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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36화 (36/203)

036. 오더.

“엇? 김대리도 회사 나왔어? 당직이었어?”

“당직은 아닌데, 할 일도 없고, 저도 어제 방송 보고 판매량이 궁금해서 나와 봤습니다.”

부산지사는 주5일제 근무이긴 했으나 각 부서별로 1명씩 출근해서 토요일 오전 동안 당직을 섰다.

주5일제 초창기에는 거래처들이 대부분 주6일 근무였기에 토요일 날 터지는 일에 대응하고자 당직으로 1명이 나와서 전화를 받고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거래처 대부분이 주5일제가 되어 당직이 필요가 없음에도 그대로 당직제가 유지되고 있었다.

사무실에 도착한 시간이 9시 반이었는데, 그제야 당직 사원도 출근을 했다.

“오픈마켓 종합쇼핑몰 누적 판매량 바로 볼 수 있어? 마트랑 편의점은?”

“온라인 쇼핑몰은 바로 확인이 가능한데, 오프라인 매장은 하루가 지나야 판매량 확인이 가능합니다.”

마트와 편의점의 경우에는 각 업체에서 판매량 집산(集散) 후 일괄 통보를 하는 형태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럼, 만약에 판매가 잘 돼서 품절이 떴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그것도 하루 있다가 알게 되는 거야?”

“네. 현실적으로 전산이 붙어 있지 않다 보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개별적으로 판매 상위 직영점의 경우에는 발주하지 않더라도 판매량 추이를 보고 우리가 먼저 선 유통을 하기도 합니다.”

“체인점의 경우에는 그것도 불가능하겠네.”

“네.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종합쇼핑몰 판매량 나왔습니다.”

프린트되어 나온 종이를 보는데, 옥샨 262건, 진마켓 301건이었다.

5개 들이 1봉지를 산 사람도 있었고, 2봉지, 3봉지를 구매한 사람도 있었는데, 평균을 계산해 보니 주문 1건당 8개 판매였다.

대략 4500개.

뭔가 생각보다는 주문이 작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또 초심을 잃었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아마, 넌 혼자 사니? 방송에 나오지 않았다면 홍보나 키워드광고 같은 것도 하지 않았었기에 100개도 팔리지 않았을 수 있었다.

그런 것에 비교하니 이 4500개가 엄청난 양이었다.

그리고, 어젯밤 11시 넘어 방송되었고, 지금은 아침 10시이니 채 12시간도 지나지 않았었다.

오히려 12시간 동안 4500개를 판매했으니 아주 대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동생에게 판매량을 톡으로 보내주고는 커피를 한잔 들었다.

“저도 어제 자려고 누워서 방송 보는데 우리 라면이 나와서 엄청 놀랐었습니다.”

“난 자려고 누웠다가 전화 받고 일어났었어. 이후로 전화가 바리바리 오는데 장난 아니었다.”

“차장님 매제도 엄청 좋아했겠는데요.”

“걔는 아예 잠도 안 자고 좋아하더라.”

“햐 그럼, 이제 셰프로 떡상하는 거 아닙니까? 티비에 한 번 나왔다가 인생 역전했다는 그런 연예인들처럼 매제도 그렇게 되는 거 아닙니까?”

“자고 일어나니 스타? 근데, 아직 몰라. 사람들이 라면을 먹어보고 맛이 있다고 다들 해줘야 진짜 대박인 거야.”

“그것도 그렇네요. 사람들 입맛에 맞고 꾸준히 재구매가 일어나야 하니.”

“그런데 이거 최경민이란 배우한테 우리가 뭘 해줘야 하지. 그 친구 인기 많아?”

“저도 남자 배우라서 잘 모르는데. 신인치고는 연기가 좋고, 뭔가 보호해 줘야 할 것 같은 순수 청년 스타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엄청 잘 팔리고 해서 CF라도 찍어주고 싶은데, 광고비도 없고. 그냥 라면이나 보내줄까.”

“아무것도 안 하는 거보다는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소속사에 라면 몇 상자 보내주고 하다 보면 뭔가 원하는 게 있거나 하겠죠.”

“오케이. 일단 소속사에 라면부터 넣어주지.”

“아, 차장님. 그리고 오후 2시에 재방송입니다.”

“같은 채널에서?”

“네. 아직 안 보셨다면 멀티미디어 회의실에서 같이 보시죠.”

“그럴까. 거긴 녹화도 되지?”

“네. 녹화됩니다. 근데, 최경민이 주연으로 나온다는 ‘우연은 없다.’ 이게 다음 주 개봉이던데, 단체로 관람하고 해야 하겠죠?”

“영화 개봉하면 다 보러 가야지 난 꽃 화환도 세워주고 싶은데.”

영화가 개봉하면 배우들이 무대인사를 하러 극장에 오기에 그때 들려서 라면을 줘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합니다!”

토요일 오후 2시.

멀티미디어 회의실에 당직을 선 직원들 5명이 모여서 재방송을 보기 시작했다.

방송을 보니 사람들이 해운대 라면을 궁금해하며 찾아보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퉁퉁 부은 라면인데도 아주 맛있게 먹었고, 친절하게 진행자와 이야기를 하며 우리 라면에 대한 설명까지도 해주었는데, 진짜 완벽했다.

“와! 진짜 이거 저 최경민 배우에게 돈 줘야 되겠는데요.”

“난 팬 되기로 했다. 영화 다 회차 관람 예약이다. 이건.”

“엇!? 또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왔습니다.”

“오예!”

역시 공중파는 공중파였다.

재방송인데도 보는 사람이 많았는지 실시간 검색에도 올라갔고, 검색량이 많아지니 종합쇼핑몰에서 판매되는 라면도 많아졌다.

“판매량 7천 개 넘었습니다. 이거 월요일 날 배송 물류 팀 식겁하겠는데요.”

“우리도 행복한 비명 지르게 될 거야. 집에 가서 일단 쉬자고.”

동생에게 톡으로 7천 개 넘게 팔렸다고 알려주고는 집으로 갔다.

월요일이 엄청 바쁠 것 같았기에 토요일과 일요일은 집에서 어머니와 지내며 푹 쉬었다.

***

[띠리리링 띠리리링!]

“누가 저 전화 좀 받아!”

예상대로 월요일 아침 일찍 출근하자마자 유통 물류 팀에서 이게 진짜 다 주문 들어온 거 맞냐고, 발송 물량 작업 지시서가 끝없이 나온다고 연락이 왔다.

그리고, 주말 동안 마트 진열대에 라면이 비어 버리자 각 마트 담당자들에게서 전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마트와 편의점은 본사 물류 유통팀이 발송업무를 맡아주기에 업무지시서만 쏘아주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화요일이 되자 직영점 외의 체인점 발주량이 집산되어 주문이 들어오자 정기적으로 발송해야 하는 식자재 발송업무도 마비가 될 정도였다.

“화요일 오늘까지 봉지면 20만 개! 소컵 8만 개 대컵 13만 개 나갔습니다!”

금요일 방송 이후 단 4일 만에 40만 개가 팔린 것이었다.

그리고, 본래 구내식당에 1년 동안 나가야 하는 물량이 50만 개였으니 일주일 만에 30%가 판매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었다.

“임 차장! 이거 대박 각인데, 추가 생산하는 거 맞지? 우선 생산 공장에 있는 물량을 우리 본사 물류 창고로 다 보내달라고 해.”

이창모 부장도 그 좋아하는 공장에도 가지 않고, 전화로 들어오는 납품처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동생이 추가 생산 발주를 했을 겁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급하게 햇살식품 문성철 대표에게 전화를 넣었다.

햇살식품 창고에 쌓아 둔 것을 다 우리 물류 창고로 보내달라고 이야길 했고, 추가 생산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길 했다.

“추가 생산 어디까지 갑니까?”

과연 몇 개를 생산할 건지 묻는 말에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미친 듯이 잘 팔리고 있지만, 라면 맛이 별로라고 일주일 만에 인기가 폭락을 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추가 생산하기로 한 것은 모두다 악성 재고로 쌓일 터였다.

“하루만 더 생각할 시간 드립니까?”

“네. 사실 지금 나가고 있는 게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제품을 맛본 소비자들의 피드백이 없다 보니 이게 계속 잘 팔려나갈지 판단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일단, 첫 300만 개를 생산할 때 60% 대금만 보내주었기에 금전적인 여유는 있었다.

하지만, 더 추가 생산하기로 했는데, 이게 안 팔리면 재고 떠안고 죽을 수도 있었다.

“50만 개씩 생산은 안 됩니까? 이제 나가기 시작하다 보니 돈이 돌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그럼 그렇게 하죠. 공정 바뀐 게 없으니 최소수량보다 적은 50만 개도 생산 가능합니다.”

“네. 그럼 그렇게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60%만 먼저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지금 시기가 나름의 라면 비수기였기에 햇살 식품의 공장이 멈춰있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봉지면은 햇살식품에서 받아오는 게 개당 280원으로 여기에 거산의 마진 30원이 붙었다.

하지만, 종합쇼핑몰에서는 5개 들이 한 봉지에 2500원에 팔리고 있었기에 한 개에 500원에 팔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즉 내게는 1개를 팔 때 원가와 거산의 마진을 빼면 180~200원이 떨어진다는 거였다.

물론, 여기에 쇼핑몰 수수료 10%와 여러 잡비를 빼면 개당 150원 정도였다.

소컵은 개당 90원. 대컵은 개당 160원의 마진이었는데.

단순 뭉뚱그려 라면 1개가 팔리면 내게는 120원 정도가 떨어진다고 계산하면 되었다.

300만 개를 다 팔게 되면 3억 6천만 원을 벌게 되는데, 나중에 해운대 백사장 상인들에게 팔 때는 거산의 마진도 붙지 않을 것이기에 개당 이익은 더 올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매제의 이름값에 붙은 프리미엄을 생각한다면 돈으로 셀 수 없는 이익을 본 것이었다.

매제는 오늘도 인터뷰가 들어왔다며 좋아했는데, 아예 호텔에 대형 현수막으로 얼굴이 걸리며 라면 행사 이벤트가 기획되었다고 성수기 홍보이벤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요리사의 이름을 메인으로 내걸 수 있는 진짜 스타 셰프가 돼버린 것이었다.

“임 차장님. 전화 받으십시오. 책임자를 바꿔 달라고 하는데 구청이랍니다.”

“구청? 네. 전화 받았습니다.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수고하십니다. 여기는 해운대 구청 사회복지과 김선희라고 하는데요. 해운대 라면이 나온 것을 보고 구청에서 구매를 좀 하려고 합니다.”

전화를 받아보니 여자 공무원인데, 음색이 낭창낭창한 것이 꽤 예쁜 목소리였다.

“실례지만, 몇 개 정도를 구매하시려는 건가요?”

“일단 한번 들어오시죠. 견적하고 상담을 좀 했으면 합니다.”

일단 구매 건으로 구청으로 들어와 보라고 했기에 몇백 개 단위의 소량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긴급물자 비축을 위해 라면을 들여놓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일단 들어가 보기로 했다.

김승재 대리와 함께 해운대 구청 복지과로 갔는데, 전화 받았을 때 담당자 목소리가 예뻤다고 하니 김승재가 은근히 좋아했다.

그리고, 목소리만큼이나 예쁘게 생긴 여자 공무원이 우릴 맞이했는데, 6급 주사인 김선희였다.

명함을 교환하는데, 손도 예뻤고, 왼손에 반지도 없었다.

얼굴만으로는 20대 후반인지 30대 초반인지 구별이 안 되었는데, 공무원이라 그런지 회사의 여직원들과는 뭔가 그 느낌이 달랐다.

“이 해운대 라면을 취약 계층에게 나눠주고자 구매하고 싶은데, 이게 일괄 구매는 아니고, 1만 개씩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형태가 될 겁니다.”

“네. 1만 개씩 정기적으로 구매하시면 되는 거지요. 아무 문제 없습니다.”

“헌데, 가격 견적은 한 번에 36만 개를 구매하는 견적으로 주셨으면 합니다.”

구매는 1만 개씩으로 한 달에 3번 구매를 하는데, 그 견적가격은 36만 개 구매하는 할인 가격으로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럼, 봉지라면으로 36만 개인가요?”

“네. 컵라면보다는 봉지라면을 더 많이 드십니다. 그렇게 견적을 주시겠습니까?”

“그렇게는 가능한데, 할인을 많이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혹시 긴급비축물자로 구매하는 라면은 올해 사업이 다 끝났는가요?”

“그건 제 담당이 아니라서 모르는데, 아마도 이미 끝났을 겁니다.”

“아쉽네요. 그럼 견적서 들고 다시 오도록 하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김승재 대리는 몇 번이고 뒤돌아봤다.

“야, 목 돌아가겠다. 그만 돌아봐라.”

“차장님. 그런데 진짜 안 예쁩니까? 해운대 구청에 저렇게 예쁜 분이 계신지도 몰랐네요. 손가락에 반지도 없던데. 햐. 이거 참.”

“벌써 아들에 손자까지 생각했냐?”

“아니, 그게 아니고 차장님 이건 저에게 맡겨 주시면 안 됩니까?”

머리도 살짝 벗겨진 김승재는 나름 심각한 얼굴로 자신을 좀 밀어 달라고 강한 오더를 넣고 있었다.

“어휴. 개당 400원으로 해서 견적 넣어봐. 그러면서 자주 만나보고 한번 해봐.”

“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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