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
각인
“아니! 지금 뭐 하는 건데! 저 사람은 또 누구고! 아씨 놔 봐!”
널따란 품에 갇히려던 걸 발버둥 쳐 겨우 벗어난 레시가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이해해 보려 노력했다. 아침이면 더욱 굳어 굴러가지 않는 짱돌 같은 머리를 겨우 굴리니 두통이 생길 지경이다.
일단 정리를 해보자면 자고 일어났더니 웬 모르는 사람이 침대 맡에서 무언가를 분주히 준비하고 있고, 이 시간 즈음이면 출근해야 하는 피에타는 출근은커녕 흰 티에 잠옷 바지를 입고 있는 아주 편안한 차림새라는 것. 이 두 가지도 무척이나 이상한데 더 이상한 건 오늘따라 행복해 보이는 피에타다. 그는 머리를 쓸어넘기면서 침대 위에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레시를 바라본 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순간 어딘가 오싹해진 레시는 등골을 타고 올라온 소름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수화한 상태였다면 죽은 주황색 털 몇 가닥이 파다닥 빠졌을 것이다. ‘어떻게… 도망을 가 봐… 아님 다 패…?’ 진지하게 고민하며 피에타든 낯선 사람이든 끽하면 칠 요량으로 주먹을 꽉 쥐어 눈동자를 샥샥 굴린다.
“흐음… 눈알 돌아가는 꼴을 보니… 우리 아들 또 포악한 맹수 흉내를 내는 거야…? 또 아빠 아침부터 아프게 하려고… 네가 자꾸 하악질하면 아빠는 고추가 아파…”
그의 능청스러운 말에 빠직, 레시의 인상이 한껏 구겨졌다.
하! 나 참, 맹수 흉내를 낸다? 정말 웃기지도 않는 발언이었다. 레시, 자신은 그 누가 뭐라 해도 지금껏 무서울 것 하나 없이 살아온 아주 무서운 맹수가 맞으니 말이다. 정작 뒷부분의 고추가 아프다는 파렴치함 보다 자신이 맹수가 아니라는 것에 대해 초점이 맞춰진 괴상한 의식이었다. 피에타의 도발 아닌 도발에 제대로 꼴 받은 레시의 주먹이 부들댄다. 언젠가 저 자유분방 더러운 주둥이를 자르거나, 시도 때도 없이 채신도 모르고 꺼떡이는 자지를 자르거나 둘 중 하나는 해야 속이 시원할 것 같다.
피에타가 널따란 침대에 휑뎅그렁 앉아있는 레시의 곁으로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씩씩거리던 레시는 묵직한 기척이 다가오자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젖혀 피하는, 다소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 해당 당사자인 레시의 의견을 나름 피력하자면 자신은 쫀 게 아니라 그저 반사적인 몸짓이라고 한다. 믿을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꾸으…”
어쨌든 레시는 사나이의 뜨거운 자존심을 건드린 피에타에게 송곳니를 드러내어 용맹함을 표출했다. 물론 진짜 맹수의 앞에선 콩알만 하고 앙증맞은 송곳니일 뿐이라는 게 눈물 나는 현실이다. 게다가 목도 제대로 목 긁어 ‘꾸으-’따위의 귀여운 위협이나 해대니…. 사족을 붙이자면 지금의 서술은 지극히 피에타의 관점이라는 것.
“그으으…”
아침부터 기분이 더러워진 레시가 참지 않고 으르렁거렸다. 머리는 까치집, 입 옆엔 침자국, 얼굴은 퉁퉁 부어서는 모난 괭이처럼 까칠하게 구는 꼴이 깜찍해 피에타가 기다란 팔을 뻗어 도망치려는 레시의 팔목을 잡아 휙 잡아당겼다. 뒤로 젖혀져 있던 상체가 앞으로 고꾸라지고 어느새 커다란 몸이 번쩍 들려 더 커다란 몸으로 안착된다. 가끔 이렇게 휙,휙 눈 깜짝할 새에 몸이 인형처럼 다뤄질 때면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어 더더욱 성깔이 날카로워지는 불상사가 생긴다.
“짜증 나게…!”
마주하게 된 얼굴에 침이라도 퉤 뱉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웃는 낯은 짜증 날 정도로 완벽하게 생겨서 더 열이 뻗친다. 하여튼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다, 빌어먹게도.
“아 씨발! 왜 사람을 마음대로 안고 지랄이야!”
레시가 왁왁 대자 피에타가 달래주듯 등을 토닥이며 ‘응응, 그래 아빠 품에서 진정하자… 우리 아들 어쩜 이렇게 조그마하고 땅콩 같을까…’ 따위의 전혀 진정되지 않는 문장을 읊어댔다. 당연히 반발은 거셌다.
“나는 땅콩이 아니라! 바위라고! 그리고 저 사람, 이 상황 뭐야! 대답을 해! 당신은 왜 출근 안 했어! 돈 안 벌어?!”
버릇없을법한 말투인데 피에타는 그저 하하, 가벼운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아빠 재정 걱정해 주는 거니?”
“…사람은 성실해야 하거든?”
“귀여워라…”
쪼옥, 순식간에 볼을 빨아먹혔다. 별로 있지도 않은 볼살을 왜 이리 못 물고 빨아 안달인지. 주욱 늘어난 볼따구를 느끼며 레시가 이를 으득, 갈았다.
“주둥이 안 치우지? 댕강 잘리고 싶나 봐?”
무시무시한 발언을 주워들은 피에타가 볼 위에 딱풀처럼 붙였던 입술을 떼어내었다. 말캉한 살이 주욱 늘어졌다가 뽁, 하고 튀어나와 제자리를 찾는다. 홍조처럼 불그스름해진 자국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던 그의 입술 틈이 느른하게 벌어졌다.
“으음… 그건 좀 곤란한데… 입술 잘리면 우리 아들이랑 부자간의 애정 어린 키스도 사랑스러운 뽀뽀도 못 하잖아…”
“모르는 사람 앞에서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야! 진짜 뒤지는 수가 있어!!!”
비몽사몽 한 기운이 아직 가시기도 전이었다. 잠에서 깬 직후엔 원체 뾰족하게 예민한 상태인 지라 절로 날카로운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침대 맡의 낯선 사람은 레시의 커다란 목청에도 아랑곳 않고 하얀 수술용 장갑을 조용히 착용했다. 어딘가 흐릿한 시선은 허공을 향해 있다. 저 사람이 누군지, 준비하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왜 수술용 장갑을 끼는지 머리가 돌아가지는 않지만 어쨌든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는 것만은 알 것 같다.
“놔라, 진짜.”
그리고 지금 레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저를 끌어안고 머리카락에 코를 처박는 피에타의 품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는 것뿐.
“으응, 냄새 조금만 더 맡고…”
같은 샴푸를 쓰고, 같은 바디워시를 써도 각자의 체향, 페로몬에 따라 향이 달라진다. 레시 특유의 시원한 향을 좋아하는 피에타는 눈을 살포시 감은 채 주황색 머리카락에 코를 박았다. 기분이 나른해지면서 시원한 바닷가를 걷는 것 같은 독특한 향기. 그 속에 미묘히 섞여있는 자신의 향기가 신경세포를 자극했다.
두근,두근 안정적인 심장박동이 왼쪽 가슴팍 아래에서 울렸다. 마음이 편안해지니 자연스럽게 그르릉 소리가 나오려 할 때였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레시가 다시금 성깔을 부렸다.
“어쭈?! 아침부터 골골송도 부르겠다?! 이거 안 놔?!”
아침부터 꼬리를 바짝 세우고 고양이처럼 구는 레서 판다가 귀여워 피에타가 눈을 접어 가며 부드럽게 웃는다. 방심할 수가 없네, 정말. 읊조리면서 뼈마디가 굵은 커다란 손으로 도톰하게 부어오른 입가의 침자국을 다정하게 닦아준다. 익! 손을 탁 쳐내며 설명을 하라고! 설명을! 빽빽거리자 피에타는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너무 놀라지 마렴. 옆에 계신 분은 매우 중요한 작업을 해주러 오신 분이야.”
“으엉?”
작업? 뭔 개소리? 레시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묻는다.
“무슨 작업!”
“우선 마취크림부터 바르자. 안 그러면 아파서 힘들고 긴 여정이 될 거야.”
그리 말한 피에타가 내쳐진 손을 꿋꿋이 다시 가져다 대어 까치집을 지은 주황색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 여전히 얼탄 표정으로, 멍한 정신으로 고개를 끼기긱- 고장 난 로봇처럼 돌린 레시는 뒤늦게 직격타로 봐버렸다.
낯선 남자의 손에 들려있는 살벌한 바늘을.
순간 온몸의 솜털이 바짝 서는 기운을 느낀 레시가 기겁하며 피에타의 가슴팍에 퍽! 소리 나게 묻어버렸다.
“으악!”
모든 생명체가 으레 그렇듯 사나이도 가끔 허술한 법이다. 딱딱한 가슴 근육에 부딪친 코가 징 하니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나올 것 같은데, 그것보다 더 무서운 건 제 등 뒤에서 빛나고 있을 끔찍한 바늘이다.
“바,바,바,바늘!”
무릇 레시는 피에타를 만난 후로 자신의 하찮음을 스스로 느낄 때가 있다. 방금까지만 해도 무서울 것 없이 살아왔다고는 했지만… 사나이도 사람인지라 아주 쪼금! 무서운 게 있긴 하다. 가령 뾰족한 주삿바늘을 포함하여 뭉글뭉글 요상하게 생긴 해삼이라던가… 높은 곳이라던가… 하는, 조금 이상하고 접점이 없는 것들 말이다. 레시가 널따랗고 따듯한 가슴팍을 호흡기로 삼아 몇 번을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하다가 예고 없이 목청을 높였다.
“뭐야 저거! 뭐냐고!”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가 피에타의 가슴팍에서 잘게 부서졌다. 하찮을 정도로 파르르 떠는 몸이 느껴진다. 싫다고 몸부림칠 때는 언제고 먼저 품에 안겨 코를 박는 게 퍽 사랑스럽다. 당황해서 엉킨 호흡이 얇은 티셔츠 사이로 사르르 스며들었다. 주황색 머리통을 내려다보던 피에타가 낯선 이를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저런… 사람 얼굴 보고 놀라는 건 예의가 아니지. 미안합니다 우리 애가 아직 예절 교육이 덜 되었네요. 제가 반듯하게 훈육하겠습니다.”
이상한 포인트를 잡아 천연덕스레 미안한 인사를 건네는 피에타의 낮은 저음에 레시가 고개를 팍 쳐들었다. 탄탄하다 못해 딱딱한 그의 양 팔뚝을 하도 세게 부여잡아 티셔츠가 마구잡이로 구겨졌다. 팔뚝의 천을 쥔 손이 파들거린다. 잔뜩 일그러진 미간과 곧 눈물을 터트릴듯한 눈망울, 잉잉거리는 목소리, 직전에도 말했지만 이 모든 건 지극히 피에타의 주관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다. 그는 작은 소동물의 사랑스러운 애교에 쩝,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아니! 씨발! 사람 얼굴 보고 놀란 게 아니라… 저 바늘은 뭐냐고!! 뭐야!! 저게 왜 방에 있는데!”
“으음… 놀란 건 알겠는데… 왜 자꾸 아빠 고추에 엉덩이 비비는 거니…”
낯선 사람의 앞에서 감히 꺼내기도 힘든 단어와 문장이 잘 버무려져 마치 달콤한 꿀처럼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파들파들 떠느라 비벼지고, 놀라서 들썩들썩하느라 뭉근하게 짓눌리는 아랫도리에 얌전했던 성기가 스멀스멀 고개를 치켜든다. 앙큼하게 유혹하는 몸짓이 싫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남 앞에서 벗겨먹을 수는 없다.
“내가 비비는 게 아니고! 아 쨌든!”
사색이 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피에타의 입에서 나오는 개소리보다 눈앞에서 번쩍이고 있는 바늘이 더 무섭다. 은회색 빛 눈동자가 옅은 열기를 품고 창백해진 레시의 얼굴을 지그시 응시한다.
“우리 아들 오늘따라 엄청 왱알거리는구나, 많이 무섭니?”
게다가 아직 시작도 안 한 끝내야 할 일이 있으니 조금 참아보기로 한다. 은근슬쩍 허리를 잡아 아래로 내리며 엉덩이에 제 것을 비비는 걸로 갈증 나는 음심을 채운다. 흉흉한 아랫도리 사정은 숨기고 자상한 목소리와 다정한 손길을 연기하며 왕창 겁먹은 레서 판다를 달래어준다.
“으응, 괜찮아 괜찮아. 무서울 거 없어. 아빠가 옆에 있어주잖니. 아빠를 고통 인형처럼 쓰렴. 문신할 때 다들 그러더라고, 웬 거지 같은 인형 끌어안고 고통을 감내하던데 말이야. 내가 그게 되어줄게, 인형.”
???????????
아니 이게 진짜 무슨 씹소리지? 레시가 눈을 치켜뜨고 잘나기만 한 재수 없는 면상을 정신없이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단어의 등장 덕에 깡통 머리통이 딱딱하게 굳어버려 돌아가지 않았다. 말을 더듬기까지 한다.
“무,무,무슨 말,이야?”
“우리 아들 이제 시간 그만 끌고 얌전히 있자. 평생 남는 건데 움직이면 예쁜 문신 망치잖아.”
“그러니까아-! 알아듣게 좀 설명하라고! 문신을 해? 누가? 내가? 내가 왜?! 무슨 문신을?!”
“내 거라는 표식을 안 해놓으니 별 같잖은 것들이 꼬여서 말이야. 도장을 찍어놔야 안심이 될 것 같아서 내 이름을 좀 새길까 해.”
이 게 무 슨 개 소 리 지? 설명을 들어도 도저히 무슨 상황인지 인지가 안 된다. 너무 놀라워서 그런 것인가, 아님 정상인의 머리로는 납득되지 않는 문장이라서 그런 것인가. 하아… 그러니까 이 미친개썅변태또라이의 말은 자신의 몸에 지 이름을 새겨 넣겠다는 거 아닌가? 것도 평생 지워지지 않는 문신으로 말이다.
혼란스러운 레시를 아는지 모르는지 커다란 손이 허리 밑으로 천천히 기어 내려가 포동한 엉덩이 한쪽을 꽈악 쥐었다.
“우리 아들이 자는 동안 고민해 봤는데 위치는 아무래도 가슴이나 엉덩이, 허벅지 안쪽이 좋을 것 같아.”
“세 개나 새기겠다고…? 진짜 미친 거야? 내 몸인데 왜 당신이 정해!”
많이 당황스러운가 보다 우리 아들…, 세 군데 중 하나만 새기려 했는데… 오히려 부채질을 하는군… 나야 오히려 좋으니까 뭐….
굳이 틀린 부분을 정정해 주지 않은 피에타가 육덕진 엉덩이를 주물거렸다. 손에 착 감기는 살덩이가 마음에 들어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내 몸이 네 몸이고, 네 몸이 내 몸이니까.”
“허…!”
세상에 태어나서 소유권 주장을 이따구로 하는 놈은 처음 본다. 무언가를 계약할 때는 새하얀 종이 문서에 적힌 까만 글씨에다 지장을 찍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종이 문서가 아닌 사람의 살갗에, 지장도 아닌 평생 지워지지 않을 날인을 한다니… 보통의 범주에서 적당히 벗어나야 받아주지, 이건 적당히가 아니라 안드로메다급으로 제대로 벗어난 것이다!
황당함에 빠르게 입만 벙긋거리던 레시가 겨우 목소리를 쥐어 짜냈다. 퍽, 팔뚝 셔츠를 쥐고 있던 손이 옆으로 벌어졌다 돌아오며 세게 박치기한다.
“소유권 주장 그따구로 할래?”
“몹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누가 널 탐낼 때마다 내 거라고 떠드는 것도 열받을 것 같고… 그냥 아예 새겨두면 편하잖아, 안 그래? 응…? 그러면 되지 않을까?”
“웃기고 자빠졌네! 되겠냐!”
바늘 무섭단 말이야! 뾰족한 거 싫어서 주사도 안 맞는데…! 차마 뒷말은 시원하게 지르지 못했다. 피에타의 앞에서 몇 번이고 무너진 알량한 자존심을 조금이라도 지켜야 하니까.
“아가.”
묵직하게 내려앉는 목소리에 순간적으로 몸이 움칠, 떨리며 경직되었다. 말투는 몹시 부드러우나 그 밑에 숨겨진 강압을 못 느낄 리 없었다. 불현듯 어제의 기억이 떠올랐다. 집채만 한 커다란 덩치의 흑호, 살벌한 기백은 사람을 쉽게 졸도 시킬 수 있을 만큼 위압적이었다.
때문에 패악질을 부리다가도 몸을 주춤하게 되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기가 죽는 것도 수순이었다. 선대부터 뼛속까지 깊이 새겨져 있는 육식 수인에 대한 두려움은 현대 의학으로도, 사람을 죽인다는 어느 타국의 무술을 배워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또한 원래도 잠재되어 있는 이 두려움은 피에타의 실체를 보고 나서 몸집을 더욱 크게 부풀렸다. 칠흑같이 어두운 털은 마치 모든 걸 집어삼키는 그림자 같았고, 은회색 빛의 눈동자는 사람을 내리깔듯 섬찟하게 안광을 번뜩였다.
그러니까 자신이 쫄아버린건 사나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이란 말이다! 초식 수인 중에서도 전투력이나 몸집이 큰 코끼리도 분명히 저처럼 쫄게 분명하다.
아무래도 피에타의 수화를 본 여파가 몹시 크긴 했다.
땡구, 아니 디온…의 충격에서 벗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다른 충격이 뒤통수를 후렸다. 피에타가 눈썹을 추욱 늘어트리고 안타까운 듯 희미하게 웃음을 짓는다.
“우리 아들 속살 누가 함부로 보는 게 싫어서 친히 모셔왔는데, 이러지 말자.”
“이건 또 뭔 말이야?”
레시가 멍청히 되물음 했다.
“맹인 타투이스트 분이야. 누가 우리 아들의 은밀한 곳을 보는 게 싫어서….”
“???”
“하아, 이런 아빠가 어디 있다니. 배려심이 넘치고 아주 따듯하지? 정이 느껴져? 응?”
되물으며 또다시 허리를 양옆으로 움직여 아랫도리를 비비적 거린다. 정신이 없어 아직까지 피에타가 자신에게 유사 성행위를 한다는 걸 인지 못한 레시가 저도 모르게
“애초에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문신을 어떻게 새겨!”
소리를 빽 질러버렸다. 그리고 레시는 순간 제가 실언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사자 앞에서 대놓고 그의 직업과 장애를 폄하하는 아주 그릇된 행동이었다. 제가 뱉어놓고 ‘헙-’ 입을 안으로 말아 문 레시가 미안한 마음에 슬쩍 고개를 돌려 눈치를 살폈다. 잔뜩 화가 났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타투이스트는 홍채가 흐릿한 눈으로 가볍게 미소 지어 주었다. 마치 괜찮다고 어르는 듯한 표정이어서 레시는 안으로 말아 문 입술을 자근자근 이로 깨물었다.
작은 변화 하나까지 집요하게 눈에 담던 피에타가 엄지로 턱 부근을 눌러 아래로 내려주었다. 자근자근 씹히던 입술이 붉어진 채로 튀어나오니 이번엔 그 입술을 살살 어루만지며 조용히 실언한 것에 대해 타이른다.
“편협하게 굴지 마. 안 보이고 안 들려도 그림 그리고, 음악도 한단다.”
그의 말을 끝으로 레시가 재빨리 사과를 건넸다.
“죄송합니다…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괜찮아요, 다들 각자의 편견이 있기 마련이죠. 저라도 아마 같은 반응이었을 겁니다.”
좋게 받아주니 괜스레 더 미안해진다. 꼼질꼼질, 제가 잘못했다는 사실을 안은 채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자 자연스럽게 이마가 피에타의 어깨에 안착되었다. 피에타가 위로 차원으로 엄지로 머리카락이 나기 시작하는 뒷목 부근을 살살 쓸어준다.
“나 문신 안 할 거야… 동의한 적 없어…”
“아들이 싫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여기서는 한 발짝도 물러나 주지 않을 거니까 말이야.”
황당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 레시는 충격받아 작동하지 않는 짱돌을 조금씩 굴리기 시작했다. 대체 어떤 방법이 좋을까, 충격 요법이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아, 이거다!
곧 레시가 묘안을 하나 떠올려 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바로 이거다.
“그럼 당신부터 해봐- 피부에 뭔가를 새기는 게 쉬운 줄 알아?! 문,신 문신은 지우기도 어려운 거잖아! 니가 하면 나도 한다!”
그렇게 신의 한 수를 던져 보았다. 여기서 자신의 말을 듣고 그냥 넘어간다면 좋으련만… 여기까지 와주신 타투이스트 분께는 헛걸음하셨으니 밥이라도 대접해 드리고 보내면 된다. 그럼 모든 게 완벽하다. 누구 하나 짜증 나지 않고 행복한 해피엔딩! 레시가 침을 꼴깍 삼켰다. 던지긴 던졌는데 워낙에 미친놈이라 어떤 식의 반응을 할지 모르겠다.
‘제발 좀 넘어가라… 망할 변태싸이코야… 너도 갑자기 문신하라고 하니까 당황한 거 맞지? 맞잖아 망할 놈아…!’
간절한 마음을 담아 평소엔 찾지도 않던 신을 찾았다.
자신의 방법이 먹혀 들어간 것일까? 생각지 못한 역공을 받은 피에타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갔다. 또다시 구겨진 종이처럼 쫄아버린 레시가 부러 목소리를 더욱 키웠다.
“뭐,뭐!! 내가 틀린 말 했어?! 그렇게 좋은 거면 아저씨가 먼저 해보라고! 잘 됐네!”
“글쎄… 우선 지울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네가 하나를 지우면 세 개를 더 새기고 두 개를 지우면 온몸을 내 거라고 칠해버릴 거거든. 그게 싫으면 말이야, 잘 알아들었으리라 생각해.”
음산한 목소리는 해저 동굴처럼 깊고 짙었다.
찐이다. 저건 찐이다. 그냥 위협용으로 하는 협박성 멘트가 아니다. 역시 제대로 돌아버린 놈이었다.
소유권 주장을 문신으로 하는 미친놈이 어디 있냐고요. 씨발… 신박한 미친 새끼…
억울함이 담긴 눈빛으로 매섭게 노려보았지만 인자한 척하는 미소만 돌아올 뿐, 철회는 없다. 커다란 덩치가 자신을 한껏 끌어안으면 레시는 어쩔 수 없는 본능적인 두려움으로 몸부림치게 된다. 뾰족해진 눈매로 이를 악물고 매섭게 노려봐도 피에타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자신이 망발을 한 것을 도로 입에 주워 담고 싶은 암담한 심정이었다.
“내가 정말 문신을 새겼으면 좋겠니?”
“그래! 이 망할 놈아! 나만 하는 건 억울하잖아!”
“으흠… 그렇단 말이지…”
말꼬리를 미묘하게 늘이던 피에타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나른하게 눈동자를 위로 올렸다. 뚜렷한 삼백안이 날카로운 눈매 안에서 도드라졌다. 음산했던 목소리는 사라진 채 어딘가 묘하게 상기된 저음이 혼잣말처럼 흘러나온다.
“공평한 걸 원하는구나. 사이좋게 아들 하나… 나 하나…”
그래 우리 아들이 원한다면, 속삭인 피에타가 싱긋 웃었다.
“이런… 왜 이 좋은 생각을 못 했을까…”
“무슨…”
하하, 나직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입꼬리가 유려하게 올라간 얼굴은 은근한 홍조를 띠고 있어 진심으로 기뻐하는 걸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기쁨으로 도착된 눈빛과 즐거운듯한 목소리, 도대체 어디서 또 회까닥 돌아 저딴 표정을 짓는 것일까. 왜인지 모르겠다만 레시는 벙긋, 열리는 입술이 불안하다.
“우리 아들이 나에게 낙인을 찍고 싶다니 너무 기쁘네… 그럼 사람들이 모두 알아볼 수 있게 잘 보이는 곳에 새겨야 의미가 있겠지?”
그리고 그 불안은 빌어먹게도 비껴가는 법이 없다. 꾀를 부렸는데, 제 꾀에 제가 넘어간 황당한 꼬락서니가 닥쳐왔다. 불안감으로 인해 굳어버린 근육과 쿵쾅쿵쾅 달음질치는 심장. 틀렸다, 자신은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 그게 좋겠어…”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피에타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짧게 결론을 지었다. 그가 묵묵히 기계 세팅을 마친 타투이스트에게 나긋한 목소리로 의견을 전했다. 아주 부드럽고 온화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를 만큼.
“오른쪽 눈 밑이 좋겠군. 철자는 resi. 우리 아들 이름이니까 잘 보이게 새겨줘요.”
그의 목소리에 타투이스트가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작업을 위해 제 앞에 놓인 의자를 손바닥으로 더듬거리다 툭툭 가볍게 친다. 앉으라는 의미였다. 손에 들린 뾰족한 바늘이 빛에 의해 섬광을 띠었다.
피에타가 능청스레 의자를 곁눈질하며 레시에게 속삭인다.
“대문자로 새길까 소문자로 새길까? 우리 귀염둥이가 하라고 보챘으니 아빠는 말이야, 처음부터 끝까지 네 의견으로 하고 싶어…”
이게 지금 말이야 방구야. 하랬더니 진짜 한다고? 그것도 사람들이 얼굴을 마주하면 볼 수 있는 눈 밑에? 돌아버리겠네, 그리고 내가 언제 하라고 보챘어! 내가 귀염둥이?! 뭔 개소리를…!! 허-! 하는 헛웃음이 허파를 쥐어짜냈다. 미친놈, 미친놈 불러댔지만 진짜 오늘은 제대로 미친놈이다. 항상 동물의 왕국이나 막장 드라마를 보면 나오는 인물이나 동물들 중 특출나게 눈에 띄는 놈들이 있다. 바로 ‘뭐 저런 미친놈이 다 있어?’가 절로 나오는 비상식적인 가치관을 가진 생물들 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그 ‘뭐 저런 미친놈이 다 있어?’ 의 ‘미친놈’을 티브이가 아닌 라이브로 보고 있다니, 그것도 모자라 제가 그 ‘미친놈’과 동거 생활 중이라니. 그러니까 지금껏 봐왔던 미친 면모 중 오늘이 가히, 단연 최고라고 레시는 뼛속 깊이 느낌 당하는 중이었다.
“이,이,이런 미,미,미,미친놈이…!”
“역시 잘 보이게 대문자가 좋으려나.”
“당신, 진심이야…?”
“왜? 장난인 것 같니? 네가 그러지 않았어, 아빠부터 새겨 보라고… 깜찍하게 앙탈 부렸잖아.”
“씨발… 단어 선택 진짜 죽일까…”
“으응, 죽이지 마… 아빤 아픈 거 싫어…”
불쌍한 표정을 지어도 하나도 안 불쌍해 보인다. 커다란 맹수가 눈물을 흘린다고 누가 불쌍하다고 여기겠는가.
“아니 썅… 평생 몸에 새겨지는 건데 당연히 진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해야 하는 거 아냐?”
“그러니 하트도 붙일까? 어떻게 생각해?”
???? 잘못 들었습니다? 하,하트 뭐? 하트?
기가 막혀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이름을, 그것도 눈 밑에 새기겠다는 것도 놀라 까무러칠 지경인데 하트까지 붙이겠다고? 이 또라이새끼 이거 굿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귀신에 씌인 걸지도 몰라. 이거, 이러다 유명한 퇴마사를 불러서 퇴마 의식을 진행해야 할 지도…
“이봐 아저씨… 제발 미친 짓 좀 그만해…”
“그래, 하트도 붙이는 게 좋겠다.”
역시 자신의 의견 따위는 좆도 없었던 거다. 본인이 질문해 놓고 본인이 결정을 내린 피에타를 향해 이제는 넋이 잔뜩 나간 너털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럼 아빠 먼저 할게?”
품 안의 자그마한 레서 판다에게 애정 어린 눈빛을 듬뿍 쏟아내주고, 이마에 뽀뽀까지 남겨준다. 또다시 덜렁 들린 몸은 다시 얌전히 침대 위로 안착했다. 피에타는 묵직했던 온기가 사라지자 조금 아쉬운 표정으로 작업을 받기 위해 의자에 앉는다. 기척을 느낀 타투이스트가 얌전히 그의 지시를 기다렸다.
“이름 옆에 하트도 하나, 마취 없이 진행해. 글자는 대문자가 좋겠군.”
“눈 밑은 피부가 여린 곳이라 많이 아프실 겁니다. 마취, 안 하셔도 되겠습니까?”
“괜찮아. 내가 우리 아들 거라는 낙인을 찍는데 그 정도야 그냥 즐기는 것으로 칠 수 있지. 난 오히려 흥분되는데… 아들 아빠 새기는 거 계속 지켜봐야 해.”
찡긋, 수요 없는 윙크가 공급되었다. 윙크를 정면으로 맞아버린 레시가 입을 벌리고 인상을 한껏 구겼다. 진짜 단단히 돌아버린 게 틀림없다. 너도 당해봐라, 식으로 뱉은 말을 덥석 물어 외려 좋아한다고?
위잉-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적막한 방 안을 채웠다. 피에타의 눈 밑을 손으로 몇 번 더듬던 타투이스트는 별다른 밑그림 없이 곧바로 작업을 진행했다. 피에타는 눈을 밑으로 내려 깐 채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손과 바늘을 느른하게 지켜보았다. 눈 밑을 쑤셔대는 바늘의 느낌이 선연하니, 스르륵 눈동자만 올려 침대에 앉아있는 레시를 바라보면 여전히 경악에 찬 얼굴이라 피식- 바람 샌 웃음이 나온다. 분명 문신을 하는 건 자신인데, 제가 아픈 표정으로 안절부절못하는 꼴을 보자 아래쪽에 피가 몰려 저릿해졌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지는 걸 바라보는 레시를 보고 있으니 질척하고 끈적한 소유욕이 들끓었다. 바늘이 피부를 쑤실 때마다 레시가 제 몸에 새겨지는 것 같아 묵직한 숨이 폐부를 타고 올라온다. 뱀처럼 기어가는 오싹한 전율에 이를 악물었다. 단단한 턱 근육이 불거져 그의 인상을 한층 사납게 만들었다.
“으…… 아, 아우…”
내가 다 아프다 씨… 검은색 잉크가 눈 밑에 쿠쿠쿠쿠 박혀들었다. 바늘이 지나간 자리가 도톰하게 부어오른다. 중간중간 밖으로 번진 잉크를 닦으면 피가 조금 섞여 천에 물들기도 했다. 보기만 해도 고통이 느껴져 레시는 제가 아픈 소리를 내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나 피에타는 일말의 변화와 미동도 없이 문신 작업을 받고 있다. 이제 막 제 이름의 첫 번째 철자인 ‘R’자가 완성된 걸 보던 레시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안 아파?”
무지 아파 보여… 어우, 저걸 어떻게 눈 밑에… 피에타의 문신에 과몰입한 레시가 저도 모르게 눈 밑을 손톱으로 꼬집어 보았다.
“아!”
아프다. 손톱으로 꼬집는 것도 뒤지게 아프다. 검지로 눈 밑을 슥슥 부비며 레시는 저를 향해 미소 짓는 피에타를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근데 저기에 바늘을 수천 번, 수만 번 찔러넣…
“원래 미친놈은 고통을 못 느끼나…”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자 피에타가 부드럽게 손을 뻗었다. 여지껏 표정 변화 하나 없던 그가 일부러 눈썹을 추욱 늘어트리며 ‘아야- 아프다…’ 씨알도 안 먹힐 투정을 부린다.
“아빠 아픈 것 같아. 손잡아 줄래?”
“지랄…”
그리 말하면서도 레시는 커다란 손을 잡아주었다. 딱히 다른 이유는 없다. 아프다는데 안 잡아주면 서러우니까, 딱 그것뿐이다.
“우와…”
단전에서부터 우러나오던 경악은 그리 길지 않았다. 오히려 문신이 진행될수록 눈먼 타투이스트에 대한 호기심과 경탄이 피어났다. 밑 작업도 하지 않고 술술- 잘도 손을 움직인다. 레시는 순간 그의 눈이 사실은 보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교한 손놀림을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평소 그림이라면 어릴 때 즐겨보았던 졸라맨 만화책 수준의 그림인 데다가, 글씨 또한 악필이라 정교한 작업을 하는 맹인이 경외심마저 들었다.
조물조물, 조물조물 어느새 레시의 손을 두 손으로 잡은 피에타가 조물락 거리기 시작했다. 피에타의 손에 비하면 월등히 작은 손가락은 곧고 길어서 참 예쁘다. 마사지해 주듯 손바닥 면을 엄지로 꾸욱 꾸욱 누르자 시원한 건지 뾰족하던 눈매가 휘늘어진다.
생각보다 작업 시간이 길다. 평생 문신을 해 본 적도, 누군가 하는 걸 지켜본 적도 없는 레시의 눈이 슬슬 감길 때 즈음이었다. 처음엔 경악이었고, 그다음엔 경외심이었다면, 그다음은 아직 가시지 않은 졸음이었다.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아침잠에 점심이 다 되어가서야 눈을 뜨는 터라 아직 잠에 들어있을 시간이다.
한평생 일만 하고 살았는데, 일을 하지 않아서, 또 하지 않아도 돼서 그간의 피로가 몰려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거워진 눈꺼풀이 느릿하게 내려앉고 뻣뻣하던 고개가 아래로 내려갈 때 즈음, 피에타의 작업이 끝이 났다.
“고생하셨습니다. 연고 발라주시되 얇게 하루에 두세 번 정도가 좋습니다. 아시겠지만 탈각 현상이 일어나면 간지러우실 텐데 당연히 긁으시면 안 되고요, 뜯어서도 안 됩니다. 약 이주에서 한 달 정도는 음주 피해주세요.”
작업을 마친 타투이스트가 문신 후의 주의사항을 줄줄이 읊어주며 다음 작업을 위해 바늘을 교체하기 시작했다.
“어때? 잘 보이게 예쁘게 새겨졌니?”
의자에서 일어선 그가 허리를 반 정도 숙여 레시의 얼굴에 제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삽 시간에 다가온 잘난 얼굴에 잠이 화들짝, 달아났다. 여전히 손은 잡힌 채여서 뒤로 도망가지도 못한다. 슬쩍 손을 빼내려 제 쪽으로 당기자 벗어나지 못하게 깍지 껴 얽어온다.
“어서- 네 작품인데 네가 평가해야지.”
싱긋, 눈이 가늘어지며 입꼬리가 유연하게 올라간다. 자칫 선량해 보이는 미소여서 레시는 저도 모르게 홀라당 넘어가 이유도, 의미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묘하게 사람의 시선을 잡아끄는 은회색 빛 눈동자 밑으로 검은색 글씨가 단정히 적혀있다. 그가 웃으니 미세하게 글씨가 휘었다. 그의 눈 밑에 새겨진 제 이름과, 그 옆의 하트를 천천히 훑자 알 수 없는 울렁임이 심장을 장악했다. 미끄러지듯 올라간 레시의 눈동자와 항시 저를 주시하고 있는 피에타의 눈동자가 마주했다. 스윽- 더욱 자세히 보라는 듯 얼굴이 더욱 가까워졌다.
가깝다. 까딱하면 입술이 닿을 정도로.
두근,두근,두근 울리는 심장박동이 전신에 퍼져 잡힌 손에서까지 느껴질 것 같다. 목덜미 부근이 화끈해져와 사로잡힌 시선을 억지로 돌리려는 찰나,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던 타투이스트가 나직이 목소리를 내었다.
“거울 보시겠습니까?”
“응, 봐야지. 우리 아들이 예쁘게 새겨졌다니까 내 눈으로도 확인해야 하지 않겠어.”
“난 예쁘다고 한 적 없는데…”
소심하게 꿍얼거린 목소리를 주워 담으며 타투이스트가 내민 손거울을 대충 뒤로 손을 뻗어 받은 그가 혀로 볼 안쪽을 쓸었다.
“눈빛은 거짓말 못하는 법이거든.”
톡- 기다란 검지로 뺨을 찍는다. 제 곁을 머무르던 온기와 향이 단번에 사라졌다. 얽혔던 손이 아쉬움을 남기고 멀어진다. 이제 피에타의 손엔 레시의 손 대신 손거울이 들려있었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진 온기에 저도 모르게 손을 쥐었다 편 레시가 퍼뜩 제 뺨을 찰싹 내려쳤다. 찰싹, 차진 소리가 나며 찌잉 아픔이 올라온다. 역시 제 손은 매섭고 아프다.
“왜 자해를 하고 그래, 아빠의 따듯한 관심이 필요한 거야?”
거울을 보다가 살이 마찰하는 소리를 들은 피에타가 레시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어딘가 멍한 시선과 살짝 벌게진 뺨.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이는 표정. ‘지랄…’ 느지막이 나온 대답에 피에타는 그저 미소를 한 번 보인 뒤 다시금 거울을 들었다. 매끈한 살갗 위로 정직하게 쓰인 글자.
“생각보다 더 마음에 드네…”
하하- 예쁘게 새겨졌어, 좋다고 속도 모르고 웃는다. 그는 제 몸에 각인처럼 새겨진 낙인이 꽤나 마음에 드는지 거울에 비친 제 눈 밑을 길게 응시했다. 오른쪽 눈 밑에는 아주 잘 보이게 ‘RESI♡’ 이름이 정자로 새겨져 있다. 한참을 바라보던 그가 허전한 왼쪽 눈 밑을 응시하다 씨익 미소를 지었다.
“왼쪽 눈 밑은 아기 이름으로 새겨야겠다.”
태평하게 흘러나오는 낮은 저음에 뒤늦게 정신 차린 레시가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누가 아기 낳아준대…?”
“아빠는 낳아달라는 말 아직 안 했는데.”
되받아치는 말에 레시의 얼굴이 활화산처럼 시뻘게진다. 당황한 목소리가 뛰다 꺾인 발목처럼 삐끗거렸다.
“그, 그,거야! 평소에 하도 임신 어쩌고 아기 저쩌고 나한테 자꾸 그러잖아!”
“낳아줄 거니? 아빠는 우리 아들을 똑 닮은 딸 낳고 싶긴 해…”
문장 자체가 어긋나 있다. 평소 느껴볼 일이 없는 배덕감에 단전에서부터 치가 떨린다. 게다가 저 이 상황을 듣고 있는 저 타투이스트 분은 무슨 죄란 말이냐. 말 같지도 않은 아빠와 아들 놀이는 놀이터의 꼬맹이들이 하는 소꿉놀이보다 더욱 구렸다.
“이제 우리 아들 차례구나… 무척 설렌다…”
작업을 마친 타투이스트가 새 바늘을 준비하는 동안 피에타가 레시의 옷을 훌러덩 벗겼다.
“으악!”
웃옷이 벗겨져 머리카락이 위로 뒤집어진 레시가 다급하게 양 팔로 상체를 가린다. 그의 위에서 눈을 다 접어가며 웃는 피에타가 이번엔 뒤쪽으로 손을 뻗어 마취 크림을 요구한다. 시각 빼고 모든 게 예민한 타투이스트가 기척을 느끼고는 마취 크림을 더듬더듬 건네었다. 그걸 받아든 피에타가 다정한 종용을 붙였다.
“아가, 흉포한 맹수가 말이야 한 입으로 두말하는 건 아니지?”
“사,사나이는 거짓말 같은 치사한 짓 따위 안 해!”
라고 말한 레시는 자신이 한말을 땅을 치고 후회했다. 상체가 벗겨져 반라가 된 몸을 침대에 뉜 레시는 제 왼쪽 가슴팍을 덮는 마취 크림에 코를 훌쩍였다. 다가올 미래가 두려워 자꾸만 목울대가 꿀렁였다. 호기롭게 소리치기는 했는데 땀이 삐질삐질 이마를 적셨다. 결국 입술을 달싹이던 레시가 눈을 질끈 감은 채 소리쳤다.
“아, 안 할래! 사실 나 바늘, 바늘 무섭단 말이야…! 참고로 칼이나 도끼는 안 무서워! 나 쫄보 아니야! 근데 바늘은 조금 무서워!”
사나이 인생 최대의 쪽팔림이다. 낯선 사람의 앞에서 자신의 최대 약점 중 하나를 발설한 레시가 끝내 울먹이기 시작했다. 뒤의 사족은 최소한의 존심 보호막이었다. 꽤나 깜찍한 발언을 한 레시를 내려다본 피에타가 피식, 웃었다. 커다란 손이 눈가에 찔끔 맺힌 눈물을 훔친다.
“참 다행이네… 지금 네 얼굴을 봤으면 누구라도 나쁜 마음을 먹었을 거야.”
뒤에서 작업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타투이스트를 의식하고 한 말이었다. 이게 싫어 맹인 타투이스트를 데려왔으니, 참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들 몸에 나를 새기는 이유는… 우선적으로 미아 방지 용.”
웃기지도 않는 짓을 10년이나 넘게 하며 레시의 곁을 머물던 디온이 떠올랐다. 순박한 웃음을 달고 멍청한 척 연기를 하면서 언제쯤 이를 드러내어 포식 행위를 할지 모르는 그 개새끼. 감히 누가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무지한 개,새끼.
피에타가 속으로 칼을 가는 동안 레시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살살 발라주는 마취약을 느끼던 레시가 별안간 꽥 소리를 지른다.
“어떤 미친놈이 미아방지를 이런 식으로 해! 그리고 나 아기 아니거든!”
“그런 식의 미아 방지가 아니란다… 우리 아들을 노리는 개새끼가 있어서 말이야. 그 개가 제 것인 줄 착각하고 목덜미 물어가지 않게 조심해야지.”
“무슨 개소리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거든!”
“으음… 그럼 제안을 하나 하지. 우리 아들이 원하는 소원을 하나 들어줄게.”
순간 울적했던 눈이 번쩍 뜨였다. 활기를 잃어가던 눈동자에 반짝반짝 투명한 이채가 서렸다. 원체 단순하기는 했지만 ‘소원’ 두 글자에 정신이 홀딱 팔린 걸 보니 역시 아직 애다. 피에타가 나른하게 쿡쿡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귀여운 머리통에서 어떤 소원권이 나돌아 다니는지 궁금해졌다.
“소원…?”
“그래.”
“정말 다 들어주는 거지…? 맹수가 되어서 한 입으로 두말하기 없는 거지?”
허, 여기서 또 역공을 당하네. 제가 한말을 고스란히 돌려받은 피에타는 즐거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늘 새로운 반응을 보이는 이 작은 생명체에 무한한 호기심이 들었다. 이번엔 또 어떤 말로 자신을 흥미롭게 해줄지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침을 꼴깍 삼킨 레시가 간절한 눈빛으로 피에타를 올려다보았다.
“그럼… 혹시 나가 뒤져줄 수 있어?”
“…”
차분히 미소 짓고 있던 피에타가 말을 잃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레시의 눈이 안 그래도 반짝반짝했던 게 두 배 더 반짝반짝한 눈이 되었다.
“재산만 넘겨주고 사라져 줄 수 있어?”
“…”
“접시 물에 코 박고 죽어줄 수 있어?”
“…”
총 세 번의 공격으로 내상을 입은 피에타가 해탈한 얼굴로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들… 원대한 소원을 꿈꾸고 있었네… 아빠는 소박하게 소꿉놀이하기… 사랑의 대나무 케이크 굽기 이런 걸 생각했는데 말이야.”
“존나 뻐큐다. 그딴 소원을 왜 비냐?”
처음으로 빙글빙글 웃는 낯의 피에타의 표정에 금이 갔다. 끽해봐야 대나무 과자 폭식권이라던가, 놀이터에서 하루 종일 놀기권 같은 걸 생각했더니.
“그런 소원은 들어줄 수 없어. 아빠는 아들을 지켜야 하잖니.”
나긋한 목소리가 다정하게 타이르자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레시가 조용히 웅얼거렸다. 귀 끝이 살짝 발개져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럼 놀이공원 갈래…”
“놀이공원?”
“으응… 뭐 딱히 가고 싶은 건 아닌데! 그냥, 티,티브이 보니까 궁금해져서…”
애 맞구만, 정말…. 피에타가 큭큭 대며 뺨 위로 입술을 찍었다.
“그래 놀이공원에 가자. 하루 종일 놀아줄게.”
“가서 솜사탕도 사줘야 돼…”
“네, 츄러스도 사줄게요. 아드님.”
“아이스크림이랑 풍선도… 그리고 사파리 나라도 가야 해.”
“아들이 하고 싶은 거 다 하자.”
마취크림을 바르고 시간이 다 되자 레시는 ‘놀이공원 종일 소원권’을 위해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사형 날을 받은 죄수처럼 작업용 의자에 착석했다.
“금방 끝날 테니 너무 겁먹지는 말고.”
작업 위치는 왼쪽 가슴, 심장이 있는 곳 바로 위.
“다음 아빠 생일 때는 허벅지 안쪽에 새기자. 아빠는 말이야, 선물은 그걸로 충분할 것 같네.”
침대 맡에 걸터 앉은 피에타가 레시를 끌어안았다. 타투이스트가 편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자신의 가슴팍에 레시의 등판을 대고 뒤에서 끌어안은 자세였다. 기척을 읽은 타투이스트가 의자를 끓어 레시의 앞에 반듯하게 앉았다.
“참, 손은 좀 조심해 줬으면 해요. 워낙 귀여운 젖꼭지라 남의 손에 채신머리 없이 바짝 설 수도 있거든.”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내 젖꼭지를 왜 니가 조종해! 얘는 잘 안 서! 청기 백기인 줄 아나! 꼭지 서! 아니 서지 마! 아니 서지 말고 앉아! 씨부랄! 이런 건 줄 아냐고! 시끄러운 난동에도 미동 없는 타투이스트가 ‘작업 시작하겠습니다.’ 짧게 말을 남기고 손을 움직였다. 날카로운 바늘이 점차 가까워진다. 레시는 파들파들 떨리는 눈동자로 바늘을 끝을 쳐다보다 히익, 숨을 먹어삼켰다. 제 품에 알맞게 들어찬 몸이 어떻게 떨리는지, 어디서 굳는지 모든 걸 느낀 피에타가 허리를 끌어안고 있던 손으로 레시의 손등을 덮어 깍지를 꼈다. 양손이 결박된 것처럼 잡히고 정수리 위에 반듯한 턱이 얹어졌다. 움직이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에 레시가 입술을 꼭 깨물고 눈을 질끈 감았다. 두 사람이 겹쳐 있는 모양새는 마치 피에타가 레시를 몸체를 집어삼킨듯했다.
“시작합니다.”
“긴장 풀어.”
정수리에 입술을 묻은 피에타가 웅얼거렸다.
서늘한 바늘의 감촉이 왼쪽 가슴팍 위를 찌른다.
끄응 끄응 앓는 소리가 들린다 피에타의 품에 안긴 레시는 아낌없이 손톱으로 그의 허벅지 피부를 긁어내렸다. 몸이 속박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손톱질이 전부였다. 작업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낑낑대면서도, 눈물을 찔끔 달아놓고서도, 별다른 말 없이 잘 버티는 게 예뻐 반듯한 정수리에 입술을 살포시 눌렀다가 뗀다.
‘PIETA’
반듯한 글자가 가슴팍 위로 선명하게 수 놓였다. 타투이스트가 작업 가방을 정리한 뒤, 정중히 인사를 하고 침실을 나섰다. 방밖에는 권영재가 있으니 알아서 잘 모셔다 드릴 것이다. 부들부들 떨던 레시가 고개를 푹 숙여 제 가슴팍을 응시했다.
정말 낙인처럼 찍혔다. 피에타의 이름이. 그의 이름이 새겨진 가슴을 보자 묘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윽고 축 처진 몸이 휙 들려 피에타와 마주 안게 되었다. 레시가 사납게 짖었다.
“이거 좀 하지 마!”
“어떤 거?”
“사람 막 휘두르고, 인형처럼 들었다 놨다 하는 거!”
핀잔에도 피에타는 부드럽게 웃으며 ‘음, 그 부분은 생각해 볼게, 우리 아들 아빠 이름 새기느라 고생했어.’ 허리를 두 팔로 감싸 끌어당긴다. 괜스레 억울해졌다. 차라리 달래주지 않는다면 그저 넘길 일인데 이렇게 살살 어르듯 달래주니 청개구리처럼 서러워지는 건 무슨 심보란 말인가. 마취가 풀릴수록 아리고 욱신거리는 부분에 실감이 차차 찾아온다.
씨이… 씩씩거리던 레시가 저를 안으려 드는 피에타의 머리를 주먹으로 퉁쾅퉁쾅 내려쳤다. 안지도 말고, 내려 달라고, 그리고 썩 꺼지라는 무언의 협박이었다. 레서 판다의 솜뭉치 주먹을 맞은 피에타는 외려 실실 웃으며 몸을 더 바짝 붙여왔다. 아프다고 울먹이다 눈물만 뚝,뚝 떨구더니 소시지처럼 부어오른 눈가에 입술을 쪽 내려찍는다. 약을 발라놓은 타투 부위가 닿지 않게 조심하면서.
“하지, 하지 말라고! 흐으…”
“이렇게 눈물이 많아서야 걱정돼서 어디 내보내겠어?”
“나쁜 놈아! 나만 아픈 부위에 하고…!”
“으응, 아빠도 눈 밑이 욱신거려… 근데 우리 아들 이름 때문이라고 생각하니까 흥분되네… 꼭 각인한 것 같다. 그지?”
흐엉, 서러운 눈물이 터졌다. 비로소 레시의 눈물 일대기가 장렬하게 막을 올렸다. 피에타를 만나기 전에는 웬만한 일에 눈물을 흘리지 않던 레시는 일평생 흘릴 눈물을 이 미친놈을 만난 이후로, 박 터지듯 터트리고 있었다.
“흐윽…! 나 이제 밖에서 옷 못 벗어!”
서러운 목소리에 피에타가 느른하게 반문하며 고개를 기울였다.
“이상하다… 밖에서 옷 벗을 일이 뭐가 있지…”
습관처럼 그려진 미소가 지금만큼은 즐거움보다는 살벌했다.
“당신 같은 인간은 잘 모르겠지만! 빈민촌 사람들은 에어컨 없이 살아서 여름엔 다 벗고 다녀!”
우다다 쏟아진 답변에 입꼬리가 비틀렸다. 필시 심기가 뒤틀렸을 때 나오는 표정이었다. 자신이 모르던, 알고 있지 않았던 시절에 위기감 없이 웃통을 훌러덩 벗고 다녔을 레시를 생각하니 사고가 싸늘해졌다. 그것도 호시탐탐, 언제 자신을 잡아먹을지 모르는 개새끼를 달고 다니던 시절이니… 그 개새끼가 어떤 눈빛으로 보는지도 모른 채 헤헤 거리며 웃었겠지. 생각을 끝마치니 따스함을 품고 있던 은회색 빛 눈동자가 서릿발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아아… 그래… 그럼 이 귀여운 젖꼭지에 뭐라도 달아놓는 게 어때? 아무 데서나 못 벗게 말이야…”
히익… 미친 새끼… 경악에 찬 표정으로 입을 떡 벌리고 있자 느릿하게 일어난 그가 품에 있던 레서 판다를 내려놓았다. 우느라 진 빠진 몸이 침대 위로 눌어붙었다. 드디어 제 몸을 놔준 피에타의 뒤통수에 대고 몰래 뻐큐를 날린다.
곧 돌아온 피에타에 의해 레시의 떡 벌어진 입에 들어온 건 달콤하고 향긋한 솜사탕 맛 아이스크림이었다. 우느라 뜨거워졌던 목구멍과 입이 시원해진다. 먹을 걸 물자마자 앙 입이 다물어졌다. 훌쩍, 훌쩍 울음기가 섞인 숨을 뱉으면서도 열심히 아이스크림을 빨아먹는다. 억울한 건 억울한 거고, 아픈 건 아픈 거고, 맛있는 건 맛있는 거다. 레시의 단순한 사고 체계는 복잡하게 뒤섞이는 법이 없었다.
티 테이블의 의자를 침대 맡에 거꾸로 두고 앉은 피에타가 의자 헤드에 두 팔을 걸치고 얼굴을 기대었다. 본격적으로 아이스크림 먹는 레서 판다를 구경하겠다는 의지였다. 벌어진 다리는 몹시 길어 한참을 구부려야 했다. 자신의 체구에 비해 작은 의자가 불편하지도 않은지 피에타는 레시를 향해 나긋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흐읍… 마이따…”
“맛있어?”
“응 아껴먹을 거야…”
팔뚝에 이마를 박고 큭큭, 익살스레 웃는다. 그러고선 다시 고개를 들어 레시를 바라보며 볼록 솟아오른 뺨을 검지로 퉁 튕기다가 찌푸려지는 미간을 꾹꾹 펴주기도 했다.
‘진짜 귀여운 짓만 골라서 하네… 누구라도 괴롭히고 건드리고 싶을 거야. 내 귀염둥이…’
멀티플레이가 되지 않는 레시는 열심히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그 장면을 지그시 응시하던 피에타가 큰 손으로 양 뺨을 감싸 꾹 눌렀다. 즐거운듯한 미소가 얼굴에 흐드러졌다.
“으읍, 음!”
“아들, 더 깊게 빨아볼래?”
이 변태 같은 새끼가! 막힌 입에 욕이 막혀 입안에서 아이스크림과 함께 사라졌다. 아직 젖살이 다 빠지지 않은 볼을 조물락 조물락 찰흙처럼 만지고 놀던 피에타 나무 막대를 잡아 수욱 빼내었다. 연한 핑크빛의 녹은 아이스크림이 입술 위로 주르륵 흘러내린다.
“왜 뺏어가!”
“뺏는 거 아니야, 아빠도 맛 좀 보고 싶어서.”
그리 말하며 피에타는 평소 입에 대지도 않는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입안에 넣어 쭈욱 빨았다. 시원 달달한 향이 입안을 감돈다. 역시, 별로 내키지 않는 맛이다. 입안에 들어찬 아이스크림을 뺀 피에타가 레시의 입에 다시 물리려 ‘아-’ 입 벌리는 시늉을 하자 냉큼 팔을 탁, 쳐낸다.
“아야.”
“아야는 무슨! 미친놈이 왜 이래 또!”
“먹어 봐, 응?”
“왜 남이 먹는 걸 빨아대고 난리야! 이걸 어떻게 다시 먹으라고!”
“아빠랑 침 섞는 게 싫어? 안 먹을 거니?”
쿡쿡, 차가운 아이스크림 윗부분이 도톰한 입술 위를 찔러온다. 짜증 난 본인과는 달리 능청스러운 표정의 피에타가 몇 번을 더 입술을 쪼더니 어깨를 가볍게 으쓱인다.
“아- 그럼 아빠는 먹기 싫으니 그냥 버려야겠다.”
덥석, 아이스크림을 잡은 손목이 잡혔다. 레시가 불퉁하게 미간을 찌푸리고 피에타를 흘겼다.
“먹을 거 버리면 지옥 가. 그거 들어봤지? 남긴 음식들 지옥에서 섞어서 다 먹을 때까지 괴롭힌다고.”
“상상도 못 해본 이유네. 우리 아들 그런 거 믿는구나….”
“어쨌든! 음식 버리면 벌받아. 이거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놀이터 애기들은 얼마 되지도 않는 동전 차곡차곡 모아서 며칠에 한 번 겨우 사 먹는다고. 내놔 이 아저씨야.”
휙, 손에 들려있던 아이스크림 막대가 원 주인을 찾았다. 조금씩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을 츄읍- 맛있게도 빨아먹는다. 그 장면을 나직이 응시하던 피에타가 기다란 팔을 뻗어 레시의 뒷목을 끌어당겼다. 냅다 입술을 들이박자 툭, 소리와 함께 반쯤 사라진 아이스크림이 레시의 벌어진 허벅지 사이를 지나쳐 바닥으로 떨어졌다.
“읍!”
두터운 혀가 미끄러지듯 들어와 당황해 굳은 혀를 살살 건드렸다. 입안에서 녹아가고 있던 아이스크림이 마구잡이로 뒤섞였다. 달달한 향이 비강을 물들인다. 한참을 혀를 섞던 피에타가 천천히 입술을 떼어냈다. 타액으로 인해 입술이 번들번들거렸다.
“달다… 평소에 즐겨먹는 편은 아닌데 이렇게 먹으면 되겠어. 아들, 아빠 먹여줄 거지?”
“진짜… 한번 만 더 이 짓거리하면 혀 잘라 버린다…”
살벌한 목소리에도 피에타는 눈을 접어가며 즐거운 웃음을 흘렸다. 뒷목을 엄지로 쓰다듬자 은근히 달아오르는 목덜미가 눈에 띈다. 의자에 기대었던 몸을 일으킨 피에타가 고개를 틀어 어깨에 코를 박는다. 야릇하면서도 시원한 살 내음이 코끝을 적신다.
“아들 그거 알아? 이 살 냄새가 날 미치게 해.”
피에타가 스르륵, 자연스럽게 의자에서 벗어나 레시의 몸을 가슴팍으로 밀어 눕혔다. 정욕 짙은 눈빛이 쏟아져 내렸다. 피에타의 낌새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레시가 슬쩍 눈을 피했다. 갑작스러운 색욕이 당혹스럽기만 하다.
“흠… 이제부터 진짜 각인을 새겨볼까 해. 우리 아들 배에 내 씨앗을 심을 거거든.”
“미,미친 거야? 임신 안 한다고… 싫다고!”
“왜? 사회에 이바지하고 좋잖아? 우리 아들이나 나나, 희귀종이라 희귀종을 낳는데.”
“시발 카지노 운영하는 깡패에 배운 거 없는 막노동하는 하루 살이의 자식이 잘도 이바지하겠다! 사고나 안 치면 다행이지!”
“교육이야 우리가 잘 시키면 되지 않아?”
“웃기시네!”
그러나 바지와 드로어즈가 벗겨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손에 걸친 옷감을 침대 옆으로 던진 피에타가 밑으로 스스륵 내려가 휑한 하체를 사이로 몸을 집어넣었다. 아직은 말랑한 성기를 귀엽게 바라봐 주고 납작 엎드린 그가 꽉 다물려 있는 구멍을 손가락으로 훑었다.
“뭐,뭐해!”
“아들, 아빠 많이 참았어. 오늘은 도저히 고추가 너무 아파서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천박한 문장을 읊는 목소리는 꼴에 처연했다. 살살 손가락 끝이 구멍을 간질이자 옴죽, 옴죽 울어대기 시작한다. 안쪽에 숨겨진 질구는 아직까지 열린 적이 없기에 물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 점을 감안한 피에타가 구멍을 훑던 제 손가락을 입안에 넣어 츄읍, 빨았다. 타액으로 범벅이 된 손가락이 입술 틈으로 빠져나왔다. 오늘은 레시의 숨겨진 안쪽을 찾아내겠다는 일념이 고개를 쳐들었다.
“자아, 아빠 손가락 들어갑니다.”
짧은 예고도 해준다. 낮은 저음에 긴장한 듯 구멍이 뻑뻑이 수축되었다. 침입을 감지한 까닭이었다. 하지만 침입을 막는 구멍보다 파고드는 손가락의 힘이 더 컸다.
“아윽! 하지 마…!”
꾸으윽, 단단한 손가락이 틈 없이 다물린 내벽을 벌리고 들어갔다. 축축하고 따뜻한 내벽이 손가락을 감싸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감각이 피에타의 발끝을 타고 올라온다.
성기보다 자유로운 손가락이 축축한 살벽 이곳저곳을 더듬었다. 진즉에 찾아왔던 살짝 부푼 전립선을 즉즉, 문질러주면 말랑했던 레시의 성기가 점차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흐앗!”
벌어진 입술 틈으로 삼키지 못한 침이 흘러내렸다. 꿈틀 꿈틀, 아래쪽에서 기묘한 감각이 발끝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구멍 안쪽을 한참 문질러 대던 피에타가 미세한 틈새를 감지했다. 그곳을 놓치지 않고 손을 구부려 틈새를 손톱으로 갉작이자 내벽이 꿈틀거리며 손가락을 조여온다.
‘찾았다.’
은회색 빛 눈동자에 광기 어린 기쁨이 번졌다. 희번덕 거리는 안광이 자신의 반려를 삼킬 듯 짙게 응시한다. 손가락 끝을 틈새로 살짝 밀어 넣으니 레시의 허리가 크게 뒤틀린다. 수축된 동공과 벌어진 잇새에서 탁한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난생처음, 있는지도 몰랐던 은밀한 곳을 손가락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찌릿한 쾌감이 허리를 감았다.
“하-! 으, 이상,이상해! 거기 뭐,야…! 흐응, 아, 읏 간지러워어…!”
피하려고 허리를 마구 뒤틀었지만 수욱, 굵은 손가락이 기어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다.
“허윽…!”
레시의 몸이 잘게 경련했다. 개구리처럼 벌어진 튼튼한 허벅다리가 달달달 맥없이 떨렸다. 질로 침입한 손가락을 넣었다 뺐다 천천히 움직이면서부터 질벽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원활한 추삽질을 위해 필수인 애액이 조금씩 분비되어 중지를 끈덕하게 적셨다.
좁디좁은 이곳에 제 자지를 처박으려면 손가락 세 개로 늘려도 부족하다. 그러나 피에타는 성마르게 움직였다. 자지를 꺼떡이며 곧장 손가락을 빼내자 툭 튀어나오는 마디가 투두두- 입구를 자극하며 빠져나왔다. 뻐금대며 내벽을 보이는 구멍을 길게 응시하던 피에타가 상체를 움직여 레시와 눈을 마주했다. 발긋해진 눈가와 코끝, 색색대는 입술이 야해 빠져서 성기 끝이 묵직하게 아려왔다. 곧 뭉툭한 귀두 끝이 구멍에 닿았다. 뜨거운 온기와 온기가 만나 열이 번진다.
“흐윽…!”
“이제 주사 맞자, 아빠가 놔주는 사랑의 자지 주사….”
“씨,발…”
푹, 대번에 안쪽을 뚫고 들어갔다.
“흐악!”
자신의 손가락으로 친히 열어놓은 곳에 도달한 그가 천천히 두터운 성기를 밀어 넣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열린 곳으로 배가 터질듯한 강한 압박감이 찾아왔다.
“아윽! 아, 아파! 아파아…!”
질 내로 굵다란 성기가 짓쳐들어왔다. 아랫배가 꿰뚫려 터져버릴 것만 같은 위태로움이 전신을 휘감는다. 내장을 가득 채우는 커다란 성기가 버거워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끅끅거리는 레시에게 입을 맞춘 피에타가 숨을 불어넣는다. 달콤한 아이스크림 향이 남아 두 사람의 입안을 메웠다. 촉, 소리와 함께 입술을 뗀 피에타가 질 안에 자지를 꽂은 채 움직임을 멈췄다.
“레시는 아빠의 아들이니까 아빠 거지?”
“시발 윽, 좆질하다 뭔 개소리야아…!”
“그럼 레시의 보지는 누구 거야?”
“흐윽 씨이발… 말 안 통하는 또라이 새끼… 흑, 아! 아으!”
말 안 해주면 여기… 스윽- 깊은 곳을 쿡 찔렀다. 순간 찌릿-한 느낌이 아랫배를 울렸다.
“허윽…!”
“안 찔러 줄 건데.”
읊은 그가 몸짓을 그만두었다. 전립선과 질 내부의 스팟을 짓누른 채 움직이지 않으니 아랫배는 애가 닳는다. 레시가 뒤엉킨 호흡 마구잡이로 뱉으며 피에타를 노려보았다. 안쪽이 간지러워서 미칠 지경이었다. 빠르게 짓누르고 문질러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간지러워… 간지럽다고…!”
그러면서 저기가 꾸물꾸물 엉덩이 들썩이려 하자 허리가 큰 손에 잡힌다. 평소 난폭한 편은 아니어도 이성보다 본능이 앞설 때, 레시는 신경과 눈매가 날카로워진다. 레시가 본능적으로 위협하려 두 팔을 번쩍 들자 피에타가 뭉근하게 허리를 밀어붙였다. 작은 반항도 허락지 않겠다는 듯이 쯔으윽, 소리가 날 정도로 접합한다.
“흐윽!”
강한 자극에 들려있던 두 팔이 피에타의 목에 감겼다. 문신을 새긴 가슴팍에 상처가 쓸려도 화끈한 쾌락으로 받아들여지는 초유의 사태였다. 발정이 난 것처럼 끙끙 앓으며 조금 더 깊이, 조금 더, 제발- 따위의 말들로 레시의 머릿속은 포화상태가 되었다.
“마음대로 움직이면 안 되지, 아들이 아빠 거지 누구 거야? 정 모르겠으면 여기 입구에 아빠 이름을 새겨둘까? 응? 그건 어때?”
해소하지 못하는 미칠듯한 쾌감에 온몸이 뒤틀렸다. 본능적으로 더 큰 자극을 원하는 몸이 구멍을 수축하여 제 몸을 뚫고 들어온 좆을 더욱 깊숙이 물려한다. 옴죽,옴죽 울어대는 구멍에서 끈적하고 반투명한 애액이 틈 사이사이를 적셔 미끄덩하게 만들었다. 맞닿은 접합부위가 녹아서 사라질 만큼 뜨거웠다. 결국 쾌락에 굴복한 레시가 엉엉 울며 피에타에게 애원했다. 들썩이는 두툼한 가슴팍에 피에타의 이름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충족감이 들었다.
“그래 씨발… 나는 네, 네 거고…”
“다시.”
누가 침대에서 나를 그렇게 부르라 했니. 낮은 저음이 귓전을 울렸다. 하여간에 이 빌어먹을 이상 성욕자 새끼, 꼭 지 멋대로 하려고 하지. 하지만 레시는 온몸을 전율시키는 몸의 솔직함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당장 저 매끈한 면상을 주먹으로 치고 싶어도 먼저 이 큰 좆으로 제 배를 쑤시고 난 후다.
“…아빠… 아빠 거예요… 제… 제… 보, 보… 크읏… …지도… 아빠 거예요…”
그제야 피에타가 자상하게 웃어 주었다.
“착하다 우리 아들.”
쾅, 질벽을 퍽 내려찍는 강한 충격에 레시의 눈동자가 급작 줄어들었다. 감당할 수 없는 전율이 찌릿하게 뇌를 감전시켰다. 퍽, 두 번째 좆질을 받았을 땐 혀가 뻣뻣해져 입술 틈으로 빠져나왔고, 그 뒤로는 제 몸이 어떤 반응을 하는 지도 몰랐다. 거친 허릿짓이 레시의 이지를 완전 앗아갔다. 좁은 내벽을 꽉 채우는 뜨거운 덩어리가 전립선과 질 내벽을 빠르게 치받았다. 끅끅 숨이 넘어가는 소리가 피에타의 거친 숨소리에 섞여들었다. 겹쳐진 두 개의 몸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게게 풀린 눈과 입이 체액을 줄줄 흘렸다.
“아빠 혀 빨아줘 응? 하아… 어서…”
“시,시러 흐악! 아으, 욱, 응!”
“아빠 고추 아파… 이대로 싸서 임신시킬까?”
피에타가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낮은 음을 긁자 쇳소리 섞여 나왔다. 결국 두터운 혀를 입속으로 삼킨 레시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지척에서 보이는 피에타의 눈 밑에 새겨진 저의 이름 때문이었다. 배 쪽에서부터 뜨거워진 열이 온몸을 뒤덮는다. 정점을 찌르고 뭉근히 돌리는 감각, 그리고…
“레시…”
“흐앗? 아, 으으!”
온전히 저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레시의 성기가 꺼떡이더니 정액을 내뿜었다. 하하, 나직한 웃음소리가 귓가로 내려앉았다.
“벌써 간 거야? 아빠가 이름 불러줬다고?”
“하으, 으! 아, 아으응!”
“좋아 죽네… 아빠도 고추 녹을 것 같아… 오늘 아기 가질래?”
“응, 하, 우…응, 응!”
“그래 아빠 씨물 우리 아들 자궁에 잔뜩 싸줄게…”
퍽, 귀두가 질벽의 가장 깊숙한 자궁 입구를 꾸우욱, 누른다. 으르렁, 제 반려의 가장 은밀하고 깊숙한 곳을 탐한 피에타가 만족스러운 듯 포효했다. 도착적인 눈동자가 세로로 길게 좁아졌다. 이를 악물고 조금 더 안쪽으로 파고들어 씨물을 터트렸다.
“흐아악!”
거친 물줄기가 자궁 입구를 두드리며 잔뜩 적신다. 폭력적인 쾌락에 온 전신이 경련했다. 쫙, 펼쳐진 허벅다리의 근육이 꿈틀거린다. 좁아든 내벽에 자지가 쥐어짜지는 듯한 강렬한 쾌락이 일었다.
“하우으… 하아… 끕…”
곧 레시의 뒤집어진 동공이 초점을 잃고 흐릿해졌다. 그렇게 까무룩 기절한다.
기절해 버린 레서 판다의 가슴팍에 코를 박은 피에타가 샐쭉 웃었다. 혀를 내어 오늘 막 예쁘게 새긴 상처 부위를 진득하게 핥아본다.
“으응, 우리 애기 살 냄새…”
톡 튀어나온 불그스름한 젖꼭지를 자근자근 괴롭히니 잠결에도 낑낑 거린다. 정액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안쪽에 싸지른 피에타가 천천히 허리를 뒤로 뺀다. 뷰릇, 소리와 함께 하얀 액체가 성기 기둥에서부터 주윽 늘어진다. 피에타가 천천히 몸을 밑으로 물려 레시의 고간에 코를 처박는다.
“여기선…”
아빠 정액 냄새난다, 아들.
그가 히죽 웃었다. 그의 눈밑 글씨가 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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