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트 쉴드-84화 (84/285)

84화

그가 사망한 이유는 사탄도 사탄이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샥스핀이었다.

미완성 파워드 슈트를 사용한 대가는 컸다.

우연진은 전멸 위기의 사막여우팀을 구하기 위해 사탄을 상대로 전 장비를 풀가동하고 나서 5분만에 폐인이 되어버렸다. 그런 상황에 사탄의 무자비한 공격을 일방적으로 받아내기만 하다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날이 저물고 시신이라도 수습해 올 수 있었던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게다가 함께 샥스핀을 착용했던 김수희는 혼수상태에 빠졌다. 불행중 다행이었던 것은 그녀의 샥스핀은 작동 오류로 인해서 풀가동 모드 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직 사탄에 의해서 데미지를 입고 중상을 당해버린 것이었다.

“이 일은 절대. 당분간 세상에 알려져서는 아니됩니다.”

사막여우팀에 관한 보고를 받은 이선주는 회사의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서 도의에 어긋난 결단을 내렸다.

‘사막여우팀의 첫 사탄 공략은 사상자 없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머지 않아 쓰러뜨릴 가능성이 보인다.’

이러한 거짓 기사를 언론에 흘렸다.

그러자 신라그룹의 주가는 끝도 없이 치솟았다. 당일 오전 12시까지 신라그룹의 심장부와 다름없는 기업인 신라물산의 주가는 135만원에서 155만원으로 연중 최고점을 찍었다.

토끼급 돌연변이 생물을 가지고 하찮은 연습이나 하고 있는 제네틱스 악어팀과는 대조적으로 신라그룹 사막여우팀이 벌써부터 사탄 공략을 나섰다는 점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높은 관심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선주가 바랐던 일.

그러나 오전 11시 30분. 우연진의 사망사실과 김수희의 혼수상태등 더는 숨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게다가 두 사람 외에도 사막여우팀에는 다수의 사망자가 속출한 상태였다. 연락이 되지않는 것을 의아하게 여긴 가족과 지인들의 문의가 회사로 쇄도했다.

“여기까지군.”

그때 이선주는 즉시 자신의 지분을 매각했다. 1주당 155만원이었던 주식을 팔아서 지분율 25%에서 21%까지 내려갔다.

그리고 이 소식이 언론에 알려지자, 신라물산에 투자했던 개미 투자자들은 땅을 치고 후회했다. 어떤이는 자살까지 결심했다. 최대주주가 주식을 매각했다는 사실은 어느 모로 보나 뻔했기 때문이다.

하루 반짝하며 치솟았던 주가가 155만원에서 130만원까지 떨어지더니, 이윽고 사막여우팀에 관한 진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시작하면서 나중에는 1주당 90만원대까지 떨어져 버렸다.

투자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절망적인 소식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이선주는 한숨돌렸다. 적시에 주식을 팔아 큰 이득을 남겼으며, 줄어든 지분은 신라물산의 주가가 최대로 떨어졌을때 다시 매입하면 그만이었다. 아마 그때는 적은 돈으로도 충분히 기존보다 훨씬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할 수 있게될 것이었다.

“이선주 이 씨발년을 신고합니다!”

극도로 분노한 투자자가 한국거래소 불공정 거래 신고센터에 그녀를 신고했다.

한국거래소는 조사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조사의 초점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손실회피 여부다. 이선주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연이어 지분을 매각해 배경에 의구심이 쏠렸다.

이에 신라그룹 대변인은 그날 저녁, ‘이 회장의 개인적인 일’ 이라며 ‘개인 채무변제 때문인 것으로 안다’며 확대 해석을 하지 말아달라는 보도 자료를 냈다.

“그럼 왜 오늘 오전에는 우연진 씨의 사망 사실을 숨기고 사탄 공략이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는 기사를 냈습니까?”

어떤 기자의 물음에 신라그룹 대변인은 이렇게 답하였다.

“그것은 기자들의 성급한 보도와 오보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다고 추측됩니다. 저희 신라그룹에서는 그와 관련해서 어떠한 공식 발표를 한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 공식 기자 회견이 끝난 뒤, 진실 여부를 확실히 가리기 위해 경찰을 찾아가 엄중한 수사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방귀낀 놈이 성낸다고 오히려 적반하장이었지만 기자는 다음 질문 생각에 그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럼 이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늘 오전 사막여우팀이 전방주둔지로 복귀한 시각은 오전 5시 40분, 우연진 씨의 사망 발표가 나온 시점이 오후 2시 20분인데요. 거진 9시간 동안 신라그룹에서는 무엇을 하느라 공식 발표가 늦어진 것입니까? 일부에서는 증권시장의 마감시간을 기다리기 위해서 일부러 숨기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이에 대해 해명 부탁합니다.”

그에 관해서도 신라그룹 대변인은 차분하게 답하였다.

“먼저 말씀드립니다만, 저희 신라그룹에서는 이번 비극과 관련해서 진실을 가릴 생각이 추호도 없었음을 분명히 밝혀두겠습니다. 저희는 오로지 정확한 사태 파악과 대책 마련을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였고, 또 그에 관해서 신중하게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기에 시기가 늦어진 것 뿐입니다.

이 모든 일은 오해해서 비롯된 일이죠.”

해명 기자회견이 있었음에도 언론과 대중은 의혹을 떨치지 못하였다. 하지만 심증만 있지 이렇다할 증거가 없었다.

더구나 신라그룹은 당시 사막여우팀 작전에 참가한 20명 전원에게 희망찬 미래를 약속했다. 유가족에게는 보상금 3천억. 생존자에게는 1천억을 지급하고 미국 베벌리힐스에 수영장에 고용인 세 명이 딸린 집을 한 채씩 사주었으며 그 자식들에게는 미국 어느 대학교든지 졸업까지 학비 전액을 지원해주겠다고 비밀리에 거래를 해둔 상태였다.

덧붙여 그들의 친척에게는 신라그룹 계열사 어디든지 입사 원서만 내면 취직시켜주기로까지 보장하였다. 70살 넘은 할아버지라도 상관없었다.

회사 경비로 써주기로 약속을 해두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자들이 사건 당사자인 사막여우팀에게서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선주를 인면수심 악덕 기업주라 치부하고 거리로 나선 투자자들의 열성적인 시위도 소용 없었다. 신라그룹은 어차피 한국의 내수 시장에 의존하며 벌어먹는 기업도 아니었다. 레지스트 쉴드에서 얻은 자원을 가공해서 해외 시장에 수출해서 얻는 이익이 압도적으로 많던 기업이었다.

또한 정부와는 거래가 끝난 상태였다. 국민연금. 30~40년후 고갈될 국민연금의 문제점으로 인해 정부는 골치를 썩고 있었다. 당장 국민연금제도를 폐지하라며 국민들이 촛불시위를 벌이던 시기였다.

그래서 신라그룹은 이 국민연금제도를 가지고 정부와 은밀하게 협상을 진행했다. 이선주 회장의 주식 매각 문제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국민연금관리공단에게 신라테크놀로지의 지분 일부를 넘기기로 약정을 맺었다. 미국 NASA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신라테크놀로지의 주식은 곧 다가올 우주여행시대를 대비한 우량주였다.

이로써 신라그룹은 이번 사태에 관해서 문제가 될만한 것들은 모조리 원천봉쇄할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안심 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국내 최고 연봉을 달리던 우연진이 사망했다는 사실이 명백했다. 앞으로 신라물산의 수출 상품이 A급에서 B급으로 떨어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전에는 우연진이 있었기에 호랑이급 자원이 원활하게 공급되었다면, 이제는 그것이 불투명해져버렸다.

그렇기에 이 총체적인 난국에 관해서 책임질 사람이 하나 필요했다.

기존 관습을 버리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널리 알려야만 했다.

신라그룹이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서 꼭 버리고 가야할 사람.

그것은 바로 한소민이었다.

이미 우연진을 죽게한 원흉이자, 신라그룹에게 큰 손실을 안긴 무능한 책임자로 대중들에게 낙인찍힌 그녀였다.

우연진 사망 다음날 신라그룹은 그녀를 단두대에 세웠다.

“저 한소민은, 앞으로 신라그룹의 모든 경영일선에서 물러날것을 지금 이 자리에서 선언하겠습니다.”

“추후 행보에 관해서 말씀해주십시오! 한국에 계속 머무르실 계획이십니까?”

“다음 일에 관해서는 아직 생각해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럼, 이만하겠습니다.”

“한소민 씨! 질문 하나만 더 받아주십시오!”

“한소민 씨!”

처음부터 줄곧 침통한 표정으로 기자 회견에 임했던 소민은, 끝내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그후 자신의 업무실로 돌아와 박스에 차곡차곡 짐을 정리했다.

흐르는 눈물을 닦아줄 사람도 없어서 그녀는 내내 훌쩍거렸다.

한 번은 그녀의 여성수행원이 도와주겠다며 방에 들어왔지만 그녀는 한사코 거절했다.

자신이 전부 저지른 일이었으니 누구를 원망할 수 없는 일이었다. 또 누구의 도움을 바랄수도 없는 일이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전부 안고 떠나는 것만이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자존심이었다.

한때 우주를 향해 불타오르던 복수심은 큰 희생을 치르며 호되게 당하고 나서야 마침내 사그라들었다.

불만 따위를 내세울 이유도 없었다. 그저 잠자코 받아들일 뿐이었다.

게다가 어머니인 이선주를 볼 면목도 없었다. 당분간은 집에서 나와 오피스텔에서 따로 살기로 했다. 이선주도 허락했다. 사실 지금의 이선주는 딸의 안부가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제네틱스 한규만 회장에게 저항했던 그 옛날 그때처럼 신라그룹은 현재 비상시국이었다.

그간 소민이 맡았던 업무를 직접 도맡으며 우연진의 뒤를 이을 새로운 대체자 찾기에 혈안이었다.

모든 이슈를 덮어버릴 만한 혁명적인 신인.

제네틱스 신우주보다 더 큰 화젯거리를 몰고올만한 그러한 신인을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이 잡듯 뒤지고 있었다.

적막함이 가득한 거실.

홀로 소파에 누워 TV를 보던 소민은 리모콘을 눌러 TV를 껐다.

사막여우팀이 해체된지 일주일째.

아직도 TV에서는 온통 신라그룹 이야기 뿐이었다.

그녀는 그게 괴로웠다.

보기 싫을정도로 힘들었다.

지난 7일 동안 집에 먹을 것이 다 떨어졌음에도 밖을 나가기가 두려웠다.

자신에게 무능하다며 손가락질을 하는 세상이 무서웠다.

꿀꺽꿀꺽.

너무나 배고파서 수돗물을 받아 마셨다. 집에는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하아...”

저도 모르게 입술이 한숨을 흘렸다.

문득 베란다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창 너머에서 보이는 풍경, 언제나 맑음.

가을 날씨는 정말로 좋았다.

밖으로 뛰쳐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따사했다.

그러나 이질적이다.

세상과 동떨어진 기분이 들었다.

이제 자신은 저 아름다운 세상과 어울릴 수 없다.

성큼성큼 걸어가서 커텐을 확 쳐버렸다.

대낮인데도 거실이 어두워졌다.

마음이 안정되었다.

기분이 편안했다.

“밖은 어떨까......”

오랜만에 나가볼까.

집에만 틀어 박혀 있으면 우울증에 걸릴 것 같았다.

편안했지만 그녀의 명석한 뇌는 계속 이러고 있으면 안된다는 것을 매우 잘 알았다.

그날 밤.

용기를 내서 산책을 하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먹을 것도 사올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배고픔이 큰 문제였다. 나가고 싶지 않아도 억지로 나가야만 했다.

모자를 푹 뒤집어쓰고 한강 둔치를 쭉 걸었다.

간만에 바람을 쐬니 기분이 상쾌했다.

1시간을 넘게 걸었다.

한밤중에 길을 걷다보니 많은 사람과 마주쳤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운동하는 여성.

잔디 밭에 돗자리를 깔고 여유를 즐기는 가족.

편의점 불빛에 모인 젊은이들.

커플.

연인끼리 다정하게 벤치에 앉아 있었다.

“이번에 신우주가 찍은 치킨 CF인데 진짜 웃겨.”

“나 그거 볼래. 빨리 보여줘봐.”

신우주.

그 이름을 듣자 그녀는 문득 죄책감에 휩싸여 그동안 잊고 있던 감정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개자식......!”

그 순간 이를 뿌득 갈았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게 다 그놈 때문이다.

“개새끼, 그 개새끼 때문에......!”

즉시 도로로 뛰쳐 나가서 택시를 잡아탔다.

그녀는 곧바로 우주가 사는 아파트로 향했다.

이제와 모든 것을 다 잃은 그녀는 그에게 어떠한 복수를 하겠다는 것은 의도는 없었다.

다만, 자신이 왜 세상의 비난을 받는지 그 원인이 다 너 때문이었다고 신우주를 붙잡고 강력하게 성토하고 싶었다.

나는 잘못이 없다.

나는 정상이었다.

그런데 니가 날 겁탈했기 때문에 나는 잠시 이성을 잃었던 것 뿐이다!

그래서 실수를 범했다고!

“다 너 때문이야!”

아래위로 통일된 하얀색 츄리링을 입은 그녀가 아파트 입구를 가로 막고 서있었다.

“이게 괴물인지 뭔지!”

라면 CF 촬영을 마치고 밤늦게 돌아온 우주는 난데없이 튀어나온 한소민 때문에 어안이 벙벙했다.

“또 왜 왔소!”

“니가 그때 날 겁탈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이러지 않았어!”

“그게 왜 내 책임이오?”

“니가 날 망가뜨렸으니 니 책임이야!”

우주는 그녀의 처지에 관해서 언론 보도를 접해 너무나 잘알고 있었다.

애먼 화풀이를 하러 온것 같았고, 솔직히 우주는 전에 그녀의 계략에 당한적도 있어서 다시 마주친 것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그는 쌀쌀맞게 말했다. 여기서 이러고 있어봐야 누가 보기라도 하면 둘 다 좋을 것이 없었다.

“험한꼴 당하고 싶지 않으면 냉큼 돌아가시오.”

“싫어! 니가 책임져! 너 때문에 망가졌으니까!”우주는 울고불고 난리치는 그녀를 묵묵히 지켜보다가 이내 뿌리치고 지나쳤다. 소리가 너무 컸고 정도가 심했다.

여기서 계속 서 있다가 행인의 폰 카메라에라도 찍히면 큰일이었다.

“당장 꺼지시오.”

그러나 소민은 악착같이 따라와서 그의 옷을 붙잡고 매달렸다.

“웃기지마! 니가 내 인생을 망가뜨렸으니까 알아서 해! 다 돌려놔!”

“뭘 돌려내라는 건지. 술 취한거요?”

“취하지 않았어! 왜? 너도 날 비웃는거야? 내가 다 잃어버려서 하찮아보여? 이게 술주정하는것 같아?”

“그게 아니라......”

우주는 문득 떠올랐다.

협박을 해서라도 쫓아내자.

“다시 찾아오면 그때는 가슴만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고 분명히 말했을 거요.”

“그래서 지금 뭐. 어쩌자는 건데!”

“계속 이러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거요. 각오 하시오.”

“해봐! 해볼테면 어디 한번 해보라구! 나도 이제 끝장을 볼테니까! 하나도 안무섭거든!?”

“하아......”

우주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놔둬서는 안될 것 같았다.

행여나 여기서 죽치고 있어봐라.

나름 큰일이었다.

“어맛! 하앙! 하아아앙! 하으으응! 더, 더 강하게 넣어주세요!”

우주의 집 안방.

소민은 알몸이 된채 우주에게 깔려있었다.

우주의 고추는 사정없이 그녀의 꽃잎을 이리저리 쑤셔 박았다.

청순가련한 소민의 음부가 짐승같이 발딱 선 고추한테 무참히도 짓밟히니, 그녀의 몸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연신 팔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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