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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208화 (208/220)

208화

<디오클레이우스의 순애보>

“쳇····, 누가 그걸 모르나···?”

디오클레이우스는 우진과 술자리에서 들은 잔소리를 되새기면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사실 우진이 하는 말이 모두 옳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스스로 자신에게 열정이 부족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뜻대로 되지를 않는 것을···.

걱정을 해주는 우진에게는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공연히 짜증을 내고 와 버렸다.

뭐, 그런 일로 자신과 우진의 우정이 어떻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디오클레이우스였다.

다만·····.

요즘 들어서 우진에게 종종 질투가 날 때가 있는게 안타까웠다.

별로 왕이 되어서 부럽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우진이 자신보다 강하다고 해서 질투할 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자신이 우진하고 전쟁터에서 서로 싸울 일은 평생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디오클레이우스였다.

거기에 질투할 리가 없지 않은가?

우진을 향한 질투심은 그럴 때 나오지 않았다.

우진이 유리나 유진을 품에 안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

세체니나 디도 그리고 클레오파트라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잇는 것을 목격할 때···.

그럴 때 우진을 향한 질투심이 떠 올랐다.

디오클레이우스도 여자는 많았고, 아마 자식도 있을지 몰랐다.

아니 분명 있을 것이다.

없으면 그게 이상하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여인과의 하룻밤이라고 해도 그저 스쳐지나가는 인연에서 쾌락은 찾을 수 있어도 안온한 편안함을 찾기는 어려웠다.

‘쯧, 이제와서 후회해도 뭐하나····.’

디오클레이우스는 혀를 차면서 자기 집으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그리고 걸어가는 디오클레이우스의 귓가에 어떤 소리가 들렸다.

“····응? 이 소리는···?”

귓가에 들린 여인의 목소리.

술에 취하기는 했지만 그 목소리는 틀림없이 도와달라는 요청이었다.

디오클레이우스는 소리가 들리는 근원지쪽으로 슬쩍 시선을 돌렸다.

예민한 그의 감각에 의하면 그리 멀지 않은 장소였다.

‘쯧, 아무리 나라를 잘 다스려도 자잘한 바퀴벌레들은 사라지지를 않는다니까.’

디오클레이우스는 파라디소스 지도층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몸을 움직였다.

“사람 살려!! 살려 주세요!! 이 놈들 절대로 여기로 오지 마!!!”

“흐흐흐···. 고것 참····.”

“앙칼진게 더 좋은데?”

“그렇게 말이야. 뒤편에 계집도 미친 듯이 예쁘고···. 오늘 우리가 축복이라도 받았나?”

디오클레이우스가 도착한 현장에는 그림에 그린 것처럼 뻔 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여자 두 명을 둘러쌓고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쓰레기 세 명.

우진은 나라의 치안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

치안의 기본은 엄한 법률과 꾸준한 관리.

우진은 거기에 가능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범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일국의 수도라고 해도··.

아니 일국의 수도처럼 사람이 많이 몰리기 때무에 오히려 더욱더 이런 인간들도 많았다.

“이 놈들!!! 이 분이 누군지 알고 감히···, 썩 저리 안가!!!”

여인들 두 명중에 한명은 뒤편에서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있었고 그 여인 앞에는 또 한명의 젊은 시녀가 앙칼지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아마도 뒤편에 로브로 얼굴을 가린 여인은 어딘가의 귀족가의 여인인 모양이다.

‘흠···. 귀족 집안이라는 것은 내 전우들 딸이라는 건가?’

디오클레이우스는 더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도와주려고 몸을 움직였다.

“흐흐······ 흐으읍!!!”

꽝!!!

디오클레이우스가 재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는 놈의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내려치자 그대로 놈은 웃기는 소리를 내는 것과 동시에 쓰러졌다.

“넌 뭐··· 아악!!!”

퍼어엉!

디오클레이우스를 보고 욕을 하려던 놈도 그대로 디오클레이우스가 아무렇게나 휘두른 팔에 그대로 안면이 아작 나면서 뒤로 날아갔다.

한 명 남은 놈은 괴물 같은 디오클레이우스를 보고 바싹 쫄아서는 자기 품안에서 단검을 한자루 꺼내서 여자를 인질로 잡았다

“꺅!!!”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던 여성은 갑자기 자신의 목에 칼날이 겨눠지자 미성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디오클레이우스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쓰레기군···.”

“시··· 시끄러!! 빨리 비켜!!! 이 덩치야!!!”

“호오···? 덩치? 나한테 그런 말 하는 놈은 좀 오랜만인걸?”

“····으··· 으으····.”

“너한테 선택권을 주마. 얌전히 그 아가씨를 놔 주고 나한테 맞을래? 아니면 그냥 뒤지도록 맞을래?”

“····차이가 뭔데?”

“없지.”

그리고 ‘없지.’라는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디오클레이우스이의 손에 스르륵 뻗어가서 그대로 칼날을 움켜 쥐었다.

“크윽··. 이··· 이이····.”

칼날이 어이없이 잡힌 놈은 그대로 칼을 빼서 디오클레이우스의 손을 베어 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칼은 마치 바위에라도 박힌 것처럼 꿈적도 하지 않았다.

“자, 그럼 약속대로 뒤지도록 쳐 맞는 거다.”

“그런 약속·· 쿠웩···.”

그날 뒷골목에서는 돼지와 인간을 혼합한 어떤 생물이 죽도록 쳐 맞는 수수깨끼의 괴음이 들려서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고 한다.

········후일 파라디소스 10대 도시 괴담으로 자리 잡게 된다.

어쨌든 간단하게 상황을 종료시킨 디오클레이우스는 여자들에게 가서 말한다.

“아무리 치안에 신경 써도 이런 뜨내기들은 어쩔 수 없는 법이지. 너무 늦은 시간에 돌아다니지 말고 빨리들 집에 돌아····.”

말을 하던 디오클레이우스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이제까지 로브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여성이 로브를 젖히고 자신의 얼굴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가을 바람 처럼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갈색 웨이브 머리.

푸른 보석을 박아 넣은 것 같은 아름다운 눈동자.

세체니나 디도에 버금갈 정도로 아름다운 미녀였다.

그리고···. 그런 단순한 미모를 넘어서 어떤 느낌 같은 것이 있었다.

디오클레이우스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자를 보고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그 상태로 디오클레이우스에게 오더니··.

“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뭐···.”

디오클레이우스는 당황해서 버벅 거렸다.

여자라면 파라디소스에서 최고로 많이 안아본 자타공인 난봉꾼인 그가 이렇게 순진하게 반응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피가 나시는 군요.”

여자는 디오클레이우스의 손바닥에서 떨어지는 핏물을 보고는 말했다.

그러자 디오클레이우스는 자신도 모르게 존댓말로 응수했다.

“아··· 이런건 그냥 긁힌 상처입니다.”

“그래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죠. 여기····.”

그녀는 자신의 로브 자락을 찢어서는 그대로 디오클레이우스의 손바닥을 묶었다.

“제 남동생도 어린 시절 많이 다쳐 왔죠. 이거면 지혈은 될 겁니다. 나머지는 흉 안지게 집에서 잘 치료하도록 하세요.”

“아···. 예.”

디오클레이우스 몸에는 100개는 넘는 흉터가 있다.

손바닥에 상처 하나 더 늘어난다고 해 봐야 모기 물린 자국 하나 더 생기는 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디오클레이우스는 굳이 그렇게 호기를 부리지 않고 여성의 호의를 순순히 받았다.

그가 이렇게 어린애처럼 얌전해지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가씨··. 이제 그만 가봐야 합니다. 중요한 일을 내버려 두고 이렇게 외출 나온 것을 알면···.”

“알았어. 에리나. 그럼 안녕히····.”

“예. 저기···. 아니··· 조심해서 가십시오.”

“예. 감사합니다.”

디오클레이우스는 여자에게 이름과 집을 묻고 싶었지만 어째서인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 원래의 그라면 상처 입은 아가씨를 직접 집까지 데려다 주는 정도의 넉살은 여유 있게 발휘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치 순한 양처럼 안절부절 못하기만 할 뿐이었다.

결국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자 디오클레이우스는····.

“이게 다 너희들 때문이야. 이 쓰레기들아!!!”

아직도 쓰러져 있는 노상강도들에게 화풀이를 했다고 한다.

며칠 후.

우진은 뜻밖의 보고를 받았다.

“디오클레이우스가 이상하다고?”

“예. 전하, 일전에 전하를 만나 뵙고 난 이후부터 뭔가가 좀 이상합니다.”

우진에게 디오클레이우스의 상태 이상을 보고 한 것은 디오클레이우스 직속의 할버드 병과의 부하들이었다.

“어떻게 이상한 건데?”

“그게···. 뭐라고 해야 할지···.”

“뭔가 심각한 병이라도 걸린 건가?”

“그게···. 잘 모르겠습니다. 오랫동안 모셔 왔지만 그런 모습은 처음이라서····.”

“저희는 정말 걱정이 됩니다. 전하. 부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디오클레이우스 님과 얘기를 나누고 화해를 하실 수 없겠습니까?”

우진은 부하들의 말을 듣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번에 잔소리 한 걸로 상처 받은 건가? 원래 그렇게 센티한 친구가 아닌데···. 아니지 사람이 나이 먹고 약해지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거야.’

우진은 친구를 위해서 자신이 분연하게 일어나기로 했다.

“내가 직접 가서 상태를 살피지. 안내하라.”

“예. 감사합니다. 전하.”

우진은 부하들의 안내를 받아서 디오클레이우스에게로 갔다.

디오클레이우스의 저택.

시라쿠사에서도 상당히 커다란 이 저택은 우진이 디오클레이우스를 위해서 내려준 것으로 원 주인은 이제는 이름도 흐릿한 시칠리아의 총독인 베레스였다.

어쨌든 그 저택에 들어온 우진은 실로 황당한 것을 보고 말았다.

“····쟤 지금 뭐하는 거지?”

“저희도 그게 궁금합니다. 하지만 무서워서 물어보지는 못하고 전하에게 보고한 겁니다.”

우진은 약간 떨어진 위치에서 디오클레이우스를 보고는 어이가 없었다.

지금 디오클레이우스는 전원의 풀밭에 햇볕 쬐는 곰처럼 앉아 있었다.

그 상태로 허공을 보고 멍 때리다가 갑자기 자기 손에 감겨 있는 헝겊 조각을 보고는 히죽히죽 웃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헝겊의 향기를 맡다가 그 다음에는 다시 풀밭에 누워서 머리를 싸매고 뒹굴뒹굴···.

그러다가 다시 풀밭에 앉아서 다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진은 그런 디오클레이우스를 보고 이제까지 자신과 디오클레이우스 사이에 있었던 최대한의 우정을 담아서 말했다.

“쟤 돌았네.”

“···········.”

“···········.”

“···········.”

말은 차마 못하고 있었지만 디오클레이우스의 부하들도 비슷한 추리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 작품 후기 ============================

아마 이게 완결까지 가는 와중에 마지막으로 쉬어가는 챕터가 될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정말 최종전만 있을 뿐입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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