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화
***
“대장님! 대장님!”
하나가 현장으로 달려왔다.
공격조 두 사람이 정신을 잃은 우주를 바닥에 바로 눕힌 채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고, 그 부근에는 범룡스님이 세 사람의 팀원을 데리고 갑자기 나타난 돌연변이 생물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우주가 숨을 쉴 기미를 보이지 않자 곁에 앉아있던 한 남성이 그에게 인공호흡을 하려고 했다. 그러자 헐레벌떡 뛰어온 하나가 재빨리 그를 밀치며 우주 곁에 꿇어 앉았다.
“대장님....,.!”
하나가 안타까운 소리를 내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곧 우주의 코를 막고 그와 입술을 맞추었다.
숨을 불어넣었다.
그때 서둘러 뒤따라온 박찬우가 그 모습을 보았다. 빨랐던 걸음이 천천히 멈추더니, 이내 속이 타는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씨발...!”
비록 그것이 생명을 구하기 위한 인공호흡이라지만, 좋아하는 여자가 누군가와 입을 맞춘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 절망이었다.
주먹이 절로 불끈 쥐어지며 이를 앙다물었다. 두 번 다시 보기 싫을 정도로 그에게는 악몽이었다.
그렇다고 이 상황에 그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그는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다.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으니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후읍! 후우... 후읍! 후우...”
하나는 고개를 들어 숨을 깊게 들이마셨고, 우주의 입안으로 두 번, 세 번, 입술을 가져다 아낌없이 계속 숨을 불어넣었다.
얼마나 그 행동을 반복했을까. 어느새인가 우주가 숨을 쉬기 시작하며 혈색이 돌아왔다.
“콜록! 콜록!”
“대장님!”
하나가 환희에 찬 표정을 지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늘같은 서방님 모시듯 몸과 마음을 다하여 애를 쓴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보았다.
“으음......”
우주가 상체를 일으켜 세우려 하길래 하나가 두 손으로 부축을 해주었다.
그는 연신 기침을 해댔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둘러보다가 얼굴을 맞대고 있던 하나를 쳐다봤다.
“하나 낭자?”
“정신을 차리셔서 다행이네요!”
“대장님!”
찬우가 곁으로 달려왔다. 우주를 사이에 두고 하나의 반대쪽에 앉으며 그를 부축해주었다.
“드디어 깨어났다!”
“대장 아픈데는 없는거야? 움직일 수 있어?”
주변에서 지켜보던 팀원들도 기뻐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때마침 근처에서 돌연변이 생물을 처리하던 범룡스님도 그것들을 마저 처리하자 부리나케 달려왔다.
홀딱 벗겨진 머리에서 광이 날 정도로 얼굴이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깨어났네?”
“그렇소 범룡스님......”
우주의 어안이 벙벙해 보였다. 범룡스님은 가까이 다가오자 마자 우주의 등짝부터 세게 후려쳤다.
찰싹!
굳은살 박힌 큰손이 어찌나 맵던지 우주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럴때가 아니라우 대장 동무! 날레 저쪽으로 뛰어 가라우!”
***
사탄 하나가 재빠르게 접근하며 주먹을 내질렀다.
미라는 간신히 몸을 웅크리며 오른손의 고주파블레이드로 녀석의 배를 갈랐다. 순백의 피부가 갈라지고 내장이 터져나왔다. 붉은 선혈이 뚝뚝 떨어지는 창자가 밖으로 흘러나와 대롱대롱 흔들리더니, 곧바로 곧추세우고 날아와 강미라의 목을 단숨에 졸랐다.
“으윽! 이이게에!”
미라는 이빨로 창자를 질끈 물었다. 돼지곱창처럼 말랑거렸다.
그녀는 그걸 입에 문채로 힘껏 뜯어냈다. 얼굴에 피가 튀겼다.
히죽 웃으며 잘린 창자를 툭 뱉어냈다.
“쳇, 괴상한 짓거릴 하다니.”
배가 갈라졌던 사탄은 피부가 껌처럼 늘어나며 상처가 다시 아물었다. 그 엄청난 회복력은 그녀를 어이없게 만들었다.
흡사 불사신 같은 생명력. 상대가 불사신이라면 방도가 없다.
‘그렇다면 혹시 목이라도 잘라볼까? 아무리 불사신이라하더라도 목을 자르면 죽는다는 설정의 영화도 있었어.’
그런 생각을 한 직후. 미라는 지체없이 고주파 블레이드를 휘둘렀으나, 맹수는 순간 작동을 멈추었다.
“!?”
이내 칼에 덧씌워진 고분자마저 사라졌다.
툭.
사탄의 목에 그냥 가져다 대는 수준의 공격.
게다가 맹수의 엄청난 무게가 그녀를 무섭게 짓눌렀다. 동력이 끊긴 맹수의 무게는 무려 1톤. 일반인과 다른 수라가 최대 500kg까지 들수 있는 것을 감안했을때 그 두배나 되는 무게를 버텨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빌어먹을......!”
그녀가 잠시 당황하며 주춤하는 사이 사탄이 돌려차기를 했다. 머리에 뒤꿈치를 맞은 그녀가 30m를 날아갔다.
마냥 당한 것만은 아니다. 미라는 날아가는 와중에도 비상 동력원을 작동시켰다.
그러자 맹수에 다시금 동력이 돌아왔다.
비상시 작동하는 에너지 전지. 맹수의 동력원이 완전히 파손된다하더라도 오른쪽 겨드랑이에 내장되어 있는 에너지 전지에 의해서 최소 10분에서 최대 30분까지 동작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활동이 대단히 제약되며, 공격은 고사하고 오로지 값비싼 맹수를 수거하고 후퇴하는 용도로만 사용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비상 동력원이었다.
“크읏!”
미라는 바닥을 몇차례 구르다 다시 일어났다. 그러나 숨돌릴 틈도 없이, 사탄이 가차없이 다가와 그녀의 머리를 한 손에 쥐고 허공으로 들어올렸다.
엄청난 압력이 가해졌다. 그녀는 머리가 터질것만 같았다. 만약 맹수의 장갑이 머리를 보호하지 않았다면 벌써 뇌수가 터져버린 채 죽어버렸을 것이다.
거기에 또, 어느새 좌우로 사탄 두 마리가 접근해 그녀를 포위하고 있었다. 녀석들은 오른손을 송곳처럼 날카롭게 변형시키더니 그녀의 목과 심장을 겨누었다.
“아아, 애처로운 신세라니.”
미라는 쿡쿡 웃더니 왠지 행복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우상님, 곧 따라가겠습니다.”
그녀에게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천국? 한번 가보지 뭐.
만인을 행복하게 만든 우주는 분명 천국갔을 것이다.
그러니 자신도 꼭 천국갈거라고.
한편, 같은 장소 다른쪽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맹수를 착용한 성일을 사탄 세 마리가 둘러싼 채 그를 죽이려하고 있었다.
한 녀석이 손을 날카롭게 변형시켜 그의 심장을 겨누었다.
성일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눈을 감았다.
“하나 후회한다면, 애 셋 딸린 내가 현모양처인 마누라를 놔두고 젊은 애인과 바람피운거랄까. 휴우......”
죽음을 눈앞에두고 살찐 마누라 얼굴이 어찌나 그리 떠오르던지.
중매로 만났을때의 첫만남이라든지, 두근두근 연애하던 시절이 한순간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젊은시절 마누라는 참 늘씬하고 예뻤다며 둘 사이의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했다.
“애들 세 명 대학 보낼 돈은 벌어놨으니 그나마 다행이군.”
이제 끝.
사탄의 날카로운 송곳이 그의 심장을 파고드려 할때였다.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빔이 사탄의 머리에 명중했다. 순식간에 세 마리의 머리가 터지고 사방에 피를 튀겼다.
“으응...?”
성일은 감았던 눈을 떴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머리가 반쯤 터져 버린 사탄 세 마리.
그들은 모두 뒤쪽을 보고 있었다.
성일 또한 그곳을 넌지시 바라봤다.
먼곳에 서 있는 한 사람.
바로 신우주였다!
“대장!”
멀리 서 있는 우주는 몸을 틀어 다른 방향을 보면서 빔 라이플을 갈겨댔다.
그 방향은 미라가 있는 방향.
그쪽에 있던 사탄 세 마리 역시 순식간에 머리가 모두 터졌다.
한순간에 사탄 여섯 마리의 시선을 모두 잡아끈 신우주.
그는 냉정한 눈빛으로, 각각의 사탄을 곁눈질로 살피며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악어 1로부터 2와 7에게. 사탄을 상대하느라 고생했다. 이제 후방으로 가서 쉬도록. 나머지는 나 혼자 상대하겠다.”
우주의 죽음에 절망하며 천국으로 갈 생각만을 하던 미라에게 있어서 우주의 재등장은 가슴이 미치도록 콩닥거릴만큼 짜릿한 전율을 가져왔다.
그녀는 온몸이 달아오르며 음부가 뜨거워졌다.
“역시 살아계실줄 알았습니다 아아......!”
가열된 치즈 마냥 가슴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녀보다는 점잖게, 성일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왠지 살아나갈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드는군.”
우주는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더니 누구보다도 빠르게 움직였다.
가장 위태로워 보이는 강미라부터.
겨우 한번. 맹수고 뭐고 그저 슈트만 입은 우주는 손만 뻗었다.
푸악!
그 손이 미라의 머리를 쥐고 있던 사탄의 피부를 찢고 심장을 와락 움켜쥐었다. 먼저 겪어본 놈이 낫다고 우주는 소형 사탄의 약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심장과 통하는 혈관들을 모두 끊어버리며 단숨에 심장을 뜯어냈다.
세상 밖으로 나온 심장이 하얀빛을 내며 우주의 손안에서 쿵쿵뛴다.
그리고 사탄은 이내 쓰러졌다.
우주는 쥐고 있던 심장을 땅바닥에 내던졌다.
한놈, 제거.
그는 자신이 있었다.
우리 악어팀은 반드시 살아돌아갈 수 있다고.
막내에게 받은 이 힘이라면 분명 가능하다고.
그런 확신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막내에 관한 이야기는 Grabity 님께서 매우 명확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제생각엔 그냥 옛날의 남우선호사상때문에 별다른 이름없이 계속 막내라 부르다가 그대로 굳어진듯 하군요 소설초반부에 비슷한 언급이 분명히 있었고요 (2013.08.21 02:20)이 말씀이 맞습니다.
내 소설 또 흥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