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스타 페이. (1)
본래 내가 배달기사들을 조직해서 운영할 수 있는 일을 맡아서 교민들에게 비즈니스화시켜주는 일을 하려 했다.
허나, 이미 중국에서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Pay’를 써보니 지금 그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영업 관련으로 중국에 와 있는 이종민에게 그 일을 맡겨 버렸고, 아예 판다요원에 대한 업무를 손에서 놔버렸다.
그러곤 이 ‘페이’를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중국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우선, 신뢰가 없는 중국의 상거래에 신뢰를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었다.
중국인들은 외상이나 어음을 믿지 않았고, 은행이나 정부에서 보장을 해주는 것도 한 번 더 의심을 하고 거래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알리바바와 텐센트라는 중국 최고의 IT 대기업은 당장 손에 돈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자신들을 믿고 물건을 넘겨줘도 된다는 신뢰를 중국 상거래에 만들고 있었다.
전자결제 시스템이 대단한 게 아니라, 손에 잡히지 않고, QR코드로만 보이는 재화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믿고, 사용하게 만든 것이 정말 컸다.
그리고, 그렇게 가지게 된 신뢰는 지급 불능이 되지 않는 한은 웬만해서는 깨지지 않을 터였다.
“이걸 어떻게 한국이랑 동남아에 가져가서 적용하지.”
단순히 스타 페이 계좌를 만들어 거기에 돈을 넣고 쓰게 만들면 되었지만, 그렇게 계좌를 개설해줄 권리는 대부분 국가에서 정한 은행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은행을 만들고 싶어도, 금산법 때문에 은행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러면 화교 자본의 은행을 쓸 수밖에 없는데 말이지.”
그랩에 투자해준 홍룡뱅크가 떠올랐다.
하지만 너무 화교 쪽에 줄을 대는 것이 아닌가 싶어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름 아시아 전역에 지점이 있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금융계를 일일이 훑어보았다.
화교 자본이 아닌 은행과 줄을 만들고 싶었다.
“시발, 어떻게 된 게 전부 다 화교 자본 은행이야. 이렇게 자본을 다 잡고 있으니 말레이계 사람들이 기를 못 펴는 거지.”
싱가포르의 그랩 서비스를 말레이시아에서 하라고 할 정도로 두 나라는 가까웠는데, 그래서 그런지 싱가포르에도 말레이시아의 은행이 자국 은행처럼 들어가 있었고, 싱가포르 재개 순위에는 말레이시아 재벌들이 들어가 있기도 했다.
그리고, 30위까지 살펴보아도, 화교 외의 금융자본은 존재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화교 자본가들은 포브스 부자 순위에 개인이나 가문의 이름으로 수십 명이 등재되어 있을 정도로 동남아시아의 피를 제대로 빨아 먹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독한 화교들이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화교 자본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금융 쪽을 다 잡고 있는 화교 놈들에게 오히려 우리가 잡아 먹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내가 대성공한 한국에서 누구나 다 알아주는 대기업 재벌이라면 잡아먹힐 걱정 없이 화교 자본과 손을 잡을 수 있겠지만, 그럴 만큼 내가 크지는 않았다.
“아니지. 아니야. 관점을 바꿔 보자고. 내가 화교 애들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이 없다면 다른 힘을 끌어들여서 견제를 시키면 되는 거지.”
물론, 집안에 들어온 늑대를 잡겠다고 곰이나 호랑이를 집안으로 들이게 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한다면 양쪽 사이에서 이득을 챙길 수 있을 터였다.
막강한 화교 세력과 싸울 수 있는 힘이 있는 곳은 한 군데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바로 신성전자였다.
스마트폰 10만 대를 구매하며 사장단과 안면을 텄으니, 이 스타 페이에 투자해 달라고 한번 비벼 볼 만했다.
그리고 신성전자가 이 Pay 사업에 뛰어들면 화교 세력 견제 외에도 이득인 부분이 있었다.
바로 핸드폰을 출시할 때 스타 페이 어플 자체를 갤럭시 핸드폰에 탑재시켜 출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핸드폰을 구매하는 사람들을 모두 다 사용자로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이었다.
생각은 이렇게 되었지만, 머리가 복잡해졌다.
화교의 금융자본과 신성전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려면 준비할 게 많았기 때문이었다.
우선 화교의 금융자본도 한 곳이 아니라 3곳 정도를 끌어들여야 했고, 그런 금융자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신성전자에 어필해서 균형을 맞추어야 했다.
그래야 양쪽에게 빼앗기지 않고 연합된 회사를 만들 수 있을 터였다.
이종민 총괄에게 중국 일을 다 맡기고는 바로 말레이시아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탔고, 한국에서 사촌 동생이자 비서실장인 석건이를 호출했다.
***
“흠. 그러니깐 이 ‘Star Pay’란 개념이 소비자와 제공자 각자의 가상계좌를 만들고, 그 중간에서 돈을 받아서 보내주는 입출금을 대행 처리해준다는 서비스군요. 그 대행 수수료는 신용카드의 수수료 정도일 거고요.”
“맞아. 그렇게 이해를 하면 될 거야.”
데닐리 탄은 서비스 개념이 설계된 서류를 보며 머리를 굴려 봤다.
일단, 신용카드와 비슷한 구조의 시스템이라 생각이 되었다.
은행이 신용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해서 카드를 발급해 주고, 카드 사용료를 대행해서 처리해주는 조건으로 수수료를 받는 것은 같아 보였다.
다만, 그 신용카드가 핸드폰의 QR코드라는 것으로 대체된 것이었다.
“신용카드 회사와 같다면 금융회사이기에 말레이시아의 법적 자문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라고 한 것이지 신용카드가 아니라고. 새로운 개념이라니깐.”
“흐음. 저는 명확하게 구분을 할 수가 없네요.”
“대부분이 자네와 같을 거야. 그래서 전에 파티에서 만났던 홍룡뱅크의 그분 있었잖아. 아버지랑 대학교 동기라는.”
“아 곽치엔 아저씨 말하는 거지요?”
“그래 그 홍룡뱅크의 부총재라고 하셨던 그분. 그분과 자리를 마련해줘.”
“은행의 유권해석을 받아보고 싶으시다는 거군요.”
“맞아. 아마, 기존의 신용카드와 같다고 생각한다면 법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없던 구조의 금융 서비스라고 유권해석이 된다면 아직 법이 없을 거야.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확산시켜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거고.”
아직 법이 없다면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니 은행권과 같이 작업을 한다면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데닐리 탄도 생각했다.
“그래서, 홍룡뱅크의 곽 부총재와 다른 화교들의 은행인 ‘메이뱅크’나 ‘퍼블릭뱅크’, 싱가포르의 ‘UOB 뱅크’ 들과 연합을 하고 싶은데. 어때?”
홍룡뱅크, 메이뱅크, 퍼블릭뱅크, UOB뱅크 모두 다 은행 지점을 150곳 이상 가지고 있는 동남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화교자본의 은행들이었다.
이 은행들과 연합해서 스타 페이를 만든다면 신용카드가 없어서 상행위에 제한을 받던 이들이 소비를 할 수 있는 계층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한번 스타 페이 거래를 위해 계좌를 만든다면 그 계좌를 꾸준히 사용할 것이고, 신용카드 수수료처럼 스타 페이 수수료를 계속 먹을 수 있을 터였다.
데닐리 탄은 돈이 된다고 판단했고, 은행들을 끌어올 자신이 있었다.
“제가 그 은행들을 연합해서 투자를 하게 만든다면 제가 받을 수 있는 지분이 있습니까?”
“1% 주지.”
건호는 고민 끝에 1%를 주겠다고 했다.
“너무 작은 거 아닙니까? 계속 은행을 컨트롤 해야 합니다.”
“아직 발표하기 전의 비밀이긴 하지만, 이게 단순히 우리 스타 코퍼레이션과 은행의 연계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냐. 한국의 신성전자도 함께 하기로 했어.”
“신성전자가요? 아니 왜 거기가 참여하는 겁니까?”
아직 신성전자에는 가보지도 않았지만, 뻥카를 쳐둘 필요가 있었다.
“이 QR코드를 활용한 결제 시스템이 어디서 돌아가겠어? 바로 스마트폰이잖아. 처음 신성의 핸드폰에 어플 자체가 탑재가 되어서 나오게 될 거야. 그러면 신성 전자에서는 다른 핸드폰 회사에 없는 지불 결제 수단을 유일하게 가진 폰이 되는 거야. 그러니 신성도 참여하기로 한 거야.”
“지갑이나 현금 없이 스마트폰만 가지고 다니면 되는 그런 모빌리티(Mobility) 시스템을 가진 스마트폰이 되겠군요.”
데닐리 탄은 그런 기능이 없는 미국의 아이폰과 비교를 해 보자, 결제 시스템이 들어간 신성 핸드폰의 장점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신성전자가 이 스타 페이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한 것이 이해되었다.
“그래서, 삼성에 30%, 은행 연합에 30% 내가 30%를 하게 될 거야. 나머지 10%에서 너에게 1%를 주는 거야. 9%는 오픈 투자를 위해 남겨두거나 스타 코퍼레이션이 가지게 될 거야. 그래서 난 1%도 충분하다고 보는데.”
단순히 은행들과 연계된 서비스가 아닌 글로벌한 전자 회사와 같이 연합하게 되는 것이라 1%의 지분도 충분하다고 생각되었다.
상장하게 되면 그 1%가 몇백만 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좋습니다. 은행 쪽 분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만나야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Pay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말고, 중국 본토 자본에 대한 대응책 논의라고 이야기를 해줘.”
***
“근래 본토에 들어가 보신 분이라면 아시고 계실 겁니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라는 결제 수단을요.”
10여 명의 사람들 중 절반 정도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머지 절반은 그게 무엇인지 몰라 의문을 나타냈다.
“중국 본토의 3억 명이 현재 쓰고 있으며 스마트폰이 점점 더 보급되는 상황을 봤을 때 10억 명이 결제를 위해 쓰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자본력을 가진 본토의 Pay가 동남아로 진출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본토에 다녀온 이들 중 몇은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가진 파괴력을 알고 있었기에 이미 위기의식을 가지고 대비책을 찾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 뾰족한 답이 나올 수가 없었다.
“이 두 종류의 페이를 쓰는 중국인들은 모두 다 중국 공상은행과 건설은행, 농업은행 같은 국유은행의 계좌를 사용합니다. 물론, 이런 국유은행은 중국 본토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중국의 국유은행들은 대부분이 중국 인민들을 위한 은행이기에 국외로 나올 일이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민생은행, 상해포동발전은행, 우정저축은행 이 세 곳은 본토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중국 은행들이 나온다고, 설마 거길 쓰겠어? 하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제대로 예금을 보호받지 못할 수도 있는 중국 은행이었기에 과연 이용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두 Pay가 그런 중국 은행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버리고 있습니다. 부정적 이미지가 사라진 중국은행이라면 규모 면에서 차이가 나기에 화교자본의 은행들은 쇠퇴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표를 하나 띄워줬다.
“이미 다들 아시고 계시겠지만, 며칠 전 발표한 아시아 은행 경쟁력 순위입니다. 9위인 홍콩상하이은행(HSBC)을 빼면 1위부터 11위까지 모두 다 중국의 은행들이 차지했습니다. 10위에 오른 우정저축은행만 해도 시가 총액이 4천억 위안(한국 돈 약 78조)입니다.”
10위가 4천억 위안이면 그 위에 있는 은행들의 시가총액은 어마어마할 터였다.
“이 Pay를 앞세워 중국의 은행들이 동남아로 진출한다면 버텨낼 수 있는 화교 자본의 은행은 없을 것입니다. 특히나 작년 시 주석이 이야기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의 일환으로 스리랑카와 필리핀에 차관을 지원해주고 기반 시설에 대한 공사를 한다고 합니다. 그러한 중국 기업의 진출은 중국 은행의 진출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 잘 알겠어. 그런 위기의식을 이 자리에 모인 이들 중에 모르는 이는 없을 거야. 이제 겁은 그만 주고, 오늘 만나자고 한 그 이유나 설명해 주게. 다들 뭉쳐서 본토 자본에 대항할 생각을 하고 있으니 여기에 모인 것이 아닌가?”
겁을 그만 주라고 이야기한 사람은 나이가 든 후덕한 노인이었는데, 말레이시아 퍼블릭 뱅크(Public Bank Berhad)의 창립자인 테홍 피오우였다.
중국 이름으로는 정홍표(郑鸿标)로 포브스가 발표한 동남아시아 부자 순위 11위에 오른 재벌로 콸콸한 성격만큼 사격 광으로 알려진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