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22화 (122/296)

122화 마운드의 현자 04

“시몬스를 넘었지만, 킴의 위기는 끝난 것이 아닙니다.”

“다음 타자는 5번 타자 행크입니다. 장타력은 물론 주루능력도 갖추고 있는 선수입니다. 다음 시즌 FA로 여러 팀이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20년 전 김민이었다면, 행크를 보는 것만으로도 얼어붙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김민에게 행크는 미네소타의 5번 타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바깥쪽이 좋겠지.’

슉!

바깥쪽으로 향하는 빠른 공.

행크는 잔뜩 움츠리고 있던 몸을 펴면서 벼락같이 배트를 휘둘렀다.

그러나 공은 배트를 크게 지나쳐 미트에 꽂혔다.

“스윙 스트라이크!”

반헬 투수 코치는 김민의 초구를 보곤 신음하듯 말했다.

“슬라이더군. 행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거야.”

김민은 슬라이더를 많이 던지는 투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슬라이더의 완성도는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투수들만큼 높았다.

‘슬라이더는 지난 생에 지긋지긋하게 던진 공이니까.’

행크는 초구를 크게 헛스윙한 뒤 미간을 좁혔다.

“저 녀석…… 슬라이더까지 던질 수 있었던 건가?”

그는 배트를 스파이크로 툭툭 치곤 다시 타격 자세를 취했다.

“카운트 0-1, 킴! 셋포지션에서 투구에 들어갑니다.”

슉!

다시 한번 바깥쪽이었다.

‘빨라! 제길, 구종을 판단할 시간이 없어.’

탁!

행크의 배트에 맞은 공이 파울 라인을 벗어났다.

“파울!”

3루심이 양쪽 팔을 벌리자 잘만 감독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또 코너에 몰렸어.”

투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카운트.

미네소타 코칭 스텝은 입이 바짝 마를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여기서 한 점은 뽑아야 하는데…….”

잘만 감독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행크가 허공을 치고 말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낮게 떨어지는 커브에 헛스윙.

“킴! 행크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위기를 탈출합니다!”

“이번 커브는 타자의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았습니다.”

전력분석팀장 에드몬드는 행크의 스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원바운드 커브,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공이라는 것을 알았을 텐데…… 행크는 왜 배트를 휘두른 걸까?”

하지만 4번 타자 시몬스의 생각은 달랐다.

‘저런 커브를 보고 그냥 서 있을 수는 없지. 나라도 배트가 나갔을 거야.’

코너에 몰린 타자에게 느린 커브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미끼였다.

시몬스는 김민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코너에 몰리기 전에 칼을 빼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6회 초.

레드가 1사 1, 2루의 위기에 몰리자 잘만 감독이 마운드에 올랐다.

“레드 마운드를 내려갑니다. 5와 1/3이닝 2실점, 퀄리티 스타트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실점보다는 5회 투구수가 너무 많았던 것이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팀의 1선발로서 6이닝을 채우지 못했다는 것은 자존심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1회부터 많았던 레드의 투구수는 5회 폭발하고 말았다.

레드는 5회 초 점수를 내주지 않았지만 2명의 주자를 내보내면서 28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그의 한 이닝 평균 투구수가 14.7개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2배에 가까운 투구수였다.

“레드와 킴의 클래스 차이가 여기서 나오는군.”

부르스는 김민을 S클래스, 레드를 A클래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렉터가 어깨를 으쓱하며 그의 말을 받았다.

“그냥 컨디션이 안 좋은 거 아니야? 레드도 잘 던질 때는 잘 던진다고.”

그는 클래스 자체보다는 폼이나 컨디션 문제라고 생각했다.

“컨디션은 두 투수 모두 나쁘지 않았어. 문제는 레드가 킴을 의식했다는 거야.”

“킴은 레드를 의식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부르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킴은 레드를 의식하지 않았어. 전에 킴이 페드로의 투구를 유심히 관찰하는 걸 본 적이 있는 데도 말야. 킴도 페드로만큼은 의식하는 것이지. 하지만 오늘 킴은 레드의 투구는 단 한 번도 유심히 보지 않았어.”

“설마 볼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건가?”

“그것까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킴이 레드를 의식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해.”

레드를 구원한 메이스는 유칼리스를 삼진으로 잡아내 위기를 넘기는 듯 보였다.

하지만 9번 타자로 나선 록튼에게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맞고 말았다.

“주자 여유 있게 홈으로 들어옵니다.”

록튼은 이번 시즌 타율 0.267에 3홈런 19타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록튼이 바깥쪽 공을 제대로 밀었군요. 지난 시즌보다 바깥쪽 대처가 향상된 것 같습니다.”

김민은 록튼의 안타에 박수를 쳤다.

“나이스 배팅!”

그는 진심으로 록튼이 잘 되길 빌었다.

“메이스가 실점하면서 레드의 자책점이 3점으로 늘어났습니다.”

“다음 타자 브라이튼은 오늘 무서운 공격력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거 레드의 자책점이 4점으로 늘어날 수도 있겠는데요?”

중계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브라이튼이 패스트볼을 공략했다.

딱!

날카로운 타격음과 함께 공이 2, 3루 사이로 날아갔다.

그러나 이 타구는 유격수 사일론의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에 잡히고 말았다.

“사일론! ‘메이저리그 수비가 바로 이런 것이다.’를 보여 줍니다!”

“환상적인 수비입니다!”

잘만 감독은 사일론의 파인 플레이에 박수를 치면서 선수들을 독려했다.

“잘했어! 다음 공격은 우리의 턴이다!”

그는 3점 리드는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반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킴에게 3점은 다른 투수의 5, 6점과 같다. 오늘 경기는 우리가 이긴다.’

그는 김민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6회 말.

김민이 팀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6회 말 미네소타의 선두 타자는 3번 헐크입니다!”

“헐크의 시즌 성적을 생각한다면 오늘 보여 준 모습은 절대 만족할 수 없을 테지요. 3번째 타석에서는 헐크가 자신의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3번째 타석.

헐크는 김민의 공이 어느 정도 눈에 익었다고 생각했다.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패스트볼을 노려야 해.’

그도 시몬스처럼 카운트가 몰리기 전에 승부를 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김민은 록튼과 사인을 교환한 뒤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슉!

빠른 공이 바깥쪽으로 날아왔다.

‘슬라이더인가?’

배트를 멈춘 순간 공이 낮게 떨어졌다.

김민이 던진 초구는 스플리터였다.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초구는 볼입니다.”

“헐크가 초구를 잘 골랐군요. 킴을 상대로 초구를 고른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김민은 헐크가 유인구에 말려들지 않은 것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3번째 타석, 어느 정도는 공이 눈에 익은 거야.’

그는 록튼에게 공을 받은 뒤 그립을 잡았다.

‘하나 더.’

두 번째 공도 바깥쪽으로 향하는 스플리터.

헐크는 이 공을 패스트볼로 판단했다.

그의 판단에는 근거가 있었다.

- 킴은 유인구를 많이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휙!

거친 바람과 함께 배트가 허공을 쳤다.

“스윙 스트라이크!”

헐크는 헛스윙을 한 뒤 눈을 크게 떴다.

‘두 개 연속 스플리터라니, 킴은 유인구를 리그에서 가장 적게 던지는 투수가 아니었던가?’

시몬스는 대기 타석에서 김민의 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연속 유인구라. 저런 짓은 투구수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거야.’

김민의 현재 투구수는 58개에 불과했다.

한계 투구수가 100개라고 하면 아직 42개를 더 던질 수 있었다.

시몬스는 투구수에 여유가 있는 김민이 타자의 허를 한 번 찔러 보았다고 생각했다.

“카운트 1-1, 킴이 스플리터를 던져 균형을 맞춥니다.”

“6회부터 킴의 투구 패턴이 조금 변한 것 같습니다. 미네소타 타자들은 이 점을 빨리 깨달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헐크는 장갑으로 고쳐 낀 뒤, 김민을 바라보았다.

‘킴, 설마 또 도망치진 않겠지?’

시몬스는 김민의 다음 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카운트 1-1, 여기서 참아낼 수 있다면 헐크가 이길 것이다.’

올스타 레벨 투수라 해도 불리한 카운트에서는 좋은 공을 던지기 힘들었다.

시몬스는 김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타자와 투수의 승부는 카운트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이윽고 김민이 세 번째 공을 던졌다.

슉!

안쪽으로 향하는 공.

헐크는 공의 코스를 읽자마자 배트를 내밀었다.

‘바깥쪽 다음에 안쪽. 로케이션 승부라면, 그 승부 받아주지.’

그는 공이 다소 떠오른다고 해도 힘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민이 던진 공은 떠오르는 대신 가라앉았다.

세 번째 공도 스플리터였던 것이다.

“스윙 스트라이크!”

헐크는 허공을 친 뒤 이를 악물었다.

‘세 개 연속 스플리터라고? 저 녀석이 날 놀리고 있잖아!’

탬파베이 선발 투수 클락은 김민의 투구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세 개 연속 스플리터라. 킴은 저런 투구도 가능하군.”

같은 구종을 세 번 연속 던지는 것.

이것은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볼 배합이었다.

설리반이 클락의 말을 받았다.

“킴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해. 그는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니까.”

클락은 설리반의 말을 듣곤 살짝 미간을 좁혔다.

“아무리 킴이라고 해도 그 정도까지는…….”

설리반은 클락의 진지한 반응에 손을 내저었다.

“클락, 농담이야. 하지만 킴의 볼 배합은 항상 타자의 허를 찌른단 말이지.”

클락이 고개를 끄덕이며 화제를 살짝 바꾸었다.

“카운트 1-2야. 설리반, 너라면 어떤 공을 던지겠어?”

“나? 나라면 떨어지는 커브지.”

“브레이킹볼로 삼진을 노리는 건가?”

“세 개 연속 빠른 공이었잖아. 이쯤에서 구속 차이를 이용해야지.”

“제법인데?”

클락은 설리반의 말을 듣곤 김민이 네 번째 공을 던지기 위해 세 개의 스플리터를 던진 것이 아닌가 하는 가정을 했다.

‘스플리터에 타자의 타이밍을 맞춰 놓고 체인지업이나 커브로 승부하는 건가? 킴은 승부구를 결정하고 나서 초구를 선택하는 투수일지도 몰라.’

시선을 마운드로 돌리자 김민이 힘차게 공을 던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슉!

‘빨라. 브레이킹볼이 아니야!’

공은 가운데 낮은 코스를 향하고 있었다.

클락과 설리반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는 볼 배합이었다.

헐크는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공을 보고도 배트를 움직이지 않았다.

‘더 이상 스플리터에 속지 않는다.’

그의 이번 판단에도 근거가 있었다.

그것은 앞선 3개의 스플리터와 이번 공이 같은 타이밍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공이 패스트볼이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빠른 타이밍에 중간지점을 지났을 것이다.’

헐크는 이 공을 스플리터라 확신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주심이 오른손을 들었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헐크는 눈을 크게 떴다.

‘이게 패스트볼이라고?’

믿을 수가 없었다.

리그 상위권 클린업을 상대로 88마일(142km) 패스트볼을 던지다니.

‘혹시 스플리터가 떨어지지 않은 것 아닐까?’

헐크는 그럴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거야. 이번 삼진은 운이 없었던 거야.’

그는 행운의 여신이 김민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더럽게 운이 없는 날이군.”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헐크를 시몬스가 불러 세웠다.

“헐크.”

“시몬스?”

“마지막 공 어땠어?”

헐크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실투였지.”

“실투였다고?”

“킴이 스플리터를 던졌는데 떨어지지 않은 것 같아. 그게 재수 없게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간 거지.”

시몬스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흠, 그 공이 스플리터라고 생각한 것은 같은 스피드였기 때문인가?”

“스피드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난 보통 공의 타이밍을 보거든. 마지막 공은 앞서 들어온 3개의 스플리터하고 타이밍이 같았어. 마운드에서 홈플레이트로 들어오는 타이밍 말이야.”

시몬스는 고개를 끄덕인 뒤 배터 박스에 들어섰다.

“같은 타이밍이라.”

그는 헐크가 말한 것처럼 스플리터가 떨어지지 않은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4개의 공이 모두 같은 속도였고, 그것이 의도된 것이라면 어떨까?’

그의 가정이 사실이라면 김민은 더욱 공략하기 힘든 투수가 되었다.

시몬스는 배트를 세우기 전 헬멧을 고쳐 썼다.

‘정신 차리자. 그런 일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거야.’

배트를 세우자 초구가 날아왔다.

슉!

바깥쪽 빠른 공.

‘헐크를 상대할 때와 같은 패턴이군. 스플리터인가?’

그는 그대로 배트를 멈췄다.

그러나 다음 순간 주심이 목소리를 높였다.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88마일(142km)이었다.

시몬스는 김민의 투구에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다섯 개 연속 같은 구속이라고?”

96마일(154km)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가 88마일(142km) 패스트볼을 던지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

‘설마 또 실투는 아니겠지?’

이쯤 되자 시몬스의 머리마저 복잡해졌다.

김민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성공이야. 패스트볼의 구속을 스플리터 라인까지 낮춰 던질 수 있게 되었어.’

연습 때는 몇 번 성공한 적이 있었지만, 실제 경기에서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가 이렇게 느린 패스트볼을 던지게 된 것은 ‘빠른 공 그리고 더 빠른 공’ 덕분이었다.

당시 김민은 ‘빠른 공 그리고 더 빠른 공’을 완성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 느린 패스트볼은 그 다양한 연구의 산물 중 하나였다.

“킴, 시몬스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전 조금 걱정이 되는군요.”

“킴이 걱정되시는 겁니까?”

해설을 맡은 캐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킴의 패스트볼 구속이 90마일(145km)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팔에 부상이라도 당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는 김민이 던진 88마일 패스트볼을 실투가 아닌 일반적인 패스트볼로 보았다.

“구속이 그렇게까지 내려갔다면 분명 문제가 있겠군요.”

이반 감독도 조금은 김민을 걱정하고 있었다.

“흠, 패스트볼 구속이 너무 낮군.”

“스플리터를 던지려고 하다가 떨어지지 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스플리터가 떨어지지 않았다면 그것 나름대로 문제가 아닌가? 연속 2개라고.”

이반 감독이 블렛소 투수 코치에게 고개를 돌렸다.

“블렛소, 불펜을 가동하게.”

6회 말.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불펜을 가동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시기였다.

“알겠습니다.”

김민은 두 번째 공으로 안쪽을 선택했다.

슉!

다시 한번 빠른 공.

시몬스는 그 공을 기다리지 않고 공략했다.

탁!

배트에 안쪽에 맞은 공이 1루 라인을 벗어났다.

“파울!”

시몬스는 공을 친 직후 전광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87마일(140km). 스플리터가 확실해.’

그는 김민이 여섯 개 연속 스플리터를 던졌다고 생각했다.

‘스플리터를 여섯 개 연속 던졌고, 그중 두 개가 떨어지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어느 정도 앞뒤가 맞는다.’

시몬스는 김민이 계속해서 스플리터를 던지는 이유까지는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킴은 스플리터에 왜 이렇게까지 집착하는 걸까? 하나만 제대로 노려도 그대로 끝날 텐데 말이야.’

그는 배트를 세우면서 스플리터에 타이밍과 히팅 포인트를 맞췄다.

‘안쪽이든 바깥쪽이든 상관없다. 스플리터를 다시 한번 던진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시몬스는 김민이 7개 연속 스플리터를 선택하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순간 세 번째 공이 날아왔다.

슉!

빠른 공이 한가운데 낮은 코스로 날아왔다.

‘빠, 빨라!’

놀란 시몬스가 배트를 냈지만 공은 이미 홈플레이트를 통과한 다음이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95마일(153km).

88마일(142km)에 익숙해진 시몬스로서는 손도 댈 수 없는 공이었다.

시몬스는 마운드로 시선을 돌렸다.

‘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이런 공을 던질 수 있으면서 6개 연속 스플리터를 던지다니!’

그는 김민의 생각을 전혀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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