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4. 너무너무 무서웠어
퇴근 시간을 맞은 도로는 서울을 빠져나가려는 차들로 빼곡하다. 귀가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 같다.
가죽핸들을 손끝으로 두드리던 서진우가 시계를 확인한다. 혼자 남은 정서원이 잘 버텨 줄까. 아침인지 밤인지 분간도 되지 않는 방이니 벌써 버림받은 줄 알고 울음을 훌쩍거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원망을 늘어놓을 법도 한데, 나약한 서원은 자신을 외딴곳에 가둔 서진우를 원망하기보다 그에게 의존하는 것을 택했다. 평생 온실 속에서 자란 응석받이가 새삼 독기를 품을 리 없었다. 서원은 외출을 하는 서진우를 빈집에 묶인 개처럼 바라보다가, 그가 귀가하고 나서는 안도한 기색을 띠며 꼬리를 흔들었다. 전혀 나쁜 기분이 아니었기에 서진우는 매순간을 즐겼다. 늘 손아귀에 가두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이따위 구실이라도 질 나쁜 충족감은 들었다.
노을이 질 무렵에 출발한 차는 사위가 온통 새까매진 후에야 목적지에 다다랐다. 숲을 끼고 있는 저택은 고요했다. 주거용 건물보다는 별장이 많은 동네였다. 집집이 거리가 멀었고 주거 인구가 적어 사람 하나 가두기에는 제격이란 뜻이다.
서진우는 조수석에서 외투와 서류 가방을 챙기고 제 키의 두 배만 한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정원을 지나, 자물쇠가 겹겹이 잠긴 현관을 열어 목줄에 매인 애완 인간에게 향한다. 3층으로 올라서는 순간부터 인기척을 느끼고 그의 이름을 짖어 대는 서원이 웬일로 조용하다. 문을 여는 손길이 빨라진다. 열쇠로 풀어야 하는 자물쇠가 둘, 생체인식으로 풀어야 하는 자물쇠가 하나. 단 한 번도 번거롭다 느낀 적 없는 과정이 초조하게 흘러갔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은 방에 들어선 순간 사그라졌다. 맥이 풀려 한숨이 샌다. 정서원은 그것을 책망 따위로 여겼는지 발가벗은 몸을 움츠렸다.
“형. 뭐 해.”
“그게…… 화장실 가고, 싶었는데…… 나, 묶여서…….”
“그래서. 이불에다 지렸어?”
“…….”
팔에 걸고 있던 외투와 서류 가방을 테이블에 놓으며 묻자 정서원이 이불을 끌어모은다. 두툼한 이불은 아무리 끌어모아도 품에 감춰지지 않았다. 서진우는 커프스단추를 풀어 소매를 걷었다. 단단한 팔뚝이 드러나자 당연한 순서로 얻어맞을 것이 떠오른 모양이다. 이미 한 차례 울어 빨갛게 짓무른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혼이 나는 애새끼처럼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우물거리는 그에게로 서진우가 다가선다.
“묻잖아. 이불에 오줌 지린 거냐고.”
“…미, 안해….”
“전에 내가 뭐라 그랬었어?”
“…배변 패드에다, 하, 하라고….”
“근데.”
대답하지 못하는 고개에서 눈물이 뚝 떨어진다. 오줌을 지린 이불을 끌어안고 있는 손가락이 불편한 속내를 대변하듯 어설프게 꾸물거려졌다. 서진우는 수그러든 고개를 잡아 세웠다. 작은 얼굴 따위 한 손으로도 덮을 만한 큰 손이 뺨을 붙잡는다. 대중없는 손아귀 힘에 창백하게 질린 뺨이 뭉개졌다.
“난 형 입 다물고 있는 거 싫어.”
“…미, 미안해애….”
“왜 말을 안 들어. 응? 오줌 쌀 영역 구분하라는 게 그렇게 어려워?”
손아귀에 잡혀 억지로 눈을 맞추고 있는 얼굴에 눈물이 쉴 새 없이 차오른다. 겁에 질려 울음소리 한 번 못 내고 끅끅거리고 있으니 지켜보는 사람 맘만 약해진다. 서진우는 싸늘하게 혀를 차고는 손등으로 눈물을 거둬 주었다. 조심스러움이라곤 없는 손길이다. 그 변심을 가장 깊이 체감하고 있는 정서원이 더 서럽게 흐느꼈다.
“내가 오자마자 형 뒤치다꺼리부터 해 줘야 할까?”
“…아니이….”
“그걸 아는 새끼가 이래?”
“…미, 안….”
울음에 잡아먹힌 사과가 우물쭈물 토해진다. 눈물 젖은 얼굴은 상심으로 가득했다. 서진우는 제 폭언과 모욕에 일일이 상처받는 서원을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물러지곤 했다. 아직도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서원이 퍽 사랑스러웠던 탓이다.
“말을 해 줘도 못 알아먹는 물건을 얻다 써.”
“자, 잘못했어… 나 버리지 마…. 흑. 흐윽, 앞으론 잘, 잘, 쌀게…. 진우 귀찮게 안 할게….”
“형 말 믿어도 돼?”
“응, 응…….”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서원을 서진우가 품으로 끌어당겼다. 서원이 어영부영 안기는 사이 소변을 지려 놓은 이불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서원은 배뇨의 흔적을 보이는 게 껄끄러운 모양이었으나 곧 드물게 다정한 입맞춤에 정신을 쏙 빼앗긴다. 애절할 만큼 열렬히 매달려 오는 서원에게 서진우는 부드럽게 입을 맞춰 주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입술이 닿는 곳마다 눈물이 스며들었다. 말 몇 마디 했다고 이렇게 서럽게 울 일인가. 앞으로는 어떻게 버티려고.
뺨을 쓸어 주자 서원이 슬그머니 눈을 뜬다. 그의 기분을 가늠하는 듯하다. 형, 하고 속삭이니 긴 속눈썹을 두어 번 깜빡였다. 없는 눈치로 애를 쓰는 게 기특했다. 이번에야말로 엄하게 혼을 내리라 다짐할 때마다, 서진우는 매번 정서원에게 모질어질 수 없는 자신만 확인하였다. 무의식중에 다정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럼 이제 혼날 거 가져와.”
* * *
이불보를 벗겨 낸 침대에 다리를 모으고 앉은 서원이 서진우를 바라본다. 시킨 대로 ‘혼날 것’을 가져오긴 했으나 저 중에 용도가 짐작되는 것은 많지 않았다. 서진우가 없는 사이 다른 남자를 침대로 끌어들였다고는 해도 기본적으로 서원은 성적으로 무지했다. 서원의 첫 남자인 서진우가 지나치게 편의를 봐준 덕이었다. 서원은 구멍을 막는 플러그도, 버튼만 누르면 무섭게 진동하는 장난감도, 직접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그 용도를 짐작도 하지 못했었다.
서원은 막대의 용도를 짐작해 보다가 무릎 사이에 고개를 묻었다. 지금 진우는 가느다란 막대를 알코올로 닦아 내고 있다. 진우의 손으로 한 뼘 정도 되어 보이는 막대는 회초리로 쓰기엔 짧았고, 구멍을 틀어막기에는 얇았다. 어떻게 사용하는 도구일지 감히 상상되지 않는다.
“형, 이리 와.”
“응….”
눈치를 살피는 서원을 내내 모른 척하던 서진우가 그를 부른다. 서원은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진우의 곁으로 기어갔다. 개 취급을 몇 번 당했다고 정말 개가 된 줄 아는 건지 몸을 숙이며 눈치를 보는 서원을 서진우는 칭찬하듯 다독였다.
“누워서 다리 벌려.”
“아, 알았어….”
입 다물고 있는 게 싫단 말을 의식하는 서원은 사소한 명령에도 대꾸를 붙였다. 순순히 벌어진 다리 사이로 풀이 죽은 성기가 드러난다. 무엇을 당할지 몰라 동그란 눈을 여기저기 굴리면서도 잔뜩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서진우는 성기를 부드럽게 감아쥐었다. 서원이 흠칫거리며 눈치를 살핀다. 젤이 듬뿍 발린 스틸 막대는 여전히 서진우의 손에 들려 있다. 그제야 어디로 들어설지 감이 잡힌 모양이다. 창백해지는 얼굴을 내려다보며 서진우는 손을 움직였다. 분홍색이 도는 선단에 축축하고 사늘한 막대가 닿았다. 나긋나긋 부드럽던 몸이 순식간에 긴장으로 굳어진다.
“흐으…!”
“힘 빼. 잘못 꽂으면 아파.”
“진우야, 싫어…! 무서워, 안 들어가아…. 힉!”
서원의 애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진우는 조그만 요도를 비집어 열었다. 서원이 눈을 홉뜨며 숨을 삼킨다. 아팠다. 그리고 무서웠다. 처음으로 삽입 섹스를 시도했을 때도 이만큼 충격적이진 않았다.
“봐. 잘 들어가잖아.”
“흐익…. 히이잉….”
서진우는 삽입된 막대를 보란 듯이 굴렸다. 찌릿한 통증이 일었다. 서원은 제 다리 사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요도 구멍으로 막대가 슬금슬금 들어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굴곡진 형태의 막대는 좁은 요도 구멍을 넓혔다가 풀어 주기를 반복하며 억지로 들어서고 있었다. 순식간에 빨개진 선단에서는 삽입물과 구멍이 맞물리며 밀려난 젤이 방울방울 맺혀 흘렀다. 평소 성기에 퍼지던 전율과는 전혀 다른 아찔함이었다. 겨우 그친 눈물이 금세 터졌다.
“흐앗, 아…! 싫어, 싫어어…!”
“벌 받는다며, 서원아.”
“무서워어…. 흐응, 흑. 싫어…. 진우야, 빼 줘…!”
빼달라며 애원을 늘어놓으면서도 뿌리치거나 달아날 궁리는 하지 못한다. 혹시라도 저 막대가 속에서 요동이라도 칠까 봐 감히 바동거리지 못하는 것이다. 서진우는 양손을 꼭 모은 채 눈물짓는 서원을 지켜보았다. 그러다가 막대를 빙글 돌렸다.
“아! 흐아앙…!”
사정이라도 하는 것처럼 허리가 움찔 튀어 올랐다. 감아쥔 성기에도 슬슬 열감이 오른다. 목덜미까지 발갛게 물들인 채 힘겹게 할딱이는 서원을 바라보며 서진우는 조심스레 막대를 밀어 넣는다. 밀려난 젤이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서원이 그의 팔목을 붙잡으려다 말고, 얼얼한 성기를 붙잡으려다 말고, 결국 어쩔 줄 몰라 하며 제 손을 말아 쥔다. 아이처럼 펑펑 우는 얼굴을 보자니 서진우는 여린 맘이 또 아파졌다.
“아파, 진우야…. 흑, 아파아…!”
“그러게 왜 오줌을 못 가렸어. 나라고 형 아픈데 맘이 편하겠어?”
“무서워어… 흐응, 이상해…. 나, 나 고추 망가져….”
결국 목 놓아 울음을 터뜨린다. 엄살 심한 정서원치고 잘 버틴다 했다. 마음이 아프더라도 이번 기회에 버릇을 잘 들여 놓아야 한다. 서진우는 잠깐 멈추었던 손을 다시금 움직여 삽입을 계속하였다. 문득, 손끝에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서원이 크게 할딱거리며 울기 시작한다. 무서워서 바동거리지도 못하던 발이 침대를 작게 두드렸다.
“가만히 있어. 상처 나면 형만 아파.”
“흑, 흐아앙…. 무서워어…! 앞으로, 나아, 오줌 잘 쌀게…. 안 그럴게에….”
“그만 안 그쳐? 내가 형 어리광 받아 주는 중이야?”
“흐끅! 흑, 흐으응….”
서원이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울음을 삼킨다. 서럽게 딸꾹질을 하는 통에 요도를 파고든 막대가 엉뚱한 곳을 건드린다. 서원은 발끝으로 시트를 긁으면서 가까스로 울음을 참았다. 통증이 욱신거리는 성기에는 벌써 막대가 깊숙이 삽입되어 있었다. 그게 좁은 요도 구멍에 다 처박힌 게 믿기지 않았다. 이렇게 아픈데 빼는 건 또 얼마나 아플지 상상만 해도 무서웠다.
“서원아.”
숨죽여 눈물을 훌쩍이는 서원을 보던 서진우가 삽입된 막대의 손잡이 부분을 꾹 누른다. 가로막힌 입에서 얻어맞은 새끼짐승 같은 소리가 새었다.
“이거 빼 줘?”
눈물을 펑펑 쏟는 얼굴이 끄덕여진다. 서진우는 보석이 촘촘히 박힌 손잡이를 성감대 애무하듯이 지그시 내리누를 뿐이다. 살살 돌리는 손을 따라 어느새 발기한 성기도 까닥까닥 움직였다. 서원이 싫다며 도리질을 친다. 입을 틀어막고 있는 손만 아니었어도 비명 같은 신음이 터졌을 것이다.
“지금 빼면 혼을 내는 의미가 없지. 형.”
“흐우, 흑….”
“말 잘 들으면 자기 전에는 빼 줄게.”
발갛게 익은 성기는 젤 때문에 미끈거렸다. 서진우는 젤이 방울져 흐른 길을 손끝으로 훑었다. 서원이 갓 절정을 맞은 것처럼 예민하게 몸을 비튼다. 요도는 원래 무언가를 삽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멍이 아니었다. 기다란 막대기를 전립선까지 비집어 박은 대가는 고스란히 정서원이 치를 것이다. 며칠은 소변을 볼 때마다 아프다고 했으니 이 엄살쟁이는 미련하게 또 소변을 참다가 실수를 저지를지도 모르겠다.
뺨을 갈기고 엉덩이를 때리고, 혹은 발가벗겨 묶어 놓는 등의 수치를 주긴 했으나 서진우는 기본적으로 정서원을 아꼈다. 요도에다 막대기를 처박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은 모조리 숙지해 두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서원은 고추가 망가지기라도 할까 봐 겁에 질려 있지만 말이다.
“이리 와. 안아 줄게.”
“흑, 흐응…. 흑.”
홀로 두려움에 떨던 서원이 훌쩍거리며 안겨 들었다. 딸꾹질을 하느라 몸은 움찔거리고 펑펑 우느라 숨소리는 가빴다. 이렇게 힘들게 만든 장본인에게 의지하는 청순한 머릿속이 참 사랑스러웠다. 안겨 든 서원을 붙잡고 서진우는 몇 번이고 입을 맞췄다. 내려다보는 눈빛이 다정하다.
“오늘은 벌 받는 거니까 참아야지. 그치? 형 어린애 아니잖아.”
“으, 으응…. 어린애, 아니야….”
“응, 착하네. 매일 이렇게 말 잘 들으면 얼마나 좋아.”
“미안….”
풀썩 기가 죽어 이제는 다정히 달래 줘도 눈을 맞추지 못한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결국 정서원이 의지할 곳은 자신밖에 없었다. 자신의 유일한 상대가 자신을 유일하게 여기는 건 상상 이상으로 황홀했다.
* * *
서진우가 귀가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진 지 오래였다. 요도에 막대를 꽂은 채 보내야 하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종일 방에 갇혀 생활하느라 시간 감각이 모호해진 서원은 얼마나 버텨야 할지 몰라 서진우의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 서재에 앉아 있을 때는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지켜보았고, 서진우가 자리에서 일어나기라도 하면 강아지처럼 뒤를 따랐다. 달랑거리는 성기에 막대를 꽂은 채로 말이다.
함께 식사를 한 뒤, 서진우가 읽던 책을 두 권쯤 바꾸었을 때였다. 내내 발끝을 오므리고 몸을 뒤척거리던 서원이 초조하게 말을 걸어왔다.
“진우야…. 어, 얼마나 남았어?”
“뭐가.”
“나, 이거…. 빼는 거….”
“지금까지 말 잘 들은 것 같아서 묻는 거야?”
“그게 아니라…….”
서원이 고개를 숙이며 발끝을 꾸물거린다. 허벅다리를 꼭 모은 채로 비벼 대는 게 원하는 바는 확실해 보인다. 서진우는 보던 책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서원을 불렀다.
“나한테 와.”
“응….”
서원은 잘 학습된 강아지처럼 서진우의 무릎 사이에 앉는다. 제대로 된 생활을 하지 못하는 몸은 근육이 죄 빠져 나긋나긋하고 부드럽다. 기다란 허벅다리를 손바닥으로 쓸며 서진우는 서원을 보았다. 꼭 맞붙인 다리가 초조하게 문질러지고 있다. 말랑한 살결을 맛보던 손바닥이 빈틈없이 맞붙은 허벅다리 사이로 파고든다. 숨죽이던 입술에서 신음이 샌다.
“쉬 마려워?”
“…으응.”
“이불에다 안 싸고 왜?”
“…….”
서진우에 의해 벌어진 다리는 다시 모이지 않았다. 느슨하게 풀린 가랑이 안쪽까지 더듬는 손길에 서원은 기꺼이 몸을 내주었다.
“배변 패드에다 하려고, 해, 했는데… 흐으.”
“응.”
“이거, 때문에… 안, 나와…. 흑.”
“이젠 내가 안 도와주면 오줌도 못 싸겠어?”
“응, 응…….”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긍정하는 모양이다. 다리 사이와 가랑이, 회음부 근처를 건드리던 손이 반쯤 선 성기에 이른다. 서원이 숨을 할딱거렸다. 내내 막대를 꽂고 있느라 민감해진 부위에 살짝 스치는 자극조차 버거운 것 같았다. 서진우는 딴딴한 성기를 손바닥으로 감아쥐었다.
“아응, 흐으응….”
“이거 빼 줄까, 형?”
“앗! 흐윽, 아, 잠깐…. 흐앙!”
성기를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하자 서원이 자지러지듯 운다. 싫어, 싫어, 빼 줘, 열심히 도리질을 치는 고개에서 만류가 칭얼거림처럼 흘러나왔다. 서진우는 귀엽게 고갯짓을 하는 얼굴에 입을 맞추며 귀두를 문질러 주었다. 가랑이 사이를 더듬거릴 때면 단 신음만 토하던 입술에서 고통 섞인 신음이 샌다. 양손으로 서진우를 붙잡으면서도 뿌리칠 엄두도 못 내는 정서원은 한결 가련해 보였다. 읽던 책 따위에는 원래부터 관심 없었다. 정서원이 뭐 마려운 표정으로 주변을 맴도는데 다른 데에 관심이 갈 리가 없다.
“아, 아팟…! 흐응, 앗. 아….”
“많이 아파?”
“으응…! 빼 줘, 빼 줘어…. 이상해, 흑!”
손을 대면 대는 대로 솔직하게 자지러진다. 서진우는 서원을 품으로 끌어당기며 목덜미에 코를 박았다. 제 오메가에게서 나는 냄새는 모조리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 샴푸와 바디 로션, 심지어는 페로몬마저도. 아직 발현하지 못했던 서원에게 끈질기게 마킹을 해 가며 절여 놓은 결과물이었다. 샘물처럼 끊이지 않는 페로몬을 폐부에 깊숙이 처박고 싶었다. 딴 놈들에게는 잔향도 남기지 않도록.
깊은숨을 들이마시던 서진우가 입을 벌려 귓바퀴부터 천천히 빨아먹는다. 성기를 문질러 주는 손길은 흡사 자위를 하는 것처럼 고조된다. 서원이 고개를 젖히며 흐느낀다. 양손으로 서진우의 손을 붙들고 할딱이는 얼굴에 발긋한 쾌감이 맺혔다. 식욕과 성욕은 한 끗 차이라더니 당장에 발라먹고 싶은 충동이 솟구쳤다. 서진우는 감아쥔 손끝으로 삽입된 손잡이를 긁어 댔다. 정서원이 자지러졌다.
“흐아앙, 아으…! 그거어, 이상해, 안에서 막, 건드려… 으앙!”
“좋아 보이네. 그냥 빼지 마?”
“싫어, 싫어어…. 흑, 흐응! 아, 진우야아.”
무릎 사이에 앉힌 몸이 자극을 줄 때마다 파득파득 튄다. 부드럽게 뭉개지는 엉덩이에 흥분된 성기가 닿았다. 서진우는 봉긋하고도 말랑한 엉덩이에다 성기를 문지르며 목덜미를 깨물었다. 민감한 몸은 손잡이를 꾹 눌러 주는 것만으로 곧장 절정에 다다를 것처럼 움찔거렸다. 바로 이 아래에 전립선이 존재했다. 남성 오메가는 질구와 전립선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편리한 몸을 갖고 있다. 괜히 베타 사이에서 남성 오메가랑 자 보고 싶다는 얘기가 도는 게 아니다.
“으으응. 빼 줘, 나 마렵단 말야…. 흐윽. 흑.”
“쉬이. 뚝, 울지 마. 빼 줄게.”
“흐앙, 앙…… 힉!”
서진우는 손톱으로 요도를 긁어 손잡이를 잡았다. 천천히 빼내기 시작하자 짓누르며 전립선을 자극하던 때와 달리 아프다는 소리가 샌다. 울퉁불퉁한 굴곡을 따라 비좁은 요도 구멍이 풀어지고 조여지는 걸 느긋하게 반복하고 있다. 아파, 진우야, 너무 아파, 애원을 조잘거리는 게 귀여워 입을 맞춰 주니 스스로 고개를 돌려 키스를 졸라 댔다. 이 순한 사람은 얼마나 더 괴롭혀야 달아날 생각을 할까. 달아나지 않고 자신을 받아 줄 애정의 깊이는 얼마큼일까. 서진우는 눈물 젖은 얼굴을 바라보며 반쯤 빼낸 막대를 다시 밀어 넣었다.
“아아…!”
허리를 비틀면서 어떻게든 피해 보려는 그를 서진우가 깊숙이 끌어안는다. 막대는 또다시 손잡이만 빼꼼 나올 정도로 꽂혔다. 그 위를 지그시 누르는 손길과 달리, 눈물 흘리는 서원을 달래 주는 입술은 다정하기 그지없었다.
“아파아, 싫어…. 흑. 흐앙…….”
“형 보지에서 씹물 터진 건 알아? 내 옷 네가 다 적시고 있잖아.”
“흑, 아니야아…. 하지 마아…. 싫어, 안 할래애…. 흐아앙!”
꾹꾹, 전립선을 눌러 대던 것이 다시금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서원은 제 성기에 드나드는 것을 겁에 질린 얼굴로 바라보았다. 자극을 받을 때마다 벅찬 요의와 사정감, 통증, 쾌감이 뒤엉겨 터졌다. 너무 무서워서 울음이 나왔다. 제발 멈추었으면 싶은데 진우는 요도 구멍에다 삽입을 반복하고 있다. 잘 벼린 칼로 성감을 찢는 듯한 쾌감이었다. 통증과 쾌감이 엄청났다.
“흐앙, 으으응…!”
“형은 이것도 구멍이라고 기분 좋나 봐.”
“아, 아니야… 빼 줘, 진우야. 제발… 앗, 앙!”
“여기 이렇게 박아 줄 때마다 형 보지 움찔대는 거 몰라?”
“몰라, 나, 그만… 힉! 싫어어…….”
배 속이 엉망으로 뒤엉킨다. 온갖 욕구가 뒤섞여 당장의 사출 욕구가 어떤 것인지 분간도 되지 않았다. 그냥 온몸이 저릿저릿했다. 진우가 쿡쿡 찔러 댈 때면 한껏 벌린 다리가 팔딱 튀었고 젖혀진 울대에서는 고양이 울음소리 같은 게 울렸다. 진우는 그럴 때마다 목덜미를 물어뜯을 것처럼 이를 박았다. 정서원은 난생처음 겪는 날카로운 쾌감에 속수무책으로 할딱였다. 절박감이 얼얼한 성기를 감싼다. 싸고 싶다. 어디라도 좋으니 안에 들어찬 걸 죄 쏟아 내고 싶었다. 서원이 몸을 비틀며 서진우에게 고개를 돌린다. 이미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은 흥분을 전혀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진우야아, 나 살려 주세요…. 흐으, 나, 고추가 너무, 뜨거워서….”
“서원이 고추가 아야 했어?”
“흐앗! 우, 응…. 이거, 빼 주세요…. 제발, 싸고 싶어요….”
“앞으로는 쉬 잘 가릴 거야?”
“네, 네에, 잘 쌀게요. 으앗, 앙. 진우 귀찮게, 안 할…… 우응!”
요도를 가득 채우고 있던 막대가 천천히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올록볼록한 굴곡을 따라 액체가 비죽비죽 삐져나온다. 서원은 내내 배 속을 괴롭히던 사출 욕구가 절정에 다다른 걸 느꼈다. 발가벗은 몸이 절정 직전의 긴장감으로 빠듯하게 굳어 간다. 어쩔 줄 모르고 할딱이던 서원이 서진우의 어깨에 매달려 손톱을 세운다. 영원히 빠질 것 같지 않은 기나긴 막대가 빠져나간 요도에서 묽은 액체가 줄줄 흘러나왔다.
“으으응……!”
정액이 섞인 묽은 액체는 샘물처럼 힘없이 흘러나와 가죽 소파를 적셨다. 바닥에 얕게 웅덩이가 질 만큼 양도 많았다. 맥없는 사출이었음에도 온몸은 강한 오르가슴을 느낀 것처럼 움찔거렸다. 요의와 사정을 동시에 만족시킨 몸에 아찔함이 내달린다. 서원은 온몸을 늘어뜨린 채 가쁜 숨만 몰아쉬었다. 기분 좋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짜릿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곧 이성이 돌아오자 걷잡을 수 없는 수치심이 눈가를 뜨겁게 달군다. 쾌감에 허물어졌던 얼굴이 이번에는 울음으로 허물어진다.
“흑, 흐앙…….”
“왜 울어. 다음부터 잘 싸면 되지. 응?”
“흐윽! 흑, 흐끅!”
서진우는 흠뻑 젖은 막대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티슈를 들었다. 그는 능숙한 손길로 서원의 뒤처리 따위를 해 주면서도 못내 사랑스럽단 듯 틈날 때마다 입을 맞췄다. 실례를 저지른 어린애 다루듯 고추와 엉덩이를 닦아 주는 손길이 다정하다. 서진우의 이런 다정함은 상처 난 자존심에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기에 서원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 * *
간접조명만 밝힌 방에 이불을 뒤집어쓴 모습이 보인다.
서진우는 한숨을 쉬고는 침대로 다가갔다. 웅크린 등을 쓸어 주자 숨죽여 우는 소리가 한 번 흘렀다. 오늘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기가 죽었는지 모를 일이다. 이불에 오줌을 지린 것? 아니면 그의 앞에서 오줌을 질질 쌌던 것? 어쨌든 아직 수치심을 느낄 여유는 있는 모양이었다. 같잖게도.
“형, 나 좀 봐. 응?”
“…….”
“이제 잘 건데 얼굴도 안 보여 줄 거야?”
웅크리고 있던 서원이 꾸물꾸물 이불을 걷는다. 겨우 드러난 얼굴은 울음기가 가시지 않은 채였다. 서진우는 서원의 몸 어딘가에 수도꼭지가 달리진 않았는지 궁금해진다. 눈에 보인다면 꽉 잠가 제 앞에서만 흘리도록 단속하고 싶었다. 서원은 우는 것도 쓸데없이 예뻤다. 울음기가 어린 얼굴을 부드럽게 쓸어 주며 그는 다정함을 가장한다.
“왜 그래. 형 자꾸 이러면 나 속상하잖아.”
“흑, 미안…….”
“혼내는 거 아니니까 울지 말고.”
왜 이러는지 말 안 해 줄 거야? 다독이며 묻자 다물린 입술이 떨린다. 또 울 것 같기에 서진우는 서원을 안아 올려서 무릎에 앉혔다. 머리카락을 쓸어 주고 입을 맞추자 딸꾹질 같은 숨소리가 들렸다. 고운 머리카락에서는 서진우가 고른 샴푸 냄새가 난다.
“오, 오느을… 흑! 진우가, 너무너무, 무서워서어….”
“내가 형 혼내서 속상했구나? 그런데, 형이 잘못한 거였잖아. 나도 속상했어.”
울음을 참느라 꾹 다문 입술로 무얼 속삭이는 대신, 서원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서진우는 말랑말랑한 뺨을 천천히 쓸어 주며 서원이 직접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한참 뒤에야 울음을 다스린 서원이 겨우 입을 열었다.
“나, 나아…. 싫다고 했, 는데에…. 말해도, 안, 들어주고…. 진우 표정도, 너무너무, 무섭고오…. 나, 흑! 나아, 무서워서…. 너무 무서워서….”
자기를 예전처럼 아껴 주지 않고 달래 주지 않아서 속상했다고 말하고 있다. 서진우는 여전히 자신에게 사랑받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서원이 사랑스럽다.
“그랬구나. 무섭다고 했는데 진우가 안 들어줘서 속상했어?”
“흐윽, 흑…! 앞, 으로 나아, 오줌, 잘, 가릴 테니까, 화, 화내지 마아…. 흐아앙.”
더듬더듬 말을 잇던 서원이 결국에는 울음을 터뜨린다. 서진우는 안타까운 것처럼 탄식하고는 서원을 안아 주며 달랬다. 커다란 손으로 쉼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고 서럽게 떨리는 입술에 입을 맞춘다. 서원이 젖은 속눈썹을 삼박거리며 서진우를 애처롭게 바라본다. 매달릴 곳이라고는 그밖에 없어 더욱 절박한 눈빛이었다. 서진우는 만족감을 감추지 않고 웃어 보였다.
“쉬이, 뚝. 앞으로 잘하면 되지. 울지 마, 응?”
“으, 으응…….”
서원은 그것을 ‘진우의 다정함’ 따위로 받아들였는지 눈에 띄게 안도하며 품으로 파고들었다. 안겨 든 나신이 안심하며 나긋나긋하게 감겼다.
* * *
진우야, 진우야…….
살살 몸을 흔드는 느낌에 서진우는 눈을 떴다. 서원은 침대에 주저앉은 채로 그를 깨우고 있었다. 젖을 먹이지 않아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수유용 잠옷은 어깨끈이 달랑거리는 상태였다. 지난밤 풀어 놓았던 걸 서원이 어설프게나마 매듭지은 모양이다. 서진우는 몸을 일으키며 저를 바라보고 있던 서원을 품으로 끌어당겼다. 등을 토닥거리자 소심하게 옷자락을 그러쥔다.
“왜? 쉬 마려워?”
“응, 응….”
“같이 가자.”
손을 잡고 변기 앞까지 같이 가 주니 미안해애, 하고 다 죽어 가는 목소리를 중얼거린다. 서진우는 귓가에 입을 맞춰 주곤 옷자락을 걷어 성기를 잡아 주었다. 쉬이… 그의 다정한 지도를 따라 오줌 줄기가 쏘아지기 시작한다.
“얼마나 참은 거야. 그냥 깨우지.”
“미안해서…….”
“미안할 게 뭐 있어. 그런 말 하지 마.”
“…….”
티슈로 성기를 닦으며 익숙하게 뒤처리를 해 준 서진우가 다시금 서원을 이끌고 침대로 돌아온다. 마주 보고 팔베개를 해 주자 서원이 할 말이 있는 얼굴로 눈치를 살핀다.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렸다. 서원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진우야, 나 그냥…. 배변 패드 쓰면 안 돼? 맨날 깨우기, 미안해서….”
“나는 괜찮다니까, 형.”
“…그치만….”
우물거리는 그를 보고 있자니 예전 일이 떠오른다. 배변 패드를 사용하기 싫어 고집을 부리다 이불에 오줌을 지렸던가. 그날 처음으로 요도를 열어 주었었다. 새삼스레 웃음이 났다. 서진우는 웅크린 등을 쓸어 주었다.
“알았어. 그건 다음에 얘기하자. 늦었으니까 일단 자.”
“응…….”
이리 와. 부르자 서원이 서진우의 품으로 파고든다. 사랑스러운 온기가 품을 채운다. 야릇한 충족감도 함께 차올랐다. 제게 한없이 의존적인 정서원을 확인할 때마다 서진우는 황홀해졌다. 정서원 없이는 채울 수 없는 감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