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화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세이비어를 목표로 달려봅시다. 많은 돈을 벌어서 최신 장비를 사고 그 힘으로 소생의 여동생을 만나러 가는거요. 지구를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저 중심부에 정말로 해답이 있을까요?”
미라의 물음에 우주는 먼 상공에 떠있는 세이비어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세이비어는 3년이 지났어도 늘 한결 같이 상공에 뜬 채로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우주는 오랜기간 막내를 만나지 못했다. 정확히 언제부터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전 세계에 사탄이 출몰하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막내는 우릴 기다리고 있소. 물론 소생만의 생각이지만, 지구와 세이비어는 아마 우리를 시험하고 있는 중일거요. 지구는 애당초 인류가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도록 큰 힘을 주었고, 우리는 그 힘을 바탕으로 사탄이 출몰하는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오. 그리고 문제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선 제일 먼저 막내를 만나 지구의 생각을 아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하오.”
오래 전 막내가 말했던 지구의 두 가지 마음.
아버지와 같은 마음의 냉혹한 지구와 어머니와 같은 마음의 따스한 지구.
우주는 아버지와 같은 마음의 지구가 매일 같이 사탄을 생성해서 육지로 올려보내고 있다고 여겼다.
그러니까 세이비어인 막내를 통해서 아버지와 같은 마음의 지구와 대면하면 어떨까?
혹시나 서로 말이 통한다면 인류의 재앙을 멈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사탄의 사체를 이용한 새로운 자원이 생김에 따라 인류의 발전을 반기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과학자와 군인, 기업이 그랬다.
각 국가가 세이비어에게 굳이 다가가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였다. 레지스트 쉴드를 그대로 놔두면, 사탄은 계속 출현하고 인류는 눈에 띄게 발전해서 저 하늘 위의 우주까지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머지 않아 SF영화나 소설에서만 보던 우주항공모함이 개발될 날이 올 것이고, 인류가 비좁은 지구를 탈출할 날도 다가올 것이다.
우주와 생각이 다른 그들은 그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서방님의 생각을 반대하는 자들이 분명 있을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일전에 TV를 보아하니 정부 고위관료가 나와서 이런 말을 지껄이던 적이 있었습니다.
사탄이 나타나는 이 시대야말로 인류 역사상 최고의 행복기라고. 그런데 우리가 원래의 지구로 되돌려놓는다면... 그들이 반대하지 않겠습니까? 또다시 서방님만 시련을 겪게 될것 같아 소녀는 불안하옵니다.”
료코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으나 우주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들의 생각도 맞아. 나도 동감해. 하지만 분명한 건, 현 시대의 상황은 아버지와 같은 지구가 철저하게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인류를 멸종시킬 생각으로 만든 상황이란거야. 따라서 이 물질적 풍요를 인류가 영원히 누릴 수 있을거란 생각은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어쩌면 인류가 현 상황에 만족하며 아무런 저항도 안하는걸 아버지와 같은 지구가 바랄 수도 있는 일이고.”
“혹시 또 모르죠. 사탄의 사체로 만든 파워드 슈트들이 갑자기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더니 그대로 착용자를 잠식할지도. 그리고 착용자를 사탄으로 만들어버려서 사람을 공격하고. 후후후.”
미라의 말에 료코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건 정말로 끔찍한 생각이군. 넌 대체 뭘보고 자라왔기에 그런 흉측한 상상을 잘하는게냐.”
“이런건 나쁜걸 보고 자랐다기보다 SF영화에서 흔히 다뤄지는 소재예요. 에일리언이 인간의 몸속에 기생한다거나 인간을 흉측스러운 외계 괴물로 만든다는 이야기는 이 시대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상할 수 있죠. 료코 씨만 빼고.”
미라는 말을 마치고 나서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료코는 그 표정을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퉁명스럽게만 말했다.
“이 시대 사람이 다 그런 상상을 한다고 하여도 유라한테는 아직 가르치지 말거라. 넌 왠지 자식한테 잔인하고 무서운 것들을 잔뜩 가르쳐줄 것 같단 생각이 드니까.”
유라는 우주와 미라 사이에 태어난 여자 아이의 이름이다. 현재 만으로 세 살로 료코가 낳은 미소보다 두 달 어렸다.
“그렇잖아도 요즘 유라가 호기심이 왕성해서요. 벌써부터 화장품을 바르려 하더군요.”
“우리 유라가? 벌써 그런단 말이오?”
우주는 화장을 한 유라의 얼굴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왠지 귀여워 보였다.
그리고 곧 두 사람에게 말했다.
“자, 다시 사냥을 시작해봅시다. 이왕 온김에 용돈이라도 벌고 가야겠소.”
“좋아요.”
“서방님만 좋으시다면 날을 새도 좋사옵니다.”
다시 재개된 사냥은 확실히 재미가 있었다. 학살이라 해도 좋고, 통쾌한 맛이 아주 끝내 줬다. 미라가 왕창 몹을 끌고 올때마다 우주는 오는 족족 공격해가며 전부 한 방에 쓰러뜨렸다. 그의 명쾌한 동작 하나하나가 시원시원하길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는 실로 획기적인 일이었다. 누구도 감히 도전하기 어려웠던 소수 인원으로의 사냥을 처음으로 실현해낸 것이다. 1개 팀 수준의 병력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단 두 세명으로 같은 수준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기업 오너로서 대단히 기쁜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리고 더욱 신났던 일은 토끼급에 이어 그 윗 등급인 호랑이급까지 한 방에 처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때였다.
“이럴 수가! 내가 한 방에 보내다니!”
“정말 미친 딜이에요!”
“서방님 감축드리옵니다!”
우주도 놀라웠다. 사냥을 하다 우연히 마주친 타이탄 고릴라를 한 방에 보내버린 것이다.
호랑이급을 보고 순간 치솟았던 긴장감이 사라지고 벅찬 마음이 더 커졌다. 자신도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바닥에 쓰러진 타이탄 고릴라의 사체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이거 내가 잡은게 맞소?”
“맞아요!”
“서방님이 하신 일이옵니다!”
우주는 입이 귀에 걸렸다.
“이러다 정말 떼돈 벌겠군!”
이후 사냥도 무척이나 순조로웠다. 돌연변이 생물은 사탄 빼고 못 죽이는 것이 없었고, 돈은 돈대로 잘벌리고, 너무도 신나고 즐거워서 연전연승으로 고조된 분위기에 세 남녀의 가슴속에 불쑥 성욕이 솟구칠 정도였다.
화끈한 사냥! 화끈한 밤!
시간도 때마침 적절하게 새벽 1시 심야였다.
뜨겁게 달궈진 숨소리가 어두운 숲 가득 메아리쳤다.
사냥에 열중이던 세 남녀는 어느새 만사 제쳐놓고 뽕나무 아래에서 알몸으로 한데 뒤엉켜 있었다.
우주가 료코에게 나무 기둥을 붙잡게 하고 뒤에서 쑤셔박고 있노라니, 애가 탄 미라가 우주와 료코 사이를 밀치고 들어와 나무기둥을 붙잡고 하얀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료코는 잠시 멈칫거리다 옆으로 물러나 주었다. 이어 우주의 단단한 남성이 뜨거운 질 속으로 삽입되는 순간 미라가 크게 신음을 내질렀다.
“허억! 헉...!”
미라는 손톱을 날카롭게 세운 채 나무기둥을 긁어대듯이 붙잡으며 고개를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였다. 우주가 뒤에서 찍어 누룰때마다 그녀의 젖가슴과 긴 머리카락이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그러길 수차례.
뒤에서 몇차례 퍽퍽 쑤셔주던 우주는 료코가 갈망하는 눈빛으로 자신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자 미라의 엉덩이에서 즉시 고추를 빼서 료코를 바닥에 눕혀놓고 가랑이를 벌리게 한 뒤 그대로 고추를 꽂아넣었다.
“서, 서방님! 흐윽!”
행여나 지나가던 타기업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이 세 사람의 흥분을 더욱 가중시켰다.
그러나 우주가 무려 다섯 번의 사정을 끝마치고 두 여성의 불같은 욕정이 전부 사그라질때까지 결코 그런 일은 없었다.
셋이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너무도 행복했다.
차도 쌩쌩 잘달렸다.
다음날 토요일.
우주는 쉬는 날이었다. 다른 기업들과 달리 천한물산이 보유한 MSC가 겨우 1개팀일 뿐인지라, 공장이 24시간 풀가동하듯 MSC를 돌릴 수 없었다. 그로 인해 사무직이든 현장직이든 간에 주 5일만 근무했다.
새벽 늦게 들어온 우주는 정오까지 퍼질러 자다가 눈을 뜨자마자 PC를 켰다.
“뭔가 정보를 얻고 싶은데 얻을 수가 없군. 아마도 소생 같은 사람이 처음인가 보오.”
아트만 에너지와 관련된 각종 정보 사이트와 커뮤니티 사이트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얻고 싶었지만 좀처럼 흔치 않은 일인지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정오에 눈을 뜬 우주를 반겨주던 소민도 옆에서 애써주고 있었다.
“미국쪽 사이트도 나름 다 찾아봤는데 당신(부부 사이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과 비슷한 경우를 겪은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하물며 귀기울일만한 이렇다할 소문도 없고.”
어제의 일을 전부 전해들은 그녀는 깜짝 놀라는 것도 잠시 주로 영어권 사이트를 중심으로 돌아다니며 관련 정보를 열성적으로 수집하고 있었다. 그녀는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했다.
“오늘 몸은 좀 어떠하오?”
“아기가 가끔 발로 차는것 빼고는 아픈데는 없는것 같아요.”
우주는 부른 소민의 배를 살살 어루만지며 흐뭇하게 웃어보였다.
“현우야, 엄마 아프게 발로 차지 말라니까 또 찼구나 보구나.”
“자궁을 발로 차는 기운이 하도 세서 우리 아기가 태어나거든 나중에 축구 선수를 시켜야 되는건 아닐지 고민해봐야 할 정도라니까요.”
소민이 해맑게 웃어보였다. 산부복 같이 생긴 원피스를 입고 흐트러진 긴 머리를 집게핀으로 대충 말아올린 그녀는 임신 7개월째였다.
소민이 갖고 있던 대인기피증은 우주의 아이를 임신함과 동시에 저절로 치료됐고, 아울러 그녀는 일반인임에도 불구하고 데바로 각성하였다.
그녀의 데바 능력은 치료. 신성한 힘으로 그 어떤 외상(外傷)이라도 낫게 해주었다. 아트만 에너지의 성향에 따라 직업으로 분류되어 있는 베다(2세대 파워드 슈트를 착용함으로서 치료능력을 갖게된 데바)와는 장비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크게 달랐다.
“집안에 축구 선수가 있는것도 꽤 좋을듯 싶소. 왠지 활기차서 좋을 것 같군.”
와장창!
돌연 거실에서 무언가 크게 엎어지며 소란스러운 소리가 났다.
우주와 소민은 원인이 무엇인지 이제 안봐도 알 정도다.
컴퓨터방에 앉아있던 소민이 열려있는 방문을 바라보며 이름을 크게 불렀다.
“유라야, 이리오렴.”
얼마 안지나 머리를 양갈래로 묶은 여자 아이가 다다다 하고 달려와서 우주의 품에 와락 안겼다.
“아이쿠, 유라야. 또 무엇을 엎은게냐.”
“아빠, 아빠. 내가 안해쪄. 안해쪄.”
소민이 물었다.
“그럼 누가 엎은거야?”
“몰라, 몰라. 혼쟈 너머뎠쪄.”
소민은 마치 다 안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흘려 넘겼다.
“엄마는 아직도 자?”
“응, 방에서 쟈.”
“아직도 졸리데?”
“응. 피근하뎨.”
볼살이 통통한 유라는 우주의 품안에서 내려오더니 폴짝폴짝 제자리에서 뛰며 천진하게 웃어보였다.
“깡충! 깡충! 아뺘 이거봐!”
“응? 무얼 말이냐?”
“이거!”
유라가 의자밑을 가리켰으나 그 밑에는 깨끗한 장판뿐 아무것도 없었다.
우주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아무것도 없는데?”
동시에 콰직!
유라가 주먹으로 의자를 처서 다리 하나를 부러뜨렸다.
꽈당!
우주는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이쿠!”
유라가 배꼽을 부여 잡고 꺄르르 시냇물 같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뺘 재미쪄!”
“하하, 유라야. 이 아빠를 닮아서 힘도 참 세구나. 나중에 시집가거든 남편을 잡고 살것 같아 이 아비가 안심이 된다.”
우주는 방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딸바보 같은 훈훈한 미소만 지을뿐이었다. 함께 있던 소민이 유라가 모르게 살짝 그의 등을 꼬집었다.
“애들 한테 좋은 것만 보고 자라나게 하는 것도 좋지만 화를 내야할때는 화를 내야 한다구요.”
그러나 우주는 오히려 유라의 머리를 쓰다듬기만 했다.
“어릴때는 자유롭게 실컷 놀아야 한다. 이 아비가 어릴 적에는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그리하지 못하였지만, 유라에게는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더 자유분방하게 자라나도록 해주고 싶어.”
“응! 아라쪄!”
소민은 그런 우주를 보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PC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방문에 사람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유라 이 녀석. 또 일을 저질렀구나. 안되겠다. 큰 어머니 따라오너라.”
어느덧 나타난 료코가 방안의 상황을 어림짐작 하고 무섭게 말했다. 그녀는 저승사자처럼 무시무시한 얼굴을 짓고 있었다.
유라는 그 얼굴을 보고 울것 같은 얼굴로 우주를 바라보았다.
“이 녀석! 아빠한테 도움을 바랄 생각은 하지도 말거라!”
료코가 단호하게 꾸짖자 유라가 놀라며 움찔거렸다. 그러고는 이내 비에 홀딱 젖은 애처로운 강아지처럼 얌전히 끌려나갔다.
이어 료코의 뒤에 서 있던 미소가 제 엄마를 따라가지 않고 종종종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손에는 조간신문을 들고 있었는데, 우주에게 다가오더니 신문을 들고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
“아버님. 소녀가 곁에 앉아 신문을 읽고 싶사옵니다. 그리 하여도 될련지요.”
앙증맞은 아이 목소리로 나름 교양있게 말하는 것이 벌써 다 큰 어른처럼 보일 정도로 그 언행이 제법 성숙했다.
“좋은 생각이다. 어여 이쪽에 와 앉거라.”
우주는 미소를 대견해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는 이내 부러진 의자를 치우고 새 의자를 가져다 앉았다.
그렇게 자신의 아트만 에너지가 급격히 상승한 점에 관해서 다시 인터넷 검색을 할라치면 어디선가 금세 전화가 걸려왔다.
책상 위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들고 누군지 확인했다.
“현주 누님이 이 시간에 왠일이지.”
소민이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물어왔다.
“임현주 씨요?”
“응, 그렇소.”
“그렇다면 혹시 레이드에 함께 가자고 그러는게 아닐까요? 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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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대한 이야기는 100화를 보시면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가 있고, 우주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1화를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