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트 쉴드-168화 (168/285)

168화

“그럼 여기서 뭐하는데?”

“대장님 기다린다.”

“왜 기다리는데?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니까 그건 말할 수 없다고. 빨리 여기서 나가. 난 너만 보면 괜스레 화만 나고 꼴보기도 싫으니까.”

찬우의 냉랭한 말에 하나는 침묵을 지켰다. 입을 앙다문 채 그를 한동안 노려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홱 돌아서며 계단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장님이 절대 여기 못오게 막을테니까 알아서 해.”

“뭐? 너 장난치지마.”

찬우가 어이없다는 얼굴을 했다.

하나는 계단을 오르려던 걸음을 멈추고 그를 다시 돌아보며 으르렁댔다.

“장난 아니니까 여기서 백날 기다려봐. 니가 무슨 말을 할지 뻔히 알고 있고, 난 괜히 너 때문에 대장님한테 폐 끼치고 싶지 않아. 그리고 너도 이럴 시간에 병원이나 가봐. 제 정신이 아닌것 같으니까.”

참 쌀쌀맞았다. 당장 여기서 꺼지라는 말과 다를게 없이 들렸다.

찬우는 자신을 경멸하는 듯이 말하는 그녀의 말투에 몹시 화가 나서 소리질렀다.

“난 제 정신이야 이 멍청아!”

“멍청이? 지금 욕했어? 욕한거야? 하긴 제 정신이면 술냄새 풀풀 풍기면서 거기 서 있진 않겠지. 취했으면 집이나 가봐. 집들이로 바쁜 사람 붙잡고 헛소리 하지 말고.”

“난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아~ 너한테도 중요한 이야기가 있었어? 니가 악어팀의 리더라도 되니? 제네틱스 간부야? 너 같은 일개 직원이 지금 이 자리서 할 중요한 이야기가 뭐가 있어? 혹시 개인면담? 너 애야? 눈치도 없어? 대장님 바쁜거 뻔히 안보여? 정 상담받고 싶거든 다음에 출근할때나 해. 오늘은 대장님 쉬는날이니까.”

하나가 내뱉은 말은 마치 이리처럼 달려들어서 찬우를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평소 유순하고 유약한 성격의 그녀답지 않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관계된 일이다보니 독기를 품고 앙칼지게 쏘아붙이 것 같았다.

“칼로 내 손목을 그어서라도 대장님이 못오게 막을거야. 명심해. 아무리 기다려봐야 안올테니까.”

하나는 그렇게 싸늘하게 말하고는 자리를 떠나버렸다. 그리고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앞에서 버티고 있을 작정인가?

차고에 홀로 남겨진 찬우는 화가 치밀었다.

“씨발!”

흔히, 사람이 화가 나면 머리가 돌아버리겠다고 말한다. 현재 찬우가 그런 상태였다. 아무것도 보이는게 없었고 화산이 터져오르듯이 머리 끝까지 솟구쳐 오르는 화를 이성적으로 감당해내기란 어려웠다.

그에게 악마처럼 웃던 하시도루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금 하나에게 무력하게 당하고 말았지만, 하시도루의 뜻대로만 된다면 새로운 세상에서 하나한테 실컷 복수해줄 수 있지 않을까? 일본이 한국을 지배한다면 모든 법과 제도는 일제강점기시대처럼 일본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고조부인 이완구가 든든한 배경으로 존재하는한 자신의 힘이 커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비록 하찮은 일개 직원에 불과하지만 혹시 또 아는가? 한국이 식민지화되면 마츠다이라가 자신에게 식민지 책임자 자리를 하나 내줄지.

그럼 그때 하나에게 처절하게 복수해주는 것이다. 거침없이 막말을 내뱉던 저 주둥이를 찍 소리도 못하게 막아버리면서 그녀의 육체를 마음껏 탐하고 가져버리는 것이다. 마치 소유 하는 물건처럼 말이다.

“좋은데 그거. 킥킥.”

찬우는 잠시 상상했을 뿐이지만, 상상만으로도 화가 싹 가라앉고 통쾌한 기분을 느꼈다. 하나의 앞에서 보란듯이 우주를 총살하고, 그녀를 자신의 방 침대에 묶어놓고 개처럼 기르면 더할나위 없이 유쾌할 것 같았다.

더 즐거웠던 점은, 그게 꼭 망상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는 하나 같은 B급 여자한테도 무시나 당하는 일개 보빨남(여성한테 퍼주고 매달리는 남자)으로 살고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인생역전의 기회를 맞이할 수가 있을테니까 말이다.

“아... 하긴 그래.”

생각해보니 그렇다. 친일파 후손으로 낙인 찍힌 자신이 이 대한민국에서 중책의 자리를 떠맡거나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하다못해 팀장의 자리조차 앉지 못할 것이다. 타인의 시선이란 그런 것이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해도 이 나라의 기업이나 단체는 전부 알고있다. 내가 굳이 말을 안해도 내 이력서를 보고 다들 알게모르게 집안의 내력을 자세히 조사 해두었을 것이다.

어쩌면 주의해야할 블랙리스트로 올라와 있을지도 모른다.

국민들에게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사실만 알려져도 비난을 받기 일쑤인데, 누가, 무엇을 믿고, 자신을 중요한 자리까지 승진 시켜주겠는가. 국민이 알면 당장 기업의 이미지가 하락할텐데.

“역시 안되겠어.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할것 같아.”

찬우는 고심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우주의 집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당장 우주를 만나 모든것을 이야기 해서 인생역전의 기회를 한순간에 날려버리기보다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실리를 챙겨야 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자신을 벌레보듯이 취급하는 하나에게 언제까지 무시만 당하며 살 수 없는데다가 그녀가 더 열받게 하면 그때는 앞뒤 안가리고 하시도루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다는 그 마음뿐이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하나가 후회하도록 만들어주고 싶었다.

게다가 혹시 또 모른다. 여성들의 심리라는게 본능적으로 집단의 우두머리 수컷을 좋아한다. 돈 많고 잘생긴 것과 상관없이 한 집단을 통솔하는 위치에 서 있으면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인물이라 해도 여성들에게 매력점수 50점은 거저 먹고 들어가는 것이다.

“일본이 한국을 지배하게 되면 그땐 날 쳐다봐주려나...?”

자신의 고조부가 마츠다이라와 친분이 있는데다가 이번 신세기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하시도루까지 아는 인맥이다. 이러니 식민지 운영과 관련된 중책을 떠맡을 수 있는 것이 당연하지않은가!

찬우는 그 길로 바로 우주의 집을 떠났다.

어두운 골목. 유유히 사라져 가는 그의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우주에게 진실을 말할 것인가 아니면 그를 죽일 것인가. 만약 죽이기로 마음 먹으면 가능은 할까? 수리를 핑계삼아 우주의 맹수를 고장 낸뒤 자신이 맹수를 착용해서 살해하면 될것도 같고.

“어렵긴 하겠지만...”

***

우주는 파티룸으로 돌아왔다. 실내를 메운 손님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세종 대통령에게 쏠려 있었다. 대통령의 주변에는 경호원들이 몸으로 바리게이트를 치며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고, 우주에게 낯익은 얼굴인 비서실장도 대통령 옆에 철썩 붙어 있었다.

“어디갔다 온겐가. 오랜만일세.”

경호원을 뚫고 들어온 우주를 보자마자 이세종 대통령이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건넸다.

“여긴 어떻게 알고 오셨습니까? 대단히 놀랐습니다.”

우주는 영광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 대통령이 친히 방문한 이때, 집을 배경으로 함께 사진을 찍고 거실에 걸어놓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리고 그 액자를 가문 대대로 전해주고 싶었다.

이세종 대통령이 웃으며 말했다.

“내 집이 바로 옆집일세 이 사람아.”

“예...?”

우주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럼 혹시 저희 집 우측에 있는 5층짜리 단독주택이 대통령님의 사저입니까?”

“응, 맞아. 아주 잘알고 있구만.”

“그렇잖아도 저희 집을 애당초 5층으로 지으려다 옆집의 일조권 어쩌구 저쩌구해서 4층 이상은 허가를 안내주길래 어쩔 수 없이 3층으로 지었습니다. 그땐 구청 직원이 옆집 눈치를 보며 괜한 트집을 잡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랬군요. 옆집에 있는 5층 집에 대단한 인물이 살고 있을 거란 예상은 했었습니다만 그 분이 대통령님이셨을 줄이야. 깜짝 놀랐습니다.

“껄껄. 이거 미안하게 됐군. 그런데 난 지금 청와대 관저에 머물고 있어서 그 집에는 현재 자식들만 거주하고 있다네. 사실 자네가 여기로 이사왔다는 소식은 조금 전에 처음 들었어. 자식들 보러 잠시 들린 김에 알게되었지 뭔가.”

그때 소라가 다가와서 끼어들었다. 대통령과 친분을 쌓을 절호의 기회일테니 그녀가 빠질 수는 없었다.

소라는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님. 제네틱스 경영운영 본부장 한소라입니다.”

“오, 소라양. 반갑네. 그래 부친은 잘 지내시고?”

“네. 덕분에 잘지내시고 계십니다. 대통령님께서 당선된 이후로 이 나라에서 기업을 경영하기가 많이 좋아졌다며 기뻐하고 계십니다.”

“껄껄. 기업규제만 심하게 해대서 욕만 먹을줄 알았더니 그것 참 다행일세.”

우주와 소라, 이세종 대통령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그 옆에 서 있던 대통령 비서실장은 근처에 있던 영애에게 슬쩍 다가가 귀엣말을 했다.

“요 며칠간 진도는 있었습니까?”

영애는 그가 다가오는 것이 내심 싫었다. 숙제 검사를 하러오는 담임 선생님 같았다. 현 상태에서 뭘 물어봤자 자랑스럽게 말해줄 것도 없기에 그녀는 조금 기운없이 대답했다.

“이제 겨우 두 번 만났을 뿐입네다.”

“손도 못잡아 보셨습니까?”

“아직은 그런 상황입네다.”

“이제 5개월 남았습니다. 시간이 많아보이지만 시간은 금방 지나갑니다.

첫달 사귀고, 두달째 손잡고, 세달째 키스하고, 네달째 그걸하고, 만약 한 번에 임신을 못하면 그대로 다섯 달이 넘어가버릴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촉박합니다.

서둘러 주십시오. 만약 영애 씨가 실패하면 가차없이 다른 요원으로 교체된다는 것도 항상 명심해두십시오.”

“예... 걱정 마십디요...”

영애의 풀 죽은 대답을 듣고난 비서실장은 언제 다가왔었냐는 듯이 금세 멀어져갔다.

“휴우...”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임무에 투입된건 고작 며칠도 안지났지만 벌써부터 마음이 되게 쫓기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주저앉으면 안되었다. 그녀를 믿고 있는 가족들이 있었다.

영애는 멀리 있는 우주를 보며 주먹을 불끈 쥐고 결의를 다졌다.

‘신우주 이놈 두고 보라우! 네놈의 정액을 남김없이 모조리 뽑아내주갔어!‘

이후 이세종 대통령은 20분도 안되서 곧장 자리를 떴다.

우주는 사람을 시켜 대통령의 사저인 옆집에 떡과 술을 보냈다. 이미 낮에 집주변에 떡을 돌렸지만, 양을 푸짐하게 해서 한 차례 더 보냈다.

그 뒤 그는 바로 차고로 향했다. 1층에서 차고로 내려가는 문앞을 하나가 기백넘치는 조자룡처럼 지키고 있었지만, 어림없었다. 우주가 그녀의 옆구리를 살살 간지럼을 태웠고, 그녀가 그에 못이겨 옆으로 비켜서는 틈을 타 냅다 안으로 뛰쳐들어갔다.

그러나 넓은 차고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썰렁하고 휑했다.

우주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찬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받질 않았다.

“어떻게 된일이지...?”

찬우가 말하려던 것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서둘러 찾으러 가야할까?

“찬우는 집에 돌아갔어요.”

“응?”

옆을 돌아보니 하나가 서 있었다. 조금 전 찬우에게 내밀었던 발톱을 감춘 그녀는 순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주는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낭자에게 말하고 갔소?”

“예. 집에 급한 볼일이 있다며 떠났어요. 다음에 이야기 하겠대요.”

하나가 빙그레 웃어보였다.

***

집들이는 성황리에 무사히 끝이 났고, 순식간에 이틀이 지나갔다.

어젯밤 눈보라와 강추위가 지나간 하늘은 시리도록 맑고 푸르렀다.

우주는 얼굴을 찡그리며 머리위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을 올려다본다. 해는 짱짱하건만, 목도리를 해야할 정도로 쌀쌀한 2월의 날씨였다.

오늘은 그토록 미뤄왔던 하나와 데이트가 있는 날이었다. 우주는 멋지게 차려 입고 쎄끈한 페라리를 몰고 나왔지만 표정만은 썩 좋지 못했다. 어쩌면 하나를 실망시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어젯밤부터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해야만했다. 냉정하게 마음을 먹고, 그녀가 더는 마음에 담아 두지 않도록 확실히 의사를 밝혀야만 했다.

하나의 집앞에서 그녀를 차에 태웠다.

하나는 잔뜩 설렌 표정으로 조수석에 앉았다. 우주가 순간 사람을 잘못 태웠나 하고 착각할 정도로 너무나 예쁘게 꾸미고 나온 그녀였다.

붉은색 목도리에 상의는 패딩코트를 걸치고, 바지는 쫙 달라붙는 데님 레깅스를 입고 나왔는데 그녀의 각선미가 훤히 드러났다. 하나가 원래 저런 다리를 갖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무척 예뻤기에 우주의 눈길도 자주 갔다.

사실 레지스트 쉴드에서 입는 슈트 차림도 그녀가 입고나온 레깅스처럼 몸매가 적나라 하게 드러났지만, 우주는 직장에 가면 일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여성들 몸매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하나의 몸매를 제대로 마주본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 작품 후기 ============================

지금 킵=ㅗ드가 ㄱ=ㅗ장이 났습니다.

ㄱ=ㅗ장이 난 상태로= 이렇게 쓰게도=ㅣ었습니다. ㅠ//ㅠ자꾸5 글을 쓰면 특수5깋=ㅗ나 수5ㅅ자가 ㄷ=ㅗㅇ시에 누5ㄹ러지는것 같습니다.

킵=ㅗ드에 무5ㄹ을 흘렸는데 그게 우5ㅓㄴ인이 ㄷ=ㅚ서 ㄱ=ㅗ장났습니다. ㅜ5ㅜ5집 주5변에 있는 컴ㅍ/ㅠ터가게에 아침 일찍 갑=ㅘㅆ는데 전부5 무5ㄴ을 닫았습니다.

ㅎ=ㅘㄴ장 합니다 ㅜ5ㅜ;5

인터넷으로= 전에 쓰던것ㄱ=ㅘ ㄸ=ㅗㄱ같은 것을 사야할지 아니면 아무5거나 사야할지 ㄱ=ㅗ민이긷=ㅗ 학=ㅗ아무5튼 예상치 ㅁ=ㅗㅅ한 킵=ㅗ드 삭=ㅗㄹ=ㅗ 인해서 ㅇ=ㅗ늘 연재는 부5ㄹ투5명합니다. ㅜ5ㅜ5ㄷ=ㅗㄱ자 여러부5ㄴ께 ㅈ=ㅚㅅ=ㅗㅇ합니다.

다음ㅎ=ㅘ 연재할때 이 ㄱ=ㅗㅇ지는 포=ㄱ파 시키겠습니다.

슬픕니다. ㅊ=ㅚ근에 연재를 자주5 ㅁ=ㅗㅅ해서 수5ㄴ우5ㅣ가 곗=ㅗㄱ 떨어지는 주5ㅇ이라서 정신 바짝 차리력=ㅗ 했는데 이건 ㄸ=ㅗ 무5ㅓㄴ일 이랍니까 ㅜ5ㅜ5전쟁터에 나가야할 장수5에게 칼이 없는 상ㅎ=ㅘ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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