휘권을 쥐었다.

사실 이것이 원래의 역사에서 아우구스투스로 불리면서 로마의 전성기로 이끈 아우구스투수가 시저보다 더 뛰어난 점일지도 모른다.

시저, 옥타비아누스.

한 세대의 차이를 두고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이 둘은 로마의 역사 속에서도 가장 위대한 인물로 꼽힌다.

하지만 항상 시저 보다는 옥타비아누스가 더 위대한 인물로 취급 받는다.

그렇게 된 이유는 시저의 말년이 암살로 허무하게 저물었던 것이 원인이겠지만··.

애당초 자신이 만능의 재능을 가지고 모든 것을 직접해야 직성이 풀렸던 시저와,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순순히 자각하고 요소요소에 적절한 인재를 배치하고 활용했던 옥타비아누스의 차이점이었을 지도 모른다.

아무리 우수한 인간이라고 해도 결국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라는 것이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첫 전투에서 승자는 파라디소스였다.

그것도 안토니우스라는 대어를 포로로 잡는 것 까지 성공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전쟁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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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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