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33화 (133/203)

133. 갈라진 사람들. (2)

“우리가 판다요원 지분 49%를 가지고 알리바바에 매각하는 걸 핸들링하자고, 그러면서 매각 조건에 오프라인 마트로 우리 LT 마트를 넣는 거지. 그렇게 되면 알리바바를 배경 삼아 중국 지점을 쉽게 깔 수 있지 않겠어?”

박종일은 심재일의 말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임건호에게 지분을 인수해서 알리바바에게 더 비싸게 팔려고 하는 눈앞의 이익만 보는 짓을 하려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같은 값을 주고 매각하더라도 LT 마트의 확장을 이익으로 들고 오겠다고 하니 전략적으로 훌륭한 판단이자 전략이었다.

“그렇게 마트 확장만 된다면 천억을 더 쓰더라도 손해가 아닐 겁니다. 아니 남는 장사입니다.”

알리바바는 온라인의 강자이지만, 아직 오프라인 마트 쪽으로는 진출을 하지 않고 있었다.

유일하게 오프라인 매장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무인 편의점이었는데, 이 무인 편의점도 확장 전략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오프라인 관리 경험이 없는 알리바바를 대신해서 매장 관리 노하우가 있는 LT 그룹이 무인 편의점 관리를 맡아줄 수 있는 것이었다.

무인 편의점 관리에 발을 걸치지 못하게 되더라도 무인 편의점에 납품만이라도 하게 되면 손해는 아니었다.

“업계 2위인 ‘어러마’에 마트 픽업 메뉴를 만들게 해서 LT 마트가 들어가게 된다면 점유율 3%의 판다요원과는 비교도 안 될 겁니다. 알리바바와 어러마를 배경으로 해서 확장한다는 전략은 아주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일단 지분 관계든 뭐든 알리바바와 깊게 엮이게 되면 어떻게든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었기에 박종일도 심재일의 판다요원 인수에 힘을 실었다.

“박 사장님. 이익이 나올 거라는 걸 알고 있는데, 지금 뭐 하고 있습니까? 여기 앉아 있어야 하겠어요? 마윈이 제시한 날짜가 이제 일주일 밖에 안 남았습니다.”

“아, 지금 바로 서류 준비해서 임 대표에게 가도록 하겠습니다. 임 대표에게 제시할 수 있는 최대 금액만 알려주십시오.”

“4800억이 마지노선입니다.”

“4100부터 해서 최대한 낮게 협의해 보겠습니다.”

박종일 지사장과 김안일 부장은 시간이 없다는 듯이 바로 집무실을 뛰쳐나갔다.

하지만, 김안일 부장은 물론이고 다들 모르는 게 있었다.

스카이가 지분 1%에 100억이라고 이야기한 것은 마윈과 만나기 전에 이야기 한 것이었고, 실제 그 이후 얼마가 제시되었는지는 스카이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저 우연찮게 알리바바의 자회사가 가지고 있던 메이투안의 8% 지분을 2조 원에 매각하겠다는 것이 알려졌고, ‘판다요원’과 ‘커우베이’ 두 업체를 인수 제안했다는 사실과 시기가 맞물려 그 매각 대금이 두 기업의 가치가 되었을 뿐이었다.

그런 우연하게 맞아떨어진 매각 대금으로 인해 두 기업의 가치가 1조 원이라고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었다.

***

“우리나라 카톡에 비해 위챗(웨이신)은 뭐가 복잡하네.”

“저도 처음엔 복잡했는데, 쓰다 보니깐 또 기능이나 메뉴가 많아서 좋더라고요. 여기서 뭐든 다 되니깐 다른 거 깔 필요도 없고.”

사촌 동생 최정윤이 건호의 옆에 붙어서 위챗을 알려주고 있었는데, 채팅 앱 안에 페이 기능은 물론이고 쇼핑몰 기능도 다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이게 이번 메이투안-디엔핑 합병 후에 생긴 위챗상, 웨이상(微商) 이라고 하는 기능이에요.”

“웨이상? .”

‘웨이신(위챗)의 상인’이라는 뜻이었는데, 웨이신 지인 목록에서 별도의 미니 홈페이지(웨이신 모멘트)를 만들어 거기서 물건을 홍보하거나 판매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이었다.

실시간 라이브 스크리밍도 가능했는데, 모바일 홈쇼핑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 이거. 텐센트가 칼을 갈았네. 알리바바나 타오바오 같은 전자상거래를 웨이신 채팅 앱에 넣어 버린 거네. 이야 엄청난데. 이거 게임 체인저급이야.”

어떻게 보면 단순하게 채팅 앱에서 개인이 상거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게 절대 단순한 게 아니었다.

혁신적인 변화와 도입의 결과물이었다.

“이게요? 전 이게 뭐가 대단한지를 잘 모르겠는데요.”

“그래? 잘 봐. 이 웨이신 상인이 되기 위해서는 그냥 개인 미니 홈페이지 비슷한 ‘웨이신 모멘트’를 만들기만 하면 되는 거야. 엄청 쉽게 되어 있지?”

“아, 그냥 상인 등록만 하면 바로 물건을 팔 수 있으니 혁신적이라는 거예요?”

“그래. 온라인 오픈 마켓인 ‘타오바오’에 입점하려면 중국 정부에 등록된 자격 서류가 있어야 하고, 물건값에 대한 보증금도 미리 타오바오에 걸어야 해. 은행 계좌도 미리 개설을 해야 하고. 하지만, 이 웨이신 상인은 그냥 웨이신 모멘트만 만들면 되는 거야.”

“누구나 손쉽게 물건을 팔 수 있게 해주는 거네요.”

“그래. 친구가 많고, 인맥이 많은 사람들은 자본금 없이 그냥 도매상과의 계약만 해서 물건을 팔고 할 수가 있게 만들어 준 거야. 이거 텐센트가 알리바바 잡으려고 칼을 제대로 갈았네.”

전자상거래 쪽으로 부동의 1위였던 알리바바의 아성이 이 웨이상으로 흔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정품과 짝퉁 구분이 힘들어 같이 팔리고 있는 타오바오에 제대로 피해가 있으리라고 생각되었다.

중국인들은 한국이나 다른 나라 사람들과는 달리 인맥을 굉장히 중시하는데, 내가 아는 사람이기에 신뢰하고 믿을 수 있다는 특유의 문화가 있었다.

이는 전통적인 인간관계 문화인 ‘꽌시’와도 연결이 되는데, ‘설마 나와 관계있는 사람이 나에게 나쁜 짓을 하겠어?’ 하는 생각을 바탕에 두는 것이었다.

자신과 위챗으로 등록되어 있는 사람이 ‘설마 짝퉁을 팔겠어?’ 하는 생각을 가질 것이고, 가격대가 높은 명품 같은 경우에는 이 웨이신 모멘트를 통해서 판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았다.

지인과의 인맥 신뢰도라는 게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중국인들은 웨이보나 SNS로 연결되어 있는 유명인과의 관계도 꽌시의 일부로 여겼는데, 위챗은 이러한 중국인들의 인간관계를 노리고 제대로 쇼핑 플랫폼을 만든 것이었다.

“국민 채팅 어플인 위챗을 가지고 있으니 이런 방식의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었네. 텐센트 대단한데. 알리바바의 내수 판매에 큰 영향이 있겠어.”

그리고, 나도 떠오르는 게 있었다.

쇼 쉐프인 타미야의 웨이보 블로그 팔로워가 70만 명이 넘어간다는 것이었다.

나름의 유명인이자 방송에도 나가는 타미야를 내세워 주방기구나 조미료 같은 것을 웨이신 모멘트를 통해 팔아 본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요리에는 이 조미료 이 향신료가 필수에요!’

이렇게 하면 바로 사람들이 구매할 것 같았다.

생각하다 보니 한국의 아프리카TV 사이트에서 홈쇼핑처럼 물건을 파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다 있는 홈쇼핑과 라이브 스트리밍, 쇼핑 사이트를 위챗 채팅에 다 때려 넣은 것이라 혁신이 없는 것 같았지만, 그 복합적인 시너지 효과가 바로 혁신이었다.

타미야를 앞세워서 한번 해볼까 생각을 하는데, LT 마트 박종일 지사장이 찾아왔다.

***

“마윈에게 얼마를 제안받았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허허. 인수제안이 왔다는 게 LT 그룹까지 소문이 난 겁니까? 금액은 외부에 오픈하지 않기로 했기에 오픈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박종일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류를 내밀었다.

“알리바바가 메이투안의 8% 지분을 매각하고 그 돈으로 ‘판다요원’과 ‘커우베이’를 인수하겠다는 것이 소문이 다 났습니다. 그래서 판다요원의 인수 가격은 지분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화 6500억에서 9800억이라고 판단하고 있더군요.”

건호는 박종일 지사장이 내민 서류를 보곤 자기도 모르는 정보가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서류에는 마윈이 제안한 금액보다 더 높게 가치 판단이 되어 있었기에 그냥 가만히 있었다.

“스카이 부사장의 말을 들어보니 임 대표님은 매각에 반대하는 입장이라 들었습니다. 마윈이 제안한 금액이 마음에 안 드셔서 그랬습니까?”

“뭐, 우상형으로 성장해 가고 있으니 지금 매각하는 것이 손해라는 생각도 있습니다. 그리고, 판다요원을 매각하고 난 이후 다시 중국에서 새로 시작해야 하는 비즈니스가 뭐가 있을지 몰라 망설이는 것도 있습니다.”

“이해가 가는군요. 다시 판에 끼기 위해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 하니깐요. 매각을 망설이시는 게 이해가 갑니다.”

“LT 그룹에서는 지분을 들고 있기에 이해당사자인 것은 맞는데, 이렇게 따로 찾아오신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임 대표께서 알리바바에 매각하는 것을 망설인다는 소리에 우리 LT 그룹이 그사이에 끼면 어떨까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임 대표님의 지분을 우리 LT 그룹에 넘겨주십시오.”

박종일 지사장의 말에 머리가 팍팍 돌아갔다.

“제 지분을 인수하면 49% 지분이니 그걸로 판다요원 매각을 핸들링해보겠다는 겁니까? 알리바바와 협상을 해서 1조 원 이상 받아낼 생각인 겁니까?”

“우리 LT 그룹은 매각 금액으로 이익을 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 아! 판다요원을 이용해서 마트 확장을 했듯이 알리바바를 끼고 마트 확장을 하겠다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판다요원과 협업을 하기 전에는 LT마트의 확장에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판다요원과 협업을 하며 지점 확장이 용이했고, 매출도 2배로 뛰었습니다.”

“그런 부분은 확실히 판다요원과 요리쇼가 확실히 영향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네. 요리쇼와 한류 관련으로 특장점이 있었지요. 그래서 우리는 3%대의 점유율의 판다요원에 비해 30~40%대 시장 장악력을 가지고 있는 알리바바의 ‘어러마’와 연계되는 것이 차후 지점 확장에 이득을 가져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해서 임 대표의 지분을 인수한 이후 알리바바 측과 우리 LT그룹의 연계 협업을 핸들링하고자 합니다.”

아마도, LT그룹에서도 나름의 통계 분석가가 있었을 것이고, 몇천억을 들여서라도 알리바바와 엮이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을 했을 터였다.

“임 대표님이 가지고 있는 40% 지분을 4100억에 인수하고 싶습니다.”

“하하하. 100억을 더 얹어 주신 겁니까?”

아마도, 지분에 대한 가치 판단은 스카이의 의견이나 메이투안 지분 8%에 대한 것으로 판단을 한 것 같았다.

스카이가 입을 놀린 것 같은데, 제안 금액을 오픈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하지만, 제안 금액을 오픈하지 않았기에 이렇게 재미있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으니 생각이 많아졌다.

마윈이 51% 지분 인수를 하겠다고 제안한 금액이 25억 위안 4700억 정도였는데, 실제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은 2천억 남짓이었을 뿐이었다.

헌데, 40% 지분에 4100억을 LT에서 제시를 했으니 마음이 동하긴 했다.

그리고, 앞마당 멀티와 같은 중국 시장에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도 웨이상에서 본 것 같았기에 그냥 확 질러버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을 하며 박종일 지사장의 눈을 봤고, 그를 살폈다.

지사장이라는 자리를 그냥 딴 것이 아니라는 듯이 아무런 감정 변화가 없는 얼굴이었다.

그러다 박종일 지사장이 옆 의자에 놔둔 지퍼가 열려 있는 서류 가방이 보였다.

투명 서류철이 3개가 들어있었는데, 지금 내 앞에 내놓은 서류들과 비슷해 보였다.

“박 사장님 플랜 B나 C까지 가지고 오셨으면 한번 꺼내 주십시오.”

4100억이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준비한 서류철이 더 있는 것 같아 밑밥을 던졌다.

“흠. 어떤 조건을 더 원하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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