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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99화 (99/203)

099. 가게를 부탁해! (3)

“아니, 저기 저분은 누구신가요? 출연자분이 또 있는 건가요?”

강대희의 말마따나, 일반인의 외모가 아니었기에 황일환 팀장도 누구지 하는 생각을 했다.

“비치 엔터의 최지인 씨네요. 영화 ‘바람처럼 사라지다’에 나오셨어요.”

촬영을 맡고 있던 감독이 귀띔을 해주자 황일환도 기억이 났다.

올 상반기 500만이 본 사극 탐정 영화로 극장에서 보기도 했었다.

영화에서 눈에 띄는 조연으로 출연을 했기에 흔히 말하는 뜰지도 모르는 라이징 스타 중 한 명이었다.

분량을 뽑기 위해 가게를 비울 때 임시로 꽂은 사람치고는 너무 고스펙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아니지. 정규 편성만 받는다면 여자 둘, 남자 둘 해서 두 팀을 운영하면 되지.’

사연 분량을 위해 한팀이 자리를 비우면 다른 여자 출연자와 개그맨이 맡아주면 되는 거였다.

“강대희 씨 혹시 백업으로 세울 수 있는 개그맨 없을까요? 가게 맡을 팀과 사연 받을 팀을 구성하는 게 맞는 거 같아서 진행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아, 섭외라면 줄 섭니다. 출연료 준다고 내일 당장, 아니 지금 당장 오라고 해도 올 겁니다.”

“하하하. 그럼 좀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십니까! 신인배우 최지인이라고 합니다. 선배님 팬이에요.”

“고마워요. 우리 같이 고생 좀 해요.”

“네. 선배님이 계신다고 해서 정말 바로 달려왔어요. 같이 예능에 나오게 될 줄은 진짜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

김가영도 통성명을 하고 최지인을 보는데, 사극에서 빛을 보았다는 말을 들어서 그런지 뭔가 지고지순하게 생긴 착해 보이는 인상이라 쉽게 친해질 것 같았다.

그런데 뭔가 거슬리는 게 눈에 보였다.

“임 대표님. 이제 사람들 왔으니깐 앞치마 주시고 빠지셔도 될 거 같아요.”

“아, 그럴까? 난 나름대로 돕고 싶은 것도 있는데.”

“방송 타셔서 인기 얻으시려는 거 아니면 빠지셔야죠. 출연자의 밥그릇까지 탐내시면 어떻게 해요?”

“하하하. 그건 또 그렇지.”

임건호가 최지인과 허물없이 이야길 하는 모습이 김가영에게는 뭔가 거슬렸고, 촉이 왔다.

‘오늘 첫 촬영인데, 저렇게 편하게 서로 이야길 한다고? 우리가 없던 2시간 정도 사이에 친해진 거로 저렇게 이야기는 못 할 텐데.’

한번 거슬리기 시작하자 일을 하면서 최지인과 임건호를 보았는데, 뭔가 분명히 있었다.

‘이거 둘이 뭔가 있는 거 아냐? 나 촉 좋아.’

방송에 나가야 하는 점심 촬영 분량이 어느 정도 확보되자 가게의 브레이크 타임 시간에 다 같이 점심을 먹었는데, 거기서도 두 사람이 허물없이 이야기하는 것이 보였다.

“김가영 씨. 전에 사고 난 거는 좀 괜찮습니까? 교통사고가 후유증이 크다는데, 불편하신 곳은 없어요?”

“한 달이나 쉬면서 치료해서 괜찮아요. 그러고 보니 그때 뵈었었지요?”

“네. 하하하. 그때는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지요.”

“인터뷰는 저도 잘 봤어요. 영상도요. 제가 진짜 아프게 나오더라고요.”

“아, 그 영상이 그렇게 쓰일 줄 몰랐었습니다. 미안해요.”

“연예부 기자가 붙었으니 어쩔 수 없죠. 뭐 덕분에 인연이 되어서 이렇게 출연도 하게 되었으니 나쁘지는 않은 거 같아요.”

“하하하.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면 감사합니다. 다음에 제가 사과의 의미로 따로 밥 한번 사고 하겠습니다. 아 물론, 정은채 실장님이랑 해서 같이 보죠.”

“네. 그때 한번 보죠.”

김가영은 임건호와 이야기를 하면서도 최지인을 은근히 신경 썼는데, 최지인은 자신이 임건호와 따로 만나자고 이야길 하자 고개를 우리 쪽으로 돌리며 관심을 가졌다.

‘둘이 친한데도 뭔가 서로 상관 안 하는 그런 느낌인데, 또 따로 보자는 이야기에는 반응을 하고. 분명 그냥 공적인 사이는 아닌 거 같은데.’

김가영은 괜히 별 사이도 아닌 사이에 질투심 비슷한 감정이 생겼다.

“2년 차 중고신인 개그맨 박병대입니다.”

강대희의 말처럼 출연료를 준다고 해서 그런지 사연 촬영을 가게 될 때 가게를 맡아주고 진행도 해 줄 개그맨이 도착을 했고, 최지인과 짝을 이루어 역할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한주 촬영하면 2주 분량이 나오게 되기 때문에 최대한 파이팅해 주십시오!”

***

“리얼 스타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가게를 부탁해!’입니다. 제목은 확정이 된 것이고, 저희 MBV 편성을 못 받으면 자체 유튜브 채널로 진행을 한다고 하는데, 아마도 다른 종편 쪽으로도 파일럿 넣어 볼 것 같습니다.”

MBV 예능 국장인 신봉일은 기획서는 보지도 않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휴우-

담배 연기를 길게 내 뿜어 속을 달래었는데, 안 봐도 알 것 같았다.

처음 들어본 리얼 스타스튜디오라는 이름은 기대감이 들지 않았다.

앞서 본 두 개의 프로그램도 신생 제작사였고, 그 퀼리티는 아무리 종편이라도 편성을 잡기 미안한 수준이었다.

물론, 방송국에서 제작비를 지원해 주지 않는 외주 제작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만드는 연차가 쌓인 스튜디오들의 재미있는 예능을 보고 싶었다.

“김가영? 쟤가 왜 나오는 거지?”

소파에 배를 내고 편하게 앉아 있다가 김가영을 보자 자세를 바로 잡고는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기획서를 주워들었다.

한때 국민 여동생이라 불리었던 여배우 김가영이 있었고, 옆 종편 방송에서 잘나가고 있는 요리사가 두 명이 있었다.

거기다 연차가 좀 있는 개그맨 강대희도 있으니 나름의 출연진 세팅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촬영에 들어간 카메라도 6~8대는 되는 것 같았는데, 이 정도의 세팅이라면 꽤 투자가 된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다른 출연자인 개그맨 박병대는 아예 몰랐지만, 최지인이란 여배우의 대표 출연작 이름을 보니 기억이 났다.

“여기 스튜디오 대표가 누구야? 대형기획사 있다가 나온 사람이야?”

“아닙니다. 최도협 쉐프 아내가 대표로 있는 비치 엔터입니다.”

“비치 엔터? 처음 들어보는데, 김가영은 출연료 좀 되지 않나? 감당이 될 정도로 탄탄한 회사야?”

“그게 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는 모회사가 자본이 좀 있습니다. 저기 나옵니다.”

“푸드 딜리버리? 아, 그 핸드폰으로 음식 시켜 먹는 거기?”

화면에서는 배달을 간다며 강대희와 김가영이 바이크 슈트와 헬멧을 쓰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는데, 예전 바이오맨, 후레쉬맨 전대 물의 변신 모습처럼 헬멧을 쓰고 슈트를 입고 있었다.

“이런 건 뭔가 오래된 듯하면서도 재미있네.”

그런 변신 장면처럼 보여주는 화면 하단에는 ‘오토바이는 늘 안전 장구를 꼭 착용하고 타야 합니다!’라는 캠페인성 문구도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인에게 국수를 배달해 주고, 장애인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서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을 잔잔하게 보여주었다.

혼자서도 아무런 불편 없이 배달을 시켜 먹을 수 있는 환경이 되어서 장애인 입장에서는 편하다고 하는 부분에서 김가영의 내레이션이 나왔다.

‘장애인이 가게에서 밥을 먹는데도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식사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자유가 생겨 감사하다는 이한위 씨의 이런 사연이 더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감정선을 자극하긴 했지만, 예능이 우울하기만 해서는 안 되었다.

“우리 가게에 국수 드시러 오세요! 제가 잘 해 드릴게요. 동대문구역 1번 출구 등대구...”

급하게 강대희의 입을 막으며 홍보 안 된다고 하는 김가영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지었다.

“감동도 있고 웃음도 있고 틀은 짜여 있네.”

“그리고, 제작 스튜디오의 모기업인 푸드 딜리버리에서 편성이 된다면 이번 분기에 1억치 광고를 사준다고 합니다.”

방송 시간대에 따라 다르지만, SA시간 급은 60초에 500만 원 내외의 광고비였다.

1억을 누구 코에 붙일까 싶었지만, 처음 광고 편성 계약을 해서 통로를 열어 둔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편성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광고비를 더 늘리거나 하게 될 터였다.

“최도협이나 요리사들 출연하는 시간이 타 방송국과 겹치는 거 없으면 편성 잡아 보지. 큰 재미는 없지만, 감동도 있고, 괜찮을 거 같네.”

***

편성이 잡히자, 정식 제작발표회를 간단하게 했는데, 쉐프 2명과 개그맨 2명, 여배우 2명 해서 6명의 출연진에 추가 게스트로 매주 한두 명이 오는 방식으로 발표를 했다.

문제는 언론사의 제작발표회 기사가 나가자 욕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너무하네.”

연예 기사에 뜬 제작발표회 댓글 창은 ‘부엌을 부탁해’ 제목을 표절했다며 댓글 창이 지랄이 나 있었다.

“대표님. 이게 다 어그로 아니겠습니까? 방송 보고 욕을 박으려고 하는 애들이 프로그램을 봐준다면 되는 겁니다. 그리고, 재미만 있으면 다들 그냥 넘어가 줄 겁니다. 그게 우리나라 네티즌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방송 날짜가 되자, 회사에서 단체로 회의실에 모여서 방송을 보기로 했다.

“엇? 슈트와 헬멧에 있는 우리 로고나 이름을 가리라는 그런 것도 없었어?”

배달을 가기 위해 김가영과 강대희가 옷을 갈아입는 전대물식 연출이 나왔는데, 슈트와 헬멧에 우리 푸드 딜리버리 로고와 글씨가 선명하게 나오고 있었다.

“네 대표님. 알면서도 그냥 방치해 주는 종편의 이런 방식이 나름대로 편하지 않습니까? 하하하. 누군가가 따로 방송협회에 신고 하지 않는 이상은 그대로 나가게 될 겁니다.”

“이건 아-주 마음에 드네.”

방송이 진행되며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요식업을 하시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하는 강대희의 진솔한 모습이 나오며 대한민국의 자영업 사장님들에 대한 신파가 펼쳐졌다.

늘 웃기려고 노력하는 개그맨 강대희의 눈물 흘리는 모습에 회의실에 모인 몇몇은 같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리고, IT 개발자든 사무직이든 은퇴를 하고 나면 어쩔 수 없이 치킨집이나 편의점을 차릴 수밖에 없는 중장년층의 직업 위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자, 다들 동감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직원들의 이런 반응은 그대로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졌고, 제목을 표절했다며 욕만 가득하던 관련 기사의 댓글 창에서 욕이 사라졌다.

그리고, 영업팀 직원들에게 카톡과 문자가 쏟아졌다.

“담당 가게 사장님들이 문자를 주시네요.”

우리 어플을 쓰는 가게 사장님들에게도 방송 홍보를 위해 문자를 발송했었는데, 방송을 많이 보신 것 같았다.

“가게 사장님들이 감동받았다는 그런 내용이야?”

“아닙니다. 자기 가게도 방송에 나오게 해달라는 요구사항 문자입니다.”

“크흠. 내가 우리 사장님들을 너무 좋게 봤구만.”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동보다는 자신도 저 방송에 나가서 한몫 잡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았다.

“방송 타기 좋은 사연 있으면 제보하라고 그래. 각 영업지부장들은 제대로 검증해서 스튜디오 팀에 넘겨주도록 하고.”

“네. 알겠습니다.”

“실시간 검색어에 등대 국수가 올라갔습니다. 가게를 부탁해 방송도 올라갔습니다.”

“홍보효과 좋네. 역시 티비 광고가 아직은 최고의 광고판이네.”

다음날 정오가 되자 시청률 집계가 나왔는데, 첫 방송 시청률 1.7%였다.

첫 방송의 시청률로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은 축에 들었다.

“대표님. 기자들과 온라인 여론도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고 있으니 성공한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협찬 연락도 오고 있는 거로 봐서는 다음 주 시청률이 더 좋을 수 있습니다.”

“협찬? 어디서 협찬이 들어 왔는데? 그런데, 협찬이 들어와도 우리가 못 먹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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