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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스트 쉴드-131화 (131/285)

131화

***

햇빛은 밝게 빛나고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어와 판자에 막힌 창문을 두드렸다.

오두막 안에서는 미라의 손길이 우주의 셔츠를 벗기고 있었다.

쌓이고 쌓였던 갈증.

이제 달래고 볼일이었다.

우주와의 섹스는 그녀가 그토록 바라던 염원이었다.

마침내 셔츠가 열리고 그녀의 떨리는 손가락이 우주의 복근을 섬세하게 더듬었다.

이어서 우주의 바지가 강제로 벗겨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미라는 천천히 그의 팬티를 벗겼다. 그리고 그의 가슴에, 배꼽에, 고추에, 그녀는 차례차례 입맞춤을 해댔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저녁이 되었다.

그동안 우주는 미라와 살을 섞으며 그녀를 통해 모든걸 들을 수 있었다. 이곳은 한국의 외딴섬, 어느 무인도였고, 그녀가 자신을 납치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왜 납치했는지도 확실히 사정을 알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호감이 보통을 넘어 지독할 정도로 심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으윽! 미, 미라 낭자! 이제 그만 합시다! 제발 그만!”

오두막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촛불이 켜진, 벽에 비친 그림자에는 꿈틀거리는 한 덩어리처럼 보였다.

우주는 양팔과 두 발이 침대에 묶인 채 대자로 누워 있었고, 미라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그 위에 앉아 그토록 바라던 것을 최대한 만끽하는 중이었다.

“하아, 하아! 하앗!”

그녀가 허리를 돌리는 폼은 요부보다 더욱 경망스러웠다.

‘추한게 아름다움을 모독하겠지. 괜찮아. 난 그를 망칠거야! 그리고 완벽히 내것으로 만들거야!’

결합.

교미.

섹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들인가.

간절히 바랐던 그와 하나가 되었다는 황홀함에 아주 미칠 지경이었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즐거움은 이제부터다. 그녀는 이 행복을 방해하는 자가 부디 나타나지 않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스르르 쓰러지듯이 상체를 우아하게 굽히며 우주의 입술을 덮쳤다.

“웁.”

그러나 그가 입술을 꾹 다물고 열지 않았다.

미라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손으로 그의 뺨을 달래듯 어루만졌다.

그 와중에도 그녀는 하체를 쉴새없이 돌리고 있었다.

우주는 망연자실한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얼마나 힘이 드는지 눈도 풀려있었다.

“낭자, 이번에야말로 진짜 마지막이오...”

“네 그래요. 헉, 헉...!”

다섯 번째 영혼없는 대답이 들려왔다. 정말로 마지막인지 분간이 안갔다.

오늘 하루. 오후부터 날이 어두워질때까지 쉬지 않고 이어지는 섹스였다. 그녀는 지치지도 않았다.

처음 처녀막이 뚫렸을때도 그 아픔을 참아가면서까지 너무나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 이후로 매번 마지막이란 소리를 계속했다. 하지만 마지막이 아니었다.

사정을 하고난뒤 좀 쉬려고치면, 어느새 또 아쉽다는 표정으로 금세 고추를 핥고 있었다.

“나, 나온다오!”

“싸세요!”

우주는 정액을 힘껏 토해냈다. 그러나 맨처음 섹스를 했을때보다 힘없이 사정을 해버렸다. 절정의 순간도 극히 짧았고, 이젠 정액도 안나왔다.

“아, 따뜻해서 좋아...!”

미라는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우주의 몸에서 내려오더니 그 옆으로 무너지듯 발라당 드러누웠다.

지친듯 숨을 가쁘게 몰아 쉬었다.

그렇게 한숨 돌리고는 만세하며 누워있는 우주의 왼쪽 겨드랑이에 머리를 바짝 기대며 찰거머리처럼 달라붙고는 그를 껴안았다.

“하암.”

그녀는 피곤한듯 길게 하품을 했다.

우주가 곁눈질로 지켜보다 이때다 싶어 말했다. 피곤한지 목소리가 갈라졌다.

“졸린데 그만 잡시다. 나도 눈이 막 감기오.”

그는 일부러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하는 시늉을 했다. 그녀가 자는 동안 탈출할 방법을 찾았으면 싶었다.

눈뜨고 있을때 만큼은 괜스레 저항하며 자극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는 그가 지난 팀장 교육에서 배우고 익혔던 가르침이었다.

레지스트 쉴드 내에서 하극상을 벌인 팀원에게 인질이 되었을때 살아남는 법.

1. 감정을 자제하라. 절대 대들지 마라!

2. 논쟁을 벌이지 마라. 절대 따지듯 대화하지 마라!

3. 복종하라. 인질범의 말에는 무조건 맞다고 비위를 맞춰라!

4. 감정선을 건들어라. 상황을 봐가며 부모 아니면 애인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라!

5. 갖은 고문과 모욕을 당해도 일단 기다려라.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

6. 탈출을 하려면 새벽 4시를 노려라. 그때가 인간이 가장 피곤하고 방심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우주의 바람과 달리 미라는 벌써 자기가 싫었다. 그녀는 이 밤이 소중했고, 또 오래 지속되길 바랐다.

밤새도록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동안 하고 싶었던 모든 것을 다 하고 싶었다.

그러니 연신 하품을 하면서도 그녀는 밝게 웃어보였다. 오늘밤 그와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 기대된다는 눈치다.

어떻게 보낼지는 이미 계획을 다 짜놨다. 다섯 살 꼬마의 천진난만한 생각과 미소처럼 그녀는 아주 들뜬표정을 짓고 있었다.

“전 아직 자기 싫어요. 좀 더 같이 있어요. 네?”

우주는 무표정한 얼굴로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물었다.

“지금 몇시나 됐소?”

미라가 얼른 침대에서 일어나 알몸으로 휴대폰을 찾았다.

방에 없자 나무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그리고 휴대폰을 갖고 다시 방안으로 들어왔다.

“밤 8시밖에 안됐어요.”

미라가 손에 쥔 휴대폰은 개통도 안된 2G폰이었다.

그녀가 중학생시절에 쓰던 폰이다. 스마트폰이나 앱플패드는 위치 추적의 위험이 있어서 꺼놨다.

“8시라도 졸리구려. 일단 조금이라도 잡시다.”

“싫어요. 조금만 더 놀다 자요.”

“그럼 그럽시다.”

우주는 곧바로 포기하듯이 생각을 바꿔 대답했다.

그녀와 말다툼을 할 생각은 없었고, 적당히 비위를 맞추다 기회를 엿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자정이 되도록 그런 상황은 절대 없었으며 그녀는 일절 틈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그가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을 가야할때도 말이다.

“자, 여기다 싸주세요 우상님을 위해서 특별히 가져온거에요.”

미라는 은색으로된 요강을 내밀었다.

우주는 위에 티셔츠만 하나 걸쳤고, 그나마 입고 있던 팬티를 그녀가 끌어내렸다. 온몸은 특수 밧줄로 구속된 상태였다.

미라는 쪼글쪼글한 고추를 손으로 잡으며 요강을 향해 귀두를 정조준 했다.

무릎꿇고 앉아있던 그녀가 위를 올려다 보며 상큼하게 미소 지었다.

“준비하시고, 쏘세요.”

“낭자......”

우주는 절망이었다.

수치스러웠다.

이래서야 마치 엄마가 옆에서 거들어줘야 볼일을 볼 수 있는 어린애 취급당하는 것 같고, 한때 그녀의 직장 상사로서, 아니 지금도 그녀의 직장상사로서 도통 체면이 서질 않았다.

“난 애도 아니고 혼자 싸고 싶소만.”

“부끄러워할 필요없어요. 서로 알몸도 다 봤는데 뭐 어떤가요?”

그녀는 손으로 고추를 주물럭대며 싸라고 압박을 가해왔다.

“으윽...!”

수도 꼭지가 터질것 같았다.

우주는 간신히 참아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난 성인이오. 그런데 남앞에서 소피를 보라니 절대 이런건 할 수 없소이다...!”

“여긴 에덴이에요. 바깥 세상에서의 체면 같은 건 이제 그만 버려도 좋아요. 우리 둘뿐인 세상이고 규칙도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거에요. 그러니 앞으로 서로 보여주며 소변을 보는걸 규칙으로 정하는건 어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는 와중에도 고추를 계속 자극했다.

우주는 참느라 이를 점점 악물었고, 그로부터 몇 분이 지났다.

“그, 그만!”

“참으면 병나요.”

조물딱, 조물딱.

“아, 안돼! 그만 만지시오!”

“저 말고 보는 사람 없으니 안심하시고 쏘세요.”

“이, 이런!”

쏴아아아아ㅡ!

참았던 방광이 홍수처럼 터지면서 굵은 오줌발이 요강을 깨뜨릴 정도로 세차게 뿜어져 나왔다.

우주는 자포자기한듯 눈을 감았다. 시원했다. 이 순간 수치스럽다기보다는 상쾌한 기분이 되었다. 그 느낌이 그를 달래주었다.

고추를 붙잡고 있던 미라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올려다봤다.

“정말 잘하셨어요. 앞으로도 소변이 마려울때마다 제 앞에서 이렇게 싸는 거에요.”

***

우주가 납치 당한지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그 사이 미라는 지명수배자가 되어있었다.

경찰은 미라의 집과 인천일대를 철저하게 수색했으며, 그녀와 가까운 친인척, 친구, 동료, 지인 등 연고가 있을만한 사람들을 모두 찾아가 조사했다.

하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다.

그녀는 쥐도새도모르게 자취를 감추었고,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듯 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서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하면서 사건 해결의 급물살을 탔다.

국과수는 먼저 강미라가 탈취한 맹수에 주목했다.

착용시 신장 2M에 무게 700kg이나 나가는 맹수를 동력이 없을때 옮기기란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도주자 신분에서 착용한 채로 거리를 활보할 수도 없는 일.

그러니 운반을 위해서 차량을 이용했을 것이란 추측을 했다.

우선, 맹수의 무게 700kg,

신우주의 체중 72kg,

강미라의 체중 51kg,

이 셋을 모두 합친 무게와 똑같이 823kg 상당의 적재물을 다양한 모델의 화물차 및 승합차량에 싣고 수십차례에 걸쳐 실험을 하였다.(5인승 이하의 승용차는 차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823kg에 달하는 적재물을 실을 수가 없다. 따라서 실험에서 제외.) 그래서 차체가 내려앉는 정도나 기울기를 세밀하게 측정하였고, 이러한 국과수의 실험 결과를 토대로 경찰은 신우주 납치 당일날부터 이튿날까지 기록된 인천 전지역의 CCTV 영상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823kg의 무게를 싣고 달리는 차량 수백대를 가려낼 수 있었다.

우주 납치사건은 온 국민의 지대한 관심사인 만큼 대대적인 경찰병력과 군병력이 총동원되었다.

많은 인력을 동원해 수백대 중에서 단 몇 대만 추리는 것은 시간문제였으며, 거기에 더해서 사건 당일 도난 신고된 차량을 중심으로 용의자를 압축해 검거작전에 들어가기도 했다.

강미라가 차량을 훔쳤을 것이라 경찰이 가정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가 소유한 차량은 5인승 벤츠 한 대 뿐이었으며, 그녀의 가족과 친인척, 지인이 소유한 차량까지 모조리 파악한 결과 화물차나 9인승 이상 승합차를 가진 사람들은 모두 해당 차량을 여전히 갖고 있었다.

물론 공범이 존재할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그러나 그건 다음 순서였다. 그녀의 납치는 계획적이라기보다는 우발적인 성격이 다분했다. 러시아의 납치시도와 신우주 구출 작전에 강미라가 투입될줄 누가 알았으랴? 소라의 연락을 받기 전까지 그녀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수많은 경우의 수중에 하나에 불과했던 이 수사 방식은 우연히 적중하며 빛을 발했다.

경찰은 기어코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내고 만것이다.

그들은 신우주가 납치된 당일 아침 1톤 화물 차량을 도난당했다는 접수 기록을 발견했다. 그리고 불의의 습격을 받아 기절했던 주인이 며칠 뒤 차량을 되찾았을땐 군산항 구석진 곳에 홀로 남겨져 있었다는 사실도 파악할 수 있었다.

경찰은 이로 인해 강미라가 섬 어딘가로 도주했을 가능성을 염두하게 되었다. 그러나 군산에는 유인도 16개, 무인도 47개가 있다. 하루, 이틀 내로 찾을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고, 경찰 병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따라서 경찰청장은 즉시 청와대를 찾아 이세종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했다.

이세종 대통령은 일찍이 신우주 납치사건과 관련된 정보라면 곳곳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거르지 말고 때를 가리지 않고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었다.

그는 경찰청장의 긴급보고를 다 듣고나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의 눈빛은 냉철하면서도 위엄이 서려있었다.

“청장은 잘들으시오. 우선 제네틱스 측에 이를 알리도록 하고 군과 긴밀히 협력해서 사건을 잘 해결하도록 하시오. 강미라는 발견 즉시 사살해도 좋소. 국방부 장관에게는 내 따로 불러서 말하리다.”

“알겠습니다. 대통령 각하.”

경찰청장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이세종 대통령은 탁자 위에 놓인 문서를 내려다 보았다.

유독 눈에 띄는 부분에는 이렇게 써져있었다.

-강미라는 타인의 기본 권리나 나이에 맞는 사회적 규칙을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위반하는 품행장애로 판명됐으며 IQ는 170으로 상당히 높으나 사회적응 능력이 11~12세 수준에 불과한 심신미약(사리분별 능력 감퇴) 상태입니다. 따라서 보통의 방법으로는 인질협상이 통하지 않는다는 소견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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