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1. 떼쓰면 안 되는데
이른 아침, 신혼부부는 현관에 마주 보고 섰다. 출근하는 남편을 다정히 배웅하는 대신 서원은 손끝으로 옷자락을 잡고 늘어지고 있다. 밀어내면 가볍게 쓸릴 듯 미약한 힘이다. 서럽게 입을 다물고 있는 서원을 진우는 다정한 웃음으로 지켜본다. 나날이 응석받이가 되어 가는 서원이 그는 그저 귀엽기만 하다.
“형, 나 안 보내 줄 거야?”
“…….”
“눈도 안 마주쳐 주고…. 나 너무 서운한데.”
서원이 슬그머니 속눈썹을 올린다. 괴롭힌 적도 없는데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진우는 작게 혀를 차고 엄지로 눈가를 쓸어 주었다. 서원이 그 손을 꼭 잡고 뺨을 문질러 온다. 으레 응석받이들은 달래 주면 더욱 응석을 부려 오는 법이다. 시선을 흘끔 올린 채로 가지 말라며 눈빛으로 호소하고 있다. 얄궂게도 진우는 서원이 이렇게 매달려 올 때마다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출근하는데, 뽀뽀해 줘야지. 형.”
“…뽀뽀, 해 주면, 갈 거잖아….”
가기 전에 항상 뽀뽀를 받았더니 이제는 안 받으면 못 가는 줄 아는 모양이다. 단순한 사고방식이었다. 진우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서원의 뺨을 감싼 채로 고개를 기울였다. 입술이 맞닿을 것 같자 서원이 아랫입술을 말아 물며 어깨를 움츠린다. 숨결만 닿는 거리에서 그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서원을 달래었다. 젖먹이들이 칭얼거릴 때 달래 주던 목소리와 비슷했다.
“내가 우리 식구 가장이잖아. 이젠 애들도 있는데, 많이 벌어 놔야지. 응?”
입을 꾹 다문 서원의 뺨이 봉긋해졌다. 말랑말랑하고 보드라운 뺨을 진우는 손바닥으로 살살 주무른다. 그도 종일 자신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는 서원을 두고 외출하는 게 달갑지만은 않다. 지금 하는 일이 마무리되고 나면 육아휴직을 쓸 생각이었다. 그에게는 돌보아야 할 아이가 셋이나 있었다.
“뽀뽀해 주면 내가 힘내서 일 얼른 끝마치고 올게.”
“…징짜?”
뺨을 잡혀 어수룩해진 말투로 서원이 되묻는다. 매번 그가 아니면 안 된다는 듯 매달리는 서원을 보는 건 흐뭇했지만, 가끔은 가슴이 미어지기도 했다. 홈 카메라로 지켜볼 때마다 기력 없이 자신만 기다리는 서원은 이미 사장된 양심 따위를 건드렸다.
“응, 진짜.”
“…….”
가만 진우를 바라보던 서원이 까치발을 들어 그의 입술에 쪽, 가볍게 입을 맞춘다. 안겨 든 서원을 진우가 품에 안고 혀를 섞었다. 부드럽게 부딪치는 키스였다. 느긋하게 혀를 감을수록 팔목을 꼭 잡고 있던 서원의 손이 느슨히 풀렸다. 까치발이 점차 들리고 두 눈은 꾹 감긴다. 이제는 서러운 것보다 혀를 섞는 것에 더 열중하고 있다. 아이를 낳은 뒤 자연스레 풀어진 페로몬은 고양이의 꼬리처럼 감출 수 없는 기분을 나타냈다. 서원은 자신이 하는 것이 페로몬 샤워인 줄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가 매달리는 서원을 조심스럽게 밀어내자 몽롱한 페로몬이 물씬 피어난다. 절제할 줄 모르는 오메가를 떼어 놓고 출근하는 건 고문에 가까웠다.
“으응…. 진우야.”
서원은 촉촉해진 입술을 말아 물며 그의 품으로 파고든다. 양팔이 허리에 감기고 자그만 얼굴은 품에 폭 파묻혔다.
“끝나면, 다른 데 말고, 꼭, 나한테 바로 와야 해…….”
서원이 그렇게 조르고는 뺨을 비벼 온다. 영역표시를 하는 페로몬이 그의 품에 흠뻑 묻어났다. 출근이 코앞인지라 퍽 난감해졌다. 한평생 페로몬을 절제할 필요조차 없는 열성으로 살아온 서원으로선 이해하지 못할 영역이리라. 그는 하얀 목덜미에 코를 묻고 숨을 들이쉬었다. 쉽게 발정 나는 자신의 오메가가 풍기는 향은 다디달았다. 가슴팍에 오메가의 체취를 가득 채운 채로 그가 몸을 물린다.
“금방 다녀올게, 형.”
“응…. 빨리 와야 해….”
“끝나자마자 바로 형한테 올게.”
뺨에 입을 맞춰 주자 꼭 매달려 있던 손이 느슨해졌다. 가지 말라며 조르고 싶은 걸 참는 얼굴은 발갛게 물들어 있다. 발을 떼기가 어려워져 진우는 한동안 서원의 얼굴만 들여다보았다. 이러다가는 정말 출근이 어려워질 것 같다. 그가 억지로 발을 떼어 집을 나선다. 덩그러니 남겨진 서원은 아직 선명한 진우의 페로몬을 좇는 듯 한참 현관에 서 있다가 침실로 총총 달려갔다.
진우의 베개를 폭 끌어안은 서원이 몸을 웅크린다. 소파는 항상 진우가 외출할 때마다 그랬듯 옷가지로 엉망이 된 상태다. 서원이 나름대로 아늑하게 틀어 놓은 둥지였다.
‘진우…… 요새 매일 나가는 거 같아.’
이번 달만 들어서 벌써 몇 번째 외출인지 모르겠다. 일인 것도 알고 어쩔 수 없는 것도 알지만 서러운 맘을 다잡을 수가 없었다. 자신은 진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진우에게는 자신이 그만큼의 존재가 아닌 것 같아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다. 서원이 진우의 코트를 뒤집어쓴 채로 훌쩍, 눈물을 삼킨다. 베개에 얼굴을 묻어 보지만 텅 빈 체취를 들이마시는 것으로는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그리고 요즘, 자꾸…….’
외출이 잦아진 근래, 귀가한 진우에게서 낯선 향기가 나기 시작했다. 다른 오메가의 페로몬이었다. 아랫입술을 꾹꾹 깨물어 가며 울음을 참던 서원이 결국 베갯잇을 적신다. 진우에게 다른 오메가가 생긴 건 아닐까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다. 질투라고 하기에는 처절한 생존본능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문자… 해 볼까?’
코트에서 빼꼼 고개를 내민 서원이 일부러 테이블 구석에 놓아둔 핸드폰을 살핀다. 얼마 전 진우에게 선물 받은 것이다. 예전에는 그토록 간절했던 것인데, 이제는 계륵 같다. 마음 약한 진우가 계속 들여다보게 하려면 스스로 아무것도 할 줄 몰라야 했다. 본능적으로 아이처럼 굴던 서원은 역할에 완전히 매몰되어 정말 무엇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버림받으면 황망히 말라죽을 존재였다.
연락을 해도 될지, 너무 성가시게 굴어 오히려 빈축을 사게 되는 건 아닐지. 울먹거리며 고민만 하던 찰나 벨이 울렸다. 소파에 둥지를 틀고 있던 서원이 발딱 일어나 현관으로 달려 나간다.
“진우야!”
진우가 자기 집에 들어오면서 벨을 누를 리가 없는데. 학습능력 없는 서원은 문을 연 다음에야 크게 실망한다. 진우가 없는 동안 몸과 마음의 위로를 위해 만났던 남자가 진우가 없는 틈에 다시금 비집고 들어온다.
“사람 섭섭하게, 왜 그렇게 실망해요.”
“진우인 줄, 알아서…….”
“그 새끼 부탁으로 오긴 했죠. 점심도 안 먹었다면서요?”
그는 자연스럽게 팔을 뻗어 허리를 감았다. 다른 손에는 종이 쇼핑백이 들려 있다. 진우가 회사에서도 제 생각을 해 주었다고 생각하니 서원은 시무룩하던 기분이 몽글몽글해진다. 내숭 부릴 줄 모르는 하얀 얼굴에 발그레 홍조가 들었다.
“서진우 하나 없다고 밥까지 굶으면 어떡해요. 그런다고 걔가 집에 와요?”
“……그냥, 먹기 싫어서…….”
머뭇거리는 서원을 식탁에 앉힌 그가 옆자리에 앉는다. 언뜻 본 거실은 오늘도 서원이 둥지를 틀어 놓아 어지러웠다. 서진우의 물건들로 어지럽혀진 소파는 불안정한 정신상태의 단면이었다. 정상적인 오메가가 할 만한 행동이 아니다. 그러나 이상현도 서진우도, 불안해하는 서원을 기껍게 여길지언정 안쓰럽게 여길 만한 인물들은 아니었다. 이상현이 단 하나 아쉽게 여기는 것은 서원이 그리워하는 대상이 자신이 아니란 점이다.
“당신 좋아하는 걸로 사 왔어요. 조금이라도 먹어요.”
“…….”
그는 서원의 앞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린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놓아 주었다. 입이 짧은 데다 초식동물처럼 풀만 좋아하는 사람이라 든든히 먹이기 쉽지 않다. 낯선 사람이 오면 꼭꼭 숨어 버리는 습성 때문에 질투 많은 서진우가 이상현을 집에 들여놓게 만들기도 했다. 다행히, 서원이 좋아하는 가게에서 포장을 해 왔더니 그나마 포크는 든다.
“맛있어요?”
고개를 끄덕이는 서원을 이상현은 집요하게 바라본다. 주로 욕정을 기반으로 한 시선이었다. 서원은 포크를 쥔 게 어색한지 자꾸 고쳐 쥐면서 채소를 깨작거리고 있다. 시선이 떠나지 않는 걸 깨달은 듯 가만 내리깔린 속눈썹이 들렸다. 유리구슬 같은 눈으로 그를 응시하며 대화에 서툰 아이처럼 한참 생각을 더듬는다.
“상현 씨는…… 밥, 먹었어요?”
“집에서 먹고 출근하는 길이에요. 서진우가 당신 좀 봐달라고 해서 온 거고.”
“네…….”
대꾸할 말이 없는지 다시 시선을 내리깔고 침묵을 지킨다. 포크 끝은 탱탱한 방울토마토 표면을 건드린다. 이상현은 서원이 먼저 대화를 시도한 게 꽤 기특하여 몸을 붙이고 시선을 마주했다.
“또, 궁금한 거 없어요?”
“없는데…….”
“생각해 봐요. 있을 텐데?”
“…….”
서원은 말없이 방울토마토를 굴리고 있다. 이상현은 그것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깨닫는다. 먹기 싫어 손장난을 치는 게 아니라 포크질을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방울토마토와의 싸움에서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듯 포크를 내려놓는 서원을 대신하여 그가 포크를 든다. 그는 서원이 데굴데굴 굴리기만 하던 방울토마토를 콕 찍어 자상하게 입까지 대령해 주었다.
“아, 해요.”
서원이 얌전히 입을 벌린다. 방울토마토를 물려 주자 입술을 꼭 다물고 조용히 우물거린다. 잘 먹어서 기특한 사람은 처음이다. 이상현은 연어 한 점 먹이고 바라보고, 풀 하나 먹이고 바라보며 서원의 섭식 활동을 관찰한다. 풀 하나를 한참 우물거려 삼킨 서원이 대뜸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상현 씨이……. 진우, 요즘에요…….”
“응, 서진우가 왜요.”
“진우가……. 요즘, 매일 출근하는데……. 올 때마다…….”
상당히 템포가 느린 대화였다. 말하는 속도는 차치하더라도 지금 서원이 꺼낸 주제는 이상현이 한참 전에 물었던 ‘궁금한 거’였다. 그는 서원이 맹하고 굼뜬 것마저 귀엽게 여겼기에 고민을 털어놓는 서원을 기다려 주며 구경한다. 긴 속눈썹이 느릿한 말투를 따라 천천히 깜빡여진다.
“올 때마다, 매일……. 다른, 오메가 냄새가, 나요…….”
속상한 듯 시선을 내리깐 채 조잘거린다. 외간 남자와는 쉽게 몸을 섞으면서, 남편의 외도는 걱정스럽다는 얼굴이 참 예쁘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서원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이상현은 자신이 예쁜 얼굴에 잠깐 정신이 팔렸음을 깨달았다.
“다른 오메가요?”
서원이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무릎에 손을 가지런히 놓은 채로 얌전을 떠니 다른 곳이 설렌다. 속상해하는 서원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집요해졌다. 그러나, 꼴리는 것과는 별개로 정서원의 고민은 전제부터 잘못되었다.
“서진우가 바람이라도 피웠을까 봐 그래요?”
“……흑, 흐으.”
“쉬, 울지 말고요. 그냥 물어본 거잖아.”
크게 상심한 오메가는 품으로 끌어당겨 눈물을 닦아 주는 손길에 의지하며 나긋나긋 감겨 왔다. 물 먹은 속눈썹이 짙어진다. 서진우의 외도를 상상만 해도 속이 상해 견딜 수가 없는 모양이다. 이상현은 정서원의 이런 점을 좋아했다. 얌전하고 예쁜 얼굴로 천연덕스레 못되게 구는 점 말이다. 이만큼 예쁘니 감수해야 한다는 것처럼 그는 이기적이고 모질었다. 물론 자각은 없을 것이다. 그저 배려받는 것이 당연한 응석받이였다.
“당신 두고 딴생각을 왜 하겠어요, 응?”
“그치만……. 요즘 매일, 흑, 나가는걸요…….”
“서원 씨 곱게 키우려면 돈 많이 벌어 놔야죠. 아직도 이렇게 철부지인데.”
서원이 소리 죽여 운다. 서진우 앞에서는 응석 부리듯이 앙앙 소리 내어 우는 주제에 지금은 눈물만 뚝뚝 떨군다. 이상현은 정성껏 눈물을 닦아 주었다. 서원은 속상해 죽겠다고 우는데 공교롭게도 그는 아랫도리부터 뜨거워졌다. 집착이 남다른 서진우가 자기 오메가를 두고 다른 놈 가랑이를 벌렸을 리가 없다. 이상현조차 뻔히 아는 것을 가장 가까운 서원은 믿지 못하고 불안에 떨고 있다. 대개 찔리는 게 있는 놈들이 멀쩡한 배우자를 의심하는 법이다. 이상현은 정서원의 치부를 건드리기보다는 달래 주는 것을 택했다.
“불안하면 오자마자 바지부터 벗겨요. 직접 빨아 보면 알겠지, 안 그래요?”
“빨아 보면…….”
“그래요, 당신이 잘하는 거잖아.”
서진우가 오자마자 바지를 벗기고 자지를 꺼내 무는 상상을 하는지 도톰한 입술을 방긋 벌리고 있다. 이상현은 슬슬 한계에 다다른다. 품에 안은 오메가에게서 풍기는 단내의 출처를 알기에 더욱이 참을 수가 없었다. 젖이 도는 가슴에서 나는 단내였다.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겠다고 봉긋하게 부풀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는 서원의 작고 말랑한 가슴에 발정했다. 한 번 만지려면 사정사정을 해야 앞섶을 열어 줄까 말까였다. 그렇게 쑥스러워하니 오히려 더욱 꼴렸다. 그가 맞잡은 서원의 손을 사타구니로 이끈다. 벌써 단단하게 발기한 게 잡히자 서원이 깜짝 놀라 그를 보았다.
“어…….”
“울기는 왜 그렇게 예쁘게 울어서 날 곤란하게 만들어요, 서원 씨.”
그는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이 속삭였다. 뻣뻣하게 잡혀만 있는 손을 쥐고 주무르며 스스로 수음하는 그를 서원이 깜빡깜빡 바라본다. 조금 난처한 것 같은 표정이다.
“만지기만 해요. 응? 나도 당신 재우고 나서 바로 출근해야 해.”
보드라운 뺨에 발갛게 물이 든다. 이 자리에 없는 서진우의 눈치를 살피는 듯 시선을 숙인 채 망설인다. 이상현에게 잡혀 옆으로 길게 수납된 윤곽을 주무르던 서원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가지런한 손끝이 귀두가 있는 부분을 스쳤다.
“그, 그럼……. 만지는 것만…….”
얼마나 유순한지. 이상현은 눈꼬리를 접어 웃으며 서원을 바라본다. 서원은 두툼하게 일어선 윤곽을 손과 눈으로 더듬느라 진득하게 달라붙는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다.
“꺼내서 만져 줘요.”
“…….”
조금 망설이다가, 벨트를 풀고 지퍼를 내린다. 속옷 안으로 과감하게 손을 넣어 외간 남자의 익숙한 음모를 헤치고 묵직하게 큰 성기를 꺼내 쥔다. 고생이라고는 해 본 적 없는 부드러운 손이 귀두를 정성껏 어루만졌다. 성 경험 없는 애송이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하는 것처럼 조심스러웠다. 서원은 성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이상현은 서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는 입이 바싹 마른다.
“애태우지 말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잖아요. 서원 씨.”
이상현은 성기를 쥔 손에 손을 겹치고는 가볍게 힘을 주었다. 어설프게 감고만 있던 손이 자지에 맞게 꼭 오므라들며 자지를 조였다. 그 감촉이 아찔하다. 이상현에게서 한숨이 샌다. 손을 놓자 이제는 서원이 스스로 힘을 주어 성기를 잡고 있다. 내내 아래만 보던 시선이 살그머니 올라와 그를 바라본다. 이렇게 하는 거냐고 묻는 것처럼 동그랗게 만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수음을 돕는다.
“응…. 잘하네요.”
이상현은 매끈한 목덜미를 감싸며 손끝에 닿는 야들야들한 감촉을 즐긴다. 사나운 숨을 흘리다가도 눈이 마주치면 눈웃음을 치는 그를 바라보던 서원이 다시금 시선을 내린다. 단추를 채우다 만 수유용 원피스 앞섶으로는 자그만 가슴골이 엿보인다. 조바심이 난다.
“하아, ……음.”
발기한 성기 끄트머리에서 물방울이 맺혀 흐른다. 손끝으로 물이 맺히는 곳을 문지르고 살살 흔드는 손짓은 입술과 혀로 만지는 것처럼 섬세했다. 가지런히 모은 무릎을 비비적거리며 입술을 여는 서원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뻔해 보였다. 가느다란 목덜미에 고개를 묻은 이상현은 점점 느슨하게 풀리는 오메가 단내를 흠뻑 빨아들였다. 부드럽고 말랑한 손바닥이 알맞게 조여 구멍을 만드는 것도 별미였으나 그가 가르고 들어가고 싶은 곳은 따로 있었다. 이상현은 도드라지는 빗장뼈와 그 아래 얕은 골짜기를 노려보며 목덜미에 얹은 손을 아래로 미끄러뜨린다. 의도가 있을 법한 손길이 엉덩이에 닿자 서원은 울상이 되어 그를 바라본다. 간절한 기대를 저버릴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가 무방비한 몸을 번쩍 안아 올려 식탁에 앉힌다.
“아……!”
덜그럭거리며 그릇이 밀려나고 의자는 둔중한 소리를 내며 옆으로 자빠졌다. 이상현은 서원이 피할 수도 없게끔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치맛자락을 밀어 올린다. 햇빛을 볼 일 없는 새하얀 다리가 그를 향해 벌어져 있다. 가장 안쪽에 숨은 구멍을 상상하자 서원이 예열시켜 놓은 곳이 얼얼하게 아파졌다.
“마, 만져만 달라고, 했으면서…….”
“당신 구멍으로 만져 주면 되잖아요.”
치마 안쪽을 더듬거리던 이상현이 위화감을 눈치채고는 낮게 웃음을 터뜨린다. 그가 아무것도 입지 않은 엉덩이를 잡아 제게로 당긴다. 성이 난 자지가 허벅지 안쪽을 건드렸다.
“오늘은 왜 기저귀 안 했어요?”
“……그, 그냥…….”
“기저귀만 안 한 게 아니라 팬티도 안 입었는데. 왜, 서진우가 꼴릴 때 바로 박고 싶으니까 이제는 팬티도 입지 말래요?”
“아, 아니…… 아니에요.”
소심하게 말대꾸하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아랫도리를 발딱거리게 만드는 설득력이라면 있었다. 이상현은 부끄러워하는 얼굴을 노려보며 성기를 잡고 입구에 맞추었다. 구멍은 손가락 하나만 밀어 넣어도 물이 흘러넘칠 것처럼 흥건했다. 아, 서원의 입술이 방긋 벌어진다. 그는 봐주지 않고 안으로 짓쳐들어 갔다.
“아아…! 아, 흐응…. 상현 씨이….”
서원이 길게 신음하며 그에게 매달렸다. 서진우가 온실에 가둬 기르는 가련한 짐승은 짧게 손질된 손톱을 세워 어깨를 긁었다.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할 무력한 손짓이었다.
“흐아, 아아아…….”
“하…. 서원 씨, 보지 축축한 거 알아요? 너무 젖어서, 박을 때마다 물이 새잖아. 으응?”
이상현은 삽입된 자지를 슬슬 움직이며 녹녹하게 조여 드는 감각을 즐겼다. 그가 허리를 빼고 넣을 때마다 흥건히 젖은 구멍에서 쿨쩍 물이 삐져나왔다.
“흐으응, 아, 안 되는, 데에…. 으응, 아…! 으앙.”
물 많은 시선이 천장을 더듬거리다가 가랑이 사이로 내려왔다. 파렴치한은 치맛자락을 배꼽까지 올려놓고 자그만 구멍이 발갛게 벌어지며 제 좆을 삼키는 광경을 감상하고 있다. 느긋하게 문지르던 움직임이 얼마간 집요해졌다. 그의 허리를 감은 허벅지가 파들파들 떨린다. 서원은 어쩔 줄 모르며 제 안으로 파고드는 그를 바라보았다. 깊숙이 맞물린 사타구니가 떨어질 때마다 기분 좋게 달래 주는 자지가 엿보인다. 무심코 절정에 이를 만큼 황홀했다.
“으응, 상현 씨이…….”
얕은 절정에 떨어진 서원이 본능적으로 그를 조른다. 느슨하게 풀린 말투와 눈빛은 애교를 듬뿍 담고 있다. 부추기는 것이 능숙한 사람이었다. 그는 흠뻑 젖은 안으로 파고들며 가물거리는 눈과 시선을 맞추었다.
“으아앙…. 아, 하으, 응…. 안 돼에….”
“뭐가, 안 돼요.”
“진우가아…. 아, 알면… 혼나는데…. 으응, 진우한테, 허락받아야, 아아응….”
“더 해 봐요. 하, 남편 몰래 붙어먹는 것 같아서 흥분되는데.”
깊숙이 파고들었다가 빼내자 서원이 고개를 젖히며 흐느낀다. 온실에서 곱게 길러지는 생물은 드러나는 속살마다 온통 하얗다. 제게로 매달리는 서원에게 몸을 겹치며 그는 하얀 목줄기를 빨았다.
“힉, 흐으…! 응, 아아아….”
쾌락에 약한 몸이 어쩔 줄을 모르고 움츠러든다. 자신의 품으로 숨으려 드는 서원을 이상현은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입술로 문지른다. 녹녹하게 젖은 내벽이 자지 모양으로 꾹 오므라들었다. 꼴에 남자라고 앞을 세우고 할딱거리는 게 안쓰러워 손으로 문질러 주자 도리질을 쳐 댄다. 쌕쌕, 간신히 몰아쉬는 숨이 가쁘게 터졌다.
“여긴 만지지 마?”
“으응, 흐, 너무…. 너무 느껴져서어, 흐앙…! 아아아….”
“하… 너무, 느껴져서 싫어요?”
이상현이 마른 골반을 붙잡고 세게 들이친다. 퍽 소리가 날 만큼 깊은 교합에 서원은 울 듯이 자지러지며 흐느꼈다. 응석 가득한 신음이 이상현의 뒤틀린 가학 욕구를 자극한다. 녹녹하게 젖어 부드럽게 열리는 안으로 몰아치며 그가 나긋이 속삭인다.
“당신이랑 나처럼…. 서진우도, 지금 회사에서 그 오메가랑 뒹굴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 아니야…. 앙, 으응…! 안 돼요…. 흑, 흐앙….”
“하하… 어제 서진우가 물고 빤 구멍으로, 내 좆은 맛있게 물어 대면서… 후우, 서진우가 딴 놈 가랑이 여는 건 안 돼요? 응?”
“흑, 흐으. 안 돼에… 안 돼요…. 그런 말 하, 하지 마요…. 흑, 흐으응… 아아!”
축축한 구멍을 잔뜩 조이며 서원이 눈물을 펑펑 쏟는다. 느끼느라 울고 속상해서 우느라 정신이 없다. 이상현은 음모가 닿을 만큼 깊숙이 틀어박고는 느긋하게 허리를 굴렸다. 서원이 훌쩍훌쩍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칭얼거린다. 하도 울어 눈가가 발갛게 짓물렀다. 괜히 모질게 굴어 울리고 싶다가도 막상 울면 달래 주고 싶어 안달이 났다. 어쩌면 달래 주면 순순히 안겨 오는 몸짓이 좋아 울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쉬이, 뚝 해요…. 서진우가 당신 두고 다른 데에 좆질을 왜 하겠어.”
“하, 하고 있으면, 흑, 어, 어떡해요…. 흑, 흐으, 으응….”
외간 남자의 좆에 꿰뚫린 채 천연덕스럽게 훌쩍거리는 서원을 바라보는 이상현의 웃음이 진해진다. 그가 마른 골반을 잡아 바투 붙는다. 삽입이 깊어지자 서원이 작게 할딱였다.
“정 걱정되면, 지금 전화라도 할까요? 서진우한테 다른 놈이랑 배 맞았냐고 물어볼래요?”
“시, 싫어…. 흑, 으응…. 자꾸, 나쁘게 말하지, 마요…. 흐으응.”
이상현은 고개를 내려 입술로 눈물을 거둬 주었다. 심술궂은 말만 하는 입술은 뺨과 턱에 다정하게 내려앉았다. 슬슬 내려와 결국 자그만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그를 서원은 훌쩍거리며 바라보았다. 이상현과 서진우는 이상하게 가슴에 집착했다. 시도 때도 없이 앞섶을 열고 냄새를 맡으며 살을 빨았다. 밀어내고 싶었지만 울적한 상상 탓에 기운이 나지 않아 고개를 돌리는 게 고작이었다. 문득, 안에 버겁게 가득 찬 것이 꿈틀거린다. 느긋이 문지르기만 하던 움직임이 다시금 빨라졌다.
“으응…! 아, 흐앙…. 상현 씨이…. 흐으응.”
“하, 당신 젖내만 맡아도 쌀 것 같아…. 온몸을 남자 받는 용도로만 써도 되겠어요, 응?”
“으아앙… 흑! 어떡, 해애…. 기분, 좋아아… 아흐, 응…!”
바르작거리는 몸을 품에 가둔 채 이상현은 깊숙한 곳까지 가르고 들어갔다. 비좁은 구멍은 그의 성기에 맞추어 열렸다가 다시 조여들었다. 이미 함빡 젖어 들어서고 나갈 때마다 질척한 소리가 흐른다. 절정을 앞둔 몸짓이 거칠어진다.
“아…! 흐앙, 으으응…!”
쾌락에 바동거리며 그를 밀어내는 서원을 안고 이상현은 허리를 추어올렸다. 그가 얼굴을 묻고 살을 빨던 가슴은 앞섶이 활짝 열려 박는 대로 찰랑거렸다. 흔들리는 분홍색 통통한 유륜을 다시 입에 머금자 달콤한 젖내가 물씬 풍긴다. 어깨를 밀어내던 서원이 그의 머리를 붙잡고 우는 듯이 자지러졌다.
“으응, 상현 씨이, 그마안…. 저, 저… 갈 것, 으응…! 흐아앙….”
절정에 흐느끼는 몸이 가느다랗게 떨린다. 꾹꾹 조여 드는 안을 크게 부푼 좆이 억지로 비집고 들락거렸다. 힘들다고 칭얼거리는 서원은 무력하게도 박는 족족 흔들리며 흐느꼈다. 매달릴 곳이 없어 저를 괴롭히는 이상현을 끌어안고 훌쩍인다. 작고 보드라운 가슴이 그의 얼굴을 감쌌다. 어이없게도, 이상현은 그 순간 사정하고 말았다.
“하아…….”
“으으응, 흐으…….”
미간을 찌푸린 채 그는 사정의 여운을 즐긴다. 가슴골에 얼굴을 좀 묻었다고 사정이라니, 옆집 누나 가슴이나 흘끗거리는 사춘기 사내놈이 된 기분이다. 이상현은 힘겹게 쌕쌕거리는 서원을 바라보다가 입을 맞췄다. 서원이 입을 벌려 소극적으로 응해 왔다. 방금 사정한 것이 무색하게도 삽입한 성기가 꿈틀거렸다. 얌전히 입을 벌려 주던 서원이 움찔하더니 그를 밀어냈다.
“음, 왜요?”
“출근……. 해야, 한다면서요….”
“그렇게 말하니까 우리 신혼부부 같지 않아요?”
“…….”
서원은 아예 입을 다물어 버렸다. 웃음을 터뜨린 이상현이 불퉁한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눈가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던 그는 출근 준비를 하며 넘긴 머리가 엉망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이런, 머리가 다 망가졌네.”
그를 끌어안고 흐느끼던 자신을 탓한다고 여긴 건지 서원이 시선을 내린다. 뺨이 발긋하다. 대책 없이 예쁘게 군다. 더는 참기 어려울 것 같아 이상현은 삽입된 것을 천천히 빼내었다. 서원이 작게 할딱거렸다.
“으으응…….”
성기를 따라 정액이 흘러나왔다. 이상현은 티슈로 뒤처리를 해 주고는 자신이 풀어 헤친 앞섶을 차근차근 여며 주었다. 서원은 단추를 잠그는 손을 바라보며 숨을 고르고 있다. 이상현이 그 뺨에 키스하고 눈을 맞춘다.
“식사는 다 했어요? 더 안 먹어도 되겠어?”
“네에…….”
“그럼 씻겨 줄게요. 서진우 올 때까지 조금 자 놔요. 응?”
자연스럽게 안아 올리는 그에게 매달리며 서원은 눈을 감았다. 섹스의 여운이 달아나자마자 이상현이 짓궂게 놀리던 말이 떠올라 울적해진다. 쓸데없이 상상력이 좋은 머릿속에서는 이미 진우가 얼굴도 모르는 오메가와 붙어먹고 있다.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다정하고 자상하게 그 오메가를 대할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진우가 정말 다른 오메가를 만나고 있는 거면 어떡하지?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진우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데…….
자신이 진우의 유일한 상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서원에게는 그저 가혹하게 다가온다. 서원은 다소 뻔뻔스러운 슬픔을 느끼며 이상현의 품에 안겼다. 너무 운 탓인지 감은 눈이 뻐근했다.
* * *
차에서 내린 서진우는 시계부터 확인한다. 이제 오후 3시, 결코 늦은 시간이 아님에도 걸음이 바빠진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아기 같은 서원을 홀로 두는 것은 항상 염려스러웠다. 그가 없을 때면 서원은 그의 옷가지를 모아 엉성하게 둥지를 틀고는 그 안에서 나오질 않았다. 온종일 그가 오기를 기다리며 마르지 않는 눈물만 훌쩍거렸다. 틈틈이 홈 카메라로 서원을 들여다보던 서진우의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낯이라도 안 가린다면 고용인을 보내 보살피게 할 텐데, 서원은 주인이 없을 때는 얼굴 한 번 내비치지 않는 소심쟁이였다. 오늘은 그나마 이상현을 보내 점심을 먹이고 재우기도 했으나 그조차 얼마 가지 못했다. 점심 무렵에 깨어난 서원은 아무도 없는 집에서 홀로 훌쩍거리며 그를 기다렸다.
“진우야!”
문을 열자마자 서원이 가슴팍으로 안겨 들었다. 볼품없는 힘으로 꼭 끌어안고는 콧방울을 울리며 체취를 빨아들인다. 원체 속상한 표정이라 서진우는 마음이 또 야들야들하게 뭉개진다. 뒤통수를 가만 쓸어 주자 으으응, 고양이가 앙탈을 부리는 듯한 소리를 내며 허리에 깊숙이 팔을 감고 뺨을 비벼 왔다. 내리감은 눈이 빨갛게 물들어 있다.
“또 울었어? 오늘 일찍 온다고 했잖아.”
“으응, 그치만, 흑. 흐으….”
서원은 손바닥으로 재킷 안쪽, 와이셔츠를 더듬거리며 그의 등 근육을 어루만진다. 엉큼한 의도보다는 어디든 닿고 싶은 모양이었다. 체취를 연신 들이마시는 입술이 방긋 벌어져 있다. 독립된 개체로서 살아갈 수 없는 연약하고 보드라운 존재였다. 서진우가 브리프케이스를 내려놓고 서원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았다. 금세 눈물이 떠오른 얼굴이 그를 바라본다. 방긋 벌어진 입술을 엄지로 문지르자 빨간 혀를 내밀어 손가락을 핥는다. 순종적이고 음란하다.
“흐웅, 지누야아…….”
가볍게 짓눌린 혀를 빼내지도 못한 채 엉성한 발음으로 그를 부른다. 무엇을 당해도 기껍다는 표정이다. 늘 예쁘게 다뤄 달라며 응석을 부리지만 함부로 다뤄지는 것도 썩 싫어하는 것 같진 않다. 자각이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뽀뽀하고 싶어?”
“웅…….”
까치발을 드는 서원에게 허리를 숙여 주자 바로 입술이 맞물린다. 서원은 보드라운 입술로 서진우의 입술을 물고 내어지는 혀를 열심히 핥고 빨았다. 등에 매달린 손이 와이셔츠를 꼭 쥐었다가 느슨해진다. 가두고 기르기 시작한 이래, 서원은 의사 표현을 울거나, 키스를 조르거나, 섹스를 조르는 것으로 대신하려 들었다. 좋지 않은 습관이었다.
“후으, 웅…….”
서원은 감았던 눈을 뜨고 젖은 눈을 깜빡이며 그를 본다. 향수가 그득한 상자를 연 것처럼 페로몬이 물씬 피어난다. 더 하자고, 자기 곁을 떠났다 온 만큼 채워 달라며 눈빛으로 호소한다. 서진우는 다시 뽀뽀를 조르는 서원을 살며시 밀어내며 다정한 웃음을 지었다.
“형, 밥은 먹었어?”
“으응, 아니이…….”
“배고프겠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풀만 겨우 깨작거리던 걸 알기에 뭐라도 먹이려고 했더니 싫다고 고개를 팔락거린다. 그러고는 부엌으로 향하려는 그를 꼭 붙잡고 아예 대리석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사타구니에 말랑말랑한 뺨이 닿았다. 서원은 동그란 이마를 비비고 윤곽을 입술로 더듬거리면서 시선을 위로 향한다. 그러더니 서럽게 애교를 부린다.
“서원이, 진우 자지… 먹고, 싶어요…. 이거 먹으면, 안 돼…?”
좆을 꺼내지도 않은 채 안에서 발기해 가는 것을 서원은 입술로 깨물고 있다. 당장 꺼내서 물고 싶은 걸 간신히 참는 모습이었다. 감질나는 자극에 서진우는 잇새로 한숨을 터뜨렸다. 간당간당한 인내심을 끌어올리며, 핥고 싶고 빨고 싶어 죽겠단 눈빛으로 저를 보는 서원을 조심스럽게 쓰다듬는다. 다정을 한껏 머금은 목소리가 나긋나긋 흘러나왔다.
“이거 먹는다고 배가 불러? 밥 먹어야지.”
“다른 거 말고…. 진우 자지, 먹고 싶어서… 나 계속, 진우만 기다렸단 말야….”
이제는 정장 바지 위로도 뚜렷해진 윤곽을 손으로 잡으며 안달을 낸다. 하아, 서진우가 한숨을 토하자 살살 누르는 손짓이 더 요망해졌다.
“바닥에 안 흘리고, 깨끗하게 먹을게…. 응? 여보….”
서진우가 결국 욕설을 짓씹는다. 그간 간담이 콩알만 해진 서원은 혼이 나는 줄 알고 덜컥 겁을 집어먹었다. 그는 얼른 손을 떼고 달아나려는 서원의 머리채를 붙잡고 자신을 보게 했다. 겁에 질린 얼굴이 애처롭고도 사랑스럽다. 터질 듯이 발기한 좆을 꺼내 당장 목구멍 깊숙이 처박고 싶었다. 내재된 폭력성을 서진우는 한숨 몇 번으로 간신히 내리눌렀다.
“…바닥 더럽히면 혼나, 서원아.”
알았어? 낮게 을러대는 목소리에 서원이 머리채를 잡힌 채로 응응,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무서워서 눈물이 찔끔 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구멍에서도 물이 찔끔했다.
결국, 서원은 신랑이 퇴근하자마자 현관에서 바지 벨트부터 풀어 주었다. 자신이 너무 밝히는 바람에 정이 뚝 떨어진 것 같은 진우의 눈치를 살피며 양손으로 황공스럽게 자지를 받친다. 크고 묵직하고 굵어서, 보는 것만으로 안이 뜨거워진다. 안달이 나 얌전히 모은 무릎이 들썩거렸다. 처음 목적과는 달리 얼른 안에 넣고 문지르고 싶어졌다. 홀린 눈으로 자지를 보던 서원이 그것을 뺨에 대고 문지른다. 페로몬이 확 풍겼다.
‘진우는 자지도 멋있게 생겼어…….’
그래서 자꾸 정이 드나 보다. 진우가 옷 속에 감추고 있어도 매일 벗겨서 안부를 확인하고 싶었다. 서원은 군침이 도는 입으로 좆 끄트머리를 물었다. 내내 그토록 그리워했던 페로몬이 가장 짙게 묻어나는 곳이었다. 이상현은 진우가 바람을 피운 것 같다면 오자마자 다른 오메가 구멍에 들락거렸을 좆부터 확인해 보라고 했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직접 입으로 문 후에야 서원은 진심으로 안도한다. 진우의 옷가지에 먼지처럼 딸려 온 페로몬과 달리 자지에서는 진우의 맛만 났다. 서원이 식탁에서 이상현과 붙어먹을 때, 서진우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름 모를 오메가와는 전혀 관계없이 말이다. 고집을 부려 진우를 화나게 해 놓고 속없이 실실 웃음이 나고 만다. 서진우는 웃음을 머금은 뺨을 가볍게 건드리며 물었다.
“왜 웃어.”
“진우 냄새가, 너무, 좋아서…….”
“오자마자 좆부터 빨고 싶을 정도로 좋아?”
“우응……. 조하, 지누야…….”
입에 담기도 버거운 좆을 간신히 문 채 서원은 눈꼬리를 접어 웃었다. 입 안에서 혀를 굴리는 솜씨는 일품인데, 고작해야 사탕이나 문 것 같은 천진난만함이었다. 기가 찬다. 이래서 목줄을 풀어 줄 수 없었다. 지금이야 그와 이상현으로 만족한다지만,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또 어떤 놈을 꼬실지 모른다.
“형이 이러니까…… 내가, 착하게 굴 수가 없잖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서원이 좆 끄트머리를 입술로 오물거리며 그를 바라본다. 그러더니 곧 백치처럼 눈웃음을 친다. 신랑의 뜻 모를 말보다 눈앞의 자지가 더 좋은지 깊숙이 삼키며 물고 빠는 것에나 집중하기 시작한다. 민감한 부분을 혀로 긁다가 쭉 미끄러져 고환을 빨며 손을 움직였다. 어떤 새끼한테 배웠는지, 능숙한 만큼 열이 올랐다. 서진우는 입고 있던 정장 재킷을 벗어 던지고 넥타이를 느슨히 푼다. 아랫배에서부터 오른 묵직한 열이 한숨으로 터졌다.
“하아, 씨발, 서원아…….”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큰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그는 급작스러운 발열처럼 번지는 흥분을 참는다. 서원은 자지를 열심히 물고 빨면서도 흘끔흘끔 그를 훔쳐보고 있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가지런히 모은 다리가 움찔거렸다. 서진우는 원피스를 확 들쳐 버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굳이 참을 필요 없는 충동이었다. 머리채를 잡아 서원을 떼어 내고 발끝으로 무릎을 건드리자 힘없이 열린 다리 사이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성기가 드러났다. 서원은 가리지도 막지도 못한 채 흐느낀다.
“너 자위하고 싶어서 퇴근한 사람 붙잡고 좆 빌려달라고 한 거야?”
“아, 아니야…. 진우 자지가 답답할까 봐, 그래서어, 나아….”
집에서 속옷조차 입지 않고 지내는 서원이 떠듬떠듬 변명을 잇는다. 그러는 동안에도 무릎을 닫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내리꽂히는 시선마저 달가운 듯 허벅지를 가늘게 떨며 서진우만 애타게 바라보고 있다. 밝히는 오메가는 제 알파의 차디찬 시선만으로 아래를 흥건히 적셨다. 벌써 받을 준비를 하는 뒤가 오물오물 움츠러들자 분홍색으로 예쁘게 달아오른 성기가 작게 까닥였다. 말간 물이 대리석 바닥에 뚝, 떨어졌다. 서진우가 냉담하게 혀를 찼다.
“바닥에 안 흘리겠다면서.”
“지, 진우 거… 여보 거만…. 나, 아아니 서원이 거는, 아니에요….”
“서원이 씹물은 아니었어요?”
“응, 으응…. 네에….”
괜한 트집을 잡는 줄도 모르고 서원은 필사적으로 변명을 찾았다. 타고난 기질이 음란한 사람이다. 무섭게 야단치는 것에 겁을 먹으면서 눈은 기대감으로 빛난다. 간혹 서진우는 서원을 혼내다가도 롤플레잉에 어울려 주는 듯한 기분이 들곤 했다. 그가 자신을 해하지 않을 거라는 본능적인 믿음을 가진 오메가를 제대로 교육하기에 서진우는 마음이 약했다. 가만 쳐다보는 그에게 서원이 훌쩍, 코끝을 울렸다.
“여보 화, 화났어요…? 흑, 서원이가, 야, 약속… 안 지키고, 후으… 변태처럼 질질, 싸서….”
“응, 화났으면 여보가 어떻게 풀어 주게요.”
다정한 목소리는 서원을 조롱하는 것처럼 흘렀다. 기가 풀썩 죽은 서원은 눈물을 매단 채로 쩔쩔매고 있다. 방만한 다리를 뒤늦게 다물고 양손을 가슴께에 모은다. 아기들 젖이나 먹이라고 사 준 수유용 원피스 단추를 꾸물꾸물 풀기 시작하는 서원의 뺨에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굼뜬 손짓이 끝나자 벌어진 앞섶으로 야트막한 가슴골이 그대로 드러났다. 서원은 작은 가슴을 손바닥으로 끌어모으며 서진우를 바라보았다.
“이, 입 말고…. 가슴으로, 해, 해 줄까…?”
서진우가 찬웃음을 터뜨렸다. 고작해야 손가락 하나 겨우 감쌀 만한 가슴으로 좆을 문질러 주겠다는 발상이 기특하고 황당해서다. 어디서 배웠는지 출처를 알 만해 시답잖은 질투가 샘솟는다. 진득한 욕정이 이글거리는 눈을 서원은 분노 따위로 오해하고는 어깨를 움츠린다. 서진우는 핏대 선 자지를 온순한 얼굴에 멋대로 문지르다가 예쁜 입술에다 덜컥 쑤셔 박는다. 고분고분하게 열린 목구멍까지 좆을 비비던 그가 나긋나긋한 말투로 물었다.
“이런 건 또…. 어디서 배워 왔어.”
“후으, 응, 우응….”
말 잘 듣는 오메가가 대답을 하려 입술을 꾸물거린다. 성대의 떨림이 좆까지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는 쑤셔 박았던 것을 꺼냈다. 서원이 겨우 숨을 터뜨렸다. 묵직하게 꺼덕거리는 좆에서 타액이 늘어지는 것을 서원은 얼른 기둥을 붙잡고 핥아 나갔다. 트집이 잡혀서 혼날까 봐 겁을 먹은 것이다. 서진우는 다정하게 꾸며 낸 목소리로 추궁했다.
“누가 알려 줬어? 이런 거 하면 남자들이 좋아한다고.”
“지, 진우가, 가슴, 만지는 거… 좋아하니까…. 그래서…. 조, 좋아할 것, 같아서….”
“가슴에 좆 끼워 주면 기분 풀릴 줄 알았어?”
“시, 싫어, 요…?”
말랑말랑한 뺨을 붙잡은 채로 그는 얌전히 앉은 서원을 집요하게 바라보았다. 애를 배고, 가슴에 통통하게 살이 붙기 시작한 뒤로는 보여 주는 것도 부끄러워하던 서원이 큰 용기를 낸 것엔 마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발칙하게 구는 서원이 기특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분노 같은 흥분은 치솟는데 기분은 한결 누그러진다.
“그럼 한번 해 봐, 형.”
잔뜩 긴장해 있던 서원이 얼른 고개를 끄덕인다. 나자빠진 자세를 엉금엉금 세우고는 무릎으로 서서 그를 바라본다. 그렇게 눈치를 한 번 살피더니 작은 가슴을 열심히 끌어모은다. 굵직하고 커다란 좆은 과연 가슴골에 끼울 수도 없었고 양껏 문지를 수도 없었다. 보드라운 살결로 밑동만 간신히 비비적거리는 서원을 그는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곧추선 끄트머리에 키스하듯 쪽쪽 입술을 모아 쪼아 대던 서원이 흘끔 그를 올려다본다. 젖은 눈가에 헤픈 웃음이 걸렸다.
“어, 어때…? 처음 해 봐서….”
“아직 모르겠는데.”
“그래…? 어, 어떡하지…. 진우 자지가 너무 커서, 다, 못하겠어….”
서원은 난처한 듯이 눈썹을 내렸다. 앞섶은 다 풀어 헤치고, 하얗고 말랑말랑한 가슴을 모아 낑낑거리는 꼴이 퍽 보기 좋았다. 미적지근한 자극에도 아랫도리로 피가 몰린다. 통통한 유륜과 우유가 맺히는 유두를 좆으로 건드리며 희롱하고 싶다. 머리를 쓰다듬는 손에 무심코 힘이 들어갈 것 같은 것을 참으며 그는 서원이 하는 모양새를 지켜보았다.
“기분 풀어 준다며, 서원아. 제대로 해야지.”
“으응, 미, 미안해….”
망설이던 서원이 고개를 숙여 좆 끄트머리나마 한껏 입에 담는다. 야트막한 가슴은 손바닥으로 살살 움직여 기둥을 감싸고, 입술과 혀로는 가장 민감한 부분을 애무했다. 혀 아래에 침이 고이며 한 번 빨 때마다 아이스크림을 빨아 먹는 소리가 났다. 미처 삼키지 못한 침이 좆을 타고 흘러 밋밋한 가슴골까지 적셨다. 밑동에 비벼지는 보드라운 살결이 미끈미끈하다.
“흣, 하아….”
그가 서원의 머리카락을 쥐었다가 놓는다. 사정감이 착실하게 오르고 있었다. 능숙하게 혀를 굴리며 빨아들이는 서원의 입에다 살살 허릿짓을 하자 꾸물거리던 움직임이 멎었다. 입천장을 단단히 부푼 귀두로 문지르면서 그는 서원의 머리통을 내리눌렀다. 배려 없는 몸짓에도 고분고분 입을 여는 서원이 퍽 사랑스럽다. 쾌감으로 눈가를 찌푸린 그가 낮게 긁히는 목소리로 말한다.
“혀 써야지, 형.”
“흐웅….”
빳빳하게 굳었던 서원이 혀와 손을 쓰며 그의 절정을 돕는다. 처음에는 살살 입천장만 건드리던 허릿짓이 흥분으로 깊어져 목구멍을 멋대로 건드리기 시작한다. 머리채를 붙잡은 손에 핏대가 도드라졌다.
“씨발, 서원아…. 하아.”
축축하게 무른 입 안은 구멍을 쑤실 때와 다름없는 질척한 소리를 흘린다. 움직일 수 없게끔 머리를 짓누른 채로 좆을 쑤셔 박던 서진우가 문득 한숨을 터뜨렸다. 정액이 입 안 가득 쏘아졌다. 서원은 숨이 버거운 중에도 그의 사정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느리게 허리를 움직이며 여운을 즐기던 그가 한참 뒤에야 성기를 빼내었다.
“콜록! 흐, 하아, 하아아….”
삼키지 못한 정액과 타액이 서원의 가슴골에 늘어졌다. 그런데도 가장 먼저 손을 뻗어 좆을 잡고 마무리를 한다. 쪽쪽, 느리지만 꼼꼼하게 좆을 깨끗이 빨아 먹은 서원이 시선을 올린다. 목구멍을 쿡쿡 찔러 댄 통에 눈물까지 흘러 꼴이 말이 아니다. 사정을 끝낸 후에야 서진우는 자비로워진다. 머리를 짓누르던 손으로 젖은 눈가와 뺨을 쓸어 주며 눈을 맞춘다. 그의 시선이 정액이 흐르는 가슴골을 스치다가 무릎에 닿는다.
“무릎 빨개졌네. 딱딱한 데서 하느라 아팠지, 형.”
“으응, 아니야아. 괘, 괜찮아….”
“괜찮기는. 새빨개졌는데.”
가장 함부로 서원을 대했던 그가 더없이 다정한 신랑처럼 무릎 꿇은 아내를 안아 든다. 아직 해소하지 못한 욕정이 아랫배를 들쑤시느라 아늑한 침실까지는 닿지 못하는 배려였다.
소파에는 옷가지가 널려 있다. 서원이 그를 생각하며 만들어 놓은 아늑한 둥지다. 제 오메가의 의존적인 성향을 발견할 때마다 아래가 들쑤신다. 당장 몸을 가르고 싶어 좆이 얼얼할 지경이었다. 그가 소파에 가로 눕히고 몸을 겹치자 서원이 뺨을 붉힌다. 서진우는 넥타이를 풀어 소파 밑으로 던지고 서원의 치맛단을 걷어 올린다. 사정하지 못한 성기를 가볍게 쥐어 흔들어 주니 쌕쌕 숨을 몰아쉬었다. 어디 도망가지도 못한 채 하얀 몸을 바르작거리며 쾌락에 떤다.
“흐우, 응…! 진우, 야아…. 히으.”
“왜, 계속 여보라고 부르지.”
“으응, 여보…. 아으응. 흐앗, 앙.”
“그래. 얼마나 예뻐. 응?”
“네, 네에…. 여보…. 감사해, 요…. 으응, 흐우으.”
가슴께에 양손을 두고 쩔쩔매던 서원이 소심하게 와이셔츠 자락을 잡고 늘어진다. 몇 번 주무르지도 않았건만 서원의 보잘것없는 성기는 벌써 절정을 준비하고 있다. 빨갛게 무른 혀를 빼꼼 물고 할딱이는 서원에게 서진우는 깊숙이 입 맞추며 어르고 달랜다. 응, 응, 앓는 소리가 그의 입에 집어삼켜진다. 곧 바르작거리던 몸이 움찔 굳더니, 느슨하게 풀렸다.
“흐아, 아으응…….”
정액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씨라고는 하나 없는 맹물이 서진우의 손바닥에 토해졌다. 서원은 겹쳐진 허벅지를 바르르 떨어 댔다. 몽롱하게 풀어진 얼굴을 바라보며 그는 보드라운 허벅지를 잡아 벌린다. 발정 난 오메가 냄새가 물씬 풍긴다.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 좆을 구멍에 맞춘 그가 오메가 씹물이 흥건한 손으로 넋 나간 서원의 뺨을 툭툭 건드린다.
“서원아. 오빠 봐야지.”
“네에… 네, 오빠….”
“응, 착하다.”
서원이 억지로 초점을 맞추고 그를 바라본다. 저만 바라보는 서원을 내려다보며, 서진우는 단번에 좆을 찔러 넣었다. 아직 절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서원이 고개를 젖히며 자지러졌다.
“흐아앙…. 앙, 하으, 흑….”
안이 경련하며 조여들었다. 서진우가 미간을 찌푸린 채로 천천히 숨을 몰아쉰다.
“힘 풀어, 응? 그래야, 너 좋아하는 좆질 해 주지.”
“아흐…. 조하, 으응, 지누야아….”
“하, 좋아?”
“으응, 조하…. 지누 자지 너무, 조하… 흐앙.”
녹진녹진하게 풀린 안을 서진우가 억지로 비집고 들어간다. 푹푹 가르고 들어설 때마다 흠뻑 젖은 안에서 질척한 물소리가 터진다. 이제 애가 둘이나 딸린 오메가인데 조이고 푸는 요령은 전보다 훨씬 능숙해졌다. 비좁고 뜨겁고, 녹녹한 안을 헤집을 때마다 서진우는 이성의 끈이 바짝 타들어 간다. 여유를 가장할 수조차 없어졌다.
“하아…. 씨발, 미치겠네.”
출근하며 깔끔하게 넘겼던 머리가 이마로 흘러내린다. 서진우는 소파에 늘어진 서원의 허리를 양손으로 붙잡고 강하게 쳐올리기 시작했다. 박을 때마다 뿌리까지 깊숙이 처박혀 퍽퍽 살갗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했다.
“힉, 흐으응…! 지누, 야아… 으아앙, 앙, 흐앙…!”
오로지 자기만족을 위한 배려 없는 움직임이었다. 억지로 허리가 들린 채 사나운 좆질을 받아 내는 서원은 벌써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다. 허리를 붙든 손을 떼어 내려 애를 써 보지만 손아귀 힘만 강해질 뿐이다. 버거운 쾌락인데도 황홀했다.
“하악, 하아! 아흐으, 응…!”
진우를 떼어 내려던 손은 어느덧 그에게 바짝 매달려 있다. 그가 허리를 강하게 붙잡고 깊숙이 짓쳐들 때면 야트막한 가슴이 찰랑거리며 흔들렸다. 서원이 강렬한 쾌락에 하얀 몸을 바르작거리며 우는 걸 서진우는 욕정이 이글대는 눈으로 노려보았다. 그의 팔뚝을 긁으면서 몸서리를 치던 서원이 결국 먼저 절정에 다다랐다.
“으아앙…! 흐아, 흑, 흐으응…. 지누야아….”
오르가슴을 느끼는 몸이 잘게 떨린다. 안은 좆을 깊숙이 품은 채로 꾹꾹 조여들었다. 서진우에게서 한숨이 샜다. 나른하게 풀어지려는 서원을 붙잡은 그가 여운을 느낄 틈도 주지 않고 몰아붙이기 시작한다. 갓 절정을 맞은 몸으로 쏟아지는 폭력적인 쾌락에 서원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흑, 흐으…! 흐아앙, 흐우, 흑. 지누야아, 여보… 시, 시러…. 우으응…!”
“좋다며, 서원아. 하아…. 너, 좋다는 거 해 주는데, 왜 앙탈이야.”
“처, 천천히이…. 서워니, 주, 주글 거, 가타요… 여보오…. 흑! 으앙…….”
방울방울 맺힌 눈물은 서진우에게 붙들려 흔들리는 동안 소파 쿠션을 적신다. 서럽게 흐느끼면서도 매달리고 의지할 곳이 서진우의 품뿐이라 자꾸만 그에게 기어든다. 서진우는 품으로 파고드는 서원을 팔 안에 가두고 허리를 움직였다. 아무리 폭력적으로 짓눌러도 제 오메가는 나긋나긋하게 감겨 왔다. 이보다 황홀한 건 없었다.
“하아…! 씹, 서원아….”
그가 무자비하게 파고든다. 양손에 가볍게 잡히는 허리를 붙잡고 멋대로 헤집어 놓는다. 사정감은 이미 턱까지 차올랐다. 서진우는 울음처럼 그의 이름을 조잘거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절정에 이르렀다. 제 오메가를 마음대로 써도 되는 인형 다루듯 굴던 그가 정액을 모조리 털어 넣고는 허리를 놓아준다. 동시에 몸을 겹치며 빨갛게 손자국이 남은 나신을 입술로 훑었다.
“흐아아…. 흐, 으응. 응….”
서원은 쌕쌕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를 버겁게 받아 준다. 서진우는 그에게 붙잡혀 내내 찰랑거리던 자그만 가슴에 매달렸다. 젖을 찾는 것처럼 통통한 유륜을 입에 머금고 유두를 살살 깨물었다. 아직 수유를 끊지 못한 젖에서 우유가 찔끔찔끔 흘러나왔다. 이 납작한 가슴을 부풀게 만든 것이 바로 자신이었다. 제 씨를 받아 배가 부르고, 젖을 줄 준비를 하던 서원에게 서진우는 항상 마음이 동했다.
“으응, 하, 하지 마아…. 아파아. 히끅.”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서원은 갇힌 몸을 바르작거렸다. 무력한 서원이 할 수 있는 건 젖을 내준 채 훌쩍훌쩍 우는 것이 전부였다. 서진우는 서원의 젖꼭지를 퉁퉁 붓게 만든 뒤에야 몸을 일으켰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고는 서럽게 우는 서원과 눈을 맞춘다.
“미안…. 아팠어, 형?”
멋대로 굴 땐 언제고 지금은 더없이 다정한 남편 같다. 쉽게 속는 기질인 서원은 그 한마디에 설움을 몽땅 잊고 뺨을 붉게 물들였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서원을 서진우가 품에 안고 쓰다듬었다.
“다음부터는 안 그럴게. 형이 너무 예뻐서, 못 참았어.”
“……우응.”
“근데, 오늘 왜 그랬어. 안 하던 짓을 다 하고.”
서원이 머뭇거린다. 이상현과 몰래 붙어먹은 걸 고백할지, 아니면 진짜 고민을 털어놓을지 망설이는 눈치다. 서진우는 부디 서원이 전자를 택하지 않길 바랐다. 서원을 돌봐달라고 이상현을 보냈을 때부터 서진우는 그가 손을 대리란 걸 알고 있었다. 좆같지만, 오메가 고르는 취향이 비슷한 놈이었다. 무방비하게 얼쩡거리는 서원을 가만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식탁에서 이상현에게 깔린 채로 다리만 바동거리던 서원이 떠올라 다시금 질투가 치솟는다. 욕심 많은 오메가와 살기 위해 각오했던 바다. 야금야금 오르는 질투를 억누르며 빨갛게 무른 눈가를 쓸어 주자 서원이 겨우 입을 연다. 열이 확 식을 만큼 뜻밖의 내용이었다.
“나는……. 진우가, 바, 바람피우는 줄, 알고…….”
“바람?”
서원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참는 것 같더니 결국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서진우가 지켜보는 것도 모른 채 딴 놈이랑 붙어먹었던 서원은 벌어지지도 않은 일로 서럽고 속상하다며 조잘거렸다.
“요즘, 맨날 나가고……. 올 때마다, 오, 오메가 냄새나고……. 나는 맨날, 진우 귀찮게만 하니까……. 진우가 나, 나한테에, 질려서어 다, 다른 사라암……. 흑, 흐앙…….”
서럽게 울음을 터뜨리는 서원을 보며 서진우는 얄궂게도 아랫도리가 뭉클한다. 이번 프로젝트팀에 오메가가 한 명 있긴 했다. 워낙 무던한 사람이라 향이 묻어오는 것쯤은 신경도 쓰지 않을 줄 알았더니, 그간 내내 맘에 담아 두었던 모양이었다. 퇴근하고 올 때면 매번 주위를 빙빙 맴돌던 이유가 이거였나. 이 얌전한 사람이 질투를 할 것이라고는 예상도 하지 못했었다. 지금이야 역전되었다지만 항상 애정에 굶주려 있던 것은 서진우 자신이었다. 웃기게도, 그는 오랜 짝사랑에 드디어 보답을 받는 기분이었다. 그 감동은 고스란히 하반신으로 전달되었다.
“흐우우……. 흑, 으응. 나, 버리는 줄 알고, 너무, 너무 무서웠어, 진우야…….”
서원은 여전히 훌쩍훌쩍 서럽게 울고 있다. 가지런히 모은 허벅지에 닿는 성기로 열이 모인다. 보드랍고 말랑말랑한 감촉을 의식하며 서진우는 서럽게 우는 서원을 달랬다. 방울방울 맺힌 눈물을 닦아 주자 서원이 훌쩍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게 질투도 할 줄 안다. 기특하고도 놀랍다. 동시에 바람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구나 싶어 조금 괘씸해지기도 한다. 심술이 비죽거렸다.
“어떻게 알았어?”
“으, 으응…?”
“나 다른 사람 만나는 건 어떻게 알았냐고, 형.”
“…….”
놀란 토끼 눈이 되어서는 입술을 방긋 연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 데에 한참이 걸렸는지 서서히 울상으로 변한다. 서러운 울음보를 터뜨리기 직전의 표정이었다. 서진우는 서원에게 어쩔 수 없이 무르기만 한 자신을 새삼 깨달았다. 그가 코끝을 아프지 않게 꼬집었다.
“농담이야. 내가 형을 두고 왜 바람을 피워.”
“흐응, 흑…. 진짠 줄, 아, 알았, 흐, 흐끅! 우으응…. 흐, 흐으…. 모, 못됐어어…. 아앙…….”
“미워?”
그 말에는 또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서진우는 마음이 순두부처럼 연해진다. 다정한 손길이 차오르는 눈물을 족족 거두어 간다.
“형이랑 애를 둘이나 봤는데, 아직도 못 믿겠어?”
“진우는 어, 어리고…… 흑. 자, 잘생겼으니까……. 애, 애들 있어도 인기, 흑, 마, 많잖아……. 근데 나, 나아는…… 진우, 귀찮게만, 하, 하니까아…… 흐끅! 흐우우.”
“나 도망갈까 봐 가슴까지 까고 꼬신 거였어?”
그가 손끝으로 유두를 건드리자 서원이 움츠러든다. 싫다고 바르작거리는 바람에 발기한 성기가 하얀 허벅지에 눌렸다. 저도 모르게 한숨이 터졌다. 아랫도리는 이미 피가 쏠려 가만 내버려 두기 괴로울 지경이었다. 서진우는 자신이 바람을 피운 줄 알고 속상해하는 서원을 따먹고 싶어 안달이 난다. 눈빛과 손길에서 집요한 욕정이 묻어났다. 의기소침해진 서원은 화가 난 것 같은 그의 눈치를 살피며 우물쭈물하고 있다. 속셈이 있는 목소리가 다정하게 서원을 어른다.
“가슴 아직도 아야 해?”
“응, 으응……. 아야 해…….”
“아프지 않게 내가 호 해 줄까?”
“응……. 진우가 호, 호 해 줘어…….”
응석받이는 서진우가 다정히 굴 때마다 깜빡 속아 넘어간다. 이만큼 무섭게 굴었으니 이제 보상을 주는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서진우는 작게 웃었다. 그는 자신이 퉁퉁 붓게 만든 유두에 대고 과장되게 호 입김을 불어 주고는 서원과 시선을 맞추었다. 넋 놓고 그를 보던 입술을 빼앗고 다시 다리를 벌리는 건 당연한 순서였다.
* * *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서진우는 계속 바빴다.
아침마다 나갔고, 낮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그동안 서원은 홀로 집을 지켰다. 오늘은 출근하는 진우를 졸졸 따라다니며 넥타이를 매어 주었고, 생각해 보니 서러워서 가지 말라고 칭얼거리다가 입술을 쪽쪽 빨렸다. 일찍 올 테니 울지 말고 기다리라며 서진우는 따끈따끈한 몸을 안고 속삭여 주었다. 얌전히 기다리면 맛있는 디저트도 사 주겠다고 하였다. 그게 두 시간 전이다.
“거짓말……. 늦게 오면서…….”
진우의 코트를 덮은 채 서원은 훌쩍훌쩍 눈물을 흘렸다. 바람이 아니라고 확답을 받아 내긴 했지만 불안이 많은 오메가는 툭하면 망상증에 시달렸다. 사실 몰래 만나는 게 맞으면서 제게 비밀로 하는 건 아닐까, 쓸데없는 상상도 펼쳤다. 혼자 있는 시간이 아직도 서러운 이유였다. 빈자리를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공연히 옷 냄새만 빨아들였다. 옷에 희미하게 남은 진우의 페로몬이 울적한 마음을 적신다. 본심이 툭 튀어나왔다.
“보고 싶어…….”
의젓하게 굴어야 하는 걸 알지만 쉽지 않았다. 진우도 사회생활을 해야 하니까, 억지를 부리면 안 되는 건데, 막상 배웅하려고 현관에 서면 서러워서 코끝이 찡해졌다. 애처럼 바닥에 주저앉아 무작정 떼를 쓰고 싶었다. 가지 말라고, 나랑 계속 같이 있자고 엉엉 울고 떼를 쓰면 마음 약한 진우는 곁에 남아 줄 것이었다. 그리고 성가시게 구는 제게 질려 다른 오메가를 찾을지도 모른다.
“흐응……. 흑, 우으. 난 왜, 이 모양이지…….”
이러니까 진우가 질릴 수밖에 없는 거다. 밖에는 어리고, 예쁘고, 조신해서 걱정도 안 시키는 오메가가 많았다. 어리고, 잘생기고, 능력도 좋은 진우가 구태여 자신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생각하자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아팠다.
서원은 연락하고 싶은 맘을 꾹 참고 핸드폰만 부여잡는다. 일을 방해해선 안 된다는 어른스러운 맘에서 비롯된 인내심은 아니었다. 연락했는데, 혹여나 진우가 귀찮아하거나 성가셔하며 자신을 혼낼까 봐 겁이 났다. 상심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나 보고 싶을 땐 전화해도 돼, 형. 그러라고 준 거야.’
아니야, 괜찮다고 했었는데…… 그래도, 귀찮아하면 어떡하지? 진우의 잘생긴 얼굴을 그리며 한 번, 다정하게 챙겨 주는 말투를 떠올리며 한 번. 그리움을 꾹꾹 눌러 참아 내던 서원은 결국 견디지 못하고 핸드폰을 켰다. 그리고 유일하게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건다. 나쁜 짓을 하는 것처럼 심장이 벌렁거렸다.
“왜, 왜 안 받지…….”
신호음이 길게 이어진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서원은 순간 신호음이 뚝 끊어지자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다. 바닥까지 멀리 내려앉았던 심장은 수화기 너머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에 가쁘게 뛰어올라 팔딱대기 시작한다.
-응, 무슨 일이야. 형.
다정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넘어왔다. 주파수가 전하는 진동이 귓전을 흘러내렸다. 이상하게 뺨이 뜨거워졌다. 서원은 아랫입술을 말아 문 채 겨우 숨을 고르고는, 한숨처럼 그를 불렀다. 벌써 글썽이는 눈물은 뺨으로 똑 떨어졌다.
“진우야아…….”
숨소리가 깊게 섞여 마치 우는 듯한 소리였다. 수화기 너머 서진우가 좀 더 다정해졌다.
-왜 울려고 해. 응?
“혼자 있으니까……. 너무, 외로워서…….”
-나 보고 싶은데 못 봐서 슬퍼?
“우응, 너무 슬펐어…….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전화했어?
“응…….”
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꾸하자 웃음이 돌아왔다.
-아…. 귀여워서 어쩌지, 정말.
“…….”
가만 소리 죽여 진우의 목소리에 집중하던 서원은 자신이 왜 이리 설레는지 깨닫는다. 진우와 통화하는 게 너무나 오랜만이라 가슴이 설레는 것이었다. 의식하자 수화기 너머에서 흐르는 목소리가 낯설게 느껴졌다. 뺨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쿵쾅거렸다. 마지막으로 진우와 통화를 했던 게 언제였더라. 기억이 나는 건 아주 오래전, 미국으로 떠났던 진우와 소곤소곤 얘기를 나누던 때가 전부였다.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그때로 돌아간 듯 서원은 아득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내가 샌드위치 만들어 놨는데. 먹었어?
“……조금만. 나머지는, 진우 오면, 같이 먹고 싶, 어서…….”
-나 없을 때마다 그렇게 굶으면 어떡해. 속상하게.
“미, 미안…….”
-앞으로 숙제 내 줘야 하나? 빈 접시 찍어서 보내는 걸로?
장난스럽게 말하는 목소리에 웃음기가 배어 있다. 서원은 뺨을 붉히며 조그맣게 따라 웃었다. 제대로 웃어 본 적 없는 것처럼 어설프다.
-그러고 보니, 쉬야는 괜찮아? 혼자 할 수 있겠어?
서진우가 문득 생각난 것처럼 걱정스레 묻는다. 그는 서원이 홀로 해내지 못하리란 것도 알고, 해내지 못하기를 바랐다. 아무것도 모르는 서원은 그가 자신을 걱정해 주는 줄 알고 순진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진우가 보지 못한다는 걸 깨닫고는 뒤늦게 대꾸했다.
“아, 아직 안 했어…….”
-마렵지는 않고?
“…….”
서원은 입술을 방긋 벌린 채로 생각에 잠긴다. 진우가 없는 동안은 눈물로 쏟는 게 많아 요의를 느껴 본 적이 드문데, 막상 진우의 입으로 쉬야 얘기를 들으니 마려운 것도 같다. 오랜 학습의 결과였으나 서원은 알지 못한다. 가볍게 주먹 쥔 손이 가랑이로 내려와 고추를 내리눌렀다.
“……마려운 것, 같아…….”
-마려워? 이걸 어쩌지. 우리 서원이는 혼자 기저귀도 못 차는데.
“차, 참을 수 있어…….”
-그러다 배 아야 하면 어떡해.
얘기가 길어질수록 한 번 의식하기 시작한 요의가 신경 쓰인다. 아랫배가 당기고 다리가 꼭 모였다. 고민하는 것처럼 오랫동안 시간을 끌던 서진우가 은근히 말을 걸었다.
-싸고 싶어?
“……으응.”
-그럼 화장실 가 볼까?
곁에 있다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어깨를 토닥여 주었을 것 같은 나긋나긋한 목소리였다. 서원은 아랫배가 찌르르 울린다. 요의인지 다른 것인지는 모르겠다.
집 곳곳에 깔린 카메라로 서진우가 자신을 들여다보는 건 꿈에도 모른 채 서원은 순순히 화장실로 향한다. 변기 앞에 서서, 막연한 조급함에 쩔쩔매며 빙빙 돈다. 잠옷을 쥐었다가 놓는 손이 성기를 꾹 누른다. 이제 혼자서는 싸는 방법도 잊어버린 서원을 서진우가 자상하게 달래 주었다.
-쌀 거면 고추 꺼내서 잡아야지, 형.
서원이 그의 말을 따라 잠옷을 걷더니 조심스레 고추를 잡는다. 그대로 서 있는데 요도에서 나오는 게 없다.
“……아, 안 나와. 흑, 흐응…….”
-안 나와? 집에 가서 막대로 구멍 열어 줘야겠네.
다정한 목소리로 무서운 말을 하는 그에게 서원은 까무러치며 놀랐다. 고개까지 휙휙 저어 싫다고 투정을 부린다.
“시, 싫어……. 그거는, 싫어.”
-그럼 말 잘 들어야지. 나도 형 아무 데나 지려 놓고 질질 짜는 거 혼내기 싫어. 응?
“…….”
다정하다가도 손바닥 뒤집듯이 무서워진다. 서원은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으름장에도 화악 겁에 질려 얼른 잠옷을 걷고 다시 성기를 잡았다. 오래전, 진우의 교육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는 몸은 변기를 앞에 두고도 소변을 누지 못했다. 요의는 분명 있는데 앞이 막힌 것처럼 요도가 열리지 않았다. 막막함에 눈물이 똑 떨어졌다.
“흐우우……. 안 나와, 어, 어떡해.”
-괜찮아. 나 있잖아. 형. 울지 말고…… 응?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고추를 잡느라 눈물을 닦지 못한다. 뿌연 시야를 눈을 꾹 감아 다잡은 서원이 울음을 간신히 참는다. 귓가에서 다정히 달래 주는 목소리 덕에 진우가 평소처럼 허리를 감고, 고추를 잡아 주는 듯한 기분에 빠진다. 순간, 아이 오줌 누는 것을 도와주는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흘렀다.
-쉬이…….
열릴 기미가 없던 요도에서 물이 새기 시작한다. 힘없는 오줌 줄기가 서진우의 다정한 인도를 따라 쫄쫄거리며 떨어졌다. 서원은 맥없이 풀린 요의가 당황스럽고 신기하다. 눈물이 뚝 그쳤다. 수화기 너머의 서진우는 정서원이 오줌 누는 소리를 조용히 듣다가 소리가 멎자 웃었다. 낮은 웃음이 서원의 아랫배를 간지럽혔다.
-다 쌌어?
“응, 으응……. 진우가 쉬, 해 주니까…… 다, 다 나왔어.”
보호자에게 신기한 걸 보고하는 듯 약간 들뜬 목소리였다. 수화기 너머 서진우는 웃음을 참지 않았다.
-다행이네. 고추는 닦았어?
“이제 닦아야 해…….”
서원은 잠옷을 팔꿈치로 잡은 채 티슈를 뽑았다. 색이 깨끗한 고추는 티슈로 몇 번 문지르자 분홍색으로 물들었다. 서진우는 그것을 다 지켜보는 것처럼 속삭였다.
-요도 살살 문질러 주면 형 고추 예쁜 분홍색으로 변했는데, 지금도 예쁜 색이겠네. 그치?
집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엉큼하게 자신을 지켜보고 있으리라고는 짐작도 못 하는 서원이 뺨을 빨갛게 물들였다. 얼른 잠옷 안에 고추를 감춰 버리고 양손으로 핸드폰을 붙잡는다.
“모, 몰라…….”
-응, 몰라?
“…….”
무얼 말해도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돌아오니 가슴이 콩콩거린다. 간질간질해 몸이 배배 꼬였다. 가슴에 달린 단추를 괜히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며 서원은 진우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서원이 궁금해하는 것은 매번 똑같았다.
“진우야……. 나, 안 귀찮아……?”
-형이 왜 귀찮아.
“……지금도, 진우 일하는데, 나……. 방해만 하잖아…….”
-방해되면 전화 받지도 않았어. 그러니까, 앞으로 쉬 마려우면 참지 말고 나한테 전화해. 알았지?
진우는 어쩜 이렇게 다정할까. 성가시고 귀찮게만 구는 자신을 항상 보듬어 주는 진우에게 서원은 뭉클하고 설렌다. 감추고 있던 욕심이 칭얼거림처럼 흘러나왔다.
“진우 보고 싶을 때도, 해, 해도 돼……?”
서진우가 낮게 무얼 읊조렸으나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되묻기도 전에 그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하고 싶을 때 얼마든지 해도 돼, 형.
“으, 응…….”
서원이 얼굴을 붉힌 채로 소리 없이 빙긋 웃는다. 보지 못해 서럽고 바람을 피울까 봐 서럽던 것을 까맣게 잊은 표정이었다.
“그러면, 그러면 있지, 진우야…….”
오늘은 언제 와? 그 일은 언제 되면 끝나? 끝나면 계속 나랑 있는 거야? 서원은 오늘따라 유독 너그러운 진우에게 몇 마디를 더 칭얼거리면서 그를 조금 더 성가시게 만들었다. 근래 이 무렵만 되면 간간이 훌쩍거리는 소리가 나던 집에 모처럼 들뜬 목소리가 조용히 울린다. 전화는 한참 이어졌고, 서원이 소파에서 쌕쌕 잠든 후에야 끝이 났다.
……….
불 꺼진 거실에 햇볕이 따스하게 스며든다. 서원은 아주 모처럼 나른한 포만감에 싸인 채 쌕쌕 단잠을 자고 있다. 불순한 누군가가 다리를 벌려 가르고 들어오는데도 긴장이 풀린 서원은 잠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와중에 몸은 반응하여 젖꼭지가 곤두서고 앞과 뒤에서는 물이 질질 흘렀다. 야한 꿈을 꾸는 건지 서원은 간간이 칭얼거리며 허리를 뒤챘다. 그는 잠결에도 쾌감을 좇는 서원을 가만 지켜보다가 허리를 붙잡고 강하게 짓쳐들어 갔다. 서원의 고추가 꿈질대며 물을 토했다. 오르가슴 속에서, 드디어 잠든 오메가가 눈을 뜬다.
“으응, 누구……. 아, 흐으응.”
“나 말고 누구 올 예정이었어?”
“아…! 흐윽, 지, 진우야아….”
서원은 잠에서 다 깨어나지도 못하고 허리를 붙들린 채 흔들렸다. 얼마나 잠들어 있던 건지, 진우가 들쑤시는 안쪽은 이미 얼얼하게 달아 물이 흥건한 상태였다. 서서히 떠오르는 오감이 진탕 쾌감에 절어 있다. 다시금 정신을 놓아 버릴 듯 강렬한 감각이 전신을 감쌌다. 서원은 서진우에게 매달린다. 가느다랗게 감긴 눈이 파르르 떨렸다.
“하악, 하아아…!”
“나, 보고 싶었다며. 왜 안 봐. 으응?”
“으응…! 흐으, 흑, 아…. 진우, 야아….”
그 한마디에 서원은 어렴풋이 깨닫는다. 보고 싶다고, 언제 오느냐고 말한 것 때문에 진우가 지금 찾아와 준 것이었다. 정말이지 자신은 성가신 짐짝 같은 존재였다. 일하는 진우를 방해했다는 생각에 미안함이 몰려들고 둘째로 야릇한 성취감이 몰려들었다. 나쁜 것을 잘 깨치는 서원은 진우를 보고 싶으면 성가시게 굴어야 한다는 걸 알아채고야 만다.
“하아, 지, 진우야아…… 흐아앙…….”
잠이 다 깨지 않은 몽롱한 눈으로 서진우를 보고, 팔과 다리로 그를 끌어당긴다. 계속해서 아래를 쿡쿡 쑤시는 쾌감 때문에 목소리는 저절로 달아졌다. 눈짓과 목소리로 애교를 부리는 서원을 서진우는 깊이 끌어안고 허리를 움직였다. 부추기는 것이 몹시 능숙한 서원이 그를 또다시 충동질했다.
“으응, 진우야……. 나, 진우가, 너무……. 하아, 너어무, 보고 싶었어…….”
“일하는 사람 조를 만큼, 그렇게 보고 싶었어?”
“응, 으응. 나 진우 없이는, 아, 아무것도…… 흑, 못하겠어어. 흐아앙.”
서원이 푹 젖은 눈으로 그를 바라본다. 그리고 서진우가 바라 마지않는 애원을 쏟아 내었다.
“못 나가게, 흐윽, 나한테에…… 묶어 놓고, 싶어……. 아무 데도 안, 가고, 나랑……. 으응, 나랑만 있게에……. 아, 아아……!”
서진우가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애원이었다. 그 애원은 서진우의 이성을 단박에 잘라 내고 원초적인 욕구만 남겨 놓았다. 깊숙이 파고드는 몸짓이 집요해진다. 서원은 아찔한 쾌감에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서진우의 어깨를 손톱으로 긁는다. 조잘거리는 목소리가 자꾸만 응석을 부렸다.
“흐아앙…. 좋아, 진우야아…. 좋아해애…. 나아… 아, 으으응…!”
보고 싶다는 말에 일을 급하게 마무리하고 온 그를 아는지 모르는지, 서원은 그저 제 욕심만 칭얼거리고 있다. 나가지 말고 자신과 있어 달라고 베갯머리송사처럼 속삭였다. 다행히 그의 욕심도 서원이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 형은 나 없으면 안 돼. 그러니까… 딴생각하지 마, 응?”
“응, 으응…! 아, 안 할게에…! 진우 생각마안, 하, 할게……. 으아앙…!”
그는 다시금 절정에 시달리는 서원을 끌어안고 입술을 맞댔다. 서원이 허벅지를 바르르 떨며 가쁜 숨을 몰아쉰다. 보듬는 손길과 눈빛이 더욱 부드러워진다.
“너 두고 나갈 마음 안 생기게 만들어 봐.”
서진우가 속삭이자 서원은 여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중에도 허리를 세웠다. 그에게 붙잡혀 박히던 자세 그대로 서원이 살살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래가 조였다가 풀어지며 능숙히 애교를 부린다. 조그맣게 벌어진 입술로는 다시금 나른한 소리를 흘리고 있다. 서진우는 손을 놓은 채 제게 실컷 애교를 부려 오는 서원을 지켜보았다. 겨우 오르가슴이 멎은 서원이 속눈썹을 느리게 들어 올린다. 눈이 마주치자 젖은 눈을 사르르 접으면서 웃는다. 나사 하나 빠진 듯 맹한 웃음이었으나 서진우의 욕망에 불을 댕기기에는 충분했다. 그가 하늘하늘 흔들리는 허리를 잡고 단번에 파고들었다.
“흐으응, 진우야….”
몸을 숙여 주니 서원이 양팔로 꼭 매달려 온다. 서원은 그의 어깨에 이마를 비비며 가지 말라고 종알종알 속삭였다. 그 애원을 서진우가 좆질마저 멈춘 채 숨죽여 듣는다. 나가지 말고 계속 같이 있자며 억지를 부리는 애인이 퍽 사랑스러웠던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