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트 쉴드-122화 (122/285)

122화

***

새벽 3시 10분 청와대.

이세종 대통령은 러시아의 신우주 납치 징후가 포착된 직후 새벽 2시50분 사저에서 곧바로 대통령 집무실을 찾았으며 국가안보실장과 외교안보수석이 20분 가량 직접 보고했다.

“이상, 제네틱스 측이 보내온 공문의 내용이었습니다.”

“러시아라...”

보고를 받은 뒤 이세종 대통령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러시아라고 섣부르게 예단하지 맙시다. 확실한 증거가 수집될때까지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객관적, 과학적으로 철저하게 조사하시오. 제네틱스에도 연락을 취해서 언론사에 제보하지 말라 이르고요.”

외교안보수석이 근심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게... 러시아라고 밝혀져도 문제입니다. 보나마나 그들은 우주기술협력협정과 알루미늄 같은 자원, 그리고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 지지를 빌미로 이번 일을 무마시키려 들것입니다.”

러시아는 미국과 더불어 우주기술개발의 선두주자였으며, 앞으로 열릴 우주시대를 위해서라도 그들과 협력관계를 계속 유지해야만 했다.

한국은 미국과 사이가 틀어진지는 이미 오래다. 레지스트 쉴드가 생겨난 이후로 한, 러, 중 3개국 대 미, 일, 유럽국가의 대결 구도가 형성이 되어 있었다.

그런 가운데,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더욱 친밀해지면서 양국은 우주기술협력협정을 맺게되었다.

이것을 계기로 한국은 러시아의 채무(1991년 노태우 정부시절 당시 한국은 구 소련 정부에게 14억 7천만 달러의 경협차관을 빌려주었다. 그러나 구 소련이 붕괴되고나서 러시아 정부가 새로 들어섰고, 궁핍한 재정난으로 채무이행이 어려워지면서 러시아는 결국 1998년 모라토리움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그 후에는 러시아가 계속 버티면서 양국의 채무관계는 2010년까지 이어졌다.)를 변제시켜줬으며, 다수의 기술자들을 러시아로 보내 우주 과학 기술 교육을 받게 했다. 그리고 또 최근에는 러시아 우주 과학자가 직접 한국으로 와서 로켓 기술을 가르쳐주는 실정이었다.

비록 그것이 최신 기술은 아니었지만, 우주기술개발의 후발주자인 한국으로서는 매우 가치있는 기회였다.

또 게다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유치 추진 중인 한국은 중동표가 절실했고, 중동 국가는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

국제 정세가 이러하니 러시아와의 트러블은 왠만하면 피하는게 국익을 위해 좋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세종 대통령은 주먹을 불끈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따질건 분명히 따지겠소. 감히 우리나라를 뭘로 보고 대체 이런짓을 벌인단 말이오! 납치라니! 러시아라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는 순간, 내 보리스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강력히 항의하겠소이다.”

“대통령 각하. 아마 그 뒷배경에는 푸틴 총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세종 대통령은 단호히 말했다.

“그럼 푸틴 총리와 이야기 하는 것이 빠르겠군!”

그와 대한민국에 있어서 신우주는 이순신 장군 이후로 하늘이 내려주신 400년만의 인재. 나라의 부흥을 위해서라도 결코 타국에 빼앗길 수가 없었다.

이세종은 권력의 안위보다는 이 나라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심지 굳은 대통령이었다. 하물며 러시아에게 대항한다며 야당을 비롯해 여당에게 비난을 받아도 상관이 없었다.

그의 임기가 다 하는 한, 이 나라를 세계 최강국으로 만드는 것이 그가 어렸을 적부터 꿈꿔 온 간절한 염원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신우주 같은 인재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절실하였다.

“전 군을 동원해서라도 당장 송도국제신도시를 포위하고 그 안을 이 잡듯이 뒤지시오. 만약 신우주가 러시아로 납치된다면, 우리 모두 실패를 책임지고 각자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것입니다.”

***

우주는 카일렌을 처음 만났던 장소로 되돌아왔다.

땅바닥을 쳐다보며 주변을 서성거리다가, 이윽고 떨어뜨렸던 휴대폰을 찾았다.

휴대폰의 디스플레이 화면을 보자마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배터리가 1% 남았군...”

처음에는 료코나 소라에게 전화를 걸까도 싶었다.

하지만 이 위험한 장소에 그녀들까지 말려들게 하고 싶진 않았다. 더군다나 카일렌을 쓰러뜨리고 빌딩을 나온 뒤, 도시 전체를 감싸는 커다란 반구 형태의 시커먼 보호막을 그는 망연자실 올려다 보았다.

그저 막막함.

오늘밤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스스로도 알 길이 없었다.

어디에 숨어 있는지조차 파악이 안되는, 마치 깊은 바다속의 심연 같은 적은 여전히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비추고 있고, 조금 전 카일렌과 같은 녀석이 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그 이상이 나타날지도.

그러니 료코와 소라를 위험에 말려들게 하고 싶진 않았다.

오직 홀로 뚫고 나가야겠다는 생각뿐.

“배고픈데...”

쌍둥이 자매에 이어 카일렌이라는 괴물까지 잇따라 상대하고나니 배가 꼬르륵 거렸다. 파티장에서 먹었던 음식이 전부 소화된지 옛날이다. 게다가 야참 생각이 간절한 새벽 시간이다. 하다못해 초코바 같은 열량 높은 과자라도 먹었으면 참 좋겠다 싶었다.

“료코...”

갑자기 머릿속에 료코가 떠올랐다. 새벽에 문득 배가 고파지면 료코에게 야식거리 좀 만들어 달라고 보챘었다.

그럼 료코는 졸린 눈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아주 맛있는 야식을 짧은 시간에 마술사처럼 뚝딱 만들어냈다. 그뒤 야식도 먹고 후식으로 료코도 먹고 자면 그야말로 최고의 행복이었다.

“이번에 집으로 돌아가면 돼지국밥이랑 돼지껍데기를 실컷 사다놓고 다음날 아침까지 먹겠노라!”

우주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집에서 자신을 기다려주고 있을 료코를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든든해졌다.

‘내 앞을 가로막는 것은 전부 때려부수고 기필코 살아돌아가리라!’

하며 굳게 다짐했다. 야식을 식탁에 올려놓으며 해맑게 웃는 료코의 미소가 꼭 다시 보고 싶었다.

뒤이어서 료코에 대한 생각 다음에는 오늘 파티장에서 만났던 한 사내가 떠올랐다.

우주는 그때를 떠올리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닦아 냈다.

‘현재 미국의 CIA와 NSA가 신우주 씨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준형.

오늘밤 파티장에서 만났던 그의 말이 맞았다. 그가 충고했던대로 정말로 이런 상황에 닥치니 더욱 신뢰가 갔다. 국정원 소속인 그에게 전화를 한다면 이 난관을 헤쳐나갈 조언과 도움을 바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휴대폰 배터리가 1% 남은 상태에서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딱 한 번 갔을 뿐인데, 그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이준형입니다. 우주 씨 반가워요.

“소생인줄 알았소?”

-당연하죠. 아까 만났을때 전화번호를 저장해놨으니까요.

“그랬었지.”

늦은 새벽 시간. 잠에 들었을 시간 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소리는 무척 밝았다.

우주는 그것을 의아하게 여겼으면서도 밤낮없이 일하는 비밀 요원이라 그렇겠지 하고 얼버무리며 긴박하게 사정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밧데리가 없어 빨리 말하겠소. 미국에서 소생을 납치하기 위해서 요원을 보낸것 같소이다. 근처에 몇명 더 있는 것 같고, 조금 전 하늘에 희한한 것도 생겼소이다. 불길하기 짝이 없고 지금 당장 국정원의 도움이 필요하오. 어서 날 여기서 꺼내주시오.”

이준형의 목소리가 심각해졌다.

[지금 계신곳이 어디죠? 전화는 절대 끊지 마십시오. 즉시 위치를 추적하겠습니다.]

“밧데리가 없어서 금방 끊길거요.”

우주는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았다. 길가에 있는 표지판이라든지 건물 간판을 찾았다.

“송도 센트럴 파크, 해돋이 공원. 아!”

그가 눈을 번뜩였다.

“송도! 송도가 어디오!”

[송도라면 인천에 있는 송도국제신도...]

뚝.

휴대폰이 꺼졌다.

우주는 휴대폰을 바라보며 혀를찼다.

“젠장!”

그때였다.

순간 불빛이 번쩍 거리며 밤인데도 대낮처럼 환해졌다.

투투투투투투투! 투투투투투투!

어느틈엔가 우주를 에워싸듯 다가온 이들이 사정없이 총탄을 날렸다.

“{이러다 몸이 벌집되면 어떡하지?}”

“{걱정 마! 목숨만 붙어있음 된다더군!}”

사방에서 불꽃이 쉴새없이 번쩍거렸고, 우주는 불꽃이 번쩍거리는 것을 보자마자 번개 같이 움직이며 어둠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동물적인 반사신경 그 이상이었다.

공원내 수풀 사이로 몸을 감춘 그는 자신을 공격한 이들이 걸친 슈트를 보자마자 아연실색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파워드 슈트!?”

맹수처럼 강화외골격 장갑을 착용한 사람들이 이리저리 라이트를 비추며 우주를 찾고 있었다.

헬멧을 쓰고 각종 무기로 상체를 중무장 한 파워드 슈트. 앉아서 타는 방식이었다. 하체는 탱크와 같았다.

그들은 두 다리 대신 탱크바퀴로 사용하는 캐터필러(여러 바퀴를 체인처럼 연결하고, 동력으로 회전시켜서 주행하게 하는 장치)로 이동을 했다.

제법 사람 모양을 갖춘 맹수와 비교했을때 외관은 조악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 파워드 슈트를 착용한 이는 모두 열 두 명. 그들은 외국어를 나불거리며 우주를 찾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였다.

“{거기에 없어?}”

“{없어. 그새 달아나다니 정말로 쥐새끼같군.}”

그들이 한 장소에 머무르며 열심히 찾고 있을 동안 우주는 진작에 몸을 내빼고 있었다.

조용조용 뛰면서 최소 200m는 달아났다.

두 소녀를 상대하고, 헐크 같은 카일렌을 상대하고, 현재 남은 그의 체력 상태로 파워드 슈트를 착용한 열 두 명을 상대하는 건 버거울 것 같았다.

뒤로 빠져서 우선 탈출을 도모했다. 그들을 상대해봤자 남는건 없다. 괜스레 힘을 빼기보다는 이곳, 송도라는 도시를 얼른 빠져나가는것이 급선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안가 우주는 우연히 도시 외곽에서 차를 끌고온 이준형과 마주쳤다.

그가 어찌 보호막을 뚫고 이 도시로 잠입했는지는 모르겠다.

일단 보자마자 반갑고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조수석에 몸을 실으며 물었다.

“여긴 어찌 온거요. 비밀리에 통하는 길이 있었소?”

“예. 생각보다 찾기 쉽던걸요.”

“그것 참 다행이군.”

경황이 없던 우주는 곧이곧대로 그 말을 믿었다.

“나라에서 당신 말고 더 보냈소?”

이준형은 차를 출발시키며 대답했다.

“네. 그러니 이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나저나 목이 마르실텐데 목 좀 축이세요.”

이준형은 앞을 보고 운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중에서 파는 500ml 생수병을 건넸다.

우주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않고 순순히 그것을 받아들었다. 무척이나 갈증이 왔기에 병뚜껑을 따서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그러고 나서 그는 이내 깨달았다.

“이준형 네이놈...!”

정신이 몽롱한 상태.

솔솔 잠이왔다.

우주는 그것이 수면제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늦었다. 이준형의 멱살을 잡으려했지만 천근만근 무거운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였다.

“가만 두지... 않겠....”

우주는 곧바로 고개를 떨구며 잠에 취했다.

쿨쿨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준형은 그 모습을 보고 대단히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숨겨뒀던 무전기를 꺼내 귀에 착용했다.

“{헤이, 드미트리. 미스터 리다. 타겟을 확보했다.}”

-{이해했다. 이제부터 불곰 열 두 대를 회수하고 철수 준비를 하겠다. 타겟은 사전에 약속한 그곳으로 데려오도록.}

“{그러지.}”

그는 즉시 방향을 돌려 약속된 장소로 향했다.

동양인으로서,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러시아 미녀들을 끼고 놀 생각에 마냥 마음이 들떴다.

“이봐, 푸틴! 내 침대로 최소 세 명은 보내야 할거야! 명심하라구!”

***

밤하늘.

적운형 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내는 한 대의 수송기.

CH-47 치누크. 대표적인 수송헬기다. 2개의 메인 프로펠러를 앞뒤로 배치한 특이한 형상의 수송기로 유명했다.

치누크는 현재 송도국제도시를 향해 날아가는 중이었다. 그 안에는 료코와 미라가 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실내에서 나란히 앉아 있었다. 미라는 맹수를 착용한 채로 있었고, 료코는 기모노 차림으로 아무런 보호장비도 없이 앉아 있었다.

“일본분이세요?”

미라가 료코에게 물었다.

료코는 그녀를 돌아본 뒤, 무뚝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일본분이시구나. 그럼 한국말은 할줄 아세요?”

료코는 고개를 저었다.

이에 미라가 미소를 머금었다.

“못한다면서 제 말은 어떻게 알아듣고 끄덕이는거에요?”

“조금, 한다.”

“조금 밖에 모르셨구나. 대충 알아듣는 수준인가보네요. 그쵸?”

이번에 료코는 반응이 없었다. 명상 수련을 하는 것처럼 두 눈을 그새 감고 있는 것을 보니 자꾸 말 걸어서 귀찮다는 분위기를 풍겨왔다.

미라는 그녀를 쳐다보며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왠지 지루해 보이시는데요. 음악이라도 틀어줄까요?”

료코는 대답대신 지그시 눈을 뜨고는 미라를 한 번 쳐다본 뒤 다시 눈을 감았다.

“무시하시는 건가.”

미라는 자신의 발언이 상대를 불편하게 하고, 도전적으로 비쳐진다해도 상관없었다. 그녀에게 있어 료코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존재였다.

우주를 좋아하는 하나는 알지만 료코는 처음봤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 하나는 자신에게 상대도 안되기에 가만히 내버려뒀다지만 이 계집은 다르다. 그 사정이야 어찌되었든 이년이 내 라이벌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싶으니 벌써부터 경계하고 싶은 것이다.

“얼굴을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제네틱스 직원은 아닌 것 같고, 대장님하고 사적으로 아시는 사이신가 보죠? 안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료코는 이번에도 무시했다.

그럴수록 미라는 더욱 안달이났다.

‘이 계집이 정말...’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한 눈에 봐도 료코가 보통내기 수라가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짐작할 수 있었다.

때문에 함부로 덤비기 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정신을 갉아먹는게 좋은 작전이라 생각했고, 그 반응을 보는 것이 즐거움이었다.

“둘이 섹스는 해봤나요? 대장님 실력은 어때요? 잘하던가요?”

료코가 퍼뜩 눈을 떴다.

화를 낸다거나 그만 말했으면 좋겠다는 등, 어떤 반응이 올까 미라는 내심 기대했지만, 료코의 행동은 예상과 달랐다.

손에 쥔 세키가하라를 꼼꼼히 손질하려는 듯, 칼집에서 칼을 빼내 묵묵히 칼날을 훑어보았다.

‘후후, 날 없는 사람 취급하겠다는 건가. 제법이네. 재밌어.’

료코의 흔들림 없는 모습에 조금 발끈하기도 했지만, 미라는 우연찮게도 새로운 흥밋거리를 찾아냈다.

그녀의 시선이 료코의 배로 향했다.

이제 고작 임신 2개월.

겉으로 티도 안날텐데, 여자의 육감은 무섭다.

미라는 료코에게서 신우주 쥬니어의 향내를 맡았다.

‘설마, 임신한건가? 그럴 리가 없어!’

그 호기심을 못이겨, 무작정 손을 내밀어 그녀의 배를 직접 만져보려할때였다.

-강미라 씨, 그리고 료코 씨.

귀에 달린 소형 무전기를 통해 소라의 목소리가 불쑥 들려왔다.

료코의 배로 가려던 미라의 손이 멈춰섰다.

-송도국제도시를 감싸는 특수한 보호막이 생겨났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기계 장치에 의한 것인지, 데바의 능력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이걸 부숴야만 도시 안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미라 씨가 해줄 일이 있습니다.

“네, 해줄일이 뭔가요.”

-맹수의 출력을 최대로 높인 상태에서 고주파 블레이드를 사용하면 적들이 설치해놓은 보호막을 깰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나왔습니다.

“그 말은 즉 이론뿐인 무모한 도전을 저보고 하란 소리인가요?”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현재로선 방법이 없습니다. 시간을 더 지체하다가는 우주 씨를 잃을 수가 있기에 급한대로 해보는 수밖에 없어요. 아시겠습니까?

미라는 천천히 료코를 돌아봤다.

“대장님을 잃는건 더 싫으니 할 수 밖에 없겠네요. 그렇죠 료코 씨?”

미라의 대답과 함께 무전은 끊기고, 료코는 조금 흠칫했다.

하이에나와 같은 짐승을 닮은 미라의 눈이 자신을 바라보는데 상당히 심기가 불편해졌다.

‘서방님께서 이렇게 위험한 계집과 매일 같이 일하셨다니...’

료코는 미라의 도발에 넘어가기 보다는 지그시 눈을 감으며 입술을 앙다물었다.

가슴이 아파왔다.

‘팀장으로서 얼마나 속을 애태우셨을까. 앞으로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시면 더욱 잘해드려야겠다.’

료코는 저도 모르게 배를 어루만졌다. 자신과 우주 사이에서 맺어진 결실. 지금 이 상황에서 매우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그와 반대로 미라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이, 이 계집이 설마?’

============================ 작품 후기 ============================

여기서부터 매니아 취향 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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