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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60화 (160/203)

160. 저질이 되어가는 시대.

한국도 1960~1970년대에는 서울대 합격 커트라인이 가장 높은 과가 물리학과였고, 한양대와 인하공전 같은 공대에서는 무수한 산업역군들이 배출되었었다.

물론, 이공대뿐만 아니라 인문대까지 포함하는 종합대학들이 여럿 만들어지며 사회를 이끌어갈 엘리트들을 배출했었다.

그런 엘리트들이 한국에서 이끌어 주었기에 70년대 이후 한국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 대학교를 졸업한 엘리트들이 캄보디아를 이끌어 주길 훈 마니도 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훈 마니도 모르는 게 있었는데, 대학교를 나온 지식인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훈센 총리의 독재에 불만을 가지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아질 거라는 것이었다.

뭐, 그런 캄보디아의 민주화 운동은 모르겠고.

지금은 그저 땅을 받고, 세제 혜택을 받아 스타 코퍼레이션의 이득을 만들어 내는 것이 먼저였다.

그 이득을 위해 자동차 정비공과 토목 숙련공이 필요한 것인데, 공업 대학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을 하니 난감할 뿐이었다.

땅이 은근히 욕심났지만, 고사할 수밖에 없었다.

“저희 스타 코퍼레이션은 대학교를 운영할 만큼의 대기업이 아닙니다.”

“당장 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은 단순한 기술을 가르치는 학원이겠지만, 언젠가는 그 학원이 공업 대학교가 되어 주길 원하는 겁니다. 그래서 학교가 들어설 부지를 먼저 주겠다는 겁니다. 활용은 알아서 하시면 됩니다.”

학교를 지어야 한다는 날짜 기한이 없다고 하니 100에이커 12만 평의 땅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축구장 60개의 넓이이니 학교 건물을 짓고 자투리땅을 알아서 활용하기에 충분했다.

훈 마니가 땅을 매개로 도망치지 못하게 잡는 것이 눈에 보였지만, 날짜 기한이 없기에 일단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제 웬만한 일은 일일이 나를 찾아오지 않아도 됩니다. 바타나카 국장에게 이야길 하면 대부분의 일은 해결을 해줄 겁니다.”

콧수염이 멋들어지게 난 배나 온 아저씨를 소개해 줬는데, 정부 인사 같았다.

“감사합니다. 훈 마니 님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훈 마니가 붙여준 바타나카 국장은 허술한 캄보디아 학원법과 관련된 문제를 다 처리해줬고, 걸려있는 간판은 한캄 기술학원이었지만, 법인은 ‘캄보디아 기술대학’으로 등록을 해주었다.

교수나 학생, 기자재 같은 게 하나도 없는데 대학 설립이 된 것이었다.

그리고 고속도로를 타고 바로 우리 골프장과 보틀링 회사로 갈 수 있게 고속도로의 진출입로를 설계에 추가해서 만들었고, 관련된 땅도 바타나카 국장을 통해 손쉽게 처리를 했다.

스타 건설이 보틀링 공장을 만들기 시작했고, 거산 건설은 골프장을 맡아 공사를 시작했다.

프놈펜 외각 기숙사 옆에 간이 건물로 만든 자동차 정비학원은 한국에서 초빙해온 강사 다섯 명이 제대로 된 과정을 만들어 내었다.

건설학원은 스타 건설의 공달호 부사장과 현장 기술자들이 강사로 나섰는데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치고 바로 실무에 투입을 했다.

“정비 기술을 배울 사람들이 운전면허가 대부분 없습니다. 먼저 운전 면허증을 딸 수 있게 운전면허 학원도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캄보디아는 한국처럼 기능시험을 보는 게 아니라 필기와 주행시험만 보면 되는 면허시험이었는데, 이것도 사실 관리가 잘 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바타나카 국장을 내세워 사설 운전 학원을 만들었고, 제대로 된 운전 방식과 안전을 위한 교육도 병행했다.

“기숙사 맨션에 교육생들을 기숙하게 하고 매일 교육을 하고 있으니 어쩌면 벌써 사립대학교를 만든 거 같습니다. 교육 이수 확인증도 좀 멋지게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이수증을 걸어 두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좋게 볼 수 있게 액자까지 해서 만들어 줘. 그런데, 기숙사에 대해서는 말이 안 나오던가?”

“4인 1실에 침대와 옷장, 책상, 공용부엌과 샤워실을 제공하는 거라 다들 만족하고 있습니다. 냉난방 장치 없이 만드는 저가의 집이지만, 캄보디아에서는 충분히 살만한 집인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 밥 먹이는 것에도 신경을 써줘. 교육받고 하는 것도 다 밥심이야.”

***

“고속도로 건설 후 MRG(최소 운영 수입 보장제도)를 제외하고 순수 공사비에서 이득은 3천억 전후로 계산이 됩니다. 한국 건설사들은 2500억 이상 가져갈 것 같습니다.”

“괜찮네. 경조건설은 법정관리에서 벗어날 수 있겠어.”

11억 달러 1조 2천억 원 규모에서 3천억을 남기는 거라면 괜찮은 수익률이었다.

우리 스타 건설도 3~500억은 들어올 터였다.

일만 계속 따낼 수 있다면 건설만큼 쉽게 돈 버는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주인을 찾지 못해 동냥하듯이 인수자를 찾고 있는 상용건설과 곡동건설을 보니 일을 따내지 못하는 건설 회사는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처럼 보였다.

건설에 비중을 높여 가려던 마음을 바로 잡았다.

“캄보디아는 이제 1호 민자고속도로인데,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런 민자유치 도로가 3개나 있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4개가 더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시아 사업 총괄인 이종민이 인도네시아에서 캄보디아로 복귀했는데, 인도네시아는 돈이 남아도는지 인프라 건설에 엄청나게 투자를 하고 있었다.

“거기도 독재를 했던 수하르토 대통령의 자식들이 유료 고속도로와 철도 사업에 발을 걸치고 있습니다. 화교 금융 자본과 중국 본토 자본이 뒤섞여서 서로 해 먹으려고 난리입니다.”

“독재 세력과 금융 자본은 전 세계 어디든 궁합이 좋은 것 같네.”

“그리고 자카르타에 집중되어 있는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넓은 보르네오섬으로 수도를 옮기겠다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해서 인프라 건설에서 일을 따내려면 인도네시아로 가야 한다는 게 건설업계의 동향입니다.”

“수도 이전이라. 인도네시아에 건설 붐이 일겠구만. 화교들과 엮인 게 많으니 일은 따낼 수 있겠는데, 스타 건설은 시공 능력이 안 되고. 그림의 떡이네.”

“대표님. 한국 건설사들에게 일을 넘겨주고 커미션을 먹는 것도 있습니다.”

스타 건설의 공달호 부사장이었다.

“한국 건설사들 대부분이 어렵고 법정관리 받고 난리인데, 소개해 주고 받아 봤자 얼마를 받겠어.”

“총 공사 금액의 10~20%까지 커미션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건설 규모가 있다 보니 10%만 해도 엄청난 금액이 나올 겁니다.”

1조짜리 공사면 1~2천억 원을 그냥 앉아서 받을 수 있다는 소리에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한국의 건설 구조가 생각났다.

그리고 이렇게 수주를 받아서 재하청을 주는 것을 외국 애들도 알다 보니 한국 건설사에 발주를 하지 않는 것인지도 몰랐다.

건설사 오너가 아닌 봉급쟁이 사장들이 영업을 하고 수주 후 다른 한국 업체에 하청을 줘서 공사하게 만드는 구조이니 공사를 발주한 나라에서는 돈만 챙기고 하청주는 것에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런 한국 건설사의 구조 때문에 2010년 이후 외국 대형 공사를 못 따오는 게 아닌가 싶었다.

“헌데, 그렇게 해서 내가 넘긴 공사가 부실 공사가 되면 내가 뒤통수 맞는 거 아냐?”

건설비의 10% 이상이 사라지는 것이니 자연스레 부실 공사가 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로비스트의 영역을 한국은 좋지 않게 보는데, 미국이나 다른 나라는 당연하게 봅니다. 그래서 아예 공사비에 그런 영업비용을 넣어서 견적을 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공사비를 떼먹든 아니든 한국뿐만 아니라 어디든 다 부실 공사화되고 있어서 보강 수리 공사를 해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다 부실 공사화라니?”

“그게, 예전에는 동서양 어느 건설사든 최고의 건물을 짓는 것을 건설 회사의 자부심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몇 번의 금융위기를 겪고 나서는 건설 회사들의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기준에만 맞으면 된다는 그런 생각으로 건설을 하고 있습니다.”

“잘 지어도 알아주지 않으니 그냥 돈만 벌자는 그런 건가?”

“네. 그런 것도 있지만, 예전과 달라진 건설 환경 문제도 있습니다. 예전엔 건설 회사마다 건설 기술에 대한 레벨 차이가 있었고, 그런 기술을 뽐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기술 레벨 차이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기술 레벨 차이가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장비가 너무 잘 나와서 그렇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예전의 건설 현장이 아닙니다. 힘든 건설 공법도, 맞는 장비를 쓰면 금방 됩니다. 기술력을 가진 오래된 건설 회사든 창립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건설 회사든 좋은 장비를 쓰면 별 차이 없이 어려운 건설을 척척 해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공달호 부사장의 말을 듣고 보니 현대화되어 가는 건설 현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예전과는 달리 힘든 건설 공법도 금방금방 장비를 써서 만들어 내기에 같은 공사를 1억 달러에 하는 중국 건설사와 5억 달러에 하는 북미 유명 건설사의 차이가 없어졌습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기술을 뽐내고, 자부심을 가지던 건설은 사라졌습니다. 더 좋고 튼튼하게 짓기보다는 감리기준만 맞추면 되는 건설이 되어 버린 겁니다.”

공달호 부사장의 말이 일견하기에는 맞는 거 같았다.

그것이 시대의 흐름이니깐.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일을 한다면 결국 신뢰를 주지 못하게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가짐이니 한국의 건설사들이 수주를 못 받아 내는 거 아닙니까?”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나름의 자부심으로 시공능력 5위 안에 들던 프리미엄 건설을 추구했던 대형 건설사들은 다 부도가 나거나 법정관리를 받는 상황입니다. 기술력으로 장인 정신을 추구하던 건설사들은 다 박살이 나고 있고, 기준을 겨우 통과할 만큼만 짓던 건설사들은 살아 남았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회의에 들어와 있던 경조건설이나 한아건설의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70~80년대 우리와 경쟁하던 일본 건설사들도 우리와 경쟁할 때 장인 정신과 그들이 가진 기술력으로 영업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가의 중국 건설사에 다 밀려서 그쪽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저질(低質)로 해야 살아 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거군요.”

답이 없었다.

최고의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기본 명제를 잘 따르는 품질 우선주의 건설사들은 다 파산을 하고 박살이 났고, 어떻게든 최저 기준만 맞추어서 이익을 많이 남기는 업체들만 살아 남았다는 현실이니 갑갑했다.

내가 건설에 뛰어들면 오너 개인의 도덕심과 기업의 생존을 위한 저질 전략이 대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건설에서는 계속 일어날 것 같았다.

“중국 건설사들이 엄청나게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안 그럼 이게 또 중국 애들이 다 가져가게 될 겁니다.”

시발 짱깨 새끼들. 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 본토 애들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최저 기준의 공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이니 안타까웠고, 중국 놈들에게 다 빼앗길 바에는 내가 영업해서 한국 업체들에게 넘겨주는 것이 이득으로 보였다.

“화교 금융 자본과 컨소시엄을 만들어서 인도네시아 일을 따냅시다. 시행사 족은 공달호 부사장이 알아봐 주세요. 시대가 저질로 갈 수밖에 없는 시대라곤 하지만, 최대한 중국 애들과 같아 지진 맙시다.”

***

“그게 필리핀에서는 그랩이 성공적으로 시장 1위에 올랐지만, 태국은 치열합니다. 유버가 1위, 고젝이 2위 우리가 3위로 21% 점유율을 기록 중입니다.”

인도네시아는 토착 기업인 블루버드와의 연계로 손쉽게 1위가 되었지만, 데닐리 탄이 공략하기로 했던 태국에서는 유버가 먼저 들어와 있었기에 고전을 하는 듯했다.

“해서 베트남을 선점하기 위해 먼저 나섰습니다. 인도네시아의 김신현 지사장도 현재 베트남 쪽을 돕고 있습니다.”

“그래. 확인했었어. 태국 공략을 위해 스마트 폰 6만 대를 더 풀겠다고?”

“네. 태국에 2만 대를 풀었는데, 추가 2만 대를 더 풀고 베트남에는 처음부터 4만 대를 풀 생각입니다.”

데닐리 탄은 점유율을 위해 물량으로 승부하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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