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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211화 (211/220)

211화

실제의 역사에서···.

그녀는 역시 동맹을 위해서 적국까지는 아니지만 옥타비아누스의 최대 라이벌인 안토니우스의 아내로 시집 보내진다.

아마 옥타비아누스로서는 당시 삼두체재를 오랫동안 지속할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안토니우스라면 정치적으로는 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최고의 신랑감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서 아끼는 누이를 시집보냈다.

하지만 그녀의 결혼 생활은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다.

남편인 안토니우스는 로마를 떠나서 이집트에서 클레오파트라와 불륜을 저지르고 세 명의 아이를 낳았다.

물론 지금의 역사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누가 클레오파트라에게 찝적 거리면 우진이 그 놈의 목을 쳐 버릴 것이다.

하지만 원래의 역사에서 당시 클레오파트라는 시저에게 지독한 배신을 당하고 이집트를 지키기 위해서는 뭐든지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던 시기였다.

그래서 안토니우스를 유혹했고, 안토니우스는 로마에 남겨져 있는 본처를 방치하다시피 했다.

결혼해도 남편에게 사랑 받지 못하고 무시 당하기만 하던 불행한 생활 속에서도 그녀는 질투하지 않고 현숙하고 조용하게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는 이집트에서 안토니우스가 로마에 있는 재산을 군자금으로 쓰기 위해서 요구했을 때도 그녀는 두말하지 않고 재산을 양보했다.

보통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옥타비아누스는 누이를 나무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저 로마의 여성으로서, 그리고 아내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녀는 그 정도로 현숙함의 표본 같은 여성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안토니우스가 죽고 자서 그의 유자녀를 맡아서 키운 것도 그녀였다.

아마도 그녀는 그런 남편이지만 자신의 남편인 이상 안토니우스를 미워하는 것도 불가능 했을 정도로 착한 여성이었던 것이다.

오히려 홀대 받는 누이를 보고 분노한 것은 옥타비아누스였다.

이전부터 그닥 사이가 좋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옥타비아를 시집 보낸 이후로 둘은 그럭저럭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안토니우스가 옥타비아를 홀대하고 이집트에서 불륜을 저지르면 애를 셋이나 두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때부터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의 사이가 본격적으로 틀어지기 시작했다.

그만큼 옥타비아누스에게 누이인 옥타비아는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냥 정략의 도구 정도로 이용할 그런 사이가 절대로 아니었다.

그런 그녀를 파라디소스에 정략혼을 보낼 정도니···.

옥타비아누스도 개인적으로 희생을 감수하겠다고 독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리고 옥타비아 역시 동생의 결정에 기꺼이 따랐다.

실질적으로 자신을 희생말로 써 먹는 것이나 다름 없는 방식이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순종하고 따른 것이다.

한편····.

우진 본인은 옥타비아에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존재는 몹시도 필요했다.

왜냐하면···.

“진. 진. 진. 진. 지이인.”

“진정해. 디오클레이우스.‘

“이게 진정할 일이냐? 너 어떻게 내가 찍은 여자를 네가·····.”

“진정하라니까. 난 여기서 다른 여자는 필요없어. 내 아내들이면 충분해.”

“그럼 왜 기다려 보라고 한 거야?”

“그래야 로마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여기 있을 핑계가 생기니까. 그녀를 여기에 머물게 한 것은 너 하고 좀 잘되 보라는 의미야.”

우진의 설명을 다 들은 디오클레이우스는 크게 감격한 얼굴을 하고는 우진에게 말했다.

“너···. 날 위해서 그녀를 여기에 머물게 하고 있는 거야?”

“그래. 이제 좀 알겠냐? 이 정신나간 고릴라야!!!”

우진의 따짐에도 디오클레이우스는 그저 좋다고 마냥 히죽이죽 거리고 있었다.

“····그거 진짜 무섭거든.”

웃는게 인상 쓰는 것 보다 더 무서운 인간은 정말 흔하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내가 멍석은 깔아 줄 테니까 어떻게 잘 해봐.”

우진의 말에 디오클레이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만 믿어. 난 유혹의 신이다.”

“···퍽이나 그렇겠다.”

하는 꼴을 보면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 우진이었다.

다음날부터 옥타비아는 왕궁의 안에 머물게 되었다. 그녀에게 필요한 시종은 우진이 준비해 줬고 카시우스 일행하고도 떨어트려 놨다.

카시우스 일행은 곤란하다고 말했지만 우진은 다소 억지를 부려서 그녀와 카시우스 일행을 떨어트렸다.

‘나하고의 정략혼을 추진하기 위해서 왔는데 디오클레이우스하고 맞선을 시키면 좋아할 리가 없지. 네놈들은 당분간 격리다.’

우진은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는 디오클레이우스 장가보내기 작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다음날 우진은 디오클레이우스를 대동하고 옥타비아가 있는 별궁으로 향했다.

원래 손님용으로 준비해둔 별궁을 통째로 비워서 그녀 한명만을 위해서 준비했다.

로마와 적대적인 파라디소스에서 이렇게 극진히 대접하는 일은 상당히 드물었다.

여담이지만 예전에 시저가 왔을 때는 시종들이 쓰는 작은 쪽방 하나 비워서 내 줬던 우진이었다.

체면이고 나발이고 신경쓰지 않고 그렇게 대접해서 돌려 보냈던 것이다.

옥타비아는 그 별궁에서 얌전하게 수를 두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자신의 운명을 완연하게 받아 들이고 그 삶을 살기로 마음을 정한 것처럼 보였다.

우진은 디오클레이우스와 함께 그녀를 멀리서 바라보다가 디오클레이우스에게 말했다.

“이제 간다. 준비 됐지?”

“그래··. 첫 말은 뭐로 시작하면 좋을까?”

“네가 알아서 해.”

“그거 준비 안하고는 못 가.”

“우우····· 그냥 날씨가 좋죠. 라고 말해.”

“날씨가 좋죠? 너 애냐? 그거로는 여자랑 평생 침대로 못 가 볼거다.”

“나 마누라 셋이거든.”

“제길···. 그래 일단 말은 네가 먼저 걸어. 난 그냥 웃고 있을게. 여자들이 내 웃음을 좋아하지.”

디오클레이우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씨익 웃었다.

“····진짜? 그걸 여자들이 좋아한다고?”

“···그래. 왜 못 믿겠냐?”

우진은 당연히 못 믿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디오클레이우스의 표정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그건 네가 황금 알을 낳는 오리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콩나물 타고 와서 그 오리를 훔친 잭을 잡아 죽일 때나 적합한 미소야.”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런게 있어···. 어쨌든 그냥 무게 잡고 있어. 부하들하고 전쟁터에 있을 때처럼 무게있게.”

“···이렇게?”

“그래. 그게 그나마 좀 볼만하다.”

여자나 몰래 훔쳐 보면서 티격태격 말다툼이나 하고 있는 이들이 지중해 최강국인 파라디소스의 왕과 공작이란다.

어쨌든 우진은 계집애처럼 구는 디오클레이우스를 데리고 갔다.

“안녕하십니까?”

우진이 나서서 인사를 하자 자수를 두고 있던 옥타비아누스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우진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진 전하···. 옥타비아라고 합니다.”

“음···. 난 진이오. 그리고 이 친구는···. 혹시 구면은 아닌지 모르겠군요.”

우진이 그렇게 말하며 디오클레이우스를 가리키자 옥타비아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

“기억에 있습니다. 제가 호기심으로 자시 외출을 했을 때 위험에 처했는데 저를 구해 주신 분이군요.”

옥타비아가 싱긋 웃으면서 말하자 디오클레이우스는 입가를 실룩실룩 거리면서 뭔가를 참고 있는 것 같았다.

‘진짜 무섭다 인간아····.’

우진은 한숨을 내쉬면서 적당히 둘을 소개하고 자리를 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 누미디아의 사절단이 온다고 했지? 중요한 일인데 제가 그만 깜박 했군요.”

그런 사절단 안 온다.

“국사가 우선이죠. 자리를 비우셔도 괜찮습니다.”

옥타비아가 웃으면서 편하게 말하자 우진은 정말 좋은 여자라고 생각하면서 디오클레이우스를 보고 말했다.

“음··, 그럼 자네가 옥타비아 왕녀를 보필하고 있게. 이건 국왕인 나의 명령일세.”

“예. 받들겠습니다. 전하.”

“음······.”

둘은 서로 안 하던 짓을 하다 보니 매우 어색하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우진은 디오클레이우스에게 자리를 만들어 줬으니 이제 나은 것은 둘이서 알아서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리를 비웠다.

좀 긴장한 것 같기는 하지만 영 쑥맥은 아니니까 알아서 할 것이다.

라는 생각도 깔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실수였다.

그날 저녁.

우진은 유리와 유진이와 함께 미시헤르발 왕자까지 끼워서 애들하고 놀아주고 있었다.

미시헤르발 왕자는 유리의 약혼자라는 포지션이 마음에 안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애한테 화 낼 수는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애가 영웅왕인 우진을 엄청나게 존경하고 있었다.

마치 평범한 21세기의 애들이 TV에 나오는 특촬물 XX레인저 같은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일단 애 일 때는 평범한 이웃집 꼬맹이 정도로 대하면서 놀아주고 있었다.

“오빠···. 이거 잡아줘.”

“응. 잡아줄게.”

유리한테 잘 보일려고 잠자리 한 마리 잡아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같은 남자로서 약간 불쌍하기도 했다.

우진은 유진을 안아서 귓가에 속삭였다.

“아들아···. 그럴리는 없겠지만 넌 다 커서 여자가 해 달라는 것 다 해주면 안 된다. 밀당이 중요한 거야.”

“밀당?”

“그래 밀당. 자세한 건 나중에 아빠가 가르쳐 줄게.”

“···········?”

“지금은 몰라도 돼. 자. 하이파이브.”

“파이브!!!”

유진은 좋다고 아빠의 손바닥에 짝짝 자신의 작은 손바닥을 부딪혀 갔다.

애한테 좋은 것 가르친다고 말하기는 좀 무리였다.

어쨌든 그렇게 아이들하고 좋은 시간을 다 보내고 난 후에 우진은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거기서 나사고 쳤어. 라는 표정으로 축 늘어져 있는 디오클레이우스를 만나게 되었다.

“······너 무슨일 있냐? 아니 무슨 짓 했냐?”

우진의 말에 디오클레이우스는 허허롭게 웃으면서 말했다.

“하··· 하하····. 진. 나 어쩌면 좋냐?”

“그쎄? 일단 한 대 갈겨 줄까? 어쩐지 그러고 싶은 기분이야.”

우진의 말에 디오클레이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로 우진의 하이킥이 날아갔다.

뻐억!!

“커억·····. 너 진짜 치냐?”

“치라며?”

“진짜 진지하게 칠 줄은 몰랐지!!?”

“어쨌든, 무슨 일인데? 설마 너 바로 덮쳐버린 것은 아니겠지?”

“아니야!!! 사람을 뭘로 보고····.”

‘짐승.’

말로 하면 또 싸울 것 같아가지고 일단 속으로 생각만 하는 우진이었다.

“후우···. 처음에는 좋았어. 말 해보니 정말 완벽한 여자였지. 상냥하고 배려심 깊고 학식도 높고, 거기다 상냥하기까지····.”

“상냥하다가 두 번 나왔는데?”

“그만큼 많이 상냥하다는 거야!!”

“·········.”

“어쨌든···,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야. 중요한건····, 말을 하다가 내가 좀 실수를 했어.”

“내 애를 낳아도. 라고 말했다면 큰 실수긴 하지.”

히죽 거리면서 놀리는 우진을 보고 디오클레이우스는 이를 갈면서 말했다.

“진심으로 차라리 그렇게 말했으면 좋겠다.”

“·····너 무슨 말을 한 건데?”

“····그러니까······.”

============================ 작품 후기 ============================

디오클레이우스가 무슨 사고를 쳤는지는 분량 때문에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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