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
발정기
“저… 대표님…”
“응?”
“하루…지난 걸로는 임신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머리가 하얗게 샌 노의사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땀을 뻘뻘 흘렸다. 꽤나 난처한 표정의 그는 왕진 가방을 한 손에 든 채 연신 굽신거리는 중이었다. 이제는 늙어 쉬어버린 목소리가 멋쩍은 기운을 머금고 설명을 덧붙인다.
“착상도 안 됐을 시간이에요…”
하반신에 면바지 하나만 걸친 채, 자는 사이 수화한 레서 판다를 한 팔로 품에 안고 있던 피에타가 대수롭지 않게 ‘그래?’따위의 대답을 태평히도 읊조렸다. 이른 새벽부터 급히 호출한 것치고 평온한 음색이었다. 은회색 빛깔을 띠는 눈동자는 여전히 입을 벌리고 쿨쿨- 꿈나라를 헤매는 레서 판다에게로 고정되어 있었다. 기다란 검지로 코끝을 톡, 건드리자 흰색 털복숭이 귀가 포르르 떨린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맨 가슴에 닿는 복슬복슬한 털이 간지러워 그의 굵직한 복근이 더 선명해졌다.
“우음…”
쩝쩝, 꿈속에서 맛있는 거라도 먹는 중인 걸까. 널따란 품 안에서 몸을 뒤척인 레서 판다가 입맛을 다신다. 잠꼬대를 지켜보던 피에타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번엔 살짝 벌어진 입술 틈 사이로 장난기 다분히 손가락을 밀어 넣어본다.
“으…”
무의식중에 입안으로 들어온 걸 냠냠 맛보던 레시가 고개를 돌려 손가락을 치워냈다. 축 늘어져 있던 길고 복실한 꼬리가 탁,탁! 마음에 들지 않는 걸 표현하는 듯 피에타의 다리를 후렸다. 다리를 팡팡 두드리는 꼬리의 느낌이 얇은 천 사이로 뚜렷이 느껴진다. 타액이 묻은 검지가 다시금 입안으로 쏙 들어갔다. 인간 형태일 때보다 조금 더 튼튼하고 커다란 이빨을 지나, 축축하고 뭉뚱한 혀에 닿는다. 또다시 침입한 낯선 감각에, 줄무늬가 있는 레서 판다의 기다란 꼬리가 더욱 사납게 파닥였다. 다리를 쳐대는 힘이 조금 더 강해지자 혀를 한 번 꾸욱 누른 피에타가 샐쭉 웃었다.
“왜? 맛없니? 손가락에 대나무 진액이라도 발라놨어야 하나…”
“으브…”
“그럼 아주 맛있게 먹었을 텐데, 그지?”
아- 하긴 우리 아들은 밑으로 먹는 거 좋아하는구나. 아빠가 잘못 먹여줬네… 어제는 밑으로 아빠 손가락 꿀꺽꿀꺽 잘만 삼키고 빨아댔는데 말야…
이쯤이면 깰 법도 한데, 레시는 여전히 행복한 꿈나라 여행 중이다. 잠시간 혼자만의 장난을 끝마친 피에타가 검지를 빼내었다. 질척한 타액이 묻은 손가락이 찝찝하지도 않은지 그는 여상한 얼굴이었다. 마치 둘만의 세상에 퐁당 빠져버린 듯한 피에타에게로 노쇠한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임신 여부는 적어도 이주는 지나야 한다는 거 대표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내가 천치도 아니고 기본적인 지식은 있지, 근데 말이야…”
이 조그맣고 사랑스러운 레서 판다가 아주 애타게 만드네… 나답지 않게…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그는 고개를 내려 고롱고롱- 편안한 숨을 내쉬는 복슬복슬한 배 위에 입술을 폭 묻었다. 따뜻한 온기와 폭신한 털들이 입술과 입 주변을 기분 좋게 감싸온다. 레시의 체향과 페로몬, 제가 묻혀놓은 페로몬이 마구 뒤엉켜 묘한 향이 배어 나왔다. 그 향에 피에타는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끼며 뾰족한 코끝으로 배를 콕콕 찔러대다가 짧은 버드키스를 남긴다. 그러자 통통하게 살이 오른 젤리 발바닥이 무의식 적으로 꿈틀거리며 안으로 말려든다. 자극에 의한 반사적 움직임이었다. 피에타는 입술에 닿는 몰랑한 발바닥에 마음 또한 몰랑해져 괜스레 입술로 젤리 발바닥을 마구 뭉갰다.
대체 이렇게 말랑한 발바닥으로 무슨 위협을 한다는 건지… 두 팔을 번쩍 들고 뒤뚱뒤뚱 달려들 때마다 아주 그냥 품에 꽉 안고 하루 종일 놔주고 싶지 않아진다. 태어나 29년 평생 ‘귀엽다’의 정의를 모르고 살아오던 피에타에게 예상치 못한 해답이 내려졌다. 그에게 새겨진 ‘귀엽다’의 정의가 ‘레시’로 낙인찍힌 것이다. 뭐 제가 무슨 장난을 쳐도 무뚝뚝하게 반응하는 권영재도 나름 귀여운 축에 속하지만, 그 정도는 레서 판다의 발톱만큼도 미치지 않는다.
평생 정확히 알지 못했던 자신의 취향이나 기호가 무려 29년 만에 확정 지어졌다. 자신은 귀여운 걸 좋아한다 그것도 꽤나 많이. 정해진 시기는 정확히 빚 대신 팔려온 레서 판다를 충동적으로 주운 순간 즈음부터였다.
나이도 있는 편이고 초식, 육식 다양한 종족의 수인들을 만나봤지만 그중 ‘귀엽다’라고 느낄만한 인물은 없었다. 봐줄 만하다, 괜찮다, 정도였지. 그런데 이 단순하기 짝이 없는 사고 회로 1차원적인 깡통 레서 판다는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사람 마음을 물러지게 한다. 제 딴에는 덩치가 크고 위협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말랑한 젤리를 활짝 펴고 사나운척하는 것도, 왁왁거리는 까칠한 목소리도, 발톱을 빼고 으르릉 거리는 것마저도 귀엽다. 사실상 레시는 사람 형체일 때 덩치가 큰 편에 속하기는 했지만 사람은 언제나 상대적으로 타인을 평가한다. 그렇기 때문에 피에타에게는 한 입 거리밖에 되지 않는 비운이 일어난 것이다.
애정이 철철 넘치는 눈빛으로 발바닥을 바라본 피에타가 결국 참지 못하고 포동한 젤리 부분을 이로 잘근 깨물었다. 반사적으로 발이 안쪽으로 오그라들었다. 맹수인 본인의 발톱보다 날카롭진 않더라도 나름 기다란 발톱이 안으로 말려들었다. 꽃봉오리처럼 말려든 발톱이 피에타의 입술 주변을 아프지 않게 쿠웅 찌른다.
‘으응, 말랑해… 기분 좋아…’
발바닥이 어쩜 이렇게 작고 따뜻할까. 하마터면 발바닥에 뽀뽀를 하며 가르랑 소리를 울릴 뻔했다. 제가 이렇게 멋대로 굴어도 잘 때만큼은 누가 업어가도 모르는 레서 판다는 새근새근거리는 숨소리만 규칙적으로 낼 뿐이었다. 실상 어제 꽉 아물려 닫혀있던 길을 처음으로 열어놓아 체력적 소모가 굉장히 클 것이다. 제 아랫배에 뭐가 숨어 있는지도 모르고 나는야 멋진 사나이! 흉포한 맹수! 여우 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들을 가질 거야! 하고 돌아다녔을 이 생명체를 보면 아주 그냥 확 잡아먹어 버리고 싶어진다. 쪼그마한 게 까불기는 더럽게 까불어서 괴롭히는 맛도 좋다.
지잉,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발바닥에서 입술을 떼어낸 피에타가 주머니를 뒤적여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현재 시각 오전 아홉시 삼십오분. 출근은 진작에 늦었다. 권영재에게서 두 통의 부재중 전화가 찍혔는데 피에타는 대수롭지 않게 [지각]이라는 짧은 문자를 보내는 걸로 콜백을 대신했다.
품 안에서 입 벌리고 칠칠맞게 자고 있는 레서 판다는 짧으면 두세 시간, 길면 네 다섯 시간 즈음을 더 푹 잘 것이다. 아무리 지각한다고 당당히 포고를 해놓았어도 자신은 빠른 시간 내에 밀린 업무를 처리하러 출근해야 한다. 사랑스러운 말썽쟁이가 한시라도 빨리 깨어나주었으면 좋으련만. 피에타는 싫다는 레시를 붙잡고 하루의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활기의 키스를 한 뒤,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문어 빨판처럼 부은 눈을 부라리며 아침부터 위협이랍시고 두 팔을 번쩍 들고 반항하겠지만 결국 과자 하나에 조용해질 게 뻔하다.
레시의 반응을 예상하며 피에타가 히죽 웃었다. 활기의 키스로 가득하던 그의 생각 회로는 곧장 오늘 저녁은 뭘 먹여야 하나,로 옮겨갔다. 어떤 음식을 공수해 와야 그 반짝반짝 포롱포롱한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싫다고 성을 잔뜩 내면서도 아이스크림이나 과자, 신선한 대나무를 물려주면 눈을 별처럼 빛내는 모습이 떠오른다. 평소 스테이크나 간단한 육포를 주식으로 삼아 딱히 저녁을 고민할 필요가 없는 피에타에게 ‘저녁 메뉴 고민’이라는 소소한 재미가 생긴 것이다.
“저… 대표님…”
노의사의 목소리에 짧은 상념이 끝이 났다. 배에 마지막 키스를 남긴 피에타가 이번엔 폭신한 뺨을 어루만지며 의사에게 무심한 말투로 묻는다.
“길은 제대로 열렸나.”
“예, 길은 제대로 열렸습니다.”
“임신 확률도 높아졌고?”
“예. 그렇습니다.”
“당연히 그래야 하지 않겠어? 내가 어제 얼마나 열심히 쑤셔줬는데.”
거침없이 나오는 외설스러운 발언에 노의사는 그저 모르는 척 시선을 피하기 바빴다. 피에타는 본래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남자다, 돌려 말하는 법을 모르는, 아니 아예 하지 않는 그런 유의 사람. 그의 옆에서 20년을 넘게 모셔왔으니 일찍이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더군다나 자신의 성생활에 대하여 철저하고, 또 결혼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이던 이가 웬 희귀종 어린애 하나를 주워오더니 반쯤 눈이 돌아 이러고 있는 모습이 영 적응이 되지 않는다. 피에타에게 양아들이 생겼다는 다소 황당한 소문이 사실이었다는 것에 대해서도 어안이 벙벙했다. 대외적으로는 양아들이라고는 하나… 실질적으로는 끼고도는 애완동물 혹은 반려자 느낌이다.
게다가 눈 밑에 저 희귀종 이름을 문신으로 새겨놓고 실실 웃고 있는 모습은 가히…. 차마 말로 표현 못 하게 기묘하다. 자느라 눈도 뜨지 못한 레서 판다를 품에 안고 눈을 못 떼는 모습은 참으로 낯선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제가 알던 사람이 아닌 것 같아 깊은 괴리감까지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 다 했잖은가. 그간 불특정 다수와 종종 만나는 걸 알고 있었고, 피에타는 임신에 대한 부분은 사전에 완벽히 차단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길을 열어놓고 하루도 못 참아 자신을 불러 임신 여부를 검사하게 하는 기행동이라니. 새벽 일찍부터 피에타의 전화를 받고 부리나케 호텔로 온 노의사는 피에타의 눈 밑 문신을 보고 속으로 얼마나 기함했는지 모른다. 이름까지야 그렇다 치지만 이름 뒤에 붙은 하트…가 정말… 하여튼 그렇다. 아물지 않은 문신은 새긴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알려주었다. 대체 저 희귀종 수인이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를 어떻게 구워삶았길래 단기간에 확 바뀔 수가 있을까, 심히 당황스럽고 신기하다.
커다란 손이 레서 판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준다. 혹여라도 잠에서 깨지 않게 평소보다 낮춘 목소리는 몹시 차분해서 백색소음처럼 물들었다.
“이 조그마한 판다를 닮은 더 조그마한 판다가 태어난다고 생각해 봐… 하아… 그게 나를 졸졸 쫓아다닐 걸 상상하니 심장이 꽤나 아프군. 나는 아직 젊은데 말이야, 심장 검사를 받아야 할까 봐.”
상당히 염병스러운 발언을 들은 노의사는 이렇다 할 대답을 찾지 못해 침묵을 택했다. 왕진 가방을 쥔 손이 축축이 젖어들어 미끌거렸다.
“얼마 전까지는 아빠라는 호칭 평생 듣지 않아도 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하루라도 빨리 듣고 싶어져 버렸네.”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맺고 아이라는 결실을 낳는다는 건, 동물이라면 당연한 원초적 욕구이자 자연의 섭리다. 이를테면 늑대는 평생의 한 명의 반려자만 보고 사는 로맨틱한 습성이 있다. 동물과 사람의 경계에 있는 수인 또한 그 습성이 어느 정도 dna에 새겨져 있는데, 예로부터 희귀종은 번식 욕구가 더 강하게 박혀있어 욕구가 넘치고 발정기가 일반 수인들보다 잦은 편이다. 하지만 지금껏 누구와도 상관없이 관계를 맺으면, 피임에 관해서만큼은 철저했던 그가 무너져버린 둑마냥 감정을 콸콸 쏟아내고 있다. 운명처럼 이끌린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그간 없는 듯 살아왔던 본능이 터진 거라고, 노의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한참을 머릿속에서 말을 고르고 솎아내던 노의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도 희귀종, 레서 판다도 희귀종이라 번식은 굉장히 큰 의미입니다만… 아무래도 남성체이다 보니 자궁이 많이 작고 산도가 좁아 위험성이 없지 않습니다. 그 점 감안하시기를 바랍니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서 산모도 아기도 위험요소를 줄이고 수술하는 방법이 있으니 만약 임신 계획이 있으시다면 임신과 출산에 대하여 충분히 공부하시기를 권합니다. 남성체 임신은 여성체 임신보다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으니까요.”
꽤 주제넘는 발언인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포악하기로 유명한 고양잇과 맹수 중에서도 피에타는 인내심이 있는 편이었다. 다만 그 기준이 명확한데, 제 곁에 두는 사람에 한해서였다. 20년을 넘게 모셔왔으니 ‘내 사람’축에 있지 않을까 잰 노의사의 모골이 송연해졌다. 일단 던지긴 했다만 만약 여기서 모가지가 댕강 잘리면 어떡하지? 라는 살벌한 공포심이 들어, 등줄기에 식은땀이 주륵 흘렀다. 사슴 수인인 그가 육식 수인 앞에서 작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초식계와 육식계의 간극이었으며, 당연한 본능이었다.
“…”
긴장한 노의사는 이윽고 한시름 덜어낼 수 있었다. 의사의 말을 흘려듣는 것 같던 피에타가 잠시 침묵을 유지한 뒤 순순히 두어 번 정도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알겠어. 가 봐.”
“예. 그럼 이주 뒤에 다시 뵙겠습니다.”
90도로 깍듯이 인사를 한 노의사가 현관문 밖으로 종적을 감췄다. 품에 안겨 고롱거리는 레시를 바라보다 침실에 내려놓은 피에타가 지독히 울리는 핸드폰 진동에 내키지 않는 걸음을 떼어 욕실로 향했다.
말끔하게 씻고 나와 그가 정장 차림으로 출근길에 올랐다. 제가 씻고 나오면 깨어있어라, 살짝 기대했지만 레시는 배를 발라당 까놓은 채 침대 위에서 대자로 뻗어 자는 중이었다. 피에타가 짧은 실소를 터트였다. 아쉽긴 해도 어쩔 수 없으니 코에 가벼운 키스를 남겨놓고 미련을 겨우 접으며 문밖을 나섰다.
두 손을 주머니에 꽂은 피에타가 어느 때보다 당당한 걸음으로 유유히 로비를 누볐다. 어깨에 걸친 감색 코트가 걸음에 따라 무게감 있게 펄럭였다. 그의 머릿속은 오늘 저녁 레시에게 먹일 저녁 메뉴와 디저트로 가득했다. 얼마 전, 아는 지인이 오픈한 초식 디저트 전문 카페를 들려 시즌 디저트인 벚꽃 푸딩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열린 엘리베이터 문밖으로 훤칠한 다리를 뻗는다. 사실 카지노로 가는 길이야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용 통로로 내려가 조용히 지나가면 그만이다. 평소라면 시끄러운 게 싫으니 당연히 그랬을 거고. 그러나 그는 오늘, 예외적으로 시끄러운 길을 택했다.
“안녕하십니까.”
피에타를 발견한 직원들의 깍듯한 인사가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으응 그래. 안녕. 좋은 아침이지.”
호텔 로비 정중앙에 있는 분수대 앞에 권영재가 곧은 자세로 기다리고 있다. 유유히 손까지 흔들어주며 그에게로 향하는 피에타의 기분이 무척이나 좋아 보인다. 커다란 풍채와 훤칠한 키, 어딜 가나 눈에 띌 정도로 잘생긴 외모, 엄청난 재력까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싱글 직원들은 남몰래 얼굴을 붉히기 바빴으나 이내 그의 변화를 눈치채고선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대표님 눈 밑에 저게 뭐야…?”
“이름… 같은데… 하트…도 있는 거 보니…”
“혹시 애인 생기셨나?”
피에타의 문신을 목격한 이들이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어제만 해도 깨끗했던 얼굴에 뭔가를 휘갈기고 왔으니 큰 이슈가 될 수밖에 없었다. 남몰래 그를 흠모하던 직원들과, 그렇지 않은 직원들, 너 나 할 것 없이 문신에 대해 추측하기 시작했다. 술렁이는 직원들을 뒤로하고 점차 가까워지는 제 보스를 바라보던 권영재의 한쪽 눈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오늘따라 화려한 외모가 번쩍번쩍 빛이 나는데… 분명 빛이 나는데… 깨끗했던 그의 얼굴에 검은 글씨와 하트가 휘갈겨져 있다.
주변 기색을 보지도 않고 느낀 피에타가 고개를 살짝 치켜들고 나른하게 웃었다. 그의 행동은 사냥에 성공한 맹수처럼 몹시 뿌듯해 보이기도 한다. 기다란 다리로 로비를 휘적휘적 걸으니 벌써 권영재의 지척에 도달했다.
“좋은 아침.”
“정확히 한 시간 오십 사분 지각하셨습니다. 지각비 내세요.”
“상쾌한 아침부터 딱딱하게 굴지 마. 그나저나 나 뭔가 달라진 거 없어?”
내라는 지각비는 안 내고 능청맞게 말을 돌리는 피에타를 권영재는 말없이 빤히 바라보았다. 눈 밑에 글자가 새겨진 거야 진작에 알아봤다. 권영재의 눈썰미는 매우 뛰어난 편이라 작은 변화도 곧잘 알아차리곤 한다. 서로 먼저 입을 열지 않겠다는 팽팽한 침묵이 이어졌다. 그에 피에타가 얼른 아는척해달라는 듯이 문신이 새겨진 쪽 눈을 윙크처럼 찡긋이자, 권영재는 결국 제 보스의 기대에 부응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눈을 찡긋거릴 기세여서 귀찮은 건 빨리 해치우자는 느낌이 강하긴 했다.
“…눈 밑에 그게 뭡니까. 웬 낙서를 달고 오셨어요.”
눈을 찡긋일 때는 언제고, 권영재가 입을 열자 모르는 척 눈을 굴려 딴청을 피우던 피에타가 화색을 띠었다. 그가 고개를 살짝 숙여 권영재의 눈앞에 제 얼굴을 디밀었다. 가까워진 거리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은 권영재가 눈 밑의 글자를 하릴없이 읽었다. 평소보다 살짝 들뜬 낮은 목소리가 권영재를 향해 쏟아졌다.
“아? 이거? 어때, 잘 됐지. 근데 낙서 아니고 우리 아들 이름.”
“……오늘따라 팔불출 같으십니다.”
“우리 영재 군, 팔불출이라는 단어도 아니? 로봇이라 그런 거 모를 줄 알았는데.”
제 보스의 재미없는 말장난에 그렇듯 권영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리고선 조용히 한 발자국을 뒤로 물려 거리를 벌린다. 냉철한 수하의 모습에 기분이 상한 피에타가 반듯한 이마에다 아프지 않게 딱콩을 퉁, 튕긴다.
“이상하니. 글자만 새기면 허전할까 봐 특별히 하트도 붙였는데…”
은근히 시무룩해진 모습에도 권영재는 담담함을 유지했다. 역시나 무반응이다.
“예.”
“단호한 새끼. 3초 이상 고민하는 습관 좀 들여.”
“거짓말은 나쁜 겁니다.”
“척이라도 하던가. 그게 사회생활의 기본이잖니.”
“싫습니다.”
한없이 딱딱한 목소리가 고저 없이 흘러나왔다. 표정은 또 어떤가- 평시 단일화되어있어 화를 낼 때도, 별로 화를 낸 적이 없긴 하다만… 어쨌든 웃을 때도, 생각해 보니 웃은 적도 별로 없다. 여하튼 그만큼 감정이 소멸된 사람처럼 구는 것이다. 하여간 참 속을 알 수 없는 놈이었다.
“귀엽게 좀 굴어.”
그리고 피에타는 가끔 이런 제 수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는 한다.
내가 너 웃는 얼굴 좀 보겠다고 개그도 많이 배우잖아.”
“진심으로 보스께서 하는 개그들, 말장난들 재밌던 적 한 번도 없습니다.”
“너 진짜 로봇처럼 굴래? 아니다 로봇이군. 지금 너 로봇 권영재지.”
권영재 어딨어, 사람 권영재 데려와.
톡톡, 단정한 정수리 위로 노크하던 피에타의 손을 정중히 치워낸 사람 권영재가 걸음을 옮겼다. 밀린 업무가 많아 더 이상 일을 지체할 수는 없었다. 느릿한 걸음으로 뒤를 따른 피에타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얘 권영재야. 사랑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네가 참 불쌍하다…”
“밀린 업무나 처리하십시오. 지각비는 퇴근 전에 꼭 내시고요.”
FM이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바로 권영재가 아닐까. 다소 황당한 생각을 하며 피에타가 설렁설렁 권영재를 쫓았다.
“같이 가. 로봇 권영재 군.”
◊
“아이고… 삭신이야.”
절로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제일 먼저 깨어난 감각은 요통과 복통, 그리고 칼칼해서 쓰라린 목구멍. 어젯밤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것인지 몸도 뜨끈뜨끈하니 푹 익은 감자가 된 기분이다. 살짝 미열이 있나. 어제 그렇게 떡을 쳤는데 몸이 괜찮다면 그건 철인 3종 경기에 나가도 무방한 탈인간이다.
널따란 침대 위에서 눈을 뜬 레시는 지금 제가 수화한 상태인지, 인화한 상태인지 인지조차 못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워낙 왔다 갔다 기복이 심한 편이었다.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운 팔을 들어 올리자 곧게 뻗은 다섯 개의 손가락이 보인다.
‘인간인 상태군…’
레시가 무거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평소와는 달리 그의 반들반들한 뺨에 옅은 홍조가 떠올라 있었다. 아무래도 어젯밤에 호되게 당해서 몸이 상한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평소 무쇠팔 무쇠다리, 튼튼하기로는 강철 저리가라인 자신이 이렇게 골골댈 수 없으니 말이다.
살짝 잔기침도 있고, 머리도 멍하고, 시야도 흐릿하고… 무엇보다 간밤에 쑤셔진 곳이 화끈거린다. 50퍼센트의 확률이라 혹시 있지 않을까, 싶긴 했는데 정말로 제 아랫배에 아기집이 있다 하니 무언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동정이었던 데다가 만약 누군가와 섹스를 했다면 포지션은 제가 위일 거라고 생각해와서 그런 것일까. 어쨌든 열린 적 없는 곳이 활짝 열린 기분은…
레시의 뺨에 물감을 한 방울 톡, 떨어트린 듯 더욱 붉어진다.
“아 씨발 몰라.”
약간… 약간… 천국이랑 지옥 번갈아 갔다 오는 요상꾸리한 기분이었어… 욱신거리는 아랫배의 느낌이 이상해 두 팔로 조용히 감쌌다. 차마 말로는 정확하게 형용할 수 없는 느낌과 감각이었다. 칼칼한 목 때문에 수분 공급을 위하여 삐걱거리는 몸을 겨우 일으키자 탁상 위 메모지가 보인다.
[오늘 일찍 퇴근할 테니까 푹 쉬고 있어 ^^]
PS.우리 아들 좋아하는 솜사탕 맛 아이스크림 사 갈게
-아빠가♡
컴퓨터로 찍어낸 듯한 필기체의 글씨는 누가 썼다고 적혀있지 않아도 피에타인 걸 알려준다. 어차피 이딴 거지 같은 메모를 남길 만한 사람은 피에타밖에 없기도 하다.
“하트 뭐야 우웩- 그래도 추신은 마음에 드네.”
레시가 가차 없이 메모지를 구겨 다시 탁상 위로 던졌다. 퇴근이야 맨날 정시 또는 이르게 잘 하면서 종이 낭비는 왜 해대는지 이해가 안 간다. 피에타에 대한 욕을 곱씹으며 침실 밖으로 엉금엉금 기다시피 나오자 킁킁, 절로 코가 들썩였다. 무뎠던 감각들이 하나둘씩 찾아오면서 후각이 트였다.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나는 것이… 죽이다! 반쯤 허리를 접고 걷다가 벌떡 일으키니 윽, 소리를 내며 다시 접힌다. 갑자기 허리가 쫙 펴지니 찌릿한 복통과 요통이 레시를 괴롭혔다. 기어이 욱신거리는 아랫배를 감싸고 좀비처럼 허리를 숙인 채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을 디딘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얼굴을 반들반들 빛내며 돈 벌러 갔겠지. 분하다… 언젠가 그 왕변태사이코또라이의 높은 코를 반드시 납작하게 눌러주리라 다짐한 레시가 겨우 식탁에 앉았다. 식탁 위엔 정갈한 반상이 레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통에 절로 찌푸려졌던 미간이 사아악 펴진다.
‘그래 씨발 내가 이거 때문에 참지. 밥도 제대로 안 주면 벌써 반 죽이고도 남았어.’
단출하지만 먹음직스러운 전복 야채죽을 맛있게 먹었다. 각종 버섯이 들어있어 담백하고 감칠맛이 좋아 입맛이 절로 돌아 반찬까지 전부 싹쓸이하게 한다. 커다란 죽 한 그릇을 뚝딱 비운 레시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알싸하게 아렸던 아랫배도 따끈한 죽이 채워지자 조금 괜찮아진 듯했다.
어젯밤 사람을 존나 힘들게 하더니 양심은 있는지 과자를 종류별로 잔뜩 놓아두었다. 가장 먼저 자신의 원픽인 대나무 과자를 집어 든 레시가 엉금엉금 거북이처럼 거실 소파로 향했다. 감기 기운도 있는 것 같으니 영양분을 섭취해 기력을 제대로 보충해야 한다. 뭐, 개왕변태사이코는 제가 아프다고 하면 당장 병원에 데려다줄 것 같기는 하지만… 간밤의 미친 섹스로 인해 몸살이 났다는 끔찍한 진단은 죽어도 싫다.
“하아… 졸리다…”
오늘 하루는 필시 요양이 필요하다. 누워서 과자를 먹으면 부스러기가 소파 위로 후두둑 떨어질 것을 알고 있는 레시는 오늘만큼은… 합리화를 하며 쿠션을 베개 삼아 옆으로 누웠다. 한 손엔 과자, 한 손엔 리모콘을 들고 익숙하게 동물의 왕국을 튼 레시의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붉었다.
‘좀 춥나?’
발가벗고 있어 그럴 수도 있다. 어기적 어기적, 무거운 몸을 이끌고 침실로 들어간 레시가 하얀 이불을 몸에 둘둘 말아 나왔다. 이불 틈 사이로 한쪽 손을 빼꼼 내밀어 과자를 와그작 씹은 뒤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어 편하게 자리 잡는다. 틀어놓은 티브이에선 얼룩말끼리의 정사가 적나라하게 방영되는 중이었다.
‘와… 말 자지 존나 크다… 저게 들어가긴 하나…’
냠냠, 과자를 먹으며 멍하니 생각하던 레시가 이내 스스로에게 비소를 날렸다.
‘뭐… 개변태싸이코 대왕 좆 받은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심지어 그 대왕 좆에 있는 줄도 몰랐던 길도 뚫렸지… 아 이불에서 변태 냄새난다…’
이불 더미 위로 피에타의 페로몬이 솔솔 피어올랐다. 레시는 저도 모르게 피에타의 향기에 이끌려 이불에 코를 박은 채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으응…”
괜찮아진 줄 알았던 아랫배가 다시 미약하게 쿵,쿵 울린다. 피에타의 냄새를 맡으면 맡을수록 어젯밤의 강한 기시감이 레시를 에워쌌다. 아래쪽 깊숙한 곳이 근질거리고 허리가 절로 들썩여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녹진해지며 눈꺼풀이 게슴츠레 풀렸다. 괜스레 몸이 달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건 어떠한 착각이 아니라 몸을 주무르는 현실이었다.
“읏…”
주륵- 아래쪽에서 느껴진 이질적인 느낌에 레시가 멍한 표정으로 이불을 들춰 허벅다리 사이를 확인했다. 벌거벗고 있어 쉽게 확인할 수 있었는데, 벌린 다리 사이가 축축한 것이, 발갛게 부어오른 구멍에서 끈적한 액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이게 뭐…”
경악하는 새에도 애액이 흘러 소파와 엉덩이가 젖어들었다.
“아 왜 이래, 이거 씨발…!”
이 집에 저 말고는 아무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주변을 휘휘 둘러본 레시의 얼굴이 타오를 듯 빨갛게 달았다. 혼자 있음에도 이길 수 없는 강한 수치심이 들었다. 레시가 아래쪽으로 손을 뻗어 구멍을 틀어막았다. 태어나서 고추 말고 다른 구멍에서 흥분에 의한 액을 뱉어본 적이 없다. 하체가 저릿저릿 애처롭게 울린다.
“으읏…”
피에타가 닫혀있던 음문을 열어놓은 게 원인이라는 걸 모르는 레시는 손까지 적시는 흥건한 백탁액에 욕을 곱씹어댔다.
급하게 화장실로 향한 레시가 뒷구멍을 만지작거리며 성기를 쥐어 위아래로 흔들었다. 이 꼬락서니를 피에타가 보기 전에 정리해야 한다. 안 그러면 그 은회색 빛 눈깔이 돌아 또 얼마나 쑤셔댈지 모르기에.
‘한 발 빼고 평소처럼 하는 거야… 과자 먹고… 동물의 왕국 보고… 흐,읏…’
다른 사람은 몰라도 피에타에게만큼은 이딴 흥분한 모습 죽어도 보이기 싫다. 그 능글맞은 웃음과 말투로 또 저를 얼마나 구워삶아 먹을까.
절대로 그렇게 만들지 않겠다는 일념 하에 레시의 손동작이 빨라졌다.
◊
“아들, 아빠 왔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가죽 장갑을 벗은 피에타가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레시를 발견했다. 이불에 둘둘 둘러싸여 잠에 든 모습에 피식, 웃음이 터져 나온다. 조용히 드레스룸으로 들어간 그가 편한 복장으로 환복하고서 다시 거실로 나왔다. 나오면서 식탁으로 향해 식기세척기에 잘 정리된 죽 그릇도 확인 완료했다. 과자도 몇 개 사라졌고, 오늘도 열심히 먹었나 보다. 피에타가 자신의 행적을 다 읽을 때까지도 레시는 깨벗은 몸으로 이불만 몸에 말아 눈을 감고 있었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피에타가 조심스럽게 소파에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마냥 높기만 했던 시선이 레시와 얼추 비슷하게 맞춰졌다. 하얀 천 사이로 잘 뻗은 목덜미와 쇄골이 보인다.
“옷은 왜 입지도 않고… 하하… 그래도 지금은 인화한 모습으로 자네…”
낮은 목소리가 나른하게 흘러나온다. 아침엔 수화한 상태로 자더니 제가 일을 하러 간 사이 인화해 열심히 무언가를 한 모양이다.
혼자서 욕을 씨부렁거리며 죽을 비우고 과자를 먹으며 동물의 왕국을 봤을 생각을 하니 흐뭇하다.
피에타가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레시의 얼굴을 살폈다. 살짝 찌푸린 미간과 더불어 뺨과 귀 끝이 붉다. 평소와는 다름을 눈치챈 그가 뺨에 손등을 대어보았다. 온도가 조금 높다. 그러나 크게 열이 끓는 건 아닌 것 같아 피에타는 조용히 손을 거두었다.
이제 그는 아예 소파 위로 두 팔을 걸친 채 얼굴을 괸 상태가 되었다. 그러자 레시의 얼굴과 눈높이가 딱 맞는다. 옆으로 누워자느라 눌린 볼과 삐죽 튀어나온 붕어 같은 입술이 퍽, 웃기고 사랑스럽다. 입가에 묻은 과자 부스러기마저 귀여워 피에타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는 채 자는 레시를 감상했다.
한참을 지켜보던 피에타가 조심스럽게 코끝을 맞추고 살살 부볐다. 레시를 깨우려는 그의 작은 동작이었다.
“아빠 왔다니까… 오늘 하루 종일 자는 모습만 보여줄 거야? 일어나…”
코를 비비는 느낌, 이제는 익숙해진 낮은 목소리. 화장실에서 총 두 발을 빼 기력을 소진한 레시가 눈을 감은 상태로 미간을 찌푸렸다.
“아아… 어쩌라고….”
“위로의 키스해 줘. 응? 아드을…”
피에타의 말꼬리가 늘어진다. 다시 한번 코끝을 비벼봤지만 일어날 기미가 없자, 곧 무차별 뽀뽀 공격을 퍼붓는다. 예뻐 죽겠다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은 채로 소시지처럼 부어버린 눈두덩에 쪽, 홍조가 오른뺨에 한 번 쪽, 그리고 제 이름이 있을 왼쪽 가슴 위로 또 쪽-
“아 그만해라!”
이건 못 참아! 번쩍 눈을 뜬 레시가 거침없이 눈앞의 얼굴을 손으로 밀어냈다. 그러나 손바닥에 밀린 얼굴에 힘을 주어 오히려 더 가까이 얼굴을 들이민다.
“왜 자는데 멋대로 뽀뽀해!”
“아빠는 도둑키스 좋아해.”
“도둑키스 같은 소리 하네.”
레시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성질을 부려도 피에타는 타격 없다는 듯 ‘자-’ 소리 내어 잘난 얼굴을 디민다. 레시가 띠꺼운 표정으로 ‘뭐.’하고 받아치자 커다란 양 어깨가 곰살맞게 흔들렸다.
“아빠 눈 밑에 있는 아들 이름에 키스해 줘야지. 오늘 출근해서 자랑도 했어.”
씨발… 미친놈이라고 제대로 소문났겠네. 아니, 잘 됐지. 일하는 사람들도 지가 모시는 사장이 또라이인건 알아야 할 거 아니야.
“뽀뽀 정말 안 해줄 거야? 대신 새로 공수해 온 과자 가져왔는데… 호박을 말려 꿀로 코팅한 과자래. 채식 과자 미식가 권영대 군이 어어엄청 맛있다고 극찬을 하던걸.”
쫑긋 귀가 섰다. 피에타의 상세한 설명에 머릿속으로 과자를 그려보던 레시의 혀밑으로 침이 고였다.
“겉은 바삭한데 안은 쫀득하다네…?”
물론 권영재는 그런 말을 한적 없다. 작은 거짓말로 레서 판다를 꼬여낼 수 있음을 알기에 대충 지어낸 말이었다. 꼴깍.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다소 크게 들렸다. 어쩐지 맛있는 향이 솔솔 어디서 올라오더라니. 어차피 볼 거 못 볼 거 난리 난 사이에 그깟 뽀뽀 한 번 못 해주랴? 허리와 아랫배, 아니 전신이 후들거려 후식을 제대로 못 챙겨 먹은 레시가 주린 배를 쓰다듬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다고 순순히 입술 박치기를 하기에는 존심이 상한다.
그렇다면 방법이 있다. 레시가 눈을 옆으로 굴려 피하고선 대충 입술을 쭉 내밀었다.
“내가 입술 내밀 테니까 니가 갖다 대.”
“어쭈. 아주 귀여운 짓을 하네… 하하…”
피식 웃은 피에타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오동통한 입술을 머금어 쭉 빨아들였다. 흡사 진공흡입기처럼 쭈와압 들어간 입술이 강한 압박감에 탱탱 부푸는 것이 느껴진다.
“읍!!”
이 새끼가 뽀뽀만 하랬더니 왜 지랄이야!! 레시의 눈이 매섭게 변했다. 다른 곳을 담고 있던 눈동자가 빠르게 돌아와 눈앞의 파렴치한에게 닿았다.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히죽 웃는 눈 모양으로 쯉쯉 입술을 빨아대고 있었다. 대단히 변태 같은 얼굴이었다. 결국 이마를 한대 맞고 나서야 떨어져 나온 피에타가 혀로 입술을 축였다.
“음, 우리 아들 입술 무지 맛있다….”
입술뿐만 아니라 입 주변까지 침으로 흥건해져 팔로 벅벅 닦은 레시가 소리를 질렀다.
“씨발 왜 입술을 빨고 지랄이야! 뽀뽀라며! 뽀뽀라며!!”
“아들이 이렇게 귀엽게 구니까 내가 매일 이렇게 골려주는 거 아니겠어. 응? 안 그러니?”
“안 그래! 안 그래!”
“그래, 그래 이제 침대로 가자-.”
캭캭대는 레시를 안아올린 피에타가 침실로 향했다. 거실보다는 작지만 침실에도 티브이가 있으니 동물의 왕국을 시청하는 덴 문제없을 것이다. 은은하게 퍼지는 다디 단 향을 맡으며 피에타가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댄 채 뒤에서 레시를 끌어안았다. 부드러운 면 티 위로 레시의 맨살이 닿았다.
“안 놔?!”
“과자 먹고 싶지 않아?”
그 한마디에 거짓말처럼 레시의 부루퉁한 입이 꾹 다물렸다. 그렇게 간단히 제압 후 탁상 위에 있는 리모콘으로 레시가 환장하는 프로그램을 틀어주고 탁상 서랍에 몰래 숨겨두었던 비장의 간식을 꺼내 입에 물려주면 테라피 준비가 끝이 난다. 오늘은 박스 테라피가 아닌 침대 테라피였다. 와작와작, 과자를 씹어먹는 소리를 들으며 피에타가 레시의 어깨에 얼굴을 묻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하아… 좋다…”
“좋기는 개뿔…”
골골골골… 편안한 울림이 레시의 몸을 감싼다.
대왕 고양이의 골골송 타임이 시작되었다. 매일 일을 끝마치고 오면 하는 순례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감이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커다란 품에 안겨 골골송을 듣는 것이 제 심신 안정에 조금 큰 기여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젯밤에 하도 시달려 오늘 정신이 혼미할 만큼 아프기도 하고… 열이 나는 것도, 아래가 간지러운 것도 같으니 골골송 테라피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성깔을 부리던 것을 멈춘 레시가 포기한듯한 표정으로 피에타의 몸에 제 몸을 편히 뉘어 기댔다. 피에타의 품은 돌돌 만 이불보다 따끈따끈하고 편해 좋다. 골골송으로 인해 흉통이 크게 오르락내리락, 목을 긁는 가르릉 소리가 레시를 에워싼다.
방금까지만 해도 잠기운에 취해있던 레시의 눈이 다시금 나른해졌다. 따뜻한 품과 맛있는 과자,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람 마음을 안정시킨다는 고양이의 골골송, 재미있는 프로. 완벽한 삼위일체다.
졸린 표정으로 티브이를 멍하니 보고 있던 레시가 흣, 잇새로 신음을 뱉었다. 아랫배를 감싼 팔이 움직여 배 위로 커다란 손바닥이 내려앉았다. 그 감각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다가왔다. 귀 끝에 화끈하게 열이 올랐다. 덕분에 잠기운이 사악 가신 레시가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 이상하게 심장이 떨리기 시작했다. 스윽, 큰 손이 아랫배를 마사지하듯 문지른다.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다정히 속삭였다.
“배 안 아프니?”
“응? 응…”
“하아… 오늘따라 냄새 좋다…”
뭔가 호흡을 헐떡이는 게 변태적인 느낌이 나는데? 테라피 시간엔 별다른 사심 없이 안고 있기만 하던 피에타의 숨소리가 점차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그에 살짝 몸을 비튼 레시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엉덩이 부근을 쿡쿡 찌르는…
“뭐야 이 나무토막 같은 건…”
“으응? 뭘까아…… 잘 알면서… 우리 아들이 환장하고 먹는 거 있잖아…”
배를 끌어안은 커다란 손이 은근슬쩍 더 아래쪽을 더듬거린다. 목덜미에 닿는 숨결이 뜨겁고 습윤하다. 나무토막의 정체를 어렵지 않게 알아낸 레시가 새된 비명을 질렀다.
“아 씨발 섰냐?!”
“네… 섰어요… 우리 아들… 오늘따라 야한 냄새 나네…”
이번엔 검지가 배꼽 아랫부근을 꾸욱,꾸욱 눌러댄다.
“이 부근 즈음에 아기집이 있었는데… 느껴지니…”
“흐읏…! 아!”
피에타가 누르는 대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뱃가죽 안에 있는 예민한 부근이 손가락에 의해 자극당했다.
‘분명히 두발이나 뺐는데…’
자꾸만 밑쪽,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랫배 안쪽이 간지럽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미열이 잠식되어 있던 머리의 온도가 서서히 높아진다.
“아들 배가 따뜻하네. 어제 뿌려준 정액 때문에 수정되고 있나 봐.”
“흐,흐응… 무슨 개소리… 앗!”
“진짜야… 아랫배가 쿵,쿵,쿵 뛰는데… 아기 만들어지고 있어…”
진심으로 흥분한 듯 엉덩이를 누르는 나무토막이 꿈틀거리며 크기를 키워나갔다. 몸을 옥죄는 팔의 힘이 더욱 거세졌다. 사슬로 꽁꽁 묶인 기분이었다.
“작작 좀 해! 미친놈아! 나 임신 안 할 거라고! 피임약! 피임약 사 먹으러 갈 거야!”
“…”
“윽…!”
순간 뒷목을 찍어누르는 살벌한 기백에 레시가 발버둥을 멈췄다. 아랫배를 끌어안은 손에 힘줄이 툭, 불거진다. 크릉- 목을 긁는 사나운 맹수의 울림이 레시를 지배한다. 쿵,쿵쿵,쿵 심장 박동이 불안정하게 날뛰었다. 강한 수컷 앞에서 레시가 바짝 세운 꼬리를 슬그머니 내린다.
“돈도 없는데 비싼 피임약은 어떻게 사려고? 응?”
“까짓것 하루 마,막노동 뛰면…”
“뛰면?”
피에타의 서늘한 목소리에 레시의 목소리가 개미처럼 기어들어간다.
“심술부리지 마. 너 지금 발정기 오고 있어.”
딱 한마디를 남긴 피에타가 레시의 허리를 거세게 끌어안고 허리를 들썩였다. 하악, 하윽… 엉덩이 골 사이를 자지로 비비는 마운팅 행위였다. 천을 뚫고 들어올 듯 딱딱한 자지가 마구잡이로 골을 파헤친다.
“무,무슨… 아직 때가 아닌데…!”
계산했던 시기와 전혀 맞지 않다. 예정일은 앞으로 한참이나 더 남았는데. 레시는 몸 곳곳이 불에 덴 것마냥 빠르게 열이 오르는 걸 느끼며 바르작거렸다.
“왜긴 내가 우리 아들 보지 쑤시면서 음문 열어줬잖아. 그러니 당연히 발정기가 오지…”
고저 없는 목소리에 반응한 뱃속이 쿵-쿵- 울렸다. 아침부터 몸 상태가 심상치 않더라니, 그게 원인이었나. 레시에게로 원치 않는 육감적 기대감이 찾아온다.
“아… 만지지 마… 이상해… 간지러워… 읏! 오,오늘은 안 할 거야!”
오늘만큼은 아무 일 없이 자고 싶은 레시가 제 배를 문지르는 커다란 손을 떼어내려 애썼다. 손이 얼마나 큰지 솥뚜껑만 해서는 아랫배 한 면을 다 뒤덮었다. 기다란 손가락을 더듬던 레시의 목구멍으로 침이 절로 꼴깍, 넘어간다. 곧게 뻗은 손가락은 골격이 뛰어나 마디 마디가 불거져 있다. 이 손가락이 제 안을 마구 헤집어 댔던 것이 상기되어 아래부근의 간지러움이 한층 더욱 심해진다.
제 안쪽을 파고들어 단단히 물려있던 곳을 연 손가락…
하아- 레시의 앞섶이 속절없이 불룩해졌다. 손등 위로 닿는 부피감에 피에타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널 이렇게 만든 게 아빠니 아빠가 책임져야겠지?”
“으응, 아,아니야…”
“지금부터는 아기 가지는 시간이야.”
찔걱찔걱, 손가락 두 개가 구멍 안쪽을 헤집었다. 중지로 아랫구멍을, 검지로 위쪽 부분을 쑤셔주니 질에서 분비된 애액이 손가락을 적셨다. 한쪽 손으로는 꼿꼿해진 유두를 꼬집어 주니 아흣, 앗… 따위의 낮은 신음을 흘린다. 가슴팍에 닿은 등 부분이 따끈하게 달아올라 열기를 내뿜었다.
‘아무래도 발정기가 제대로 온 모양이군… 길 좀 열어줬다고 바로 발정 나는 꼴이라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럽네.’
손가락을 흥건히 적시는 애액 덕분에 따로 윤활유가 필요 없었다. 민감한 내벽은 손가락이 움직이면 우물우물 그걸 삼키겠다고 바쁘다. 마치 꼭 밑으로 손가락을 쯉쯉 빨아대는 야릇한 감각이었다. 피에타의 눈에도 짙은 정욕이 물들었다. 손가락을 더욱 깊숙이 밀어 넣자 고개를 뒤로 꺾은 레시가 피에타의 어깨에 뒷머리를 비볐다. 질 길이가 짧아 손가락 끝으로 자궁입구가 느껴진다. 짧게 깎은 단정한 손톱 부근으로 입구를 살살 갉작이자 빳빳하게 선 레시의 성기에서 쿠퍼액이 줄줄 흘러내렸다.
“아빠 손가락만 보지에 물려주면 침을 질질 흘리느라 정신도 못 차리네…”
“흐응, 윽… 하으… 니가, 니,가 이렇게 만들었,잖… 아윽! 아!”
츠븃츠븃- 레시의 발칙한 대답에 손가락질이 빨라졌다. 구멍 두 곳을 동시에 쑤시니 쾌락점 두 개가 한꺼번에 비벼진다. 레시의 흉통이 빠르게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벌어진 허벅다리가 파르르 떨린다. 사람의 이성을 지탱하는 끈이 끊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오싹한 쾌감이 발끝을 타고 올라 척추를 찌르르- 울렸다. 굵다란 손가락이 퍽,퍽 내벽을 자극하며 안쪽을 치받는다.
“흐아아!”
“아가, 임신하고 싶니?”
때를 놓치지 않고 피에타가 귀에 속삭였다. 반쯤 헤롱헤롱해진 레시를 유혹하는 목소리였다.
“으… 우응… 임신…?”
“응 우리 아기 가지자.”
“아기… 으, 응! 아, 아아…!”
분위기에 취해 제가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르던 레시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아니! 안 가지고 싶어! 아니야!”
“이런… 그러기엔 아빠는 이미 대답을 들어버렸는걸.”
기분 좋게 해줄게.
좁은 질에 거대한 좆이 들어찼다. 앞으로 전진하는 것도, 뒤로 빼기도 힘들 정도로 꽉 맞물린 거근에 육벽이 거칠게 경련한다. 피에타의 등을 끌어안은 레시가 매끈한 등에 손톱을 박아 넣었다. 힘이 들어간 손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파드득 떨려 손톱 박힌 살갗에 피가 맺힌다.
“끄윽… 으우욱…! 배가, 배가아… 터질 것, 같, 흐윽!”
“하아…”
젠장, 돌아버리겠군. 미치겠는 건 레시뿐만이 아니었다. 자지를 물고 터트릴 듯 씹어대는 아래쪽에 이례적으로 정신까지 혼미해질 정도다. 욱신욱신 저리는 좆을 허릿심으로 조금 더 밀어 넣자 뭉툭한 자궁구가 짓눌린다. 매끈한 귀두 끝과 자궁구가 꾸으윽- 틈도 없이 꽉 맞닿았다.
“히이익!”
순간 레시가 고개를 발작하듯 뒤로 꺾으며 숨을 집어삼켰다. 바득 바드득 긁어대는 통에 생채기가 생겨 살이 부풀어 오른다. 강하게 조이는 힘에,
“윽…!”
피에타가 어금니를 강하게 악물었다. 각진 턱 선에 힘줄이 불거진다. 꽉 닫힌 자궁구를 퍽, 때렸다가 뒤로 허리를 주욱 빼면 달라붙은 붉은 내벽이 좆기둥에 붙어 딸려 나왔다. 기둥에 불거진 가시들이 구멍을 드드드득- 긁으며 빠진다.
“흐악……!! 어,엉덩이 뒤집어질 것… 우윽! 제,제발, 으윽! 흐으…!”
애처롭게 울부짖는 소리에 피에타의 거근이 꿈틀거렸다. 안쪽에서 물고 놔주지 않는 통에 죽을 맛인데, 엉엉 울고불고 비는 꼴이라니.
극점을 뭉개듯 때려오는 귀두에 입이 절로 벌어졌다. 커윽, 우윽! 아아…! 미칠듯한 쾌락에 신음만 내뱉어 대느라 차마 삼키지 못한 침들이 입가로 흘러내려 베갯잇을 적신다. 이러다 정말 밑이 빠져버리는 건 아닐까 레시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과 쾌락에 덜컥 무서워졌다. 질식할 것처럼 울음이 목구멍을 치고 올라오고, 애처럼 콧물도 질질 흐른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있는 힘을 다해 피에타에게 매달리는 것뿐이었다.
널따란 품에 안겨 따뜻하고 뜨거운 온기를 느끼면 차마 말로 표현 못 할 편안이 찾아온다. 그간 그의 품에 안겨 골골송을 들은 것 때문일까. 수인은 주입식 교육에 약하다. 익숙해져 버린 품, 자신에게 이런 고통을 주는 사람을 안아야 두려움이 사라진다니- 정말로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렴 어떠랴. 지금 자신이 믿고 의지할 게 저를 괴롭히는 주범인데.
“흐윽… 개자식…! 으, 윽!”
딸려나간 내벽에 정말로 밑이 빠질 것 같은 선득한 기분이 들었다. 뜨거운 눈물이 관자놀이를 타고 처량하게 떨어진다. 입을 벌려도 신음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속에서는 온갖 욕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곧 호흡을 고르던 피에타가 느릿하게 허리를 꾸우욱- 밀어 넣었다.
“아아악! 아윽!”
딸려 나갔던 내벽이 안쪽으로 쑤욱 들어오며 비좁은 곳을 다시 파헤친다. 내벽에서 배어 나온 애액이 좆을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미끄덩이 만들었다. 그러나 좆기둥에 찰싹 달라붙은 내벽은 뺄 때마다 즉, 즈윽- 딸려나갔다. 가시가 안쪽을 마구 긁어댐과 동시에 간질거림을 유도한다. 참을 수 없는 이상한 기분에 레시가 피에타의 널따란 등을 마구 내려쳤다. 안쪽, 귀두가 치받는 곳이 열기로 인해 들끓고 있었다.
“움직이지 마! 움직이지 말라고! 흐, 으윽! 아!”
“괜찮아 괜찮아… 아빠가 기분 좋게 해줄게…”
움직이지 말랬더니 입술을 붙여온다. 하여간 말 드럽게 안 들어 처먹는 개썅또라이변태색마새끼.
가시가 돋친 혀로 입안을 휘젓고 다니니 아래의 고통이 약간 감소되는 듯한 착각이 인다. 그에 비례하게 이상하게 찌릿한 느낌은 더욱 커졌지만.
“아악!”
“하으, 윽…”
쿨쩍- 쿨쩌억- 진득하게 마찰하는 소리가 접합부에서 울려 퍼졌다. 내장이 딸려나갔다 다시 제자리를 찾고, 발끝이 오므라들었다가 다시 활짝 펴졌다. 거대한 기둥이 안쪽의 육벽을 즈즈즉- 갈라대며 자궁구를 치받았다.
‘씨발 나 진짜 밑빠진 거 아니야…? 개새끼….’
레시가 훌쩍이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제 밑부분을 더듬었다. 거근을 꽉 물고 있는 결합 부분이 만져진다. 옴죽옴죽, 제 구멍이지만 자지를 열심히 물어대는 게 수치스럽고 열받아 피에타의 아랫배를 거칠게 밀어내기에 이르렀다. 발정기는 과도한 호르몬을 유도한다. 갑자기 성질이 뻗친 레시가 눈을 부라리며 엉엉 울었다.
“아야, 그렇게 하면 아빠 아프잖니.”
그래봐야 힘이 빠진 솜방망이 주먹인데도 피에타는 눈썹을 늘어트리고 아픈 척을 한다. 왠지 그게 더 얄미워 이번엔 힘을 꽤나 실어 퍽, 가슴팍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주먹질에 살짝 뒤로 물러나 주더니 피에타가 살짝 미소를 짓는다.
“하하… 많이 힘들어?”
“그걸 말이라고 하냐…? 지가 박히는 거 아니라고 흐, 윽 씨발놈이…”
“아빠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다른 곳은 몰라도 침대에서는 불러야 하는 호칭이 정해져 있지 않니… 말버릇이 영 못돼서 교육받아야겠네. 아빠 자지로… 아… 그럼 이건 예절 교육이 아니라 성교육인가….”
말을 끝마친 피에타가 하하- 웃었다. 다정한 손길로 눈물 범벅이 된 뺨을 살살 어루만져 준다. 애정 어린 눈빛이 쏟아져 내렸지만, 정작 애정을 받는 당사자는 제 밑이 정말 빠지지 않았나 보이지도 않는 결합 부분을 보려 애쓰느라 알지 못했다. 온갖 타액으로 엉망이 된 우는 얼굴이 귀여워 피에타가 멈췄던 허릿짓을 슬슬 시작했다.
“으응, 아, 아아… 움직이지… 으아!”
“윽, 아….”
“흐악…!!!”
즈으윽- 퍽, 쯕- 퍽! 외설스러운 소리가 거실을 가득 채웠다. 조금 전과는 달리 거침없어진 몸짓이었다. 피에타의 좆을 문 내벽이 꽉 맞물려 딸려나갔다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하아, 윽… 아들 보지 엄청 맛있다… 아빠 거 좋다고 막 씹어대네…”
“끄으… 흐……”
잘 달구어진 커다란 좆이 내벽 전체를 누르면서 방광과 스팟도 짓눌러대니 눈앞이 새하얗게 번져가기 시작했다. 참을 수 없는 요의가 서서히 깊은 곳에서부터 번지기 시작했다. 아랫배를 헤집고 극점을 퍽,퍽 찍어누르자 헐떡이는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아찔한 쾌감이 아랫배를 타고 올라와 갈비뼈를 간질이고, 목덜미를 훑어 뇌를 점령한다. 쾅,쾅 안쪽을 치받는 움직임이 빨라졌다. 좁은 질이 피에타의 좆에 맞춰 늘어난 기분이다. 이윽고 자지러질듯한 강렬한 절정이 다가왔다.
“흐,흐,흐아아악…!!!”
레시의 눈동자가 위로 희뜩 뒤집혔다. 잔 경련이 온 질 내벽이 빠르게 수축한다. 낮은 신음을 터트린 피에타가 좆을 깊숙히 밀어 넣어 자궁구에 귀두를 꾹꾹 비비고 문질렀다. 약한 곳을 자극당한 레시의 눈동자가 탁하게 풀어지며 좁아들었다.
“끄윽…… 흐으으윽…!”
잇새로 나오던 가느다란 신음이 단말마의 비명으로 바뀌어 터져 나왔다.
“임신할까? 아가? 응?”
본능에 잡아먹힌 레시가 혀를 내빼 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휘발된 정신은 이지가 없었고,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상태였다. 오직 동물적인 감각만이 레시를 뒤덮는다. 힘없이 침대에서 흔들리던 다리가 올라와 피에타의 허리를 휘감았다. 씨물을 안쪽에 모두 받아내겠다는 동물의 무의식 적 행위였다.
피에타의 안광이 희번덕였다. 잘 빠진 입꼬리가 높이 치솟는다.
“하, 하하…! 진짜 아기 가지고 싶나 보네. 우리 아들…”
“이, 임신할래… 아기 가질래, 싸줘 안에… 안에에… 끄윽, 흐으…!”
“그럼 기대에 부응해 줘야지…”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피에타는 곧장 허리에 힘을 주어 밀어 넣은 자지의 각도를 자궁구에 딱 맞게 맞추었다.
“흐익…!”
거근을 안쪽 깊숙한 곳을 치받자 골반이 벌어지는 기묘한 감각이 돋았다. 활짝 벌려진 허벅다리가 뻐근하고 장골 부근도 욱신댄다.
“하으윽! 으읏!”
“으응… 하아, 임신하자… 내 자지로 임신하는 거야… 아기집에 아빠 씨물 줄 테니 잘 받아먹으렴… 하, 읏….”
자궁구와 귀두가 딱 들어맞는 걸 느낀 피에타가 허리를 꿍,꿍 느리고 묵직하게 움직였다.
“흐으으으…! 아아…!”
극심한 쾌락은 고통을 동반한다. 허리가 조금씩 위로 떠오르자, 오히려 넣기 편한 자세가 되어 피에타의 몸짓이 더 짙어진다. 입구를 뚫을 것처럼 느릿하게 허리짓을 해대면, 레시는 이러다 열려서는 안 되는 곳까지 열릴까 무서워져 눈물을 왈칵 쏟아내었다.
“아,아, 으 우윽…!”
말을 잃은 사람처럼 짐승 같은 신음만 쏟아져 나왔다. 곧 절정을 맞은 몸이 크게 발작하며 근육을 수축시켰다. 허리를 감은 다리가 꾸욱- 더 깊이 들어올 수 있게 조여온다. 레서 판다 주제에 발칙한 여우 같은 짓을 한다.
바짝 선 레시의 성기에서 쪼르르륵, 오줌이 흘러나왔다. 아랫배가 축축하게 젖어드는 것을 느끼며 피에타도 정액을 사출하기 시작했다. 이미 깊숙한 곳까지 파묻은 귀두 끝에서 뜨겁고 거친 정액이 쏴아아- 터져 나오는데 내벽과 좆이 쫙 달라붙어 정액이 샐 틈이 없다. 피에타의 자지가 요동치며 가시 또한 안쪽 점막을 마구잡이로 찔러댄다.
“아으으으윽…!”
울컥 일 때마다 그 압력 탓에 자궁이 위로 밀렸다 내려오는 것 같은 이상한 기운에 뱃속이 울렁거린다. 레시가 혀를 축, 내민 채 흐느꼈다. 기둥이 씨물 울컥울컥 토해내면 내벽에도 박동이 적나라하게 느껴져, 기묘한 감각에 정신이 흐려진다. 레시, 본인은 본인이 실금한 것도 모른 채 간헐적으로 파들파들 몸을 떨어댔다.
힘차게 쏟아부어지던 정액 사출도 끝이 났다. 뱃속 안쪽을 때리던 질척한 물줄기가 사라지자 위로 붕 떴던 허리가 밑으로 내려앉았다. 눈을 까뒤집고 반쯤 기절한 상태의 레시는 멍하게 울며 숨만 헐떡였다. 곧 안쪽을 가득 채우던 자지가 예민한 내벽을 긁으며 빠져나온다. 츠븝- 추접한 소리가 나며 거의 다 빠져나와 이제는 귀두만 간신히 걸친 상태가 되었다.
‘이제 끝… 인가…’
긴장이 풀린 탓에 허리를 꽉 조이고 있던 다리가 힘없이 침대 위로 떨어졌다. 개구리처럼 벌어진 탄탄한 다리가 바들바들 떨린다.
“으읏?!”
자지를 빼내려던 피에타가 정액을 안쪽에 마킹하겠다는 듯 가벼운 추삽질을 해댔다. 끝났다고 생각했던 레시가 퍼드득- 허리를 뒤틀었다.
“흑! 아아…! 아빠, 아빠아…!”
저도 모르게 평소 죽어도 부르기 싫은 호칭을 외친 레시가 엉엉 울었다. 이 이상 하면 정말 복하사로 죽을지도 모른다.
“제발…!”
그제야 피에타가 쯥, 소리가 나게 귀두까지 빼내었다. 좆기둥에 하얀 정액이 엉켜 주르르륵- 나온다. 커다란 거근이 안쪽을 잔뜩 괴롭혀 쳤다가 빠지니 아래가 뻥 뚫려 묘하게 허전한 기분이 든다. 피에타가 몸을 움직여 레시의 다리 사이로 상체를 숙였다. 발갛게 부어오른 구멍이 제 좆모양대로 벌어져서 벌름거리는데, 내벽에 흠뻑 고인 정액들이 벌름일 때마다 주륵- 주르륵- 폭포처럼 흘러내렸다.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숨결에 레시가 울먹였다.
“흐윽, 보지, 보지 마…”
“예쁜데 왜. 아빠가 아빠 자지로 열심히 뚫어준 보지잖아.”
적나라한 시선으로 제 작품을 감상하는 피에타에 수치심을 느껴 다리를 오므리려 하자, 커다란 두 손이 가볍게 막아내며 고정시켰다. 도착적인 은회색 빛 눈동자가 정액으로 범벅이 된 구멍을 뚫어지게 응시한다. 위쪽으로 난 길 하나, 밑쪽으로 이어진 길 하나. 밑쪽은 오늘 열지 않아 닫힌 상태라 잘 보이지 않지만 윗길은 훤히 잘 보인다. 하얀 액에 절여진 질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가 짓누르고 자극했던 자궁구가 어스름히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열어놓은 길이 서서히 다물리기 시작했다.
“흐으… 하아…….”
숨을 헐떡이던 레시의 정신이 가물가물해진다. 지친 몸뚱어리가 수마의 중심으로 끌려들어 간다.
“?!”
이제 막 기절하듯 잠에 들려 할 때 즈음이었다.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미끌미끌한 귀두의 느낌에 레시의 눈꺼풀이 치뜨였다. 한 번 사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건재한 좆대가리를 구멍 위로 살짝씩 누르며 또다시 좁아터진 구멍을 침범하려 하고 있다.
억지로 벌려 열려진다. 화들짝 놀란 레시가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 위로 도망가려 했지만 장골이 커다란 두 손에 잡혀버렸다.
푹, 소리와 함께 자지가 밑구멍을 파고들었다.
“허윽…!”
“양쪽으로 다 쑤셔줘야 더 확실히 임신하지 않겠어…? 응?”
레시의 질구에서 흘러나온 애액이 두 사람의 접합부위를 흥건하게 적셨다. 질은 아이를 낳는 산도라 부드럽고 폭신한 느낌이라면 아랫구멍은 빡빡하고 꽉 조이는 느낌이었다. 피에타가 거친 몸짓으로 아래위를 푹,푹 번갈아가며 쑤셨다. 눈을 까뒤집은 레시가 혀를 빼물었다. 아래쪽을 폭력적으로 박아대며 상체를 딱 붙인 피에타가 삐져나온 혀에 제 혀를 널찍하게 펼쳐 문대었다. 까슬한 혓바닥의 가시가 매끈한 레시의 혓바닥을 마구 긁어댄다. 전기가 통한 것처럼 혀가 쭉- 뻗어 나온다.
“후윽! 으으윽!”
몸놀림에 따라 혀또한 부비부비 아주 농밀하게 비벼진다.
전신이 성감대가 된 미칠듯한 쾌락에 레시가 울음을 터트렸다.
피에타가 나른한 미소를 지었다. 쾅! 결장 입구를 파헤치고 귀두 끝이 굴곡진 곳으로 끼어들었다. 배를 관통하는 오싹한 기분에 레시가 숨을 껄떡였다.
“커흑…!”
괴로울 정도로 커다란 귀두가 결장 입구를 지나 안쪽을 가득 채우니 절로 토기가 올라온다. 이러다 정말 쾌락에 잠식되어 뇌가 녹아 죽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 몸을 바르작 거린다. 심장이 쿵쾅 쿵쾅 쿵쾅 크게 박동해 혈액을 빠르게 공급한다. 기다랗고 튼실한 다리를 한쪽 씩 어깨에 걸친 피에타가 느른하게 위에서 아래로 자지를 허리를 찍어눌렀다. 체중이 실린 묵직한 피스톤질이 이어졌다.
“허윽, 컥! 으윽… 기,기퍼어… 사려,살려져… 허으윽!”
“하아…… 보지고 아랫구멍이고 조여서 죽을 것 같다 아들…”
이제는 혀가 다 풀려 발음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 웅얼웅얼 정신이 나간 것처럼 구는 레시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던 피에타가 퍽,퍽 허리를 털어 쑤셔 박았다. 온몸이 구속된 것처럼 속박된 자세였다. 허리가 접혀 안 그래도 가쁜 호흡이 더욱 달린다. 멀리서 바라본다면 커다란 피에타의 체구 밑에 깔려 어깨 위로 달랑이는 다리만 보일 것이다.
가시 돋친 혀가 목젖을 핥고 구멍을 푹, 찌른다. 잃어가는 정신을 억지로 붙잡는 혓가시에 레시는 쉬이 기절할 수도 없었다. 가시가 입천장과 혀, 목구멍을 찔러대는 탓에 입안 전체가 홧홧하고 쓰라렸다. 사정도 하지 않았는데 절정이 찾아왔다. 까무러칠듯한 전류 감각에 레시가 발작처럼 몸을 덜덜덜 떨었다. 그에 따라 구멍이 강하게 좆을 조여오자 자궁구에 귀두를 맞춘 피에타가 레시의 혀 밑을 파고들어 뿌리를 쯔윽,쯕 깊이 쑤신다. 혀 밑 뿌리를 자극하자 뜨끈한 타액이 분비되어 입안에 가득 고였다. 혀를 적셔오는 신선한 타액의 느낌이 좋아 으르렁, 목을 긁는다.
“흐,흐윽… 아,아아……!!!”
또다시 절정을 맞이하는 몸 때문에 혀가 뻣뻣하게 모였다. 마지막으로 츄읍, 혀를 빨아준 피에타가 씨익 웃었다.
“아빠 씨앗 확실히 심어줄 테니 걱정마렴… 이 배에… 아기집에…”
불룩, 귀두가 크기를 키웠다. 안쪽을 빠듯하게 벌리며 크기를 키워 나가는 것이 선연하게 느껴져 토기가 올랐다. 노팅이 끝나려면 적어도 몇십 분은 걸릴 것이다. 피에타는 자세를 편하게 잡기 위해 움직이자 뻑뻑한 귀두가 내벽을 비틀었다. 그에 헉, 하고 숨을 들이켠 레시가 크게 우는소리를 내었다.
“으윽, 우, 움직이지 마 아… 흐익… 으으…!”
“괜찮아 괜찮아. 편하게 만들어 줄게…”
곧 하늘로 뻗었던 다리가 얌전히 내려오고 옆으로 누운 레시를 뒤에서 끌어안은 피에타가 땀으로 범벅이 된 머리카락에 입과 코를 묻었다. 서로의 체향이 뒤엉켜 짙은 체향이 피에타의 코를 자극한다.
허리가 반 접힌 상태보다는 편해진 레시가 숨을 할딱이며 찬찬히 눈을 감는다. 뱃속에서 크기를 부풀려 나가는 귀두를 품은 채 까무룩 기절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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