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 재벌이 건설사를 차리는 이유. (2)
“이거 생돈 들겠는데.”
이양받은 서류를 거산 거설의 실무진들과 확인하고 있는데, 정진이가 힘 빠졌다는 듯이 가방을 던지며 소파에 주저앉았다.
“왜?”
“대한토지신탁에 150억 돈 다 보내고, 이 건으로 해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수 있는지를 확인했는데, 주 거래 은행도 안 되겠다네. 워낙에 캄코시티와 골든타워42의 악명이 높다 보니 대출이 하나도 안 나올 것 같아. 이러면 중국에서 판다요원 매각한 돈 그대로 가져다 넣어야 할 것 같은데. 이 정도로 악명이 높은 줄은 몰랐다.”
본래 건축, 건설은 자기 돈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대부분의 건설 회사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건물을 올리고, 건물을 올리는 중간에 분양을 하거나 사업권을 팔아 그 대출금을 충당하는 게 기본이었다.
하지만, 이미 캄코시티와 골든타워42의 악명은 한국 금융계에 파다하게 퍼진 상황이라 대출 건이 아예 서류 통과가 안 되는 것이었다.
“뭐, 천억 정도면 투자를 할 수 있지.”
말로는 부담하겠다고 했지만, 뭔가 생돈을 집어넣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다.
건설 후 호텔과 마트가 제대로 운영되며 수익이 올라오더라도 그 돈을 다 회수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골든타워42를 마무리한 이후 다른 인프라 사업을 얻어내 그 수익으로 메꾸는 방법밖에 없었다.
“저기, 그럼 다른 건물로 대출을 받는 건 어떻습니까?”
거산 건설의 김영식 부장이었다.
“다른 건물로 대출을 받는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골든타워42 관련 악명이 높아서 대출이 안 된다면 다른 건물을 짓겠다고 해서 대출을 받아내는 겁니다.”
김영식 부장의 말에 으응?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건물을 짓는다고 대출을 받아 골든 타워에 쓰게 된다면 사기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아, 이게 이름을 바꾸거나 하는 그게 아니라, 골든타워42 근처에 다른 부지를 확보해서 다른 건물을 짓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 건물에 대한 대출을 받아서 쓰자는 겁니다.”
“그러면 자금유용이 되는 거 아닙니까?”
“사실만 보면 그렇지만, 합법이 되게 하는 꼼수가 있습니다. 공사장을 합병하는 방법입니다.”
“합병?”
“아, 난 알겠다. 골든타워42 옆으로 다른 건물을 짓는다고 대출을 받아서는 건설 중에 두 건물을 합치는 작업을 치는 겁니까?”
“네 변호사님의 말이 맞습니다. 두 개의 개별 건물이지만, 건축 중 하나의 건물로 합쳐지게 하는 작업입니다. 그러면 합법이 됩니다. 구조변경이 자주 일어나고 옆의 자투리땅을 추가해서 재시공을 하고 하는 이유가 이런 것 때문입니다.”
“흠. 이거 참. 법적으로는 어떤 거 같아?”
“나도 건설 쪽으로는 모르겠지만, 관례처럼 그렇게 작업을 해왔다면 합법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것이겠지.”
“다만, 이 방법은 한국에서 주로 하는 작업인데, 캄보디아도 똑같은지는 확인해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캄보디아 현장 소장이었던 공달호 소장을 불러서 한번 물어보지 뭐. 정진이 너는 캄보디아 건축법 잘 아는 변호사 찾아서 한번 확인해 주라.”
“우리나라에 캄보디아 건축법 아는 변호사가 있겠냐? 캄코시티 쪽 사기꾼들밖에 없을 거다. 일단 그쪽으로도 알아볼게.”
***
“설계 변경으로 공사장 취합산(聚合散) 되는 건 캄보디아도 합법일 겁니다. 바로 옆으로 해서 40여 미터 떨어진 이쪽으로 해서 새로운 건물을 올린다고 하면 가능할 겁니다.”
캄보디아 현장을 맡고 있었던 공달호 소장은 이야기를 듣곤, 지도에서 구획을 정해서 알려주었다.
“이쪽이 땅값이 저렴할 겁니다.”
“정진아 축구장 넓이로 5층 건물을 만든다고 하면 대출은 얼마 정도 나올까?”
“그거야 은행 하기 나름이지. 근데, 그 정도면 백화점 크기 아니냐?”
“컨벤션 센터 겸 위락시설 겸 피트니스 센터로 가야지. 이렇게 작업을 해보자. 그리고, 공달호 소장님을 팀 그대로 모셔서 골든타워42를 맡기고 싶습니다. 거산 건설팀도 함께 할 테지만, 옆의 컨벤션 센터 공사를 주력하게 될 겁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우리가 만들었던 축 그대로 재시공을 하게 된다니 오히려 우리가 부탁드릴 판입니다.”
“건설업 면허 관련으로도 다 충족이 되는 인력들입니까?”
“네. 충분합니다.”
“그럼, 스타건설의 부사장이 되어 주십시오. 터치 안 합니다. 골든타워42 완성만 내어 주시면 됩니다. 이후로는 동남아 다른 지역에서 마트를 짓는 일을 하시게 될 겁니다.”
공달호 소장 아니, 부사장을 주축으로 스타건설을 꾸렸다.
***
“한국에서 골든타워42 관련으로 서류나 채권이 정리되었다고 하셨는데, 그 옆 부지를 따로 알아보라고요?”
전화를 받은 이종민은 갑자기 그 옆 부지를 알아보라는 말에 이유를 물었다.
“골든타워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 그 옆으로 연결되는 컨벤션 센터를 지으려고. 그리고, 그런 센터를 짓는다고 해야 은행 대출이 나올 것 같거든.”
“아,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골든타워42 건축으로는 대출이 안 나오니 별도의 대출이 되는 건물을 짓는다는 거군요.”
“맞아. 그러니 그 옆으로 해서 연결이 가능한 부지를 좀 알아봐 줘. 메일로 지도를 보냈어. 여차하면 훈센 총리 막내아들 이름도 좀 팔고.”
캄보디아에 있는 이종민에게 전화로 지시를 내리고, 팀원들의 이력을 정리해 종합건설면허를 발급받자 한 달이 지나있었고, 부지를 확보하자 정진이는 은행 건에 매달렸다.
“우리나라 재벌은 물론이고 중국 화교들도 건설사를 다 가지고 있는 이유가 있네. 아주 대출이 그냥 막 통과되어 버리네. IT 관련은 특허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대출 심사 자체가 안 되는데, 건설은 땅을 가지고 있고, 건설 후 미래 수익계산도 아주 넉넉하게 계산을 해서 대출을 해주네.”
“IT 서비스업에 비해서 건설은 눈에 바로 보이는 건물이 있다 보니 은행에서는 안전 자산으로 볼 수밖에 없지.”
“한국에선 100억 정도 가능할 것 같고, 캄보디아에 콘세도 저축은행을 통해서 추가 대출을 받는다면 스타 코퍼레이션이 직접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돈은 500억 미만이 될 거야.”
“오케이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해. 공달호 부사장은 언제 현장으로 간다는데?”
“시공사가 하닐건설이었지만, 실제 현장은 영일건설이라는 하청 업체였다고 하거든. 그래서 영일건설 쪽 사람들을 모아서 가려고 한다더라.”
“도급에 하청에 어휴. 건설 쪽은 뭐 그렇게 단계가 많은지 모르겠다. 그냥 시공사 직영으로 사람을 쓰면 되는 거 같은데. 그거 못 고치나? 따로 하청 주는 거 없이 우린 직고용하자.”
“비용이 더 늘어날 텐데 괜찮냐?”
“중간에 로비하고 떼먹는 놈들에게 갈 돈이나 직고용해서 부리는 돈이나 비슷할 거다. 결국 하청 주면서 서로 돈 빼먹는 단계만 늘어나는 거지. 캄보디아 현장도 그렇게 가자. 공사 기간 동안 계약직으로 사람을 다 직고용을 하자.”
“숙식이나 그런 근태 부분도 우리가 다 관리하게 되면 비용이 늘어 날 텐데.”
“한번 해보자. 직고용해서 하청 없이 한번 해보고 별도로 하청줘서 중간에 빼먹는 거 계산해보자. 아마, 비슷하게 비용 나올 거다. 건설 업계 관행대로 해서는 그 이상 되는 게 불가능해. 내부 거래로 배를 불려서 고배당으로 돈 빼먹고 하는 부분만 없어도 충분할 거다.”
“오너 생각이 그렇다면 그렇게 해보지. 자기 돈 그렇게 쓰겠다는데 뭐라고 하겠냐.”
결국 공달호 부사장을 불러서 하청을 맡기지 않고, 현장 노동자까지 직고용을 해서 현장을 운영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가능은 한데, 그렇게 되면 인력 수급을 위한 전담 직원이 있어야 하고, 직원들의 숙식과 근태, 보험 쪽도 우리가 다 부담을 해야 합니다. 고정 비용이 2배로 뛸 겁니다.”
각 부문별로 쪼개어서 소 기업화된 팀장들과 계약을 맺어 파트별로 공사를 맡기는 이유가 이런 부분 때문이었다.
계약을 맺어 하청을 주면 그 이외의 것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괜히 그런 관례를 따르기가 싫었다.
팀장들 급까지 정직원으로 고용을 하고, 그 밑의 팀원들은 현지에서 고용을 하거나 한국에서 계약직으로 데리고 가는 것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
“현장 인력을 위한 기숙사부터 가서 지읍시다. 그리고, 건설이 끝나면 기숙사는 그랩 택시 기사들의 숙소로 돌리면 되는 거니깐. 한번 우리만의 방식으로 하청 없이 해봅시다.”
“옛날 사우디아라비아나 리비아에서 공사했을 때가 딱 이랬습니다. 그때는 우리나라 사람이 더 저렴했거든요.”
거산 건설의 김영식 부장은 중동 건설 붐이 불 때 중동 근무도 했었기에 옛날 생각이 난다고 말을 보태었다.
“그땐, 말단까지 다 우리나라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진짜 돈 많이 벌어 온다는 생각과 미래를 그릴 수 있었기에 뛰어들 수가 있었거든요. 기숙사에서 다 같이 생활하면서 일하고 했던 때가 떠오르네요.”
“요즘은 안 먹히겠습니까?”
“1~2년이라면 돈만 많이 준다면 올 겁니다. 결국 공사장은 사람 관리입니다. 그 관리를 하청이라는 단계로 해서 맡겨 버리고 비용을 줄인 것이고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시니 재미는 있을 것 같네요.”
거산 건설의 김영식 부장도 둘러 이야기는 했지만, 비용이 더 나갈 거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하청 없이 한번 해보고 싶었고, 새로운 비즈니스가 보이는 것도 같았다.
***
공달호 부사장은 자기 팀원 14명과 추가로 계약직으로 모은 15명 해서 29명과 캄보디아로 출국을 했다.
거산 건설도 실사팀과 해외 건설팀이 출국을 했고, 중지되었던 공사 현장의 확인과 기숙사부터 짓기로 했다.
기숙사가 지어지는 동안 콘세도 저축은행에 매일 출근을 했다.
“지금 벌려둔 공사장이 3곳입니다. 저축은행 설립에 도움을 드렸으니 이제는 콘세도 측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주셔야지요.”
김신현을 통해서 돈을 융통해간 30억은 이제 캄보디아로 다 들어와 있었다.
그랬기에 이제는 우리가 짓는 골든타워42와 컨벤션 센터에 대한 대출을 콘세도 저축은행을 통해 당겨올 차례였다.
“설립에 도움을 드렸으니 시원하게 200억 이상 대출해 주십시오. 5% 이자 쳐 드리겠습니다.”
시원하게 대출해 달라는 소리에 김조일은 가슴을 쳤다.
“아니, 임 대표 캄보디아의 대출 이자가 아무리 싸도 12%인데, 5%에 돈을 빌려 가겠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건 은행의 입장이지 않습니까? 캄보디아 중앙은행 쪽에서 3~4%대로 금융기관은 빌려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거기서 1% 내외만 먹으시면 되는 거 아닙니까?”
“우리 저축은행도 먹고는 살아야지.”
“지금 콘세도 저축은행이 내는 수익의 대부분이 우리 그랩쪽 아닙니까? 자동차 할부금조로 내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이런 이자 부분도 융통을 못 해준다면 솔직하게 문제가 있는 거 아닙니까? 주거래 은행을 옮길까요?”
김조일은 미치고 팔짝 튈 판이었다.
이제 설립한 지 1년도 안 된 저축은행이다 보니 수익의 대부분이 그랩과 스타 코퍼레이션 쪽의 일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맡겨둔 돈을 찾는 것처럼 대출을 해 달라고 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니 시발 괜히 그랩 돈을 융통해서 이게 무슨 스트레스야!’
“이젠 그랩처럼 IT 관련이 아닌 건설 쪽이지 않습니까? 눈에 보이는 것이 있으니 대출이 더 쉽고, 금리도 낮아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아니, 그렇게 5%대로 대출을 해가면 우리에게 남는 게 없다니깐. 우리도 먹고는 살아야지.”
“그건, 콘세도 저축은행이 능력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