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화
모든 상황이 자신에게 이롭게 돌아가기를 원하고 그렇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다.
욕심은 많고 거기에 능력은 부족하니···.
‘무리였구나···. 애당초 안 되는 아이였어···.’
시저는 고개를 저으면서 브루투스에게 말했다.
“차라리···. 잘 되었는지도 모르겟다.”
“예. 그렇습니다. 이제 지가···.”
“얼마간의 재산을 나눠주마. 지금 당장 어디론가 떠나라. 그리고···. 다시는 정계로 돌아오지 말고 어딘가의 지주로 평안한 삶을 살도록 하라.”
“·····딕··닥토르?”
시저의 말에 브루투수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냐는 얼굴을 하고 바라봤다.
그런 브루투스에게 시저가 냉혹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다시 한 번 말하마. 네 어머니를 데리고 로마를 떠나라. 그리고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라. 넌··· 애당초 이런 바닥에는 어울리지 않는 인간이었다.”
시저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대로 브루투스를 지나서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에 남은 브루투스는···.
“훗···. 후후···. 그래··. 그렇단 말이지····.”
브루투스 본인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자신에겐 재능도, 능력도 없었다는 것을 말이다.
힘이 있는 자는···.
위에 서는 것이 어울리는 자는 그 행동 자체에서 티가 나기 마련이다.
시저나 옥타비아누스처럼 말이다.
브루투스에게는 사람을 끌어 들이는 카리스마도, 전쟁터에서 앞장설 무용도, 논리적으로 일을 처리할 지혜도 없었다.
그는···. 그냥 운 좋게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평범한 인간이었을 뿐이다.
미운 오리새끼는 백조의 새끼였기에 커서 백조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백조 무리에 있는 오리 새끼는 어찌 해야 하는가?
다 자라도 홀로 백조가 되지 못하는 이 불쌍한 오리 새끼는 어찌 해야 하는가?
브루투스는 결국 그릇된 선택을 하고 만다.
“시이이이저어어어어!!!!”
푸욱!!!!
“커억····. 브··· 루투스····? 네가····· 네가····?”
시저는 무방비하게 있다가 브루투스의 칼날에 등에서부터 심장이 꿰뚫리고 말았다.
그의 눈에는 설마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신이···. 당신이 잘못 한 거야!!!”
푹!! 푹푹푹푹푹····.
브루투스는 마치 홀린 것처럼 시저의 몸을 난도질 하면서 말했다.
“날 인정하지 않은 당신이 잘못 한 거야. 날 인정하지 않은 당신이 잘못 한 거라고오오오!!!!!”
그 광경은 희대의 영웅을 해치운 암살자라기 보다는 마치 투정을 부리는 어린애의 모습에 가까웠다.
한참을 난도질 하고 브루투스는 허공을 바라보면서 공허하게 웃었다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내가 이 내가 시저를 죽이고 로마의 최고봉에 올랐다!!!!!”
그리고 그 말이 그의 마지막의 유언이 되었다.
“딕닥토르!!!!”
“이런!! 반역자다!!!”
안에서의 소란을 듣고 경비를 서던 병사들이 달려왔다.
브루투스는 그들을 보고서도 미소 짓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경비병들의 창날이 찔러 들어왔다.
원래의 역사에서 브루투스가 시저를 암살 할 때.
그는 자기 혼자가 아니라 여러명의 반 시저 파들과 함께 암살을 결행했었다.
또한 암살을 행한 후에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로마의 저자거리로 나가서 시저의 죽음을 알리고 자유가 왔다는 것을 군중들에게 알리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의 역사에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대신에 경비병들이 와서 브루투스를 직접 찔러 죽이기 시작했다.
“이 망할 새끼가·····.”
“딕닥토르!!!! 딕닥토르!!!!”
경비병들의 입장에서는 청천벽력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로마의 마지막 남은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시저가 이렇게 죽을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크윽···. 신이시여···. 어째서 로마를 버리는 겁니까?”
눈물을 뿌리면서 한탄하는 이름 모를 경비병의 심정은···.
지금 로마의 모든 시민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한 마디일 것이다.
가이우스 율리우스 시저.
로마의 신군이라도 불리던 남자가 로마에서 허무하게 그 생을 마감했다.
시저의 죽음은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소식은 전 로마에 전해졌고 당연히 카퓨아의 공략을 마친 우진에게도 전해졌다.
“시저가 죽었다고? 암살?”
“그래···. 나도 오면서 들었어.”
우진에게 시저의 죽음을 전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우진의 친우이자 바로 오늘 로마 공략군에 합류한 디오클레이우스였다.
오랜만에 본 친구가 가져온 핵폭탄급 소식을 들으면서 우진은 얼떨떨할 정도였다
“···혹시 무슨 함정이라거나 하는 것은 아니야?”
“글쎄. 나야 모르지 다만 그런 소문이 돌고 있어. 브루투스라는 머저리가 시저를 죽여다고 말이야.”
“브루투스····. 그러면, 정말일지도 모르겠군.”
“응? 아는 이름이야?”
“······조금.”
브루투스는 역사적으로 남긴 업적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지만 그래도 그 이름은 유명했다.
시저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한마디 때문이지만 말이다.
“······그래···. 그렇게 된 건가?”
우진은 시저의 죽음이 진짜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시대에 타임 슬립을 하고 나서 우진을 가장 많이 애먹인 최고의 숙적.
그게 바로 시저라는 남자였다.
반대로 말하면 시저라는 남자를 상대하면서 우진은 진정한 왕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시저와 밀고 당기는 싸움을 하기 전의 우진은 우수한 전사이기는 했지만 왕재는 아니었다.
그러나 시저에게서 단련을 받고··.
실전에서 무수한 트러블을 거치면서 이제는 어엿한 왕의 능력을 지닌 남자가 된 것이다.
그 숙적의 죽음을 듣고 우진은 뜻밖의 감정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건···, 놀랍군···. 내가 이런 감정을 가지게 될 줄은 말이야···.’
현대인인 우진에게 있어서 시저는 위인이건 뭐건 간에 그냥 숙적일 뿐이었다.
둘 중에 하나가 죽기 전에는 발 뻗고 자기 힘들 정도였다.
아마도 시저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시저가 손 안대고 코 풀 듯이 죽은 지금···.
우진의 가슴속에서 고개를 들고 나타난 감정은 놀랍게도 섭섭함이었다.
“시저가···. 그렇게 갔다는 말이지.”
우진이 눈을 감고 지그시 한숨을 내쉬는 것을 보고 디오클레이우스가 말했다.
“····네 손에 폼페이우스 목 날라 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 심정도 비슷했다. 내가 보내주고 싶었거든.”
“네가 싸웠으면 졌을 거다.”
“웃기네. 나 많이 늘었거든.”
“훗···. 그럼 오랜만에 몸이나 풀까?”
“···아니 그건 나중에.”
은근이 뒤로 빼는 디오클레이우스였다.
“큼···. 어찌 됐든···. 넌 우리의 왕이야. 분위기 잡고 슬퍼하는건 오늘 만으로 해.”
디오클레이우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막사에서 나가 버렸다.
여기 더 있다가는 아무래도 거친 대련을 한 판 해야 할 것 같았다.
평소라면 모를까? 우진이 이렇게 기분이 저조할 때 했다가는 개망신 직행코스로 갈 것 같았다.
그리고 홀로 막사에 남은 우진은····.
“그래···. 시저, 당신이 갔단 말이지····.”
우진은 술잔에 와인을 따라서 그대로 위로 들어올리면서 말했다.
“로마의 신군을 위해서····.”
그리고 이게 마지막이라는 듯이 그 술잔을 한 번에 들이켜 버렸다.
시저의 죽음이 가져다 준 여파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로마의 입장에서는 브루투스라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모든 판을 흐려 버린 격이었다.
원래···. 시저는 로마에서 파라디소스를 상대로 결사 항전을 할 생각이었다.
로마의 성벽은 튼튼했고 안에 물자와 병사도 충분했다.
파라디소스의 기세가 무섭기는 하지만 충분히 마지막 보루가 될 만 했다.
그리고···. 사실 이 전투에서 진다고 해도 로마가 끝장날 판은 아니었다.
왜냐 하면 여기서 진다고 해도 절대로 그냥 질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시저는 어떻게든 파라디소스의 군에 막대한 손실을 안길 생각이었다.
또한 만약에 파라디소스에게 로마가 떨어지려고 하면 그 순간 로마에 불을 질러 버릴 생각이었다.
적에게 넘길 바에는 로마를 불태워 없애 버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계획은 시저가 살아서 지휘를 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시저가 죽어버린 지금에 와서는 파라디소스를 상대로 로마를 이끌고 싸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거기다 옥타비아누스를 비록해서 로마의 젊은 귀족들이 빠져나갔다는 소식이 로마의 시민들의 귀에 들어가자··.
로마시는 전체가 패닉에 빠졌다.
치안은 붕괴 되었고 좀 재산과 힘이 있다 싶은 사람들은 서둘러 로마를 버리고 도망갔다.
우월한 시민 의식이라는 것은 평소의 교육도 중요했지만 이 고대에서는 확고한 구심점이 있어야 발휘 될 수 있는 것이다.
시저의 죽음은 로마의 시민들에게 절망이나 다름 없었고 더 이상 로마를 지키기 위해서 힘을 낼 여력을 없애 버렸다.
결국 로마에 남은 것은 미처 주인들을 따라가지 못한 노예들. 그리고 가난하고 빈곤했던 빈민들이 태반이었다.
이들은 평소에는 로마의 강철 같은 치안 속에서 엄중하게 관리되던 대상들이었지만···.
로마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무법행위를 행하기 시작했다.
절도, 강도, 방화, 강간····.
지중해의 모든 길이 통한다는 이 무법의 도시는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지옥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결국 그런 상황속에서 우진이 파라디소스의 군대를 이끌고 도착했을 때···.
남아있던 로마의 시민들은 그 군대에 반항할 기미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백기가 펄럭 이는걸”
“나도 보여.”
우진과 디오클레이우스는 대군을 이끌고 로마에 도착했는데 보이는 것이 백기일 뿐이라는 현실에 어이가 없을 저도였다.
로마의 성벽 안으로 입성했을 때 느끼는 점은 더욱더 그랬다.
“여기가 로마라고····?”
“하아···. 일단은 그렇다고 하는데?”
우진이 기억하고 있는 로마는 잘 닥인 도로와 개끗한 건물들로 만들어진 화려한 도시였다.
길거리에서도 흔하기 미술품을 볼 수 있었고 수로 설비의 완벽함으로 인해서 물도 풍부했다. 그리고 대제국 로마의 수도다운 화려함이 있었던 도시였다.
하지만 지금 우진의 눈에 들어온 도시는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시민들은 무서운 눈으로 자기 집의 건물에서 머리만 빼꼼내밀고 우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기들 끼리 수근 거리는 그들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리고 우진의 앞에 한명의 늙은 노인이 나와서 말했다.
“파라디소스의 영웅와 진 전하로 뵙습니다만···, 이 늙은이의 눈이 맞는지요.”
“····그렇소. 그대는 누구요?”
우진의 말에 노인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 한때 로마의 원로원에서 프라이토르를 역임했던 마르쿠스 옥시무스라고 합니다. 지금은 그냥 아무 자리도 없는 늙은이지만···. 이 힘없는 늙은이가 지금 로마의 남은 시민들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흠···. 그래 옥시무스, 나에게 할 말은 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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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투스가 사고 칠 줄 아셨던 분들이 많았을 겁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