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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43화 (143/203)

143. 재벌이 건설사를 차리는 이유. (1)

전직 장성 임원들은 악성 채권을 정리해주었다는 것보다 전역 군인의 일자리를 알선해 주겠다는 기업이 생긴 것에 더 좋아했다.

“그럼, 캄보디아에서 공사는 어떻게 할 건가? 시공사나 시행사는 정해졌는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면 우리 갑산 건설 어떤가?”

군인공제회에서는 전투화나 피복류, 식음료까지도 업체를 세워 군에 납품한다고 하더니 건설사까지 있는 거 같았다.

공제회 특성상 건설회사를 직접 운영하지는 못할 터이니 아마도 전직 장성이 따로 세운 건설사인 것 같았다.

그런데 웃겼다.

건설사까지 가지고 있는 걸 보면 군인공제회라니.

어떤 면에서는 군인공제회가 재벌그룹이나 다름없었다.

“안타깝게도 제가 거산그룹 출신이라 거산건설이 맡아 하는 것으로 협의 중입니다.”

“아, 그래!? 거산 출신이었어? 이거 아쉽구만 혹시라도 한국에서 다른 공사가 있으면 연락해주게나.”

“네. 앞으로 서로 협력 가능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채권 회수 문제는 쉽게 마무리가 되었고, 보름 만에 대한토지신탁으로 움직여 채권 양도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출자한 모기업의 관리 담당들이 그렇게 가격을 내려서 합의해 주라고 했으니 대한토지신탁 측에서는 거수기처럼 도장을 찍어줄 수밖에 없었다.

“대한토지신탁도 그렇고, 다들 자기가 했던 일이 아니니 크게 손해를 봐도 쉽게 협의를 해주네. 결국, 군인 아저씨들 돈만 줄줄 새서 흘러가 버린 거네.”

“어쩔 수 없지. 주인 없는 회사의 단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케이스라 봐야지. 우린 이득 본 만큼 공제회 사람들 캄보디아 무료 관광이나 시켜주자고. 정진이 너도 공제회 사람들이랑 놀면서 좀 친해지고 핸.”

“그래 저 동네는 그냥 알아두면 다 이득일 것 같네. 돈을 저렇게 쓰는데도 안 자빠지는 게 용하기도 하고. 그런데, 캄보디아에서 골프장도 하는 거야?”

“호텔을 하는 김에 연계할 수 있는 골프장이나 피트니스 센터 같은 게 있으면 좋지.”

“그러려면 건설회사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렇지 않아도 그 건으로 내일 거산에 들어가 보려고. 지을게 꽤나 많거든.ㄴ.”

***

“임대표. 캄보디아 골든타워42를 인수했다고? 그거 제대로 관리가 되겠어? 캄코 시티에 잡혀서 문 닫은 건설회사가 한둘이 아니라고.”

거산의 김독수 전무도 캄코시티와 골든타워42를 알고 있는지 만나자마자 걱정부터 했다.

“펀드 만들어서 채권 판결받았던 걸 일단 저렴하게 인수는 했습니다.”

“하닐건설 쪽에선 대응 없고?”

“이제 대한토지신탁에서 채권 인수했다고 가서 공사 관련 서류나 자료 받고 시공사 정리를 해야지요. 그래서 김 전무님을 찾아온 겁니다. 거산 건설에 다리 좀 놔 주십시오. 역량만 된다면 골든타워42 시공을 맡길 생각입니다.”

“흠. 그래?”

건호는 골든타워42 시공을 맡기면 못해도 500억이 넘는 공사이다 보니 얼씨구나 하고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김독수 전무는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반응이 별로 없었다.

“일을 준다니 고맙기는 한데, 거산 건설이 아무리 종합건설회사라고 해도 분야가 좀 다를걸. 될 수 있으면 시공을 맡았던 하닐건설 사람들을 스카웃 해서 하는 걸 추천해.”

“하닐 건설 사람들을 쓰더라도 이쪽 계통 일을 아는 사람이 없어서요. 그래서 믿을 수 있는 거산건설에서 도움을 좀 받아볼까 생각했습니다. 헌데, 뭔가 거산 건설에 안 좋은 게 있습니까?”

“우리만 안 좋은 게 아니라 그냥 시장 자체가 다 안 좋아. 이게 금융위기 이후 주택 전문 중견 건설사가 시장에서 퇴출당했다면 최근에는 중견사를 비롯해 재벌 그룹의 대형 건설사까지 위기가 확산되는 형국이야. SXT와 상용건설 까지 다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다들 시공 능력이 좋은 회사들 아닙니까? 그런데 왜 갑자기 그렇게 된 겁니까?”

“고질적인 문제지 뭐. 그룹 내 내부 거래로 성장하고 규모를 키워놓았지만, 그 외의 일에서는 그렇게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거든. 우리 거산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지금 명퇴자를 받고 있어. 그러다 보니 분위기가 안 좋아.”

“외부 수주가 잘 안 된다고 해도 내부 거래가 받쳐준다면 그래도 버티는 건 쉽지 않겠습니까?”

건호가 건설사를 알아보는 이유도 스타 마트를 해외에 짓는 것이었기에 그런 내부 거래가 주 매출일 거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물어보는 것이었다.

“내부 거래라고 하더라도 매출이나 실적이 좋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임 대표는 건설업을 너무 모르는구만. 내부 거래로 건설사의 외형을 크게 되고 수익이 많아지면 뭘 하겠어?”

“그야 당연히 새로운 건축 장비를 사고, 재투자해서 다른 일거리를 따오는 데 투입해야지요.”

“그거 참, 교과서적인 말이네. 뭐, 그렇게 하는 게 맞긴 맞아. 잘 될 때 장비 늘리고 공지(空地)를 미리 더 사두고 하는 게 맞는 방향이야. 하지만, 우리나라 건설사들은 그렇게 안 해.”

“그럼, 우리나라 건설사는 그럴 때 뭘 합니까?”

“고배당을 때려 버리지. 건설은 돈 규모가 큰 만큼 수익도 높아. 그래서 재벌들은 다 건설사를 끼고 있는 거고. 하지만 수익이 높은 만큼 세금을 내야 한다고. 그래서,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주주들에게 배당을 때려서 모아둔 돈을 없애버려.”

“그럼, 고배당으로 이익을 다 빼돌리다 보니 건설사들이 버티지 못한다는 겁니까?”

“그래. 파산할 거 같으면 워크아웃 신청해서 어떻게든 버티면 되니깐 그러다 내부 거래든 외국 건설 건을 하나만 물어와도 다시 살아나거든. 그게 우리나라 종합건설 회사들이야.”

“그럼, 거산건설도 그렇게 수익이 잡히면 다 배당을 때리겠군요.”

“그래. 이게 회사나 주주의 이익 같지만, 우리 거산은 또 안 그래. 건설 쪽에서 들어오는 배당금은 금융파트너로 들어가거든. 그래서 건설이 잘나가도 우리에겐 재미가 없어.”

본래 거산의 ‘회장파’와 합병되며 합쳐진 ‘외파’, 현금 유동성 문제로 인해 경영에 참여하게 된 ‘파트너스파’ 까지, 얽히고설켜 있다 보니 내가 거산 건설에 일을 주는 것을 외파인 김독수 전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도 비빌 언덕이라곤 거산 건설밖에 없습니다. 이번 건으로 건설 쪽에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해서 제대로 된 사람을 소개해 주십시오.”

“흠. 그렇게 하지.”

***

그렇게 매달리다시피 하여 거산 건설의 김영식 부장과 이기우 과장을 소개받았고, 이야기를 나눠보니 중동과 남미에서 건설했던 경험을 가진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다.

“흠. 대표님. 그러니깐 캄보디아 골든타워42를 짓는데 우리 거산건설을 시공사로 두고, 하닐건설이나 다른 건설사에서 나오는 사람을 받아 스타건설을 만들어서 현장을 맡기고 싶다는 겁니까?”

“맞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김영식 부장님이나 이기우 과장님을 스카우트해서 가고 싶지만, 처가나 마찬가지인 거산에서 사람 빼 오는 게 눈치가 보여서 말입니다. 하하하.”

건호는 은근슬쩍 말을 흘려주었다.

캄보디아에서 일하며 마음이 맞기만 하면 이 두 사람을 건설 쪽의 책임자로 앉히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종합건설사를 차리시는 거라면 일일이 한 명씩 모으시기보다는 지금 어려운 중견 업체에서 팀째 데리고 오는 것이 가장 빠를 겁니다. 그래야 자격증 문제나 건축공사업 면허를 취득하기가 쉬울 겁니다. 우선 전 시공사였던 하닐 건설에 들어가서 챙겨올 거부터 챙겨오지요. 이 과장 준비시켜.”

전 시공사였던 하닐 건설에서 챙겨올 게 있다고 했는데, 스타렉스 차량이 2대가 준비 되었고, 거산 건설이 큼지막하게 쓰여있는 작업복을 입은 직원 10여 명이 차에 올랐다.

각반에 작업화까지 제대로 다 챙겨 입은 사람들이었는데, 이런 모습을 보니 떠오르는 게 있었다.

“이거 하닐 건설에 압수수색 하러 가는 겁니까?”

“하하하.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사실 뭐 영장만 없다 뿐이지 압수수색을 하는 거랑 같습니다. 법적으로는 판결이 나고 시공사로서의 지위가 없어졌지만, 하닐건설의 입장에서는 지금 힘든 시기를 넘기고 나면 다시 재기할 수 있다고 여길 겁니다. 그래서, 보통은 이런 공사 승계에 대해서 자료나 서류를 쉽게 넘겨주지 않습니다.”

“강압적인 부분이 어느 정도 있다는 말이군요.”

“이 바닥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노가다 판이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변호사분이랑 해서 뒤따라오십시오. 통보 안 하고 바로 뛰어 올라가서 서류 챙겨야 합니다.”

자기만 믿으라는 김영식 부장의 말에 뭔가 든든하면서도 사고를 칠 것 같아 급하게 정진이를 불러서 뒤를 따랐다.

양재동에 있는 하닐 건설 본사에 차를 들이대자마자 법원 판결문과 채권 이양 확인서를 앞세워서 하닐건설의 시공팀으로 쳐들어 갔다.

그리곤, 합법적인 서류 이전임을 밝히고 골든타워42 관련 서류를 넘기라고 했다.

당연히 하닐건설에서는 관련 서류를 넘겨주지 않으려고 했으나, 이미 시공사의 지위는 법원 판결로 잃어버린 것이라 법적으로 주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아마, 공식적으로 서류를 이양해라고 하면 날짜를 미루고 중요한 서류를 빼고 넘겨줬을 거지만, 10여 명의 사람들이 들이닥쳐 눈을 부라리다 보니 강단 있어 보이는 남자 직원들도 쉽사리 나서서 막지를 않았다.

상장폐지가 되며 몇백억에 달하는 채무가 들이닥치며 월급도 나오지 않고, 퇴사자만 뽑아서 퇴사 처리를 하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나서서 막는 직원이 있을리 만무했다.

오히려 서류를 받아 차에 실을 때 하닐 건설쪽 사람으로 보이는 이가 다가와 골든타워42에 대한 질문을 했다.

“캄보디아 골든타워를 거산이 맡은 겁니까?”

“거산에서 맡기로 했습니다. 어 그러고 보니 안면 있으신 분이네. 우리 몇 번 봤지요?”

김영식 부장은 괜히 아는 척을 했다.

“여러 현장에서 봤겠지요. 그런데 이게 캄보디아 현지에도 빚이 좀 깔려 있을 건데, 그거는 어떻게 하기로 했습니까?”

이건 내게 물어보는 것이라 여겨 내가 답을 했다.

“100억대로 깔린 건 확인했습니다. 그것도 현지 업체들과 협의해서 채무를 정리할 생각입니다. 실례지만, 캄보디아 현장에 계셨습니까?”

“현장소장으로 있었던 공달호라고 합니다. 캄보디아 현지 채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한국 업체들도 많이 엮여 있을 겁니다. 해결이 된다니 다행입니다.”

현장소장이라는 말에 공달호라는 사람에게 내 명함을 건네었다.

“오늘은 서류만 가지러 왔습니다. 따로 한번 연락을 주십시오. 하닐 건설이 좋지 않을 때 여기에만 묶여있기는 좀 그렇지 않습니까? 현장 사람은 다시 현장으로 가야지요.”

공달호는 내 명함을 보곤 대표라고 되어 있자 놀라는 눈치였다.

스타 코퍼레이션이 인수하고 거산이 건설을 맡았다는 건 방금 알았는데, 서류를 가지러 오는 일에 대표까지 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스타 코퍼레이션도 건설업에 진출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만난 자리가 좀 애매하지만, 다음에 자리를 마련해서 현장 관련 이야기를 좀 듣고 싶습니다.”

“이제 뭐 반백수인데 뭐, 언제든 됩니다. 이건 제 명함입니다.”

“제가 먼저 연락드리겠습니다. 데리고 계신 팀 분들도 다 데리고 옮겨 오실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조만간에 뵙지요.”

지금은 상장폐지가 되고 파산을 하니 마니 말이 많지만, 하닐 건설은 역사도 있고, 한때는 한국 시공순위 40위 안으로도 들어갔던 곳이었다.

그런 곳의 팀원 전체를 이끌고 올 수 있다면 이제 시작하는 스타 건설이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우리더러 오라고 해놓고는 하닐 쪽 사람들도 땡겨오는 겁니까?”

김영식 부장이 괜히 투덜거렸는데, 그냥 웃으며 답을 해줬다.

“골프장에 피트니스 센터에 지을 게 많습니다. 내부 거래라지만, 몇 년은 충분히 쳐낼 수 있는 물량이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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