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트 쉴드-106화 (106/285)

106화

그러나 그는 사실 고민중이었다. 말은 꺼냈지만 완전히 그렇게 할 생각은 아니었다. 여태 일직선으로 달려온 도로에서 방향을 꺾을지 말지 고민의 여지가 남아있었다.

섣불리 일을 벌이기에는 벅찬감이 있다. 갑자기 시작하기에는 준비해야할 일도 많고, 또 감당해내야할 일도, 버려야할 일도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그저 나아갈 수 있는 여러길을 모색해볼 뿐, 소민의 회사 설립도 그 중 하나다.

“같이 회사를 세운다라......”

소민은 방긋 웃었다.

그 말에 야릇한 기쁨을 느끼면서 그 말을 되풀이 했다.

“회사를 세운다......”

그녀는 조금 즐거운 듯이 말했다.

“재벌 2세로서 부모덕 봤다는 소리 좀 그만듣고 싶긴해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붙었죠.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긴 하네요.”

“해볼 생각있소?”

“있긴 하지만......”

소민은 망설였다. 대답을 주저하는 까닭은 우주도 잘 알고 있었다. 무능하다고 비난 받았던 그녀는 사람들 앞에 나서기가 꺼림직한 것이다.

우주는 따뜻하게, 그리고 다정하게 그녀에게 키스를 해주었다.

그의 하체는 그녀의 벌려진 가랑이를 부단히도 짓눌러댔다.

“하앙! 흐응! 아아!”

이윽고 입술을 떼고 말했다.

“급한 일은 아니니까 천천히 생각해보시오.”

“근데... 소라와 사이가 틀어지기라도 했나요?”

“그건 아니지만, 서로 생각이 다른 점은 분명 있는것 같소. 소생은 사실 회사에서 나와주었으면 하지만 소라 낭자는 그럴 생각이 없어보이더이다.”

“뭐야, 그럼 전 소라 대신인가요?”

소민은 살짝 삐친 듯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대신이 아니오.”

“소라가 회사를 그만둔다면 저와 회사를 설립할 이유가 없어지는 거잖아요. 우주 씨는 아마 소라한테 가겠죠.”

“음......”

우주는 할 말을 찾지못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이 맞다고 인정하는 눈치다.

소민은 그런 우주에게 조금은 쓸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뺨을 어루만졌다.

“당신은 이기주의자. 저와 섹스를 하면서도 어떻게 제 사촌인 소라를 생각하는지...”

고개를 돌려 료코를 바라보았다.

료코는 전라의 모습으로 침대 위에 앉아서 우주와 자신의 음양합일을 가만히 지켜보는 중이었다. 그러다 가끔 어느 한쪽에 다가가 애무를 해주기도했다.

“언니가 회사를 세우면 료코도 도와줄거지?”

료코는 특별한 대답없이 묵묵히 우주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대답은 그에게 맡기겠다는 투다.

소민도 우주를 쳐다봤다.

“어쩔래요? 우리가 만약 회사를 세운다면 제일 먼저 료코를 영입하고 싶은데.”

소민은 얼마전 료코의 본 실력을 알고 깜짝 놀랐다.

엊그제 일본 자객이 침입했을때다. 눈떠보니 길바닥에 나와있어 그녀는 무척이나 의아해 했지만, 료코에게 전후사정을 다 듣고나서는 감탄을 마다하지 않았다.

우주가 대답했다.

“료코가 하고 싶어한다면 굳이 반대할 생각은 없소. 집안일이야 가정부를 고용하면 되겠지. 하지만......”

료코는 임신 1개월이었다.

아이만큼은 꼭 엄마손에서 자라게 하고 싶었다.

***

다음날 조간신문 기사.

'신우주, "후쿠시마 원전 가동 당장 중단해야. 머지 않아 큰 재앙이 닥칠 것."'

'신우주는 과연 사탄에게서 중성자 공격 받았을까? 뇌에 이상이 온것 같다는 전문가들의 의견.'

'한국서울대 김치환 박사, 사탄이 사용하는 기술 중에 중성자 공격, "있다."'

'신우주의 메가톤급 폭탄 발언 두고 네티즌들간 설전. "허무맹랑 하지만 그래도 그를 믿는다."'

'신우주를 지지하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는 "후쿠시마 원전 괴담"'

하룻밤 사이 신우주 자택 폭발 사건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고 그대신 후쿠시마 원전 폭발이 큰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젊은층에게만 흥미를 끄는 이야기였을 뿐이고 중장년 층에게는 피식 웃고마는 그런 화젯거리였다.

정규 뉴스에서는 아예 다루지도 않았다. 오히려 우주가 사탄의 영향을 받아 정신이 이상해진 것 아니냐는 과학자와 정신과 의사의 소견만을 방송에 내보내며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우주의 발언을 두고 대부분 감싸주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유명인 치고 허세를 부리지 않고 검소하기로 소문난 우주였기에 10대부터 시작해서 4,50대까지 섭렵하는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는 그에게 팬들은 그를 보호해주는 댓글과 트윗을 주저하지 않았다.

[신우주의 말 사실 어이없지만, 그래도 난 믿는다. 걔가 그렇다면 진짜 그럴 것 같아.]

[아암. 쉰우주는 평생 까방권이쥐. 사탄 잡아서 국위선양했잖아.]

[진짜로 원전 터져서 성진국(일본) 놈들 다 뒈졌으면 좋겠다. 어쨌든 난 신우주 지지!]

아래는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퍼지고 있는 어느 한 팬이 쓴 글이다.

우주오빠 욕하는 분들 필독!

우리 우주오빠 말씀이 허무맹랑하다고 욕하는 건 좋습니다.

단!!!

조건을 충족 해주셔야 돼요.

1. 우주오빠 보다 잘생기셔야 되구요.

2. 우주오빠 보다 인기 많으셔야 되구요.

3. 우주오빠 보다 귀엽구 깜찍하셔야 되구요.

4. 우주오빠 보다 마음이 착해야 되구요.

5. 우주오빠 보다 연봉 높으셔야 되구요.

6. 우주오빠 보다 좋은 회사 다니셔야 되구요.

7. 우주오빠 보다 목소리 좋아야 돼요.

위 조건 충족 못시키는 분들은 우리 우주오빠 욕하지 마세요.

그리고 우리 우주오빠는요. 사실..

누구보다 자기팀 멤버 지킬줄 알구요.

누구보다 리더역할 열심히 하구요.

누구보다 솔직하시구요.

사생팬한테도 웃어주는 그런 상남자지만.. 그런만큼 착하고 여린 오빠에요.

그런 가운데, 우주의 발언은 일본 내 혐한파들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들은 거리로 나와 우주의 사진을 찢거나 불을 질렀고, 심지어 그가 일본에 오면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치 않았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을 관리하는 기업인 도쿄전력에서는 우주에 대한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날 오후 한 매체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은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스므니다! 한국의 신우주의 허언에 대꾸할 가치도 없스므니다! 그는 당장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게스므니다!)”

라고 기사를 내는가 하면, 지질학자의 소견을 함께 실어 후쿠시마 원전의 안전성을 대내외에 널리 홍보하기도했다.

한편, 방송에서 보도되는 사탄의 중성자 공격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고, 우주의 정신상태를 의심한 제네틱스 주주들은 그 주에 임시주주총회를 열었다. 참고로 이 당시 우주는 제네틱스의 지분을 아직 매수하지 못한 상태였다.

10월 15일.

서울 대치동 제네틱스 센터.

제네틱스 그룹의 지주회사인 제네틱스 인터내셔널의 임시주주총회가 열렸다. 아침부터 주주들이 몰려들어 넓은 강당을 꽉 채우더니 주총이 2시간여 진행됐다.

안건은 하나였다.

‘괴담을 유포하는 신우주에게 과연 악어팀을 계속 맡길 수 있을것인가.’

애당초 일개 팀의 팀장을 바꾸고 자시고야 경영운영본부장 소라의 고유권한이었지만, 악어팀 만큼은 달랐다.

신우주의 악어팀은 그녀의 권한 밖이었다. 자칫 마음대로 바꿨다가는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올 정도로 악어팀은 제네틱스 내에서 의미하는 바가 컸다.

이날 의장을 맡은 한규만 회장은, ‘올해 우리 제네틱스는 경쟁사들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우뚝 섰다’ 며 ‘내년 상반기에는 사탄으로부터 얻은 자원을 해외에 수출함으로서 사업 안정성 및 수익성이 크게 향상 될것이다.’ 라고 인사말을 건네며 주총을 시작하였다.

본격적인 주총이 시작되면서 한 주주가 연설대에 올라 볼멘소리를 했다.

“맹수가 맹수v2로 성능이 대폭 업그레이드되면서 굳이 신우주가 아니더라도 100억원대 이상 연봉자라면 누구나 사탄을 잡을 수 있다는 실험결과가 나왔습니다.

요즘 신우주를 보고 많이들 괴짜라고 합니다. 그 이유야 언론 보도를 통해서 다들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그에게 무거운 직책을 떠맡기기 보다는 몇달간 휴식을 주고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하는편이 옳다고 봅니다. 이대로 계속 팀장자리에 앉혔다가는 지난 6월 발생했던 고릴라팀 전멸 사건을 또다시 보게 될까 심히 우려됩니다.”

“닥쳐, 씨발놈아!”

“뭐라는겨 저 개새끼가! 악어팀에 신우주가 없으면 그게 악어팀이냐!”

회의 시작 5분 만에 소액주주들의 항의로 고성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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