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장. 랭킹 1위를 빼앗아 버렸다. (3/30)

2장. 랭킹 1위를 빼앗아 버렸다.

어떠한 절망 속에서도 출근은 온다.

정말 개떡 같은 진리다.

노답 인생에 타개책을 찾을 수 없어 머릿속이 심란하기 그지없는 상태에서 안 그래도 싫은 출근 준비를 하려니 죽을 맛이었다.

그래도 불굴의 한국인의 의지로 꾸역꾸역 출근을 했는데…….

“……뭐라구요?”

오자마자 제일 얼굴 보기 싫은 1순위. 팀장 개객기가 신박한 개소리를 했다.

너무나 황당한 말에 순간 필터링 없이 말이 튀어나갔다.

그나마 자기가 한 말에 실낱같은 양심은 남아 있었는지 평소였으면 그것 가지고 족히 세 시간은 트집 잡았을 양반이 별말 없이 말을 이어 나갔다.

“해고라고. 윤지호 씨.”

“대체 왜…….”

“왜긴 왜야! 회사가 애들 장난인 줄 알아?! 오고 싶다고 오고, 안 오고 싶으면 안 오게?! 무단으로 3일을 빠지다니!”

“그게 무슨…… 그건 법적으로 정해진…….”

“법이 그렇다 한들, 그동안 회사가 자네에게 해 준 것이 얼만데! 당연히 나왔어야지!!”

이건 또 무슨 신박한 개소리인가.

헌터법이 개정되고, 괴수로 인한 피해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이 안전에 민감해진 상태다 보니 헌터법 준수 의무는 다른 법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원래 살던 세상에서의, 남들이 눈감고 다 어기던 법이랑은 다르다, 이거다. 이 법을 어기게 되면 얄짤없이 회사가 폐업 당할 수도 있는 일이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어, 악덕으로 유명한 블랙 기업이라도 이 법은 절대 어기지 않았다.

……라고 나X위키가 말했다.

자신의 지식이 잘못된 건가 해서 주변을 둘러보자 다들 자신과 똑같은 얼굴인 걸 봐서 나X위키 님은 옳은 듯했다.

그럼 눈앞에 있는 이 새끼가 돌았단 건데.

“……진심이세요?”

“당연하지!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 한들, 나 때는 말이야!!”

나왔다.

라떼 is 홀스.

미친. 지금 이 상황에서까지 저런다고?

너무 황당해 그동안 필사적으로 유지해 왔던 사회인 가면이 깨지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멋대로 해고하신다는 거죠?”

“무슨 멋대로란 말인가! 당연한 거지!”

“예. 그럼 당연히 받아야 할 제 일당과 퇴직금은요?”

그 해고가 당연한 거면, 당연하게 받아야 할 내 돈은?

평소 얌전하던 내가 이렇게 나오니 팀장은 굉장히 당황한 듯했다. 그럼 설마, 이 상황에서 평소처럼 예. 하면서 쭈그릴 줄 알았나.

만약 그렇게 생각했다면 평소에도 머리에 들은 게 없다 생각은 했지만 진짜로 뇌가 비었는지 의심해 봐야 했다.

“불성실로 해고 당하는데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나! 윤지호 씨! 양심 어디 있어?”

네 양심은요?

태클을 걸고 싶었지만, 이미 없는 양심 잡고 늘어지고 싶은 생각은 없어 넓은 마음으로 참았다.

“안 주시겠다는 건가요?”

“안 주겠다는 게 아니라! 당연히 안 나가는 거지!”

아. 예. 그러니까 불법. 자알 알아들었습니다.

“네. 그럼 저는 바로 짐 정리할게요.”

“어? 그, 그건…… 오늘까지는…….”

“해고라면서요. 그럼 지금 싸야 맞는 거죠.”

“아니, 인수인계는 해야지!”

“그건 정식으로 퇴직할 때 얘기죠.”

돈 다 받고 퇴직할 때면 몰라. 그동안 일한 돈도 안 준다는데 더 일하라니.

세상에 그런 법은 없다.

있어도 할 의무 따위, 내 사전에는 없었다.

뭐라 말하려는 팀장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묵묵히 짐을 쌌다. 뭐라 뭐라 이어서 개소리를 하던 팀장이 계속되는 무시에 얼굴이 새빨개져서 자리를 떴다.

팀장이 자리를 뜨자마자 모든 팀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다가왔다.

“지호 씨. 진짜 그냥 그만둘 거야?”

“돈도 안 준다는데 그래야죠.”

“그건 당연한 거지. 하지만 그동안 일한 돈은 받아야지!”

그동안 친하게 지내며 서로 도와주곤 했던 대리님이 목소리를 높였다. 자기가 다 분하다는 열을 내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저렇게 말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 그동안 일한 게 정말 헛되진 않았다는 위안이 들었다.

“당연히 받아야죠.”

“그러니까 조금만 더 버티고…… 응? 어떻게?”

어떻게냐니.

당연히…….

“신고해야죠.”

“헉…….”

당연한 소리인데도 모두가 얼어붙었다.

너무나 당연한 소리였지만 그 당연한 걸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으니까.

더럽지만 사회 생활이란 원래 그렇다. 법으로 정해져 있어도, 법보다 무서운 게 사람이었으니까.

“……진짜 신고할 거야?”

“이 바닥 뜨는 한이 있어도 할 거예요. 이런 대접까지 받아 가며 일했는데 돈까지 못 받았어요. 근데 못 할 게 뭐 있어요?”

“지호 씨.”

나는 당당했다.

적어도 나는 그 월급을 받을 자격이 없을 만큼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게 일했다고 자부한다. 나는 그 월급을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고, 그렇게 허투루 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나는 당연히 내 권리를 인정받을 권리가 있다.

“여기 곧 망할 거에요. 그니까 망하기 전에 다들 얼른 환승하세요.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믿는 빽도 있겠다, 망설일 것이 없었다.

나는 호언장담을 하며 시원하게 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시원하고 좋은 거를 왜 그동안 망설였는지 모르겠다.

신고해 이 회사 엿 먹일 생각에 싱글벙글 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뒤에서 허겁지겁 대리님이 달려 나오셨다.

“잠깐! 지호 씨!!”

“……대리님?”

“지, 진짜 갈 거야??”

“가야죠. 도비는 이제 자유인걸요!”

밝게 웃으며 답했는데도 왜인지 모르겠지만 대리님은 순간, 울 거 같은 얼굴을 했다.

자기가 사고 쳐서 일찍 애 낳았으면 딸뻘이라고 말하며 넉살 좋게 언제나 잘 챙겨 주시던 분이었다.

괜스레 마음이 뭉클해졌다.

“어차피 언젠간 퇴사했어야 했어요. 이 빌어먹을 회사. 오래 있어서 좋을 건 없잖아요? 후딱 이직해야지.”

“그건 그렇지.”

“그러니 전 이참에 시원하게 탈출하는 김에 엿까지 알차게 먹여야겠어요. 이대로 뭉개서 돈 받으면 받아도 나만 억울하잖아요. 걱정 마세요! 저 빽도 생겼어요!”

제발 없어졌으면 하는 빽이지만.

자신할 수 있었다. 국가는 이번만큼은 자신의 편이라는 걸.

제 결사반대로 아직 윤지우가 센터에 가지 않은 지금, 국가는 제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기꺼이 해 줄 용의가 있을 것이다.

아. 진짜 싫다.

“아, 동생 헌터 됐다고 했지?”

“어디서 들으셨어요?”

“지호 씨 그렇게 못 나와서 걱정돼서 한번 찾아가 봤지. 동네 사람들이 그러더라.”

징조가 확실하다 보니 벌써 쫙 퍼졌나 보다.

동네방네 소문이 다 났다는 건 분명 헬 같은 소식이지만 그래도 그만큼 나를 걱정해 줬다는 사실에, 뭣같은 기분과 감동이 교차했다.

“감사해요. 나중에 이직하시면 축하 기념으로 쏠게요! 제가 취직했을 때도요! 아, 이겼을 때를 빼먹었네. 금방일 거 같지만 이겼을 때도 쏘겠습니다!”

“어린 것이 뭘 쏴. 쏘려면 내가 쏴야지.”

“이기면 돈 두둑해지잖아요. 그땐 얻어드셔야죠.”

손가락으로 동그랗게 머니를 그리자, 대리님이 웃음을 터뜨렸다.

“후후. 그래. 그땐 한번 얻어먹겠지만 다른 날은 내가 쏠 거야.”

“그건 그때 봐서요.”

“그래.”

이제는 정말 헤어져야 했다. 정확히는 대리님이 일하러 들어가야 하는 거지만.

“아. 일하기 싫다.”

“얼마 안 남게 해 줄게요.”

“꼭이다.”

“당연하죠. 아시잖아요. 전 한다면 하는 사람이에요.”

자신 있게 호언장담하자 대리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어서 들어가.”

“나중에 봬요!”

대리님 덕분에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회사는 정말 X같았고, 월급도 거지였고, 뭐 하나 좋은 것이 없었지만 그래도 다녀서 다행이었다. 인연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니까. 여기에 바친 2년이, 아깝지 않았다.

“엄마. 나 잘렸어―!”

“뭐? 왜!!”

“법으로 못 나가게 했는데 안 나갔다고 해고래.”

“미친. 당장 신고해―! 신고!!”

나쁘지 않은 끝이었다.

* * *

노동청으로 서류를 작성하러 가는데 대체 어떻게 알았는지 센터 직원들이 따라붙었다.

“윤지호 씨. 저희랑 잠시 얘기 좀…….”

“저 헌터 아닌데요.”

“아니더라도 관계자이시니 잠시면 됩니다.”

“아니요. 각성자도 아닌데 센터랑 뭐 하러 시간 낭비해요. 그쪽도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가세요. 일반인 데리고 뭐 하시게요.”

이거 불법 아님? 철컹철컹?

그리 말하니 강제로 잡을 수는 당연히 없었다.

약속도 없이 스토킹으로 따라붙은 거니 막을 방법도 없어 센터 직원들이 미치겠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알 바야?

라는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할 말이 없어진 그들이 수그러들었다. 그러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 거 보니, 갈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난 헌터 아닌데 왜 나를 따라와요. 따라다니려면 윤지우나 우리 부모님을 찾아가야 하지 않나요?”

“현재 강력하게 반대하시는 건 누님 쪽이시고, 윤지호 씨 어머님께서는 윤지호 씨의 의사를 따르겠다고 하셨습니다.”

범인은 엄마였나보다.

아. 어머니…….

제 의사를 존중해 주는 것도 있지만, 네가 키운 네 동생 귀찮으니까 네가 책임지라는 깊은 뜻이 90%라는 데 전 재산을 걸 수 있었다.

엄마의 열화와 같은 분노를 이길 확률은 제로이니 나는 가뿐히 포기하고 노동청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누구에게 떠넘길 수도 없으니 무시가 장땡이다. 언젠가는 가겠지.

“저기요. 노동법 위반 신고하러 왔는데요.”

“아. 여기 서류 작성해 주세요.”

“네.”

앉아서 서류를 작성하는데, 자꾸 사람 귀찮게 옆에서 엄청 쨍알댔다.

“그럼 이거 하시고라도…….”

“바빠요.”

“아니, 그래도 잠시는 괜찮지…….”

“누구 마음대로 그게 괜찮은데요?”

“…….”

할 말은 또 없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이제 좀 조용하네.

다시 서류에 집중하는데, 눈치도 밥 말아 먹은 센터 직원은 기어이 화 안 내고 싶은 사람을 화나게 했다.

“어차피 퇴직하신 거, 시간은 남아…….”

“아. 그래. 말 한번 잘했네. 한번 잘 생각해 봐요. 댁 같으면 그렇게 어이없게 잘려서 짜증 나 뒈지겠는데 안 그래도 꼴 보기 싫은 인간이 나타나서 알짱거리면, 그 사람은 짜증이 더 날까요. 안 날까요?”

“……그게.”

“머리가 있으면 타이밍이란 걸 좀 보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안 그래도 개빡친 이 타이밍에 내가 곱게, 당신이 말하는 게 귀에 들어올까?”

엘리트 공무원이면서, 낄끼빠빠 하나 제대로 못 해?

몇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성격이 요즘 몇 년 만의 빅 이벤트 수준으로 뻥뻥 튀어나오는 것 같다.

그 성격이 얼마나 지랄맞은지는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나올 때마다 윤지우가 그렇게 쫄아대는데 모르는 게 더 이상했다. 평소에 그렇게 개기다 그 성격이 나온다 싶으면 우디르급 태세 전환으로 기똥차게 엎드려 기었으니까.

반 본능으로 사는 녀석도 그 모양인데 면역력이 없는 이들은 오죽할까.

“……죄송합니다.”

딱딱하게 얼어붙어서 안절부절못하는 그 모습을 보니 조금 불쌍해졌다.

생각해 보면 딱히 이 사람들이 잘못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 사람들도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것뿐이니까. 문득 회사 다닐 때 자신이 떠올라 조금, 동정심이 들었다.

“정 나랑 대화하고 싶으면 이것부터 치워 주든가요. 이거 치우면 그래도 한동안 한가해질지도 모르고.”

해서, 조금도 그럴 마음이 없었는데도 핑곗거리를 만들어 줘 버렸다.

“네, 넷! 빠르게 처리, 아니, 지금 당장 처리해드리겠습니다! 뭐 해?!”

“앗, 네!!”

질러 놓고 살짝 후회하는 사이. 내가 후회하기 전에 먼저 정신을 차린 직원이 빛보다 무서운 속도로 서둘러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한 시간 안으로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여기 잠시만 앉아서 기다려 주십시오.”

역시 스토킹은 영 체질이 아니었나 보다. 일하는 거 보니 아주 날아다녔다.

왜 저런 인간을 나한테 붙인 거지?

예상보다 더 센터의 인력 배치는 형편없는 거 같다.

“여기.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54분 후.

순식간에 노동청 VIP가 된 내가 비싼 소파에 반쯤 누워 졸고 있는데 벌써 일을 처리한 건지 밝은 얼굴로 센터 직원이 달려왔다.

“서류는 상부에까지 전부 올라갔습니다. 현재 해당 회사는 비상사태 경계령 위반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상태이며, 그에 따른 세무조사가 들어갈 겁니다. 윤지호 씨의 급여 및 퇴직금 정산은 오늘 안으로 회사에서 처리하겠다 전달받았습니다. 여기 서류입니다. 만약 기간 내 지급 처리가 되지 않는다면 추가 처벌이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받지 못하셨다면 연락 주시면 됩니다.”

다다다다 이어지는 결과를 들으며 나는 생각했다.

뭐지? 이 빛보다 빠른 스피드는?

노동청 신고해도 돈 받기까지 빨라야 세 달이 걸린다는 그 말은 다 뻥이었던 건가?

물론 강압적으로 한 것일 수는 있었지만, 그 짧은 사이에 제 성격을 파악이라도 한 듯 다 법적으로 깔끔하게 처리가 되어 있었다.

진짜 그동안 다들 적당히 놀면서 일했던 거구만.

“좋네요. 그럼 어쩔 수 없지만, 들어줄게요. 할 얘기가 뭔데요?”

“예. 우선…….”

“아. 미리 말하는데, 제한시간은 20분.”

“…예?”

“시간 안 정해 놓으면 ‘예’라는 대답 나올 때까지 끝까지 물고 늘어질 거잖아요. 그런 건 사양이거든요.”

“…….”

뭘 봐. 그럼 내가 호군 줄 알았어? 그런 수법에 넘어가게?

이래 봬도 사회생활 3년 차다.

헌터는 대부분 10대에 각성하다 보니 구슬리기 쉬웠을 것이다. 일반적인 사회 초년생들도 마찬가지였을 거고.

하지만, 이 정도 블랙 기업에서 꿋꿋하게 2년이나 버틴 인간이 그렇게 쉬울 리가 있나.

“안 할 거예요? 그럼 가고.”

“아, 아니요! 합니다! 해요!!”

다리 붙들고 매달리는 게 아주 수준급이었다. 그걸 보며 이들의 인사채용의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네. 지금부터 20분. 해 보세요.”

“윤지우 군은 매우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헌터입니다. 그 윤지우 군이 헌터로 활동하지 않는 건…….”

“대한민국의 손실이라구요?”

“예! 무엇보다 다른 이들보다 특별한 힘! 윤지우 군도 그 힘을 써 보고 싶을 겁니다. 헌터는 현재 모든 이들의 로망입니다. 수입도 다른 직업과는 비교도 안 되고…….”

미주알고주알 이어지는 이야기는, 음, 한마디로 축약하자면 그냥 영업이었다.

‘헌터는 이렇게 최고입니다. 그러니까 하세요!’ 이런 거?

미사여구가 듬뿍 들어가고 중간중간 전문 용어까지 들어가면서 사람 홀리게 하는 듯한 어조.

확신했다. 훈련 받았구나?

“네, 그러니까 결국 축약하자면 윤지우 헌터시켜라. 이거 아니에요?”

“…아. 그렇죠?”

“10초면 끝날 소리를 15분 동안 하시다니 교육 열심히 받으셨네요.”

“하하. 아닙…… 에, 교육이라니요! 아닙니다!!”

아니긴. 딱 보니 거짓말 못 해서 특훈 받았구만.

성격 자체가 우직하고 순박한 성격인 듯했다. 아무래도 이 남자는 진로를 잘못 고른 거 같았다. 매일 구라를 뱉어야 할 센터 직원은 천직과는 정반대인 거 같은데…….

“혹시, 헌터세요?”

“아, 예! F급이긴 하지만요.”

“폐…… 아, 죄송해요. 그래서 로망이 많으셨구나.”

“……네.”

대형견 같다.

꼬리까지 축 늘어진 게 너무 잘 보여, 짜증이 나려던 게 사라져 버렸다.

“말씀은 잘 들었는데, 아직 생각 중이거든요.”

“네?”

“어차피 피할 수는 없는 것 같고, 그렇다고 애를 사지에 밀어 넣긴 싫어서요.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에요.”

“그럼……!”

“안 찾아와도 돼요. 때 돼서 갈 때 되면 갈 거니까.”

“예! 그럼요! 이건 제 명함입니다. 언제든 연락 주시면 맞이하러 나가겠습니다!”

“고마워요.”

빈말과도 다를 바 없는 답인데, 그것마저도 좋은지 헤실거리는 얼굴을 보니 괜스레 미안해졌다.

대형견께서 손수 집 앞까지 모셔다 주어 편하게 돌아온 나는 뭐 한 것도 없는데 피곤한 몸을 침대에 내던지며 휴대폰을 들었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센터가 나름대로 막으려 한 것 같지만 결국 터지고 말았다.

『[속보] 새로운 A급 탄생! 각성하자마자 56위에 랭크된 그의 정체는?』

― 헐 ㄷㄷ 각성하자마자 랭크 인이라니. 간만에 혜성등장?

― 각성하자마자 50위권이면 던전 가자마자 20랭 각인데.

― 말만 A급이지 준 S급 아님?

― 오. 원티드 각인가?

― ㄴㄴ. 원티드까진 좀 에바인 듯.

― ㅇㅈ. 원티드는 기본 랭커중에서도 최상위. 그 최상위 중에서도 골라받는데 50랭으론 택도 없음.

― 다 아님. 원티드는 랭으로 안 받음. 그렇게 따지면 디올은 뭐가 됨.

└아. 디올이 있었네.

└그러지 마세요. 마음씨 착한 디올님 상처받아요.

└워낙 존재감이… 크흠…….

└못됐다. 진짜.

― 혜성이긴 하지만 아직 원티드는 무리수임.

― ㅁㅈ. 월령도 까였다던데

― 헐. 월령이 까였다고? ㄹㅇ?

└ㅇㅇ. 한때 유명했음.

― 얼른 얼굴 공개ㅤ도ㅐㅆ으면.

세상 그 무엇이든, 인터넷을 이길 수는 없나 보다.

겁나 빠르네.

“내 머리는 그렇게 안 빨라. 제발 좀 천천히 가라…….”

진짜, 어떻게 하지.

* * *

지호가 패닉인 상태로 침대를 기어 다닐 무렵.

‘대한민국의 보배든, 잔뜩 이용해 먹을 군력에 내 동생은 없으니까 어떻게든 해 보라고―!!’

자타공인 대한민국의 보배이자 정부 최고의 군력은 누군가의 강력한 원펀치 덕에 고뇌에 휩싸여 있었다.

자신에게 한 말이 아닌데도 계속 뇌리에 꽂혀 사라지지 않았다. 지한, 자신의 인생에서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었기 때문일까.

그 누구도 지한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각성 후, 이 자리에 앉기까지 그는 너무나 당연히 대한민국의 부품이자, 나라의 훌륭한 군력이었으니까. 아무도 그것에 의문을 품지 않았고, 저렇게 말을 해 주지 않았다.

해서, 지한은 지금까지 그게 너무나 당연한 줄 알았다.

머리를 세게 한 대 얻어맞은 것만 같았다. 사실 그렇게 충격적일 만한 일도 아니었건만.

“……씨. 유지한 씨!”

“아. 예!”

“많이 피곤하신 것 같습니다.”

그녀가, 그녀의 말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아 그런 것이었지만, 지한은 남자의 말이 구원처럼 다가왔다.

그래. 피곤해서 그런 것이다.

―라고, 스스로를 속일 핑계가 생겼으니까.

“아무래도 좀 쉬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일정이 좀 빡빡하긴 하셨죠.”

“빡빡? 빠빠아악?”

남자의 말에, 옆에 있던 유라가 득달같이 물어뜯었다. 그래도 양심이 있는 것 같은 남자는 그런 유라의 모습에도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여기, 이번 정산서입니다.”

“어차피 통보에 가까운 정산서면서 꼬박꼬박 주기는 왜 주는 건지.”

“하하. 그래도 이번에는 좀 다를 겁니다.”

유라의 비꼼에, 남자가 의미심장하게 받아쳤다.

“……?”

여전히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평소와 다른 말에 건성으로 정산서를 보던 유라의 눈빛이 달라졌다.

짜증 나서 볼 생각도 안 하던, 현 원티드의 임시 재무관리자인 정요한 역시 유라의 옆으로 가 이번 정산서를 확인했다.

“……이건.”

정산서를 확인하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커진 두 사람의 눈동자에 남자가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폈다.

“어떤 또라이가 나서 준 덕분에 이번에는 그래도 힘 좀 쓸 수 있었습니다.”

남자는 센터에서 대표적인 원티드 옹호파였다.

원티드가 다른 상위 길드보다 명백히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는 현 상황에 불만을 품고 있었지만, 그건 고작 직원 하나가 목소리를 낸다고 달라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번 일 역시 영구적으로 개선된 건 아니었다. 또라이의 말처럼 ‘이번만’일 뿐이었다. 그 ‘이번만’ 역시 그 또라이가 아니었다면 시도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다닌 기업이 기업이다 보니, 손쓸 수 없는 진상을 부리는 데에 특화된 녀석은 행정부 공무원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한 녀석이었으니까.

그 수많은 공무원들의 증언은 결국 집단의 여론이 중요한 이 업체에서 꽤나 큰 도움이 되었다.

사실, 그 녀석보다는 그 녀석이 다녔던 기업이 가장 큰 요인이긴 했지만.

“……또라이요?”

“여러분들이, 유지한 씨가 구해 준 사람 중에서 잘못 건들면 귀찮아지는 또라이가 있었거든요. 그 녀석이 아는 기자들도 꽤 많아서 입김 좀 넣어 주었습니다.”

‘유지한 씨께 도움을 받기도 했고, 사죄도 할 겸?’ 이라고 하더라고요.

남자가 장난스레 덧붙였다.

덧붙여진 말에 두 사람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지만, 지한은 그 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땅에 떨어뜨렸다.

왜일까.

지한은 그가 말한 이가 누구인지 알 것만 같았다.

“구해 줘서 감사하다고, 꼭 좀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유지한 씨께.”

“……네.”

지한이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답했다.

그 순간 지한은, 전해 듣는 것임에도 그동안 들었던 그 어떤 감사 인사보다 진심이 담긴 것만 같은 그 인사를. 당신은 어떤 얼굴을 하며 내게 건넬지, 너무나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스스로가 낯설어 견딜 수가 없었다.

다행히 그런 지한을 눈치채지 못한 남자가 기분 좋은 얼굴로 인사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예. 와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평소라면 화답은커녕 꺼지라고 레이저를 쏘았을 유라가 얌전히 인사를 받아 주었다.

이번 일에 대한 고마움이리라.

남자가 뿌듯한 미소로 화답하며 등을 돌렸다.

“자. 잠깐…….”

“……?”

멀어져 가는 남자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던 지한은 반사적으로 남자를 멈춰 세웠다.

“……유지한?”

“길드장님?”

답지 않은 지한의 행동에, 유라와 요한이 의아한 얼굴로 지한을 돌아보았다.

지한도 스스로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가는 말은 막을 수가 없었다.

“……이름, 그분의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절박함과 초조함을 담은 그 눈동자를, 남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눈을 보니 마음이 약해짐을 느꼈다.

그래서 남자는, 분명 나중에 알게 되면 맞아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입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윤지호입니다. 아, 미리 말하지만 제가 말한 거 아닙니다.”

만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후환이 두려워 남자는 덧붙였다. 일할 때 윤지호의 진면모를 맛보았던 남자는 정말 지호의 화를 두 번 다시 사고 싶지 않았다.

“아, 그리고 길드 ‘녹음’ 쪽에도 안 들어가게 하는 게 좋을 겁니다. 다른 사람은 상관없는데 거기 보스 귀에 들어가는 건 좀…….”

“예? 그게 무슨…….”

“그럼 진짜 갑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뱉어 놓고도 제가 한 짓이 무서워 남자는 빠르게 도망갔다. 꽁지 빠지게 도망가는 모습을 유라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관망했다.

유라의 반응에도 지한은 멍하니 남자가 알려 준 이름을 입에 담았다.

“……윤지호.”

매일 밤잠을 설칠 정도로 자신을 괴롭혔던 이름을 입 안에서 굴리며 지한은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는 목소리를 떠올렸다.

‘그 호강을 니 목숨 팔아 하는 건데 내가 퍽이나 기뻐하겠다! 이 머저리야―!’

심장이 저릿할 정도로 달콤한 저 애정을, 나도 가질 수 있을까?

태어나 처음 느껴 보는 검은 욕심이 스멀스멀 몸을 잠식해 나갔다.

그녀에겐 고작 감사 인사 하나뿐이었을 것이다. 고작 감사 인사조차 제대로 들어 본 적 없는 지한에게는 아니었지만.

탐이 났다.

가족은 아니니 같은 애정을 받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의 준하는 존재가 된다면…….

그녀에게 확실한 애정을 받을 수 있는 존재.

가족에게 지극정성인 그녀이니, 아마 제 사람에 속한 이들은 소중하게 대해 줄 것이다.

친구, 친밀한 동료.

아마 그쯤만 되어도 그는 꿈도 꾸지 못하던 애정을 받아볼 수 있겠지.

하지만 지한은 고작 그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을 것 같았다.

“……유지한?”

“…….”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갈증이 일었다.

그것만도 감지덕지한 일일 터인 데도, 처음 가져 보는 욕심은 자제란 것을 몰랐고, 줄어들기는커녕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커져 갔다.

그 자제 안 되는 욕심이 말해 오고 있었다. 여러 사람이 나눠 가질 수 있는 류의 애정으로는 부족하다고.

좀 더 완전한, 오로지 나 하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온전한 애정을 원한다고.

그런데 그게 뭐지?

우매한 머리로는 자기 자신이 대체 무엇을 원하는지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때, 문득 지한은 예전에 길드원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봐! 내 여친 최고지―!’

‘네. 그 소리만 벌써 몇 년째 듣고 있어요.’

‘몇 년 해도 최고라고! 뭐든 다 할 수 있어!’

‘사랑은 원래 다 퍼주고 싶어지는 거랍디다. 아니까 고만 좀.’

여친. 사랑.

‘내 꺼라고.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내 꺼.’

‘사람은 물건이 아닙니다.’

‘그렇게 말해도 용인되는 건 나뿐이라는 게 얼마나 황홀한지 니들이 알 리가 있나.’

‘……저 회사원 꼰대 징그러워.’

‘이것들이!!’

내 꺼.

이거였다. 상상으로 부르기만 해도 황홀해지는 느낌에 얼굴을 붉혔다.

당신도 그럴까. 내가 당신에게 그런 존재가 된다면. 나도 그 애정을 받을 수 있을까.

당신의 단 하나의, 남자가 된다면.

‘……유지한 씨.’

그 눈에 담긴 애정이 오로지 나만을 향하고, 그녀가 나를 불러 준다면…….

“……!”

상상만으로도 얼굴이 확― 붉어졌다. 단지 상상만 한 것인데, 너무나 기뻐 심장이 아팠다.

“……유라야.”

“왜. 얘가 진짜 많이 아픈가.”

답지 않은 지한의 모습에 유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되물었다.

그런 유라의 모습에도 지한은 멍하니 유라에게 물었다.

“……난, 별로일까?”

남자로서.

난데없는 질문에 유라의 얼굴이 애매모호해졌다. 대체 무엇을 듣고 싶은 건지 모르겠지만 유라가 할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네가 별로일 리가. 그런 인간이 있으면 어디 장기 하나가 배배 꼬였거나, 잡아 족쳐야 될 인간이야. 누가 너더러 별로래?”

“……정말, 그럴까?”

“당연하지!”

유라의 대답에도 지한은 자신이 없는 듯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부디, 당신에게도 그러면 좋으련만.

* * *

때는, 2010년.

갑자기 서울 한복판에 생성된 던전.

수많은 사람들이 빨려 들어갔고, 시간이 지나 던전에서 튀어나온 괴수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총도, 칼도. 무엇 하나 제대로 통하는 것이 없는 상대로 힘없는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대한민국 인구의 1/3이 죽어 나갔다고 표현할 정도로 대책 없이 사람들은 스러져 갔다.

높은 정치인은 항상 그랬지만 특히 더, 낸 세금이 매우 아깝게 소식 없이 조심스럽게 하나둘씩 나르고 있었고, 정부는 매일같이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는 말뿐.

하루하루가 시체 치우기에만 급급했다.

늘어가는 건 절망뿐.

하루하루 죽을 날만을 손꼽으며 눈물만 흘리는 그때, 마찬가지로 던전 속에서 절망과 함께 살아 돌아온 사람들에게서 희망이 싹텄다. 죽음의 경계선을 넘나들고 각성해, 힘을 얻어 괴수들을 쓰러트리기 시작한 것이다.

헌터 시대의 개막이었다.

“각성 후 시스템에 따라 위대한 성위의 선택을 받으며, 그보다 더 위를 노릴 수 있다, 라…….”

언제나 인터넷은 참 친절했다.

초록색 창에 ‘헌터’만 쳤을 뿐인데 소설에서도 제대로 보지 못했던 정보가 아주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어쨌든 정보에 따르면, 상위 랭킹 이상은 다 성위의 선택을 받은 계약자였다.

성위의 선택을 받지 못한 자는 헌터계에서 이른바 찌꺼기. 선택받지 못한 낙오자라고까지 불렸다. 성위의 선택을 받는 이가 각성자의 반의 반의 반도 못 미치는 숫자였음에도 말이다.

그 극악의 선택률에 비하면 말도 안 되는 단어였다.

어쨌든, 그 덕에 헌터로 수년을 일했음에도 성위의 선택을 받지 못한 자는 정부에서도 쉽게 놔주는 편이라 헌터 일을 관두고 일반인으로 사는 이들도 꽤 많다고 한다.

유사시에는 헌터로 일해야 했지만 말이다.

그나마 윤지우가 금수저 중 금수저라 불리는 선계약 후각성. 일명 별수저는 아니라는 것에 감사해야 하나.

기대는 안 했다.

동생 놈은 각성 후 던전 입성도 안 했는데 A급에 국내 랭킹 56위를 달성한, 금수저였다.

성위 계약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누구라도 자신할 금수저에게 별이 붙지 않는다면 이 세계가 미치거나 멸망 직전이란 거다.

때문에 되도 않는 기대 따위, 지호는 일찌감치 접어 넣기로 했다.

“……누나.”

그나마 심적으로 조금 안정이 되자, 타이밍의 귀재.

윤지우 님께서 입장하셨다.

자신이 진짜로 화난 상태를 알고 엎드리는 동생 놈이다 보니 본능적으로 요 며칠 내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화가 좀 가라앉았다 해도, 그게 다 풀리지 않았다는 걸 아는 것 같은 모습이 조금 기특하기도 하면서도 안쓰럽긴 했다.

“눈치 그만 보고 와서 앉아 봐.”

“왜?”

“할 얘기 있으니까 앉아 보라고.”

평소 같으면 즉각 ‘오글거리고 뻘쭘해서 싫어!’라고 대답할 놈이, 얼굴은 똑같지만 차마 그 말을 내뱉지는 못하고 쭈뼛거리면서 제 앞에 앉았다.

“윤지우.”

“어.”

“넌 각성한 게 좋아?”

갑작스러운 물음에 녀석의 눈이 커졌다.

녀석이 각성하자마자 무작정, 미친 듯 반대했던 내가 할 물음으로는 적합하지 않긴 했다.

하지만 솔직히 궁금하기도 했다.

내가 아는 윤지우는 심지어 막 양아치 짓하고 돌아다닐 때조차도, 자신보다 약한 이는 절대 괴롭히지 않았으며, 누군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면 앞뒤 상관없이 막아 주어 욕을 먹던 녀석이었다.

그래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던 세계의 윤지우가 아니라도, 이 녀석이 결국 내 동생 윤지우라면.

힘으로 이루어진 이 불합리한 세상에, 분명 강한 힘을 바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

“눈치 보지 말고, 솔직히 말해. 화 안 낼 거니까.”

장난으로 묻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자, 녀석이 눈치를 보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누나가 뭘 걱정하는지 알지만…… 난, 좋아.”

“어째서?”

“헌터는 엄청난 동경의 대상이라고! 헌터가 되면 나쁜 놈들을 다 때려잡을 수도 있고, 돈도 잘 벌고, 다 지켜 줄 수 있어!”

“…….”

“크흠. 누나에게는 헛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남자들에게는 엄청난 로망이거든?”

순수하다 못해 멍청하기까지 한 소리에 얼이 빠졌지만, 녀석의 눈은 진심이었다.

나는 저런 눈을 할 때의 윤지우를 알고 있었다.

윤지우가 대학을 갈 시기에, 체대를 간다는 말에 부모님이 극구 반대했을 때도 자신은 체대에 꼭 가고 싶다고 할 때, 저랬었다.

체대 가서 대체 뭐 할 거냐고, 차라리 그냥 대학을 가고 운동은 취미로 하라고 말까지 해 놓고 저 눈 때문에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그걸 보니, 오히려 후련해졌다.

“좋아. 그럼 해.”

“어? 진짜?!”

“어차피 뭘 해도 네 인생. 이렇게까지 말렸는데도 하겠다는 게 네 선택이면 존중해 줘야지. 미리 말하지만 나중에 원망하지 마라. 왜 안 말렸냐고.”

“설마 그럴 리가! 앗싸! 내가 돈 왕창 쓸어올게!!”

“그래. 동생 덕 좀 보자.”

“당연하지!!”

마치 일곱 살 때처럼 좋아 방방 뛰는 녀석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저렇게 좋을까.

고생길 열린 게 훤히 보이는데 뭐가 그리도 좋은 건지.

어째 제 고생길까지 덩달아 열린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다. 내가 더 어찌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뭐가 달라질까. 그러면 흘러가는 대로 지켜보는 것도 나름 좋은 선택일지 모른다.

“밥 먹어!”

“네에!”

방관자가 뭐든 제일이니까.

뭐, 속은 후련해졌다. 자신에게는 아무 힘도 없으니,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엄마―! 엄마가 한 거야?!”

“왜, 불만이니?”

“아빠는―! 아빠는―!?”

“네 아빠 오늘 야근이다.”

“……젠장.”

그리 믿었다.

“뭐라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잘 먹겠습니다…….”

진짜로.

* * *

[……호. 윤지호!]

“……으으, 누가…… 자꾸…….”

간신히 잠들었는데, 왜 자꾸 부르는 거야.

짜증을 가득 담아, 부스스 눈을 뜨자 다시 한번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닿았군.]

“응? 누…… 뭐야, 여기?!”

눈을 뜨자마자 진심 기절하는 줄 알았다. 잠이 확 달아났다.

분명 힘겹게 누웠던 자신의 방 안 침대가 아닌, 무슨 은하수 한가운데 떠 있는 거 같은 이건.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실제가 아니라 글로 된 표현 같은 걸로.

[책에서 봤겠지.]

“맞아! 그…… 어, 누구세요?”

책이라고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맞장구를 치다 등골이 싸늘해졌다.

그래. 책에서 많이 봤다.

헌터물. 그것도 성좌물에서.

보통, 그 ‘빌어먹을 걸’ 할 때.

[너랑 계약하러 온 네 계약성?]

“지금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슬슬 깨어날 때가 됐네요. 안녕히 계세요.”

나, 윤지호. 방년 25세.

감으로 찍고, 감으로 사는 윤씨 가문의 첫째.

유전자가 물려준 훌륭한 감이 말하고 있었다.

튀는 게 답이라고.

재빠르게 있는 말 없는 말 다 뱉고 돌아섰는데, 돌아서도 문제였다.

어디로 어떻게 가냐.

[크크크큭. 역시 웃기단 말이야.]

멍하니 눈을 도르륵 굴리고 있자, 뒤에서 아주 숨넘어가게 웃으시는 분이 매우 매우 거슬렸다.

약 올리기 세계 챔피언쯤 되시는 것 같았다.

“웃지 마요. 진짜 이 상황을 싫어하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거 아니에요.”

계약까지 하려 하는 거면 그동안 날 지켜봤다는 거고, 그럼 내 성격을 모를 리도 없을 텐데 저렇게 처웃는 것이 매우 고까웠다.

“동생 놈 겨우 인정했더니 바로 이딴 게 또…….”

[이딴 거라니. 그건 매우 섭섭한데. 이래 봬도 매우 인기 많은 남자란 말이야. 나.]

“그건 저한테 매우 중요하지 않은데…… 오, 잘생기셨네요.”

[고맙게 듣지. 잘생겼다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거든.]

포기하고 돌아본 얼굴은, 할 말도 다 못 마치고 잘생겼다는 말이 튀어나올 만큼 매우 잘생기신 얼굴이었다.

정말 인간 같지 않게 잘생겼다.

찬양해도 모자랄 얼굴이었지만, 얄미운 마음이 더 커, 미사여구는 빼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럼에도 빌어먹을 성위께서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웃으셨다.

에이 씨. 웃는 것도 더럽게 잘생겼어.

“질문 있습니다. 혹시 제 취향으로 얼굴 바꾸신 겁니까?”

미인계로 계약을 유도하는 수법입니까?

진지하게 질문했다. 성위는 어찌 됐든 지금은 사람이 아니니, 얼굴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는 의혹이 들었으니까. 그 질문에 성위가 무슨 소리냐는 듯 바로 대답했다.

[아니, 원래 내 얼굴인데. 바꿔 줘? 바꿔 줄 수는 있는데.]

“……바꿔서 뭐 하게요. 됐어요.”

젠장. 희망이 사라졌다.

내가 저 얼굴에 안 넘어갈 수 있을까?

아무리 잘난 얼굴이라도 만족해만 하고 싹 다 잊어버리는 편이지만, 저 정도 얼굴로 하는 말에 안 넘어갈 자신은 없, 없다…….

“……크흠. 그래서, 여긴 어디예요?”

[네 꿈속? 정확히는 네 꿈을 빌려서 내가 만든 공간이지. 아직 계약도 하지 않았고, 얼굴은 마주 보면서 대화하고 싶었거든.]

“쓸데없는 배려 참 고맙네요.”

내 입장에서는 얼굴 안 보는 게 더 좋았을 거 같은데.

최대한 눈이라도 안 마주치려는데…… 젠장. 저 얼굴은 너무 치명적이라고!

그런 내 모습조차 즐기는지 빌어먹을 성위는 싱글벙글이었다.

“……왜 오셨어요?”

[당연히, 계약하러?]

“그럼 잘못 오셨어요. 전 헌터 아니구요. 각성도 안 했고요. 얼마 전에 어이없이 직장에서도 짤린, 이 세계에 흔히 있는 쩌리예요.”

얼굴까지 가리며, 나는 계약해도 아무짝에 쓸모없는 찌질이 쩌리라고 열심히 피력했다.

아무리 내가 자괴감 넘치는 인간이라지만, 스스로를 까내리며 나 이렇게 못났다고 어필하는 건 매우 처량하고 고달픈 작업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제 살 깎아 먹는 소리를 했건만, 재수 없는 성위님께서 뭔 개소리냐는 듯 말하셨다.

[하핫. 네가? 너처럼 웃긴 것도 흔하지 않고, 무엇보다 너처럼 다른 세계에서 온 인간이 흔할 리 없잖아.]

“……뭐?”

순간 진심으로 두 귀를 의심했다.

얼마나 의심했냐면.

“야.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방금 전까지 존대하던 성위님 멱살을 잡을 정도로.

[이야. 역시 이중인격. 화끈하네?]

“잡소리는 집에 가서나 하고. 어떻게 알았냐고.”

[간단해. 이 세계에서, 너만 이질적이거든.]

“……뭐?”

고작 인간에게 멱살이 잡혔다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건지, 성위놈이 친절히 답해 주었다.

[이 세계에 원래 없었던 인간도 아니야. 하지만 넌 이 세계에 섞여 들지 않았어. 너 혼자 붕~ 떠 있거든. 쉽게 말하자면.]

“그게 내가 다른 세계 사람인 이유라는 거야?”

[무엇보다 확실하지. 네가 다른 세계 사람이 아니라면, 그 어떠한 이유라도 그럴 수는 없거든. 그래서 네가 재밌는 거고.]

재미는 얼어 죽을.

“네. 전 안 재밌구요. 구경 열심히 하셨으면 이제 가시죠?”

[계약하고 가야지.]

“아까하고 다른 세계라는 것만 달라졌지. 전 여전히 흐찔한 쩌리에요. 아무 힘도 없는.”

[힘이야, 내가 주면 되는 거고.]

단호박 같은 답에 철벽 치려던 것도 포기하고 성위놈에게 물었다.

“……그건 다른 사람한테 가도 마찬가지잖아요. 왜 나예요?”

다른 세계 사람이라 특별할 수 있는 건 맞지만, 그 특이성뿐, 난 여전히 너무나 평범했다.

징그러운 것 못 보고, 뭘 제대로 찌를 수조차 없는 평범한 여자아이란 거다.

굳이 날 선택한 이유가 없다.

잘난 얼굴뿐 아니라, 아닌 척 감추고는 있지만 숨길 수 없는 품격이 그가 보통 성위가 아니란 걸 알려 주고 있었다. 자신보다 백배는 더 잘난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성위라는 거다.

근데 왜?

[뭐, 간단해. 넌 재밌거든. 사실 그렇게까지 재밌을 일이 아닌데, 이상하게 넌 재밌어.]

“……그게 이유라고?”

[나는 다른 놈들처럼 심심하다고 애 키우는 취미는 없어서 그냥 자고 있었는데 어느 날 운명처럼 눈이 팍― 떠지더라고. 그리고 네가 보였지.]

“…….”

[뭐 이것저것 계약할 놈 고르는 놈들도 있지만, 난 딱히 그럴 필요도 없고, 경쟁 같은 걸 할 생각도 없어서 그냥 흥미로운 네가 딱이야.]

“그럼 그냥 지켜봐도 되지 않나? 굳이 계약할 필요는…….”

[계약하는 게 지켜보기 더 편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네게도 필요하지 않겠어? 인간들은 다 원하던데.]

“아니. 별로.”

있어 봤자 귀찮기만 할 거라는 데 전 재산도 걸 수 있었다.

[보통 이 정도 말하면 다 넘어오는데, 넌 안 넘어오네. 진짜로 너 최고로 만들어 줄 수 있어. 내가 진짜 다 줄게!!]

“됐어요. 안 사요.”

단호박 같은 내 대답에 그제야 비로소 놈이 당황했다. 이걸로 안 넘어올 거라고는 정말로 생각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렇겠지.

사실 혹하지 않은 건 아니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다는데 어떤 인간이 그 유혹에 굴하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결국 넘어가지 않은 건, 그 주인공의 일생이 얼마나 힘들고 고달플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지금 20살이었으면 넘어갔을지도 모르겠다.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도 있었고, 대단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로망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지금 25살이다.

여전히 사회 초년생인 건 맞지만, 그래도 나름 고생 깨나 했다고 눈에 띄는 인생보다, 눈에 띄지 않고 적당히 편안하게 사는 인생을 바랐다.

“그럼 이제, 얘기 끝난 거죠? 얼른 돌려보내 줘요. 마저 자게.”

[아니, 너 지금도 자고 있거든?]

“정신도 자고 싶어요.”

[잠깐만, 나랑 계약하면 진짜 좋을 거야. 내가 다해 줄게! 네 맘에 안 드는 사람 다 바를 수도 있고,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어!]

“와아. 굉장하다. 20살 때만 했어도 혹했을 거예요.”

[왜에! 왜 지금은 아닌데?!]

“뒤처리가 더 귀찮다는 걸 알 나이어서?”

시끄럽던 성위가 입을 딱 다물었다. 쓸데없이 똑똑하다고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흥. 칭찬받는 날보다 까이는 날이 많았어도, 내가 멍청해서 까인 건 아니었거든?

자신감 뿜뿜 상태로 얼른 그만 보내 달라 강력하게 요구하자, 매우 난감한 얼굴로 눈알을 굴리던 성위놈이 필사적으로 말했다.

[진짜 나 안 필요해? 동생 때문에라도 힘은 필요할 날이 올 텐데?]

“……내 동생?”

[그래! 헌터잖아! 그럼 언젠가 위험해질 날이 올 거고. 그럴 때는 너도 힘이 왜 없나 싶어질걸?]

듣고 보니 그랬다.

동생 놈이 헌터가 아니었다면 들을 필요가 없을 말이었지만, 애석하게도 아니지 않은가.

자신이 흔들린다는 걸 눈치채자마자 성위놈이 열심히 영업을 시작했다.

[그치? 그러니까 유사시에는 힘 필요할 거 아니야. 해코지하는 놈들도 슬슬 생길 텐데.]

“그건 그런데…… 계약하면 내 정체도 다 까발려질 거 아니에요.”

[무슨 소리야. 그거 선택사항이에요, 아가씨. 그리고 뭐라고 하는 것들 다 바를 수 있을 정도로 나 굉장히 강해요. 누구랑 엮이고, 얽매이는 것도 결국 힘이야. 강하기만 하면 그런 건 아무런 문제가 안 돼.]

“……진짜?”

[그럼. 지금 국내 랭킹 1위가 그렇게 정부에 얽매이는 건 걔가 본투비 호구라서 그런거고. 원래 한 나라에서 1위쯤 먹으면 정부가 뭐야. 다 설설 기어야지.]

좀, 많이 혹했다. 모두가 다 나한테 설설 긴다니.

인간적으로 혹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는 거다. 암.

“……그럼 계약하고 각성해도 아무도 모를 수 있는 거예요?”

[다른 놈들은 무리겠지만, 난 다르지. 그 정도는 거뜬해!]

그러니까 즉, 각성 징후도 안 나오고 아무도 내가 힘을 가진 걸 눈치 못 채게 할 수 있다는 거다. 그럼 유사시 필요할 때만 안전빵으로 쓸 수 있다.

세상에 공짜만큼 혹하는 건 없다.

결국 나는 유혹에 졌다.

“……그럼. 할게요.”

[좋은 선택이야. 윤지호. 진짜 행복하게 해 줄게.]

“그거 프러포즈 할 때나 쓰는 말 아니에요?”

[틀린 말도 아니잖아? 평생 함께할 건데.]

그 얼굴로 이야기하니 문제지. 이 아저씨야.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아.”

계약을 마쳐서인지 갑자기 조금씩 눈이 감겼다.

본능적으로 느꼈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는 걸.

[잘 부탁해. 윤지호.]

“저두요. 아, 그러고 보니 이름…….”

[이매망량. 기억해 둬.]

“네? 뭐라고요?”

두 귀를 의심했다.

귀신은 물론, 호러의 호자만 나와도 기겁을 하는 내게, 절대 들려서는 안 될 단어가 들렸으니까.

하지만 물어볼 수 없었다.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었으니까.

【성위 ‘이매망량’ 님이 관리자에게 계약공증을 요구합니다.】

【상위 권한으로 계약 시 요구되는 대가와 계약승인을 위한 검증 절차가 생략됩니다.】

【계약 각인을 집행합니다.】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의 인생에 별들의 가호가 함께하길.】

[……드디어, 내게 왔네.]

희미해지는 정신 사이로, 알림음과 함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후 ……줄 거야.]

무슨 말인지 듣지는 못했지만.

【랭킹이 변동되었습니다.】

【현재 윤지호 님의 국내 랭킹은 ‘1위’입니다.】

“……뭐야. 이게.”

현실로 돌아와 눈을 떴을 땐, 세상이 달라져 있었다.

[상태 창]

[이름: 윤지호.

이명: 미정.

소속: 대한민국

타이틀: 진 화신(化身) ‘이매망량의 주인’

성향: 권태로운 성향의 방관자

계약성: ‘이매망량’

등급: S

국내 랭킹 1위.

월드 랭킹 3위.

특성: 수백 개의 가면(S), 얼음의 심장(S), 꺼지지 않는 불꽃(S), 냉철한 신념(S)……]

【이명을 정해 주십시오.】

【이명은 블랙마켓에 등록되며, 모든 채널에 표기됩니다.】

줄줄이 이어지는 창에 생각하는 걸 포기하고 황급히 휴대폰을 들었다. 단 5분 전에 올라온 것인데도 실검 1위에, 반응들 한번 죽여 줬다.

『[BEST] 실시간 월드 랭킹 top 50/ 국내 랭킹 top 50』

― 미친. 지금 유지한이 내려온 거 찐이냐.

― 유지한님 옆에 있, 있을 수 없는 숫자가……!

― 지금 보고도 안믿겨서 세수하고 다시 봤는데도 안바뀌었어. 이거 뭐야!!

― ㅎㄷㄷ… 새로운 일찐이……

└ 지금 일찐소리 할땐가.

└ 얼른 학교가렴 아가야.

― 새, 새로운 랭이… 근데 나온게…! 와 찐 지렸다. ㅁㅊㅁㅊㅁㅊ

― 누구 저 사람 아는 사람 없어? 무슨 첫등장으로 1을 찍냐고!

― 옆에 보면 오름 표시도 없어. 완전 생이야. 저건.

― 그럼 지금 별수저 탄생했다는 거야? 지금?

└ 생각좀. 별수저가 아니므, 저건 불가능.

― 크흡… 미친 별수저 탄생인가…. 개부럽.

― 그럼 별이 선택한 미모라는 건가. 찐이면 팬클럽 만들러간다.

└ 같이 갑시다.

└ 나도

― 그런 소리 할 때 아니고. 이매망량의 주인은 뭐야. 이거부터 미친거 아님?

― ㅇㅈ. 타이틀부터가 미친 듯. 대체 뭘 들고 올까.

― 뭐든 존나 찐 무서울 듯. 이제 다른 나라 다 발랐다.

― 유지한도 월랭 7위 아니었나. 근데 월랭 3위. 탑 3에 태극기가 펄럭~ 국뽕 지리구요

― 첫등장 월랭 3위. 오졌구요. 벌써 중국 뒤집어짐.

― 일본도 난리남. 구라친 거 아니냐고.

└ 그건 그쪽이 미친 거임. 월랭을 어떻게 구라침. 누가 만드는 것도 아닌데.

└ 그니까. 왜놈의 새끼들 헛소리는 하여간.

― ㅋㅋㅋㅋ지금 정부 대대적으로 신바람 남. 오늘 하필 청문회인데 하라는 청문회는 안하고 새로운 1위 이야기만. 노빠꾸 도랏ㅋㅋ

― 거긴 원래 개판이었지만 오늘은 찐 개판이었다

― 국뽕 풀악셀 밟으러 간다. 말리지마라.

스크롤을 쭉쭉 내려봐도 다 거기서 거기인 이야기.

눈앞이 아찔해졌다.

“……아저씨. 이거 뭐야.”

아침이라 한껏 저기압인 텐션에 곱하기 곱하기인 상태로 성위놈을 부르자, 성위놈이 슬그머니 나타났다.

[당신의 계약성 ‘이매망량’ 님이 내가 최고로 만들어 준다 하지 않았냐며 헛기침을 합니다.]

“적당히 했어야지. 아저씨야. 이거 어쩔 거야!”

[내가 짱이고 다른 애들이 찐따인 것뿐인데 왜 나한테 화를 내냐고 ‘이매망량’ 님이 매우 억울해합니다.]

“……아오.”

저 울트라 짱 세고 유치한 계약성님 덕에 팔자에도 없는 랭킹 1위를 빼앗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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