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트 쉴드-34화 (34/285)

34화

그녀가 슬쩍 눈치를 보았다.

우주가 반가운 얼굴로 대답했다.

“하나 낭자도 와준다면 환영이오.”

퇴근을 하고나서 철수의 차를 타고 휴대폰 매장에 들렸다.

최신형 휴대폰을 골라서 개통을 한뒤 우주에게 건넸다.

“사용법은 대충 설명드렸으니 크게 불편한건 없을겁니다. 자세한건 설명서 읽어보시고, 그래도 모르겠다 싶으면 저한테 물어보세요. 그리고 요금 같은 건 회사에서 전액 지원해주니까 그냥 들고 다니기만 하시면 됩니다.”

이어 중고차 판매센터에 가서 95년식 아반떼를 샀다.

철수는 며칠 전 겨우 운전 면허를 딴 우주를 데리고 넓은 공터로 가서 운전 연습을 좀 시키다가 한적한 도로로 가서 한 시간 정도 차를 굴리게 했다.

“괴물 잡을때는 그리 날아다니시더니 운전이 더 무서운가 봐요.”

우주가 운전대 앞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낑낑대는 모습을 보고 철수가 낄낄 웃어댔다.

“이 차는 그냥 1년 정도 연습할겸 타고 다니시고, 나중에 실력 붙거든 외제차 한 대 구입하세요.”

하늘이 우중충해지며, 곧 가느다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오후 1시가 지나서 였다.

옷과 머리에 묻은 빗물을 털어내고 현관문을 열었다.

“(오늘은 어떠셨는지요, 주인님.)”

용케 돌아온 기척을 알고 현관으로 마중나와 절하는 료코였다. 그녀는 긴 머리를 단정히 말아올리고 오늘도 변함없이 기모노를 챙겨 입고 있었다.

“(식사부터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목욕부터 하시겠습니까?)”

“(목욕부터.)”

처음에는 료코의 마중 인사가 부담스러웠는데 그녀가 고집피우면서 자꾸 하다보니 이제 익숙해지는 것 같았다.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그대로 방안으로 들어와 옷을 벗어 그녀에게 건네 주었다.

“(밤새 아무일 없었지?)”

“(없었사옵니다.)”

“(밥은 잘 챙겨 먹었고?)”

“(걱정해주시는 덕분에 든든히 챙겨 먹었사옵니다.)”

가끔은 료코와 부부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우주는 한심하다는 생각에 절로 피식 웃음이 터져나왔다.

한번은 새벽에 이런 일이 있었다. 문득 인기척에 놀라 잠에서 깼는데, 어둠 속에서 료코가 살기등등하게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주는 티 내지 않고 곤히 자는 척만 했고, 그녀는 두 손에 칼을 쥐고 우주를 벨지 말지 고민하는 듯 해보였다.

결국에는 그날밤 아무일도 없었지만, 역시나 잘해준다고 해서 결코 방심할 수만은 없는 여자였다.

우주는 팬티만 걸치고 서랍에서 마른 수건을 하나 꺼냈다. 그것을 들고 욕실로 향했다. 당연한 반응처럼 료코가 종종 걸음으로 뒤따라왔다.

그녀는 욕실 앞 빨래통에 들고있던 옷가지들을 고이 넣어두고는 우주가 들고 있던 수건를 빼앗아 들었다.

우주는 고개만 돌려서 그녀를 담담하게 내려다 봤다. 료코도 빤히 우주를 올려다 봤다. 그녀의 눈빛은 함께 욕실에 들어가겠다고 주장하는 중이었다.

“마음대로 하던지...”

머리를 긁적긁적.

우주는 자포자기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번 발기된 고추를 보여주고 나니 이제와 꺼릴 것도 없었다.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욕실 앞에서 거리낌 없이 팬티를 벗고 빨래통에 던져 넣었다. 그러고 나서 이내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료코는 드디어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했는지 문앞에서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허리에 두른 끈을 푸르자 기모노가 흘러내렸다. 고이 접어서 침대 위에 살포시 올려 놓고는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은 채 욕실 안으로 뒤따라 들어갔다.

우주는 욕실 의자에 앉아서 등을 돌리고 있었다.

안에 들어온 료코는 그녀의 속옷이 젖지 않게 조심하면서 우주의 등에 물을 뿌린 뒤 샤워타올에 거품을 묻혔다.

그녀가 조심스레 등을 밀어주기 시작하였다.

“(등이 의외로 넓으십니다.)”

“(남자니까 그렇지 뭐.)”

“(소녀는 여태 사내의 몸을 본적이 없어서...)”

이후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사실 우주가 단답으로 대답하며 말을 자주 끊었다는게 맞다. 그는 그녀에게 굳이 잘대해줘야할 이유를 못느꼈다. 의식주만 잘 챙겨주면 되지 왜년과 구차하게 말을 섞어봐야 자신만 피곤하다고 생각했다.

희뿌연 욕실 거울에는 속옷만 입은 료코의 몸매가 어렴풋이 내비쳤다. 흰색 브래지어 위로 빠져나올 듯이 솟아오른 젖가슴과 매끄러운 골반, 거기에 레이스가 달린 흰 팬티는 물에 젖어서 두툼한 둔덕과 까만 숲을 반투명하게 비춰 주었다.

그 광경이 우주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담담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거울을 힐끔힐끔 연신 훔쳐보았다.

심장이 두근거리더니 금세 요란하게 뛰놀기 시작하였다.

어느새 고추가 묵직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우주의 시선이 자꾸 거울 쪽으로 가자 그녀도 결국 알아채버렸다.

불시에 료코가 뒤에서 손을 뻗더니 고추를 꽈악 움켜잡았다.

“(와, 직접 만져보니 확실히 느낌이.)”

료코의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입에서는 감탄을 자아냈다.

우주가 크게 움찔거리며 당황했다.

“(뭐, 뭐냐! 그, 그만! 어딜 만지는 거야!)”

“(왜 그러세요 주인님. 등 다음에는 앞이예요. 이제 앞을 씻을 차례이옵니다.)”

“(잠, 잠깐 기다, 으윽!)”

뭉쿨뭉클한 젖가슴이 등에 짓눌렸다. 왠지 저항하기 힘든 흥분이 순간 밀려왔다.

“(몸, 몸만 씻겨주는 거였잖아...!)”

료코는 고추를 살살 달래주면서 고분고분하게 대답했다.

“(주인님의 욕구를 해결해 드리는 것 또한 이 집에 신세를 지는 소녀의 의무이옵니다. 주인님은 현재 혈기왕성하신 사내 대장부로서 주기적으로 성욕을 해결하지 않으면 아니되는 입장에 처해계십니다. 그런 상황에 평소 욕구불만을 제대로 해소해놓지 않았다가는 자칫 한순간의 실수로 외간 여자를 범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옵니다. 그러니 소녀. 행여 주인님이 그리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에 직접 욕구를 풀어드리겠다 다짐하였습니다.”

그녀의 마사지로 인해 고추가 튼튼하게 발기된 우주는 침을 꼴깍 삼키며 애써 말했다.

“(나, 날 뭘로 보는거냐? 그럴 일은 절대 없으니 걱정마라. 행여나 마음에 드는 외간 여자가 있더라도 먼저 동의를 구할것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위험하옵니다. 예부터 여성의 무기는 자신의 몸. 음흉한 계집이 몸을 내세워 주인님께 접근할지도 모르는 일이옵니다. 전국시대 시절, 그때는 외간 여자의 음부에 맹독이 발라져 있는 경우가 상당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당시 수많은 사무라이들이 멋모르고 성교를 하다가 중독되어 죽기도 하였지요.)”

“으윽!”

우주가 갑자기 몸을 움찔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료코가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너, 너무 세게 주물렀나? 아팠어?)”

“(할거면 살살해줘... 너 힘이 보통 센게 아니잖아...)”

“(알았어, 미안해.)”

우주의 말에 료코가 미소를 지었다. 그가 이제 저항을 포기한듯 싶다.

“(계속 하다보면 금세 익숙해질테니 부디 안심해주시옵소서. 주인님께서 항상 만족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연마하겠사옵니다.)”

등뒤에서 우주를 감싸 안은 료코가 두 손으로 정성스럽게 고추를 어루만져 주기 시작했다.

우주는 잔뜩 움츠려 들었던 몸에 힘을 빼고 그녀에게 서서히 고추를 내맡긴다.

“(우웃, 하아, 어, 어.. 그래... 잘한다...!)”

젖가슴의 감촉이 더욱 등을 짓눌러왔다. 우주가 쾌감에 젖은 표정을 지을수록 성난 고추도 불끈불끈 단단해져만 갔다.

“(주인님, 엄청 딱딱하옵니다.)”

우주의 왼쪽 어깨에 턱을 짚은 료코가 촉촉히 젖은 눈빛으로 팽팽하게 서버린 고추를 내려다봤다. 붉게 달아오른 귀두에서는 쿠퍼액이 흘러 넘치고 있었다.

료코는 쿠퍼액을 고추기둥에 묻혀가면서 손으로 빠르게 문질렀다. 동시에 그녀의 다른 손은 고환을 부드럽게 주물렀다.

그 손길이 너무나 감미롭고 황홀하다.

“(으윽, 이제 쌀것 같다!)”

“(이대로 사정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제 입이나...)”

료코가 수줍어하며 물어봤으나 우주는 대답이없었다.

사정이 가까워지자 그는 내심 혼란스러웠다. 아직 끊어지기 일보 직전인 ‘자존심 줄’ 을 겨우 붙잡고 있는 중이다.

‘왜년과 이런 짓을 해도 되는 것인가? 정말로 되는 것인가? 괜찮은 것인가!’

하지만 마음과는 반대로 몸은 솔직했다.

울컥울컥.

귀두가 주둥이를 실룩이면서 정액을 마구 토해냈다.

고추를 잡고 있던 료코의 손으로 정액이 흘러 내렸다.

“(와...!)”

그녀는 난생처음 보는 정액을 손으로 한번 비벼보았다.

미끌미끌.

냄새도 맡아보았다.

“(크~ 비린내.)”

그러다 일어나서 우주를 내려다봤다. 한껏 쾌감을 발산한 그는 몸이 축 처져있다.

그녀는 앞으로 가서 우주를 끌어안고 일으켜 세웠다.

그가 힘없이 일어난다.

허무감이 찾아온 우주는 넋이 빠져 있었다. 내심, 왜년 앞에서 사정을 해버린 자신의 후안무치(厚顔無恥)와도 같은 행동을 크게 자책하며 후회하는 중인것 같다.

그와는 달리, 료코는 즐거운 표정으로 허리를 숙였다.

우주처럼 고개를 떨군 고추를 눈앞에 두고 샤워기를 틀었다. 손으로 말랑말랑 풀이 죽은 고추를 잡고 비누칠을 해가며 구석구석 고환까지 깨끗이 닦아주었다.

“(주인님, 자 이리로.)”

우주의 몸까지 다 씻겨주고 나서 그의 손을 잡고 욕실을 나섰다.

우주는 얼이 빠진 채 그녀가 이끄는대로 따라갔다.

욕실을 나오며 료코는 크게 기뻐했다. 남자와 함께 욕탕에 들어가서 그의 몸을 씻겨 주었다는 것은 여자로 태어난 자신이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었다는 의식과 다를바 없었고, 어머니나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무난히 해냈다는 사실에 기분이 뿌듯했다.

띵동띵동.

이제 밤을 지샌 우주를 재울 준비를 하는데 벨이 울려왔다.

“(주인님 손님이 찾아오신것 같사옵니다.)”

우주는 침대에 걸터 앉아서 어느새 잠이 들어있었다. 료코가 살짝 흔들어 깨우자 그제야 눈을 떴다.

“누구지...”

발을 질질 끌며 나가보았다.

옆집에 사는 철수였다.

“갑자기 무슨 일이오?”

“우리 집에 와보세요, 얼른. 빨리!”

우주가 하품을 하면서 철수를 따라 그의 집으로 들어갔다.

방안에서 철수가 PC를 가리켰다.

“저번에 왜 토크클럽 했었잖아요? 그때 여자만났어요?”

우주는 잠깐 기억을 되짚었다.

“아, 그랬소. 만났었소.”

“여기 보세요. 그 여자가 우주 씨한테 쪽지 보낸 것 같은데 아이디가 대갈공주 맞아요?”

“오, 맞소.”

우주가 미소를 지으며 얼른 PC 앞에 앉았다.

쪽지를 읽었다.

[보낸이 : 대갈공주]

[안녕하세요. 대갈공주입니다.^^! 다시 만나서 이야기 하고 싶은데 토크클럽에는 자주 접속을 안하시나봐요? 엊그제 대화할 때, 친구분 아이디로 접속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혹시 친구분이 보시면 말 좀 전해주세요~ 다시 만나서 대화하고 싶습니다!]

쪽지를 보낸 날짜는 무려 3주 전.

아뿔사.

우주는 그간 무신경했던 자신을 책망하며 어지러운 듯 이마를 짚고 상체를 비틀 거렸다.

당시 그토록 죽이 잘맞던 처자였는데 3주간 답장 없는 쪽지함을 보고 얼마나 애를 태우며 자신에게 실망했을까!

우주는 자신의 과오로 인해 한 처자의 마음을 무참히 짓밟아버렸다고 생각했다.

당장 토크클럽 회원아이디를 만들었다.

[보낸이: 선수필승 일격필살]

[나요. 미안했소, 낭자. 소생 신우주라 하오.]

쪽지를 쓰는데 철수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잠시만요! 잠시만!”

“왜 그러시오?”

“이름은 밝히지 마세요. 우주 씨 이름은 이제 전국민이 다 아는데 그러다 큰일 나면 어쩌려구요. 그리고 저 여자도 아직 이름을 안밝혔잖아요.”

“역시 김과장이오!”

우주는 그의 의견이 타당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낸이: 선수필승 일격필살]

[나요. 미안했소, 낭자. 그때 키 180이라는 아이디를 썼던 사람이외다. 새로 아이디를 만들었다오. 이 쪽지 보거든 냉큼 연락 주시오.]

“오, 뭔가 짧으면서 쿨하네요.”

“다시 쓰는게 좋겠소?”

“아뇨, 괜찮습니다. 그냥 이대로 보내세요. 우주 씨도 빨리 자야죠. 저녁에 약속있는데.”

쪽지를 보내고 나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게 왠일? 료코가 이불을 덮고 반듯하게 누워 있다. 왠만해서는 침대에 오르지 않는 그녀이건만 무언가 낌새가 이상하다.

“(뭐야?)”

이불을 덮고 얼굴만 내민 그녀가 예쁘게 웃어보인다.

“(주인님의 밤일을 챙기는 것 또한 소녀의 의무 중의 하나. 소녀, 주인님 곁에서 함께 잠들고 싶사옵니다. 부디 저를 따스하게 안아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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