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애써 담담한 척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를 비운 동안 술기운에 달아오른 그녀의 몸이 빨리 식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우주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몸으로 화장실을 찾았다. 그리고 남자 화장실에 들어서자마자 크게 놀랐다.
화장실은 어느새 향락원이 되어있었다. 제네틱스 수라를 비롯해서 다른 회사 수라까지, 남녀가 서로 몸을 섞고 애무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모두 슈트를 벗어던지고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한 여자는, 다리를 벌린 채 자기 몸을 어떤 남자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술에 취해 초점 없는 눈으로 여자의 숲을 들여다보던 남자는 그녀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껴안고 숲에 얼굴을 파묻었다. 남자가 그곳을 혀로 핥아주기 시작하자 여자는 금세 기분 좋은 신음을 흘렸다.
다른 곳을 보니, 서있는 남자를 두고 한 여자가 그 앞에 무릎 꿇고 앉아있었다. 남자의 고추를 붙잡은 여자는 그것을 자기 입에 넣고 탐스럽게 빨고 있었다.
황홀한 표정을 짓던 남자는 이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여자의 능수능란한 혀 놀림에 쾌감을 참을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또 어떤 커플들은 선 채로 섹스를 즐기고 있었는데, 남자가 여자를 들어 올려 벽에 붙여놓고서 허리를 바쁘게 앞뒤로 찔러 넣고 있었다.
남자의 허리에 두 다리를 감은 여자는 남자가 힘을 줄 때마다 그의 머리를 움켜쥐면서 쾌락에 젖은 황홀한 신음을 질러댔다. 가장 시끄러운 커플이었다.
모두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격렬하게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우주 뒤에 화장실에 들어온 다른 남자들은 하나같이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자연스럽게 볼일을 보고 나갔다.
어떤 이는 그들의 행위를 좋은 눈요기라고 생각했는지 킥킥 웃으며 볼일을 보더니, 볼일을 다 본 후에는 소변기 앞에서 커져버린 자신의 고추를 몇 번 문지르기도 했다.
우주에게 그러한 광경이 매우 이질적이어서 뜻밖에 자극이 되었고, 흥분을 고조시켰다.
그동안 그는 인터뷰하랴 사진 찍으랴 이런저런 일로 뒤풀이에 자주 참석을 하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적나라한 광경을 오늘 처음 봤음에도 왠지 알 것 같았다.
예를 들면, 클럽에서 원나잇 상대를 찾는 것처럼 임무를 마친 수라들끼리 뒤풀이 때 늘 벌어지는 일인 것 같았다. 물론 모든 수라가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일부 본능에 충실한 수라에 한해서겠지만 말이다.
두근거리는 표정으로 입구에 서있던 우주는 가슴을 부여잡고 돌아섰다. 아랫도리가 더 묵직해지기 전에 밖에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문 앞에 서자 자동문이 스르륵 열렸다. 그대로 발걸음을 떼려는데, 눈앞에 불쑥 익숙한 여성의 얼굴이 보였다.
“누, 누님!”
“왜 이리 안 오나 싶어서 와봤더니 이런 걸 구경하느라 늦었던 거냐, 응? 신우주.”
현주는 우주의 어깨 너머에 있는 커플들을 일일이 살펴보고는 이내 상기된 얼굴로 야릇한 미소를 흘렸다. 그러더니 두 발짝 걸어서 안으로 들어왔다.
우주는 저도 모르게 두 발짝 뒷걸음질을 쳤다. 왠지 모를 위압감이 그를 무겁게 짓눌렀다. 그녀가 노골적으로 발산하는 색기 때문이었다.
“아, 아니 되오. 이럼 아니 되오…….”
우주는 겉으로 도덕을 찾으면서도 속에서는 다른 소리가 메아리치고 있었다.
‘어쩌면 누님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성으로 이겨낼 수 없는 무모한 기대 심리가 은근 슬쩍 자리 잡고 있었다. 혈기 왕성한 우주로서는 뿌리치기 힘든 욕망이었다.
그러한 심정을 아주 잘 알고 있다는 듯이, 현주가 가까이 다가와서 몸을 밀착했다.
그녀의 유방이 우주의 가슴에 닿았다. 우주는 난처했다. 그에 반해 현주는 한 손으로 그의 단단한 복근을 어루만지며 서로 입술이 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우주를 올려다보았다.
그녀가 꿀처럼 유혹하는 눈빛으로 끈적끈적한 목소리를 흘렸다.
“땀에 젖은 속옷을 갈아입고 싶은데, 저 안에서 슈트 내리는 것 좀 도와주겠어?”
현주는 화장실 세 번째 칸을 가리켰다.
남자 화장실에서 속옷을 갈아입는다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다시 말해, 그 속내가 훤했다.
우주는 뒤를 돌아봤다. 불이 붙은 커플들은 서로 껴안고 애무하느라 한창이었다. 그들은 화장실 안에 누가 있는지 관심조차 없었다. 자유분방하게 쾌락을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
우주는 다시 임현주를 쳐다봤다. 침을 꼴깍 삼키며 말했다.
“누님 혼자 슈트 내리기는 힘들 거요. 내 냉큼 도와주리다.”
두 사람은 화장실 세 번째 칸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비좁은 공간 안에서 몸을 찰싹 붙이고 문을 닫았다.
“카메라 껐나?”
“껐소이다.”
“좋다.”
현주는 남성처럼 굵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실 그게 그녀의 매력이기도 했다.
그녀는 뒤로 돌아서 변기 뚜껑을 닫고 그 위로 올라가서 무릎을 꿇고 앉았다. 댕기처럼 하나로 땋은 머리를 손으로 잡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우주에게 슈트의 지퍼를 내려달라는 신호였다.
우주의 눈동자가 위아래로 움직이며 그녀의 하얀 뒷목과 등을 훑어 내려갔다. 시선을 내리자 보통 여성보다 큰 골반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한성일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저런 스타일 좋아하는 사내가 많다네. 자네도 아까 봤지? 대장 엉덩이가 왜 딱 남미 스타일이잖아. 브라질 여자 엉덩이 봤어? 엄청 큼지막하지? 그거랑 똑같아.”
현주는 확실히 잘 익은 수박처럼 둥글둥글하고 탐스럽게 생긴 엉덩이를 갖고 있었다. 그 엉덩이의 볼륨이 일반 여성을 훨씬 뛰어넘는 모양이어서, 뭇 남성들이 그 엉덩이 골에다 얼굴을 파묻었다간 숨도 못 쉬고 죽을 것만 같았다.
지이익.
등에 달린 지퍼를 천천히 끌어 내렸다.
우주가 꼬리뼈까지 지퍼를 내리자, 그녀가 슈트 윗부분을 스스로 벗어젖혔다.
등에 검정색 브래지어 끈이 보였다. 그리고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와 볼록한 골반이 눈에 들어왔다.
“니가 잡아먹을지 아니면 내가 잡아먹을지 서로 내기하는 거다. 참고로 난 강한 남자가 좋다. 날 못 잡아먹는 남자는 사양이야. 후후.”
그녀는 우주의 달아오른 가슴에 불을 지폈다. 그는 그 순간 그녀를 뒤에서 와락 끌어안았다.
손에 젖가슴을 꽉 움켜쥐고 주물럭대면서 현주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서로 한 치의 틈도 없이 뜨거운 입술을 이리저리 문댔고 혀가 서로의 입속을 드나들면서 진한 타액을 교환했다.
우주는 입술을 떼며 현주를 변기에 제대로 앉혔다. 그대로 혀를 내밀어 그녀의 흰 목덜미를 핥아 내려갔다.
이윽고 브래지어를 벗기니 풍만하고 둥그런 유방이 우주의 면전에 툭 튀어나오듯 드러났다.
우주는 얼굴을 파묻고 두 젖가슴을 오가며 빨고 핥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유방 한쪽을 입술로 세게 잡아 물었다. 그러자 현주가 온몸에 번져가는 쾌감을 이기지 못한 나머지 허벅지를 쭉 뻗으며 짜릿한 교성을 내질렀다.
“항상 씩씩하던 누님이 이렇게 교성을 내지를 줄은 또 몰랐소.”
우주가 분홍색 유두를 빨아가며 말을 걸자 현주가 숨넘어가는 얼굴로 힘겹게 대답했다.
“이, 이 자식……. 나도 여자란 말이다.”
우주는 고추가 점점 딱딱해지는 것을 느끼고는 다급하게 그녀의 슈트를 발목까지 끌어 내렸다. 현주 역시 그의 등에 달린 지퍼를 내려주었다.
마침내 두 사람은 알몸이 되었다.
우주는 군인 출신 누님의 혀 놀림은 과연 어떨지 매우 궁금했다. 평소 사내 같은 행동거지처럼 딱딱하게 굴까 아니면 사내의 가슴을 녹이는 부드럽고 애교 많은 고양이가 되어줄까?
탱탱하게 발기된 고추를 당당히 드러내 보이며 우주가 말했다.
“누님, 한번 잡숴보시오.”
“후후, 과연 어떤 맛일지 궁금하군. 그럼 맛 좀 볼까나.”
현주는 단지 본능에 충실하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우주 앞에 무릎을 꿇었다. 굵게 발기된 고추를 두 손으로 움켜쥐더니 기교 어린 혀 놀림으로 우주의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평소 존경하던 누님이 자신의 고추를 정성스레 빨아 주고, 그것이 현실이라는 생각을 하니 우주에게 엄청난 자극이 되었다. 그동안 쌓였던 일상의 스트레스는 저 멀리 달아나 버렸다.
“오오, 누님 좋소. 매우 능숙하시오.”
“남자를 기분 좋게 하는 방법이야 이미 다 알고 있지. 읍, 우웁, 쭙.”
“으으, 이러다 내가 먹히겠소.”
“웁, 우읍, 쭙, 쪼옥. 남자라면 견뎌내라.”
우주가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허리를 살짝 굽히더니 한 손을 밑으로 내렸다. 고추를 빠느라 출렁거리는 그녀의 유방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그러자 앙 하고 현주가 가냘픈 소리를 내질렀다.
“나보다 누님이 더 기분 좋은 것 같소만?”
“못 느꼈나? 방금 그건 일종의 속임수였다. 전투 중에 적을 기만하는 전술은 항상 필수란 걸 명심해라.”
“오오, 지당하신 말씀이오. 역시 쉽게 무너지지 않는 구려.”
“너보다 경험이 많다는 걸 잊지 마라. 내 행동은 전부 계산되어 있다.”
“신음까지 계산해서 내뱉는다니, 역시 누님이오!”
우주가 아니라 그의 고추가 더 감탄했는지 그녀의 입안에서 더욱 크게 발기했다. 물컹물컹, 한 손에 부드럽게 잡혀오는 젖무덤을 주무르며 우주는 발기된 고추를 그녀의 목구멍 깊숙이 쑤셔 넣었다.
“우웁, 웁, 우욱!”
고추가 목구멍까지 들어가니 현주가 힘든지 고추를 입에 문 채로 조금 인상을 썼다.
“컥, 컥!”
“힘드오?”
“너, 너무 깊이 넣지 마라.”
“미안하오. 누님이 하도 잘하길래 나도 모르게 좋은 나머지 기분을 내버린 것 같소.”
우주가 얼른 고추를 뺐다. 그러고 나서 현주를 돌려세웠다.
현주가 변기에 두 손을 대고 엎드린 다음 커다란 엉덩이를 뒤로 내밀며 양다리를 벌렸다. 그녀가 고개만 뒤로 돌리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지가 눈앞에 보이나? 너도 사내라면 주저 말고 점령해 봐라.”
물기를 머금은 두툼한 조갯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우주가 머리를 긁적였다.
“애초에 남녀 간의 교합에서 여성이 남성을 먹는다는 표현이 더 올바른 것 같소.”
“시끄럽고, 당장 박기나 해.”
그녀가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엉덩이를 빼고 좌우로 흔들었다.
살결이 덩실덩실 흔들렸다. 그 엉덩이 크기는 장난이 아니었다. 모든 남자가 탐내는 그녀의 이국적인 엉덩이.
브라질리안 엉덩이!
우주는 그 풍만한 엉덩이를 두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그러고 나서 축축하게 젖은 깊은 웅덩이를 향해 고추를 단숨에 찔러 올렸다.
“으윽!”
“아프오?”
“아, 아니. 조, 좋다.”
“물건은 마음에 드오?”
“최, 최고다.”
“누님이 좋다니 다행이오.”
“기대했던 대로야.”
“다행이구려. 그렇다면 시작하겠소. 하압!”
“으윽!”
잔뜩 발기한 고추가 상하 운동을 시작했다.
두 사람의 결합은 점점 속도를 더해갔다. 현주는 하체를 찔러 올리는 우주의 충실한 행위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온몸 구석구석 뒤흔드는 환희를 참지 못하고 음탕하기 이를 데 없는 낭랑한 교성을 숨넘어갈 듯이 내지르면서 요염한 엉덩이를 마구 흔들어댔다.
푸짐한 엉덩이가 연신 출렁이는 모습은 가히 예술이었다. 강렬한 자극을 느낀 우주가 참지 못하고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하앙!”
그녀가 신음을 흘렸다.
그 반응이 너무 좋았다.
우주는 계속 풍만한 엉덩이를 주물럭거리거나 때렸다. 하얗던 엉덩이는 이윽고 장밋빛으로 변해갔다.
두 사람의 열기가 후끈 달아올라 마침내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지경이 되었을 때, 우주의 신선한 정액은 메마른 논의 갈증을 속 시원히 풀어주듯 현주의 탐스러운 엉덩이에 촤악 흩뿌려졌고, 그녀의 아래 입은 장대비처럼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었다.
한편, 야외에 앉아있던 하나가 근심 가득한 눈빛으로 테이블에 턱을 괴고 있었다.
“두 사람 좀 늦네요. 화장실 간 거 아니었나……?”
성일이 웃으며 대답했다.
“사람이 많아서 줄서서 기다리나 보지 뭐. 곧 올 테니 우린 안주나 시켜놓고 기다리자구. 자자, 하나 양. 한잔 하게나.”
성일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나에게 그렇게 둘러댔다. 2년 이상 전방주둔지에서 근무해 온 그로서는 젊은 남녀가 술자리에서 사라지는 광경을 자주 봐왔으니 내심 이 상황을 모를 리 없었다.
성일이 잔을 높이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자, 부러운 우주 군을 위해서 건배나 하자구!”
◆
같은 날 오전 9시 30분 신라그룹.
한소민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뉴스를 보는 중이었다.
―제네틱스 그룹의 신우주 씨가 국내에서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초신성 곰을 찾아내 사냥에 성공했다는 속보가 들어와 있습니다. 김진창 기자, 나와 주십시오.
―예, 김진창 기자입니다. 혈혈단신으로 금강산에 갔던 신우주 씨가 마침내 웅담을 획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외 취재진들의 뜨거운 관심과 열기로 이곳 전방주둔지는 발 디딜 틈이 전혀 없습니다. 그럼에도 주인공인 신우주 씨는 현재 모든 인터뷰를 고사한 채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즐거운 뒤풀이 자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이래선 안 돼.”
TV를 보던 소민이 문득 중얼거렸다.
우주에게 연락처를 건네준 지 벌써 한 달여가 흘렀다. 아직까지 그에게서는 이렇다 할 연락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하향세를 그리던 제네틱스의 주가가 다시 살아나는 것만큼은 경계할 필요가 있었다.
당장 우주의 웅담 보도를 덮을 만하거나 그 이상의 화젯거리가 필요했다. 추가로 우주의 몸값이 치솟는 것까지 막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나중에 그를 영입할 때를 대비해서 좋은 전략이니까.
그 방법을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소민은 즉시 자신의 비서를 호출했다.
여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그녀에게 메모지를 하나 건넸다. 비서는 자신의 대포폰을 꺼내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뒤이어 연결 음이 흐르고, 이내 어떤 남자가 받았다.
소민이 묵묵히 지켜보는 가운데, 비서가 휴대폰에 대고 조용한 음성으로 또박또박 말했다.
“한소라와 신우주가 찍힌 사진을 10억에 사겠습니다. 지금 당장 터뜨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