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화
우진과 폼페이우스가 다시 한 번 격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제는 폼페이우스가 우진의 속도에 따라오고 있었다.
카앙!! 카캉!! 캉!!!
두 사람의 몸은 보이지만 팔과 검, 그리고 현란한 발 놀림은 제대로 확인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만큼 둘의 격돌이 빠르고 현란했던 것이다.
그저 검이 부딪히는 소리와 둘의 사이에서 튀기는 화려한 불꽃의 향연들만이 둘이 싸우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포페이우스는 한 손에 검, 한 손에는 방패라는 표준적인 스타일로 싸워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치 디오클레이우스가 하는 것처럼 양손에 검을 들고 싸우고 있었다.
하나는 폼페이우스 자신의 검.
또 하나는 아들이 죽어가면서 남긴 그나이우스의 검이었다.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 한계를 돌파하고 있는 남자와···.
자신이 잃어버린 것에 대한 분노로 한계를 돌파하고 있는 남자.
이유는 달랐지만 이미 둘의 인간의 한계를 아득하게 넘어서 어떠한 경지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 둘 중에 누가 살아남던 간에··.
향후 이 둘에게 오늘과 같은 무위를 또 발휘해 보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아마도 못 할 것이다.
지금 이 자리.
지금 눈앞에 있는 최강의 적수.
지금 이 순간 타오르고 있는 정염의 불꽃.
이 모든 것들 중에서 단 하나만 없어도 지금 같은 무위는 불가능 할 것이다.
작렬하는 여름의 태양 같은 전성기의 두 남자는 최선을 다해서 서로 부딪혀 갔다.
이미 전쟁도 안중에 없이 몰두한 두 남자의 결투는 500합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미 성벽 안에는 스파르타쿠스가 준비한 완벽한 방어진형이 준비 되었다.
상황은 50대50.
이제 중요한 것은 양군의 대표끼리의 결투에서 누가 이기냐에 따라서 전쟁의 양상은 바로 크게 변할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런 초조한 상황에 한명의 남자가 치열한 갈등을 하고 있었다.
“····알고 있다···. 이게 얼마나 비겁한 일인지는 모르지 않아······. 알고는 있다.”
땀이 흥건한 손으로 검을 쥐고 갈등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레피두스였다.
전황을 읽는 눈이 뛰어난 그였기에 지금의 일대일 결투가 의미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 결투는 로마의 운명···.
아니 시대의 운명을 한 번에 바꿀 수도 있는 거대한 결투였다.
이 장엄한 일전은 올림푸스의 신들도 눈을 때지 못하고 지켜보고 있으리라···.
하지만···. 그렇지만····.
‘설령 내가 주피터의 심판을 받는 일이 생긴다고 해도···. 이 결투에서 패배는 허락되지 않는다.’
레피두스는 이윽고 결심했다.
병사들의 사이를 헤치고 우진의 등 쪽으로 돌아서 가는 그의 손에는 날카로운 검이 들려 있었고 그의 눈에는 진득한 살기가 돌고 있었다.
‘용서해 주십시오. 딕닥토르···, 나중에 제 목을 바치라고 해도 기꺼히 바치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로마가 여기서 끝을 고할 수는 없습니다.’
레피두스는 그렇게 중얼 거리면서 그대로 우진의 등으로 돌아가서 우진에게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 공격을 날렸다.
이 초인들의 제전에 어중간한 실력으로 끼어 들 수 있을리는 없었다.
그 역시 상당히 우수한 전사였고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우진의 등을 노리고 은밀한 한 수를 뻗었다.
우진은 폼페이우스에게 집중하느라고 그 일격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그를 주시하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이 엿 같은 로마놈이!!!!!”
격분하면서 레피두스의 검날을 중간에 쳐내는 것은 다름 아닌 크릭서스였다.
아직 첫날의 부상이 다 낳지 않은 크릭서스였지만 그래도 레피두스보다는 강했다.
레피두스의 일격을 그대로 쳐내고 그의 심장에 두꺼운 칼날을 박아 버렸다.
“커억!!!”
레피두스는 그대로 자기 심장에 칼이 박히는 것을 느끼면서도 우진을 위한 방해를 멈추지 않았다.
그대로 쓰러지면서 자신의 검을 던져서 우진의 다리를 노렸다.
“아차!!”
크릭서스라고 해도 그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바늘 하나 들어갈 틈도 없이 짱짱하게 이뤄지던 대결속에서 레피추스가 우진의 발치에 던진 검의 효과는 컸다.
그덕에 우진의 다리에 상처나 나고 스텝이 흐트러져 버렸다.
“크윽····.”
무아지경 속에서 고속으로 움직이던 우진은 스텝이 꼬이자 그대로 옆으로 크게 휘청 거렸다.
“잡았다!!!”
그런 우진을 보고 폼페이우스는 그대로 검을 휘둘러서 우진의 심장을 갈라 버리려고 했다.
절체 절명의 순간··. 도저희 피할 수가 없었지만···.
푸우욱!!!
“컥··· 커억····.”
누군가가 대신 막아줄 수는 있었다.
미처 레피두스를 완전히 막지 못한 크릭서스가 자신의 몸을 던져서 폼페이우스의 검을 막은 것이다.“
“크릭서스!!!”
“이 놈이!!!”
우진은 크릭서스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고 폼페이우스는 갑자기 뛰어든 크릭서스의 개입에 분노해서 다른 한손에 들려있던 자신의 검으로 크릭서스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우진을 공격하려고 했지만···.
“크윽!!!”
머리가 날아갔음에도 불구하고 크릭서스는 자신의 심장을 꿰뚫고 있는 폼페이우스의 검을 꼭 잡고 있었다.
마치 바위에 단단하게 박힌 검처럼 절대 빠지지 않는 그 검에 폼페이우스의 동작에 빈틈이 생겼다.
그리고 크릭서스는 죽어가는 마지막 목소리를 쥐어짜서 말했다.
“전하···. 지금····입니다.”
“으아아아아아아!!!!!”
우진은 자기 인생 최대의 속도로 검을 질주 시켰다.
발끝에서 허리, 어깨, 손목까지의 완벽한 연동 속에서 태도의 끝은 음속을 초월했다.
아무것도 없는 무백색의 공간.
그 공간에 마르스와 아테나가 거울을 통해서 뭔가를 보고 있었다.
“말··· 도 안 돼.”
“안 되는? 직접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시대가··. 바뀐다. 고작 평범한 인간 따위의 손에·····.”
“그래. 그런거지···. 우리 신들은 저 짓을 못해. 하지만····. 인간들은 다르지.”
“···········”
“저 치들은 한계를 모르거든.”
촤아악!!!!!
우진의 검이 섬광이 되어서 지나가고 그 후에 몇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폼페이우스는 몸을 뻣뻣하게 고정시킨 후에 우진에게 한마디 말을 건냈다.
“····영웅···· 왕·····.”
“·············.”
“그대의 승리다.”
푸화아악!!!!
그말을 마지막으로 폼페이우스의 목이 허공으로 솟구쳐 올라갔다.
로마의 군신.
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 마그누스.
콘센티아 전투에서 전사.
“오오오오오오!!!!!!”
“파라디소스 만세!!!!”
“영웅왕 진 전하 만세!!!!!!”
“만세!!!!!!!”
우진의 손에 폼페이우스의 목이 날아간 순간··. 파라디소스와 로마 양군의 진형의 희비는 극과극으로 교차했다.
승리의 함성을 지르며 기뻐하는 파라디소스의 군사들과, 마치 세상의 종말이라도 온 것처럼 크게 절망하는 로마군.
이 두 개의 군단의 희비는 전투의 승패로도 그대로 이어졌다.
“로마군을 몰아내자!!!”
“더 이상 로마의 시대가 아니다!!!!”
“파라디소스 만세!!!!”
사기가 하늘까지 오른 파라디소스의 군대는 무너진 성벽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대로 로마군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반대로 로마의 군신이라는 마지막 지주를 잃은 로마군은 크게 절망하면서 그대로 뿔뿔히 흩어져 갔다.
이제는 싸울 여력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한편 그런 승리를 만들어낸 주인공인 우진은 추적에 참가하지 않았다.
대신에 두 개의 수급을 정중하게 그것도 직접 챙기고 있었다.
“전하·····.”
“스파르타쿠스·····. 미안하군. 내가 무력했어.”
“···아닙니다.”
클릭서스와 함께 알고 지낸 시간이 더 길었던 것은 스파르타쿠스였다.
우진은 스파르타쿠스에게 크릭서스의 수급을 건내면서 말했다.
“크릭서스의 작위를 공작으로 올리고, 그의 가족은 국가에서 평생 돌봐 주겠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그런 것 뿐인네.”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자신의 뜻대로 살다 갔으니···. 이 친구는 그걸 바랄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군.”
우진은 스파르타쿠스에게 크릭서스의 수급을 건내주고는 조용히 자리를 비웠다.
그날 밤.
“아무도 들어오지 마라. 내일부터 있을 추격의 준비에 관해서는 스파르타쿠스 그대에게 일임 하겠다.”
“옛!!”
우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만 있는 방에 들어갔다. 아니···. 엄밀히 말해서 자신과 또 하나의 인간은 있었다.
목만 있었지만 말이다.
크릭서스와 함께 챙긴 또 하나의 수급.
바로 자신이 숙적이던 폼페이우스의 목이었다.
“일단···. 한 잔 하지?”
우진은 폼페이우스의 앞에 빈 잔을 놔 두고 거기데 포도주를 채우면서 말했다.
당연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폼페이우스, 시저의 숙적이자, 로마 최고의 군사적 재능을 타고 난 남자라고 알려진 남자.
원래의 역사에서도 우진이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이제까지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을 몇 명이나 만났고, 그리고 개중에는 자신의 손으로 목을 날린 자도 여러 명이었던 우진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 남자는 역시 특별하게 느껴졌다.
“후우······. 무슨 말을 해도 소용 없고, 무슨 말을 해도 필요 없는 술 상대라····. 만약 내가 죽었다면 지금 당신이 나와 같이 해 줬을까? 아니면 아들의 원수라는 생각에 내 목을 높이 매달아서 병사들에게 침이라도 뱉게 했을까?”
우진의 말은 의미 없는 말이었다.
어찌 되었든 승자는 이미 결정 되었다. 지나온 시간을 두고 만약이라는 말을 하는 것은 얼마나 무의미한 일일까?
우진은 폼페이우스의 술 잔에 잔을 슬쩍 부딪히면서 말했다.
“난 로마를 무너트릴 거요. 그리고···. 새로운 시대를 열겠지. 역사는 많이 바뀔거고··, 내가 어떻게 역사에 남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의 이름이 어떻게 남을지는 내가 정하겠소.”
우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술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다음날.
“전하···. 이렇게 하면 되겠습니까?”
“음···. 크릭서스의 유해는 본국의 가족들에게 잘 보냈겠지?”
“예. 정중하게 보내도록 했습니다.”
“음···. 그럼 가지. 모든 길이 통하는 곳으로.”
“옛!!!!”
우진은 부하들과 함께 콘센티아에서 떠났다.
그리고 콘센티아의 전망 좋은 언덕에는 하나의 묘비가 세워져 있었다.
비문에는 우진이 직접 새긴 글이 적혀 있었다.
[로마의 군신. 그리고 나의 숙적. 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 마그누스.]
============================ 작품 후기 ============================
우진과 폼페이우스는 제 소설에서의 설정상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초인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실력은 비등하게 하고 결투중에 여러가지 변수를 만들어서 승자가 결정나게 했습니다.
나름대로 비중있는 캐릭터인 크릭서스가 여기서 죽어야 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