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트 쉴드-114화 (114/285)

114화

“제 심정 이해하나요?”

“알 것 같소.”

짧은 침묵이 흘렀다.

“아차.”

수희가 당황하며 입을 가렸다. 다른 회사 사람 앞에서 뭘 그리 주저리주저리 나불댄것인지, 그녀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디가서 말하면 안돼요?”

그녀는 어느 틈인가, 저도 모르게 신우주가 아닌 '선수필승일격필살'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동생으로 착각해버렸다.

수희는 우주와 몇날며칠을 밤새워 채팅해봤기에 그의 내면을 나름 잘 안다고 생각했으며, 그 익숙한 편안함이 기억나서 자신을 솔직하게 만든것 같았다. 우주는 상대방의 말을 잘 경청해주는 남자였다. 상대방에게 인터뷰식으로 질문을 던지거나 가르치려 들고, 자기 말만 떠드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우주는 피식 했다.

“말 안하오.”

“진짜죠?”

“물론이오. 옛부터 사내대장부로 태어났으면 입과 고추에는 항상 무거운 추를 달고 다니라 그랬소이다. 입이 가벼우면 세치 혀 탓에 재앙을 불러온다 그랬고, 고추가 가벼우면 사내의 인생이 망한다 그랬소.”

그녀는 물끄러미 우주를 바라보았다.

“고추라니...”

웃음을 터뜨렸다.

“풉.”

“고추가 뭐 어때서 그렇소.”

“민망한 말을 서슴없이 하니까 좀 웃기네요.”

우주도 같이 미소를 띄운 채 그녀를 바라봤다.

“웃으니 소생도 좋긴 하구려. 그나저나 이만 가봐야겠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기 전에 그녀를 돌아보았다.

“소민 낭자를 만나면 낭자가 급히 찾고 있다고 전해주겠소.”

“고마워요. 그리고.”

수희는 한박자 쉬고 이어 말했다.

“병문안 와줘서 정말로 고마워요. 나중에 식사라도 같이해요.”

“기대하리다.”

우주는 병실을 나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던 복도를 경호원들에게 호위를 받고 걸으며 곰곰이 생각했다.

소민과 수희를 만나게 하는 게 역시 좋을 것 같았다. 누군가를 만나서 많이 이야기를 나눌수록 소민의 대인기피증 치료에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우주가 집으로 돌아온 그날밤.

“허억......!”

소민은 오늘밤에도 어김없이 우주를 찾았다.

삽입이 완전히 이루어지는 순간 그녀는 어쩔줄 몰라하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우주는 힘차게 육봉을 쑤셔넣는가 하면, 그것을 다시 뺐다가 료코의 엉덩이에 삽입을 하기도 했다.

“료코 열 번!”

“아으응...! 서방님!”

그녀의 질안을 열 차례 휘저은 뒤, 육봉을 빼서 다시 소민의 질속으로 박았다.

“공평하게 소민 낭자도 열 번!”

“헉! 헉! 난 두, 두 번 더!”

우주는 자신을 향해 들이밀어진 두 개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번갈아 가며 실컷 쾌락을 음미했다. 오늘 하루 고단했던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았다.

사정이 끝난 후 두 미녀에게 좌우로 팔베게를 해주며 누워있었다.

사정의 여운으로 고추는 번데기처럼 쪼그라들었다. 그런 고추를 소민은 장난감처럼 만지고 놀았다. 료코는 어째서인지 새근새근 잠들어버렸다. 임신한 뒤로 부쩍 잠이 많아진듯 싶었다.

우주는 지그시 천장을 응시했다. 마른 입술에 침을 발랐다.

“오늘 수희 낭자를 만나고 왔소이다.”

고추를 만지던 손이 멈췄다.

소민은 우주의 팔에 기대 그의 옆얼굴을 쳐다보았다.

“......수희를요?”

우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병문안을 갔다왔소.”

“깨어났나요?”

“깨어났소. 뇌에 충격을 받아서 혹시 바보가 되었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지만, 대화를 해보니 정신도 말짱해보이더이다.”

“다행이다...”

“소민 낭자.”

우주가 옆으로 고개를 돌려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수희 낭자가 찾고 있소. 연락이 안된다며 크게 걱정하더이다.”

“......”

소민이 눈길을 피한다.

우주는 답답한 듯 다시 말헀다.

“언제까지 여기 있을 생각이오. 그대의 지인들이 하나둘씩 낭자를 찾기 시작하면 걸리는건 금방이외다. 그리고 그때 소라 낭자에게는 뭐라고 변명하란 말이오.”

“차라리 내일 솔직하게 다 털어놓으세요. 그럼 되잖아요.”

“그건 안되오.”

“왜 안되요? 저랑 회사도 같이 차릴 생각 아닌가요? 그럼 저한테도 우주 씨 집에 머무를 권리가 있는거에요.”

“그건 또 무슨 말이오?”

“저를 이용하는 댓가로 저도 우주 씨 집에 신세를 지겠다는 말이에요. 그런 간단한 소원도 못들어주나요?”

“못들어주오.”

“필요없어요. 이야기 안해요. 난 이 집에서 절대 안나갈거에요. 그런줄 아세요.”

소민은 삐친듯 일어나 등을 돌리고 앉더니 두 무릎을 감싸안았다.

쫓겨날까봐 불안한 아이같았다.

우주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녀의 새하얀 등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어감을 바꿔 달래주듯 부드럽게 말했다.

“사막여우 팀과 관련된 일 때문이라면, 수희 낭자는 낭자를 원망하지 않소이다. 그 처자가 그러더이다. 회사에 낭자가 없으니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고 싶다고.”

“......말하지마요. 무슨 말을 해도 안들을 거에요.”

우주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단순히 이직하는 문제로 낭자를 만나서 상의해보고 싶어하는 것 같던데, 그것도 무시할거요? 내 듣기로는 수희 낭자가 신라그룹에 온 이유도 낭자 때문이라던데, 한번 만나서 상담해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오. 그 분야에 관해선 낭자가 전문가지 않소. 좋은 조언을 해줄 수 있으리라 믿소.”

소민은 잠시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흘겨봤다.

“전화로만 연락해도 되는거죠? 직접 만나긴 싫어요.”

“물론이외다.”

우주는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실은 누군가를 만났으면 좋으련만 전화라도 어디인가. 조바심 갖지말고 하나씩 이뤄나가면 머지않아 그녀의 병이 완쾌가 되리라 믿었다.

“전화라도 해준다면 내일은 더 큰 상을 내려주겠소.”

우주의 손바닥이 그녀의 탄력있는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그의 손놀림에 소민은 마음의 평온을 느끼면서도 볼멘소리를 했다.

“분해요. 섹스를 빌미로 우주 씨에게 조종당하는 기분이에요.”

“그렇지 않소.”

“제가 우주 씨를 원하고, 매일 섹스를 바라니까 좋죠? 은근히 즐기는 것 같아.”

“솔직히 좋긴 하외다. 당신처럼 매력적인 처자가 들이댄다면 싫은 사내가 어디있겠소.”

“흥, 매력적인 처자? 거짓말마요. 영혼 없는 대답은 필요없어요. 그렇게 좋으면서 왜 쫓아내려는지.”

소민은 앞을 보며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왠지 나만 손해야.”

우주는 잠자코 바라보다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그런 기분이 싫으면 떠나지 그러오. 섹스야 다른 사내를 찾아도 되고.”

“누가 그걸 모르나요.”

소민은 감싸쥔 무릎에 턱을 굈다. 그리고는 우주의 풀 죽은 고추를 곁눈질 했다.

“이제 저게 아니면 만족할 수 없을 것 같으니 그러지.”

요컨대 속궁합이란게 있다. 섹스를 할때 남자나 여자, 둘중 하나가 속궁합이 잘맞는다 싶으면 속된말로 떡정이 생긴다. 남성들은 떡정이라고 부르며 여성들은 몸정이라고 부른다.

떡정은 무섭다. 새로 연인을 사귄 사람이 이미 헤어진 여친이나 남친을 다시 만나 바람 피우게 하는게 바로 이 떡정 때문이다.

그리고 부부가 싸운뒤 화를 풀때 큰 일조를 하는 것도 떡정이다. 속궁합이 맞아야 싸우더라도 헤어지지 않는다. 부부간에 화를 푼답시고 대화하고, 기분 내러 맛있는 음식을 사먹고, 여행 가봤자 그저 흐뭇하기만 할뿐 무언가 확실한 임팩트가 없다.

따라서 정신적 만족과 육체적 결합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화가 확실히 풀어지면서 부부사이가 더욱 돈독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속궁합이 안맞으면 섹스를 해도 화가 풀린것 같지도 않고 갈수록 부부관계가 뜨뜻미지근하기만 하다 이혼할 수가 있다. 그것은 비단 부부사이만이 아닌 연인 사이도 마찬가지다. 속궁합이 안맞으면 헤어지기 일쑤요 잘맞으면 이성의 외모와 성격이 형편없어도 정말로 오래 사귄다.

소민은 우주와 속궁합이 정말로 잘통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의 육봉이 처음 그녀의 꽃잎을 꿰뚫었을땐, 마치 볼트와 너트의 아귀가 맞는 것처럼 그녀의 머릿속에서 ‘어맛! 천생연분!’ 이란 말이 번쩍 떠오를 정도였다.

“당신은 어때요? 제가 이 집을 떠나게 되면 제 몸이 그리웁지 않을것 같나요?”

“물론 그리울 거요. 특히 낭자의 허리에서 골반까지 내려가는 몸매의 굴곡은 찬사에 찬사를 더해도 모자를 판이오.”

“거짓말.”

“사나이 신우주. 거짓말은 하지 않소.”

“그 말을 저보고 믿으라고요?”

소민이 느닷없이 고추를 꼬집는다. 우주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크읏!”

“서방님?”

잠들어있던 료코가 퍼뜩 눈을 떴다. 우주의 비명소리에 놀라 깼는지 정신없어 보였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빡였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괜찮아. 장난치다 그런거야. 얼른 더 자.)”

우주와 소민은 미안하다면서 별일 아니라는 것처럼 말한 뒤 그녀를 다시 재웠다.

그리고 소민이 조금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긴 그래요. 우주 씨는 제가 없어도 료코가 있으니 상관없겠죠. 료코처럼 예쁜여자가 자기 아이를 임신했으니 다른 여자가 눈에 들어올리도 없고... 제가 떠나도 그만이겠죠. 그러니까 절 쉽게 내칠 수 있는 거에요.”

“꼭 그렇지는 않소이다.”

소민은 여전히 등을 돌린 채 무릎을 감싸며 앉아있엇고, 우주는 그 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했다.

“전처럼 멋진 소민 낭자라면 내가 먼저 찾아와서 사귀어 달라고 빌었을 거요. 그땐 정말로 멋졌으니까.”

“지금은 별로라는 건가요?”

“별로가 아니라, 지금은 낭자가 많이 아프단거요. 그리고 그건 소생 때문이외다. 소생과 계속 같이 있다간 낭자의 병이 낫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소.”

“정말? 소라에게 걸릴까봐 내쫓으려던게 아니고요?”

“그런 마음도 조금 있긴 하지만.”

“치.”

소민은 한순간 좋았다가 금세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알았소? 소생은 거짓말은 못한다오.”

우주는 미소를 지으며 이어 말했다.

“전에 소생이 말했던거 기억하시오?”

“뭔데요.”

“같이 회사를 세우잔 이야기 말이오.”

“그게 왜요.”

“나와 함께 회사를 세우는 거요. 회사를 세워서, 멋지게 재기하는거외다. 낭자를 비웃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통쾌하게 보여주시오. 난 이런 사람이다.

난 니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절대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샥스핀의 실패는 한때의 실수였으며 누구나 한번의 실수를 할 수 있다고 말이오. 매사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있겠소?”

소민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벅차네요. 고마워요.”

“고마울것도 없소. 소생도 바라는게 있으니 좋은 말을 해주는 거요. 우리 같이 회사를 설립합시다.”

“확실히 그러기로 정한거에요? 소라는 요?”

“소라 낭자는......”

우주는 잠시 고민하다 주저없이 말했다.

“한시라도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할때니까 제네틱스를 벗어나지 않겠다면 소생도 어쩔 수 없소.”

“그렇게 제네틱스를 나오고 싶어요?”

“그렇소. 무슨일이 있더라도 나와야 하오. 오늘 임무를 마치고 나서 문득 사탄의 사체가 실려가는 광경을 봤소이다. 그걸 보면서 난 깨달았소. ‘아! 제네틱스에 대한 애정이 모두 식어버렸구나’ 라고.”

***

매일매일이 바빴다.

정부 주도의 각종 행사에 참석하거나 인터뷰, 광고를 비롯해 심지어 대학 강단에도 섰다.

또 해외 유명 기업인들과의 만찬도 공개적, 비공개적으로 자주 가졌다.

우주는 바쁜 일정속에도 틈틈이 철수와 함께 땅을 보러 다니는 것도 잊지 않았다. 차도 새로 구입할 생각이었지만 최근 공짜로 얻었다. 일명 '료코차'로 명명한 새 차는 '페라리 458 스페치알레'였다.

애당초 외제차는 구입할 생각이 없던 그였으나, 페라리 회장 루카 디 몬테제몰로와의 식사 한번으로 차가 생겼다. 몬테제몰로는 한국을 방문하던중 우주를 만났고, 그가 사탄을 잡은 업적에 반해 페라리 신형 모델을 선물했다.

“{Mr.신이 레지스트 쉴드에서 큰 성공을 이뤄낸 것을 축하하는 뜻에서 우리 회사의 신형 모델을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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