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트 쉴드-30화 (30/285)

30화

“(오늘도 무사히 다녀오셨습니까, 주인님.)”

우주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평소처럼 기모노 차림의 료코가 단아하게 무릎을 끓고 절을 했다.

“(이런거 안해도 된다.)”

우주는 냅다 그녀의 팔을 붙잡고 방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두 사람은 나란히 침대에 걸터앉았다.

우주가 그녀의 얼굴을 살피듯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울었나보네?)”

“(운적 없습니다.)”

료코는 대답하고 나서 훌쩍 거렸다.

우주가 웃었다.

“(아까 우리집에 여자랑 남자가 왔다간거 알아. 무슨 말을 들었길래 울었냐?)”

료코가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입에 담기도 역겹습니다.)”

“(집 나가라는 소리?)”

“(그것도 있고.)”

“(또 뭔데?)”

“(진짜 생각만 해도 화가 나서.)”

얼마나 속이 상했으면, 료코는 상당히 분한 표정을 짓고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말해봐 그러니까. 내가 해줄 수 있으면 다 해줄게.)”

우주가 그런 그녀를 붙잡고 계속 달래듯이 캐묻자, 조금 입술을 주저하더니 이윽고 말했다.

“(그 여자가 저보고 무능하니 집을 나가라하질 않나, 또 주인님과 제가 서로 연인 관계라는 망언을 내뱉었습니다.)”

“푸하하!”

우주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얼마나 기가 찼던지 뒤로 쓰러지며 배꼽을 잡고 침대를 뒹굴었다.

“(웃지마! 난 하나도 안웃겨! 죽고 싶다고!)”

료코가 화를 내며 인상을 구겼다. 우주는 금세 웃음을 털어내고 덤덤한 표정으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내가 더 기분 나쁘다. 내가 왜 왜년하고 정분을 나눈단 말이냐? 어이가 없군.)”

“(나도 기분 안좋아! 너보다 더 안좋아!)”

그녀가 울먹거린다. 그에 우주가 귀찮다는 얼굴로 대꾸했다.

“(둘 다 기분 나쁘니 잘됐네. 우리만 아니면 됐지 뭐하러 우냐? 그냥 넘어가, 별걸 다 신경쓰고 그래.)”

그는 피곤한듯이 하품을 하고는, 등을 긁적이며 욕실로 향했다.

료코가 손으로 급히 눈물을 닦더니 서둘러 수건을 챙기고 종종 걸음으로 뒤쫓아왔다.

욕실 문고리를 잡은 우주가 뒤돌아봤다.

“(뭐야?)”

그녀가 시선을 내리고 두 손으로 공손하게 수건을 받들고 있다.

조금 짜증섞인 투로 말했다.

“(씻겨주는 건 안해도 된다니까.)”

“(소녀. 주인님의 몸을 씻겨드리는 것이 평생 간절한 소망이옵니다.)”

료코는 코를 훌쩍 거리면서도 애써 표정을 피며 대꾸했다.

우주가 가볍게 코웃음 쳤다.

“(어허~ 나 이것 참. 그딴게 소망이라니 미쳤네.)”

“(이 집에서 내 구실을 제대로 할거야. 손님에게 당당한 인간이 될거라구.)”

이를 악물고 말하는 것이 오늘 어지간히 분했나보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가여워보였다.

그래서 우주는 그녀의 기분을 풀어줄겸 장난끼가 돌았다.

마치 조선시대 양반이 된 것처럼 점잖게 헛기침을 한 뒤 뒷짐을 졌다.

“(떽. 이 응큼한 계집 같으니라고. 내 정녕 네 속을 모를줄 아느냐? 주인의 몸을 정성스레 씻겨주기는 커녕 사내의 알몸을 보며 실실 쪼갤 생각에 따라 들어오려는게 아니더냐! 내 훤히 보인다!)”

료코가 지지않고 노려보며 대꾸했다. 하도 울어서 그런지 눈에 핏발이 섰다.

“(그래. 그렇다면 어쩔건데? 일도 일이지만, 너도 지난번에 내 몸을 보고 만지기까지 했으니 나도 그래야겠어. 나만 치욕을 당할 수 없잖아? 너도 똑같이 부끄러움을 당해봐야 공평하다구. 구석구석 다 쳐다볼거야.)”

“(허어~ 이것 참 이것 참. 고년 참 핑계하고는 기가찰 노릇일세. 대장부인 이 내가 부끄러워한다고?)”

우주는 대뜸 웃옷을 훌러덩 벗어던졌다. 떡 벌어진 어깨와 탄력있는 근육질 몸매가 그녀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자, 실컷봐라!)”

그가 두 팔을 구부리고 배에 힘을 주면서 복근을 과시하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벌렁거리며 그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어떠냐? 이제 만족하겠느냐? 참나, 이 응큼한 계집 기분 풀어주느라 나도 참 고생이 많구나.)”

료코의 대답대신 그녀의 목구멍에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깐의 눈요기를 더 한 후에야 그녀는 작정한듯 더욱 허리를 굽히며 공손하게 말했다.

“(소녀. 주인님의 아랫도리도 보고 싶은 소망이 있사옵니다. 사내건 계집이건 똑같은 사람인지라 아랫도리는 부끄럽기 그지없을 것이며, 그래야 주인님이 제게 했던 것과 공평하다는 생각이 드옵니다.)”

우주가 양손을 허리에 집고 당당하게 껄껄 웃어보였다.

“(내가 왜년을 상대로 부끄러워 할 것 같으냐? 예끼! 웃기지 말거라. 내게 있어 왜년은 여자가 아니다! 하물며 네 년이 발가벗고 있다한들 좆도 안설게다!)”

우주가 호언장담을 하더니 바지를 화끈하게 벗고 팬티까지 아래로 쭉 끌어내렸다.

이내 자랑스럽게 매달린 고추를 그녀의 눈앞에 당당히 내밀었다.

그가 큰소리친대로 ‘일본 여자’ 료코를 눈앞에 두고도 전혀 발기할 생각이 없는 고추였다. 축 늘어진 것이 마치 죽은 뱀장어가 고개를 늘어뜨린 것 마냥 쏙 빼다 박았다.

료코가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쪼그리고 앉더니, 고추를 빤히 들여다 보았다.

“(와... 이게 이렇게 생겼구나...)”

“(왜년이 뚫어지게 쳐다본다고 해서 이놈이 커질성 싶으냐? 예끼! 어림 없는 소리!)”

료코는 계속 눈을 반짝이며 침을 꼴깍 삼켰다. 갈증을 느꼈는지 혀로 입술을 적셨다. 비록 긴장이 되지만 어머니도 했고, 자신의 주변 친구들도 했던 일이다. 사내의 몸을 씻겨주려면 좀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주인을 섬기는 하녀의 역할이며 일본의 전통이었다.

중세 서양이나 중국, 그리고 한국까지. 모두 여성의 정절을 중시하며 순결을 원했다. 하지만 과거 일본에는 이러한 관념이 없었다. 시집가기 전 순결을 잃어도 아무 문제 없이 결혼도 가능했다.

1500년대 일본에는 요바이 풍습이라는 것이 있었다. 남자 아이든 여자 아이든 12살이 되면 어른의 가르침 아래 성교를 배웠고, 후에는 마을 아이들끼리 서로 파트너를 바꿔가며 성교를 하기도 했다.

심지어 그들이 성인이 되어 결혼을 했을때도, 마을 사람들간에 서로 배우자를 바꿔가며 요바이를 즐겼다.

이런 요바이 풍습은 1950년대에 이르러서야 겨우 중단되었다.

과거 일본 문화가 그러다 보니 일본인으로서 료코는 부끄러울 것이 하나 없었다. 그녀가 살던 시대는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주는 사무라이를 만족시켜주는 것이 일본 여성의 헌신적인 책무라 여겨질 만큼 고정관념이 있었고, 그런 관습을 보고 자란 료코로서는 사내의 알몸을 보는 것에 충격이 덜했다.

그런데 지난번 우주가 자신의 알몸을 봤을때 울었던 이유는 첫번째로 그가 조선인이었기 때문이고, 두번째로 사내에게 자신의 속살을 내보인 것이 처음이라 무척 당황하였던 것이 그 까닭이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기억에서 점점 무뎌져만 갔다.

“(비실비실한 왜놈 미꾸라지만 보다가 대어 같은 조선남아의 고추를 보니 소감이 어떠하냐? 길이도 길고 두께도 굵직한 것이 역시나 탐스럽게 생겼느냐? 하하 좋다. 이왕하는 김에 오늘 한번 왜년 눈호강 좀 시켜줘볼까나! 웃샤!)”

“(어머!)”

우주가 냅다 허리를 세게 튕기자 료코가 화들짝 놀랐다. 잘여문 그의 고추가 불알과 함께 앞뒤로 덜렁덜렁 크게 흔들렸다.

“(놀라는척하면서도 볼 것 다보는 저 음흉한 표정 좀 봐라. 하튼 왜년이란! 아하하!)”

입을 가리며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도 결코 시선을 떼지 않는 그녀의 반응을 보니 왠지 즐거워졌다.

“(그런데 이 몸은 전혀 부끄럽지 않거늘, 홍시처럼 새빨개진 네년의 두 뺨을 보아하니 네가 더 부끄러움을 타는가 보구나. 애당초 네 년의 생각대로 라면 내가 이겼다고 봐도 좋으냐?)”

료코가 시선을 올려다 보며 미소로 대답했다.

“(아직 이옵니다. 그리고 이건 부끄러워 붉어진게 아니오라, 주인님의 가랑이에 달린 물건의 실물이 전에 봤던 춘화도(남녀 간의 성행위 장면을 그린 풍속화)의 그것과 많이 다르기에 조금 당황하기도 하였고, 소녀의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흥분을 해서 그런것 같사옵니다.)”

“(이, 이런...! 이 요망한 계집 같으니라고! 끝까지 굴복하지 않겠다 이것이냐!)”

우주가 혈압이 오른것처럼 뒷목을 부여잡았다. 그녀에게 질 수 없었다. 점점 자신의 연기에 도취해가며 더욱 열을 올렸다.

“(입에 물려주길 바란다면 결코 꿈도 꾸지 말거라! 내 미쳤다고 왜년한테 좆을 물려 주겠느냐! 어험! 어림없다!)”

“호오~”

“응?”

갑자기 고추에 시원한 봄바람이 불어왔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료코가 고추를 향해 입김을 불어대고 있었다.

“호오~”

“크으으윽...”

우주는 순간 야릇한 기분을 느끼며 자신을 통제하려 애를 썼다.

간신히 버텨내는가 싶었지만, 문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그는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웠다.

료코가 늘어진 고추에 가까이 손을 대고 어림 잡아 길이를 재보질 않나, 고추를 빨고 싶어하는 것처럼 입맛을 다시질 않나, 거기에 더해서 LOVE라고 써진 딱 달라붙는 핑크색 반팔티에 옹골지게 잘모인 가슴 계곡까지 위에서 훤히 내려다 보였다.

‘안돼! 이럴 순 없어!’

고추가 점점 묵직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당황한 우주가 엉덩이를 뒤로 살살 뺐다. 그러는 와중에도 고추는 살짝 커졌다 작아졌다, 그간 사느라 바빠서 그랬는지 고추는 애국심이 많이 줄어든 듯 싶었다.

우주는 고추가 발기할 만한 이유를 조금이라도 주지 않기 위해 천장으로 시선을 향했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 오온개공...”

그러나 그때였다.

“호오~”

눈앞에 고추를 두고 앉아있던 그녀의 입김이 오뉴월 산들바람처럼 고추를 향해 여러차례 포근하게 불어왔다.

료코가 숨을 내쉴때마다 그 입김이 매번 고추에 자극이 되었고, 결국에는 이성이 본능을 못이기는 상황까지 가게 되었다.

번뇌를 거듭하는 힘겨운 상황에 료코가 마침내 쐐기를 박았다.

“(주인님. 소녀의 마음이 애가타도록 갈증이 나서 그러온데, 고추를 한 번 시원하게 빨아 보고 싶사옵니다. 입안에 넣어도 괜찮으신지요.)”

“으윽!”

반쯤 발기되었던 고추는 어느새 아주 팽팽하고도 튼실히 서버려서, 붉은 버섯을 활짝 꽃피웠다.

그녀의 한마디에 빼도박도 못할 정도로 고추가 우렁차게 발기되어 버렸다.

더 잔인했던 것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발기한 고추가 이제는 우주가 숨을 내쉴때마다 배꼽을 툭툭 건드리는 것이었다.

이 정도 길이와 강직도면 무조건 사정을 해야만 하는 발기 상태였다.

어지간해서는 작아지지 않는 완전 폭발 직전 상태.

“......”

우주의 말문이 막힌지는 오래였다. 홍당무처럼 얼굴이 붉어져서는 아무렇지 않은척 빠져나갈 구멍을 찾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료코가 또다시 창을 찔렀다.

“(소녀. 주인님의 커진 오찐찌(자지)를 보니 마음이 그저 흐뭇하옵니다. 평소 왜년이라 구박하던 소녀를 여자로 생각하실 줄이야. 진정 꿈에도 몰랐사옵니다.)”

쾅!

우주는 결국 수치심을 못이겨 도망치듯 욕실 안으로 잽싸게 들어갔다.

그리고 뒤에 남겨진 료코는 무척이나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이겼다는 통쾌함과 동시에 오늘 하루 울적했던 기분까지 상쾌하게 날아가는 것 같았다.

[이름 신우주. 팀명 스컹크. 임시팀입니다. 당신의 번호는 임시로 98번 입니다. 오늘 임무는 북한에 남아있는 문화재 수거. 지금부터 그에 적합한 장비를 선택하여 주십시오.]

우주는 전처럼 칼과 더블바렐 샷건을 챙기고 광장으로 나왔다. 오늘도 북적거리는 전방주둔지 안에서 임시로 배속된 스컹크 팀을 찾고 있노라면, 문득 하나와 마주쳤다.

“저번에는 정말 감사했어요.”

그녀는 일찍 출근해서 내내 우주를 찾던 중이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마침내 그를 발견하자, 이제야 안심이 된다는 표정으로 환하게 웃었다.

“꼭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어요. 사실 그날 식사라도 대접해드리고 싶었는데 우주 씨가 너무 바쁘셔서...”

“그런 일로 무슨 밥이오. 괜찮소이다. 마음만 받겠소. 그리고 그때는 기자회견인지 뭔지 그런걸 하느라 나도 좀 경황이 없었다오.”

“아주 유명인이 되셨드라구요.”

“가끔 길에서 사람들이 알아보고 사인을 해달라는데 그럴때마다 좀 쑥스럽다오.”

그녀가 생긋 미소를 지었다.

“싸인은 만드셨어요?”

해맑은 소녀처럼 보였다. 키가 150 후반쯤. 하나는 작고 아담했다. 우주와 둘이 붙어서 걷는데 머리가 그의 어깨에 왔다. 성숙하거나 섹시한 여성을 상대할 때는 긴장감이 들기도 하지만 하나에게는 마치 동네 여동생 같은 기분으로 편했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레 말수도 많아지고 대화도 잘통하는 것 같았다.

서로 즐겁게 이야기를 주고 받다 보니 어느새 스컹크 팀의 집합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팀장을 만나 확인 절차를 거친 뒤, 우주와 하나는 정갈하게 서 있는 팀원들 앞으로 나와 나란히 섰다.

32세의 팀장은 굵직한 여성의 목소리로 하나를 먼저 소개했다.

“이쪽은 스컹크 99번, 제네틱스 수라 23기 졸업생 유하나 양이다. 나이는 21살. 고향은 수원. 사격 실력은 같은 기수 중에서 최고로 통하며 총을 비롯해 군사 지식도 남다르다고 한다. 그럼 소개는 여기까지 하고 지금부터 하나 양의 목소리를 들어 보도록 하겠다.”

딱딱한 군대식 억양을 구사하며 하나를 소개시키는 이는 스컹크 팀의 팀장 임현주였다.

긴 머리를 세 가닥으로 땋아 하나로 늘어뜨린 그녀는 보통 여성들과 다르게 군기가 바짝 들어 보였다.

그런 와중에 긴장한 하나가 조심스레 입술을 열었다.

“유, 유하나 입니다. 경험이 많이 부족하니 선배님들께서 많이 알려주셨으면합니다. 그리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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