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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속 악녀의 호위기사가 되었다-99화 (99/181)

〈 99화 〉 Love is an open door (1)

* * *

저벅­

완전히 겹쳐진 두 번의 발걸음 소리는 마치 한 사람이 걷는 것처럼 들려왔다.

호숫가에서 멀어질수록 정돈되어가는 길, 더 이상 발에 차이는 자갈이 없어질 때쯤. 에반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어떻게...라면?”

“공작저로 돌아가면, 평소처럼 행동해야 하는 겁니까. 아니면 조금은 다르게 행동해도 되는 겁니까?”

조금은 다르게­ 그 말에 피식 웃은 아이린은, 잡고 있는 손을 살짝 흔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이제는 달라진 관계를 공개해야 하느냐,

아니면 이전처럼 숨겨야 하나. 에반은 고민하는 아이린을 보며 이런저런 것들을 떠올렸다.

아이린이 알고 있는지는 몰라도, 사실 공작저의 태반이 알고 있는 사실이 자기들의 관계 아니던가.

이제 와서 숨긴다고 한들 그것에 호응해주는 그들 또한 어색하리라.

의외로 이런 부분에 눈치가 없는 아이린이라, 한참 동안 고민하는 아이린을 본 에반은 뺨을 긁적일 따름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려주어야 하는 것일까. 그녀 나름대로 잘 숨긴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아이린이 부드럽게 대하는 것이 로페나와 크리스 경을 제외하면 자신뿐 아니던가.

솔직히 말해서, 애초에 숨기기 힘든 관계였다. 공작령이면 모를까,

그 좁은 공작저에서 어찌 소문이 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로맨스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비밀스런 연애는, 사실 공작저에 있는 이들이 입이 아주 무거울 때나 가능한 법이었다.

게다가 이전까지 없던 반지가 생겼는데 눈치 채지 못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될 법했다.

“...반지가 문제네요.”

“빼드릴까요?”

“그런 농담 다신 하지 마세요.”

아이린이 기겁하며 말하자 에반은 큭큭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지를 끼울 때만 하더라도 얼떨떨한 것처럼 보였는데, 이제는 평생토록 빼지 않을 기세인 것이 꽤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보니 꽤 기분이 괜찮지 않은가.

사실 괜찮다기엔 너무 좋은 기분이었지만,

주먹을 허공에 날리며 기뻐하는 것은 혼자 있을 때 해도 충분한 것이었다.

“그런데, 왜 에메랄드에요?”

“글쎼요.”

아이린이 묻자, 에반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구태여 말하기보다는 혼자 깨닫는 편이 조금 더 의미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보석을 살짝 매만지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에반의 표정에 아이린이 눈살을 찌푸렸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알 것도 같네요.”

허나 반지가 무얼 의미하는 지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눈을 마주치자마자 직감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눈동자와 보석이 닮아있다는 점이었으니까.

자신의 반지에 에메랄드가 박혀있다는 건...아마도 이걸 보고 에반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낭만적이지 못한 사람이라면서, 이런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신경 쓰는 모습이 퍽 우습게만 느껴졌다.

겸손인지, 아니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고백이란 것을 태어나 처음 받아보는 것이었으니,

어쩌면 이런 것이 그리 낭만적인 일이 아닌 걸지도 몰랐다.

허나 그런 것은 스스로 어찌 생각하느냐에 달라지는 게 아닐까.

반지를 보느라 놓쳤던 손을 다시 잡은 아이린이 아무렇지 않게 하늘을 바라보자,

에반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려 아이린의 손가락을 간지럽혔다.

“아, 흐읏, 에반!”

“이제 자연스럽게 손도 잡으시고,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부끄러울 게 뭐가 있어요. 그러니까, 음...”

눈치를 살피듯,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린 아이린이 시선을 내리 깔며 조심스럽게 입술을 달싹였다.

“이제 그래도 되는 사이잖아요...”

“음.”

에반은 그 말을 천천히 음미했다. 그래도 되는 사이, 그래도 되는 사이라.

“마음에 드는 대답이었습니다.”

그렇게 웃고, 또 손을 맞잡고, 이 시간을 즐긴다.

허나 그것과 동시에 공작저는 점점 가까워졌으니,

한산한 거리에 울리는 종소리를 들은 아이린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종소리가 울렸다는 것은 자정이 지났다는 것.

세이렌에 들릴 때마다 자정이 훌쩍 넘어가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허나 중요한 것이 있다면, 공작저 입구엔 여지없이 꽤 많은 인원들이 대기하고 있으리란 점이었다.

그 말인즉슨, 이제는 결정을 내릴 시간이라는 말이었다.

저 높게 솟은, 이 어둠 속에서도 홀로 밝게 빛을 내고 있는 공작저를 보던 아이린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이제 연인이라고 말한다면 그것대로 편하겠지만, 그렇다고 당당하게 말하기엔 조금 부끄럽지 않은가.

로페나면 모를까, 아무리 크리스 경이어도 편히 대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아이린이었기에.

옅게 한숨을 내뱉곤 에반을 바라보았다. 아이린과 눈을 마주친 순간 에반은 그녀가 하는 걱정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렸다.

이런 것으로 그리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고민은 길지 않았고,

에반은 아이린의 손을 잡은 채 그대로 공작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에반?”

당연하게도 에반의 힘에 끌려 얼떨결에 앞으로 향하면서도,

아이린의 얼굴은 차츰 당황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대로 간다면, 이 속도라면­

곧 이렇게 손을 잡은 채 공작저에 들어가지 않겠는가.

탁, 손목을 잡았음에도 에반은 멈추지 않았다.

고작 아이린이 붙잡는 것으로 에반의 몸이 멈춰질리 없었지만, 아이린은 나름 필사적으로 에반을 멈춰세우려 했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다 되지 않았는데, 사실 그 마음의 준비란 것이 언제 끝날지는 미지수였으나.

그래도 그것이 지금은 아니란 것이 확실해 보였다. 만약 이대로 공작저로 돌아간다면,

다음날부터 시녀들이 자신들을 주제 삼아 수근거리지 않을까.

“무얼 그리 부끄러워하십니까. 어차피 곧 알려질 사이인데.”

“아무리 그래도­”

“우리 약혼식 안 올릴 겁니까?”

에반의 그 말에, 아이린은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 입술을 뻐끔거렸다.

약혼...식. 생각해보면, 이렇게 반지까지 서로 끼워준 사이였다.

연인이었지만 이미 연인 이후를 약속했고, 언젠가는 약혼식을 올리지 않을까.

약혼식을 올리려면, 결국 이 관계를 알려야 했다.

생각이 정리되자, 아이린은 더 이상 에반의 손에 이끌리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하게, 에반의 손을 잡은 채 공작저로 성큼성큼 나아갈 따름이었다.

사뭇 우스운 광경처럼 보이는 둘의 걸음걸이는 공작저의 입구에서도 보였기에,

입구에 모여 저들끼리 속닥이던 기사들이 허리를 꼿꼿이 세우기 시작했다.

허나 그들의 관심사는 두 사람이 무사히 돌아오는 것 말고 다른 곳에 있었으니.

“어떻게 오고 있나?”

크리스의 물음에 한 기사가 눈을 가늘게 떴다.

아직 거리가 멀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면...

“꽤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붙어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직 모른다. 원래 호위한답시고 붙어있기도 했으니까. 가까이 와서는 떨어질지도 모르는 일이지.”

“흠, 설마 오늘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밖에 있었는데 아무런 진전이 없겠습니까.”

“네가 저 두 사람하고 같이 있어 봐라. 속이 터지다 못해 수명이 깎이니까.”

답답하다는 듯 크리스가 가슴을 두드리자, 그것에 공감하던 몇몇 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그마치 3년 동안 끌어오던 관계가 아니던가. 이미 알 사람은 다들 알고 있었고,

지켜보던 시녀들은 저들끼리 모여 한탄하는 일도 자주 있었다.

물론, 에반이란 호위 기사에게 연정을 품는 시녀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상관없는 일이지.”

크리스가 중얼거리자, 잠시 뒤 경비대장 제렌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손을 잡고 있는 것 같은데.”

“손?”

“손을 잡고 있다고? 젠장,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쇼.”

“내가 은퇴할 때가 된 것 같군.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오고 있다고?”

공작저 코앞까지 다다른 두 사람이 여전히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기사들은,

이윽고 저마다 한 마디씩을 덧붙이며 웅성거렸다.

개중에는 아직 안심해서는 안 된다며 자중해야 할 때라는 이들도 있었고,

크리스는 허탈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본 채 눈을 감았다.

그리고 침묵에 휩싸인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가 기사들의 귓가에 선명하게 들어올 무렵,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던 시녀들 또한 저들끼리 입을 꾹 다문 채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그리고 에반과 아이린이 공작저에 완전히 다다랐을 때.

“...늦으셨군요.”

제렌의 말에 아이린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을 둘러싼 기사들은 몇 년 전처럼 그리 지쳐 보이는 표정이 아니었다.

살짝 아래로 향한 시선, 그리고 무언가에 대한 기대가 차있는 눈빛.

그들이 아이린과 자신이 잡고 있는 손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에반은 피식 웃으며 크리스와 시선을 마주했다.

구태여 말로 할 필요가 있을까. 에반은 잡고 있던 손을 가볍게 흔들어 보였고,

아이린은 이 상황이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였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오직 하나이지 않던가. 여전히 두 사람은 손을 놓지 않았고,

크리스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흐뭇하게 웃어 보였다.

적어도 며칠간은 이야기할 거리가 끊이지 않으리라.

드디어, 그 기나긴 3년이 결실을 맺었던 것이었다.

#

아이린과 에반이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었다­ 사실 이미 모든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그것이 어젯밤의 일로 완전히 사실이 되면서 시녀들은 하나같이 그 일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몇몇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들은 알아서 제 할 일을 찾고 있었지만,

로페나를 비롯한 몇몇 이들은 깔깔거리며 웃기에 바빴다.

“거봐요, 제가 어제 된다고 얘기했잖아요. 빨리 돈 주세요.”

“아으, 하루만 늦었으면 내가 이기는 건데.”

물론 그 내용 자체는 꽤나 불순했으나, 그들 모두가 이 사실에 축복하고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예전에 아이린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던 이들도 한 마음 한 뜻으로 축하해하고 있었으니,

그 모습을 보던 로페나는 괜스레 기분이 좋아져 해맑게 웃음을 터트렸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제 아가씨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차가웠고, 심지어 자신이나 크리스 경마저도 껄끄러워 하던 분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가씨는 변했고, 더 이상 그녀에게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는 없었다.

완벽을 바라지도, 그렇다고 소가주로써 모든 것을 잘 해내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이제는 그녀가 조금은 행복하기를,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지 않던가.

그리고 그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기사님이겠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아이린 유리스라는 사람이 변화하게 된 계기가 에반 프리드라는,

그녀의 호위 기사라는 것을.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손에 꼽았던 이전과 달리 아이린은 에반 앞에서 자주 웃어 보였고, 자주 당황했으며, 자주 부끄러워했다.

이전엔 수수한 드레스만을 고집하던 아이린이 화려한 드레스를 찾은 것도 에반과 함께할 때였으니,

어쩌면 두 사람의 관계를 추측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으리라.

그런 두 사람이 이제 연인이라 생각하니 조금은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너무 늦은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이른 것 같기도 한 것 같지 않은가.

“약혼식은 언제 하시려나요?”

“글쎄, 아마도 곧 발표하시지 않을까. 이제는 숨기지도 않으시던 것 같던데.”

“하긴, 어제는 대놓고 손잡고 들어오셨잖아요.”

“...그나저나, 공작 각하께선 별 말이 없으시네?”

공작, 그 단어에 시녀들은 각기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두 사람이 연인이 되는 거야 마음이 맞아 그렇게 된 것이지만,

과연 그녀의 아버지인 공작이 무어라 답할 지에 대해서는 무리수였다.

이전에 흑마법사의 저주를 받아 쓰러진 공작은 더 이상 어두운 방에 있지 않았다.

그런 것을 통해 공작이 변했다는 것은 이미 자자한 사실이었으나,

그렇다고 공작이 지닌 이미지가 쉬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아이린이 그토록 남들의 시선에 시달렸던 것은 공작이 주된 원인이지 않았던가.

분명 지금쯤이면 이에 대해 소식을 들었을 텐데,

여태껏 아무런 말이 없는 것에 시녀들은 살짝 불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도 뭐...기사님에게 뭐라 할 수 있을까요? 자기 목숨 걸고 구해준 사람이잖아요.”

“그건 그렇지. 나 같았으면 웃으면서 허락해줬을 것 같아. 에반이 부족한 게 뭐가 있니?”

“쉿, 리제 저기서 운다.”

그렇게 시녀들의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그 얘기에서 잠시 동안 주제가 되었던 공작은 침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의 딸이 누군가와 사귄다면 에반 프리드이길 바랐다.

실제로도 그렇게 됐으니 어쩌면 다행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막상 제 딸이 누군가와 사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착잡해질 따름이지 않던가.

“흠, 그래...사귀게 되었다고.”

“예.그렇게 됐습니다. 각하.”

에반은 마치 가시 방석에 앉아있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앉아있는 소파는 부드러웠으나 딱딱하게만 느껴졌고,

자신을 바라보는 공작의 표정은 웃고 있으나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아침부터 이렇게 부를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꽤 당황하고 있는 에반이었다.

무슨 말을 하기 위해 부른 것인지 짐작하지도 못했으니,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공작의 시선에 목울대만 하염없이 더듬을 뿐이었다.

“누가 먼저 고백했나?”

공작의 질문에 어깨를 들썩인 에반은, 이윽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먼저 했습니다.”

“아이린은 그 고백을 듣고 괜찮다고 했겠고, 그럼 손가락에 있던 반지는 자네가 준비 한 건가?”

“예, 제가 사서 준비해두었습니다.”

그 말에 고개를 주억거린 공작은, 에반을 보며 여러 생각들을 떠올렸다.

막상 이렇게 되니 영 탐탁치가 않은 것이, 자꾸 입에서 한숨이 내뱉어졌다.

나이가 든 것이 조금이나마 실감이 나는 것도 같았고,

그런 제 딸에게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는 처지 또한 아닌 터라 답답할 따름이었다.

“...만약 아이린이 울고 있으면 자네 탓으로 간주하겠네.”

“예.”

“눈이 조금이라도 붉어져 있으면 그대로 기사단을 이끌고 갈 거야.”

“...예.”

“로페나와 크리스 경에게 자네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종종 물어도 볼 거고.”

“.......”

에반은 지그시 공작을 바라보았다.

이럴 거면 아이린이 어렸을 때부터 잘 대해주지, 왜 이제 와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한단 말인가.

마음 같아서는 한 소리 하고 싶었지만, 바지를 꾹 쥔 채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에반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옆에 아이린이 있었으면 이런 상황을 보고 무어라 했을까?

분명, 이런 공작의 행동에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으리라.

하지만 자신은 공작에게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으니, 완전히 갑과 을의 관계였다.

허나 어쩌겠는가.

곧 장인어른이라 불러야 할지도 모르는데.

이상하게도 이 상황이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아서, 에반은 속으로 조용히 미소 지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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