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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54화 (154/203)

154. 맞아떨어지다.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라니 어떤 일을 말하는 건지요?”

“저희 블루버드 그룹은 택시뿐만 아니라 트럭과 버스를 이용한 물류와 도서들 간의 물류 교환에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블루버드 택시는 푸른색의 일본 토요타 야리스(Yaris) 차량이 상징과 같았다.

정중하고 예의 바르며 친절한 기사를 내세워 다른 동남아시아의 청결하지 못하고 덤터기를 씌우는 택시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그런 서비스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주요 도시를 장악하고 있었지만, 새로운 성장 엔진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해서 블루버드 택시를 상장시켜 그 자본으로 종합 물류 운송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낙후된 항만과 자카르타를 벗어나면 제대로 닦이지 않은 비포장도로, 각 지역구마다 대놓고 뇌물을 먹여야 하는 지역 경찰까지 종합 물류 운송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하는 고난이 많았다.

미국이나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안 되는 것이지만, 이곳에서는 30km를 가기 위해 3~4시간을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다 보니 수도 자카르타의 식료품점에 가면 지방에서 올라온 채소들이 신선하지 않았고, 수마트라섬 메단에서 출하된 오렌지의 가격은 중국의 하이난섬에서 가져오는 것보다 2배는 더 비싸게 거래가 되었다.

직접 생산을 하고 물건을 만들어도 물류비용이 크다 보니 해외에서 들어오는 것보다 국산 물건이 더 비싼 현실이 인도네시아를 더 가난하게 만들고 있었다.

‘노니 푸르노모’는 이런 상황이 싫었다.

그래서 단순한 주방세제, 전자제품, 스낵, 아이스크림 등등 소비재 상품을 급성장 중인 인도네시아 곳곳에 보내주는 물류 사업을 모색 중이다.

더구나, 미네랄 워터와 즉석라면, 샴푸 등의 제품을 단절 없이 공급받기 위해서 비용을 내어줄 수 있는 외국계 편의점과 소비재 생산 기업인 P&G 같은 대기업의 인도네시아 진출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그런 노니 푸르노모 앞에 한국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스타 코퍼레이션이 나타났으니 그랩뿐만 아니라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다 스타 코퍼레이션이 자카르타 항 인근에 물류창고를 계약했다는 것도 아는 이를 통해 확인했기에 인도네시아 시장으로 진출할 예정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단순한 그랩과 블루버드 택시의 연계가 아닌 인도네시아의 물류 산업에 힘을 합치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잠시만요. 이 물류 산업에 대한 것은 제가 위임받은 권한을 넘어서는 부분입니다.”

“그럼, 이 건은 누구와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지요?”

“한국에 계신 대표님을 모셔오겠습니다. 저는 그랩에 대한 부분만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블루버드가 하려는 물류사업에 대해서는 임건호 대표님과 직접 이야기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좋아요. 그럼. 그랩에 대한 것만 먼저 진행을 하고 있죠.”

***

건호는 인도네시아로 가는 비행기에서 김신현의 보고서를 봤고, 블루버드 관련 자료도 읽었는데, 왜 블루버드 택시가 외환위기 때도 흑자를 기록하고, 독재자의 딸과의 경쟁에서도 이겼는지를 알 것 같았다.

우선, 택시 기사들에 대한 의료 혜택이었다.

한국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의료보험인데, 인도네시아에서는 그 당연함이 달랐다.

사실,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 중에서 대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보편적 의료보험이 없는 나라였다.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는 병원에서 돈이 없다고 환자들을 거부해서 쫓아내는 것이 당연할 정도였다.

그런 나라에서 지정 병원 제이긴 하지만, 택시 기사들에게 의료 혜택을 주고 있었고, 자녀에 대한 학자금지원이나 저금리 대출까지 회사에서 해주고 있었다.

한국에선 보통인 복지였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런 복지만으로도 택시 기사들의 충성심을 만들어 내었다.

거기에 운임에서 근무연수에 따라 보장되는 퍼센트 수익도 있으니 기사들이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고, 친절한 서비스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건 유로모니터(Euromonitor)의 보고서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카르타 주민 1000명당 택시는 1.4대가 운영 중입니다. 싱가포르는 5.4대, 방콕은 11대로 나옵니다.”

“최소 택시 시장이 5배는 커질 수 있다는 거로군.”

“네. 그만큼 차량공유 서비스가 진출해서 점유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택시 업계 2위인 트란신 택시는 블루버드의 30% 정도밖에 안 되니 블루버드와 연계할 수 있다면 금세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겁니다.”

“잘했어. 블루버드 쪽에서 우릴 아주 좋게 봤구만. 스마트 폰 무상 제공과 기사 식당을 운영하는 복지 정책이 자신들과 방향성이 맞다고 바로 연계를 결정하다니 운이 좋은데.”

“그래서 캄보디아에서 기숙사를 다 짓고 나면 여기서도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거야 뭐, 충분하지. 블루버드 측과는 사흘 후로 약속을 잡아 줘. 아시아 총괄인 이종민과 스타건설의 공달호 부사장도 올 거니깐.”

***

“우리 블루버드 그룹은 운송 수단 관리 및 인적자원 투자, 그리고, 기업 명성 덕분에 보다 쉽게 물류회사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직접 만나게 된 ‘노니 푸르노모’ 부사장은 여장부였다.

승객 운송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물류 사업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었고, 인도네시아 내의 물류 운송을 자신들에게 맡겨 달라고 압박을 했다.

“헌데, 우리 스타 코퍼레이션에서 마트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아신 겁니까?”

“자카르타에서 가장 큰 물류창고를 계약했다는 말을 듣고 여러 친구에게 알아보았습니다. 이미 스타 마트 건물을 세울 부동산도 계약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잘해주는 친구가 많으면 좋지요. 그렇다면 그랩에 이어 우리가 가져오는 물건들을 인도네시아 곳곳으로 유통할 수 있는 물류에 대해 이야기를 해봅시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노니 푸르노모는 우리가 스타 마트를 인도네시아 곳곳에 만들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세븐일레븐과 로손 편의점처럼 적극적으로 인도네시아에 들어올 것이라 판단한 거였다.

우린 그런 식으로 진출하는 게 아니라고 말을 하려다, 머릴 굴려보니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또 없었다.

한국에선 편의점이 급하게 필요할 때 가서 살 수 있는 깔끔하고 편한 이미지의 소매점이라면, 동남아시아에서는 이 편의점에 가지는 이미지가 조금은 달랐다.

바로 최신 제품을 살 수 있는 고급스러운 작은 백화점의 이미지였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재래시장식의 가게나,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슈퍼마켓에 비해서 일본에서 건너온 깔끔한 매장과 진열상품은 현지인들에게 고급스러워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동남아에서 세븐일레븐과 로손의 진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 해운사를 통해 물건을 가져오고, 블루버드 그룹을 통해 인도네시아 각지의 우리 편의점에 물류를 보내준다면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서로가 이득이 되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주요 도시의 물동량과 인구도 블루버드 그룹이 다 알고 있으니 어디에 편의점을 입점시키고 대형 마트를 넣어야 할지 입지환경도 바로 확인이 가능했다.

“스타 24시 편의점을 우선 10곳 시범적으로 운영해 보고 싶습니다. 각 지역의 인구 계층 정보를 알려주십시오.”

“그러죠. 우선은….”

토착 기업인 블루버드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가장 넘기 힘든 기존의 택시 업체를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었고, 연계를 위해 서로의 지분 5%를 교환했다.

그런 준비를 하면서 김신현은 그랩을 위해 ‘가입 센터’를 자카르타 도심지에 크게 열었다.

그랩 카와 그랩 바이커 같은 드라이버의 가입과 배달 음식점의 가입을 받자 온라인으로만 가입을 받고 있던 유버와 고젝을 크게 앞지르며 점유율을 올릴 수 있었다.

***

“의외로 인도네시아에 들어와 있는 다국적 기업이 많습니다.”

이종민은 마트 부지를 파악하며 주위의 산업단지와 거주인구 계층을 확인했는데, 예상밖에 눈에 익은 브랜드의 다국적 기업들이 많이 있어 신기했다.

“자원이 많으니깐. 팜유와 향신료, 고무, 커피, 담배 등등 열대작물이 많아. 지하자원도 많고, 땅 넓고, 인건비까지 저렴하니 최고지. 다만, 섬이다 보니 그 물류가 문제였던 거야.”

“물류 해운을 맡은 박종일 사장과 이야기 해봐야겠지만. 인도네시아 다국적 기업에서 생산되는 샴프나 통조림 종류를 바로 다른 국가로 수출할 수 있는 루트를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팜유는 우리가 바로 수입해 갈 수 있게 알아봐. 라면 공장을 운영하는 거산에 납품하게 되면 짭짤할 거야. 스타 음료에 들어가는 원재료도 인도네시아에서 다 들고 갈 거야.”

“아, 이번에 신라식품을 인수했지요. 거기에 쓰는 당근, 알로에, 오렌지 원료를 여기서 다 가져가면 되겠네요. 아니면 여기에 생산 공장을 차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만든 음료를 다시 들고 오는 것도 검토를 해봐. 여기서 생산이 맞을지 아님 한국에 고정 항로가 있으니 다시 들여오는 게 맞을지.”

“네. 검토해 보겠습니다.”

“우선 마트, 편의점 보급과 우리 K스타 콜라를 인도네시아에 팔기 위해서 한류 콘서트부터 열어야겠어. 근데, 이번에 나온 콜라는 먹어봤어?”

“네. 전 괜찮았습니다. 예전에 먹어봤던 816 콜라에 비해서 확실히 맛이 좋아졌습니다. 탄산도 강해졌구요.”

“다행이군. 그럼 박종일 사장이랑 해서 물류와 마트 쪽을 확인하고, 신현이랑은 교민들을 위주로 해서 직영 편의점과 가맹 편의점을 만들어봐. 난 콜라 때문에 한국으로 가야 되겠어.”

***

용진 음료에서 스타 음료로 회사가 바뀌면서 기존에 생산되던 10여 종의 음료를 단종하고 처음으로 내놓은 게 스타 탄산수였다.

그래서 다들 걱정을 했는데,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추세와 맞물려 매주 20만 병씩 팔리고 있었다.

“기존 대기업에서 내놓은 탄산수와는 다르게 레몬, 매실, 라임 향을 첨가하여 다양한 맛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든 것이 세일링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설탕 대신 향만 첨가해서 칼로리 증가가 없다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먹혔습니다.”

이일찬 부사장은 두 달 동안 150만 병 이상 나갔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작년 탄산수 시장이 198억 원 규모였는데, 우리가 올해 30억 이상 판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 판매에 주력한 것도 크지만, 우리 상품을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스타 마트와 푸드 딜리버리 배송이 큰 거 같습니다.”

“다행이네요. LT그룹이나 GL생활건강 쪽에서는 아무런 반응 없습니까?”

“네. 콜라, 사이다가 아니다 보니 아직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럼, 816 콜라를 가지고 있는 신라식품 쪽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거의 조건은 합의되었습니다. 은행 부채 90억을 떠안는 조건으로 현금 50억에 인수를 하기로 했습니다. 세부 조건은 합의 중인데, 안익환 사장이 계속 경영에 참여하고 싶어 하기에 그 문제로 마지막 도장을 못 찍고 있습니다.”

“회사는 내놓는데, 경영은 계속하고 싶다는 겁니까? 희한하네요. 무슨 이유가 있습니까?”

“그게 전문 경영인들을 믿지 못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전문 경영인을 믿지 못 한다라…뭔가 예전에 문제가 있었습니까?”

“대표님은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겸양 그룹이라고 아십니까?”

“겸양 그룹이면, 겸양 상선을 말하는 겁니까? 그 총수가….”

“네. 맞습니다. 안익환 사장은 그 겸양가의 사람입니다.”

어렴풋이 기억이 났는데, 왜 안익환 사장이 전문 경영인을 믿지 못하는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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