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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205화 (205/220)

205화

미트리다테스 6세의 군세가 시리아의 영토로 들어왔다는 것은 바로 테무진의 귀에도 들어갔다.

“전하. 미트리다테스 6세의 군세가 영토로 들어왔습니다.”

“그 규모는?”

“20만 이상이라고 합니다.”

“····일전의 패배를 지우기 위해서인가? 어리석은 악수를 두었군. 미트리다테스····.”

테무진이 알기로 폰투스의 병력으로는 20만이라는 대군을 만들기 어렵다.

아마도 주변의 동맹국들의 병력도 있는대로 모두 모아서 보낸 것일 것이다즉, 그 병력을 궤멸시키기만 하면 그것은 단순히 폰투스 왕국만이 아니라 소아시아 일대의 헬레니즘 왕조들 전원의 몰락을 가져오는 일이라는 것이다

“놓치지 마라. 끌어 들여서 확실하게 잡아.”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바르베르코의 처우는 어떻게 할···.”

“거기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어라.”

“····예.”

테무진의 퍼런 서슬에 보고를 하던 부하는 입을 다물었다.

바르베르코.

테무진이 거의 친 동생처럼 생각하던 심복이었다.

우진에게 있어서 마시르 정도의 위치랄까?

노예였던 시절부터 공들여서 키워온 심복이었고, 그 충성심도 두터웠다.

하지만 최근에 그 바르베르코는 테무진에게 광신도들의 군대에 관해서 바른 소리를 하다가 감옥에 투옥 되었다.

그것은 테무진을 알고 있는 모든 부하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테무진을 위해서 죽음도 무릅쓰고 용맹하게 싸우고 나라를 버리고 가족을 버릴 각오까지 했던 심복들이었다.

바르베르코는 테무진의 심복으로서 그러 중심 인물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런데 테무진이 그런 그를 감옥에 가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들이 느낀 충동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은 테무진에 대한 충성심이 더 강했기에 뭔가 이유가 있고 오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

테무진은 부하가 나가고 나자 홀로 남아서 손가락으로 옥좌를 톡톡 건드리다가 돌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런 테무진은 지하의 감옥으로 향했다.

바로 바르베르코가 갇혀 있는 감옥으로 말이다.

족쇄에 묶여 있는 바르베르코의 앞에 도착한 테무진이 말했다.

“바르베르코.”

테무진의 목소리에 축 늘어져 있던 바르베르코가 작은 목소리로 화답했다.

“····전하입니까?”

“그래. ······마음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나?”

“····전하께서는 마음이 바뀌셨습니까?”

“········그럴 일은 평생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

테무진은 찹찹한 얼굴을 하고 바르베르코를 바라봤다. 그가 이렇게 감옥에 갇히게 된 원인은 테무진이 약물을 이용해서 멀쩡한 사람을 세뇌하고 있다는 사실을 바르베르코가 알아냈기 때문이었다.

딱히 뭔가를 의심하고 조사를 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테무진의 심복인 바르베르코의 입장에서는 좋든 싫든 그가 하는 일에서 눈을 돌리는 것이 불가능 했다.

그리고 테무진이 적과 아군을 포함한 대부분의 보병들을 세뇌 시켜서 광전사로 만들어 전쟁터에 내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을 알았을 때 처음에는 실망이, 그 다음에는 안타까움이 솟구친 바르베르코는 테무진에게 목숨을 걸고 간언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렇게 지하 감옥에 갇히게 된 것이었다.

“·····나에게 힘든 결정을 하게 하지 마라. 넌 나의 형제나 다름 없는 존재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니···. 전하께서 뭔가를 잘못 하고 있다면 제가 깐언하고 말릴 것입니다. 몇 번이고 말입니다.”

“······너를 세뇌 할 수도 있다.”

“훗, 그럼 왜 진작에 하지 않으셨습니까?”

“············.”

“저 뿐만 아니라 저희 동료들 전원을 세뇌하면 될 것을 왜 이렇게 말로 힘들게 저를 설득하려고 하십니까?”

“···········.”

대답 없는 테무진에게 바르베르코의 말이 이어졌다.

“전하께서도 결국 아시지 않습니까? 지금 전하께서 하고 계신 일이 잘못 된 일이라는 것을··. 그랬기에 저나 다른 기마대원들에게는 시키지 못하고···.”

“그만, 거기까지만 하라.”

“······전하. 부디 과거의 전하를 되찾으십시오. 파라디소스의 국왕과의 전투 이후로 전하께서는 뭔가를 잃어 버리고 있습니다. 전하. 부디····.”

“다음에 다시 오겠다. 그때는 다른 대답을 준비하는게 좋을 것이다.”

테무진은 바르베르코의 말을 자르고 그대로 단호하게 선언했다.

그리고 등을 돌리고 떠나려고 하다가 잠시 망설이던 테무진은 입을 열어서 못 하던 말을 이었다.

“만약····. 그때도 지금과 같은 대답을 한다면···. 짐은 어려운 결정을 실행할 것이다.”

“······전하····.”

바르베르코는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어째서 테무진이 이렇게 변한 것인지···. 그리고 그렇게 변하는 것을 자신이 왜 못 막았는지··.

그 모든 것이 그저 안타깝고 또 안타까웠다.

테무진은 확실히 변했다.

그리고 테무진이 이렇게 변한 것에는 아테나의 입김이 닿아 있었다.

원래 우진의 경우 이 세계에 올 때 마르스와의 가계약.

그러니까 트리키아의 원통한 영웅인 스파르타쿠스를 도와 줄 것.

이라는 구두 계약을 하고 온 것이다.

어차피 죽어가는 우진이었기도 했기에 마르스는 은근 슬쩍 우진의 잠재의식 속에서 스파르타쿠스를 도와 줘야 한다는 생각을 심었던 것이다.

뭐···. 지금은 없지만 말이다.

생각해 보면 원래 우진은 초창기에는 어느 정도 검투사로 돈을 벌어서 자신의 자유를 사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살려고 했다.

하지만 그 모든 마음이 바뀐 것은 카퓨아에서 스파르타쿠스를 목격하고 나서 부터였던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할 때···.

스파르타쿠스가 반란을 일으킨다고 해도 꼭 거기에 합류 할 필요는 없었을 수도 있다.

우진이 어디까지나 본인의 안전만을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면 말이다.

하지만 우진은 마르스의 안배에 따라서 스파르타쿠스를 돕기로 마음 먹었고···.

그래서 우진은 로마를 쓰러트리기 위해서 파라디소스를 건국하는 상태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하지만 테무진의 경우는 달랐다.

테무진이 타임 슬립을 한 시기는 자신의 여자인 보르테가 메르키트 족에게 납치당한 시점에서였다.

원래의 역사에서는 보르테는 여기서 메르키트족에게 강간 당해서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지만···.

그래도 테무진은 그녀를 되찾고 그녀는 황후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아테나는 그 시점에서 테무진과 계약을 해서 역사를 뒤틀었다.

보르테는 구할 수 없어도 그녀의 전생을 구 할 기회를 주겠다.

단 그 대가는 너의 기억이다.

라는 감언이설로 테무진의 마음이 약해진 틈을 타서 계약을 하고 그를 이 시대로 데리고 온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아테나는 운명을 움직여서 테무진을 더욱더 자신의 뜻대로 조종하려고 했다.

사실 아무리 칭키스칸의 위업을 세운 테무진이라고 해도 이런 시대에 막연하게 떨어트려 놓으면 반드시 시련을 겪을 것이고 그때 나타나서 그를 도울 생각이었다.

물론 그 대가로 마르스의 권속인 우진의 목숨을 요구한다.

라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던 아테나였다.

하지만 테무진은 너무나 뛰어났다.

아테나가 뭔가 도와줄 필요도 없이 일개 노예에서 폰투스의 장군이 되었다.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최소한의 전력으로 그 폼페이우스를 막아내기까지 하고···.

너무나 뛰어난 테무진이었기에 아테나가 도중에 나타나서 생색을 낼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아테나는 운명을 다시 한 번 뒤틀어서 미트리다테스 6세가 테무진과 모니메의 사이를 알게 만든 것이다.

애당초 모니메가 한 눈에 테무진에게 반하게 만든 것 자체가 아테나 그녀였으면서 말이다.

그렇게 해서 테무진에게 시련을 내린 그녀는 조금씩 조금씩 테무진이 지쳐가기를 바랬다.

그리고 그때야 말로 자신이 나서서 테무진을 이끌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숫한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이 테무진이라는 남자는 너무나 뛰어났다.

결국에는 혼자서 나라의 왕이 되거 거기다 더해서 우진과 단독으로 맞설 정도의 위치까지 올라간 것이다.

우진과 테무진의 검이 처음으로 부딪혔을 때.

아테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끼어 들었다.

이대로 테무진이 우진에게 죽으면 곤란했다.

신이 인간의 세상에 직접 끼어드는 것은 금기중에 금기였지만 상관 없었다.

왜냐 하면 우진과 테무진은 이 시대의 인간이 아니고 각각 마르스와 아테나의 권속으로 계약된 존재들이니까 말이다.

물론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테무진은 둘 째 치고 우진은 마르스와의 계약에 의해서 이제 저쪽의 세계로 돌아갈 것을 거부하고 완전히 이 세계의 인간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우진이 마르스와 계약을 해서 정식으로 이 세계에 뿌리를 내리는 동안···.

테무진도 아테나에게 한가지 계약···.

아니 세뇌를 당했다.

이전과는 달리 테무진도 모니메의 죽음으로 인해서 마음에 작은 빈틈이 있었다.

그런 그의 앞에 아테나가 모니메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 순간···.

테무진은 완전히 마음을 무방비하게 만들었고 아테나는 그 틈을 타고 들어가서 세뇌를 한 것이다.

원래의 테무진이라면···.

적들에게 한없이 잔인해지는 것은 할 수 있어도 아군을 세뇌해서 사지로 내모는 짓은 그래도 하지 않을 것이다.

적과 아군의 구별이 확실한 이 남자에게 있어서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테나는 테무진에게서 승리와 복수에 대한 집념을 강하게 주입 시켰다.

그 결과 이기기 위해서라면 자존심도, 긍지도 모두 팔아 넘길 수 있는 그런 테무진이된 것이다.

그나마···. 예전부터 생사고락을 함께 한 기마대에 대한 마음이라도 조금은 남아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었다.

무려 신의 세뇌를 받았는데도 자신다움을 일부 유지하고 있을 수 있는 인간은 결코 많지 않았다.

그것도 서서히 한계지만 말이다.

미트리다테스 6세의 군세는 파죽지세로 시리아의 땅을 파고 들었다.

20만의 대군세를 막기에는 현재 시리아의 영토는 너무나 황폐했다.

성벽은 모두 무너져 있었고 마을은 불타 있었다.

그리고 젊은이들 대부분이 부재중이었다.

사실 시리아의 영토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들면서 미트리다테스 6세의 군세는 한 번도 제대로 된 전투를 하지 않았다.

거의 살육에 가까운 토벌전만 자행했을 뿐.

그리고 그 군세가 시리아를 넘어서 유다이아까지 도달했을 때···.

그때 미트리다테스 6세는 세상을 살면서 가장 놀라운 것을 보게 되었다.

이제까지 무저항이나 다른 없던 테무진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그 숫자는 물경 40만 이상.

두 배 이상인 것이었다.

40만이라는 숫자도 놀라운 것이었지만 그 군세의 자세함은 더욱더 놀라웠다.

적들은 제대로 된 무장을 갖춘 병력이 10만도 되지 않았다.

30만에 달하는 인원이 몽둥이, 돌, 목창, 같은 허접한 무기만 들고 정예군대에게 달려드는 광경은 마치 광란의 도가니 같았다.

“신은 위대하다!!! 신은 위대하다!!!”

“신은 위대하다!!! 신은 위대하다!!!”

“신은 위대하다!!! 신은 위대하다!!!”

미트리다테스 6세의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은 소리를 하면서 죽기 살기로 덤비는 40만의 인간은 그의 군세를 압도하고 있었다.

창으로 찔려도 검에 베여도 죽기 전에는 온힘을 다해서 돌격하는 40만의 인간을 생각해 보라.

살아서 숨 쉬고만 있을 뿐이지 그것은 거의 좀비나 다름 없었다.

상대하고 있는 적으로서는 미칠 것 같았다.

아니 무서웠다.

아무리 장비가 우세하고 전력이 우세하다고 해도··. 이런 공포는 사람의 손발을 무디게 만들었다.

거기다 테무진은 그렇게 광신도들의 공격을 하면서도 제대로 된 10만의 무장 병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의 경우 갑옷까지는 아니라도 제대로 된 철제 무기를 가지고 무장한 자들이었다.

============================ 작품 후기 ============================

테무진이 많이 망가졌다고 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예 맞습니다. 그러니 챕터 이름도 타락한 영웅이죠.

원래 칭키스칸에게 딱히 유감은 없지만 제 소설에서 최종 보스로 나온 이상 거기에 맞는 악역성을 지녀줘야 겠습니다.

뭐, 원래의 역사에서도 잔학성이 두드러지는 면들은 충분히 많지만 좀 더 찐하게 나가줘야 겠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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