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트 쉴드-11화 (11/285)

11화

후에도 철수가 추천해주는 여자마다 우주는 싫다고 했다. 예뻐도 싫다고 했고, 마음에 들어도 싫다고 했다.

그는 생판 얼굴도 모르는 타인을 인터넷을 통해 만난다는 것 자체를 극히 꺼림칙하게 생각했다.

그런 까닭에, 나중에는 지친 철수가 마우스를 우주에게 떠넘기고 자신은 침대로 가서 곯아 떨어졌다.

우주는 혼자 PC 앞에 앉아서 이곳저곳을 클릭하고 다녔다. 뭘 눌러도 그저 신기했고, 가만 있어도 PC에서 나는 음악소리가 그를 즐겁게 만들었다.

어느덧 새벽 3시가 넘었다.

하품이 절로 나오고 눈도 침침했다. 술도 이미 다 깬 상태였다.

PC를 끄고 자려고 했지만 어떻게 끄는 것인지 몰라 그냥 켜놓고 맨바닥에 누웠다.

눈을 감았다.

그와 동시에 PC에서,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하고 여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벌떡 일어나서 모니터를 봤다.

[대갈공주라는 여성분에게 대화 제의를 받았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

“뜨헛!”

우주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며 마우스를 잡고 예를 눌렀다. 자신에게 말을 걸어준 타인에게 아니오를 누르면 실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1:1대화창이 열리고 그녀가 인사를 했다.

[대갈공주 : 반가워요 ^^!]

우주는 바로 대답 못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나, 나한테 말하는 건가?’

1분이 흘렀을 즈음, 우주는 급히 자판을 쳐다보았다. 아까 철수가 가르쳐준대로 하나하나, 느릿느릿, 안... 녕... 하... 시... 오... 라고 적고, 엔터.

[키180 : 안녕하시오]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가 대답했다.

[대갈공주 : 대답없으셔서 놀랐어요. 자판이 익숙치 않으신가봐요? ^^;]

30초가 지났다.

[키180 : 그러오나는못한다오]

[대갈공주 : 죄송해요 ㅠㅠ]

[키180 : 뭐가말이오?]

[대갈공주 : 그냥... 저 때문에 화 나신것 같아서(;; TㅂT)]

[키180 : 화안났소대신심장이두근두근한다오]

[대갈공주 : 긴장된다구요? (*ㅁ* )]

[키180 : 그렇소처자와이야기하다보니가슴이떨린다오처음이라서]

[대갈공주 : 아...(* __)]

[대갈공주 : 그런데 띄어쓰기 좀 해주시면... 안되요? 너무 보기 어려워요ㅠ]

[키180 : 하고싶어도모른다오]

[대갈공주 : 실례지만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3분이 지났다.

[대갈공주 : ?]

[키180 : 소생의인생이험난하여어찌말해야할지모르겠소만일단스물되오]

[대갈공주 : 정말요?]

[키180 : 그렇소]

두 사람은 이후 간단한 대화를 주고 받았다. 대갈공주란 아이디를 쓰는 여성은 스페이스바의 사용법도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그녀가 원래 참을성이 많은 성격인지 대화내내 우주의 독수리 타법을 기다려주며 서로 재밌게 대화를 주고 받았다.

알고보니 그녀 역시, 친구와 단둘이 술을 마시다가 재미삼아 해보라는 친구의 권유로 토크클럽에 접속했다고 한다.

그러다 캐쉬로 도배된 화려한 아바타를 가진 남성 회원을 발견했고, 그 즉시 친구가 대화신청을 걸었다고 했다.

솔직 담백하면서도 나이 들어 보이는 우주와의 대화를 그녀가 즐거워하는 눈치였다. 그러면서 한시간, 두시간, 세시간, 타임머신을 탄것처럼 순식간에 3시간이 슥 지나갔다.

새벽 6시였다.

그때 갑자기 그녀가 말했다.

[대갈공주 : 죄송해요. 저 이만 나가봐야할 것 같아요. 오늘 일이 있다는 것을 깜빡했네요;]

[키180 : 무슨 일 하오?]

[대갈공주 : 아, 저... 그냥 모델이예요. 그럼 나중에 또 뵈요~ 오늘 즐거웠어요★]

(대갈공주님이 채팅방을 나가셨습니다.)

[키180 : 모델? 그게 뭐하는 거요?]

자판에 집중하느라 그녀가 나간지도 몰랐다.

‘벌써 간건가?’

이제는 글이 올라오지 않는 채팅방을 우주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재밌고 시끌벅적한 기분이 들었는데 한순간 텅빈 기분이 되어버렸다.

‘언제 또 인연이 닿을지...’

참 마음이 맞는 처자라 생각했는데, 사는 곳도 모르니 어떻게 연락할 수단도 없고 매우 아쉬웠다.

밤을 지샌 까닭에 붕뜬 기분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오전 일찍 철수가 제네틱스를 다녀오더니 100만원을 건넸다. 주급이란다.

그후 불알 친구 마냥 둘이 철썩 붙어다녔다.

운전 학원에 가서 등록도 하고, 이어 버스 타는 법도, 택시 타는 법을 익혔다. 그리고 백화점에 가서 옷도 샀다.

정오.

두 사람은 여름 햇살을 피해서 그늘진 야외 벤치에 앉았다.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는 동안 철수가 나른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회사를 정말 놓치기 싫은게, 진짜 천국입니다. 요즘 이렇게 놀면서 일하는 직장도 없어요. 수라들 인권 보호한답시고 누릴거 다 누리고 편히 일하면서 연봉은 3억씩 받고 예전에 잘나가던 미국 기업 가글(Gagle)이나 앱플(abple)보다 훨씬 좋은 대우를 받고 일하거든요.”

우주가 햄버거를 한입 먹고는 물었다.

“그래서 어제 그렇게 운거요?”

“뭐 부끄럽지만 그렇죠. 남들한테 떵떵거리며 살 수 있으니까. 수라가 아닌 이상 일반인이 제네틱스에 들어가긴 엄청 힘들어요.”

식사를 마친 후 우주의 집으로 갔다. 방안에서 동영상을 보며 철수가 국제 정세에 관한 설명을 했다.

“수라와 연구진들에 의해 레지스트 쉴드가 신천지라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전세계 각국, 특히 미국과 일본이 눈에 불을 키고 달려 들었습니다. 참고로 다른 나라에도 수라가 있습니다.

그런 강대국들의 틈새에서 레지스트 쉴드와 국경을 직접 맞대고 있는 우리 나라는 초기에 눈치만 보기 급급했습니다. 미국, 일본에, 심지어 유럽까지. 레지스트 쉴드 내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확보할 생각에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했거든요.

이런 상황에 우리 대통령님께서 참다못해 위대한 결단을 내리셨죠. 딱 한줄로 끝납니다. '외국인은 절대 한반도 남쪽을 통해서 레지스트 쉴드로 접근 할 수 없다'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로 대단한 결정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한 법안이 통과된 후, 열받은 미국과 일본등 전세계 열강들이 국내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해 가면서 순식간에 국내 증시가 폭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라의 대위기였죠. 당연히 무역제재도 받았구요. 두번째 IMF가 올 것이라는 두려움이 커져만 갔습니다. 하지만 그런 현상은 얼마 안갔어요. 왜냐구요? 왜냐하면 레지스트 쉴드를 맞대고 있는 나라는 비단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었거든요. 중국과 러시아가 있었어요.

처음 돌연변이 생물이 나타났을 당시 아주 운좋게도 군전력 반이상이 38선에 집중해있던 한국과 달리 중국은 초기 대응을 못해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징성 이 세 곳의 행정구역을 돌연변이 생물에게 잠식 당하고 맙니다. 그로 인해 러시아의 국경까지 돌연변이 생물이 나타나기 시작했죠.

이로 인해 레지스트 쉴드를 통해 이득을 보는 국가는 한국, 중국, 러시아 3국이 됩니다. 각국의 이익을 위해 자연스레 이 세 나라가 힘을 합쳤죠. 미국, 일본, 유럽은 그에 항의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구요.

그리고 날이 갈수록 한중러 3국에게 상황은 유리하게 흘러가게 됩니다. 기존 북한을 통치하던 김일정은 핵폭탄이 터졌을때 진즉에 사망했고, 해외에 머물고 있던 그 아들 김남정이 나선거죠. 그는 조국을 잃고 해외 각지에 흩어져있던 북한 동포들을 결집해 새로운 북한 정부를 수립합니다.

그것은 한국 땅에서였습니다. 한중러 3국의 은밀한 지원하에 김남정은 북한 정부를 세웠고, 곧이어 역사적인 2.11 선언을 하게됩니다. 그것은 바로 남한 정권을 주도로한 한반도의 통일이었죠. 그 후 그는 북한이라는 이름과 함께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맙니다. 지금쯤 아마 한국 정부의 비호 아래 배불리 잘먹고 잘살고 있을 테지만요.

여튼, 역사에 기록될 2.11 선언이후 남북이 통일되면서 일본을 비롯한 서방 강대국들은 더는 한중러 3국을 압박할 명분이 없어졌죠. 본래 땅 주인이 한국한테 모든 권한을 넘겨줬는데 누가 뭐라그러겠어요?

게다가 그 와중에 레지스트 쉴드 내에서 생산되는 대체 에너지는 기존 중동의 석유값보다 훨씬 싸게 국제 시장으로 흘러들었고, 이때문에 국내 증시는 전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두 번째 IMF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죠. 또 나라가 갈수록 부유해지니까 중동의 석유 재벌과 비슷한 케이스가 한국에서도 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럽 프리메라리가에 속한 구단이나 프리미어리그 구단을 산 한국 재벌도 있죠.”

제네틱스 본사 55층 한소라의 집무실.

소라는 인사총괄 전무를 만나고 있었다.

“다음주부터 신우주를 레지스트 쉴드에서 일하게 하세요.”

인사총괄 전무가 깜짝 놀랐다.

“벌써 말입니까? 교육이 끝나려면 아직 5개월이나 남아있습니다. 섣불리 일을 시켰다가는 사고가 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기업마다 다 다르지만, 제네틱스의 경우에는 6개월 간의 연수 기간이 있었다. 수라가 레지스트 쉴드에서 일을 하려면 이론 교육 3개월, 실습훈련 3개월, 총 6개월이란 시간이 소비되었다.

하지만 소라는 기무팀을 농락한 우주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게다가 그녀가 이끄는 ‘신세기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이대로 세월아 네월아 하며 썩혀두긴 아까운 인재였다.

한시라도 빨리 그녀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를 이용해야만 했다.

그녀는 더 말 안했다.

“하세요.”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것 같다.

인사총괄 전무는 꽤 난처한 표정으로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알, 알겠습니다.”

그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뒤 밖으로 나갔다.

그때까지 구석에서 묵묵히 지켜보고만 있던 창성이 조용히 다가왔다. 그는 왼팔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오전에 다코오 가문에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뭐라 하던가요?”

“이번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 원한다면 친일 시민 단체를 이용해 정부에 압력을 가해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녀가 코웃음 쳤다.

“한국에서 친일 단체가 나서봐야 좋을 것도 없을텐데? 미쳤나 이것들이.”

“하지만 일본 자금으로 운용된다는 사실을 국민 대다수는 모를겁니다. 그러니 괜찮지 않을까요?”

“아니. 됐습니다. 그냥 잠자코 있는게 도와주는거라고 전하세요.”

창성이 머리를 숙였다.

“예.”

“그보다...”

소라가 책상 서랍 안에서 메모지를 찾았다. 여당 의원의 연락처가 적힌 메모지 였다.

전화기를 들어 꾹꾹 번호를 눌렀다.

연결음이 흐르고 이내 누군가 받았다.

“아, 의원님? 접니다 한소라 본부장. 네, 그래요. 호호호.”

그녀는 수화기에 대고 교태 가득한 미소를 흘렸다.

“오늘 저녁 어떠세요? 저랑 간만에 식사라도 하시죠.”

저녁에는 마트도 경험했다.

철수와 함께 먹을거리와 생필품을 사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날이 저물어 인적이 끊어지고 보름달만 휘영청 밝게 비치는 골목길.

우주는 문득 걸음을 멈추며 한 손으로 철수의 가슴을 막아 세웠다.

“왜 그래요?”

“기다려보시오.”

우주의 시선은 후미진 골목 담벼락에 향해 있었다. 밤벌레가 지그재그로 날아다니는 가로등 뒤편, 빛이 들지않는 사각지대를 무척이나 경계했다.

철수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저기 뭐가 있어요?”

“요망한 계집이 숨어있소.”

“요망한 계집?”

“그렇소. 천벌을 받아 마땅한 아주 못된 계집말이오.”

우주는 대답하고 나서 곧 호통을 쳤다.

“거기 있는거 다 안다 이년아! 썩 나오지 못할까!”

잠시 찾아온 정적.

이윽고 어둠속에서 누군가 스윽 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철수가 놀라 자빠질뻔했다.

주황빛 가로등 아래. 기모노를 입은 여성의 눈에는 독기가 서려 있었다. 게다가 서슬퍼런 칼날을 자신들에게 겨누는 것이 아닌가?

“누, 누구세요?”

철수는 저도 모르게 슬쩍 뒷걸음질을 쳤다. 그에 반해 우주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철수에게 말했다.

“저 계집은 쿠로가네 료코라는 일본년이오. 내게 볼일 있어 온거니 걱정하지 마시오.”

“그, 그 혹시 원한관계인가요? 그래서 우주 씨를 죽이려고?”

우주가 코웃음을 쳤다.

“흥. 제까짓게 날 감히 어찌 죽인단 말이오. 오히려 빌어도 시원찮을 판이오.”

우주는 갑자기 보란듯이 침을 퉤 뱉더니 료코를 향해 소리쳤다.

“(네 이년! 전보다 흉한 몰골을 보아하니 재수가 없어지겠다! 좋은말할 때 썩 물러가거라!)”

“(지랄하지마라 신진루이!)”

료코가 불쑥 입을 열며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으르렁 거렸다.

“(네놈을 찾아 여기까지 왔다! 오늘밤이야말로 기필코 죽여줄테니 각오나 해!)”

“(그런 소리는 골백번도 더 들었다. 아쉽지만 난 이제 과거는 잊기로 했고, 이제 너와도 볼일이 없다. 정 나와 싸우고 싶다면 가서 밥이나 처먹고 오거라!)”

씻지 못해 헝클어진 머리, 전보다 더 야윈 얼굴. 칼조차 제대로 못쥘것처럼 말라버린 손목.

그 모든 것을 우주가 단숨에 간파하며, 이건 뭐 한 주먹거리도 안될 것 같다.

사실 그 몰골을 보고 가슴 한켠에서 동요를 한 건지는 몰라도 그녀를 완전히 무시하기로 했다.

손에 들고 있던 비닐봉투에서 삼각김밥을 하나 꺼냈다.

“(옛다. 이거나 처먹고 살 좀 붙거든 오너라!)”

료코에게 휙 던져버렸다.

그러자 한순간 번쩍 하고 섬광이 일어나며 삼각김밥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와우!”

깔끔하게 잘린 삼각김밥을 보고 철수가 저도 모르게 그만 감탄사를 내뱉었다.

료코가 분한 얼굴로 이를 뿌득 갈았다.

“(이제 조센징들의 세상이라고! 개새끼도 안할 짓거리를 해가며 날 모욕하는구나! 네 이놈! 신진루이!)”

그녀가 칼을 높이 처들고 달려들었다.

한여름 밤은 덥다.

끈적끈적한 공기가 살갗에 달라붙어 답답했다.

싸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가로등 아래 놓인 쓰레기 더미에 나자빠진 료코는 지금껏 단 한번도 없었던 치욕과 좌절을 맛봐야만 했다.

료코는 고통을 호소하며 쓰레기 더미를 나뒹굴고, 심신이 지쳐있던 그녀를 상대하기란 우습다 못해 시시해서 창피할 정도였다.

“(그러길래 내가 뭐랬느냐 이 망할년아.)”

우주는 구석에 처박힌 그녀를 한심하게 내려다보며 들고 있던 비닐 봉지에 손을 뻗었다. 삼각김밥 두 개와 컵라면 한 개를 집어 그녀의 가슴쪽으로 툭툭 차례차례 내던졌다.

“(이거나 처먹고 당장 사라지거라. 그리고 그딴 모습으로 다신 내 앞에 나타나지 마라. 그땐 진짜로 죽여버릴테니까.)”

냉혹한 말을 서슴없이 내뱉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철수가 무참히 짓밟힌 료코를 힐끔 보고는 바로 뒤따라왔다.

“일본말도 잘하시네요. 근데 저 여자는 누굽니까? 왜 갑자기 나타나서 우주 씨한테 칼부림을 하려고 했어요?”

우주는 앞을 보고 걸으며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듯 차갑게 대꾸했다.

“주인을 잃은 개일 뿐이요. 배고픔을 못이겨 머지않아 길바닥에서 뒈질테니 안심하시오.”

“예...?”

우주가 이리도 열받은 모습은 처음본것 같다.

철수는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허둥지둥 뒤쫓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우주는 아침부터 어처구니가 없었다.

철수와 함께 집을 나서는데, 후미진 구석에서 쪼그려 앉아 졸고 있는 료코를 발견했다. 어젯밤 몰래 뒤따라 온것인지 놀랍게도 원룸까지 찾아와 있었다.

게다가 밤새 그곳에서 지낸 모양이다. 우주가 무관심한척 헛기침 소리를 크게 내자, 료코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허겁지겁 몸을 숨겼다.

그곳을 지나치며 철수가 물었다.

“어제 그런 수모를 당해놓고 왜 저런데요?”

우주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마 기회를 봐서 날 죽일 생각 같소.”

“그런데도 가만 놔둬요? 큰일이잖습니까. 어떻게든 해야되는거 아니예요? 경찰에 신고한다든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