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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67화 (67/203)

067. 불떡 볶음면. (2)

신중서 실장은 고추를 사들여 매운맛 라면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편의점 PB상품으로 나왔던 틈사이라면이 편의점 라면 판매 1위를 차지했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위에서 욕을 들었었다.

그래서 다른 회사에서 매운맛을 베이스로 한 라면을 출시한다고 하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지자체 라면시장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곳이었기에 괜히 더 신경이 쓰였다.

“정보가 어디서 나온 거야?”

“프릭키누(쥐똥고추) 고추 업자가 알려주었는데 프릭키누를 원산지 따라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로 구분하고 숙성기간도 일자별로 다 다른 것을 보내 달라고 했답니다.”

“그렇게 프릭키누를 나라별, 숙성기간별로 주문했다고 무조건 매운맛 라면을 준비 중이라고 확신할 순 없잖아. 기존 라면 때문에 주문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

“납품하면서 쉐프들을 봤다고 하는데, 매운 라면 관련으로 이야기하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흠.”

스타 코퍼레이션의 공장 위치가 경남 산청인가 하는 지방이었기에 쉐프를 고정적으로 배치하는 것은 아닐 터였다.

보통은 레시피를 짤 때 관련 요리사들을 부르는 것이었기에 고추 업자가 들은 것이 맞을 터였다.

물론, 이게 고추 농사를 많이 짓는 지자체에서 매운 라면을 특산 라면으로 요청해서 만들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지자체 라면이라면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그 한계가 명확했기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자체 상표로 ‘한국 라면’이나 ‘코리아 라면’ 같은 것을 만들어 내는 추이를 봤을 때 매운맛 라면을 전면에 내세우려고 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고추업자한테 정보를 좀 더 알아봐 달라고 해봐. 내가 후사하겠다고 하고.”

“넵.”

신중선은 혹시라도 스타 코퍼레이션에서 매운맛 라면을 출시한다면 마케팅 이벤트를 독점해서 신제품이 출시된 것을 사람들이 아예 모르게 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이건 너무 달아요.”

“이건 쓴맛이 너무 강한 거 같아요.”

“뒷맛이 텁텁해요.”

“전 알싸하게 맛있는데요!”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부터, 대학생 새내기로 보이는 여대생, 직장인으로 보이는 오피스 레이디까지 30여 명의 여자들이 줄지어 앉아서 떡볶이를 먹으며 맛이 어떻다고 품평을 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의 남자 10여 명도 떡볶이를 먹으며 맛을 평가하고 있었다.

[떡·애·사 초빙 떡볶이 품평회]

‘떡볶이를 애정하는 사람들’이란 카페 회원들이었는데, 이들을 초대해 신제품 레시피의 품평회를 가지고 있었다.

도협이의 인맥으로 산청으로 불렀던 요리사들이 모두 남자여서 그런지 엄청나게 매운 떡볶이의 매력을 그들도 확신하지 못했기에 열게 된 품평회였다.

그래서 필드 테스트처럼 떡볶이를 좋아하는 매니아들을 불러서 새 제품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싶었다.

1차로 떡볶이만 넣어 조리한 것의 맛을 품평했고 이후 라면 사리와 함께 조리한 떡볶이 면을 내주었다.

“다 먹고 남은 떡볶이 양념에 비빈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같이 끓인 라면 사리입니다.”

추가하지 않고 처음부터 같이 조리했다는 말에 회원들은 조심스레 맛을 봤다.

“음. 뭔가 면이 들어가서 그런지 떡볶이의 맛이 떨어지는 거 같아요.”

“라면을 끓일 때 면에서 나오는 녹말, 전분 가루 때문인지 꾸덕꾸덕해진 느낌이 나요.”

“라면 사리 넣는 거 좋아하는 저는 입맛에 딱 맞아요!”

진짜 떡볶이를 좋아하고 즐겨 먹어서 그런지 다들 떡볶이에 대한 품평이 섬세하고 명확했다.

물론, 품평회에 와서 떡볶이를 먹고 리서치를 해 주면 일당 4만 원을 주기로 했으니 다들 기분 좋게 열정을 뽐내는 것인지도 몰랐다.

“대표님. 살짝 부정적인 품평도 있지만, 대체로 좋은 품평이에요. 회원들이 매주 맛있는 떡볶이집을 찾아서 성지 순례까지 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엄청 까탈스러울 텐데 선방한 거 같아요. 근데, 더 먹으려고 눈치를 보는데요.”

같은 카페 사람이라 그런지 이서는 회원들이 뭘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럴 줄 알고 저기에 아예 조리대를 만들어 뒀다.”

품평회를 홍대 앞의 레스토랑에서 진행을 했는데, 미리 사람들이 원하는 맛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게 간이 조리대와 여러 양념들과 재료들을 비치를 해두었다.

진짜 매니아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이 사람들이 원하는 맛이 어떤 맛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비치를 한 것이었다.

회원들에게 마음대로 떡볶이를 해 먹게 했는데, 대신에 어떤 재료를 얼 만큼 쓰는지를 기록해 달라고 했다.

“이야 뭔가 해 먹는 게 다 다르네. 떡볶이 성애자라고 해서 난 다 비슷하게 불 떡볶이를 해 먹을 거라 생각했는데, 마요네즈에 케첩에 오만 걸 다 넣네. 쌈장도 넣는 사람이 있네. 헐.”

“매니아니깐요. 아마 보통의 떡볶이로는 만족을 못 할 거예요.”

“그런데 매운맛을 즐기는 사람들의 취향이 이렇게 다양하다면 생각의 방향을 좀 바꿔야 할 것 같아. 라면에 별첨으로 야채 후레이크 같은 걸 넣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걸 보니 다 빼고 그냥 양념장만 넣는 게 나을 것 같거든.”

불 떡볶이 라면 자체가 매운맛을 원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는데, 이들을 보니 취향대로 치즈나 야채, 튀김 등을 넣어서 마음대로 추가 조리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데이터는 다 나온 거 같네. 확실히 ‘확!’ 하고 한 번에 매운 것보다는 천천히 달아오르듯이 ‘쏴아아악!’ 올라오는 매운맛을 사람들이 원하는 거였어.”

데이터 결론을 내고 있는데, 매제는 심각하게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왜? 뭐가 마음에 걸려?”

“네. 형님이 떡볶이 쪽으로 가게를 한번 알아보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글치.”

사기를 당한 후 슬럼프가 온 것 같기에 기분을 올릴 겸 해서 알아보라고 한 것이었다.

“근데, 그걸 좀 바꿔야 할 거 같아서요. 카페에 가입할 만큼 떡볶이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보니 보통의 흔한 떡볶이는 잘 안 먹는 거 같아요. 떡볶이에 개인의 취향을 추가하는 데 진짜 100인 100색입니다.”

“나도 그걸 보고, 라면에 면, 떡, 스프 딱 3개만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어. 다른 건 알아서 추가해 먹을 것 같거든.”

“형님. 저는 그 반대입니다.”

“뭐가 반대인데? 라면에 막 다 넣어줘야 한다는 거야?”

“아니 형님 그게 아니라. 가게 말입니다. 그냥 단순한 떡볶이 가게 말고, 사람들이 직접 해 먹을 수 있는 떡볶이 가게를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본인의 취향대로 직접 해 먹는 가게로요.”

“직접 해 먹는 가게?”

“네. 무한 리필 고깃집 아시잖습니까? 재료를 싹 세팅해주면 사람들이 알아서 고기를 들고 가서 고기를 구워 먹지 않습니까. 떡볶이도 그렇게 무한 리필 집으로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떡볶이 무한 리필 집?”

그러고 보니 무한 리필 고깃집이나 무한 리필 떡볶이집이나 별 차이는 없을 것 같았다.

재료를 알아서 들고 가서 알아서 해 먹는 거니깐.

다만, 단가가 문제였다.

“가격은 어떻게 할래? 값싼 고기라도 고깃집이니깐 1인당 9,900원에서 12,900원까지 받고 있는데, 떡볶이를 그렇게 받으면 욕 들을 것 같은데.”

“밥 한 끼 가격이나 약간 그 위로 잡아야지요. 6,900원이나 7,900원이면 되지 않을까요? 아니지 이 친구들 있을 때 바로 물어볼게요.”

도협이는 행사 진행을 위해 놔둔 마이크를 잡았다.

“아아. 혹시라도, 이런 무한 리필 형태로 셀프 떡볶이집이 있다면 이용을 하실 겁니까?”

“있으면 이용하죠.”

“당연히 먹으러 오죠.”

“가격은 얼마인데요?”

“가격은... 순대국밥 가격이면 될까요? 7천 원에서 8천 원 정도 하게 될 거 같은데.”

“밥 한 끼 가격이라 괜찮긴 할 거 같은데, 밥도 있고, 다른 거도 있는 거예요?”

“길거리에서 먹는 거처럼 어묵도 있고, 순대, 튀김에 탄산음료까지 있으면 될까요?”

“콜! 그럼 전 매일 오죠!”

“저도요! 김밥도 있어요?”

“국밥 한 그릇 가격으로 그렇게 분식 메뉴 먹을 수 있으면 혜자죠!”

물어보기 전까지 긴가민가했던 도협은 확신을 얻었다.

다들 반응이 호의적이다 못해 열렬한 환영을 하는 수준이었다.

주말마다 떡볶이집을 순례할 정도의 사람들이라 다들 흔한 떡볶이집에는 질려있었던 것이었다.

당면을 넣은 떡볶이가 먹고 싶었다는 사람부터, 치즈를 올려 먹고 싶었다는 사람, 고기 베이컨을 넣어서 먹고 싶었다는 사람까지 자신이 원하는 떡볶이를 해 먹을 수 있다면 더 비싸도 가겠다고 하는 사람들이었다.

나도 듣고 보니 이거 괜찮은 아이템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형님. 떡볶이 무한 리필 가게를 한번 해 보지요. 밥 한 끼 먹는 가격이랑 같으니 한 끼 떡볶이로 해서 한번 준비해 보겠습니다.”

“그래. 사람들 반응 보니깐 잘될 거 같네. 내가 투자해 주마. 5:5 알지?”

“네. 이번에는 진짜 중간에 자빠지지 않도록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 보겠습니다.”

***

매제는 한 끼 떡볶이에 꽂혀서 신바람 나게 일을 하는데, 막상 내가 준비하는 게 문제였다.

불떡볶이는 이미 등록 상표가 있었기에 불떡볶이면도 상표가 등록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불떡볶음면으로 해서 상표를 등록했다.

그렇게 상표를 등록하고 문 대표와 라면 연구소의 연구원들에게 시식회를 열었다.

“이거 애매한데.”

문성철 대표는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떡 5개가 진공 포장된 것과 얇은 면, 액상 스프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문성철은 단순히 이 구성품만 보고 고개를 젓는 게 아니었다.

어제 임건호가 신상품이라고 들고 온 샘플을 만들어 먹어 보고는 너무 극단적으로 매운맛에 기겁을 했기 때문이었다.

본인만 그런 게 아니라 공장의 연구원들도 이 불 떡 볶음면을 먹고는 식겁을 했었다.

“이건 그냥 벌칙 음식 같은데요. 맛을 느끼기보다는 그냥 매운맛에 고통스러운 맛이에요.”

“1박 3일 방송의 까나리 액젓 대신 이거 끓여주면 될 거 같네요. 매워 죽는 줄 알았어요.”

나름 몇 년씩 라면 개발을 했던 연구원들도 맛을 보곤 다들 다시 먹기 싫다고 했다.

“심라면 이후에 매운 것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은 우리도 알고 있어. 심라면보다 더 매운 틈사이라면이 나름의 히트를 했으니깐. 하지만, 그 매운 것도 정도가 있어. 특히나 이건 떡볶이처럼 볶는 스타일이라 국물이 없으니 매운맛이 더 강해. 이건 솔직히 맛을 느끼며 먹기보다는 고통을 느끼며 먹는 것 같아.”

다른 연구원들도 그런지 둘러보니 다들 같은 의견이었다.

여자 연구원들도 있었지만, 매운 떡볶이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사실, 라면 맛으로 나올 만한 건 다 나오긴 했어. 중국의 마라맛이나, 베트남 쌀국수맛, 대만의 우육맛, 카레 마샬라맛 등등. 제3세계의 맛까지도 다 라면으로 출시가 되었으니깐. 그래서 같은 맛이라도 좀 더 극단적인 맛으로 가는 것도 이해가 되긴 해. 하지만, 이건 수용하는 범위를 넘은 매운맛이야.”

아무리 매운맛을 좋아하는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혹평을 듣고 보니 자신감이 사라질 판이었다.

매운맛이 트랜드이지만, 안된다는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이 라면시장의 한계도 지금 보게 된 것 같았다.

새로운 맛이 다 나와버린 시장.

빅3이라 불리는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

결국,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서 새로울 것이 없는 맛으로 시장을 넓혀가야 하는 것이었다.

전형적인 핏빛의 레드오션이었다.

그저 운 좋게, 지자체 라면이라는 새로운 바다를 찾아서 돈을 벌었지만, 결국 그 바다도 메꾸어졌고, 전체 라면시장은 이미 붉게 물들어 몸을 담글 틈도 없는 레드오션이라 그 미래가 정해져 있었다.

“최소 수량으로 생산하고 끝을 내도록 해야겠습니다.”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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