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 연인인 듯, 연인 아닌(6)
* * *
의외로 아이린은 춤을 잘 추지 못했다.
검을 다루는 것과 춤을 추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던 것일까,
구두 굽으로 발을 밟을 때마다 어색하게 웃어보이자.
이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아이린이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요.”
“괜찮습니다. 나중에 약을 발라주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한 걸음, 한 걸음. 음악에 맞추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딛기를 잠시,
어느새 내 리드에 맞춰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을 보인 아이린이 입을 열었다.
무언가가 불만스러운 것일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춤사위에 아이린의 목소리는 꽤나 퉁명스러울 따름이었다.
“춤 잘 추네요.”
“연습했으니까요.”
“리제가 잘 알려줬나 보죠?”
“꽤 오래 배웠죠.”
리제라는 이름이 나온 순간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고개를 까딱이며 그리 답했다.
아이린의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이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나를 쏘아보는 그 시선에 미소를 흘린 채 입을 열었다.
“뭐가 맘에 안 드십니까?”
“...됐어요.”
그냥 내가 리제에게 춤을 배운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말해도 좋을 텐데.
사실 리제에게 춤을 배운 것은 단 한 번이었다. 그마저도 어쩐지 불안한 마음에 동작만 살짝 따라할 뿐이었고.
허나 구태여 그런 말을 하진 않았다. 그녀가 불안해하는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허나 끝까지 솔직히 말하지 않는 그 모습에 괜스레 장난기가 피어올라,
그녀의 허리를 붙잡은 채 그대로 내쪽으로 잡아당겼다.
“가, 가깝잖아요.”
“춤이잖습니까.”
사실 배운 춤 동작 중에서 이런 동작은 하나도 없었지만,
일부러 가슴팍이 닿을 만큼이나 가까운 거리에서 천천히.
서로의 숨결을 완전히 느낄 만큼이나 느린 발걸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등을 감싸 안은 손에서 미약한 떨림이 느껴졌다.
정확히는 심장의 고동, 당장이라도 터질 듯 두근대는 아이린의 심장 소리에 피식 웃자.
이윽고 그녀가 내 가슴팍을 살짝 밀어내며 고개를 돌렸다.
“비...켜요. 너무 가까우니까.”
“싫습니다.”
원래 같았어도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너무도 확실한 명분이 내게 있었다.
방금 그녀가 내뱉었던 말을 떠올리며, 그녀의 귓가에 다가가 이내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지금은, 호위 기사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 말에 귀가 새빨개진 아이린이 입술을 작게 벌린 채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방금은 이름으로 불러달라더니, 지금은 무얼 그리 부끄러워하는 건지.
한순간의 용기였던 것일까. 허나 그녀를 놀릴 시간은 지금 뿐이었으니, 이어 말을 덧붙였다.
“아이린.”
그 말에 몸이 흠칫 떨린다. 고작해야 이름을 부르는 것뿐인데, 이토록 큰 반응을 보임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부끄러우십니까?”
“...이름 이제 그만 불러요.”
“직접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똑똑히 기억하고 있건만, 이제와 부정한다 한들 내가 쉽사리 이해해줄 것이라 생각했던 걸까.
내가 태도를 바꾸지 않을 거라 판단했는지, 옅게 한숨을 내뱉은 아이린이 자그맣게 입술을 벌렸다.
내게 안긴 그대로,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그녀가 힘겹게 말했다.
“에반, 그러니까. 내가 부끄러워서 그러는 거예요. 제발...이것 좀 놔줄래요?”
이제 그만 두는 것이 좋겠지.
조금 아쉽긴 했으나, 이리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았으니 그것에 만족할 따름이었다.
허리를 두른 팔을 천천히 빼내자, 내게 황급히 떨어진 아이린이 얼굴을 쓸어내린 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 안색을 확인하듯, 내 뺨을 빤히 바라보던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에반은 아무렇지 않나 보네요.”
“그럴 리가요.”
부끄러운 것은 나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처럼 티를 내지 않았을 뿐, 어찌 그런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겠는가.
좋아하는 사람이, 그토록이나 가까운 거리에 있는 상황이었는데 말이다.
조금의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만약 내가 조금 더 적극적이었다면,
이전에 하지 못했던 것을...이번에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좋았습니다. 춤.”
어느덧 끝나버린 음악에 그리 말하자, 그녀가 퉁명스레 대꾸했다.
“춤이 좋은 게 아니겠죠. 자기 하고 싶은 거 하니까 좋나요?”
“네.”
“뻔뻔하기도 해라.”
“그래서, 싫으셨습니까?”
“......”
그 말에 아이린의 눈이 가늘어진다. 무어라 대답할 지 고민하는 것인지,
여지없이 흔들리는 눈동자에서 그녀의 번민을 읽었다.
그냥 솔직하게 좋다고 말하면 될 것을 저리 고민하는 것인지.
허나 그런 모습마저 그저 귀엽게 보여서, 이내 그녀의 옆에 슬쩍 다가가 발코니에 손을 얹었다.
“대답하기 싫으시면 안 하셔도 됩니다.”
물어볼 기회야 얼마든지 남아있었고, 그녀와 이렇게 있을 시간 또한 차고 넘치지 않는가.
조금은 이런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연인인 듯, 연인 아닌. 이 아슬아슬한 간격을 느끼는 이 순간이, 사랑을 하는 때에 있어 가장 즐거운 순간이지 않을까.
난생 처음 느껴보는 이 느낌은 짜릿하기 그지없었다.
이 이상의 쾌락을 과연 경험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만큼이나,
그녀를 볼 때면 느껴지는 이 간질거림이 기분 좋을 따름이었다.
그렇게 발코니의 난간을 붙잡자,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정적이 흘렀다.
무어라 말할지 고민하는 것인지 나를 힐끔 쳐다보는 아이린의 시선이 닿았지만,
그녀와 눈을 구태여 마주치지 않은 채 허공을 향해 시선을 두었다.
...조금, 아쉽긴 했다. 아까 조금 더 다가가 볼 걸,
그녀가 싫다고 말해도 조금 억지를 부려볼 걸. 허나 그렇게 나아간 진도가 자연스럽게 이어질리 없지 않은가.
나도, 그리고 아이린 또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으니. 이런 느낌을 조금이나마 길게 이어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무슨 생각해요?”
“무슨 생각할 것 같습니까?”
내가 되묻자, 내 옆으로 다가온 아이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그걸 어떻게 아냐며, 은근슬쩍 옆에 붙은 그녀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제 옆에 이렇게 들러붙은 사람을 어떻게 떼어내야 할지, 그걸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안 달라붙었어요.”
“그러면서 어깨는 왜 닿아있습니까.”
이 넓은 발코니에 구태여 내 옆에 서있는 모습이 우스워 묻자,
아이린이 아무렇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인 채 앞을 바라보았다.
대답해줄 생각은 없는 건지, 뻔뻔하게도 무감한 표정을 연기하고 있는 그녀를 보자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가녀린 손가락에 끼워진 인장, 분명히 공작을 대행하여 그녀가 가주의 권한을 행세한다는 표식이 아니던가.
아이린이 여기에 있어도 괜찮은 걸까? 너무도 자연스럽게 나를 따라온 터라,
그에 대해 생각하지 못해 괜스레 걱정이 피어올랐다. 처리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
그녀가 어련히 잘 했겠지만...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녀를 빤히 쳐다보자, 내 시선을 느낀 아이린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할 말 있어요?”
“여기 있으셔도 괜찮으신 겁니까? 밀린 일이 한둘이 아닐 텐데요.”
“아, 그거라면 괜찮아요.”
예상했던 질문이라며, 가볍게 입술을 뗀 그녀가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사라진 3일 동안 밤을 새가며 모든 서류들을 처리했다는 얘기를 자랑스레 내뱉는 모습에,
나는 한숨이 새어나오는 입꼬리를 비튼 채 그녀의 눈가를 살폈다.
나를 만난 뒤에도 쉬지 않은 것일까. 분명 책상 가득히 서류가 쌓인 것을 보았는데,
그것들마저 전부 처리했다는 말에 작게 탄식을 흘렸다.
“...너무 무리하시는 건 좋지 않습니다. 또 쓰러지시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괜찮아요. 이제 돌아가면 조금 쉬어야죠.”
“괜히 저 때문에 이곳에 오신 건.”
“그런 말 하지 말아요. 그런 소리 들으려고 따라온 게 아니잖아요.”
난간을 잡고 있던 손 위에 또 다른 손이 닿았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닿는 손길을 지그시 보다가, 아까와는 달리 조금 가라앉은 그녀의 눈동자를 보며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에 대해 얘기해봤자 역효과만 나리라. 할 말이 많았지만 참았다.
걱정을 하고 싶었지만, 구태여 밖으로 그런 티를 내지는 않았다.
그저 조용히, 손등 위를 덮은 자그마한 손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고운 손이었다. 손가락이 훑을 때마다 그 부드러운 살결 위를 매끄럽게 지나갈 만큼이나.
이 자그마한 손으로 수많은 서류들을 확인하는 걸 어떻게 했을까 의문이 생길 만큼이나.
그녀의 나이가 19살이란 것이 떠올랐다. 많은 것을 감당하기엔 아직 어린 나이였다.
25년이나 살았던 내가 그토록 힘들었는데,
19살이란 나이에 부모의 상실을 두 번이나 경험할 뻔한 그녀를 과연 괜찮다고 할 수 있을까.
허나 말을 더 이어가기엔 가라앉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하려던 이야기를 끊은 채 다른 주제를 꺼내들었다.
"제가 어제 했던 말 기억하십니까?”
“어제 했던 말이라 하면...”
“축제 말입니다. 이제 곧 계절제가 있지 않습니까.”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마다 한 번 씩 열리는 축제.
이제 2주 정도 뒤면 열리는 축제였으니, 어쩌면 공작이 몸을 회복한 뒤에는 잘 하면 참가할 수 있을 터였다.
3일, 저주가 끝난 뒤에는 마치 씻은 듯이 몸을 회복될 것이란 게 아제스트의 말이었다.
만약 그의 말이 맞다면, 축제에 참가하는 것 정도야 가능하지 않을까.
“계절제라.”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여름의 계절제는 조금 특별했다. 단 하루 열리는 축제였지만,
여름이라는 계절에 걸맞게 그 어떤 계절제보다도 뜨겁게 열리는 날이 그 축제이지 않던가.
단 하루가 가져다주는 화려함 만큼은 건국제에 못지않은 축제였으니, 그녀와 함께 즐기기 딱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 또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건지, 계절제란 말에 그다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계절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역시 밤에 열리는 ‘그 행사’가 아닐까.
그때에 아마 아이린의 또 다른 면모를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슬쩍 웃어 보였다.
조금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시간이 흘러서, 그렇게 축제를 즐기고.
로만가에 대한 일도 빠르게 끝나고, 그렇게 아무도 다치지 않은 채...
이대로 원작 여주가 나타나더라도 아이린이 무사히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바라는 끝이 아닐까. 물론 그 끝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그녀의 곁에 있을 생각이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원래 세계로 돌아갈 생각도 안 하고 있었고, 방법을 찾는 것도 멈추지 않았던가.
“슬슬 돌아갈까요.”
한참동안 흐른 정적 속에서 아이린이 입을 열었다.
이제는 연회도 전부 끝났는지, 황궁을 나서는 귀족들의 모습이 아래에서 보이고 있었다.
황태자에게 허락을 받고 나오긴 했지만, 연회가 끝날 때까지 얼굴을 비치지 않은 것에 대해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가 우리 일에 대해서 굉장히 관대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던가.
어쩌면, 그는 우리가 서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기야, 그의 앞에서 무언가를 숨기려 한 적도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발코니에서 멀어져, 다시금 연회장으로 돌아가려는 찰나에.
“...아.”
탁,
갑작스레 휘청거리며 넘어지려 하는 아이린을 다급히 붙잡았다.
다행히 의식을 잃은 것은 아닌지 금세 균형을 되찾으며 일어선 그녀였지만,
조금 어지러운지 머리를 부여잡은 아이린이 눈을 가늘게 뜬 채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갑자기 어지러워서.”
“무리하셨습니다.”
그제야 그녀의 눈에 서린 피곤함을 엿볼 수 있었다.
3일, 그리고 오늘 새벽까지 더해 잠을 거의 자지 못했던 그녀였으니까.
아무래도 그동안 쌓인 피곤이 이토록 몰려온 것일 터였다.
황태자의 초대에 조금은 늦게 답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빠르게 모든 것을 끝내고 쉬려했던 생각을 했던 것이 후회스러워서, 그녀를 보는 내내 입맛이 쓸 따름이었다.
“돌아가면 바로 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피곤이 쌓이셔서 그런 것 같으니까요.”
“...그럴 생각이에요. 내일 할 일을 조금 확인하고, 앞으로 아버지가 깨어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만 세운 뒤에는 바로”
“아가씨.”
작게 눈살을 찌푸린다. 이 와중에도 쉴 생각 없이 무언가를 하려는 그녀에게, 나는 다그치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쉬셔야 합니다.”
“괜찮아요 나는, 그냥 잠깐 어지러워서...윽.”
말을 듣지 않는 그녀에게 무어라 화를 내려다가,한숨을 내쉰 채 그대로 잡아 당겨 끌어안았다.
말을 듣지 않는다면, 역시 행동으로 벌을 주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과연 이것이 그녀에게 벌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 말을 듣게 하는 것엔 확실할 것 같았다.
부들거리는 머리카락이 손에 닿았다. 그녀가 아프지 않도록,
내 가슴팍에 그녀의 머리가 향하도록 그렇게 끌어안자 이내 품에서 헉하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꽤나 놀랐는지, 이 상황에 놀란 그녀가 바둥거리며 내 품에서 빠져나오려 애쓰기 시작했다.
“이, 이거 놔요. 갑자기 뭐하는 거예요?”
“아가씨.”
부드럽게 머리를 쓸어내렸다. 어차피 그녀가 답하기 전까진 놓아주지 않을 생각이었으니,
그녀의 얼굴이 새빨개지던. 아니면 내 뛰는 심장 소리를 듣던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아서, 이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쉬셔도 됩니다. 아무도 무어라 하지 않습니다.”
단지 내가 소중히 여기는 몇몇 이들만 신경 쓰더라도 무거운 것 일진데,
수백만에 이르는 사람들을 책임져야 하는 그녀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운 것일까.
쉬어야 함을 스스로 알고 있음에도 이토록 무리하는 것은 아마도 그녀가 느끼는 책임 탓이리라.
허나, 그녀는 충분히 잘해주고 있었다.
19살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누구도 그 나이에 그토록 훌륭히 모든 것을 해내지는 못하리라.
그렇기에그녀는 쉴 자격이 충분했다.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편히 눈을 감는다 한들 그 누구도 그녀를 질책하지 못할 터였다.
천천히, 그녀에게 쌓인 긴장을 풀어주면서.
등을 토닥인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잘 해내셨습니다. 이것을 먼저 말씀드려야 했는데, 제가 너무 늦게 말한 것 같습니다.”
그 말에, 한참을 바둥거리던 아이린의 움직임이 뚝 하고 그쳤다.
내 팔을 잡던 손의 힘이 조금씩 빠져나가며, 이내 완전히 내게 안긴 그녀가 물끄러미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또, 돌아가서 무언가를 하신다고 얘기하실 생각입니까?”
짐짓 낮은 목소리로 그리 말하자, 아이린이 작게 고개를 저어보였다.
역시 이런 방법이 제일 효과적일 거란 내 생각이 옳은 듯 했다.
고집을 잘 꺾지 않는 그녀가 이리 얌전하다니, 괜스레 뿌듯한 마음이 들어 옅게 웃자.
나와 눈을 마주친 그녀가 황급히 고개를 숙이다 내 가슴팍에 머리를 부딪쳤다.
쿡.
괜스레 간지러운 감각에 피식 웃다가, 이내 아이린에게 손을 내밀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잡아드리겠습니다. 또 넘어지실까 걱정 되니까요.”
“안 넘어져요.”
“그래서, 싫으십니까?”
그렇게 말하자, 작게 눈살을 찌푸린 아이린이 이윽고 허탈하게 웃은 채 내 손을 잡았다.
“...좋아요.”
이번에는 솔직하게 답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나 또한 웃음으로 화답해주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