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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46화 (146/203)

146. 건설회사는 양날의 검이다. (2)

“곡동건설이 부도가 난다고요? 그게 왜...”

김독수 전무가 알려준 곡동건설의 부도가 왜 내게 중요한 일이면서 좋은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조금 생각해 보자 어느 순간 깨달았다.

“바로 한국으로 가겠습니다.”

중고 컨테이너 선을 알아보기 위해 가려던 런던이나 그랩의 확장을 위한 인도네시아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었다.

김신현을 인도네시아로 보내고, 급하게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에 비치되어있는 여러 신문의 경제면을 꼼꼼히 살펴보았지만, 곡동건설과 관련된 이야기는 하나도 나와 있지 않았다.

그저 건설업계가 어렵다는 몇몇 칼럼들만 있었는데, 엠바고에 걸렸거나, 그게 아니면 진짜 소수의 몇 사람들에게만 소문이 돈 것 같았다.

곡동건설은 한때 한국의 5대 건설사이기도 했었고, 근래에도 시공능력 7위에 선정되기도 했었던 업력과 실력을 다 가진 곳이었다.

하지만, 곡동건설도 1997년 IMF의 파고는 넘지 못했고, 곡동건설을 모기업으로 하는 곡동그룹 전체가 해체가 되었었다.

이후, 곡동건설은 미국의 사모펀드에 매각이 되며 전통을 잃었던 곳이었다.

이후 2007년 한국의 용진그룹이 매물로 나온 곡동건설을 6천600억에 사들이며 화제가 되었고, 이후로 용진그룹의 간판 기업이 되었었다.

그런 곡동건설이 부도가 난다는 말은 용진그룹이 부도가 난다는 말이었고, 용진 그룹이 가지고 있는 계열사들을 챙길 수 있는 기회라는 뜻이기도 했다.

***

밤 11시가 넘어 한국에 도착했기에 우선은 호텔에서 자고 아침 일찍 거산 본사 김독수 전무의 사무실로 움직였다.

“오늘 아침 신문에도 안 나왔던데요. 엠바고가 걸린 겁니까?”

“안 나오는 게 당연하지 오늘이 만기어음 마감일이거든. 뉴스는 내일 나오겠지.”

“그런데, 진짜 용진 그룹이 곡동건설을 포기한 겁니까?”

“그래. 인수 후 1조 원 이상 돈을 더 넣었는데, 회생이 안 된 거지. 곡동건설 인수에 투자까지 2조 원 넘게 들어갔으니 용진 그룹이 휘청일 수밖에.”

“아니 무슨 돈을 2조 원이나 집어넣었습니까? 그 판단을 못 한 겁니까?”

2조 원이나 추가 자금을 넣었는데도 손실 예상을 판단하지 못했다면 경영진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건설경기가 안 좋다고 했었잖아.”

“아무리 그래도...”

내가 캄보디아의 골든타워42를 인수해서 거산건설에 맡기고 싶다고 찾아왔을 때 김독수 전무가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IMF 이후 부동산 최대 호황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였어.”

“주택시장이 대호황이었지요.”

“그래 맞아 대단위 아파트 시장에서 재미를 보니 건설사들이 너도나도 아파트 사업에 뛰어들었어. 그때 다들 아파트에 브랜드를 가져다 붙이기 시작했고, 프리미엄 아파트라고 떠들어 대었지.”

“기억이 나네요. 일단 영어나 라틴어의 있어 보이는 이름으로 아파트 브랜드를 다 만들었지요.”

“그래. 그때 그 당시 상황만 보면 호황이 계속될 줄 알았을 거야. 재개발도 많았으니깐. 그러다 보니 건설회사가 계속 늘어났어. 2007년까지 국내 건설 수주 규모도 130조에 달했고. 하지만, 2008년에 리먼브러더스 쌍놈들이 모기지로 사고를 친 이후로는 다 달라졌지.”

“한국은 부동산 호황을 이어왔는데, 외부요인으로 꺾여버린 거군요.”

“그래.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금융위기 이후 매년 10% 이상씩 수주 규모가 깎여나갔어. 건설회사는 30% 늘었는데, 총 수주 규모가 줄어드니 상황이 어떻게 되겠어? 다들 경기가 나빠질 수밖에 없는 거지.”

“특히 그 호황기 때 대형 건설사를 인수한 그룹들이 버티다가 지금 박살이 나고 있는 거군요.”

“그래. IMF 때 그룹이 해체가 된 우대그룹의 우대건설을 호금 그룹이 2006년에 인수했잖아. 그 뒤치다꺼리 한다고 호금 그룹이 박살이 나버렸다고. 지금 곡동건설도 마찬가지야. 2007년 최대 호황기에 사모펀드에게 인수를 했으니 용진 그룹이 지금 박살 날 예정이라고.”

호금 그룹은 나름 항공사를 가지고 있는 알짜 회사였고, 한때는 재계 순위 10위권 안에도 있었다.

하지만, 우대건설을 인수한 이후 알짜 사업체를 다 팔아 가며 7조 이상 지원을 했으나 우대건설의 정상화에 실패했고, 결국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용진 그룹도 마찬가지의 상황이었다.

자기들이 들고 있던 정수기 사업과의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 보고 무리하게 6600억이나 주고 인수를 했는데, 시너지 효과는커녕 곡동건설을 정상화하는 데 1조 원 넘게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었다.

“전 이게 참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지금 아파트는 여전히 짓는 즉시 분양이 되고 있는데, 왜 그렇게 건설사들이 자금압박을 받아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건호는 하닐 건설의 인력들을 스카웃해서 스타건설을 만들었고, 캄보디아 컨벤션 센터 공사에 대출을 받아 골든타워42와 컨벤션 센터를 동시에 짓고 있었다.

그런 공사를 면밀하게 확인하고 있었기에 다들 말하는 거처럼 건설이 돈이 된다는 걸 체감하고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중장비는 구매하지 않고, 현지 업체와 계약을 맺어 쓰고 있기에 인건비를 제외한다면 큰 지출이 없긴 했었다.

그러다 보니 건호가 아는 한도에서는 이렇게 건설에서 1조 원씩 손실을 내고 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건설사로 몇천억 몇조 원씩 손실을 보고 워크아웃을 신청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되는 것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주택시장이 침체되었다는 거지. 일단,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사 대부분은 주택 사업 비중이 높아. 주택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건설사들인데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터져 버렸으니 바로 직격탄을 맞아 버린 거야.”

“미국 놈들 덕분에 우리가 죽어나는군요.”

“건설사 대부분은 공사비 조달을 대출과 분양대금에 의존하고 있다고, 그래서 한 번만 시기가 삐끗해도 바로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되는 거야.”

“결국 자기 돈 없이 빌린 돈과 미래에 들어올 돈만 보고 경영을 해서 이렇게 되었다는 거군요.”

이야기를 들었지만, 더 이해가 안 되는 거였다.

건설업은 자기 돈으로 하는 게 아니라 은행 돈으로 하는 거라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자기 자본 없이 위험할 수밖에 없는 대출과 분양대금에만 의존해서 기업을 운영한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것이었다.

충분히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기업 총수들도 다 알지만, 바꾸지 않고 있는지도 몰랐다.

일반 타 업종이라면 부채 비율이 관리가 안 되면 대출이 되지 않는데, 건설 업종의 특징이 있다 보니 부채 비율이 높더라도 대출이 잘 되었다.

그리고, 부도가 나더라도 건설사는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같은 방법으로 버티다가 큰 공사를 수주하면 다시 정상화가 될 수 있었다.

이런 사업 특성이 있다 보니 대출과 분양대금에 의존해서 기업을 경영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오너 입장에서는 건설사의 부채를 갚아 나갈 이유가 없었고, 관례대로 방만하게 운영하다 뒤늦게 감당이 안 되어서 최악의 사태까지 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건설회사는 위기관리가 진짜 똥망이네요.”

“하하하. 똥망이라. 뭐, 맞는 말이긴 하지. 이때까진 대충 그렇게 해도 다 되었거든. 그리고, 지금 어려움을 겪는 대부분의 건설사는 해외실적이 거의 없는 회사들이야. 그저 국내 사업용 건설사, 그룹 내 내부거래를 위한 건설사인 거지.”

옛날처럼 중동이나 남미, 아프리카에서 해외 수주를 못 가져오니 늘 적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사도 재기하기 힘든 거 아닙니까? 보통은 일을 따내야 워크아웃을 졸업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맞아. 수주로 인한 실적개선이 거의 불가능할 거야. 서브 프라임 이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건설경기가 나빠지기만 하고 좋아지지 않고 있거든. 아마도 추가로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도산을 하는 건설사들이 늘어날 거야.”

건호는 이 해외 수주를 못 따오는 건설사들이 한심할 뿐이었다.

주택 경기가 좋았을 때 신기술이나 관련된 해외 사업을 어떻게든 따내어서 내실을 다졌어야 했는데 그저 손쉬운 먹거리인 주택시장 아파트에만 열을 올리고 제자리걸음만 하며 있었던 것이었다.

“그럼 이제 곡동건설이 1차 부도가 나면 어떻게 됩니까?”

“최종 부도가 날지 아니면 추가로 그룹에서 지원을 할지를 채권단이랑 협의하겠지. 한데, 아는 정보통에게 들으니 추가로 지원할 돈이 용진 그룹에도 없데. 이미 용진도 주머니 속 동전까지 다 털었고, 입고 있는 팬티까지 팔아야 할 판이라고 하거든.”

결국 곡동건설을 용진 그룹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었다.

“이유야 어떻든 한때 건설업계의 빅5 이기도 했던 건설사가 또 주인을 잃고 나온다고 하니 안타깝네요.”

“임 대표. 지금 안타까워할 때가 아니야.”

“하하하. 그렇죠. 장렬하게 전사한 용사가 흘린 물건을 주워야 할 때죠. 그런데 용진 그룹 주가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아직 대부분 사람들은 모를 거야. 내일 1차 부도가 났다고 기사가 나오면 용진 그룹 전체 주가가 다 폭락하겠지.”

***

힘차게 움직이던 시곗바늘이 어느새 은행이 마감하는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벽에 걸린 시계를 슬쩍 본 하종하 신일은행 부행장은 혹시나 싶어 자신의 손목시계도 확인을 했다.

정각 4시가 맞았다.

하종하 신일은행 부행장은 심호흡을 크게 하곤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을 쳐다봤다.

모니터를 보던 직원은 고개를 저으며 양손으로 X자를 그렸다.

용진 그룹에서 은행 마감 시간인 4시까지 입금하기로 한 만기어음 150억 원이 결국 임금 되지 않은 것이었다.

“1차 부도 처리를 하면 되겠습니까?”

“흐음. 그래. 어쩔 수 없지. 따로 용진 그룹 이 회장에게 온 연락은 없지?”

“네. 그 이후로 없었습니다.”

“휴. 정해진 로직대로 가자고.”

어제저녁 용진 그룹 이형신 회장과 곡동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신일은행의 사람들이 모여 곡동건설에 자금을 더 지원할지를 두고 회의를 했었다.

밤새 이어진 회의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1차 부도가 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내일까지 만기어음을 결제하지 못한다면 곡동건설은 최종 부도가 나는 것이었다.

다음 날 하종하 신일은행 부행장은 직접 용진그룹을 찾아갔으나 결국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고, 결국 곡동건설은 최종 부도 처리가 되었다.

***

[용진 그룹이 곡동건설에 4년간 쏟아부은 자금만 인수금을 포함해 1조 8천억 원!]

[곡동건설 최종 부도! 용진 그룹의 존폐까지 영향을 미쳐!]

[승자의 저주인가, 호금 그룹에 이어 용진 그룹까지 인수한 건설사로 인해 그룹 해체에 내몰려.]

[한때 재벌그룹들이 못 가져 난리였던 건설사들은 이제 절대 피해야 할 부문이 되었다.]

주요 일간지에 용진그룹과 곡동건설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만, 용진 그룹의 회장인 이형신 회장이 회사 정상화를 위해 연대보증은 물론, 핵심 계열사인 용진 정수기까지 매각하려 하고 심지어 개인 소유 골프장 주식까지 증여해 가며 노력했다는 이야기 들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저 2조 원에 가까운 손해가 용진 그룹을 덮쳤고, 용진 그룹 자체가 위험해졌다는 보도만이 지면을 채울 뿐이었다.

그리고, 곡동건설이 최종 부도 난 이후 채 한 달도 안 되어 용진 그룹 전체 계열사의 주식거래가 정지가 되었다.

곡동건설을 살리기 위해 무리하게 회계장부를 조작하여 현금지원을 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용진은 그룹의 시초와 같은 출판 인쇄 교육 쪽을 빼고는 모두 다 내놓기로 했다고 합니다.”

용진의 알짜 계열사들이 매물로 나오기 시작하자 가장 알짜 중의 알짜인 용진 정수기에 대부분의 업체들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렌탈 가입자 수 600만 명의 한국 렌탈 사업 1위인 회사였기 때문이었다.

개인 가정집의 렌탈 가입자도 많았지만, 학교나 공공기관, 일반 기업체, 사무실 같은 곳과 경찰서, 소방서, 군부대, 등 대형 공용 정수기를 운용하는 가입자가 많다는 것이 용진 정수기의 메리트였다.

그런 공용 가입자에게서 매달 들어오는 현금 유동량만 해도 몇백억 단위였으니 용진 정수기를 인수하는 업체는 돈이 마르지 않는 맑은 샘터를 가져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다들 용진 정수기를 누가 가져가는지를 눈여겨보았다.

하지만, 내가 시선을 보내고 있는 업체는 따로 있었다.

바로 용진 음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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