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트 쉴드-16화 (16/285)

16화

3일이 지났다.

[이름 신우주. 팀명은 고릴라. 당신의 번호는 7번 입니다. 오늘 임무는 도시 탐색. 지금부터 그에 적합한 장비를 선택하여 주십시오.]

두 번째 출근인 금요일.

우주는 이번에 칼을 잡지 않았다. 팀장인 영웅이 사용했던 더블바렐 샷건을 골랐다. 지난 임무에서 영웅이 사용하던 모습을 보고 정말로 강력하고 쓸만한 무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네틱스 측에서는 순조로운 도시 탐색 임무를 위해서 고릴라팀 개개인에게 고성능 슈퍼바이크를 제공해주었다.

단, 오토바이 면허가 없는 우주만은 예외였다.

“허리를 꽉잡아.”

“알, 알겠소.”

웨어러블 선글라스에 검은 슈트. 환상의 바디 라인을 뽐내며 슈퍼바이크를 몰고 가는 수연의 자태는 아름답다는 말이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그 뒤좌석에 앉은 우주. 떨어지지 않도록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손을 더 위로 해봐.”

우주는 수연이 시키는대로 가슴 바로 밑부분을 껴안았다.

“이렇게?”

“아니. 더 위로.”

“그럼 가슴을 만지게 되오만?”

“아니야 상관없어. 왠래 다 이렇게 타는 거야. 그래야 안전하거든. 빨리 더 위를 잡아.”

“안전하다면야...”

이미 한번 몸을 섞은 사이라 그런지 신체 접촉에 대한 거리낌은 없었다. 우주는 두 손으로 그녀의 양젖가슴을 꽉 움켜쥐었다.

수연이 곧바로 야릇한 신음을 터뜨렸다.

“아앙...!”

우주는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음. 확실히 잡을곳이 있어서 그런가 탑승감이 괜찮은것 같소.”

“그, 그렇지? 이대로 주무르면서 가도 괜찮아.”

수연이 모는 슈퍼바이크는 쿠와와왕, 욕구 만족한 엔진소리를 터뜨리며 아스팔트 위를 가속해 나아갔다.

이윽고 슈퍼바이크 15대가 멈춰선 곳은 개성시였다.

주택, 도로, 빌딩 등 콘크리트 구조물로 잔뜩 채워진 개성을 보고 우주는 말문이 막혔다. 예상은 했지만 예전과 달라져도 너무 달라진 모습에 어느 곳이 자신이 살던 집터였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이래가지고 여동생의 무덤을 찾을 수나 있겠는가.’

하지만 혼자 온것이 아닌만큼 일단 임무가 먼저였다. 여동생의 무덤을 찾는 일은 뒤로 하고 팀원들 앞으로 나와 브리핑 중이던 영웅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며칠 전 이곳에서 토끼팀 멤버 세 명이 실종됐다는 사실은 다들 잘 알걸세. 오늘 우리가 할 일은 그 사라진 세 명의 흔적을 찾는 일이지. 3인 1개조로 다니면서 혹시 모를 비상 상황에 대비해 통신에 각별히 신경써주길 바라네. 특히 하찮은 것도 좋으니 조금이라도 꺼림칙하다 싶으면 지체없이 보고하도록. 이상.”

브리핑이 끝나고 나서 각 조끼리 흩어졌다.

우주는 수연과 태평하고 한 조를 이루었다.

폐허가 된 어두컴컴한 도시는 맞아 주는 사람도 없었고 이렇다 할 반응도 없이 그저 휑한 먼지 바람만 불어왔다.

두 대의 슈퍼바이크가 20여분을 달려 한 빌딩 앞에 멈춰섰다.

앞서 있던 태평이 반쯤 무너져 내린 빌딩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한 번 들어가 볼까?”

수연이 핸들에서 손을 놓고 제 몸을 감쌌다.

“으스스하네... 마치 귀신이라도 나올것 같은게 제법 꾸리꾸리한게 있을것 같기도 하고.”

“꾸리꾸리한게 뭐냐?”

“뭐긴 뭐야. 수상한게 있을것 같단 말이지.”

그녀의 뒤에 타고있던 우주가 슈퍼바이크에서 내리면서 물었다.

“짐 챙기오?”

“저긴 좀 무섭지 않을까? 왠지 귀신 나올 것 같다.”

수연이 대답하고 이어서 태평이 물었다.

“우주 넌 어때? 들어가고 싶냐?”

“뭔가 발견할 수 있을것 같기도 하고 가보는게 좋을 것 같소.”

수연이 뒤를 보며 물었다.

“안 무서워?”

“세상에 귀신이 어딨겠소. 마음 약한 사람이 헛것 보는거요.”

태평이 웃었다.

“캬, 상남자네.”

“상남자고 뭐고. 난 우주가 말투나 고쳤으면 좋겠어.”

수연의 말에 우주가 갸웃하며 물었다.

“내 말투가 이상하오?”

“좀 늙은 티나서 싫어. 하오 말고 합니까로 다시 말해봐.”

“내 말투가 이상합니까?”

“그래 그렇게 하니까 얼마나 좋니? 완전 이미지 상승이다. 그리고 나한테 누님 말고 수연 누나라고 해봐.”

“수연 누나.”

그러자 수연이 좋아 죽겠다는 듯이 몸을 흔들면서 꺄아 하고 소리질렀다. 그리고 우주의 목을 끌어당기면서 볼에다가 뽀뽀를 했다.

깜짝 놀란 우주가 뒷걸음질을 쳤다.

“보, 보는 눈도 있는데 뭐하는거요!”

“이뻐서 그랬지!”

태평이 씩 웃었다.

“우주야 그게 아니야.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누나! 하믄서 싸다구를 확 날렸어야지. 글구 이거 직장 내 성희롱으로 100프로 걸린다. 임무 끝나고 가서 고소해. 천한 누나가 희롱한다구. 돈 받아서 삼겹살이나 사 먹자.”

수연이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독설을 내뱉었다.

“지랄하지마. 성희롱도 능력이 있어야 당하지 넌 여자들이 쳐다보긴 하냐? 여태 여자한테 연애 편지 받아본적도 없지? 없지? 맨날 집에서 자위나 하고 사는 주제에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해 짜샤.”

태평이 인상을 쓰며 입을 꾹 닫았다.

“씨불.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기분이네 이거.”

세 사람은 천천히 빌딩 안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1시간 가량 수색하면서 별다른 특이점은 발견하지 못하였다. 북한 사람의 시체도 보이질 않았고, 실종됐다는 토끼팀 멤버의 흔적조차 눈에 띄질 않았다.

그렇게 허탕치듯 밖으로 나온 세 사람은, 건물 앞으로 나오자 마자 동쪽 지역 수색을 담당하던 조가 무언가 발견했다는 교신 내용을 듣게 되었다.

“와, 진짜 큰 알이다.”

“대체 뭐지?”

“이거 공룡알 아냐?”

주택가를 수색하던 조였다.

단독주택 2층 방 안에서 발견한 1m 높이의 거대한 알을 세 명의 팀원이 경계하면서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던 순간, 갑자기 알에 금이가기 시작했다.

쩌억, 쩌억. 콱!

“깨, 깨진다!”

“뭐야 저건!”

“일단 떨어지고 쏠 준비해!”

알에서 두 팔이 먼저 빠져나오고, 그다음 숙였던 머리가 들처지면서 녀석이 일어났다. 순백의 피부색에 도룡뇽을 닮은 머리.

“사, 사탄이다!”

“새기 사탄인가봐!”

“쏴버려!”

투투투투투투투투투!

다다다다다다다!

그들이 쏜 총알이 사탄이 서 있던 자리를 벌집으로 들쑤셔 놓으며 녀석의 얼굴과 가슴에 정확히 명중했다.

하지만 그것은 총알 낭비였을 뿐, 사탄의 살점을 파고들어간 총알은 별다른 충격을 주지 못하고 그대로 몸안에 흡수되었다.

사탄의 신체에 박혔던 총알은 전부 그들에게 흉기가 되어 돌아왔다.

퓨퓨퓨퓨퓨퓨퓨퓩!

[으악!]

[커헉!]

[고릴라 14, 아직 살아있다! 계단을 내려가는 중이다! 빨리 지원, 아아악! 아악! 아악!]

치지직, 치이이이이!

무전기에서 잡음이 들리더니 이어서 침착한 영웅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고릴라 1로부터 모두에게. 이 시간부로 조별 행동을 멈추겠다. 전원 동쪽 지역 ‘백두대간 볼링장’ 이라는 건물 앞으로 집합하기로 한다. 섬광 신호탄을 발사할테니 전원 위치 확인 하도록. 이상.]

상황이 긴박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슈퍼바이크를 타고 가는 동안 태평과 수연은 말이 없었다. 더는 농담도 안했다. 두세 달에 한 번 발생할까 말까하는 사망사고가 지난 임무에 이어 연이어 터지고 오늘도 순식간에 세 명이 사망하였다.

게다가 더욱 끔찍했던 것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무전기를 통해서 비명 소리가 줄줄이 새어 나왔다. 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벌써 5명이 더 죽어버렸다.

“앞에!”

태평이 급하게 외쳤다. 동시에 그의 슈퍼바이크가 균형을 잃고 도로 위로 미끌어졌다. 바로 뒤에서 쫓아오던 수연도 마찬가지였다.

끼이익! 쾅!

슈퍼바이크는 도로가에 세워진 상점에 처박히며 헛바퀴를 돌았다.

진작에 탈출한 태평과 수연, 우주는 다행히 부러지거나 심하게 다친 곳은 없었다.

세 사람은 힘겹게 일어나 정면을 바라보았다. 교차로 한가운데. 그곳에 신장 2미터의 사탄이 두 발로 버티고 서있었다.

수연이 먼저 아연실색했다.

“말, 말도 안돼! 저렇게 작은 사탄이 존재하다니!”

“아놔, 씨발!”

태평은 다짜고짜 전방을 향해 MP5 기관단총을 마구 발사했다.

투두두두, 투두두!

수연도 가세했다. 탄창을 다 쏘고나서 새로 갈아끼우는 동안 녀석은 일절 움직임도 없이 가만히 멈춰 서 있었다.

수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선 채로 죽은 건가?”

“당연히 뒈졌겠지!”

태평이 낄낄 웃었다. 긴장된 상황에 억지로 웃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수연은 우주를 쳐다봤다. 더블바렐 샷건을 들고 왔는데 사용법을 모르는지 애를 먹고 있었다. 그녀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안전장치를 풀어주었다.

“사용법은 아까 브리핑 시간에 가르쳐 줬지? 저놈한테 쏴봐.”

“알겠소.”

“알겠소 말고 응.”

“응.”

우주는 30M 전방에 있는 사탄을 겨누었다.

철컥, 파앙!

빗나갔다.

철컥, 철컥, 파앙!

또 빗나갔다.

가진 총알을 다 소진할 동안 가만히 서있는 목표를 두고도 맞추지 못하자 태평과 수연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일 끝나고 내가 스파르타식으로다가 연습 좀 시켜야 겠네.”

“내가 시킬거야. 여자가 가르쳐야 금방 배워.”

“야, 총은 남자가 가르쳐야 해. 그리고 넌 가르치는건 고사하고 주구장창 다른 짓만 계속 할거잖아.”

“무슨 짓? 다른짓 뭐. 말해 이 자식아. 다른짓 뭐.”

별것 아닌 일로 두 사람이 잠시 말다툼을 하는 동안 우주는 배낭에서 총알 상자를 꺼내고 새로운 문제점을 발견했다. 예비 총알을 잘못 가지고 온것이었다. 총알 규격이 맞질 않았다.

우주가 식은땀을 흘렸다.

“이것 참 난감하군...”

수연이 가까이 다가와서 물었다.

“총알 잘못 가져온거야?”

“모두 엎드려!”

소형 사탄의 사체를 확인할 생각에 앞으로 걸어갔던 태평이 갑자기 뒤를 보며 소리쳤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퓨퓨퓨퓨퓨퓩, 피육!

죽었으리라 생각했던 사탄이 몸을 팽이처럼 회전시키면서 몸속에 박힌 총알을 사방으로 토해내기 시작했다.

우주와 수연은 즉시 옆건물로 몸을 내던졌고, 태평은 도로에 바짝 엎드려 누워서 총알을 회피했다.

그가 크게 소리쳤다.

“저거 총알 안 먹나 보네!”

수연이 대답했다.

“커다란 사탄 녀석들이랑 같은 거야!”

“그럼 방법이 없잖아!”

“차라리 잘됐소!”

수연이 함께 건물 기둥에 몸을 숨기고 있던 우주를 돌아봤다.

“잘됐다니 뭐가?”

“총알이 통하지 않는다면 이 몸이 맨손으로 때려 잡겠소이다!”

“뭐?”

수초간의 총알 세례가 끝이나자, 우주는 즉시 건물 기둥에서 튀어나와 단숨에 사탄에게 달려들었다. 명치를 향해 잽싸게 돌려차기를 날렸다.

“어디 한 번 막아보거라!”

그러나 그 자신감이 무색할 정도로 명치를 가격당한 사탄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우주는 맥없이 그 앞에 떨어져 버렸다.

쓰러진 우주가 채 도망가기도 전에 사탄이 그의 한쪽다리를 낚아 챘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우주가 침을 꼴깍 삼켰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발버둥쳐봐야 힘만 뺄뿐이었다.

우주를 거꾸로 들어 올린 사탄은 일말의 희망도 없이 그를 도로 위에 패대기쳤다. 아스팔트가 깨질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 우주는 머리가 터지며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사탄은 압도적이었다.

정신을 잃은 우주를 코앞에 내려놓더니 한 발을 들어올렸다. 그를 짓이길 심산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태평이 로프건을 쏘아보냈다. 밧줄이 사탄의 발목에 칭칭 감기자 그것을 힘껏 잡아당겼다. 녀석의 몸이 뒤로 기울어지면서 쿵 하고 뒤로 말끔히 넘어가버렸다.

태평이 넋놓고 있던 수연을 보며 급하게 소리쳤다.

“우주를 데려올테니까 엄호해줘!”

하지만 수연에게 던진 그 말은 한순간 꿈이 되어버렸다.

기척도 없이 새로운 사탄이 그의 뒤에서 나타났다.

녀석은 한 팔을 쭉 뻗어 태평의 등을 가차없이 꿰뚫었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태평이 새파래진 얼굴로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 봤다.

쿵쾅쿵쾅 뛰는 그의 심장이, 사탄의 손안에 쥐여져 있다.

부르르 떨리는 입술로 말했다.

“언젠가 이렇게 될줄 알았다니까...”

그는 고개를 떨구며 숨이 멎었다.

“꺄아아악!”

수연은 지레 겁을 집어먹었다.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철푸덕 땅에 주저앉았다. 태평의 죽음을 목격하고 한순간 공황상태에 빠진 것이다.

태평의 심장을 길다란 입에 꿀꺽 삼키며 사탄이 다가온다. 그 길다란 주둥이에서 징글맞을 정도로 흉측한 침이 흘러 내렸다.

퍼엉!

갑작스레 울린 총소리에 순식간에 녀석의 머리 반쪽이 날아갔다. 붉은 혈액이 사방으로 솟구치면서 그 충격에 옆으로 비틀거리기까지 했다.

그때 수연의 허리에서 무전이 울렸다. 그녀는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무전기를 잡았다.

[고릴라 1이다. 우주를 데리고 빨리 도망가게!]

[살, 살아 있었어?]

[아직은 그렇다. 생존자는 나와 거기 두 사람 뿐이야. 작아도 사탄은 사탄이더군. 이대로 맞서 싸우다간 우리가 살아날 가망성은 없어. 고릴라 팀이 전멸했다는 소린 듣기 싫으니까 우주를 데리고 서둘러 도망치도록 하게!]

퍼엉!

영웅은 무전 중에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조금 전 밧줄에 걸려 넘어졌던 사탄이 다시 일어서려 하자 재빠르게 총격을 가했다. 사탄은 머리를 맞고 재차 쓰러졌다.

[어, 어디에 있는 거예요?]

[우측 건물 옥상에 있네. 엄호해줄테니 건물 뒤편의 내 슈퍼바이크를 타고 도망가도록 해.]

[차 대표님은요?]

[난 다른 대원의 슈퍼바이크를 타고 곧 뒤따라 갈걸세. 이래봬도 도망치는데 선수니까 걱정말게나!]

제 각각 머리 반쪽이 날아간 사탄 두 마리가 다시금 일어나려 했다.

영웅은 수연 주변에 있는 녀석에게 또 한번 더블바렐 샷건을 날렸다.

퍼엉!

이번 사격으로 녀석의 다리 한쪽이 날아갔다.

퍼엉!

남은 한쪽도 마저 날려버렸다.

소형 사탄은 한 개의 총알로는 그 피부를 뚫을 수 없었지만, 수류탄이 터지는 것처럼 강력한 파괴력이 있는 산탄총 앞에서는 손쉽게 무릎을 꿇었다. 신체 부위를 아예 박살을 내야 총알 따위를 흡수 못하는 것이다.

수연이 우주를 업고 도망치는 동안, 영웅은 약실에 총알을 갈아 끼우며 그 순서를 하나하나 입으로 읊어댔다. 두렵고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한 그만의 수단이었다.

새로 총알을 넣고 마지막으로 남은 사탄을 조준했다. 한쪽 다리가 밧줄에 묶인 녀석이었다.

우선 다리부터.

퍼엉!

다리가 터지며 박살이 났다. 녀석은 균형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어서 다른 다리마저.

퍼엉!

두 다리를 잃은 사탄은 상체만 남아 손으로 바닥을 기었다.

퍼엉!

마지막으로 머리를 날려버렸다.

그럼에도 살아 움직였다. 방향을 못잡는듯 했지만.

“이 정도면 됐겠지.”

영웅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옥상 반대쪽으로 가서 밑을 내려봤더니 수연이 건물 뒷편에 세워둔 슈퍼바이크에 우주를 태우고 있었다. 그녀도 수라이기에 성인 남성 한 명쯤이야 가볍게 다루었다.

영웅도 서둘러 도시를 빠져나갈 생각에 옥상 바닥에 던져놓은 배낭을 챙겼다. 그리고 수중에 탄알도 얼마 남질 않았고, 무엇보다 슈퍼바이크를 어디서 찾을지가 막막했다.

주변을 헤매야겠다는 생각으로 옥상문을 열었을때였다.

문득 커다란 그림자가 자신을 덮쳤다.

“음...?”

그대로 뒤를 돌아보자 그 어떤 희망도 생각나지 않았다.

사탄이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움켜쥐고 허공으로 들어올렸다.

영웅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담배 한 대 필 시간은 주지 그러나?”

콰직!

영웅의 뇌수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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