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트 쉴드-162화 (162/285)

162화

“요즘은 대통령 해먹기도 참 힘들어. 기업규제 강화를 위해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기업인들과 자리를 만들면 내 편을 들어주는 진정한 기업인이 한 명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우리 군인들이 시리아에 파병을 가는데 물과 식량을 비롯해 PC며 TV, 가구까지 병사 사기 진작을 위해 이것저것 챙겨 가야할 것이 많거늘, 국방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예산을 늘리려면 전쟁에 환장했냐면서 이곳저곳에서 그렇게 물고 늘어지더군. 어디 기업이든 좋으니 기업이 나서서 전폭적으로 군을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국방부 장관이 나한테 와서 하소연을 할정도야. 그리고 종교단체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 사찰, 교회, 성당에다가 후원금을 누군가 내줬음 싶기도 하고, 또 이번 정권에서 만큼은 삶에 지친 국민들을 위해 기름값을 내리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 신라오일이 제일 먼저 나서는건 어떤가? 아, 그리고 또 생각해보니 이것도 있군. 우리 정부와 신라건설이 나서서 무주택 서민들에게 보금자리 아파트를 지어주는건 어떠한가? 응? 이회장. 선주야.”

이세종 대통령은 말을 마치고 나서 이선주를 빤히 바라봤다. 숨기고 자시고 할것 없이 완전히 노골적이었다.

사실, 서로의 위치와 상관없이 편안한 사이이기도 했다. 그녀는 종친이며, 15세 어린 여동생이었고, 자신의 이념을 잘따르는 기업가이기도 했다.

“어때 이회장. 내 요구사항, 가능하겠어?”

이선주는 잠시 눈을 굴려가며 수지타산을 맞춰보는 눈치더니, 머릿속에서 저정도 요구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활짝 웃어보였다.

“역시 대한민국 대통령이십니다.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따라갈 사람이 없을것 같아요. 저희 신라그룹도 그 숭고한 생각에 적극적으로 가담할 기회를 주시지요.”

이후 대통령 집무실을 나가는 이선주의 앞길엔 꽃이 깔려 있었다.

화사한 꽃길을 걷는 그녀는 매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유유히 청와대를 떠났다.

“신우주가 죽을수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온 비서실장이 조금은 걱정스러운 안색으로 물어왔다. 여기서 죽는다는 말은 죽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인기가 줄어든다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이세종 대통령은 안경을 끼고 책상에 앉아서, 차영웅과 이태평에 관한 자료를 훑어보던 중이었다.

그는 시선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신우주든, 이선주든, 우리 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들기 위해 다들 필요한 인재들일세. 각자 이 나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양쪽을 도와주기는 하겠지만 결코 어느 한쪽의 편은 들고 싶지가 않아.”

이어서 말했다.

“신우주가 죽는다해도 복제인간이 잘되면 우리 나라가 부강해지지 않겠는가? 그것도 꽤 괜찮다고 보네. 신우주말고도 또 다른 길이 있어서 좋기도 하고. 하나만 맹신해서는 안돼. 만약을 대비해 여러모로 준비를 잘 해둬야 하지.”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수년을 함께했던 비서실장이 그 마음을 모를 리도 없었다.

적당히 접어두고 다른 화제를 꺼내들었다.

“909 울트라 프로젝트를 위해서 특별히 선정된 대원이 집무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

이세종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바라보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안경을 벗었다.

“어서 들어오라 하게.”

909 울트라 프로젝트.

신우주의 정자를 이용해 데바를 양산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야심찬 계획이었다. 이세종 대통령은 본래 이 기획서를 보자마자 폐기할 작정이었지만, 후에 우주를 만나게 되면서 그의 의중을 듣고 생각을 바꾸었다.

그 의중이란 일부다처제를 받아들이면서 대가 끊긴 무적 신 씨 가문을 단기간에 재건하겠다는 우주의 야심찬 포부를 말했다. 따라서 한 여성을 일편단심 좋아하지 않고 이 여자 저 여자 만나겠다는 바람둥이 같은 의도가 있으면 909 울트라 프로젝트 역시 언젠가는 반드시 통할것이라 여겼다.

일전에 청와대를 방문했던 우주가 떠난 뒤, 이세종 대통령은 즉시 사람을 시켜 909 울트라 프로젝트의 규모를 대폭 줄이고, 현 실정에 맞게 실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획을 수정하라고 지시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 한명의 여성이 간택되었다.

비서실장이 집무실 문을 열고 한 여성을 데리고 들어왔다.

책상에 앉아있던 이세종 대통령은 그녀를 보자마자 가슴이 철렁했다. 이 여성이 과연 사람이 맞는지 의아할 정도로 요정처럼 너무나 예뻤고, 얼굴에서 광채가 흐르는것 같았다.

비서실장이 손바닥을 피고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름은 리영애. 909 특임대 소속 중위이며 평양 태생입니다. 병원에서 검진 결과 단 한 번의 사정으로도 임신 확률이 가장 높은 여성대원이라 판명되었습니다. 게다가 허리가 잘록하고 골반이 꽤 큽니다. 아이를 낳기에 가장 좋은 신체조건입니다.”

이어서 리영애가 이세종 대통령을 향해 칼같이 경례를 붙이더니 군기 잡힌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집무실이 떠나갈 정도로 쩌렁쩌렁 했다.

“리영애 중위입네다! 내래 날래 뛰어가서 신우주의 정액을 남김없이 모조리 뽑아내오겠습네다! 맡겨만 주십띠오!”

***

러시아의 신우주 납치 미수 사건은 한국 정부에게 커다란 교훈을 심어주었다. 자국의 유능한 인재가 타국의 표적이 되는 일이 또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만큼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만 했다.

또 이런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미라의 신우주 납치 사건까지 연달아 터지며 정부는 인재 보호를 위해 부랴부랴 밀착 경호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밀착 경호란 것이 말그대로 정부 요원을 신우주에게 붙여주는 것이었다. 현재 악어팀의 공석, 즉 강미라가 빠진 자리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요원을 잠복시키고, 우주의 신변 감시 및 테러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이러한 정부의 제안을 제네틱스가 선뜻 받아들이며 계획이 추진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우주에게 경호팀을 붙여줄 궁리를 하던 제네틱스는 정부가 직접 나서겠다는 제안에 크게 환영했다.

또다시 신우주 납치 사건이 발생할시 즉각 909 특임대의 협력을 얻어 발빠른 대처가 가능하리라 여겼고, 러시아처럼 한 국가가 관련된 문제로 일이 커져버리면 그땐 정부가 가진 외교력과 정보력을 총 동원해 사태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으리란 기대가 있었다.

요원의 잠복근무와 관련해서 정부 측에서는 오직 장관급 이상, 제네틱스 측에서는 사장급 이상 임원만이 알고 있었다.

당사자인 우주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그가 스트레스 받을 것을 우려해 비밀리에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정부는 909 울트라 프로젝트까지 병행하는 사실을 제네틱스측에 숨겼다.

한편, 우주를 테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선발된 요원이자 909 울트라 프로젝트까지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임무를 맡은 여성, 리영애.

그녀는 단아하고 청순한 외모를 가진 미인이었고, 몸매도 예뻤으며, 임무에 임하는 열의도 자원한 여성들 중에서 가장 열성적이었다.

더욱이 그녀의 신체는 산통이 온지 3초만에 순풍 하고 아기를 낳을 수 있을 정도로 우월하고 탁월한 조건을 가졌다고 의료진들이 밝혔다.

“리영애 중위는 임신이 가장 잘될만한 나이인 20세 입니다.”

이세종 대통령이 영애를 쳐다봤다.

“자네가 이 일에 자원하게된 이유는 뭐지?”

전투모와 군복을 입고 있는 영애가 차렷자세로 정면을 바라보며 크게 대답했다.

“횬재! 북조선에서 온 사람들은 남조선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며 차별을 받고 있습네다! 저는 수라라서 어찌저찌 909 특임대에서 일을 하게되었디만! 저희 오마니는 취직도 못하시고 매일 집에서 쉬고 계십미다! 그리고 넷이나 되는 동생들은 핵교에서 매일 따돌림을 당하고 있고! 이렇듯 저희 식구가 지금은 어려운 길을 가고 있디만 내래 잘돼서 오마니에게는 식당을 차려주고 동생들은 일본이나 중국으로 유학을 보내주고 싶습네다! 이번 임무를 무사히 완료 하면 100억이라는 큰 돈을 준다기에 자원하게 되었습네다!”

이세종 대통령이 점잖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굳이 섹스는 하지 않아도 좋네. 오랄을 하든 자위를 시키든 정액을 특수용기에 담아서 가져오기만 하면 돼.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거든 그땐 자네가 직접 임신하는 수 밖에 없어. 알겠나?”

“꼭 명심하겄습네다!”

“그가 보는 앞에서 특수용기를 꺼내기란 쉽지 않을거야. 하지만 섹스는 최후의 수단이지만 일을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네.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질내 사정 밖에 답이 없겠지. 그 결정은 자네 몫이야. 특수용기에 담아오면 백억을 주고 직접 임신을 하면 오십억을 주겠지만, 괜히 백억이라는 큰 돈 때문에 무리는 하지 말게. 신우주가 눈치채면 오십억도 못받을 수 있어.”

영애가 마른 침을 삼키며 대답했다.

“가슴에 새기겄슴네다!”

이세종 대통령은 웃으며 책상으로 가서 푹신한 의자에 앉았다.

다리를 꼬고 그녀를 쳐다봤다. 한없이 너그러운 소리로 엄중하게 말했다.

“기한은 앞으로 반년 주겠네. 만약 그때까지 아무런 성과가 없다면 리영애 중위가 매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다른 대원으로 교체할테니 각오를 단단히 해두게나.”

영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분홍빛을 띄는 입술을 굳게 오므리더니 기운차게 대답했다.

“맡겨만 주십디오! 최단 시간 내에 신우주의 정액을 뽑아서 가져다 드리겠습네다!”

***

12월이 눈 깜할 사이에 지나 1월이 찾아왔다.

그동안 우주는 조직재생공학연구소에서 퇴원을 했고, 김수희와 하기로 한 새 드라마 준비에 박차를 가하며 연기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2주 후 2월 3일. 드라마 사랑한다 말할까의 방영을 일주일 앞두고, 우주는 오늘 일정이 무척이나 바빴다. 오전에는 드라마 제작발표회에 참석해야했고, 점심에는 아우디코리아에서 그에게 차량을 선물 해주기로 했으며, 저녁에는 얼마전 완공된 집의 집들이 계획이 있었다.

금요일 오전 10시 서울 논현동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수많은 언론사에서 취재를 나와 현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첫순서로 사랑한다 말할까의 OST를 부른 유명 여가수의 공연으로 화려한 서막이 시작되었고, 이어서 10분 가량의 드라마 영상이 살짝 공개되기도 하였다.

인터뷰가 시작되면서 한 외국 기자는 언제 해외 팬미팅 행사를 진행할 것이냐며 드라마와는 별개로 우주에게 묻기도 했다.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명성치고는 오직 자국에서만 활동을 하는 우주의 행보에 크게 아쉬워 하는 팬들이 많았기에 그들을 대신한 질문이었다.

이에 우주는 올해안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는 두루뭉술한 대답으로 넘어갔다. 사실 올해 예정된 료코의 출산(6월)과 강미라의 출산(8월)만으로도 그는 한국을 떠날 수가 없었다.

인터뷰 시간이 끝난 후에는 주조연배우들과 제작진들의 사진 촬영을 끝으로 제작발표회는 마무리 됐다.

아우디코리아에서 나온 직원의 차를 타고 호텔을 떠나기 전, 말끔한 정장 차림을 한 조현기 감독이 다가와 그에게 물었다.

“이따 저녁 6시 맞지?”

“그렇소. 맛있는 음식을 잔뜩 준비해놨으니 감독님이 꼭 좀 다들 데리고 와주시오.”

“그건 걱정말아. 스텝들 다 데리고 쳐들어 갈거야. 근데 집이 그렇게 커?”

“그렇게 큰건 아니고 대충 100명은 가둬둘 수 있긴 하외다.”

“가둬놓다니 하하하. 그럼 이따 봄세.”

조현기 감독은 우주의 어깨를 두들기더니, 저녁시간까지 조연들의 촬영분을 찍어야한다면서 제작진들과 함께 우르르 떠났다.

오전 일정이 끝난 뒤에는 여의도 칸래드 호텔을 찾았다.

행사장 안을 빼곡히 채운 취재진 앞에서 아우디코리아 사장과 악수를 주고받으며 슈퍼카 RS6를 선물 받았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드라마 사랑한다 말할까는 아우디의 협찬을 받고 있었다. 극중 주인공인 박준성이 타고다니는 차도 RS6였다. 아우디코리아는 2012년 홍보대사로 우주를 임명했으며 아울러 새로 출시될 도심형 소형차 아우디 A4의 광고모델까지 맡겼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아우디코리아 사장과의 점심을 마친 후 그는 홀로 RS6를 몰고 새 집으로 향했다.

우주는 이제 회사가 제공해주는 아파트에서 살지 않았다.

차 여러대를 관리할만한 주차공간이 필요했던 그는 다섯달 전 철수에게 부탁해 새 집을 구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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