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트 쉴드-214화 (214/285)

214화

***

사탄이 육지로 올라온지 2년이 지났다.

전 세계 곳곳에서 사탄이 출몰했고, 인류는 그에 대항하기 위해서 ‘인류 보호 기구(Mankind Protection Organization)'를 설립했다.

줄여서 MPO라고 불렀다.

전 세계 여러나라가 가입한 MPO.

사탄들에 의해 각 국의 주요 도시가 처참히 파괴되어 가고 전세계를 다 합해 2억명이 사망했을 즈음, 한국과 러시아, 중국의 주도하에 설립되었다.

MPO는 지구촌의 힘을 하나로 뭉쳐 대재앙에 맞서 차분히 대응해 나아갔다.

그들은 우선 각 국가의 유능한 수라와 데바들을 한데 불러 모아 여러개의 팀으로 구성해서 가장 위급한 순으로 각 국가로 파병했다. 신라그룹의 샥스핀, 한국이 가진 강화 인간 기술. 중국이 개발중이던 파워드 슈트 무한 동력 기술, 러시아가 실험 중이던 에너지 증폭체 기술.

이 모든 역량이 삼위일체로 하나되어 각 국에 파병된 MPO는 최초로 육지에 발디딘 사탄들을 하나씩 순조롭게 퇴치해 나가기 시작했고, 덩달아 파워드 슈트 기술도 진일보하게 되었다.

그렇잖아도 전에 누군가 그랬다. 전쟁이 과학기술을 급속하게 발달시킨다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 중에 독일의 한 유능한 과학자가 파워드 슈트와 관련해서 기가 막힌 기술을 개발해내고야 말았다.

독일의 과학자, 알베르트 한스.

그가 개발한 기술.

데바의 능력은 제각각 비슷하거나 다르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능력으로 거대한 크기의 사탄을 잡아낸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랐다.

누구는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도 있었고, 누구는 천리안(千里眼, 천 리 밖을 보는 눈)을 가지고 있었으며, 누구는 사정을 해도 고추가 작아지지 않고 더없이 튼튼해져 있었으며, 누구는 일정지역에 비를 뿌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데바 능력들은 거대한 사탄을 잡아내는데 있어서 정말로 쓸모 없는 능력이었다.

그러나 한스가 개발해낸 기술은 이러한 불필요한 초능력들을 모조리 쓸모있게 만들었다.

아트만 에너지(Atman Energy).

한스의 기술을 접목시켜 만들어진 2세대 파워드 슈트는 데바의 내면속에 잠재된 초능력을 응축하고 변환시켜 아트만 에너지라는 신능력으로 외부에 발현시켰다.

이는 구세대 파워드 슈트, 맹수나 샥스핀 같은 파워드 슈트가 아닌 인류의 대재앙이 시작된 시기 이후에 만들어진 2세대 파워드 슈트를 착용해야만 가능한 일이었으며, 이로써 인류는 사탄을 퇴치하는 일이 더없이 손쉬워졌다.

그리고 세월이 흐를수록 2세대 파워드 슈트는 계속 개량되고 발전해 나아갔고, 그 결과물들은 이렇다.

C급 파워드 슈트(신라그룹의 샥스핀, 제네틱스의 맹수, 오성그룹의 날개 등등 3년 전에 만들어진 파워드 슈트)B급 파워드 슈트(하이테크 슈트) A급 파워드 슈트(나노 슈트) S급 파워드 슈트(네오 라바 슈트) SS급 파워드 슈트(울트라 기간틱 슈트)구세대를 포함해 2세대 파워드 슈트들에는 각 등급이 매겨지기 시작했으며 등급이 올라갈수록 성능이 더욱 향상되고, 믿을 수 없는 능력이 생기는 것과 동시에 구입 금액도 치솟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또 등급이 높을수록 희귀한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었다.

고가의 파워드 슈트의 등장으로 인해 사탄을 잡고 돈을 벌려는 기업들의 부담은 더해져만 갔다. 그러나 사탄 또한 기존 것보다 더욱 힘이 세지고, 그에 덩달아 신비하고 놀라운 자원을 주는 새로운 종들이 출몰하게 되면서 등급이 높은 파워드 슈트에 대한 기업들의 갈망은 갈수록 커져만 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제네틱스가 보유했던 사람과 닮은 인공지능, 파워드 슈트에 '줄리엣'을 탑재한 기술은 제네틱스가 사라짐과 동시에 완전히 퇴보되어갔으며, 그와는 반대로 성능이 좋았던 샥스핀을 기반으로, 기술력을 더욱 향상시킨 신라그룹이 보유한 기술이 시대를 앞서가며 한국 내에서 주를 이루던 때였다.

“이제 얼마 안남았다! 공격진들 전원 극딜해!”

경기도 이천의 한 시골 마을.

두 발 달린 거대한 사탄을 반원으로 에워싼 군인들.

국방색 파워드 슈트이자 '하이테크 슈트'를 착용한 한 명의 탱커가 앞으로 나와 사탄의 가공할 공격을 홀로 받아내는 동안, 그 뒤에 진을 친 20여명의 사람들이 마치 마법사처럼 형형색색의 강력한 에너지를 사탄을 향해 퍼붓고 있었다.

전 세계 바다에서 사탄이 출몰한지 2년.

이 2년의 기간동안 인류의 무기는 보다 진보했다.

우악스러운 형상에 육중한 덩치와 무게를 자랑하던 맹수나 샥스핀 같은 기존의 파워드 슈트는 더욱 개량되고 진화되어 얇고, 단순하고, 흡사 가죽 슈트를 입은 것처럼 경량화되어 무척 세련되어졌다.

활동성과 운동성이 향상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파워드 슈트를 착용해도 겨울철 방한복을 걸친것처럼 착용자의 신체 사이즈보다 조금 더 우람해보일뿐이니, 전의 로봇 같고 둔한 느낌을 주던 고릴라 덩치의 파워드 슈트가 아닌 훨씬 날렵하고 멋스러워진 인간 형태의 파워드 슈트로서 새로운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이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힘내주십시오! 그리고 애널라이저님! 지금 딜 괜찮습니까?”

-딜량이 계속 이대로만 유지 된다면, 박일우 대위가 1등은 따논 당상입니다.

“미리 축하드립니다 대위님!”

“축하한다!”

-아, 그리고... 신우주 씨는 어디 아프십니까? 평소보다 더 딜이 안나오시는 군요. 딜하는 18명 중에 18위입니다만?

애널라이저(analyzer).

요근래 들어 새롭게 생긴 직업중의 하나다.

집단을 이루어 사탄을 잡는 이들을 보통 MSC(Material Supplying Company)라 부르고 MSC가 사탄을 잡는 동안 애널라이저는 근처 안전한 지역에서 데미지 미터기를 갖고 대기하며 탱커의 피해량과 도발력, 공격진들의 딜량, 치료사들의 힐량을 산출하고 분석하는 일을 담당했다.

“오늘 몸이 좀... 안좋소.”

-예? 몸이요? 왜 몸이 아파요? 아, 어젯밤에 힘 좀 쓰시느라 고생하셨구나. 하긴 저라도 몸살나겠습니다. 마누라가 세 명이나 되면 정력이 거덜나는게 당연지사죠. 거 쉬엄쉬엄하시지.

“하하하하!”

“아하하!”

무전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애널라이저의 조롱 같은 농담에 함께 사탄을 잡고 있던 군인들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웃고 떠들때가 아니다! 마지막까지 집중해!”

“옙!”

“넷!”

사탄을 붙잡고 있던 탱커가 소리를 치자 전원 웃음이 싹 그쳤다. 탱커를 하다보면 보통 자부심 세지며 자존심이 단단해진다. 중령 계급장을 달고 있는 40대 초반 탱커의 눈빛에는 꼭 실수없이 깔끔하게 잡아내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가 서려있었다.

“모두 수고했다! 사체는 처리반에게 맡기고 전원 철수 준비 하도록!”

마침내 사탄이 쓰러지고 탱커 역할을 맡았던 군인은 다시 덧붙였다.

“우주 씨는 잠시 남아 있도록 합니다.”

남성과 여성 군인들의 힘찬 대답 소리와 함께 하이테크 슈트를 입은 병사들이 모두 떠나간 후, 탱커는 제자리에서 우주와 면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 따라 딜량이 무척 낮으시네요. 정말로 어디 아프신겁니까?”

탱커가 헬멧의 바이저를 열고 얼굴을 내보이자, 우주 역시 바이저를 위로 올리고 눈을 보며 대답했다.

“갑자기 소생도 모르겠소. 며칠 전부터 가슴 한곳이 꽉 쥐어짜지는 느낌이라 제대로 힘이 나오질 않더이다.”

“병원에는 가보셨습니까?”

“검사를 해봐도 통 모르겠다는 답변만 들었소.”

“음...”

탱커는 잠시 생각하는 눈치더니 이내 입술을 열었다.

“다음 레이드까지 낫지 않는다 싶으면 미리 전화 주십시오. 대타를 구하겠습니다.”

“하지만 소생이 빠져버리면 인원을 메꾸기가 어렵지 않겠소. 데바를 구하는게 쉬운 일도 아니고 그렇게 통증이 심한것도 아니니 내 꾹 참고 하리다.”

“아닙니다. 대타를 구하는건 쉬운 일이니 신경쓰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사람은 건강이 우선이니 자신의 몸을 먼저 신경써주십시오.”

“맞긴 하지만... 아니, 알겠소이다.”

“그럼 그런 줄 알고 있겠습니다. 남은 뒤처리는 저희 국군 MSC에서 다 할테니 돌아가서 편히 쉬십시오.”

“수고했소...”

우주는 입술을 깨물며 돌아섰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인내하며 걸어나갔다.

그가 떠나고 난후, 제자리에 서 있던 탱커에게 슬며시 애널라이저가 다가왔다.

“빨리 좀 나갔으면 좋겠는데, 아픈 몸을 이끌고 올 정도니 그 정신 상태는 가히 칭찬할만 하군요.”

“오늘 딜량(돌연변이 생물에게 준 피해량)은 정확히 어느 정도였습니까?”

애널라이저는 손에 쥐고 있던 테블릿 PC 크기의 데미지 미터기를 탱커에게 보여주었다.

“딜량 53,000 입니다. 아주 형편 없지요. 평균 딜량과 비교해보면 그 절반의 절반, 절바아아아안도 못미치는 가히 쓰레기 수준입니다. 딜을 다 깎아먹고 있어요.”

“평소 15만 정도는 하더니 갑자기 확 떨어졌군.”

“심지어 탱커보다도 데미지를 더 못주고 있습니다.”

전 세계인에게 '로얄가드'라 불리는 탱커는 사탄에게 줄 수 있는 데미지가 무척이나 낮다. 그들에게 주어진 능력은 공격에 특화되기 보다는 사탄을 도발하는데 있으며, 그들의 아트만 에너지는 파워드 슈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이러한 능력을 기반으로 로얄가드는 MSC의 선두에 서서 사탄을 꽉 붙잡는 역할을 담당했다.

“우리 국군 MSC가 아무리 나라꺼라고 해도, 그래도 자존심이 있잖습니까. 바깥의 사기업들이 가진 MSC와 비교해서 잘한다는 소릴 들으면 들었지 수준이 확 떨어진다는 소린 듣지 말아야죠. 안그렇습니까? 또 대장님도 나중에 전역하시고 나면 사기업에 들어갈 생각도 해야죠. 그럴러면 경력도 멋지게 쌓아야하고.”

“솔직히 저도 하나의 MSC를 이끄는 대장으로서 신우주 씨 같은 딜 낮은 사람이 우리 MSC에 끼면 좀 그렇긴 합니다. 그래서 다음에도 아프면 나오지 말라고 은근히 당부를 했는데, 그가 과연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군요.”

“거 참, 이런저런 핑계로 쫓아내도 좋으련만, 누가 뒤를 봐주는 건지 현저히 낮은 딜량을 핑계로 계속 건의를 해도 윗분들께서 뒷짐지고 모르는척만 하고 계시니 원. 거 뒷배경 하난 튼튼한 것 같습니다.”

“소위 말해 예전에는 날렸던 신우주가 아니겠습니까. 그때 만든 인맥이라 생각합시다.”

“그런가 보군요. 참 운도 좋지. 이렇게 추락할줄 누가 알았을까.”

우주는 홀로 수송 차량을 타고 부대로 복귀했다. 군인이 아닌 그는 남아서 철수 준비를 할 필요가 없었고, 민간인인 그를 위해서 군 부대측이 가능한 편의를 봐준것이었다.

우주는 한달에 두 번씩 국군 MSC의 용병으로 활동중이다. 3년 전 그가 회사를 차렸지만, 회사는 갈수록 휘청거리고 실적이 썩 좋지 못했다.

그 이유는 생각했던것과 달리 뜻대로 되지 않은것도 있거니와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히고 설켜있었다. 회사의 발전이 더딘 이유를 딱히 무엇이다 하는 결론을 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안 이세종 대통령의 배려이자 3년 전 나라를 위해 힘껏 싸워준 애국지사에 대한 보답으로 그는 간간히 국군 MSC에 용병으로 참여할 수 있었고, 우주는 쓰러져 가는 회사에 보탤 자금을 조금이나마 더 벌기 위해서라도 혼쾌히 수락하며 투잡을 뛰게 되었다.

“후...”

부대 밖을 나가기 전 군용 하이테크 슈트를 부대에 반납해야만 했다.

그는 한 숨을 푹 내쉬며 격납고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모든 일들이 자신의 뜻대로 되질 않았다. 형편없는 수준의 능력도 그렇고, 어느새 특별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병까지 들어버렸다.

미천한 수준의 능력.

우주는 3년 전 료코가 낳은 첫 아이, 미소가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데바로 각성했다.

그는 타인에게 자신의 힘을 나눠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예를 들면 타인이 무거운 짐을 들때 자신의 힘을 나눠줘서 더욱 가볍게 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힘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른바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정도로 놀랍지 아니했고, 소문내기에도 부끄러울 정도로 위력이 약했다.

그 원인이라면 형편없는 아트만 에너지 수치.

난생처음으로 하이테크 슈트를 착용했을때였다. 그의 아트만 에너지는 데바들의 평균수치인 100,000W(와트, watt)보다 못한 5000W 수준이었다.

이런 힘으로는 집에서 에어콘이나 돌려야 할 정도로 그는 그야말로 형편 없는 아트만 에너지 수치를 갖고 있었다.

“으윽!”

격납고에 마련된 거치대에서 하이테크 슈트를 벗는 와중에 갑자기 심장의 통증이 발작했다. 그는 가슴을 움켜쥐며 이마에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헉, 헉! 갑자기 왜...?”

집에 가서 말도 못했다. 혼자만 아는 비밀이었다. 집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을 료코와 소민, 미라는 그가 아픈 것을 눈치 못채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가 전혀 티를 안냈다.

아파도 내색않고 평소처럼 행동하고 있는 중이었다.

바보처럼 묵직하게 참고 이겨내려 했다.

왜냐하면 사나이 신우주.

“고작 통증 따위로 쉽게 가진 않을 것이다!”

============================ 작품 후기 ============================

다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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