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트 쉴드-55화 (55/285)

55화

조현기 감독은 보고도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우주를 바라봤지만 주변에서 더 떠들어주니 바람꾼을 고용할 필요도 없었다.

“물건이네, 물건! 이런 물건이 대체 어디서 나타났어! 대단해!”

조현기 감독은 마냥 신이 난 듯 입이 귀에 걸렸다.

“PD들 다 모여봐! 이 작가도 이리 오구! 수정할 게 생겼어!”

조현기 감독은 몇몇 스태프들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

감독이 흡족하게 생각해 주니 우주의 기분도 좋아졌다. 그는 주위를 둘러봤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려있었다. 왠지 멋쩍어서 얼른 자리를 뜨려는 찰나, 김철수와 강민이 달려왔다.

“와우! 대단했어요!”

“우주는 연기 빼고 다 잘해.”

철수가 싱글벙글하며 수건을 건네줬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말 타는 건 어디서 배운 거예요, 대체?”

“예전에 타볼 기회가 좀 많았소.”

“이야, 집에 돈이 많았나 보다.”

“우주, 이거.”

강민이 검정색 택견 도복을 건네주었다.

일본 경찰과 싸우는 신에서 도복을 입고 복면을 써야 했다. 날도 더운데 복면까지 써야 한다는 말에 우주의 입에서 기운 빠진 한숨이 터져 나왔다.

“저도 죽을 맛이에요.”

언제 다가온 것인지 수희가 옆에 서서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는 코디가 흰 도복과 하회탈을 품에 안고 있었다.

“수희 낭자도 입소?”

“당연하죠. 여무사니까.”

“수희 씨는 맨날 저거 입고 일본군 때려잡잖아요.”

철수가 끼어들었다. 그는 방긋 웃으며 수희한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수희 씨. 처음 뵙겠습니다. 우주 씨의 로드 매니저 김철수라고 합니다.”

수희도 살짝 고개를 숙여 받아주었다.

“예, 안녕하세요.”

인기 여배우가 말을 걸어줬다는 생각에 철수는 헤벌쭉 하며 입을 열었다.

“저희 우주 씨가 연기 경험이 전무해서 아마 많이 부족할 겁니다. 그래도 좀 잘 봐주세요.”

“그러기엔 너무 늦은 것 같네요.”

수희가 밉다는 눈초리로 우주를 흘겨보았다. 표정이 솔직해서 좋다.

우주는 순간 장난기가 돌았다.

“이따가 팔에 힘 풀려서 말 위에서 떨어뜨릴지도 모르겠소.”

“뭐라구요?”

그녀가 놀라더니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촬영은 말을 타고 달려온 우주가 일본 경찰에게 둘러싸여 있던 수희의 허리를 팔로 낚아챈 다음 말 위에 태운 뒤 둘이 함께 도망가는 신이었다.

그런데 자신을 일부러 떨어뜨린다고?

“말 잘 탄다고 기껏 칭찬해 주러 왔더니 진짜 밉다. 하려면 하세요.”

수희가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고는 뒤돌아서 성큼성큼 가버렸다.

철수가 우주를 쳐다봤다. 그의 눈에는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왠지 부러웠다.

“두 사람 언제 친해진 거예요?”

“친해지긴 개뿔.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오.”

그때 강민이 말했다.

“우주, 료코를 잊으면 안 돼.”

촬영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저녁 8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현관문을 열면…….

“(오늘도 무사히 다녀오셨습니까, 주인님?)”

입구에서 무릎을 꿇은 채 공손히 절을 하는 료코가 있었다.

우주는 신발을 벗고 나서 그녀를 일으켜 세운 뒤 두 손을 감쌌다.

“(오늘은 뭐 하며 지냈어?)”

“(소녀, 주인님만 생각했사옵니다.)”

료코는 수줍게 말을 하면서도 우주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하루 종일 집 안에 혼자 있는 것도 무척 지루하고 힘든 일이다. 그래서 매일 우주가 돌아오는 시간만을 기다렸고, 문밖에서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올 때쯤이면 꼬리를 치며 문을 북북 긁어대는 강아지처럼 너무나 반가웠다.

“(식사, 목욕. 둘 중에 어느 것을 먼저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침대로…….)”

“(목욕.)”

“(소녀, 바로 준비하겠사옵니다.)”

우주는 욕실로 향했다. 료코가 종종걸음으로 뒤쫓아 왔다. 욕실 문 앞에서 가만히 서있으니 료코가 그의 옷을 하나씩 벗겨주었다.

예전에는 이런 모습이 껄끄러웠지만 지금은 알게 모르게 서로 애정이 쌓인 것인지 안 하는게 더 이상했다. 그래서 둘 중 하나가 싫다고 거부하면 삐쳤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우주는 알몸이 되자 먼저 욕실 안으로 들어섰다. 료코는 그의 옷가지들을 차곡차곡 정리한 뒤 자신도 옷을 벗었다. 이윽고 속옷까지 훌러덩 다 벗고 나서, 커다란 목욕 타월로 자신의 가슴과 엉덩이를 감싼 뒤 긴 머리를 올려 묶고는 욕실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넓은 욕실 안에는 우주가 당당히 고추를 드러내놓고 가만히 욕실 의자에 앉아있었다.

료코가 조심히 다가가 샤워기를 틀고 그의 몸을 씻겨주기 시작하였다. 바디 샴푸로 거품을 내고 정성스럽게 등을 문질렀다. 깨끗이 뒤를 씻겨주고 이제 앞을 씻겨주려 할 때쯤, 우주의 고추는 어느새 사기충천, 하늘을 찌를 듯이 발기되어 있었다.

“(소녀, 주인님의 고추를 볼 때마다 매번 신기하옵니다. 어찌 이리도 무쇠처럼 단단하시옵니까?)”

“(이게 다 네 탓이다. 그처럼 요염한 몸을 하고서 자꾸 내 몸을 만져대니 어디 단단해지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잖으냐? 그러니 속만 태우게 하지 말고 어서 속 시원히 빨아보거라.)”

“(주인님이 그리 말씀해 주시다니 소녀 정말로 기쁘옵니다. 실망시키지 않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사옵니다.)”

료코는 밝게 웃으면서 우주 앞에 엎드렸다. 그대로 그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파묻더니 작은 입에서 보드라운 혀를 내밀고 고추를 핥기 시작했다.

혀로 세밀하고 부드럽게 조금씩 귀두를 미묘하게 핥으며 고환을 입안 가득 머금는가 하면, 귀두 끝의 작은 틈을 벌리고는 고추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을 핥더니, 그 고양이 같은 입술을 활짝 벌리며 우주의 고추를 덥석 물고는 입안 깊숙이 집어넣었다.

료코가 자신의 기교를 다한 봉사에 충실히 임할 동안 우주는 아래로 쳐져있는 료코의 유방을 주물럭거리며 봉긋 서있는 분홍색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희롱했다.

료코가 고추를 입안에 문채 숨을 몰아쉬며 신음을 토해냈다.

“쭙, 쭈웁……. 흐응……!”

우주는 유방을 계속 주물럭거리면서 자신의 고추를 빠는 미염한 모습의 료코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온몸에 치미는 쾌감을 더는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대로 고추가 터지기 전에 그녀의 입안에서 황급히 고추를 빼냈다.

제자리에서 냅다 일어나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힘 있게 감싸 안고는 그대로 들어올렸다. 료코를 벽 쪽으로 데려간 다음 벽을 짚고 엎드려 서게 했다.

뒤로부터 삽입했다. 단숨에 료코의 자궁벽까지 고추가 거침없이 꿰뚫어 버리자, 그녀가 아앙 하는 탄성을 터뜨렸다.

그 아찔한 쾌감이 못내 버거운지 그녀는 잠시 다리를 후들후들 떨었다.

우주는 떨지 말라고 그녀의 허벅지를 두 손으로 붙잡았다. 그러면서도 팽창한 고추를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계속 찔러 넣으면서 속도를 점점 더해갔다.

“하앙, 하아! 냐으응!”

잘 익은 전복에서 새어 나온 애액은 료코의 찰진 허벅지를 타고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오늘 하루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에 그녀는 더없이 좋은 최상의 파트너였다.

샤워를 끝마치고 나서 두 사람은 함께 식탁에 앉아 밥을 먹었다.

우주는 오늘 있었던 일을 료코에게 이것저것 떠들어댔다. 료코는 귀담아 들어주면서 가끔 손뼉을 치며 활짝 웃어주기도 했다.

그러던 중에 우주에게서 김치 이야기가 문득 튀어나왔다.

“(이제 김치 만드는 방법을 배우면 어떨까?)”

“(기무치요?)”

“(아무래도 난 한국 사람이다 보니까 역시 김치가 먹고 싶네.)”

그동안 료코가 만들어준 식단은 죄다 일본식이었다. 무언가 싱겁고 무언가 많이 달았다. 당연히 우주의 입맛에 맞을 리가 없었다. 집에서 땀 뻘뻘 흘려가며 맵고 얼큰한 찌게를 먹어보는 게 소원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우주는 료코의 노력과 정성을 생각해서 그간 꾹 참고 있었다. 가끔 요리 맛이 이상해도 내색 않고 꾸역꾸역 그릇을 다 비운 적도 많았다.

그나마 요즘 워낙 일이 바빠서 나가서 사먹는 일이 다반사였기에 별 불편 없이 그럭저럭 지낼 수 있었다. 지금까지 참을 수 있긴 했지만 료코와 정이 들수록 그녀에게 원하는 게 많아졌다.

“(강민 여친 알지? 그때 장어 양념장 만드는 법 알려줬지, 왜.)”

“(아, 수영 상이라면 기억납니다. )”

“(오늘 강민 형님한테 수영 씨가 김치 만드는 법 좀 알려주면 좋겠다 하고 말해 봤더니 형님이 그 자리에서 수영 씨한테 바로 전화하더니 좋다고 하더라구.)”

“(아……. 그래요?)”

료코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주는 계속 말했다.

“(내일 우리 집에 오기로 했는데, 어때?)”

“(내일요?)”

“(그래.)”

우주는 내일 일정을 모조리 비워둔 채 료코와 함께 김치를 담글 생각이었다. 또한 내일 저녁 밥상에는 김치를 비롯해 자신의 솜씨로 완성한 김치찌개까지 식탁에 올릴 작정이었다.

료코는 젓가락을 입에 물더니 잠시 골똘히 생각했다.

“(주인님께서 기무치를 드시고 싶다면 저도 배우고 싶지만… 집에 아무나 들여도 되나요? 주인님 아닌 다른 사람이 집에 들어오는 거 싫습니다.)”

“(수영 씨는 괜찮아.)”

우주의 말에 그녀가 마지못해 환하게 웃었다. 주인님이 그렇다니 어쩔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그럼 저도 환영입니다. 기무치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료코의 설거지가 끝나고 나서는 함께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밤 10시에 시작하는 수목 드라마 <그 겨울, 찬바람이 분다>를 시청했다.

사실 동시간대에 다른 방송국에서는 <경성의 여무사>를 방영했다. 하지만 우주는 료코를 생각해서라도 일부러 일제 강점기의 드라마를 피했다.

그렇다 보니 <경성의 여무사>가 어떤 느낌의 드라마인지 한 번 보고 싶어도 집에서는 볼 기회가 전혀 없었다.

“(흑흑…….)”

료코가 드라마를 보며 옆에서 눈물을 훔쳤다. 여주인공이 돈 때문에 남주인공이 자신에게 잘해줬다고 생각하자, 화가 난 나머지 남주인공을 집에서 매몰차게 쫓아내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남주인공은 이미 그녀와 깊은 사랑에 빠진 상태였다. 여주인공에게 상처받는 말을 들었음에도 오로지 그녀를 떠올리며 순애보 같은 사랑을 이어갔다.

“(그렇게 슬퍼?)”

“(슬픕니다…….)”

료코가 훌쩍거렸다. 그녀는 이 드라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놓치지 않았다.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에는 모든 일을 다 끝내 놓고 TV 앞에서 기다렸다.

그 시간만큼은 주인님인 신우주조차도 그녀를 결코 방해할 수 없었다. 왠지 눈치가 보여서 드라마 시작 전에 목욕과 식사를 후다닥 끝내줄 정도였다.

그래도 우주는 기분이 흐뭇했다. 료코가 여태껏 살아온 순탄치 않은 삶을 잊고 평범하게 문화생활을 누리는 모습이 더 안심이 되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드라마가 끝난 뒤에는 나란히 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러다 료코가 문득 몽롱한 눈빛으로 우주의 손을 잡아끌어 자신의 젖가슴 위에 살며시 포갰다.

“(주인님 손을 잡고 자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져요.)”

“(나도…….)”

신우주는 무척 피곤한 나머지 말을 흐렸다. 그리고 료코도 그랬다.

“(우리 오늘도 이렇게 자요…….)”

료코는 진심으로 편안하고 행복한 얼굴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우주는 잠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리고 오늘과 같은 일상이 매일 계속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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