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화
며칠 후.
세체니가 파라디소스의 고위층 부인들이나 딸들에게 모두 연락해서 디오클레이우스와 만났던 아가씨를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꽝이었다.
시라쿠사의 어지간히 사는 집안 아가씨들은 대부분 조사했는데도 꼬리가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우진이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있을 때.
국가적으로 중요한 연락이 왔다.
“뭐? 옥타비아누스의 사신.”
“그렇다고 합니다. 전하.”
“흠·····.”
우진은 설마 그 쪽에서 먼저 사신을 보낼 줄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기에 적지 않게 놀랬다.
아무리 몰락했다고 해도 로마는 로마.
그 꽂꽂한 자존심이 어디로 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하니 먼저 사신을 보낼 줄이야···.
“아빠, 아빠 뭐해?”
유리는 자기를 안고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아빠를 보고 순진한 얼굴로 말했다.
우진은 유리를 잠시 땅에 내려주면서 말했다.
“유리야. 아빠는 잠시 일하고 와야 하니까 여기서 미시헤르발 왕자하고 유진이하고 착하게 놀고 있으렴.”
“응. 나 착하게 있을게.”
“그래··. 착한 우리 딸.”
딸은 어느 정도 자라야 애교가 는다고 하더니···, 아무래도 그게 사실인 모양이라는 생각이 드는 우진이었다.
“좋아···. 그럼 일하러 가 볼까? 의원들을 모두 소집핼라.”
“옛.”
우진은 내면의 스위치를 바꿨다.
자식 사랑 지극한 아버지에서 파라디소스의 영웅왕으로 말이다.
파라디소스의 모든 의원들이 모이고 로마의 사신으로 보이는 자들이 도착했다.
“어서 오시오. 파라디소스에 온 것을 환영하오.”
우진이 나서서 말하자 로마의 사신은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서 예를 올리며 말했다.
“로마의 사신인 가이우스 카시우스 롱기누스라고 합니다.”
“카시우스? 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은데?”
우진은 흐릿한 과거에서 그 이름을 들어본 기억이 있었다.
그러자 카시우스가 말했다.
“예전에 저하고 이름이 같은 제 아버지께서 로마의 콘수을 지냈습니다.”
“아아···. 맞아 그랬지? 내가 거병할 당시 초기의 콘술 이름이 그랬었지.”
“···········.”
카시우스는 그저 고개만 깊숙하게 숙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도 우진으로 인해서 틀어진 역사로 인해서 많은 운명이 바뀐 인물 중에 하나다.
원래의 역사에서 그는 그렇게 유명한 인물은 아니었다.
크라수스의 부하로 정치 생활을 시작해서 이리치고 저리 치고 하는 평범한 귀족이었다.
다만 그는 원래 브루투스와 매제 관계였고, 또한 욕심에 비해서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시저에게 등용 받지 못했었다.
그래서 브루투스와 함께 시저 암살의 핵심 인사로 그 이름을 남기게 된 자였다.
다만 역사가 완전히 틀어진 지금에 와서 그는 그저 옥타비아누스 정권의 신하중에 한명이 뿐이었다.
딱히 엄청나게 유능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맡은 일은 그럭저럭 완수해내는 평범한 인재중에 한명으로 말이다.
그런 그가 파라디소스에 사신으로 온 이유는 일전에 옥타비아누스가 말했던 보호국으로서의 요청을 하기 위해서였다.
우진이 먼저 카시우스에게 말했다.
“우리가 만나서 크게 반가운 사이는 아니지. 용건이 있다면 말해보게.”
“···우리 로마는 파라디소스와의 무익한 전쟁을 영원히 중지하고 평화를 위한 길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듣기는 좋은 말인데 토 나오려는 이유가 뭔지 알겠나?”
우진은 대 놓고 빈정 거렸다.
이제 로마와 파라디소스의 힘을 균형을 생각하면 우진인 시험 삼아서 막말 좀 하는 것 정도는 가능한 상태였다.
“이제까지 지중해의 온갖 민족을 잡아서 노예로 부리며 공화국을 세웠던 자들이 이제와서 평화의 길이라····. 우리 파라디소스의 대부분이 예전에는 공화국의 발길질 아래에 있었다는 것을 아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기들 상황이 불리하다고 냉큼 평화의 길 운운한다면 우리가 받아 들일 거라고 생각하나? 그렇게 우습게 보였나?”
우진은 은은하게 압박을 가하면서 말했다.
주변의 신하들도 그런 우진의 압박에 대답할 카시우스의 말을 기다렸다.
“거기에 관해서 저희 전하께서 전하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게 뭐지?”
“여기 서신이 있습니다.”
우진은 시종이 가져온 양피지를 받아서 그대로 펼쳐서 읽어 봤다.
[파라디소스의 영웅왕 전하에게.
저는 이번에 로마의 왕으로 취임한 가이우스 율리우스 시저 옥타비아누스라고 합니다.
우선 우리 로마를 상대로 맨주먹으로 시작해서 기적과도 같은 승리를 일둬 내신 것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럼 본론으로 넘어가서···.
아마도 제가 보낸 사신의 용건에 불만이 많으실 겁니다. 이제 와서 우리 로마가 동맹을 제의한다고 해도 그게 기쁠 리는 없겠죠.
이제까지 파라디소스가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것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일국의 왕으로서 손익을 따져가며 생각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현재 우리 로마와의 동맹을 거부하실 이유를 세가지는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 이유 중 첫째, 우선 로마를 이겼다고는 하지만 우리에게서 점령하신 영토를 완전히 복속 시키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갈리아지방은 반란이 일어났고 에스파냐 지방도 토착민들은 항상 독립을 바라고 있었죠. 무엇보다 로마 본토의 시민들 중에는 반 파라디소스 정서를 가진 자들이 많습니다.
이런 불안요소를 뒤에 두고 저희를 끝장내기 위해서 전쟁을 하고 싶지는 않을 것입니다.
전하께서 우리를 바로 추적하지 않고 있는게 그 무엇보다 정확한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둘째, 파라디소스가 우리 로마를 마저 정복 한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보다 방대한 영토?
그것은 자국의 영토를 완전히 소화 할 수 있고 그 외의 영토를 필요로 할 때야 가치를 발하는 것입니다.
시칠리아에 이탈리아 본토, 거기다 에스파냐와 알스프 너머의 갈리아 지방까지···.
파라디소스는 이미 충분한 영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땅만 탐내서 혈안이 되어 봤자. 인구대 영토의 불균형으로 전체적인 세력만 약해질 뿐입니다.
셋째, 아마 전하께서도 어렵풋이 알고 계시겠지만 파라디소스가 강대국으로서 이집트와 누미디아를 억누르고 있는 것에는 저희 로마라는 존재가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로마라는 공통된 적이 있기에 두 나라는 파라디소스에 고분고분하게 협력을 아끼지 않는 것입니다.
이집트의 경우 현 파라오인 클레오파트라 7세가 전하의 아내이니 혹 모르지만 누미디아의 경우는 언젠가 동맹이 깨어지면 후방에 강력한 적을 하나 두는 것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이런 모든 이유를 두고 말할 때, 파라디소스가 우리 로마를 완전히 정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관리도 다 하기 힘든 광대한 영토와 이제 손을 잡을 필요가 없어진 동맹국.
이 두 가지 뿐입니다.
그것을 원하십니까?]
“·······글 잘 적네.”
여기까지 양피지를 읽은 우진은 옥타비아누스가 왜 불세출의 정치가로 전해졌는지 알 것 같았다.
글을 읽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그게 맞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고 있었다.
분명 동맹을 하는 것은 로마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마저 읽어 볼까.’
[어쩌면 전하께서는 동맹을 이성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시면서도 국내의 여론 때문에 성사가 어렵다고 생각하실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전하께서 그 난국을 돌파 할 수 있는 열쇠를 두 개 정도 드릴까 합니다.
우선 첫 번재 열쇠.
동맹의 선후 관계를 확실하게 하겠습니다.
저희 로마는 파라디소스에 보호국으로서의 예의를 갖추고 해마다 일정량의 조공을 바치겠습니다.
저희 로마를 상대로 이런 조건의 계약을 하는 것은 아마도 전하께서 처음일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조건이면 다른 신하들도 함부로 전하의 주장에 의견을 달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열쇠.
그것은 직접 사신으로 간 카시우스에게 물어 보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뭔데 이러는 거지? 카시우스.”
“예. 진 전하.‘
“이 양피지에는 그대가 나에게 열쇠를 줄 거라고 적혀 있군. 그게 뭐지?”
“예. 저희 로마는 파라디소스를 상대로 보호국으로서의····.”
“그건 여기 적혀 있었다.”
“예. 그렇다면···. 그 보호국의 증거로서 저희 옥타비아누스 전하의 누이이신 옥타비아 왕녀를 전하의 비로 천거하는 바입니다.”
“옥타비아?”
우진이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카시우스의 뒤편에서 한명의 여성이 앞으로 나오더니 전신을 감싸고 있던 로블를 벗어 버렸다.
그러자 세련되지만 경박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게 치장된 여성이 드러났다.
“가이우스 율리우스 시저 옥타비아라고합니다.”
우진은 그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몹시 아름다운 여인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 미모만 보고 놀란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다른 것이었다.
“·········갈색 웨이브 머리?”
우진은 슬쩍 고개를 돌려서 한쪽에 있는 디오클레이우스를 바라봤다.
그러자 디오클레이우슨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가 우진하고 눈이 마주치자 맹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된 거란 말이지.’
우진은 짧은 시간에 머리를 팽팽 돌렸고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으음···. 지금 당장 대답을 하기는 어려우니 일단 며칠 동안 성내에 머물면서 기다려 보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카시우스는 갑자기 우진의 말이 살짝 정중해지자 오히려 당황했다.
‘왜 저러는 거지? 옥타비아님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상한데? 듣기로는 영웅왕은 이미 절세 미녀를 셋이나 가지고 있고 그 중에 한 명은 알렉산드리아의 보석이라고 하더니···.’
카시우스가 보기에 옥타비아의 가치는 인질로서의 가치가 컸다.
아름다운 여성이기는 하지만 그녀의 미모만으로 우진이 저렇게 급 정중하게 변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옥타비아누스가 보호국을 자청한다고 했을 때. 로마의 수많은 신하들이 반대했다.
하지만 옥타비아누스는 동맹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누이인 옥타비아를 파라디소스에 시집보내겠다고 단언했다.
이것인 가져온 파급 효과는 컸다.
옥타비아누스와 그 누이인 옥타비아의 우애는 로마에서도 유명했다.
원래 둘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가 재혼할때까지 서로를 의지하면 자란 사이였다.
옥타비아누스에게 있어서 옥타비아는 그냥 누이가 아니라 자신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어머니나 다름 없었다.
그런 누이를 정략혼으로 적국이나 다름 없는 파라디소스에 시집보낸다는 것은 옥타비아누스에게도 크나큰 고뇌였다.
하지만 로마의 미래를 위해서는 왕위에 오른 자신이 가장 먼저 희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또 그는 그렇게 했다.
누이인 옥타비아는 로마에서 가장 현숙하고 순종적인 여성으로···.
한 마디로 이 시대 여성들의 표상이라고 해도 좋을 여인이었다.
그녀의 현숙함에 관해서 알려진 일화로는 이런얘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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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얘기는 분량 때문에 다음 화로 넘어가겠습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