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트 쉴드-123화 (123/285)

123화

료코의 지금 행동으로 그녀가 우주와 어떤 사이인지 단숨에 간파했다. 딱 봐도 우주를 애틋하게 그리는 것이 그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년... 진짜로 임신한거야? 우상님의 아이를?!’

순간, 미라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 우주의 첫 여자가 되지 못한 슬픔. 료코를 향한 원망과 증오가 얼굴에 일렁거렸다.

하지만 찰나의 분노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눈동자에는 금세 기쁨이 반짝였고,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그려지고 있었다.

‘우상님이 유부남이었을줄은... 왠지 더 섹시하게 느껴져!’

하지만 료코 같은 여자와 같이 살게 두는건 거북했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저 사람이 나와 달리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를 가늠하며, 그 잣대의 기준에는 외모, 학력, 직업, 성격 등이 포함된다.

그 결과, 미라는 지금 떨고 있다. 료코가 자신보다 우월해보였기 때문이다.

영리해보이는 주제에 얼굴도 제법 예쁘고, 실력도 보통이 아닌것 같고, 옷에서 풍기는 익숙한 냄새로 보아 우상님과 함께 살고 있을것 같고, 심지어 그의 아기까지 임신했다.

유부남인 우상님과 바람피는 전개는 아주 매력적이지만, 료코라는 여자가 곁에 있는한 우주를 꼬시기도 힘들 것 같다.

한마디로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절망을 느꼈다.

그녀는 정신이 나가버린 것처럼 바닥에 멍하니 시선을 두고 혼잣말로 계속 중얼중얼거렸다.

“안되겠어... 안되겠어... 안되겠어...”

초조한 마음이 들면서 다리를 심하게 떨었다.

옆에서 문득 주문을 외우는 것 같은 희한한 목소리가 들리자 료코가 힐끔 미라를 쳐다봤다.

그 분위기가 무척이나 음산했고, 고요하지만 거칠게 일렁이는 파도처럼 어쩐지 위태로워보였다.

‘이상한 계집이다. 필히 경계해야겠어.’

그 시각 제네틱스 종합 상황실.

소라를 비롯해 모든 직원들이 거대한 스크린을 주시하고 있었다.

천장에 달린 스피커가 울렸다. 작전 지역에 파견 나간 직원이 무전으로 알리는 소리였다.

-올빼미 3으로부터 통제실에게 알립니다! 인천포병부대로부터 보호막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겠다는 통보가 왔습니다!

보고와 거의 동시에, 정면 스크린에서는 K-9a 자주포 다섯 대가 나란히 포격을 개시했다.

발사된 다섯 발의 포탄은 제각각 검은 보호막으로 날아가 퍼펑하고 터졌다.

그러나 모두의 기대와는 달리 이렇다할 타격조차 주지 못하였다.

보호막은 멀쩡히 제 모습을 유지한 채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었다.

“형편없군.”

소라 못마땅한 소리를 내면서도 안색이 힘들어보였다.

숙취로 인해 지끈거리는 두통, 그리고 수면부족에 의한 피로감까지 겹쳐 정말로 죽을 것만 같았다.

여태 몇번을 화장실로 뛰쳐가서 토했는지 모른다. 시간이 갈수록 서 있기도 힘들었다. 머리가 심하게 아프고 몸이 휘청거렸다.

지휘관 옆자리에 마련된 의자로 털썩 기대앉았다.

“괜찮으십니까?”

연세 지긋한 작전본부장이 콘디션 병뚜껑을 따서 그녀에게 건넸다.

“고마워요.”

“조금 쉬다 오시는게 어떻습니까? 상황실은 제가 맡고 있겠습니다.”

“이번 일은 제가 직접 해결합니다.”

소라는 잘라말했다. 짧고 굵게 대답함으로써 자신의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더는 그런말 하지 말라는 뜻을 암묵적으로 고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병을 쭈욱 들이킨 뒤 앞쪽에 앉아있는 직원을 쳐다봤다.

“수송기는 아직 인가요?”

“이제 막 강하지점에 도착했습니다!”

고도 3천 8백미터 상공.

치누크 수송기는 돔 형태의 보호막 꼭대기를 내려다 보며 제자리에서 프로펠러만 회전중이었다.

작전은 이렇다.

료코와 미라가 상공 3,800미터에서 뛰어내려 3,750미터에 있는 보호막 꼭대기에 찰싹 달라붙는다. 붙어서, 미라가 맹수를 사용해 보호막을 파괴한 뒤 자유낙하로 도시 안으로 진입하는 것이었다.

구상은 참으로 간단했다.

문제는 과연 보호막을 뚫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미라 씨는 아까 말씀드린대로 최대 출력으로 고주파 블레이드를 사용하세요.

“옛써.”

-(그리고 료코 씨는 만약을 대비해 피해가 가지 않도록 미라 씨가 보호막을 파괴한 후에 낙하해주십시오.)

“(그럴 필요 없다. 보호막은 내가 부순다.)”

-(예? 보호막을 부수다니요? 어떻게 부수겠다는 거죠?)

“(내 힘으로 깨부순다. 옆에 있는 계집은 신용할 수 없으니 내가 직접 하겠다.)”

소라는 무전기 너머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료코 씨. 원활한 작전을 위해 제멋대로 행동하지 말고 제 지시를 얌전히 따라줬으면 하는군요. 제가 나쁜 짓 하자는 것도 아니고 우리 둘 다 우주 씨를 구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잖아요?)

“......”

료코는 잠시 말이 없다가 이내 시큰둥하게 말했다.

“(해봐라 그럼.)”

맹수를 착용한 미라가 료코를 향해 씨익 웃어보였다.

“나도 앞으로 일본말을 배워둬야겠네. 당신을 이기려면.”

-미라 씨. 쓸데없는 잡담은 그만두고 이제 시작합시다. 두 분 다 준비 되셨죠?

“오케이.”

“준비 칸료다(준비 완료다).”

미라와 료코가 동시에 대답하자, 소라는 임무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 교신을 끝냈다.

두 사람의 낙하산을 점검하던 공군 장교가 엄지를 치켜올렸다.

“이제 강하를 시작하겠습니다. 미라 씨부터 뛰어내립십시오.”

“예스.”

미라가 뒷쪽으로 걸어가 뛰어내릴 준비를 했다.

이윽고 후방의 램프 도어가 개방되었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거센 바람이 헬기 안쪽을 들쑤셨다.

비상 낙하산을 등에 멘 미라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아래를 쳐다보니, 도시는 보이지 않고 온통 검은색 보호막만 보였다.

뛰어 내리기 직전, 거센 바람 소리 탓에 공군 장교가 목소리를 크게 냈다.

“전 사실 옛날부터 미라 씨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미라 씨 같은 팜므파탈적인 여성이 좋아요! 행운을 빕니다!”

미라가 피식 웃으며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좌우로 저었다. 그러고는 우주의 말투를 흉내냈다.

“소생은 임자가 있어서 이만.”

그녀는 양 팔을 펼치며 주저없이 아래로 뛰어내렸다.

보호막까지의 거리는 단 50미터.

눈 깜짝할 사이에 보호막의 표면이 가까워졌다. 코앞이 새까맣다.

맹수의 출력은 낙하 전에 미리 최고로 높여놓은 상태.

미라는 곧바로 고주파 블레이드를 꺼내들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칼을 거꾸로쥔 채, 그대로 낙하하며 보호막을 향해 힘껏 찔러넣었다.

“깨져버려어어어어!”

콰앙!

댕강.

“어라......!?”

보호막은 너무나도 튼튼했다. 고주파 블레이드가 어이없이 부러지고 말았다.

“거봐! 실패했잖아 한소라아아아아!”

미라는 반동에 의해 튕겨져 나가면서 보호막의 표면을 데굴데굴 굴렀다.

사전에 교육 받은 대로 비상 낙하산을 재빨리 펼쳤다.

그러나 이게 웬걸. 구르는 통에 줄이 뒤엉켜 제대로 펴지지가 않았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낙하산이 맹수 장갑의 날카로운 모서리 부분에 긁히면서 찢어지기까지 했다.

미라는 어이가 없었다.

“나 이대로 죽는거야? 아하하하!”

매끄러운 표면. 뭐 하나 붙잡을 것도 없고 상공 2천 3백미터에서 그대로 굴러떨어지는 아찔한 위기.

그 사이 료코가 수송기에서 뛰어내렸다.

허공에 몸을 맡긴 그녀는 침착하게 칼집에서 세키가하라를 빼들었다. 머리카락이 거세게 휘날렸다. 귓전에 울리는 쉬이이익, 힘찬 바람소리.

추락하면서 눈을 감았다.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죄책감을 갖는게 아니라 두 사람이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 필모형도, 사치코도, 그것을 바랄거야.’

그 날. 자신을 보며 미소 짓는 눈동자는 아주 상냥했다.

“서방님!”

료코는 눈을 번쩍 떴다.

우주를 이대로 죽게 놔둘 수 없다며 그녀의 의욕이 불타올랐다.

허공에서 몸을 제대로 세우고, 칼끝을 아래로 향했다.

두 손으로 검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

그 자세 그대로 하강하면서, 어느 순간 미지의 힘이 그녀를 휘감았다.

칼날에 신비스러운 힘이 깃들고 전기가 튀기는 것처럼 파바밧 불꽃이 튀었다.

료코의 두 눈동자에서 새파랗게 눈부신 빛이 흘러나왔다.

밤하늘에 한줄기의 유성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수송기 안에서 실시간으로 현장을 찍고 있던 공군장교는 깜짝 놀랐다. 또한 그 화면을 생중계로 보고 있던 소라 역시 상황실에서 무척이나 놀랐다.

“저년, 데바였어...?”

그 말과 동시에, 료코의 세키가하라는 엄청난 힘을 품고 칼끝이 보호막에 닿았다.

마치 낙뢰가 내려치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힘이 보호막을 가차없이 찢어버렸다. 보호막의 파편들은 유리창이 깨지는 것처럼 와장창 소리를 내며 허공에 흩뿌려졌다가 이내 사라졌다.

그리고 계속 굴러떨어지던 미라는 한순간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보호막이 깨졌어!”

미라는 환희에 찬 표정을 지으며 쾌감을 내질렀다. 두 팔을 쭉 뻗고 시원하게 추락하는 상쾌한 기분을 만끽했다.

자유낙하 상태로 2천 3백미터 상공에서 지상까지 떨어지는 시간은 고작 20초. 그야말로 총알 같은 속도다.

도중에 낙하산을 펼친다면 시간은 추가되어 총 4분 정도면 끝.

고도 500미터 지점.

파앙! 하는 소리와 함께 료코가 등에 멘 배낭에서 낙하산이 펼쳐졌다.

별빛 찬란한 밤하늘에 홀로 유유히 하강했다.

미라는 먼저 추락한지 이미 오래다. 아래에 보이지도 않았다.

료코는 본래 미라의 찢어진 낙하산을 황급히 붙잡으려 했지만, 무거운 맹수를 착용하고 있던 그녀가 추락하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가졌던 계집이었지. 잘가거라.)”

료코는 미라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한편, 배틀필드를 전개했던 엘레나는 몸이 절로 튕겨져 나가며 땅바닥을 나뒹굴렀다.

“커억!”

입안에서 피를 한움큼 토해냈다.

배틀필드는 그녀의 분신이나 마찬가지다. 료코에 의해 그것이 파괴당하면서 심한 내상을 입어버렸다.

“{엘레나!}”

드미트리가 황급히 뛰어와 그녀를 부축했다.

“{움직일 수 있겠어?}”

“{예 가능은 합니다만, 빨리 이곳을 탈출해야 합니다. 한국측이 보낸 데바가 오고 있어요. 배틀필드를 부술 정도인걸 보면 그 실력이 상당할 겁니다.}”

“{안심해. 어차피 미스터 리가 신우주를 납치하는데 성공했다. 그 데바와 마주칠 일은 없어. 우리 임무는 이제 끝났으니 서둘러 퇴각하자.}”

드미트리는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따스한 서양남자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작전에 실패했다.

나중에 드미트리는 작전차량으로 이용하던 승합차를 폭파시키고 올가와 이리나, 샤샤, 엘레나와 함께 서둘러 맨홀 뚜껑을 열고 지하수로를 통해서 송도를 빠져나가야만 했다.

그로부터 20분 전.

낙하산을 펼치며 유유히 지상으로 떨어지던 료코는 마침내 불곰 12대가 있는 지점에 안착했다. 수라인 그녀에게는 낙하산을 메고 어찌 떨어지든 상관이 없었다. 일단 낙하산을 이용해 충격만 줄이면 목숨은 보장됐다.

착지 장소는 조금 전까지 신우주가 있던 장소였으며, 추락으로 죽은줄 알았던 미라가 사정없이 이리저리 날뛰며 먼저 한바탕 전투를 벌이던 중이었다.

이에 료코까지 가세하자, 불곰의 총신은 마구잡이로 썰려나갔고, 두 사람의 활약은 눈이 부셨다.

애당초 맹수와 불곰, 이 둘의 싸움은 신과 인간의 싸움이었다. 사탄의 피부 조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맹수 v2는 그야말로 막강했다. 불곰은 이렇다할 저항도 못하고 순식간에 파괴당했다.

주변을 정리하고 나서, 그 직후 소라에게서 교신이왔다.

-동쪽 300m 지점에서 도로를 주행하는 수상한 차량이 발견되었습니다. 즉시 출동하십시오.

송도는 유령도시나 마찬가지였고, 이 시간에 도로를 달리는 차량은 상당히 의심이 갈만했다. 보호막이 깨지고 나서 헬리캠으로 모든 정황을 지켜보던 소라는 사람을 시켜 재빨리 그 차를 뒤쫓게했다.

그 차를 모는 사람은 당연히 이준형이었다.

“젠장할 웃기지마! 내가 잡힐 것 같아?!”

이준형은 욕설을 내뱉으며 속도를 냈다.

조수석에는 우주가 곤히 잠들어 있었고, 뒤에서 맹수를 착용한 미라와 료코가 무서운 속도로 뒤쫓아오는 중이었다.

이준형은 러시아 요원들을 원망했다.

“개떡같은 놈들! 얼마나 병신 같으면 다 된 밥에 재를 뿌려! 거 좀 만 버텨주면 되는 일을 말이야!”

그렇게 칭얼대는 것도 잠시, 눈 깜짝할 사이에 뒤쫓아온 미라가 훌쩍 뛰어서 차 위에 달라붙더니, 운전석 창문을 부수고 차문을 떼서 멀리 던져버렸다.

그러고는 그의 멱살을 붙잡고 차 밖으로 내팽개쳐버렸다.

운전자를 잃은 차는 그대로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조수석에서 자고 있던 우주는 제때 터진 에어백 덕분에 무사했으나 차지붕에 매달려 있던 미라는 앞으로 튕겨져 나가 바닥을 굴렀다.

“크크, 놓치지 않는다.”

미라는 악착같이 일어나서 곧바로 이준형을 내던진 장소로 뛰어갔다.

이준형은 공포에 짓눌린 표정으로 땅바닥을 허겁지겁 기어가는 중이었다. 다리가 부러진 것 같았다.

“병신이 진짜로 병신이 되어버렸네.”

“히익! 사, 살려줘! 제발 부탁이야!”

“우상님을 건든 이상, 네게 자비는 없다.”

미라는 킥킥대며 그의 앞으로 걸어 돌아갔다.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던 이준형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빔 라이플의 총구를 그의 목구멍에 쑤셔넣었다.

“아아앙, 사려줭. 주, 죽깅시러어!”

“정말로 죽기 싫어?”

이준형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미라는 히죽 웃었다.

“어림없어 씨발 새끼야. 뒈져버려.”

그녀는 주저없이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지잉!

총구에서 뿜어진 빛줄기가 단숨에 이준형의 뇌를 관통했다.

이준형의 머리는 그대로 터져버리면서 뇌수와 피를 사방에 흩뿌렸다.

미라는 빔 라이플을 저멀리 내던지고 차량쪽으로 저벅저벅 다가갔다.

조수석 문을 열고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우주의 얼굴을 황홀하게 쳐다보았다.

“아아, 어쩜 이리도 마음에 쏙 들까! 자는 모습도 너무 귀여워! 이런 귀염둥이!”

미라는 참을 수 없었다. 헬멧을 벗은 뒤, 우주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사정없이 짓뭉겠다. 그녀의 혀가 꾹 다물어진 우주의 입술을 짐승처럼 핥았다.

질퍽한 키스가 끝나자, 미라는 그의 뺨에 손을 갖다대며 사랑스러운 눈길로 내려다봤다.

“우리 같이 에덴동산으로 가요. 그곳으로 가면 누구도 우상님을 건드릴 수 없을거에요. 이번 같은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제가 곁에서 꼭 지켜드리겠어요.”

그때였다.

허공을 찢는듯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못된 것! 당장 떨어지지 못할까!)”

미라는 조수석을 향해 굽혔던 허리를 곧게 세우며 소리가 난쪽을 돌아봤다.

그러고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소리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참... 그대로 집에 가서 애 낳고 그거나 잘 키울 것이지.”

벗었던 헬멧을 다시 뒤집어썼다.

서로 대략 20미터의 거리.

그녀는 상대를 향해 사악하게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못일어날 줄 알았는데 제법이군요. 별로 아프지 않았었나봐요.”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료코였다. 그녀는 칼을 빼든 채 미라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네 이년이 감히...!)”

그렇잖아도 이준형을 추격할 당시, 함께 뒤쫓던 와중에 미라는 불쑥 료코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고, 불시에 일격을 맞은 료코는 그대로 나가떨어지며 그로 인해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것이었다.

때문에 료코는 지금 상당히 화가 나 있었다. 전신에 쑤시는 아픔도 잊고 그저 눈앞의 계집을 죽여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어찌 너 같은게 우리 서방님과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만, 오늘부로 네 목숨을 끊어줄터이니 각오하거라.)”

미라는 따분한듯이 귀를 후볐다.

“후후, 뭐라는 건지. 내가 일본어라도 할 줄 안다면 좋았겠지만.”

동시에 그녀가 착용한 맹수의 다연장 로켓포가 자동으로 움직이며 료코를 겨누었다.

“료코 씨. 료코 씨가 데바라지만 과연 사탄도 잡은 맹수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요?”

미라는 어둠속에서 킥킥 웃었다.

“방해하면 죽여버릴거에요.”

료코는 검을 겨눈채 눈살을 찌푸렸다.

“(대체 무슨 꿍꿍이인것이냐! 네년은 분명 이쪽 사람이 아니었느냐? 그런데 그 음기(陰氣)는 무엇이고 또 우리 서방님께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냐!)”

료코가 호통을 치자 미라가 냉소하며 대답했다.

“백날 일본어로 떠들어 봐야 뭔소린지 못알아 들어요. 아무튼 우린 지금 에덴동산으로 갈겁니다. 눈엣가시 같은 료코 씨는 좋은말할때 그만하고 좀 빠져줬으면 좋겠네요. 일이 이렇게된 원인은 전부 당신한테 있으니까.”

그때 돌연, 맹수에 탑재된 통신 장치를 통해 소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라 씨! 지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미라는 당황하기 보단 실실 웃었다. 이왕 이렇게 된거 본색을 드러내기로 했다.

“당신들에게 우상님을 넘겨줄 수 없다는 말이에요. 그리고 나도 우상님의 아이를 임신할거야.”

-뭐라구요?

료코가 끼어들었다.

“(저 계집이 뭐라고 하는거지?)”

-우, 우주 씨를 넘겨줄 수 없다고 그러네요.

료코는 소라의 말을 듣고 시뻘겋게 얼굴을 붉혔다. 분노로 이를 악물었다.

“(이 양년같은 계집이 감히...!)”

============================ 작품 후기 ============================

작품설정란에 러시아 불곰 이미지 올렸습니다.

조금 비슷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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