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화
일방적으로 밀리던 유다이아의 병사들중에 몇몇이 갑자기 후방에서 어떤 항아리를 받았다.
그러자 그들은 그 항아리를 깨서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을 자신의 몸에 뿌리기 시작했다.
파라디소스의 병사들은 놈들이 갑자기 싸우다가 뭐 하는지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답은 금방 나왔다.
“신은 위대하다!! 이교도들에게 죽음을 형벌을!!!”
놈들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고는 미친 듯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놈들이 자신의 몸에 뿌린 것은 기름이었던 것이다.
“크윽···. 이 미친 놈들이!!!”
“크아아악!!!!”
“빌어먹···. 으악!!!”
일방적으로 우세를 점하던 파라디소스의 군대도 이런 비상식 적인 전략에는 할 말을 잃었다.
그들이 보기에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전법이었다.
사람의 몸에 불을 붙이고 인간 화염이 되어서 공격을 해 올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물론 불이 붙은 인간은 오래 살 수 없다.
금방 죽어서 쓰러진다. 하지만 놈들이 순간적으로 자폭하듯이 데리고 간 파라디소스의 병사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인간같지도 않은 전법에 죽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이 망할 개 자식들!!! 크아악!!!”
“오우메니우스!!!!”
디오클레이우스는 몇 명의 불 붙은 병사들이 달라 붙어서 몸에 불이 번지고 있는 오우메니우스를 보고는 한 걸음에 달려갔다.
중간에 걸리적거리는 것은 마치 파리때를 쫒듯이 할버드로 후려쳐서 쫒아내 버렸다.
그리고 오우메니우스에게 도착한 디오클레이우스는 자신의 망토를 이용해서 그를 덮고 있는 불길을 잡았다.
하지만 이미 전신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망할···. 거기 병사!! 당장 후방으로 오우메니우스를 옮겨라!!”
“옛!!”
“오우메니우스 부대는 나를 따라라. 저 미친 광신도들과 끝장을 보는 거다!!!”
“오오오!!!!”
대장이 전선에서 후퇴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디오클레이우스의 가세로 사기는 오히려 오른 오우메니우스의 군단이었다.
한편 뒤편에서 이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우진은 이를 갈았다.
“미쳤구나 테무진···.”
아무리 전쟁터라고 해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가 있는 법이다.
병사들을 광신도로 만들고 그들에게 자살 돌격을 강요하는 테무진의 행동은 이제 미쳤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애당초 네가 누구였는지는 내 알바 아니다. 하지만···. 이제 끝이다. 넌 이미 영웅이라고 불릴 자격을 잃었어.’
아테나에게 무슨 짓을 당했는지는 몰라도 테무진은 이미 역사의 위인 소리를 듣기에는 무리인 남자로 타락해 보였다.
반드시 놈의 목을 쳐서 이 저주받을 전쟁을 끝내겠다고 생각하는 우진이었다.
다만···. 아직은 진형이 너무 두터웠다.
우진은 이전의 전쟁터에서처럼 테무진을 작은 빛으로 구별하는게 가능했다.
그리고··. 아직은 인의 장막에 가려서 그 빛이 너무 흐리게 보였다.
“아직··. 아직 조금만 더····.”
우진은 테무진의 목을 칠 순간을 기다리면서 꾹 참고 또 참았다.
전선에서 동료들이 피를 흘리며 그 길을 만들고 있었다.
지금은 그것을 믿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아아!!!!”
스파르타쿠스는 자신을 껴안으려는 화염에 휩싸인 병사의 심장을 찌르고 그대로 가슴팍을 발로 차서 밀어 버렸다.
“위축되지 마라!!! 불에 타고 있다고 해도 그냥 인간일 뿐이다!!!”
옆에서 할버드를 붕붕 휘둘러서 할버드로 적들을 도륙하고 있는 디오클레이우스 역시 소리를 질렀다.
“뒤로 물러나지 마라!!! 활로는 앞이다. 앞으로 가서 승리를 거머쥐어라!!!!”
둘은 미친 듯이 최전선에서 싸우면서 병사들을 독려했다.
파라디소스 양대 공작의 독려에 누구보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우진의 심복이라고 할 수 있는 마시르였다.
그는 자신의 창을 안장에 매달고는 양쪽의 허리에서 두자루의 태도를 꺼냈다.
“후우우우·····.”
그리고 그는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전하의 태도술과 디오클레이우스 공작각하의 쌍검술 독자적으로 배합한 나만의 스타일이지···. 이제부터는 그저 피에 미쳐 주겠다.’
“마시르 경기병대!!! 돌격하라!!!!!”
“아라라라라라!!!!!”
“아라라라라라!!!!!”
“아라라라라라!!!!!”
디오클레이우스와 스파르타쿠스의 보병대의 활약에 힘입어서 마시르의 경기병대가 돌격하기 시작했다.
선두에서 양손의 쌍검을 종횡무진 휘두르는 마시르의 기세는 사뭇 무서웠고 그에 힘 입어서 경기병대가 정면으로 돌격을 시작했다.
“잠깐!!! 마시르!!!”
스파르타쿠스는 마시르의 무모한 돌격을 보고 말리려고 했지만 마시르는 멈추지 않았다.
사실 그 돌격이 무모한 것은 그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명백하게 전열을 벗어나서 적군의 깊숙한 중심부로 돌격하는 바람에 이미 경기병대에서 희생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시르에게 망설임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해서는 길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 누군가가 죽음으로 길을 만들어야 한다면···. 그건 내 몫이다.’
애당초 우진이 구해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비참한 노예로서 일생을 마쳤을 자신이었다.
여기서 목숨을 쓴다고 해도 억울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 마시르는 모무한 돌격을 계속했다.
“크윽·····. 우익과 좌익은 형태를 나눠라!!! 쇄기 진형으로 길을 확보하라!!!”
스파르타쿠스는 마시르를 말리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하다 못해 그의 죽음을 개죽음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보병을 이용해서 마시르의 경기병대가 지나간 길의 터전을 확보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길을 만들어 나갔다.
“으아아아아아!!!!”
마시르는 일생에 이만큼 고군분투해 본 적이 있는지 의심 스러울 정도로 싸우고 또 싸웠다.
그리고 마침내 인의 장막을 모두 돌파한 그 순간···.
퍼퍼퍼퍽!!!
“쿨···· 쿨럭····.”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미리 준비중이었던 유다이아의 궁병들이었다.
100만의 정병이라고 해도 궁병을 그 비율에 맞춰서 대량으로 육성 할 수는 없었다.
화살의 소모를 따라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테무진은 궁병을 후방에 대기 시켜두고 있었고, 최후의 방어막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의해서 마시르를 고슴도치처럼 화살 받이가 되었다.
마시르를 쓰러지면서 약 100미터 정도 앞에 있는 테무진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는 미소 지으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뒤는···. 맡기겠습니다. 전하.”
그리고 그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후방에서 파라디소스의 최강의 전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군 돌격하라!!!!!”
“우오오오오오오!!!!!!!”
우진이 이끄는 중장 기병대가 드디어 돌격을 감행했다.
우진은 참고 참고 또 참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마시르가 무모한 돌격으로 길을 만드는 그 순간···.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테무진의 빛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 순간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전군 돌격하라!!!!”
“우오오오오오오!!!!!!!”
우진을 선두로 해서 파라디소스 최강의 정예병인 중장기병대 1만이 돌격을 감행했다.
이 중장 기병을 1만까지 육성하기 위해서 지난 세월동안 우진도 고생을 많이 했다.
일단 기마대의 숫자가 1만을 넘어가면 그것만으로도 위협적인 무기다.
그런데 그 기병대가 하나같이 마갑을 두른 중장 기병이면 그 위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죽어랏!!!”
“이 광신도들아!!!!”
참고 있느라고 고무되었던 것은 우진 만이 아니었다.
우진의 중장 기병대가 그대로 적을 가르면서 일방적인 도륙에 가까운 학살을하기 시작했다.
아군의 피와 적군의 시체로 만든 길이다. 그리고 그 길을 지나서 우진이 테무진에게 닿기 직전까지는···. 이제 스스로 뚫어야 했다.
“비켜라!!!!”
우진은 전신에 화살을 10개는 넘게 달고도 유다이아의 병사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그를 따라서 중장기병대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서 돌진했다.
그리고 마침내···. 마침내 우진의 돌격이 테무진의 바로 앞에까지 와 닿았다.
“테무진!!!!”
“진!!!!”
카아아앙!!!
테무진에게 다다른 우진의 일격을 테무진은 말에서 자기 칼로 정면으로 받았다.
그리고 그 순간····.
‘이··· 이런····?’
테무진이 우진과 처음 싸워 보는 것은 아니다.
그 전에 폼페이우스와도 어느정도 대등한 싸움을 했을 정도로 강한 무력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테무진이 우진의 단 한칼을 받아낸 순간 손목이 부러지면서 검을 놓치고 말았다.
“크으윽····. 이 괴물···.”
테무진은 자신을 단 한칼에 무력화 시키는 우진의 무력에 이를 갈았다.
하지만 우진은 숨을 다소 고르면서 말했다.
“나한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나? 그런 무뎌진 검으로?”
“··무디다고? 내가?”
테무진의 놀란 얼굴에 우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몰랐나? 병사들을 광신도로 만들고, 자살 명령을 내리고···. 정작 너 자신은 타락해 가고 있다는 것을 몰랐나?”
“············.”
테무진은 그제야 알았다.
우진이 그때보다 더 강해진 것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내가 약해졌단 말인가? 내가·······.’
테무진은 그제야 자신이 망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서서히 자각했다.
어디서부터? 언제부터?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자신은 더 이상 예전의 자신이 아니었다. 그냥 무력이 쇠약했다는 얘기가 아니었다.
좀 더 근본적으로 자신이 텅 빈 껍질이나 다름 없이 되었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우진은 멍하니 있는 테무진을 보고 이미 승부는 났다는 것을 알았다.
우진의 일격에 팔이 부러진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 이상으로 그 후에 이어진 우진의 질책이 테무진의 심장을 깊숙하게 후벼 판 것이다.
우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테무진에게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걸로 끝이다.”
우진은 말에서 쓰러진 테무진을 향해서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스팟!!!
너무나 허무할 정도로 단 칼에 승부를 보고 나서 우진은 테무진의 목을 들고 사방에 크게 외쳤다.
“테무진의 목이 여기 있다!!!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유다이아군은 항복하라!!!!!”
“와아아아아아!!!!”
“파라디소스 만세!!!”
“영웅왕 전하 만세!!!!!”
그것이 전쟁의 끝을 고하는 함성이었다.
============================ 작품 후기 ============================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다음 편은 에필로그입니다. 원래 추천량이 줄어서 붙여 올리지 않고 시간을 두고 올리는 저지만 여기서까지 시간을 끌 이유는 없을것 같아서 그냥 올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