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마의 혁명-192화 (192/220)

192화

<책략에는 책략.>

우진은 또 다른 방향으로 포위망을 뚫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이제 본진을 공격하는 것 보다 아군의 보전을 위주로 해서 도망쳐야 했다.

그러니 포위망을 뚫는 방향도 아군의 성벽이 원호를 해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잡았다.

약간 험난한 길이기는 했지만 우진과 크릭서스가 전방에서 동시에 날뛰기 시작하자 결국은 길이 생겼다.

“이대로 성벽 아래까지 후퇴하라!!!”

우진은 부대를 성벽 쪽으로 움직였고, 멀리서 그것을 지켜보던 폼페이우스는 쓰게 웃었다.

“서전이라면 이정도로 괜찮은 성과기는 하지···. 하지만 네 예상대로 완전히 돌아가지는 않았구나. 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는 바로 자기 옆에서 전령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던 큰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큰 아들은 절도 있게 허리를 숙이면서 폼페이우스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설마 저 영웅왕이 중간에 포기를 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음,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거듭된 함정과 포위망에도 포기하지 않고 싸운 적의 근성을 높이 평가할 일이다. 네가 무능한게 아니야.”

“감사합니다.”

그나이우스는 아버지의 위로에 감사를 표했다.

사실 그나이우스 본인은 아버지에 대한 자격지심이 강했다.

폼페이우스의 아들이라는 자리는 모든 로마인들이 동경하고 부러워 하는 자리였지만··.

그만큼 그냥 앉아 있을 수 있는 편한 자리는 아니었다.

수많은 이들이 로마의 군신인 폼페이우스의 아들이 얼마나 강할까? 라는 질문을 하고는 했다.

그리고 그나이우스는 그 답에 만족 스러운 대답을 할 정도로 뛰어난 무위를 갖추지는 못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서 전쟁터에 나갔고, 수도 없는 실전과 훈련으로 다져졌다.

보통의 병사들보다 강한 것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장군들의 몫만큼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폼페이우스의 아들이라는 이름을 데기에 충분한 정도의 무력은 아니었다.

차라리 무력은 그의 동생인 섹스투스가 더 뛰어났다.

어린 시절에는 그것이 큰 콤플렉스였다.

하지만 전쟁터에서 그나이우스의 재능은 전혀 다른 분야에서 깨어났다.

아버지인 폼페이우스 보다는 아버지의 라이벌인 시저에 가까운 재능.

바로 전략전술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서 수많은 전쟁터를 경험한 그나이우스에게 있어서 전쟁터는 주변의 일상이었다.

어느새 자연스럽게 전쟁터에서의 흐름을 읽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 흐름에서 아군의 유리함을 찾아내는 재능을 발견했을 때··.

이미 로마에서 그와 전략으로 겨룰 수 있는 존재는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실력을 지니게 되었다.

폼페이우스도 자신의 아들이 자기와 같은 재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더라도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아니 자신이 가지지 못한 다른 재능이니 오히려 더 낫다고 느꼈다.

어차피 폼페이우스도 알고 있었다.

자신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의 무력은 특별한 것이었다. 뭔가 신이 실수로 만든 특별히 더 강한 인간.

그게 자신이었다.

이런건 자기 자식이라고 해도 노력으로 따라 잡을 수 있는게 아니었다.

자기 자식이 평소에 무익하게 시간을 보내는 한량이라면 모를까?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으니 더욱더 그랬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믿음에 꽃을 피운 그나이우스의 재능은 우진의 허를 찔러서 곤란하게 할 정도였다.

“더 이상의 추적은 무의미 합니다. 일단 첫 날의 전투는 여기서 그만 두는게 좋겠습니다.”

“성벽을 공격하지 않고 말이냐”

“예. 현재로서는 성벽에 특별한 빈틈이 보이지를 않습니다. 시간을 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았다. 그럼 그렇게 하지.”

폼페이우스는 아들의 말 대로 군을 물렸고 첫 날의 전투는 폼페이우스 군의 선방으로 끝났다.

콘센티아의 성벽 안으로 돌아온 우진은 부하들에게 즉각 정비를 명했다.

“피해 상황은?”

“중장기병 부대에서 200의 사망자와 100의 부상자가 나왔습니다.”

“망할··. 방심했어.”

우진은 이를 갈면서 후회했다. 폼페이우스와의 만남에서 그 남자라면 틀림없이 힘 대 힘의 대결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약간 대범하다고 생각했지만 성벽의 유리함을 버리고 먼저 공격에 나선 것이었다.

하지만 그 선택은 결국 틀렸다.

폼페이우스 본인이 했는지? 아니면 그의 곁에 우수한 전략가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진이 힘으로 나선 순간 적은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한 책략으로 맞섰다.

이래서는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힘들다.

원래 전쟁터에서 책략이라는 것 자체가 힘에 대항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술책이다.

가위 바위 보와 같은 느낌으로 힘으로 무작정 밀어 붙이기만 해서는 안 되었던 것이다.

그나마 이정도의 피해로 끝난 것도 우진이 필요한 순간에 재빨리 후퇴했기 때문이다.

‘적에게 책략가가 있다면···. 우리도 방법을 바꿔야 겠지.’

우진은 다음 전투에 대비해서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그날 새벽.

해가 뜨려면 대략 2시간 정도는 더 있어야 할 시간이었지만 콘센티아의 성문에서 한 무리의 군사들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크릭서스와 우진이었다.

“바로 치고 빠진다. 절대 무리하지 말도록.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우진은 크릭서스에게 지시를 내린 다음 한 무리의 기마대와 함께 재빨리 움직였다.

기마가 달려가는 소리를 듣고 보초를 서고 있던 사람들이 재빨리 경고 나팔을 불었다.

뿌우우우!!!!

“적이다!! 적이 왔다!!!”

야밤에 갑자기 덮쳐온 습격에 적들은 호들갑 스럽게 반응했다.

“전원 대형을 무장을 챙기고 대열로 합류하라!!”

“방책으로 모여라!!!”

폼페이우스 군단의 군기는 로마 최고였다.

야밤에 늦은 시간.

그것도 새벽녘이면 가장 방심하고 있을 시간이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은 기민하기 짝이 없었다.

우진의 기마대가 본진에 도착하기전에 완벽하게 진형을 갖춘 폼페이우스 군단은 정말 우수했다.

하지만 우진은 상관하지 않았다.

그대로 적의 방책까지 가서는····.

“던져라!!!”

휙!! 휙휙!!!

기마대원들이 모두 뭔가를 꺼내서 불을 붙이더니 던지기 시작했다.

챙그랑!! 챙강!!

그들이 던지는 것은 이전에 파라디소스에서 개발한 소영 기름병이었다.

현대의 화염병 같은 개념으로 만들어진 이 무기는 간이 화공의 대책으로는 아주 쓸만했다.

목책에 경비를 서던 병사들이 그대로 방패에 불이 붙어서 불타기 시작했다.

“크아악!!!”

“아악!! 불꺼 불!!!”

아무리 군기가 엄중한 군이라고 해도 불에 타 죽어가는 고통에 멀쩡할 리가 없었다.

몇몇 병사들이 타는 듯한 고통에 신음하면서 쓰러졌고 우진과 크릭서스의 기마대는 거기에 바로 들이닥쳤다.

“최대한 날뛰어라!!!”

우진은 부하들에게 명령을 하고는 자기 자신도 지옥의 악귀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폼페이우스 군단은 뚫린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 달려들었지만 그렇게 손쉽게 당할 우진의 정예군단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서전에서 당한 굴욕을 갚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거칠게 날뛰었다.

“전하!! 후방의 퇴로에 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벌써인가? 좋다. 후퇴하라!!!”

“후퇴!!! 후퇴한다!!!”

우진은 적들이 다시 포위망을 형성하려고 하듯이 퇴로를 막는 다는 소식이 들리자 마자 바로 전군에 후퇴를 명령했다.

애당초 이번 기습에는 언제든지 물러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었다.

후방에 정찰을 겸해서 퇴로를 확보하기 위한 별동대를 따로 조직해서 남겨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덕에 적들이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이전에 한 바탕 난리를 치고 무사히 퇴각 할 수 있었다.

한바탕 날뛰고 나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가 버리는 우진의 군대가 입힌 피해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목책을 비롯해서 경비를 서던 자들과 약간의 진지에 피해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전체 군세에 비하면 큰 피해는 아니었다.

“뭐가 목적이었던 거지? 이래서는 안 하는 것이 더 나았을 기습이 아닌가?”

그나이우스는 우진의 기행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정도의 피해를 입히기 위해서 일국의 왕이 직접 야습을 왔다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서전의 패배로 떨어진 사기를 올리기 위해서 무용이라도 떨치려고 한 걸까?’

그나만 가장 확실한 가능성 중에 하나는 이것이었다. 원래 지중해에서 영웅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도박적인 모험을 즐기는 왕이 우진이었다.

“만약 그렇다면··. 어리석군.”

그나이우스는 우진의 행동을 어리석다고 비웃었다.

지휘관인 이상 아군의 사기에 신경 쓰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진의 행동은 자신의 자존심을 우선시 해서 만용을 부린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이런 도박성이 짖은 수는 원래 함부로 하는게 아니다.

“적들이 도박으로 온다면···. 우리는 정공법으로 나가기만 하면 될 뿐.”

그나이우스가 그렇게 중얼 거리는 것을 보고 옆에서 레피두스가 말했다.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 아니오?”

“·····뭐가 내가 빠드린 점이라도 있다는 건가?”

그나이우스는 평소에 별 말도 없던 레피두스가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걸자 이상하다는 듯이 반문했다.

그러자 레피두스가 그나이우스에게 말했다.

“상대는 영웅왕이요. 그가 그렇게 손 쉬운 인물이라면 크라수스가 죽지도 않았고, 로마가 이렇게 기울지도 않았을 것이오.”

레피두스의 말은 일견 타당했다.

하지만 그나이우스는 거기에 반박했다.

“상대의 위명에 눌려서 개관적으로 적을 판단하지 못하는 것은 위험하다. 어쩌면 나라를 건국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그도 이제는 총기가 흐려진 것인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레피두스는 아직 그나이우스의 의견에 그다지 납득이 가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납득이 가든 말든 현재 폼페이우스 군단의 작전권은 그나이우스가 쥐고 있었다.

아들의 재능을 믿은 폼페이우스가 아들의 가능성을 믿고 밀어준 것이었다.

원래 이런 낙하산 인사에는 잡음이 나올 법도 하지만 폼페이우스 군단에서는 아니었다.

폼페이우스가 자신의 혈육이라고 맹목적으로 믿음을 줄 인물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또한 그나이우스 본인도 폼페이우스 군단에서 제법 고참이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이견을 달지는 않고 있었다.

오히려 여기서 레피두스가 거기에 크레임을 걸면 그 자신이 폼페이우스 군단에서 붕 떠버린 존재가 되어 버릴 것이다.

그걸 알기에 레피두스도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그날 우진의 야습이 있고 나서부터는 본격적으로 공성전이 시작되었다.

우진은 어제처럼 성문의 앞으로 나가서 싸우는 짓은 하지 않았다.

대신에 놀라운 수를 썼다.

성문을 활짝 열어 버린 것이다.

폼페이우스는 활짝 열려버린 콘센티아의 성문을 보고 말했다.

“····저게 뭐하자는 거지?”

폼페이우스의 말에 그나이우스가 대답했다.

“유인책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걸려들 가치가 있는 유인 같습니다.”

“내 힘이 필요할 것 같은데 어쩌겠느냐?”

성문이 열려 있다면 그 안으로 진입하는 부대에게는 힘이 필요했다.

폼페이우스가 최적이기는 했다. 하지만···.

“어쩌면 적의 함정일 수도 있습니다. 아버··. 사령관님이 나서기 전에 일단 찔러보는 식의 정찰을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네 뜻대로 해 봐라.”

“예. 감사합니다.”

============================ 작품 후기 ============================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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