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트 쉴드-143화 (143/285)

143화

“틀렸소.”

“그럼 말해봐요.”

“신우주요. 신우주...”

“뭐, 뭐라구요? 신우주?"

소윤의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졌다.

“당신이 그 유명한 신우주란 말입니까?”

“소생이 신우주가 아니면 누가 신우주겠소. 큭큭...”

우주는 카펫에 이마를 붙이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토록 갈망하던 마츠다이라를 마침내 죽였다는 환희에 휩싸여 온세상이 아름답고 예뻐보였다.

‘내가 놈을 죽였어! 드디어 죽였다고! 형님! 보고 계시오?’

이러한 반면 소윤은 무척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신우주가 누구인가. 박필모가 이끄는 집단인 조선의 태양에 속한 자로서, 이 나라를 위해서 죽음을 불사하고 애국하는 사내가 아니었던가? 만약 이 시대에 연예인이란 직업이 있었다면 그게 바로 신우주였다.

온국민의 절대적인 사랑과 지지를 받으며 왜놈들을 통쾌하게 무찌르는 그런 연예인.

박필모와 함께 만인의 우상이었던 그를 소윤 또한 모를 리가 없었다. 칠복이가 신우주였단 사실을 알자마자 물밀듯 밀려오는 긴장감에 손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말이다.

상당히 귀한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좌우지간 소윤은 그의 피묻은 상의를 벗겨내었다.

그러자 눈앞에 보이는 세 발의 총탄 자국.

새빨갛게 물든 우주의 등에 삼각형을 이루듯 박혀있었다.

“얕게 박혀 있어서 정말 다행이네요. 운 좋은 사람 같으니.”

보통 사람이라면 총알이 관통하거나 살을 뚫고 내장기관에 손상을 입었겠지만, 우주의 피부는 남들과 달랐다.

그는 수라다. 두꺼운 가죽으로 겹겹이 쌓여있는것처럼 피부조직 또한 강인했다. 더구나 이 시대 총알의 위력은 수라를 한 방에 죽일 수 없을 정도로 약했다.

따라서 우주는 마츠다이라를 죽였다는 기쁨에 엄살을 부리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의 정신이 지금 해롱해롱 한것은 제때 응급처치를 못해 출혈이 심해서 그렇다.

“아프지 않게 빼주겠습니다. 꾹 참으세요.”

소윤은 가져온 가방에서 작은 집게를 꺼내 총알을 빼냈다.

하나씩 빼낼때마다 우주는 작게 신음을 질렀다.

그 다음 출혈을 멎게 하기 위해서 소윤은 가방에서 한복치마를 꺼내 밑둥을 일자로 길게 쭉 찢어서 그의 가슴을 붕대처럼 둘러감았다.

향긋한 냄새가 우주의 코를 찔렀다.

“너도 계집이라고 제법, 좋은 향기를 풍기는구나...”

그는 정신이 아른아른 거렸다. 그리고 그녀를 품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어이없는 생각이었지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의 맨살을 만지는 소윤의 손길이 부드럽고 따뜻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소윤은 순간 귀가 번뜩이며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거실이 없는 원룸같은 호텔방이었다.

우주를 부축해서 침대로 옮기고 그의 옷가지들과 피에 얼룩진 카펫을 냅다들어서 옷장에 쑤셔 넣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노크소리가 다급하게 울려왔다. 그녀의 대답이 없자 점점 빨라졌다.

소윤은 황급히 뛰어가 문을 열어준 뒤 재빨리 소리쳤다.

“지금 열지 말고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그러고는 재빨리 침대로 뛰어들어 우주를 치마속에 감추고 그 위에 이불을 덮었다.

우주도 눈치는 있다. 제가 나설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들어오시오!”

소윤이 소리치자 곧바로 문이 활짝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소윤을 호텔에 묵게 해준 중년의 일본 남성이었다. 사고가 발생한 장소에 남아 뒤처리를 한다더니 소윤을 금세 뒤따라온것 같았다.

“(자고 있었소?)”

그가 데려온 조선인 통역사가 곧바로 말했다.

“자고 계셨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아닙니다. 자려다가 갑자기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와 놀랐을 뿐입니다.”

상체를 곧게 세운 채, 이불을 덮고 침대에 앉아 있던 소윤이 그렇게 대답하자 통역사가 중년의 일본 남성에게 그대로 통역을 해주었다.

그러자 그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잘 도착했는지 걱정이 되어 와봤소이다. 미안하오.)”

그러자 소윤이 재빨리 말했다.

“켄신 상을 일어나 맞이하고 싶지만, 아래옷을 입지 않아 침대를 벗어나기가 무척이나 부끄럽사옵니다. 부디 오해 없으시기를 바랄뿐입니다.”

그녀는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통역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에 통역사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옆에 있던 중년의 일본 남성에게 그대로 통역을 해주었다.

중년의 일본 남성이 깜짝 놀랐다.

“(이런! 눈치도 없이 들어와서 미안하오! 얼른 나가주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소윤이 그를 불러세웠다.

중년의 일본 남성이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추며 뒤돌아보았다.

“(왜 그러시오?)”

“마츠다이라 님은 정말로 죽었습니까?”

그녀의 말을 들은 통역이 실실거리며 먼저 대답했다.

“걱정마십시오. 그는 죽지 않았습니다. 죽은 것은 그의 대역이랍니다.”

그 순간, 소윤의 치마폭에 감싸져 있던 우주가 두 눈을 부릅떴다.

피가 끓어 오를 정도로 분했으나 그 분노를 표출할 힘은 오늘밤 그에게 없었다.

성을 낼수록 그의 상처는 깊어져만 가고 피를 토해냈다.

‘빌어먹을...!’

중년의 일본 남성이 그의 통역사와 함께 떠나간 뒤 소윤은 양볼이 빨게 져서는 냅다 이불을 들춰올렸다. 우주를 치마에 숨겨놓은 동안 그의 뜨거운 숨결이 음부에 곧이곧대로 닿는것이 어찌나 망측하던지 단 1초도 참기 힘들었을 정도로 부끄럽고 야릇했다.

“저, 저리 가십시오!”

하지만 그 이후.

소윤은 다시 그를 침대에 끌어들이고 말았다.

마츠다이라가 살아있다는 소식에 아물고 있던 상처가 도로 터져버린 우주는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소윤은 이대로 놔둬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낙담한 그의 마음을 달래어주고, 차가워져만 가는 몸을 따뜻하게 감싸줘야만했다.

침대에 누워 신음하는 우주를 내려다보던 그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사랑? 이제 내겐 없어요. 그럴바에야 차라리 당신이라면.”

소윤은 양반으로 태어나 우수한 교육을 받았고, 아버지 허균성의 대를 이어 가문을 이끌 영리한 여성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고귀한 태생, 부유한 재력, 뛰어난 자질, 그 어느것도 격랑의 시대에 태어난 자신의 운명을 막지 못하였다. 나라가 주권을 잃으면 백성은 다른 민족의 노예가 된다.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그날밤.

소윤은 알몸으로 그를 끌어 안았다.

고통스러워하는 우주를 위로해줄 것이라고는 오직 그녀의 따스한 체온 뿐이었다.

불꽃보다 뜨거운 입김이 그녀의 젖가슴에 닿자 그녀는 침대 밖으로 뛰쳐나갈뻔했다.

통증에 헐떡이는 입술이 그녀의 젖꼭지를 감싸고 맹렬히 빨아재끼자, 가슴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우주는 자신이 소윤에게 무슨 짓을 하는 지도 모른 채 그녀를 점점 몰아가고 있었다.

그날 비록 두 사람은 비록 절정에 이르지는 못하였지만, 다음날 아침 소윤의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떠올랐다.

“상처가 완전히 아문것 같습니다! 대단합니다!”

우주는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 이틀만에 움직일 수 있었다.

정오가 지난 시각.

점심 식사를 마치고 소윤과 단 둘이 있던 호텔방에서 그가 말했다.

“어젯밤에는 신세를 졌소이다. 덕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소. 이 은혜 꼭 잊지 않으리다.”

“아닙니다. 도령은 나라를 위해 애써주시는 분, 이 나라 백성으로서 마땅히 해야할일이었습니다.”

“그리 생각해주니 고맙소. 그럼 난 이만 가보겠소.”

우주의 대답은 시원했다. 그리고 그가 뜬금없이 떠난다는 말을 꺼내자 소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예? 가시다니요? 어디로 가신단 말입니까?”

우주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대답했다.

“한동안 한양에 숨어 있다가 기회를 봐서 마츠다이라를 죽일 생각이오. ”

“료코라는 계집을 감당도 못하시면서 어떻게 죽이겠다는 겁니까.”

소윤은 오전에 우주에게 모든 걸 전해들어 알고 있었다.

료코.

일본의 그 료코라는 여자가 검술이 무척 뛰어나다고.

“그 계집년은 어떻게든 될것이오.”

“어떻게든 되다니요. 어젯밤에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사옵니다. 어느 정도 상대가 되었던 것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밀리기만 하셨었습니다. 누가봐도 어떻게든 될 상대가 절대 아니었습니다.”

“......”

우주의 자존심에 금이가는 발언이었다.

그는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잘못 본게요. 제 까짓게 귀신이 아닌 이상 날 이길 수 없소이다. 아무튼 난 이만 가보리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못갑니다.”

소윤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어젯밤 일로 한양 전체가 시끄럽사옵니다. 경비도 삼엄해진 상황에 이대로 혼자다니시다가는 저들에게 발각되기 쉽상입니다. 당분간 저와 함께 양주로 돌아가시지요.”

“그건 소생도 잘알고 있는 일이오. 그러니까 그대에게 폐를 끼치고 싶은 마음이 없소이다. 나와 함께 있다간 낭자의 목숨을 보장할 수가 없소.”

“그런건 신경쓰지 마십시오. 제 목숨은 제꺼이니, 제 마음 가는대로 하고 싶습니다. 전 도령을 지켜주고 싶고, 또 료코라는 계집을 쓰러뜨릴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기에 이렇게 도령을 붙잡고 있는 것입니다.”

우주의 눈이 번쩍였다.

“료코 그 왜년을 쓰러뜨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단 말이오?”

“예, 그렇습니다. 도령께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사오나 한번 시도해봐도 나쁘진 않을것입니다.”

소윤의 설득이 통하였고, 두 사람은 곧바로 양주로 떠났다.

“상록사로 가겠다.”

양주에 도착할 무렵 소윤은 방향을 바꾸었다.

하인들은 죄다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두 말 않고 상록사로 향했다.

상록사는 산속에 있는 절이다. 소윤의 아버지인 허균성이 살아있을적 절의 주지스님과 자주 왕래했기에 그녀도 스님들과 친분이 있었다.

“이 분에게 검술을 가르쳐주십시오.”

우주는 깜짝 놀랐다.

소윤을 따라 절의 주지스님과 만난자리에서 그녀가 대뜸 그렇게 말한 것이다.

주지자리를 맡고 있는 수경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소윤아, 이런 쌍놈을 나보고 맡으라고?”

과연 언변대로 행동도 건달 같은 스님이었다.

어찌되었든, 소윤은 하인들과 함께 떠나고 우주만 홀로 절에 남았다.

수경 스님은 매일 그를 혹독하게 가르쳤다.

검술을 가르쳐주며 욕설은 예사고 채찍, 채찍이 우주에게 먹히질 않자 어디서 쇠좆매를 구해와서 때렸다.

쇠좆매는 그거다. 소를 잡을때 숫소의 생식기를 긴 뿌리까지 고스란히 뽑아내 그늘에서 바싹 말려서 만드는 조선초기 최고의 채찍이었다.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말려진 소 생식기는 길이가 길뿐만 아니라 보들거리고 야들야들하면서 질기기가 장정 20명이 와도 안끊길정도로 질긴 채찍이었다.

가죽채찍은 뻣뻣하고 가벼워서 살을 치고 튕기는데, 이놈의 소 생식기로 만든 쇠좆매는 보들거리고 묵직한 까닭에 살을 착착 감고 들었다.

“아프다고!”

우주는 그야말로 욕이 절로 나왔다. 수경에게 검술을 전수받는 동안 그의 볼기짝이 수시로 불이 났다.

고된 생활에서 그나마 위로가 되었던 것은 소윤이 맛있는 음식을 삼일에 한번 꼴로 싸들고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러다 나중에는 그녀와 깊은 관계에 이르렀다.

어느날 밤.

우주의 등에 맺힌 땀방울이 빛구슬처럼 영롱하게 반짝였고, 사지의 근육들이 부들부들 떨렸다.

“우웃!”

“하아...!”

그는 소윤의 몸안에 힘껏 정액을 뿌려주었다.

그리고 손가락이 드나들 정도로만 작게 뚫린 한지문.

어둠이 내린 밖에서 두 사람을 몰래 훔쳐보고 있던 한 여성이 있었으니.

우주의 빳빳한 고추가 소윤의 자궁을 후두두 떨리게 하던 그 역동적인 순간을 피가 마르고 온몸이 찢겨지도록 지켜보던 한 사람.

바로 매양이었다.

‘칠복이 너! 니가 내한테 이래서는 안되지라. 내가 니한테 올매나 잘해줬는데, 그것을 금세 잊고 내 가슴에 이렇게 말뚝을 박을수가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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